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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뱅이 언덕 - 권정생 산문집
권정생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평점 :
http://video.mgoon.com/1081988
(권정생 선생님, 지식채널 e - 정생)
글 중에서, 진짜인 체 하는 가짜가 많다.
권정생 선생님 글은... 가식이 없다.
자연스럽다.
그런 글이 진짜에 가까울 거다.
성함도 참... 그렇다. 바를 정, 살 생... 바르게 살자... 가 그분의 성함이시다.
조폭들도 존경하는... 조폭의 대부?
그의 동화는 슬프다. 그러나 절대 절망적인 것은 없다.(17)
흔히 동화에다 무리한 설교조의 교훈을 담은 것이 있는데,
과연 그런 동화가 얼마만큼 유익한지 알 수 없다.
인간이 인간다워질 수 있는 것은 훈시나 설교가 아니다.
고도로 발달된 과학문명 속의 인간보다
잘 보존된 자연 속의 인간이 훨씬 인간답다.
그이의 철학은 어렵지 않다.
슬프고, 그러나 절망하지 않는 것... 그것이 자연스런 삶의 자세다.
그렇게 살면 바르게 사는 것이다.
한국 전쟁에 대하여서도 관점이 정확하다.
반으로 나뉜 북쪽은 아예 영원히 일어서지 못하게 박살을 내 버린 것이다.
미국은 한반도에 원자탄을 터뜨린다고 엄포를 놓았다.
눈보라 치는 흥남 부두의 비극은 그래서 일어난 것이다.(102)
흔히 동화 작가는, 생각 역시 동화스럽다고 여기기 쉽다.
또, 그런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동화 작가일수록 밑바닥까지 닿아 본, 투철한 철학가여야 함을 생각케 한다.
사람을 '일반'으로 보지 않고 '실존'으로 보아야 함을 그이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똥공장'에 불과한 인간이지만,
어떤 '실존'도 무시당해선 안될 가치가 있음을 그는 안다.
안골 김씨 아주머니는 정신지체 장애를 가지고 있어 왕따로 지낸다.
한번은 개울에서 누군가 흥얼흥얼 콧노래 부르는 소리가 났다.
자세히 보니 김 씨 아주머니였다.
한쪽에 쭈그리고 앉아 몇 가지 옷을 빨면서 아주 흥겹게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아아~ 그렇구나.
사람은 혼자 있으면 외로울 수도 있지만,
혼자 있는 쪽이 더 편한 사람도 있는 것이다.
왕따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구나.
괜히 사랑한다고 함께 있어준다고 애쓸 필요가 없겠구나.(120)
진짜 폭력은, 상대가 싫어하는 일을 억지로 하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의도로 시작되었건, 싫어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집 마당에는 고인돌이라고 하는 커다란 바위가 하나 있다.
밤에 이 바위 위에 올라앉아 하늘을 보면 별빛이 한없이 반짝인다.
밝을 땐 보이지 않다가 어두워지면 나타나는 별.
세상엔 불을 밝히지 않아야만 할 때도 있는 것이다.(121)
그래. 진짜의 기준은 하나다. 진짜는 '자연스러운 것'.
풍요와 편리때문에 우리는 결국 더욱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178)
누군가가 말하길 살아있는 것 자체가 죄라고 했다.
살기 위해 먹어야 하고, 먹기 위해 죽여야 하기 때문이다.(166)
현대인이 추구하는 것은, 진짜나 자연스러움의 반대로만 가는 청개구리와 같다.
이럴 때, 바른 삶...을 짚어주는 이가 없어 아쉽다.
강아지 똥, 다시 말해, 개똥이 개똥으로만 보이는 자들에게 자연은 더럽고 불편한 것이다.
개똥이 민들레를 북돋우는 순환의 과정이 '자연'임을 볼 수 있어야, '진짜'에 가까울 수 있다.
연일 뉴스에서 '유전 무죄'만 반복한다.
대통령 사저 매입... 과정의 불법 증여 사건... 혐의 없음...
이유는? 유전... ^^ㅣ바~! 검찰이 놀이터냐? 장난치고 자빠졌게?
삼척 동자도 웃을 일인데, 그런 일이 벌어진다.
텔레비전에서 온통 '가짜'들이 판을 치고 있다.
'가짜'가 '진짜'를 고소고발하고,
'가짜'가 '진짜'에게 실형을 선고한다.
'가짜'에 의하여 '가짜'는 무죄를 보장받는다.
'유전 무죄, 무전 유죄'의 슬픈 <홀리데이 - 휴일>은
<성스러워야 할 날 - holy-day>,
성스러워야 할 인생을 한판의 저질 코미디로 전락시키고 만다.
'가짜 무죄, 진짜 유죄'의 슬픈 홀리데이는 불행하게도 진실을 호도하고, 가짜를 옹호한다.
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
가짜가 진짜를 몰아낸다.
어린이가 읽을 정직한 위인 전기는 거의 없다고 본다.
인생에서 무엇이 되는가보다 어떻게 사는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버나드 쇼는 한 소녀에게 동화작가가 되기 위해 이렇게 하라고 답장했다.
"첫째로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질 것.
둘째도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질 것.
셋째도 역시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질 것."
진달래는 진달래로서 아름답게 꽃피기를 바라지, 그 어떤 꽃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개나리도, 민들레도... 새들도...
책을 읽는 것은 좀 더 사람다워지기 위해서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 과학자, 예술가가 되기 전에 먼저 사람다워져야, 인간다워져야 한다.
훌륭한 대통령은 훌륭한 인간일 때만이 가능하다.(201)
아, 이런 이를 대선 후보의 참모로 앉혀야 하는 일 아닌가?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스스로 터득해 가는 자유로운 교육이다.
학습은 곧 자습이어야 하며 주입시켜서는 절대로 안 된다.
태양이 붉은 색이 아니라 노란색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의 기본 자유이며 예술이며 종교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실로 그런 자유가 있는지 묻고 싶다.(231)
학교가, 교회가, 가정이... 모두 '가짜'를 위해 '위인'이 되라고 거짓 교육을 하고 있다.
어거지로 밀어넣으려고만 한다.
누구도 '진짜'에는 관심이 없다.
하느님 아버지, 참으로 들꽃은 착하고 아름답습니다.
제가 이곳 빌배산 밑에 혼자 살면서 자신이 너무도 부끄럽고 불쌍한 목숨이구나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가장 아름답고 가장 착한 것은 들에 피어나는 작은 꽃들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243)
그는 1967년부터 안동 일직교회 문간방에서 종지기로 살다가,
1983년 빌뱅이 언덕 밑에 오두막을 짓고 여기서 2007년 작고할 때까지 살았다.
그렇게 낮은 곳에서 살았으면서도, 자신이 부끄럽다고 썼다.
가장 착하고 낮은 들꽃들에게 부끄럽다고 말이다.
이런 정신이야말로, 진짜가 아닌가?
요즘은 하느님 아버지가 아주 신용이 없어졌답니다.
돈쟁이 하느님,
권력쟁이 하느님,
폭력 하느님,
어떻게 보면 하느님이 신이 날지도 모르겠습니다.(247)
'한국 교회'의 부패상을 이렇게 쉬운 말로 적은 이도 드물다.
김두식 같은 이는 교수출신이라 한국 교회를 비판하면서도 무지 어렵게 말한다.
그러나, 착한 권정생 선생님이 보면, 쉽다.
돈과 권력과 폭력이 난무하는 교회가, 씨바, 교회냐?
거기가 사탄이고, 지옥이지~!
이런 말이라고 내가 감히 번역해 본다.
환경에 관한 관심도 어렵지 않다. 환경도 삶을 떠나면 남의 것이 되니까...
강원도 지역엔 맥주 향료로 쓰이는 '홉'을 회사와 계약하여 재배하는 농가들이 많이 있다.
이 '홉'의 꽃향기가 맥주의 독특한 맛을 낸다고 한다.
이 꽃을 벌레나 균에 손상되지 않고 수확하기 위해 엄청나게 농약을 친다.
이들 농부들을 맥주 회사에서 초청하여, 맥주를 마음껏 마시랬더니 서로 꺼렸다는...
"농약에 절인 꽃을 꼭 짜서 술에 타서 마신다는 생각을 하니 소름이 끼치더라."는 것이 농민의 말이었다.(270)
환경은 남의 문제가 아니다.
당장 내 입에 들어올 것이 아니라서 마구 오염되어도 무시한다는 것.
미국산 소고기가 들어올 때, 전 국민의 저항에 부딪힌 일은 어디로 가고,
미국산 소고기는 분명히 호주산으로 둔갑하여, 또는 '미'자를 지운 '국산'으로 승급하여,
온 국민의 건강 증진에 허벌나게 기여하고 있을 것이다.
환경 친화적인 '녹색 성장'의 대통령을 모신 덕이 이렇게 크다.
새출발하는 목사님께 드리는 편지에서 절절한 구절이 많은데, 그중 한 구절.
목사되는 것은 모든 권위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당신이 걸치고 있는 가운을 벗으십시오.
하느님의 말씀은 알몸으로 전해야 합니다.
당신의 어린양들에게는 해방을 주고,
불의를 도모하는 권세자들을 향해 외치십시오.
그래서 고통을 느끼십시오.
성공하는 목사가 아닌, 외치다가 죽는 실패하는 목사가 되십시오.(288)
더러운 거미줄을 걷어내자는 것이 아닙니다.
거미줄보다 더 더러운 게 호화판 교회 장식품이라는 것입니다.
거룩하기 때문에 화려한 장식을 해야할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하느님을 그렇게 화려하게 모시고 싶고,
성도들의 사치한 예배당이 필요하다면,
이 세상 어디에나 똑같이 화려하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312)
진짜는, 가짜를 죽여야 진짜가 남는다.
편한대로 가짜를 안고 가면서 진짜가 되기를 노리는 것을 기회주의자라 한다.
썩은 물은 비워야 새 물을 담을 수 있지, 썩은 물에 새 물을 계속 붓는다고 새 물이 되지 않는다.
아니, 되는 수도 있다. 새 물이 수백 배 많을 경우엔...
그러나, 썩은 물이 새 물을 같이 썩도록 하는 속도가, 양이 월등한 것이 세상 이치다.
정치하는 이들이,
교회하는 이들이, 세상을 바라보아야 하는 눈을 그분에게서 배워야 한다.
아니, 성경에 보면 답이 있는데,
한국 교회의 가짜들은, 성경 팔아 장사하는데나 눈이 멀었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의 무심한 일상 생활이 얼마나 잘못된 허구적 욕망에 기반하고 있는지 알게 되고,
인생의 밑바닥까지 갔다고 할 수 있는 '불쌍한 사람들 사이에 오히려 삶의 원리로서의 따뜻한 인정이 작동하고 있음을
배울 수 있게 된다.
그건, 진짜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다.
그리스도 제가 당신을 좋아하는 연고는
당신이 별나라에서 내려오셨기 때문이 아니외다.
당신이 내게 가르치시기를
인간은
피와
눈물과
불안과
광명을 막고 닫혀진 문을 여는
열쇠와
연장을 가졌노라고 하셨기 때문이외다.
그러하외다. 당신은 인간은 하느님이라고......
당신처럼 십자가에 달린 가련한 하느님이라고.
골고다에서 당신 왼편에 섰던 못된 도적도
역시 하느님이라고
우리에게 가르치신 때문이외다. (레온 필립 - 체 게바라가 가슴에 항상 지니고 살았다는 시)
낮은 곳에서 바라보아야, 높은 곳을 알게 되고,
작은 것도 크게 볼 줄 알아야, 큰 것의 소중함도 알게 된다.
자기 선 곳이 낮아서 불평이 많고,
가진 것이 적어서 세상이 싫은 사람은, 바른 삶의 길잡이, 권정생 선생을 만나볼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