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관계 사립탐정 켄지&제나로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켄지&제나로 시리즈의 3권.

 

이 소설의 제목, '신성한... sacred'이 가진 의미를 곰곰 생각하면서 책을 읽었다.

역시 여름엔 장르 소설~이라고 외치는 친구가 권해준 책인데,

장르 소설은 '제한된 범위 내'에서 해결책을 제시하기 때문에,

이런 무더위를 식히기엔 제격이다.

 

실종 사건 청부,

그 사건을 맡았던 선배의 묘연한 행적,

그리고 속속 드러나는 폭력과 살인 앞에서 마주치는 두 사람의 사랑...

 

도대체... '신성한' 건 뭐야?

이러면서 읽게 된다.

 

이 책에선 '팜므 파탈'로서의 여성,

완벽한 미모와 기술(technique in bed with her... ㅋ~)을 가진 그이름도 환장적인 '데지레'...가 남성 독자의 혼을 쏙 뺀다.

 

이 소설을 다 읽고는 셰익스피어가 떠올랐다.

 

여자를 교만하게 하는 것은 그 미모이며 찬양받게 하는 것은 그 덕성이다.

그러나 덕성과 미모를 겸비하면 신성을 가진 것이다.(셰익스피어)

 

에필로그에서 셰익스피어의 연시집이 등장하기도 한다.

 

장식된 아름다움은 범죄...

장식도 가식도 없는 아름다움은 성스러우며,

인간의 존경과 숭배를 받을 자격이 있다.(436)

 

그 성스러움 앞에서 주인공 켄지는 '두려움을 느끼고 겸허해졌다'고 말한다.

'그로써 완벽해졌다'고...

 

성스러운 사람 앞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겸허함... 그리고 완벽을 자랑하는 사랑 이야기.

 

"저기 좀 봐."

앤지가 검은 하늘을 가로지르는 하얀 유성을 가리켰다.

유성은 꼬리를 태우며 시선이 닿지 않는 먼 곳으로 곤두박질치다가 이내 소멸되고 말았다.

목적지를 3분의 2나 남겨둔 채 허무 속으로 내파되고 만 것이다.

주변의 별 몇 개가 별 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지켜보았다.(432)

 

문제의 해결을 앞두고 이런 아름다운 장면이라니...

목적지를 3분의 2나 남겨둔 '장식된 아름다움' 하나가, 허무 속으로 사라져가는 장면과 오버랩된 장면.

작가 데니스 루헤인은 상당히 낭만적인 성향이 강하다.

 

장르 소설이 가지고 갈 수밖에 없는 한계인 '도식적 스타일'을 루헤인은

유머스런 러브 스토리의 라인을 나란히 놓아둠으로서 가볍게 뛰어넘으려 한다.

물론 그 시도는 성공한다.

 

데지레...

그녀 역시 자신의 삶의 찰나성을 꿰차고 있다.

<장식된 아름다움의 범죄>에 대하여...

 

사진은 개뿔이에요.

그건 분리된 찰나에 불과하죠.

엄마는 그냥 아름다운 게 아니라 우아함의 구현체이자 그 자체였어요.

게다가 무조건 사람을 사랑했죠.(388)

 

두 남녀 형사는 문제 해결과 함께 애정 나누기에도 성공한다.

거기서도 '신성한 관계'를 발견한다.

 

앤지는 단순한 파트너가 아니다.

그저 제일 친한 친구도 단순한 애인도 아니다.

그녀는 물론 그 모든 것이지만,

동시에 그 이상이다.

그날 사랑을 나눈 후, 비로소 나는 우리 관계의 본질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어느 모로 보나, 어린 시절 이후 우리 사이를 채우고 있던 것은 그냥 특별한 관계 정도가 아니었다.

그건 신성한 관계였다.

앤지는 내 모든 것의 시작이자 종착역이다.

그녀가 없다면, 그녀가 어디 있는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면,

난 반쪽이 아니라 완전히 제로가 되고 만다.(381)

 

이런 사람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많겠지만, 파트너로서의 앤지를 만난 그의 마음이 얼마나 가득 찼을지...

상상하는 일만으로도 행복했다.

 

의뢰인 트레버 스톤의 '슬픔론'도 재미있다.

 

"슬픔은 육식성이라오.

깨어있단 잠들어있든, 이겨내든 굴복하든 끝없이 사람을 갉아먹지.

그러다가 어느날 아침, 문득 다른 모든 감정들,

그러니까 기쁨,질투, 탐욕, 심지어 사랑까지 모두 슬픔에 잡아 먹혔다는 사실을 깨닫는 거요.

결국 슬픔만 남아 무기력한 우리를 노예처럼 혹사하는 게지."(24)

 

작가의 이야기겠지만...

장르 소설에서 만나는 이런 재미있는 철학적 위트는 '보너스'를 받는 쾌감을 준다.

 

이런 슬픔론에 곁대어, 인간의 정신에게 '상처'란 것은 얼마나 고통스런 것인지,

설명하는 구절 역시 예술이다.

 

인간의 영혼은 인간의 살갗보다 붕대를 감아주기 어렵다.

수천 년간의 연구와 경험으로 육신의 치유는 훨씬 쉬워졌을지 모르겠지만,

인간의 정신에 대해서라면 모눈 하나도 더 나아가지 못한 것만 같았다.(110)

 

이마 주름을 베개에 묻은 채 살짝 벌어진 입수로 잠든 앤지를 보며 이런 연민을 느끼는 켄지에게서

벌써 사랑의 향기가 묻어남을 본다.

사랑은 연민에서 우정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니까...

모눈 하나도 더 나아가지 못한 의료를 한탄하는 마음은, 벌써 앤지의 영혼을 어루만져 주고 싶은 켄지의 애정이니까...

 

범인을 찾던 콤비 앞에 나타난 제이.

그의 슬픔론도 독자의 심사를 파헤치고 소금을 친다. 쓰라리지만 매력적으로...

 

"슬픔은 가슴 속에 사는 게 아냐.

그건 감각 속에 살고 있어.

때때로, 난 이 코를 잘라 그 애의 냄새를 맡지 못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떨쳐낼 수만 있다면 이 손가락 마디를 모두 잘라내고 싶어."(245)

 

짝을 잃은 앤지 역시 같은 수작이다.

 

"그냥 가끔, 그 사람 목소리가 들려요.

너무나 선명해서 내 옆에 앉아 있는 것만 같은데,

그럴 땐 다른 목소리는 들리지도 않네요."

 

피비린내 진동하는 장르 소설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냄새와,

온기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다사로움은,

독자를 잠시라도 현실에서 분리시켜 가만히 눈을 감고 사랑의 '신성함'에 기대어 보게 한다.

 

데이스 루헤인은 독자에게 그런 보드라운 마음을 회복시켜 주는 '힐링 케어'를 제공하는 소설가여서 좋다.

세상은 팍팍하고 잔인하지만, 사랑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필요한 것이니 말이다.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를 읽노라니, 오드리 헵번이 떠올라 몇 구절 찾아 본다.

 

오드레 헵번 이야기 :  접힌 부분 펼치기 ▼

 

두 남자로 부터 한명 씩의 아들을 얻었고(SeanLuca), 두 번의 결혼을 끝으로

그녀는 죽는 날까지 독신으로 살았습니다.

 

1988년부터 사망할때까지 "유니세프 친선 대사(UNICEF Goodwill Ambassador)"

구호활동에 나서면서부터 휴머니스트이자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으로 인식되었습니다.

그녀의 헌신적인 공로를 인정한 아카데미는 1993년 3월29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인도주의 상"의

시상을 계획하였으나 오드리 햅번은 끝내 그 영광을 보지 못했습니다.

 

1993년 1월 20일 복강암(충수암/appendiceal cancer)으로

스위스 제네바호의 톨로체나즈(Tolochenaz) 자택에서 63세의 나이로 우리곁을 떠난 그녀는

최종학력이 국졸이지만 유럽 사회 상류 계층간의 교양을 두루 갖춘 여성이기도 했습니다.

 

http://cafe.daum.net/Prof.Hwang/6FSX/3?docid=1K26p|6FSX|3|20101209133310&srchid=IIMsZUY5400#A11481B10497113C82EFA10&srchid=IIMsZUY5400

(기사 출처)

 

 

펼친 부분 접기 ▲

 

 

 

 

 

고칠 곳...

 

296. 라쇼몽...

   "일본 영화야. 동일한 사건을 네 개의 다른 시간으로 보여주는 형식이지..." '시각'이다.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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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6 08: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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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6 1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의자놀이 - 공지영의 첫 르포르타주, 쌍용자동차 이야기
공지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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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락' 껴안지 않으면, 다음 죽음은 내 차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눈물이 줄줄 흘렀다.

특히, 정혜신 원장의 상담 중에 나오는 트라우마를 읽을 땐, 심장이 터질 듯 했다.

그 밤,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다고... 사람들은 환호했다.

축구는 잘 했다. 그렇지만... 쌍용 사람들도 과연... 웃을 수 있었을까?

 

내가 이상한 건가?

나만 이상한 거야?

그런 거야?

 

이 책에서 쌍용차와 '축구'가 겹치는 대목이 있다.

정말 기분 지랄같다.

 

농성자의 아내가 두 아이를 남기고 죽었다.

그날도 사측은 선무방송을 했다. 불법이니 집으로 가라고...

조합원들이 애원했다. 오늘 하루만은... 제발 오늘 하루만은 애도하자고...

글쎄.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회사는 그날따라 흥겨운 노래를 밤새 틀어댔다.

조합원들은 미칠 것 같았던 그날 밤의 음악을 기억한다.

그것은 '오 필승 코리아!'였다.(119)

 

안철수 현상... 아무 것도 검증되지 않은, 정치가도 아닌 안철수에게 사람들이 쏠리는 이유는?

1. 한나라당의 미친 짓으로 인한 극도의 혐오

2. 바꿔야 하겠는데, 민주당의 멍청함에 대한 불신의 표현

이런 거다.

 

민주당은 용산, 노 전대통령 사망 사건(경찰이 조사하지 않은 곳도 많음), 쌍용차,

촛불집회와 소고기 수입, 광우병 재발, 미디어법, 4대강 완전 썩은 사건, 한미 FTA, 한일군사협정,

박그네와 정봉주에 대한 법적용의 불법, 나경원과 남편의 부정, 그리고...

나는꼼수다가 제기한... 가카의 '땅, 철도, 공항, 회사 기타 등등', 10.26 선거 부정 개입에 대한 불법에 대한 '저항'에서 완전 병신이었다.

 

이 사회는 참 불행한 곳이다.

정치가 없는 곳이어서, '인간 사이의 갈등 조정'이 일어나지 않는다.

무조건 약자를 팬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이 사랑했던 노 전 대통령때도, 약자는 맞고 살았다.

그래도 노 전 대통령이 인간적인 건, 패서 죽으면... 사과했다.

이 현 대통령은 태워 죽어도... 감옥에 넣고, 감추고... 사과는 1년 뒤에나 운차니가 무릎꿇는 걸로 때웠다.

참 부도덕한 정권이다.

 

국민이 용산에 대해 관용을 베풀지 않았다면

쌍용자동차 사태도 없었을 것이다.

용산 참사는 국가에게 '이렇게 진압해도 된다.'는 몹쓸 교훈을 심어줬다.('두 개의 문' 중에서)

 

08년 촛불은 패배했다. 바로 직후, 용산은 더 크게 죽었다.

용산 참사는 민주주의란 원래 없었단 걸 보여주는 '증명'이었다.

그 후... 전 대통령이 죽고, 09년의 '광주'는 '쌍용'에서 재현되었다.

국가의 <공수부대>는 자본의 <용역부대>로 재편되어 현실화 되었을 뿐.

 

광주 이후... 시름시름 죽어간 사람들, 병원에서 앓을 수밖에 없던 사람들... 이야기를

작년에 '오월애'란 영화를 통해 재점검했다.

광주는... 아직도 <사태>다. 민주화운동...은 쥐뿔도 아니다. 아직도 사람들은 광주를 쉬쉬한다.

국가 수반이란 새끼가 참석하지도 않는 기념식 따위... 잊힌지 오래다.

이제, 32년이 지나서 <26년>을 6년만에 영화화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광주의 민주주의는 <지각>하여 천천히 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말로만 '민주화항쟁'이라고 하기엔, <광주사태>의 피떡진 기억이 너무도 형형한지 모른다.

 

2646명의 해고자가 난 이후, 22명이 병들어 죽고, 화가 나 죽고, 스스로 목숨을 버리고.. 그랬다.

그날...

그 햇볕 뜨겁던 '인간 사냥'의 그날...

흘렀던 뜨거운 눈물이... 이 책을 읽는데, 다시 줄줄 흘러내렸다.

주체할 수 없이 뜨거운 눈물이...

 

'슬픔'이 '기쁨'에게...

 

대중 소설 작가라는 작가에 대한 편견 따위는 이 책을 읽는데 장애를 주지 않았다.

'쌍용차'를 이렇게 대중에게 알릴 필요가 있음을 깨달아서 몸으로 뛰어 주었다면,

나의 편견 따위는 별것 아니다. 공지영은 훌륭한 '인간'이 해야할 일을 한 것 같다.

 

자, 이제 다시 온몸으로 싸우지 않으면,

자본의 <캐터필러(탱크의 무한궤도)>가 우리 자식들을 짓밟으러 진군해 올 것이다.

금메달에 희희낙락하고, 프로야구의 홈런에 와~하고 흥분할 때...

자본이란 이름의 <공수부대 용역>은 우리에게 재갈을 물리고 이미 '상황 종료'를 선언할지 모른다.

 

경찰과 사측은 흔들리고 있는 조합원들을 압박하기 위해

단수와 단전을 요청한다.

환자들의 상처에 항생제가 투여되지 않아 상처 부위가 곪고, 약도 공급받지 못했다.

금속노조, 인권단체 등은 성명을 발표하고, 이는 전쟁 포로에게도 하지 않는 비인권적 처사라고 비판했다.

 

사측의 관점.

일부에서는 공장을 불법 점거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식량 등을제공해야 한다고 하는데,

범법자들에게 인도주의를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117)

 

'기쁨'은 '슬픔'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이 세상은 '슬픔'들 자신 조차도 '슬픔'임을 인식하지 못하게 돌아간다.

<함박눈>을 뿌려서 세상은 하이얗게 덮인 곳이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세상은 '사랑'으로 가득 채울 수 있는 곳이라고...

'무관심으로 가득한 사랑'과 '메마른 눈물'의 사랑으로 가득한 곳이 되어야 한다고 설교하고 가르친다.

 

자, 이제 '슬픔이 기쁨에게' 알려 주어야 한다.

우리도 너희와 동등한 '인간'이어야 겠다고...

슬픔도 '경찰 아닌 군인도 아닌, 용역' 따위에게 '볼트'를 맞아 쓰러져갈 수는 없다고...

그러기 위해서는 '함박눈'을 멈추게 하고, 세상은 어떤 곳인지,

얼마나 썩은내 진동하는 곳인지를... 알게 해야 한다.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을 데리고

추워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정호승, 슬픔이 기쁨에게, 부분)

 

전태일이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며 죽었던 시간이 32년이나 흘렀지만...

아직도 이 땅의 노동자들은 외쳐야 할지 모른다.

 

우리를 제발,

사람을 제발,

기계만큼만 대우해 달라!

우리가 그래도 기계보다는 좀 귀하지 않은가?(130)

 

이 책을 읽고 울어야 한다.

이 책을 읽고 운 사람은,

이런 책보다 올림픽 경기 일정을 더 빠삭하게 외고 다니는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

 

적어도...

함박눈이 덮여서...

세상이 '기쁨'으로 가득하다고 착각하는 '슬픔'들에게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왜 '무관심한 사랑'과 '흐르지 않는 눈물'로 흘러넘치는 기쁨의 세상이란 역설이,

다시 세상을 '무관심과 메마름'의 세상으로 고착시켜 가는지를...

들려 줘야 한다.

 

그리하여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야 한다...

 

그래서 적어도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던' '그날'을 다시 오게 해선 안 된다.

그날은 '광주 사태'의 그날이기도 하고,

'동학 혁명'의 그날이기도 하다.

 

세상이 온통 신음 소리로 가득하다.

그러나... 아무도 아프지 않다면...

그건 나만 이상한 게 아니라,

세상이 온통 미친 거다.

 

우리를 의자 놀이하며 사람 수보다 적은 의자 둘레를 돌게하는 자들을 향하여,

이제, 그들의 입에 물린 '휘슬'을 빼앗아야 할 때다.

 

이제, 너희 농간에 따라 '의자 놀이'를 더 이상 '기쁜 척하며' 하지 않겠다는 이야길 할 때다.

 

 

그 날 시내 술집과 여관은 여전히 붐볐지만
아무도 그 날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했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이성복, '그날'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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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2-08-14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에게도 너에게도 언제든 일어 날수 있는 일.
그래서 더 무서운 일인거 같은데
나는 상관없다는 더 무서운 무관심.

다큐영화, 책등이 관심을 모은다고 해도
어차피 바뀌지 않을꺼라는 절망.




글샘 2012-08-16 07:19   좋아요 0 | URL
그 절망이 이명박을 대통까지 시킨 거죠.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희망을 김진숙한테서 배워야죠...
웃으면서... 끝까지... 투쟁!
 
히다리 포목점 - 오기가미 나오코 소설집
오기가미 나오코 지음, 민경욱 옮김 / 푸른숲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사람은 모름지기 이러해야 한다~는 통념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사내 자식은 모름지기 배포가 커야 하고, 용기가 있어야 하며, 눈물을 흘려선 아니 되고 우짜고 저짜고~~~

계집 아이는 모름지기 현모 양처가 될 기틀을 갖춰야 하고, 가족을 돌보는 애정으로 가득해야 하는 우짜고 저짜고~~~

 

세상이 바뀌는 속도가 느리던 농경 사회였다면,

이런 통념에 맞춰 살아가는 것도 나름 편리한 삶의 양식일 수 있다.

그러나, 세상은 바뀌었다.

 

삶의 양식은 꼭 세상이 요구하는대로 '좌우대칭', '완벽미'를 기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자신의 독특한 점, 색다른 점... 이런 것이 통념을 이길 수 있는 시대다.

홍석천이나 김조광수처럼 하리수처럼, 통념에 저항하면서 제 색깔을 드러낼 수도 있다.

 

이 소설은 자신의 안으로 오그라들기만 하는 사람들에겐,

힐링 캠프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상처로 가득한 삶을 살던 두 청년에게 어느 순간 다가온 삶의 의미.

그 의미는 독자가 읽기엔 좀 의아한 측면의 행동들일 수도 있다.

재봉틀과 얽힌, 고양이와 얽힌 이야기들을 읽노라면,

독자들은 마음에 긁힌 상처들을 누군가가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히다리 포목점의 아주머니나 고양이가 기다리고 있는

그 골목의 한 지점을 통과하고 나면,

나의 왜소함도,

하나의 독특함으로

누군가에겐 이해받을 수 있고,

또 세상엔 귀를 후벼주는 이비인후과 의사 요코의 짝짝이 귀처럼,

또 동물을 이해해주지만 두 새끼손가락의 길이가 달라지는 에우처럼,

서로 사랑스러워 못 견디는 지점을,

그런 디테일한 삶의 묘미를 만날 수 있는 책이 이 소설이다.

 

일본인들의 섬세함.

더군다나 여성 감독의 부드러운 섬세함이 소설을 가득 채우고 있어,

기분 좋은 환한 햇살로 가득한 공간에서,

요코의 무릎에 머리를 기댄 고양이가 되어,

소통되지 않던 삶의 귀지를 조금씩 파내고 나면,

시원해지고 환해지는 마음의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 소설.

 

----------- 오류 하나...

 

12. 어머니의 49제... 49재로 써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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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2-08-10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 글귀 넘 좋아요.
서로 사랑스러워 못 견디는 지점을!

가끔씩 제 고양이가 너무너무 사랑스러워서 눈물이 왈칵 쏟아질때가 있어요.
뭐 그런거 비슷한거 맞겠죠? 대상이 사람이 아니고 쌍방향도 아닌거 같지만요 ^^::::

글샘 2012-08-11 08:00   좋아요 0 | URL
고양이랑 사시네요. ㅎㅎ
맞아요. 눈물이 쏟아지게 사랑스런 게 있는 법이죠. ^^
동물이 표현을 안해서 그렇지, 의사 소통은 될 거 같은데요?

다크아이즈 2012-08-13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모메식당,방금 보고 오기가미 찾아 이곳까지 왔네요. 글샘님을 뵈올 줄이야... 영화든 소설이든 그녀는 상처와 치유를 말하고 있네요.

글샘 2012-08-13 19:07   좋아요 0 | URL
카모메 식당... 일본 영화 참 아기자기하죠. ^^ 따스함이 가벼이 남실대는 그런 기운이 이 소설에도 있어요. 상처의 치유에는 '무거움'을 가벼움이 이기게 하는 방법도 있는 듯... 반갑습니다. 오기가미 덕에 다시 뵙네요. ^^
 
첫사랑 카르페디엠 31
구드룬 파우제방 지음, 이유림 옮김 / 양철북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첫사랑 이야기는 한없이 많지만,

역시 낭만주의 시대, 질풍 노도와 같은 사랑의 감정을 드러내기로는,

투르게네프의 '첫사랑'만한 것이 없다.

그 시대의 사랑 이야기를 지금 읽어 보면,

귀족 문화의 껍데기에 둘러싸인 형식이 버성기곤 하지만,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에서 표현된 블라지미르의 지나이드를 향한 마음만한 절절함도 만나기 힘들다.

 

<투르게네프>의 <첫사랑> 줄거리 보기

접힌 부분 펼치기 ▼

 

우선 표지부터가 확 끌리는 작품이다. 저 그림속의 여인이 바로 이 작품의 여자 주인공 ’지나이다’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세련되고 우아하고 매력적인 자태에 새침떼기 같은 행동과 어투 때로는 도발적이기도 한 그런 여인.. 만약 이런 여인을 눈앞에서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도 다 큰 성인이 아닌 성인과 소년의 경계에 선 갓 청년기에 접어든 질풍노도의 시기의 16세(우리나이로 18세) 소년이 이런 그녀를 보게된다면 그것은 충격파로 다가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 그런 소년의 폭풍우같이 몰아친 사랑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 있으니 바로 잊혀진 러시아의 대문호 ’이반 투르게네프’의 대표작 ’첫사랑’이다. 우선 줄거리를 살펴보면 이렇다. 먼저, 이야기의 서막은 어느 세 남자가 자신의 첫사랑을 이야기 해보자는 제의에 마지막 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 라는 중년 남자가 자신의 첫사랑은 전혀 평범하지 않았다며 젊은 날을 회상하며 시작된다.

여기 어느 부족하지도 충족하지도 않은 한 가족이 주말 교외 농장에서 지내고 있다. 하지만 이들 가족의 관계는 그리 좋지 않다. 특히 부부인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는 소원했고 아들은 두 부모에게 말을 잘 듣는 그런 착한 아들이었다. 특히 이런 아들눈에 비친 아버지는 언제나 침착하고 우아한 모습의 카리스마로 그가 꿈꿔온 이상적 남성상이었다. 그런데, 이런 가족에게 어느날 이웃으로 몰락한 자세킨 공작 부인과 그녀의 딸 ’지나이다’가 옆집에 자리를 잡는다.

하지만 그 공작부인은 소위 교양 머리 하나없이 잡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러나 그녀의 딸은 다르다. 현대식으로 보면 엣지있고 세련됐으며 때로는 우아한 백치미까지 그녀는 한마디로 여신이다. 그래서 그녀를 추종하는 다섯 남자가 그녀 주위를 항상 둘러싸 돌보기도 하고 같이 게임도 하며 놀아주는등 마치 여왕을 모시는 몸종 신하들 같다. 여기 주인공 열여섯 소년 ’볼로댜’가 이런 그녀를 봤으니 그는 그때부터 가열찬 카오스적 사랑에 빠져들고 만다. 자신보다 네살 많은 그녀에게 말이다.

그러나 ’지나이다’는 그 소년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것은 어리게만 보는것도 있지만 그녀는 갓 청년기에 들어선 소년 볼로댜를 때로는 유혹도 하면서 갖고 놀기도 하고 나중에는 ’시동’으로까지 부리는듯 그녀만의 아름답고 오만한 매력의 발산은 계속 이어진다. 위의 추종자들과 함께 말이다. 이런 그림들은 소년의 눈을 통해서 섬세한 심리 묘사적 문체로 전달되고 그런 분위기는 마치 터질것만 같은 소년의 감정선으로 표출이 곳곳이 되었다. 이렇게 한 소년이 한 여인을 통해서 첫사랑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간단한 서사적 구조다.

하지만 그 첫사랑의 그림속에 추종자들이 때로는 적이 되거나 동지로 돌변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바로 아버지가 그의 적이자 동지로 나온다. 그렇다. 바로 여주인공 ’지나이다’는 소년의 아버지와 밀회를 나눈 것이다. 그것을 목도한 소년에게는 충격파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소년은 그런 아버지를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다가온 첫사랑의 셀렘과 열정 이렇게 고통으로 다가온 가슴앓이는 자신이 이상적인 남성상으로 바라본 아버지를 통해서 투영시켰기 때문이다.

이런 그림은 마치 92년작 영화 <데미지>에서 ’제레미 아이언스’가 극중 아들의 연인 ’줄리엣 비노쉬’와 격하게 사랑하는 씬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물론 그것과 여기의 설정은 다르지만 느낌은 많이 닮았다. 그래서 고전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본 작품은 보통 우리가 첫사랑에 갖고 있는 일종의 환상적 그림들 깨끗하고, 신선하고 순수함의 결정체 뿐만 아니라 성인의 사랑으로 대비되는 질투와 욕망, 소유욕과 이기심등 고통과 쾌락이 함께하는 유희적 사랑이자 정염으로도 그려냈다.

그런 첫사랑의 모습은 소년이 극복해 나가는 지적이고 이성적인 성숙 과정으로 그려내며 그 과정에는 소년의 아버지를 동참시켰다. 즉, 소년의 아버지는 바로 자기의 분신이자 남성성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불현듯 찾아온 첫사랑의 알싸한 추억들은 봄날 따스한 아침의 뇌우처럼 임팩트 강하게 남았으니 작가 ’이반 투르게네프’ 자신의 어린시절 전기적 트라우마가 자리잡으며 표출되었고, 그것은 그만의 자유분방한 산문적 필체의 디테일한 심리 묘사등을 통해서 미학적으로 잘 그려내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첫사랑의 고전이 된 작품이었다. 

<텍스터>의 독후감 중에서...

http://bookstory.kr/04_review/review2_board_view.php?id=texter&no=6576

 

펼친 부분 접기 ▲

 

 

이 소설의 첫사랑 역시 불같이 온다.

첫사랑은 늘 벼락같이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예기치 않은 관계에서 들이닥친다.

 

독일 소녀 한니네 집에 프랑스 포로가 한 명 배당된다.

그 포로 청년은 음악대학을 다니던 학생 출신으로 한니네 가정에서 심부름을 하며 아이들과 잘 지낸다.

 

하루에 적어도 삼십 분 손가락 체조를 하는 사람도 있다.

손가락을 아주 빨리 움직이는가 하면 어떤 때는 길게 어떤 때는 짧게 굽히기도 한다.

열 손가락 다 따로따로.

그 사람은 피아노 연주자가 되는 게 꿈이기에 손가락의 감각을 잃어버리지 않는 게 아주 중요하다고.(121)

 

그 사람이 바로 파리 출신 대학생 필리프다.

 

전쟁에 나간 한니의 아버지, 오빠는 모두 전사하고,

전쟁이 끝난 후, 한니는 필리프를 간절히 기다리지만...

 

금지되어 더 절실한 포로와의 사랑...

'친관' 친하여 가까워짐... 금지.

 

독일 여자가 프랑스인 전쟁 포로와 사랑에 빠진다면 이는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걸고 전쟁터에서 싸우는 독일 남자들에 대한 배반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72)

 

이렇게 독일의 국가주의는 국민에게 침투된다.

그러나 모성애를 지닌 사람들에겐 본질이 보이는 법.

 

"가엾어라. 저런 사람 손아귀에 들어가다니. 자기가 군복을 입고 어깨 위에 무기를 들고 있다고,

제가 맡은 사람들 목숨을 제 맘대로 할 수 있는 양 구는군.

필리프는 아직 아인데, 무슨 범죄자도 아니고.

저 애는 절대 탈출하거나 누구를 한 대 칠 생각도 못 할거야."(89)

 

모성애는 포로를 전쟁터에 나간 자기 자식과 역지사지 할 줄 아는 마음을 열어 준다.

 

"만약 우리 위르겐이 포로가 된다면, 전 누군가가 그 애를 잘 보살펴 줬으면 좋겠어요."(98)

 

한니의 사랑을 표현한 구절이 참 인상적이었다.

 

때때로 한니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전쟁이 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을 잊어버린 것 같다고.

그냥 한쪽에 젖혀둔 채 휙 스쳐지나간 것만 같다고. 전쟁 전과 달라진 게 거의 없었다.

이제 식료품이나 신발, 옷감을 원하는 만큼 살 수 없다는 것만 빼면,

'낡은 것으로 새것을 만들라'는 게 하나의 원칙이 되고 이에 따라 바느질과 뜨개질을 열심히 해야하는 것만 빼면,

많은 젊은이들이 곁에 없고 그 가운데 몇몇은 전사한 것만 빼면,

상점과 작업장, 채석장도 줄줄이 문을 닫아야 하는 것만 빼면,

독일군의 연이은 승리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만 빼면,

늘어가는 프랑스인 전쟁 포로들한테 익숙해져야 하는 것만 빼면,

그리고 아빠와 오빠가 없다는 것만 빼면,

하지만 대신 필리프가 있었다.(175)

 

전쟁 중인데도, 심지어 아빠와 오빠가 전쟁터에 나가 있는데도, 달라진 게 거의 없어 보일 만큼,

사랑에 빠진 사람의 눈에는 '그'만 보인다.

 

전쟁 중이어서 생일도 초라하다.

친구를 많이 초대하지 않아도 좋다.

다만, 필리프만 같이 있으면 된다!

 

그래. 이런 마음이 사랑이다.

 

한니는 전쟁이 끝나지 않아 원망하지만,

 

엄마는 젊을 때 시간이 천천히 간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한니한테 전쟁은 끝이 없어 보일 게 분명했지만.(226)

 

이 책을 읽으면서, 속깊은 엄마와 아빠의 모습을 이해하는 기회도 될 듯 깊다.

 

너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내가 얼마나 일찍 눈치챘는지 아니?

사랑은 완전히 가릴 수 없단다.

특히 너처럼 아주 젊은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은 온몸에서 행복을 발산하지.(211)

 

전쟁은 인간의 모든 것을 앗아간다.

그런데도, 전쟁을 통하여 부를 획득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군산복합체로서의 사회구성체를 이루고 사는 나라들을 보면,

삶은 늘 줄타기하는 광대처럼 아슬아슬하고 불안하기 그지없다.

 

전쟁은, 없어야 한다.

이 책의 첫사랑이 웅변하는 바가 바로 그것이다.

 

 

-----------

 

이런 책들이 조심해야할 점...

본문의 번역가와 '서문' 또는 '작가의 말'을 손보는 편집자가 다르다 보니, 용어의 통일에서 오류가 생긴다.

 

서문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이란 말을 쓴다.

그렇지만 소설의 처음에선 '2차 세계대전'으로 쓰고 있다. 이게 옳다.

일반인들이야 '2차'와 '제2차'를 같은 걸로 읽을 수 있으나, 편집자들은 안다. 알아야 한다.

1차, 2차는 두 번의 세계대전을 구별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제1차~'로 부른다면, '제3차, 제4차...'도 가능하다.

세계대전, 두 번으로 충분하지 않나?

 

33쪽. 번역가가 여성이라지만, '지구전'의 뜻은 '持久戰' 오래도록 상대편의 동향을 살펴 가며 기다리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적을 지치게 하거나 소모시킬 목적으로 오래 지속하는 작전이다.

 

"어머니, 유난 좀 떨지 마세요. 아마 지구전만 짧게 할 거예요."... 아마 '국지전' 정도를 혼동한 모양이다.

국지전(局地戰) : 전투가 한정된 지역에서만 이루어지는 제한 전쟁의 한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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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2-08-09 0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사랑'이란 단어만 보아도 가슴이 설레입니다. 투르게네프는 '아버지와 아들'을 러시아 지성사 시간에 읽은게 기억이 나요. 이 책도 꼭 읽어보고 싶어서 보관함에 담아두었습니다.

글샘 2012-08-09 08:58   좋아요 0 | URL
맞아요. 첫사랑... 이런 드라마나 책은 늘 마음을 움직이죠.
러시아 지성사... 멋진 과목인걸요? 이름은...

transient-guest 2012-08-10 01:15   좋아요 0 | URL
'Russian Intellectual History'였던 것으로 3학기로 I, II, III으로 들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USCS에서 Jonathan Beecher교수님 - 아직도 재직중이세요 - 이 강의하셨던 나름 '고급'과정입니다. 제가 유럽사 전공이었거든요. 이분의 'European Intellectual History'도 3학기 과정으로 들었는데, 그 덕에 문학에는 거의 취미가 없던 제가 문학책을 읽게 되었더랬죠.ㅋㅋ

글샘 2012-08-10 07:15   좋아요 0 | URL
아~ 유럽사 전공... 그런 걸 하셨군요. ^^
맞아요. 역사-철학-문학은 같은 말을 다르게 하는 방법이고,
서로 부족한 걸 제 나름의 언어로 말하는 거니까,
같이 공부해 줘야 하죠. ^^ 그렇네요...

페크pek0501 2012-08-09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으로 흔적을 남기고 간다는...ㅋ

글샘 2012-08-09 16:30   좋아요 0 | URL
^^

2012-08-09 15: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09 16: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2-08-09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투루게네프의 첫사랑은 보관함에서 고온숙성발효되가고 있었는데
이참에 쫌 꺼내봐야 겠네요 ^^


글샘 2012-08-09 16:56   좋아요 0 | URL
투르게네프 이런 책은 도서관에 다 있을 텐데요? ^^
줄거리보다 그 두근거리는 마음의 묘사가 멋진 소설~

2012-08-09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10 0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전집 6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소설은 니체로 시작한다.

영원 회귀. 삶은 계속 반복된단 거다. 아~ 그 무거움이란...

내가 지금 짊어지고 사는 이 삶을 영원히 반복하여 살아야 한다면... 사람들은 얼마나 좌절할 것인가?

 

그러나 그 무거운 짐을 배경으로 거느린 우리 삶은 찬란한 가벼움 속에서 그 자태를 드러낸다.

그러나 묵직함은 진정 끔찍하고, 가벼움은 아름다울까?(12)

 

오직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모든 모순 중에서 무거운 것-가벼운 것의 모순이 가장 신비롭고 미묘하다.(13)

 

작가의 탐구 대상은 '삶과 사랑'이다.

삶과 사랑은 과연 묵직한 것일까, 한없이 가벼운 것일까?

진정 비장하고 끔찍한 것일까? 재밌고 가볍게 아름다운 것일까?

 

토마시는 우연과 필연의 중복을 통하여 테레자를 만나게 된다.

어느 날 토마시를 찾아온 테레자.

모세의 바구니를 연민과 동정으로 주워온 사건으로 인해 세상은 바뀌듯,

토마시는 은유란 위험한 어떤 것임을 몰랐다. 은유법으로 희롱을 하면 안 된다.

사랑은 단 하나의 은유에서도 생겨날 수 있다.(21)

 

사랑의 근원은 아주 사소한 곳이다.

하나의 은유, 동정의 감정에서도 싹트는 것이다.

가볍고 가볍다.

 

그러나 타인의 고통을 차마 차가운 심장으로 볼 수 없어서... 가벼운 시작에 사랑은 젖어든다.

 

상황은 그 가벼운 시작을 고착시킨다.

 

외국에 사는 사람은 구명줄 없이 허공을 걷는 사람이다.

그에게는 가족과 직장 동료와 친구, 어릴 적부터 알아서 어렵지 않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진 나라,

즉 조국이 모든 인간에게 제공하는 구명줄이 없다.(132)

 

이런 부분은 그의 소설 '향수'에서 상세히 형상화되어 있다.

 

필연과는 달리 우연에는 이런 주술적 힘이 있다.

하나의 사랑이 잊히지 않는 것이 되기 위해서는

성 프란체스코의 어깨에 새들이 모여 앉듯

첫 순간부터 여러 우연이 합해져야만 한다.(88)

 

 

만남은 그렇게 시작된다.

그러나 헤어짐의 또는 멀어짐의 근원은 보다 감각적이다.

 

토마시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

그의 머리카락에서 여자 냄새, 성기 냄새가 났다.(230)

 

이 구절은 이 소설에서 몇 번 반복된다. 이 냄새 하나로 얼마나 한순간에 독자에게

테레자의 인생을 가볍게 무화시킬 수 있는 것인지...

 

인간 사고의 부정확함과 쏠림 등에 대하여 그 의미 적음과 가벼움에 대하여 '키치'란 말에 몰입한다.

 

키치의 원천은 존재에 대한 확고부동한 동의다.

하지만 존재의 근거는 어떤 것일까?(416)

 

합리적 태도라고 일컬어지는 것들 역시 특정한 정치적 키치를 형성하고

어떤 의견도 특정한 키치 속에 통합할 수 있는 가벼움을 발견한다.

 

테레자의 허위 의식은 '안나 카레니나'에 투영되고,

그녀의 개는 '카레닌'이 된다.

인간의 의식 속에서 인간은 한없이 무화될 수도 있다.

일어나지 않은 일조차, 아니 걱정한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에도 인간은 좌절하니까...

 

테레자는 미래, 카레닌이 없는 미래 속으로 들어가 생각해 보았고 버림받은 느낌을 받았다.(477)

 

이 소설은 하나의 줄거리를 제공하는 소설이 아니다.

밀란 쿤데라의 소설들이 다 그렇듯,

다양한 사건과 다양한 생각들을 제공하는 소설이어서,

읽을 때마다 다른 사건들이 눈에 밟히게 마련일 게다.

밀란 쿤데라는 '다시' 읽고 있다고 말해야 할, 고전 작가임에 분명하다.

 

인간의 시간은 원형으로 돌지 않고 직선으로 나아간다.

행복은 반복의 욕구이기에, 인간이 행복할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483)

 

의사였던 주인공 토마시는 노동자로 추락하게 된다.

그렇지만, 삶의 의미를 곱씹는 그가 깨달은 것은 이런 것이다.

 

임무라니, 그건 다 헛소리야.

내게 임무란 없어.

누구에게도 임무란 없어.

임무도 없고, 자유롭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얼마나 홀가분한데...(596)

 

씁쓸하지만, 인생의 가벼움에 대한 진리임에랴...

이 한 마디로 '참을 수 없는 인생의 가벼움'을 줄일 수 있겠다.

 

슬픔은 형식이었고,

행복은 내용이었다.

행복은 슬픔의 공간을 채웠다.(596)

 

인생은 그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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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8-08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 님이 당첨되신 것을 축하하러 왔다가(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 글을 보네요.
이 책을 읽었는데, 특이해서 좋았어요. 형식도 내용도...
그리고 카레닌이란 개 이름이 재밌지 않습니까? 안나의 남편이란 인물을 생각하면요... ㅋ

글샘 2012-08-08 16:53   좋아요 0 | URL
당첨이라뇨? 당당히 당선된 건데요. ㅎㅎㅎ
덕분에 책 몇 권 얻었습니다.
이 책은 여러 번 읽어도 낯선 그런 소설이에요.
이름도 재밌구요. 미술가 사비나가 한국와서 사비나 미술관이 되었더군요. ㅎㅎ

페크pek0501 2012-08-09 13:54   좋아요 0 | URL
호호~~ 당첨 아니고 당선, 맞아요 맞아...
ㅁ님이 페이퍼에 당첨이라고 써서 그대로 옮겼지 뭐에요.
저도 글샘 님이 만든 이벤트에서 시를 잘 써서? 당선된 적 있잖아요.
당첨 절대 아니고 당선이요. ㅋㅋ

책값이 많이 드실 텐데, 잘 됐다고 생각했어요.
사비나 미술관 얘기는 처음 들어요. ㅋ

글샘 2012-08-09 16:59   좋아요 0 | URL
지금 읽고 있는 '나는 오늘 고흐의 구두를 신는다'의 작가 이명옥 님이 사비나 미술관 관장이던데요?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 책을 봤는데, 재밌더군요. 겹치니깐~ ㅋ

transient-guest 2012-08-09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한번밖에 안 읽어봐서 그런지 아직도 저자가 이야기하는 바를 모르겠더라구요. -_-: 그래도 귄터 그라스만큼 난해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훈련이 덜 된 모양이에요, 깊이 읽는 방법이요.ㅋ

글샘 2012-08-09 08:56   좋아요 0 | URL
밀란 쿤데라는 여러번 읽어야 해요. ㅋ~ 읽을 때마다 다르죠. 귄터 그라스 역시 이야기구조보다는 시대나 작가의 생각을 곰곰 읽어야 하는 작가구요.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작가들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