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 왕의 고뇌
에밀 아자르 지음, 김남주 옮김 / 마음산책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로맹가리가 '가면의 생'이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해놓고, 2년 뒤 다시 그 이름으로 작품을 발표한다.

아마 그가 <늙음과 죽음>을 앞둔 자신이 더이상 할 말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2년을 살면서, 2년 전의 자기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고,

다시 쓴 <고뇌>가 이 책이다.

 

우리는 노인의 삶에는 지루한 일상만이 가득할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도 그랬을 거다.

근데, 자신이 살아본 노인의 삶 역시, 그닥 지루하지만은 않고 오히려 거기서 더 역동적인 삶을 발견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다시 <고뇌>를 쓸수밖에 없었다.

지혜로운자의 대표격인 '솔로몬 왕의 고뇌'를...

 

솔로몬 왕은 기성복의 왕이다.

그리고 그는 생각해 왔다. 인생은 모두 기성복과 같은 것이라고...

누구나 한때 사랑에 빠지지만, 또 쉽게 고난에 처하게 되고, 노년이 되면 무기력하게 죽음을 맞게 될 거라고...

그러나, 정작 자신이 맞은 85세의 노년은,

삶에 대한 회피와 포기 대신, 불멸에 대한 욕망과 사랑에 대한 희구로 가득했던 것이다.

새로운 발견, 그것을 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젊은이의 눈에는 열정이 있지만,

노인의 눈에는 빛이 있는 법.

 

빅토르 위고의 말을 인용하여 젊은이의 열정과 패기와 노인의 지혜와 빛을 역설한다.

그러나, 그 지혜의 빛 역시 사랑하는 아내 진 세버그의 죽음에 시들고 마는데...

 

이 소설의 절정에서 두 노년의 결합에 부치는 찬사!

 

건투를 빕니다. 솔로몬 선생님.

부디 원하는 삶을 사세요.

내일을 기다리지 마세요. 바로 오늘 인생의 장미를 꺾으시라구요!(398)

 

기성복의 왕, 그리고 인류를 향한 보편적 사랑을 논하던 '지혜의 왕'

그에게 필요한 것은 역시 <실존의 오늘>이었다.

 

이 소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주인공 '장'의 취미인 사전 찾기.

사전의 동음 이의어로 즐기는 언어 유희는 도무지 번역이 되지 않는 것들이다.

그 재미를 느끼려면 불어를 제대로 배우는 수밖에 없을 것.

이 책의 구석구석에서는 인생에 대한 유익한 아포리즘들이 가득한데...

 

죽어야 할 운명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불행한 사람들이 행복한 이들보다 행복하다.

자신의 불행에만 신경을 쓰면 되니까.(352)

 

잃을 것이 많은 사람이 더 집착이 큰 법이다. 사랑에 있어서도 그렇다.

잃을까 걱정되어 안달하게 된다. 가지지 못하는 것에도 마찬가지 속 끓인다.

그래서 죽음을 앞둔 그대라면 가진 자일수록 어쩔줄 몰라할 것임은... 그렇겠다.

 

젊은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하기야, 그들 역시 '죽어야 할 운명'임엔 변함 없으니...

 

"우린 모두 뭘 두려워하는 걸까?"

"지속되지 못하는 거."(297)

 

행복한 사람, 서로를 가진 사람에게 '갑자기' 사라지는 일만큼 고통스런 일은 없다.

젊은 사람들일수록 지속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클 수밖에 없는 것.

 

"사람이 행복해지면 삶이 중요해 져요. 그러면 죽음을 더더욱 두려워하게 되고요."(270)

"행복을 느낄 때, 사람은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겁을 내.

그런 상태를 행복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말이야."(239)

 

사랑은 행복을 부른다. 그리고 사랑하는 삶은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럴수록 상실에 대한 불안감은 늘어나는 법.

하긴, 불안하지 않다면 행복감도 줄어드는 법.

 

장은 사랑의 개념이 혼란스러워지자 다시 사전을 찾아 본다.

특이한 점은 '사랑'을 의학사전에서 찾지만, 거긴 그런 게 없다.

 

"사랑, 자신보다 상대방의 안녕을 원하고, 그에게 헌신하고자 하는 경향으로...

아, 당신도 이런 감정이 정상이 아니라는 걸 잘 알겠군요?"(188)

 

이렇게 사랑이 정상이 아닌 감정이라고 말하던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아이러니는 오히려 정상이다. ^^

그만큼 이 소설 전체가 풍자와 아이러니, 모순과 소통으로 가득하다.

소통이 되든, 불통이 되든... 사랑의 감정은 많은 것을 남긴다.

그래서 누군가는 사랑한 것을 후회하고, 누군가는 그럼에도 사랑하고 싶어한다.

아파도 아픈 줄 모르고... 가시에 찔린 심장을 안고 가는 것도 사랑인 거니까...

 

"누군가를 사랑했다면, 늘 뭔가가 남아있게 마련이니까요."(275)

 

삶과 죽음, 사랑과 갈등에 대한 것은 말로 명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운 것들이어서 더 그렇다.

이렇게 말하는 장치로 자신의 생각을 대변한다.

 

"우리가 마음에 대해서 침묵하면 할수록 정말 해야할 말을 하는 셈이 됩니다.

이 세상엔 존재하지 않음으로써 빛나는 것들이 있지요."(138)

 

삶이 그렇고 사랑이 그렇다.

인생은 온통 숨어있는 의미투성이다.

말할 수 없는 것은 그래서 침묵 속에 묵혀 두는 것이 진실에 가까워지는 방법이리라.

 

"사람의 마음은 몸이 늙는 걸 따라가지 못하네. 몸이 늙지. 마음이 늙는 게 아니야."(118)

 

노인이 되는 고통이 이런 것일까?

몸이 앞서가는 것을 바라봐야 하는 안타까움...

 

로맹가리/에밀아자르는 생각했을 것이다.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삶과 사랑의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남길 형식에 대한 스토리를...

그러나,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는 일은 한없이 어렵다. 두렵다. 그래서 이런 말로 작가의 변을 갈음한다.

 

내가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는 건 그럼으로써 나 자신을 생각하지 않기 위해서다.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일이다.

내가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순간, 고뇌가 시작되기 때문이다.(68)

 

진 세버그와의 숨가쁜 사랑을 두고 속끓이던 이야기,

자신의 고뇌를 객관적으로 두고 이야기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 이야기를 타인을 가장해서 소설로 쓰겠다는 이야기인 듯 싶다.

 

그는 스스로 자신의 삶이 망각  속에 잊혀지고 사라져가는 일을 두려워했다.

그렇지만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더욱 치열함을 전제로 하는 일이어서 쉽지 않았을 거다.

 

솔로몬 씨가 망각을, 망각속에 매몰된 이들을, 이 세상에 태어나 사랑하고 살다가 아무 흔적없이 죽어간 이들을,

과거에 누군가로 살다가 이제는 무와 먼지가 되어버린 존재들을 견딜 수 없어했다는 사실을...

그는 최고의 애정과 극도의 분노를 품고 망각에 맞서 저항했다.(33)

 

그렇소, 모두 유명한 사람들을 추억한다오.

이름없는 사람들에게 관심있는 사람은 없소.

하지만 그들 역시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고통이라는 기성복을 희망하고 고통스러워했소.

태어나면서부터 고통이라는 기성복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종점에 이를때까지 그 기성복을 겸허히 입고 있었다오.

따라서 '이름 없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은 그 자체로 거칠고 불쾌하고 참기 힘든 거요.

내 보잘 것 없는 능력으로는 그걸 받아들일 수 없다오.(35)

 

인간의 삶은 그 순간 특별하게 여겨지는 것들이라도,

긴 인류의 역사 속에서 보면 뻔하기 그지없는 사건들의 연속이다.

기성복처럼 말이다. 그것을 겸허히 받아들이든, 그 일을 불쾌하게 여기든,

지혜로운 자라면, 그것에 대하여 말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것을 말하는 일은 쉽지 않다.

고통스러운 일을 반추해 내야 하고,

그 일 자체가 특별하지 않은 기성복과 같은 것임을 인정하는 것은 또 다른 고뇌에 빠지는 길이다.

 

결국 솔로몬 왕의 고뇌는 '인류의 삶의 보편성'과 '자기 앞의 생'의 특수성 사이의 고뇌다.

망각과 기억 사이의 고뇌이며,

무명과 유명 사이의 고뇌이고,

불멸과 영원 사이의 고뇌일,

바로 <가면의 생>의 모순덩어리 얼굴을 벗겨보고자 '지혜의 왕'의 고뇌를 우리 앞에 들이미는 거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인과 바다 클래식 보물창고 4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등학생 시절,

영어 시간에 헤밍웨이의 소설 제목을 가르쳐주신 선생님이 계셨는데,

그로 인하여 헤밍웨이 소설을 집중 읽었던 때가 있었다.

그 당시의 독서라면 도서관에서 누렇게 찌든 세로쓰기 판본을 빌려 보거나,

글자가 깨알만한 삼중당 문고를 읽는 일이었는데...

헤밍웨이에 대한 기억은,

강한 남자의 이미지, 자연에 도전하는 인간의 의지... 이런 것들로 남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1950년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작가.

전쟁으로 세계를 제패하려는 도전 정신에 대한 만세였던 것 같기도 하다.

 

노인과 바다는 아주 유명하다.

그렇지만 이 책의 줄거리는 너무 단순하다.

노인이 바다에 나가 무지 큰 물고기를 잡아 돌아오던 중, 상어에게 다 뜯기고 만다는 거.

그 과정에서 노인은 온갖 간난신고를 다 이겨내는 의지의 미국인으로 등장한다는 거.

 

20세기는 자연에 대하여 인간이 가장 무모한 도전을 했던 '무한도전'의 시기였다.

인간의 욕심은 결국 세계대전과 제국주의로 표출되었고,

이 사건들의 결과로 식민지의 대자연은 재앙에 가까운 수탈 앞에 서게 되었다.

 

자연은 개발의 대상으로 인간에게 소용될 때만 의미가 있는 것이었지만,

자연은 인간의 손아귀에 꼭 잡히지 않아 인간을 안달하게 했다.

함께 사는 지혜를 발휘하지 못하고, 소유하려는 갈증에 시달리던 인간에게 자연은,

재앙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을 그 때는 미리 예견하지 못했다.

 

그 도전과 응전의 과정을 잘 나타낸 소설이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다.

 

어쩌면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일지도 몰랐다.

매일매일은 새로운 날이다. 운이 따르는 날이면 더 좋은 날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끝까지 정신을 바짝 차릴 테다.

행운이 찾아올 때는 언제나 내가 준비되어 있어야만 한다.(35)

 

자연에 도전하는 인간의 결의가 대단하다.

 

야구 생각 따위를 하고 있을 때는 아닌데. 노인은 번뜩 정신이 들었다.

지금은 한 가지만 생각해야 한다. 내가 이 세상에 나온 이유 말이지.

저 물고기 떼 근처에 큰 물고기가 있을지 모른다 .(43)

 

인간이 이 세상에 나온 이유는... 물고기를 잡는 것. 더 큰 물고기를 잡는 것이다.

 

노인은 문득 정신을 차렸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자. 바보 같은 짓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니냐.(51)

 

20세기엔 포드주의 개발이 중심에 놓였던 시대였다.

인간의 가치는, 집중해서 최대한의 결과를 낳는 것에 있었다.

노인의 정신적 가치 역시, 포드주의 생산방식과 다르지 않다.

 

노인은 틈틈이 아이 생각을 한다. 고독한 것이다.

 

"아이와 함께 나왔더라면!" 노인이 소리내어 말했다.

어쨌든 아이는 없지 않은가. 노인이 생가했다. 노인은 철저하게 혼자였다. (55)

 

힘겹게 물고기를 잡아 배 옆에 묶어서 돌아오는 노인,

그러나 자연은 노인의 횡재를 묵인하지 않는다.

자연의 것은 자연으로 돌아가야 할 것임은 당연지사.

상어들이 덤벼들어 노인의 물고기를 해체하기 시작한다.

자연의 응전은 노인을 파멸 직전에 놓이게 하지만, 노인의 정신적 승리는 강하다.

 

'인간은 패배하지 않는다."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어도 패배하지는 않아."(109)

 

자연에 도전했을 때 이미 패배는 예정된 일이었다.

자연과 인간은 공존의 대상이 아니다.

인간은 대자연의 일부로서 자연에 동화되어 살아가야 하는 존재일 따름인 것.

자연의 응전은 인간의 도전이 무모한 그것이었음을 보여주지만,

헤밍웨이의 미국혼은 좌절하지 않는다.

 

"싸울 것이다. 죽을 때까지 싸울 것이다."(123)

 

1950년대 미국은 세계대전 이후의 질서를 재편하기 위하여,

한국에서의 전쟁, 베트남 전쟁, 아랍 오일 전쟁, 아프간 전쟁, 남미의 정권 지원, 아프리카 정권 지원, 이라크 전쟁 두 번,

이렇게 <슈퍼맨>으로서의 기능을 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슈퍼맨>의 영광은 <람보>처럼 만신창이가 된 결과를 낳는다.

 

이 소설은 슈퍼맨의 가능성을 비추어주던 1950년대의 의욕적 시대를 반영한 소설이다.

의지의 미국인.

그 가능성은 이미 <슈퍼배드>로 판명났지만...

자연에 대한 인간의 도전은 아직도 생각할 거리가 많은 철학적 주제여서,

이 소설을 새롭게 읽는 작업은 두고두고 유의미할 것이다.

 

주인공 산티아고는 헤밍웨이도 알고 있었을 스페인의 산티아고 가는 길을 떠올렸을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스페인 내전에 참전했던 작가로서,

Sant-iago 가는 길의 '성 야곱'의 이야기는,

인간의 존재를 탐구하는 길로서 작가에게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도록 기능했을 것이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의 주인공 역시 양치기 '산티아고'였음을 생각하면,

산티아고란 이름이 가지는 의미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인간이란, 도대체 왜 사는가? 그리고 인간은, 과연 무엇인가? 이런 것을 생각하게하는 코드로서의 이름이니 말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2-07-23 08: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안철수의 생각 -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
안철수 지음, 제정임 엮음 / 김영사 / 201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름 참 평범하다.

철수와 영희는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 주연배우로 등장할 정도로

고유명사라기보다는 60년대 일반명사로 자리잡았다.

 

철수가 문제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이 지난 5년간 저지른 패악은 국민을 경악케 하였다.

그러나... 4.11 총선 결과,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여전하였으나, 민주당 지지자들 역시 여전하였다.

노무현 관장사도 먹히지 않았다.

도대체 무엇이 4.11 총선을 이토록 참담한 결과를 낳게 하였나?

그것은 '야당'의 부재였다.

집권 여당의 폭거에 찍~소리도 못한(하긴 대통령이 그 소리 내지 말라 했으니... ㅠㅜ) 야당은 야당이 아니었던 것이다.

천안함 사고 이후,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촛불 집회와 한미 FTA, 미디어법 통과 이후,

4대강 공사와 서울시장선거 청와대 및 한나라당 부정개입 의혹, 대통령의 아들에 대한 부당 증여(퇴임도 하지 않은 대통이 사저를 증여한 세계적 본보기가 된 사례일 것임)에 대한 무조건적 혐의 없음.

용산 철거민들? 서울시장선거 개입한 말단 비서들? 무조건적 졸라 열라 혐의 있음...(무조건 5년 이상!!! 선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시대를 흐름따라 오면서 '바보의 당'은 어떻게 사는지를 민주당은 보여준다.

그리고 10.26 서울시장 선거에서 10번 박원순 후보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넘겨준다.

그정도면 깊이 뼈를 깎는 반성을 해야했지만, '바보당'은 박원순의 승리를 자기들의 승리라고 착각한다.

국민이 왜 박원순을 믿을 수밖에 없었는지... 아직 모른다.

 

다음 주 드디어 안철수가 '힐링 캠프'에 나간다.

몰상식 여당은 '정치하겠다는 사람이 왜 오락프로에 나가?' 하면서 비웃는다.

거기 젤 첨 나간 여자가 있었는데? 역시 몰상식하다. 그 여자 말도 못하면서 그 프로 1빠였는데~ 문재인에 2빠고.

안철수의 출현에 '바보당' 대선 후보라는 떨거지들은(이 바보 떨거지들은 무시못할 세력이 있다. 한심하지만...) 자기들은 안 부르면서 철수의 등장에 열받았다. 그러니 바보일 수밖에 없다. 박원순의 승리를 보면서도 배우지 못했다면 스스로 배를 가르진 못할망정 좀 처박혀서 사탕이나 빨면 좋으련만, 바보들은 또 민주당 후보 자리를 기호 10번 무소속에게 넘겨줄 준비를 착착 하고 있다. 바보당이 전당대회 하면 뭐하나? 총선에서 참패한 걸 보고도 모르나? 역시 바보는 바보다.

하긴 자기네 정봉주가 잡혀가는데도, 바보들은 멍때리고 있더라. 바보들...

 

이 책에서 철수는 딱, 철수가 하는 이야기 정도만 한다.

어떻게 보면, 노무현 책보다 깊이가 없을 수도 있다.

교육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고민이 없어 아쉬울 정도다. 하긴 하나 있는 딸을 미국에서 길렀으니 한국 교육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겠다. 기껏 다닌 학교가 부산고, 서울대 의대, 이러니 한국 교육에 대해 모를수밖에...

 

그렇지만 안철수 원장에게 믿음이 가는 것은 많다.

 

그는 상식적이다. 고지식하지 않고, 혼자의 힘을 믿지 않는다.

정치는 많은 부분 자신의 판단이 중요하다. 찬반을 골똘히 듣고 결정적 판단을 내려야 하는 외로운 자리가 대통령의 자리다.

그래서 대통령은 '상식'적인 판단을 내려서 국민의 동의를 등에 업고 살아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초반에 잘 하다가 놓쳐버린 점이 국민의 동의 였다.

애정이 애증으로 변하는 건 순간이다. 한 방에 훅간다.

 

그는 경험이 없다. 정치해본 일이 없다. 그것은 지금 정치가들처럼 '나쁜 경험'으로 가득한 넘들의 험담이다.

'나쁜 경험'도 해본 적이 없어서 그에게 믿음을 줄 수 있다. 박원순 시장을 보라. 그가 시장해 본 경험 없지만 잘 하고 있잖은가?

그런 그네아빠는 경험이 있어서 18년간 해처먹었고,

문어대가리는 경험이 많아서 '민주 정의 당'의 이름으로 살육의 피비린내를 풍겼으며,

찍소리 못하는 현직 대통은 경험이 많아서 나라를 말아 먹었나?(음... 이건 쫌 맞다. 현대건설 말아먹고, 서울시 말아먹고...)

 

정의는 같은 출발선, 공정한 규칙, 패자부활의 사회 안전망... 이런 당연한 말이지만,

워낙 한국에 없는 것이어서 눈물겹게 반갑다.

하긴 이런 말들은 유시민, 노무현에게서도 당연히 듣던 거다.

뭐, 읽진 않지만 정희 딸 책에도 뻔하게 나올 말들이지만...

 

재벌 개혁 운운에도 '내부거래 및 편법 상속'은 법적 처리해야 한다는 상식도 반갑다.

전경련을 '재벌 조합'으로 부르면서 '노동 조합'을 불온시한다고 비꼬는 상식도 멋지다.

공동체의 이익에 기여하면 전경련도 해체할 필요 없다는...

씨바, 삼성은 개혁하면 안 된다는 '장학생 검사' 역시 처리해야 하는데,

이 책에 안 나오는 <고위공직자 수사처>역시 상식적으로 동의하리라.

검찰 개혁 역시 여기서 시작해서 <청와대 변호인단>으로 활동하던 더러운 것들 처리해야 한다.

 

그의 상식 역시 ... <법적 저항>에 부닥칠 것이다.

그래서 상식 뒤에서는 <조직된 시민의 힘>이 필요한 것이다.

이제껏 몰상식하게 <법>을 등뒤에 업고 불법을 저지르며 '돈과 권력과 세습'을 봉건적으로 누려온 자들과 맞서러면,

통합의 상식으로는 부족하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그가 자꾸 거론하는 <감당할 능력>보다 <감당하겠다는 각오>일는지도 모른다.

어제 어떤 재섭는 사진을 보니 119 장난전화하던 자식이 용감한 녀석들 흉내를 내고 있었다.

몰상식 안에는 용감한 녀석들이 많다.

용감한 녀석들은 법의 정신에 입각하여, 검사도 너그럽다. 니케도 투명 안대를 하고 감싸준다.

이들과 통합적 연합 정부를 꾸릴 정도의 나이브한 생각이라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으면 좋겠다.

누구 말처럼... 정말 더러운 꼴을 더 보고, 막장 정부가 나라를 완전히 말아먹은 다음 대선에서나,

혁명적 대통령을 기대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수 있다.

그만큼 그에게 필요한 것은 상식적 토론이 아니라,

<전투에서 살아남아야겠다는 각오>일지 모르는 엄정한 상황이다.

 

그가 집권한다면 물론 독단적이지 않을 것이다.

인재 추천 위원회 등을 가동하겠다는 말은 좋지만...

이 사회는 학벌, 족벌, 재벌 등의 봉건 사회의 연장선이다.

청문회에서 털어 먼지 안 날 '인재'가 과연 흔할까?

그의 <전투>는 지난 질곡의 100년의 부정부패의 <혼>과의 '전쟁'이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노무현이 싸우다 져버린 그 전쟁 말이다.(그 100년 안에는 '동서 냉전'의 참혹한 전쟁과, 제국주의의 혼을 이은 '군사 독재', 그에 세뇌된 계급을 배반하는 민중의 선택들이 가득한 오리무중의 늪 투성이가 가득차서 한발 앞으로 나아가는 데도 믿음을 갖기 힘들 것이다.)

 

대통령 선거라는 전투는 그래서 어쩌면 낭만적인 한판 싸움이다.

노무현은 이겼으나, 노무현 대통령은 졌다.

안철수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 가득히 안고 이 책을 넘긴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최고, 출산율 최저란 수치로 절망 최고, 희망 최저를 읽고,

사회적 지출 최저, 조세의 사회적 재분배 최저, 불평등 최고를 깨닫고 있는 대통령이 등장하는 일은,

747의 종이비행기가 당연히 허구임을 알면서 그가 권좌에 오르는 일을 보고 있는 우울한 일보다 행복할 것이다.

 

삼송의 불법에 대하여 '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쪽에 기울어져'있는 현실과,

노동자의 죽음에 대하여 '법치주의는 약한 사람을 돕는 것'임을 상식적으로 이야기하는 대통령을 갖게 된다면,

비록 삼송이 반성하진 않더라도... 국민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삼송이 돈을 준 검찰들은 여전히 국민과 싸울 것이고, 그래서 <고위공직자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나쁜 놈>이 법치에서 이기는 국가는 <몰상식>이 이기고 있는 전쟁이기 때문인데,

과연 안철수의 집권이 싸워나갈 그 길에 다시 민주주의란 이름으로 들어야 할 촛불이 얼마나 열렬해야할지...

국민의 이름으로 상상해야 할 때이다.

 

강물이 얼마나 세게 흐르는지 알려면 강둑에 앉아 바라만 봐선 안 된다.

양말 벗고, 신발 벗고 들어가봐야 한다.

물살의 세기는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 방법이다.

성공이든 실패든 그 경험은 반드시 나중에 도움이 된다.(248)

 

스스로 멘토가 되어 멘티인 학생들에게 들려준 한 대목이다.

이제 거꾸로 자신에게 이 말을 들려주기 바란다.

 

개인의 실패는 나중에 도움이 되지만,

정치판의 실패는 나중을 기약하지 못할 수도 있다.

섣불리 들어간 강물 안에서 온몸으로 느끼며 견디기 힘들 정도로 강적을 만난다면,

그 흐름에 목숨을 앗길 수도 있는 곳이 그곳이다.

 

이제 그의 선택은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의 생각이 <청춘 멘토링>을 넘어서, <대통령의 자질>로 채워진 것으로 본다면 말이다.

그의 주변에서 어떤 구도로 대선에 나서는 것이 가장 뽀대나는 일이며,

'전투'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확실한 것인지를 조율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가 선택을 하고,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은

어쩌면 다시 새로운 <전쟁>에 점화식을 선포하는 일에 다름아닐지 모른다.

그 역시 숱한 <전투>를 겪어야 할 것이며,

국민들은 숱한 <전투>에 발맞추어 촛불을 들거나, 울화를 터뜨려야 할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이렇게 상식적인 성숙한 지성인을 대통령으로 가질 수 있는 국민이라면,

비록 맞아서 울고 있더라도 조금은 행복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판도라의 상자' 안에서 나온 온갖 악덕과도 같이, 그 '희망'이라는 넘이 주는 고통 역시 작지 않은 것인줄 알기에,

아픔을 겪더라도 다시 어깨를 겯을 의지를 느끼게 해주기에,

행복하게 살아갈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거란 희망을 주기도 해서,

마음은 무겁지만 기분은 좋다.

 

재밌게... 살고 싶다.

 

---------

엮어읽기

 

오연호 <안철수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

 

따라서 지금 민주통합당은 자신이 5%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안철수만 있으면 이기는 상황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보다는 스스로 50% 부족하기 때문에 안철수 현상을 허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인식해야 한다.

99%의 국민의 힘을 등에 업고 1%의 세상을 바꿔주기를 바라는 책...


댓글(6) 먼댓글(0) 좋아요(4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aint236 2012-07-22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아직 제 생각에는 안철수는 주저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정치권에서 흠집내기 식으로 들먹거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게 결국은 안철수를 정치판으로 불러 들이는 일이라는 것도 모르고 말입니다.

글샘 2012-07-22 14:39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출사표입니다.
힐링캠프에 나오는 일 역시 마찬가지죠.
민주당 후보 누구도 박근혜 대항마론 부족하단 걸 민주당 스스로 알면서 안철수 흠집내는데 나서는 거 보면 바보들 맞습니다.

좋은생각 2012-07-24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철수님은 외유내강.도전과최선을 다하는 삶.남이 기준이 아니라 남이 있든지 없든지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고 자신에게 부끄럽지않게 살아가시는 모습. 이 시대의 멘토. 남이 하고 있으면 불안해서 견디지 못하고 불나방처럼 불에 뛰어드는, 그래서 자신과 아이들을 혹사 시키는 우리에게 일침을 놓아주신다.

글샘 2012-07-24 09:16   좋아요 0 | URL
이제까지 당을 보지 말고 사람과 공약을 보라고 하는 말이 다 거짓말이었거든요.
당뿐이고, 사람도 공약도 다 뻥이었으니 말이죠.
처음으로 제대로 된 의견을 발표하는 사람을 만난 느낌이랄까...
진보 노회찬 씨 공약도 멋진데... 진보당은 집권 의욕이 없다는... 가능성도 없어서 그야말로 공약인...
그래서 사람들이 기대를 거는 거죠. 가능성도 있고, 사람도 멋지고 공약도 있고...

보고싶은건많음 2012-07-27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상식이 제일 무섭습니다. 자기 생각이 완고하고
준비했다하면 틀렷단생각이 들지않는게 제 생각이고
그 결과는 자기와 다르면 비상식적이군요 라는
모순점이 생길거라는게 일단락적으로 제 생각입니다
할꺼란 모습이 뻔히 보이기에 가증스럽기까지 합니다.
자신이 진보라 하면 보수쪽생각을 한번해볼것이고
반대로 될수도있을텐데 뭐 보여지는 바로는 진보쪽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상식으로 포장하는 모습이 좀그렇네요.
다만 더 중요한건 안교수님의 할까 말까
두둥실하게 돌려말하고 결단력이없어보여 실망이큽니다.
그리고 제가 제일무서운건 안철수교수님을 무턱대고
클래스나 주관적생각없이 지지하는 인원이
좀 많은것 같아 20대초반에게 실망을
많이했습니다. 이유도 타당도없는 지지는 실망과 배신감
까지로도 다가올텐데 무튼 이생각 저생각 많이들게하네요

글샘 2012-07-27 12:10   좋아요 0 | URL
자기와 다르면 억압하는 게 몰상식이 한 일이죠.
안철수의 인기는... 몰상식에 식상한 사람들의 혐오감의 표출로 보입니다.
적어도 추악하고 오염된 사람같진 않으니까요.

타당도 없는 지지이긴 하지만, 이미 더럽기로 정평이 난 정치가보다 나을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정도로 국민의 민심을 잃은 정치가들은 진지하게 반성해야하는데, 그걸 또 욕만하고 있으니 지긋지긋해서 안풍은 더 거세질 거 같아요.
 

맹인부부가수

                          정 호 승

 

 

눈 내려 어두워서 길을 잃었네

갈길은 먼데 길을 잃었네

찾아오는 사람없이 노래 부르니

눈 맞으며 돌아가는 저 사람들 뿐

사랑할 수 없는 것 사랑하기 위하여

용서받지 못할 것 용서하기 위하여

눈사람을 기다리며 노래 부르네

세상 모든 기다림의 노래 부르네

 

노래가 길이 되어 앞질러 가고

돌아올 길 없는 길 앞질러 가고

함박눈은 내리는데 갈 길은 먼데

이 겨울 밤거리에 눈사람 되었네

아름다운 이세상을 건질때까지

절망의 즐거움이 찾아올때까지

무관심을 사랑하며 노랠부르네

눈사람을 기다리는 노랠 부르네

 

 

http://cafe.daum.net/communebut/V8ff/983

 

(맹인가수부부, 노래 듣기..)

 

 

 

 

 

 

 

 

 

 

 

 

 

정호승이 이 노래를 부르던 시절은 70, 80년대 그 어둡던 시대였다.

일제 강점기 이육사가 '청포도'에서 '그'를 기다렸듯이,

어두운 시대 '눈사람'을 기다린다.

 

안철수, 그가 눈사람이란 보장은 없다.

그렇지만, 너무 어두우므로...

할 수 있는 일은 기다리는 일밖에 없으므로...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오지않는 '고도 god-o'를 기다리듯...

눈사람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택배 기사를 기다리는데,

당일 배송은 이제 1시간 15분 남았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봄나무 2012-07-21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호승 시인의 이 시 제가 참 좋아하는 시예요. 노래도 물론. 뭔가 앞이 보이지 않을 때, 힘들 때 저는 이 노래가 자꾸 떠오르더라구요. 가슴을 저미는 슬픈 노래예요^^

글샘 2012-07-21 18:43   좋아요 0 | URL
대학 시절, 선배가 부르는 노랠 듣고 혼자서 기타치면서 악보보고 배운 노랜데요... ^^
빛이 보이지 않을때,
맹인 부부는 서로를 의지하고, 의지가 되지 않을 두 사람이 의지하고,
눈사람... 겉과 속이 같을 것 같은 사람,
눈사람... 오랜 시간 지나도 거기 서있을 것 같은 사람,
그 사람을 기다리는 마음이 절절해서 저도 참 좋아합니다.

봄나무 2012-07-21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눈사람을 기다려봅니다. '세상 모든 기다림의 노래'를 저도 혼자 불러 봅니다.^ ^

글샘 2012-07-22 21:59   좋아요 0 | URL
같이 기다립시다. ^^ 여럿이 같이 기다려야 덜 지루하잖아요.
 
산티아고 길에서 나를 만나다 신정재이야기 3
신정재 지음 / 성광D&P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Sant-iago는 '성 야고보'란 뜻이다.

순례길로 유명한데, 한국인들이 부쩍 늘었단다.

한국인들의 유난스런 여행일수도있지만, 한국에서 사는 일이 그만큼 고행의 삶이란 말도 되리라.

아니면, 한국인들이 잃어버린 정신의 지도를 낯선 이국땅에서라도 찾아보려는 노력일지 모른다.

 

이 책은 노부부가 기도삼아 순례길을 떠난 이야기다.

노부부의 다정한 사진이 정겹다.

 

이 책을 보면서 혼자 웃은 건... ㅋ~

한국인들은 외국나가면 표가 난단다.

한국의 중년들은 '등산복'을 넘 좋아한다. ㅎㅎ

아주머니가 대개 등산복을 입고 사진을 찍어서... ㅋ~

 

70 평생을 살아남은 증거로 카미노 데 산티아고를 걸었다고...

 

순례길 떠나기 전에 '크레덴시알'이란 증명서를 만들라 하는데,

거기 '순례 목적'을 쓰도록 하는데, 작가는 의문을 표한다.

그렇네. 종교, 문화, 스포츠, 영적인 이유, 기타... ㅎㅎ

좀 이상한 설문이다.

사는 건 목적이 없듯, 순례길 역시 목적이 있나? 그저 걸을 따름이지...

 

누구나 당연히 영적인 이유와, 건강과, 종교적 명상을 하며 그 길을 걸을 것은 당연한걸...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용기를 얻고자 하는 이들에게 권할만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