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중 - 타인의 증거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199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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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2권은 원제가 La preuve (증거)이다.

1권에서 대단한 노트, 2권에서 증거라...
궁금해서 미리 찾아본 3권의 제목은 Le troisieme mensonge ( 세 번째 거짓말 )이다.

3권을 아직 읽지 않은 상태에서 뭐라고 말하긴 그렇지만,

작가는 이 3부작에서 뭔가의 시스템을 구축하려 했던 것 같은데...

1권의 대단한 노트는 신화적 세계의 바탕을 깔아 두고, 인간 존재의 속됨을 전제하면서,
2권에서 인간의 존재가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존재의 소중함을 증명하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증명하려 한 것 같기도 하다. 아마도... 3권에서는 모든 것이 증명 불가능하거나, 부재함만을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려는지도 모른다.

난 이제 깨달았네 루카스,
모든 인간은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걸.
그 외엔 아무 것도 없다는 걸.
독창적인 책이건, 보잘것없는 책이건, 그야 무슨 상관이 있나.
하지만 아무것도 쓰지 않는 사람은 영원히 잊혀질 걸세.
그런 사람은 세상을 흔적도 없이 스쳐지나갈 뿐이네.

인간의 삶은 한 권의 노트에 기록될 정도일는지 모른다.

부친의 죽음을 넘어 국경을 넘은 쌍둥이 형제의 이름을 '클라우스'라 부르고, 남은 아이를 '루카스'로 명명하는데,
이 둘의 스펠링은 우연히도 같다.

2권에선 루카스의 삶이 담담하게 그려진다.

1권에서처럼 스펙터클하고 다양한 사건들은 벌어지지 않는 반면,
담담하게 그려지는 몇 사람의 삶들이 올올이 얼키고 설킨다.

야스민과 마티아스, 신부님, 클라라, 페테르... 

이들과 루카스는 밀접한 듯, 외따로 살아간다.
누구도 친밀감을 드러내며 살아가지 못하는 헛도는 바퀴들이다.

해골이 둘에서 셋으로 늘어나지만, 루카스의 정신적 공황과 오버랩되면서, 클라우스가 등장한다.

클라우스의 등장과 비밀 노트의 전달까지는 잘 나가다가,
갑자기 클라우스의 '존재'에 대한 의문과 '부재'에 대한 증명이 등장한다.

전쟁 중에 호적이 엉망으로 기록되어 있을 수 있고,
기록이 없는 존재도 충분히 있을 수 있고,
기록만 있는 부재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이런 혼돈의 와중에 쌍둥이인 루카스와 클라우스는 어떤 존재들인 것인지,

제3의 거짓말...편을 읽지 않을 수 없게 하는 흡인력이 있다.

1권의 신화적 상상력이 다양한 스토리를 박진감넘치는 풍자 소설로 독자를 이끄는 데 비해,
2권의 전기적 서술은 다소 지루함을 느끼게 한다. 판타지 역시 몽롱하고 희미하여 독자를 혼돈의 안개로 이끄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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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2-08-08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구를 우주에서 쳐다보면... 거대한 산조차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 저기 어디에 도대체 인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우주 입장에서의 '먼지' 정도 밖에 안 되는 인간의 작은 존재를 느낄 때면 왠지 허무하다가도...
이따끔씩 인간의 완벽한 인체의 신비를 접하거나 내면의 아름다움을 보게 되면,
'도대체 신은 어쩌자고 이렇게 멋진 생물을 만들었을까' 싶은 경외심 비슷한 기분을 느끼고는 합니다.(웃음)

문제는 인간들 대부분이 자신이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모른다는 것이죠.

늘 그렇듯, 글샘님의 '책 읽는 남자의 서재'라는 타이틀은 멋지게 느껴집니다.
'책 먹는 외계인의 서재'라고 표절하고 싶어도, 요즘은 도통 책을 먹지를 못하니,,,,;
아무래도 영양결핍이 걸린 것 같습니다, 저는.
이렇게 댓글을 달면서도 '도대체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라고 이해를 못 하고 있어서 말입니다.=_=;

글샘 2012-08-08 16:5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어쩌자고 신은 엘신 님 같은 생물을 만든 거죠?

그럼 '책 먹고 싶은데 도통 못 먹는 외계인의 서재'라고 걸어 두심 되잖아요. ㅎㅎ

음... --;
전염병있으시죠? '도대체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신드롬...

L.SHIN 2012-08-08 19:19   좋아요 0 | URL
이런 들켰나요?
같이 '내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야' 바이러스를 퍼트려보자구요, 기왕 이렇게 된거.(웃음)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상 - 비밀 노트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199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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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원제 : Le grand Cahier (굉장한 노트)

 

전쟁과 인간에 대한 적나라한 풍자 우화

 

아고타 크리스토프란 작가는 헝가리 출신인데 밀란 쿤데라처럼 불어로 소설을 쓰는 디아스포라다.

헝가리 역시 전쟁통에 온갖 나라들의 길목 역할을 했던 나라였고, 그 체험이 이 소설의 밑바탕이 되었을 게다.

 

이 소설은 에둘러 묘사하고 설명하는 바가 없다.

어쩌면 표지에 드러난 그림처럼,

두 쌍둥이 아이들 외에는 모두 흐릿하게 처리된 배경으로 존재한다.

 

두 쌍둥이 아이들은 엽기적인 사고방식으로 세상에 대처한다.

그러나, 엽기적인 것은 그 아이들보다 더한 세상이 아닐까?

미쳐돌아가는 전쟁터와, 인정머리라곤 없는 인간들,

그 와중에서도 벌어지는 온갖 추잡한 인간 군상의 어리석은 노릇들을,

작가는 쌍둥이들의 눈을 통해서 보여준다.

 

쌍둥이들은 영리하다.

그 아이들은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시점을 확보하였고, 그것을 '대단한 노트'에 기록할 수 있었다.

그 첫번째 책에서는 쌍둥이들이 어떻게 단련되었는지를 잘 다루고 있다.

 

그들의 '대단한 노트'가 생기기 전까지 '우리의 공부'가 필요했다.

그 공부법은, 서로 작문을 봐주고 고쳐주는 것이다.

 

우리가 '잘 했음'이나 '잘 못했음'을 결정하는 데에는 아주 간단한 기준이 있다.

그 작문이 진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것들, 우리가 본 것들, 우리가 들은 것들, 우리가 한 일들만을 적어야 한다.

감정을 나타내는 말들은 매우 모호하다.

그러므로 그런 단어으 사용은 될 수 있는대로 피하고,

사물, 인간, 자기 자신에 대한 묘사, 즉 사실에 충실한 묘사로 만족해야 한다.

 

이것은 작가가 사실성을 획득하기 위한 방편으로 그러한 서술방식을 차용하겠다는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작가는 그렇게 하고 있다.

 

그렇게 어린 아이들의 눈을 통해 바라본 전쟁은 참혹한 것이었다.

부모가 자식을 버리고, 자식이 부모를 버린다.

동성애가 만연하고, 고독한 인간은 짐승과 흘레붙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세상이 온통 혼돈과 살인으로 가득한데, 새디즘과 마조히즘 따위야 귀여운 행위로 치부된다.

 

전쟁터이니 포로는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아 마땅한데,

그 포로를 희롱하던 하녀, 그 음탕한 여자는 어찌되었건 폭발물의 세례를 받아 정화된다.

이런 것에서 이 쌍둥이들의 행보가 자못 궁금해진다.

 

여느 소설에서 할애하는 배경과 인물을 파악하기 위한 도입부의 지루함을 이 소설에서는 맛볼 수 없다.

전쟁터에서는 도입부와 전개부와 재현부와 절정 및 대단원을 코스별로 맛볼 수 없기 때문일 게다.

전쟁터에선 디저트가 먼저 나오든, 애피타이저가 생략되든, 먹을 건 닥치는대로 먹는 게 수다.

마찬가지로, 이 소설에서 쌍둥이의 등장과 함께 온갖 부조리로 가득한 인간 군상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의 삶을 비평할 겨를도 없이, 바로 그들의 삶의 악취 속으로 독자는 빨려 들어간다.

 

그래서 쌍둥이와 함께 할머니의 방을 훔쳐보고, 장교의 방을 염탐하며,

하녀의 사타구니를 비비적거리는 장면이나 이웃집 여자애가 개에게 가랑이를 벌리는 장면에 바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전쟁터의 비극적 하루는 쇼킹한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지는 삶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 상처를 벌려서 보여주는 이는 무표정한 작가다.

그렇지만, 아무리 단련하는 장면을 되풀이하여 강조한대도,

비밀 노트의 이면에 드러나는 상처에서 흐르는 핏줄기에서 느껴지는 통증마저 제거할 수는 없다.

아니, 오히려 작가는 불감을 통해서 감각의 극대화를 기하는 역설법을 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 책의 첫 번째 책을 펼쳐든 사람은,

철조망 저편으로 건너간 사건의 후속편을 궁금해하며 두번째 책을 펼칠 수밖에 없다.

더럽고 잔인하고 폭력적이지만,

유쾌하고 경쾌한 스피드로 작가는 전쟁의 아이러니의 도가니로 독자를 유인한다.

 

쌍둥이의 엽기 행각과 귀여움에 매료된 독자라면,

작가의 미로 속을 기꺼이 통과할 마음을 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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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8-08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3권이라 읽고 나면 꽤 뿌듯할 것 같네요.
어디다 적어 놔야겠어요. 누군가에게 선물할 책으로도 좋을 듯해서요.
각기 다른 책 세 권보단 연속적인 내용의 책 세 권이 좋잖아요.

글샘 2012-08-08 16:52   좋아요 0 | URL
그 누군가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어야 할 거예요.
좀 어렵고 읽기에 불편한 책이거든요. ㅋ

페크pek0501 2012-08-09 13:59   좋아요 0 | URL
책을 선물할 땐 당연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죠.
아무에게나 책을 선물할 순 없잖아요. 그리고 선물할 책은 좀 어려워야 해요.
술술 읽힐 정도로 쉬우면 안 돼요. 전 그렇게 생각해염.ㅋㅋ

너무 더워서 지금 냉커피 타서 마시고 있어요.
아무리 더워도 커피는 뜨거운 걸 마시는데 오늘은 점심 먹고 나니 더워서
찬 게 마시고 싶더라고요.
아, 빨리 8월 말이 왔으면 좋겠어요. 아침 저녁으로 시원한 늦여름을 기다려요.

글샘 2012-08-09 16:57   좋아요 0 | URL
저는 8월 말이면 개학이라 싫은데요~ ㅋ~
음... 책을 선물할 친구가 수준이 좀 있군요. ^^
 
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 - 테오에세이
테오 글.사진 / 삼성출판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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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동경하는 곳이 두 군데 있다.

하나는 '산티아고 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우유니 사막의 소금사막'이다.

산티아고는 후년에 반드시 걸을 것이고, 우유니 소금사막은 언제까지나 마음 속에 담아만 둘 것이다.

가보지 않은 길이 더 아름다울 수 있으므로...

 

테오의 이 책은 감성으로 가득하다.

새파란 소금 사막의 하늘빛을 이토록 잘 담은 사진도 멋지지만,

여행자의 조금은 칼칼하게 먼지 묻은 목소리로,

콧등은 새카맣게 그을려서 꺼풀이 한 꺼풀 벗겨지는 낯빛이지만,

욕심없는 웃음을 한 자락 물고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는 바람이 묻어있다.

 

우리가 사는 날마다의 삶에는 사람과 사람이 부딪쳐 닳아가는 냄새로 가득한데,

그 냄새가 향기롭기보다는 어디론가 피해버리고 싶게 만드는 냄새이기 쉬운데,

훌쩍 떠날 수 없어 마음만 가득한 사람들에게,

부럽게도 이렇게 자기가 느낀 감정을 진하게 담은 글로 옮겨낼 수 있는 사람도 있음에 세상은 살 만하다.

 

마음이 너무 복잡하여 '힐링'이 필요한 사람에게 권하는 책이다.

 

우월한 방식의 행복은 남과 겨루는 행복,

남의 몫을 거둬 내 안에 가두는 방식의 행복.

남다른 방식의 행복은 내 안의 가치를 보는 행복,

내 안의 것들 사용해 세상과 나누는 방식의 행복.

 

이 책의 특이한 점은 페이지를 매기지 않은 것. 그리고 책을 상하로 넘기도록 제본한 것.

하긴, 어디쯤 살아왔는지 궁금해할 필요 없듯이,

어디쯤 읽고 있는지도 궁금해할 필요도 없겠지.

 

문득, 그렇게 행복한 구절은 만나볼 수 있는 것이니까.

 

나는 지금 다른 방식으로 행복합니다.

우월이 아니라 다름, 보다 우월해서가 아니라 남다르기 때문에 행복합니다.

다르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느낍니다.

 

여행에 대하여...

 

현실을 포기하는 사람은 여행자가 아닙니다.

여행자는 인생을 이해하고 자아를 사랑하는 사람,

여행을 통해 일상을 정돈하고 여행에서 돌아와 더 나은 일상을 조성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보통의 여행기와 비슷하면서 다른 이 책은,

그래서 비슷하면서 다른 이유로 독자를 행복하게 한다.

 

은을 녹여서 점치는 사람이야기.

냄비 같은 그릇에 은을 녹이면서,

테오 : "점괘가 어떻게 나왔나여?"

점쟁이  : "봐, 이게 당신의 미래야. 당신의 점괘야."

테오 : "그래서여, 어떻게 나왔냐구여, 점괘가."

점쟁이 : "잘봐, 너의 미래잖아, 어때?"

테오 : "뭐가여?"

점쟁이 : " 지금 보고 있잖아, 자기 미래를 보고도 몰라?"

테오 : "--------------"

점쟁이 : "뭐래,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거래?"

 

행복은 미래는 '자기가 알고 있는 범위' 안에 있는 건지도 몰라. 그런 건지도...

내가 애써 눈감고 지나친 그 지점에 놓였던 그 거무데데한 것이 행복이었는지도...

 

선인장더러 묻는다.

 

이봐 이봐, 뭐가 그렇게 행복해서 불끈거리는데?

행복은 무슨, 그냥.

무슨 기력으로 그렇게 불끈거리느냐고!

기력은 무슨, 그냥 불끈거리는 거야.

 

삶은 이렇게 애쓰지 않고도 불끈거리며 살아야 하는 걸 게다.

베또라는 꼬마가 보물을 보여준다고 까분다.

그를 따라가서 기다린다.

별것 아닌 걸로 수선이라 생각하는 화자에게 베또는 소리친다.

 

어서 따라와요. 테오.

보물을 안 볼 거예요? 해가 지고 있다고요.

 

아, 그렇게 생각하면... 별것 아닌 일 하나도 없구나.

내 주변의 모든 일, 별것 아닌 일 아무 것도 없구나...

 

알려진 것과 진실의 차이...

세계에서 가장 큰 그리스도상은 볼리비아에 있다.

보통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의 그것을 떠올리지만, 진실은 다르다.

브라질 : 해발 710미터, 높이 30미터, 구조물 8미터, 합 38미터

볼리비아 : 해발 2840미터, 높이 34미터, 구조물 6미터, 합 40미터

 

어디에 놓여있는가에 따라 미스터리와 노멀을 결정합니다.

하나는 기적의 건축물이 되고, 하나는 평범한 동상이 됩니다.

나는 궁금합니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 놓여 있나요?

걱정 마세요.

진실이 알려지는 순간, 당신의 진가가 알려지는 순간,

사람들은 더 큰 놀라움으로 당신을 감탄하게 될 테니까요.

 

이별하는 방법에 대해서 탁월한 방법을 알려준다.

맞다. 금연의 방법도 마찬가지다.

방법은 단 하나.

 

티티카카 호수를 떠나는 방법. 돌아보지 말 것.

 

모든 이별에 미련이 남으면 안 된다.

돌아보지 말고 가면 된다. 그러면 이별할 수 있다.

 

혼자서 걷노라면, 두렵거나 외롭지 않으냐고 묻기 쉽다.

그 답도 간단하다.

 

기억하세요.

낯선 골목을 걷는 방법.

고개를 들고, 어깨에 힘을 빼고, 천천히 걸어가세요.

천천히

걸어가세요.

 

문제는 이런 글을 읽고,

나처럼 천천히 마음을 움직이는 자만 있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 골목을 천천히 걸으러 가는 자도 있다는 데 있다.

그들은 강도를 만나기도 하고, 사기를 당하기도 한다.

특히 여성들은 성추행을 당하기도 하고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닿기도 한다.

 

뭐, 자기 삶의 결정은 자기가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난 남미는 안 갈 거란 이야기다. 무서워서...

저렇게 천천히 걸어갈 자신이 없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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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야 사는 나무 예술과 심리 동화 시리즈 4
무세중 그림, 고희선 글 / 나한기획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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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카 나무...

이름이 벌써 죽음이다. ㅋ~

 

잘난 체하기의 극치인 킹카 나무에게 못생긴 씨앗이 하나 날아 든다.

인연이 생긴 거다.

 

그 씨앗을 떨쳐내고 싶었지만,

킹카 나무, 시름시름 자신을 다 빼앗긴다.

 

빼앗긴 것이 아니라,

다 주고 만 것.

 

산다는 건 그런 거다.

산 것은 죽은 것에 기대어 살고,

큰 것이 볼품없는 것에 기대어 살게 되는 법.

그런 순환의 원리를 바라보는 시간만큼은,

잘아지지 않는 것.

 

예술과 심리 동화란 이름으로 나온 책이다.

자신을 돌아보기 원하는 사람에게 권해줄 법한 책.

 

복효근의 '버팀목에 대하여' 같은 시를 읽고,

삶의 의미를 곱씹어 보고픈 사람이라면 한번쯤 만나도 좋을 책.

 

 

태풍에 쓰러진 나무를 고쳐 심고

각목으로 버팀목을 세웠습니다

산 나무가 죽은 나무에 기대어 섰습니다

 

그렇듯 얼마간 죽음에 빚진 채 삶은

싹이 트고 다시

잔뿌리를 내립니다

 

꽃을 피우고 꽃잎 몇 개

뿌려주기도 하지만

버팀목은 이윽고 삭아 없어지고

큰바람 불어와도 나무는 눕지 않습니다

 

이제는

사라진 것이

나무를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허위허위 길 가다가

만져보면 죽은 아버지가 버팀목으로 만져지고

사라진 이웃들도 만져집니다

 

언젠가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기 위하여

나는 싹틔우고 꽃피우며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복효근, 버팀목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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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씹는 당나귀
사석원 글.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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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사람들은 워낙 질병에 취약하고 섭생이 부실하여 삶의 길이를 중시했다.

이제 예방접종으로 질병도 많이 극복되었고, 영양이 충분하여 백세 건강 시대가 열리고 있다.

삶의 가치를 평가하는 척도가 '길이'에서 '가치'로 변화해 갈 것이다.

 

당나귀가 지고온 붉은 장미꽃은 당신 것,

묵묵히 힘든 세상을 견뎌 온 착한 사람에게 주는 선물입니다.(표지글)

 

사석원이 그리는 당나귀는 순박함과 착함으로 가득하다.

순진해서 사기 당하기 딱 좋은 캐릭이다.

꾀를 부리거나 재바른 행동으로 얄미움을 받진 않을 스타일.

이런 진중한 사람에게 세상은 제자리걸음만 하는 어리석은 사람 취급을 하기 쉽다.

그런 삶에 사석원은 위로를 던진다.

 

손철주의 발문도 참 좋다.

 

'찰나의 황홀'은 '영원'이 부럽지 않다. 그리하여 기꺼이 눈먼다.

 

이런 제목은 이 책을 충분히 안고 갈 수 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손철주의 발문이 여운이 남는다.

그렇지만 과하지 않다.

충분히 내용들을 감싸안으면서 주제를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석원의 생각들은 '미래'를 위해 마시멜로를 남겨두지 않는다.

'죽어도 좋아' 하면서 늙은이라고 얕보지 말라~!는 자세로

일초 일초를 산다며,

그리하여 '찰나의 황홀'을 살 수 있다면, '영원'을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는 거다.

 

멋진 두 사람이 메기고 받는 노래를 듣고 있는 기분이다.

절창들이 주고받는 노래들은 그림과 글의 바다에 풍덩 젖어든다.

이 책은 생각을 하며 읽는 책이 아니다.

그저 편안한 옷을 입고,

편안한 마음으로 이따가 뭘 하겠다는 마음을 텅~~~ 비운 상태로,

제주 바다의 청량감을 맛보겠다는 자세로,

온 몸을 푹 담그면 되는 책이다.

 

그림을 평가할 것도 없고, 글을 해석할 것도 없다.

그저 푹 빠지는 것만으로도 '찰나'를 행복하게 누릴 수 있다.

 

"행진, 행진, 행진, 하는 거야..."

마음이 조금씩 후련해 진다. 노래에서 위안을 받았나. 용기가 움튼다.

그래. 그까짓 것, 다시 한 번 해보는 거지.

초봄 꽃봉오리가 터지듯 꿈들이 분출한다.

빛 바래기 시작한 인생이 다시 반짝거린다.

이젠 꿈들을 외면하지 말자.

행복한 후반전을 위하여.(행진)

 

나이가 들수록 중요한 것은 '몰입'의 찰나다.

황홀의 찰나를 누릴 수 있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빛 바랜 삶이라고 지치지 말고,

반짝거리고 외면하지 말자는 제안은 독자에게 "파이팅!"을 외쳐주는 듯 하다.

 

사실 누구나 알고 있다.

선착순이 무의미하다는 걸.

빨리 가는 동안엔, 허둥지둥 가는 동안엔 놓치는 게 너무 많다.

발리빨리 해서 얻게 된 남은 시간에 도대체 무얼 하자는 것인가.

그냥 천천히, 누리게 황홀한 세상을 누려보자.

소중한 인생이다. 맘껏 휴식을 갖자.(꽃과 거북이)

 

속도의 시대, 길이의 시대를 너머 삶의 질을 따지는 몰입의 시대가 되었다.

소중한 인생임을 아는 일.

알기만 해선 안된다. 황홀한 세상을 사는 일. 그것이 성공한 삶의 비결이다.

 

그가 위로하는 것은,

자신이기도 하고,

글을 읽는 당신이기도 하다.

이 책의 부제가 <우울한 당신의 마음을 치유하는 마술 같은 그림책>이다.

치유의 마술을 경험하고 싶다면, 그와 함께 먼동이 트는 바다를 바라보며,

등허리 가득 짊어진 장미꽃 백 송이를 선사하는 그의 그림과 글을 만날 일이다.

 

다신 널 힘들게 하지 않을 거야.

 

열렬하게 상처받은 너,

열렬하게 사랑할게.

내 마음을 열렬하게 받아줄래? (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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