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연의 독설 - 홀로 독 불사를 설, 가장 나답게 뜨겁게 화려하게
유수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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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된다?

노, 해야 된다. ㅋ~

한 마디로 이런 이야기다.

 

지금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지금 꿈을 꾸면 이루어진다?

노~ 꿈은 힘이 없다. 땀만이 미래를 이루어 준다.

 

유수연은 자신이 지잡대(강남에 있는 강남대~ 강남은 강남인데, 한강 무지 이남이더라~ 용인? ㅋ~ 하긴 남서울대는 무지 남쪽 천안이더만, 이름 잘들 지어~) 나와서도, 영국 유학가서 죽으라 공부해서 지금 자리에 올랐다고 자랑한다.

 

그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허나...

그의 말이 옳은 것도 아니다.

 

그가 강남대를 간 것은, 그의 수준이 낮아서가 아니었을 거다.

고딩까지의 공부는 그 사람의 평균적 학습력을 측정할 순 있어도,

특정 분야의 능력은 도무지 측정 불가하다.

아마도, 그가 영국 유학에서 얻은 것은,

하면 된다... 가 아니었을 거다.

그가 거기서 얻어온 자신감은,

자기가 잘 하고 좋아할 만한 것에 목숨 걸고 매달려서 하면 된다~ 이런 것일 게다.

 

그의 이야기는 '멘토'가 하는 말로 알아듣기엔 지독하게 하드코어다.

멘토가 좋다고 훌륭한 멘티가 탄생하는 건 아니다.

궁합이 맞아야 하는 것인데, 유수연에게 궁합이 맞을 정도의 사람이라면,

이미 어느 정도의 궤도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클 것이다.

 

김어준도 깨는 상담을 잘 한다. 김난도(?) 난 좀 비웃는 편이다.

유수연의 깨는 이야기를 잘 읽어 보면, 낙수(가을걷이)가 제법 있다. 사람에 따라 그것도 무지 다를 수밖에 없다.

 

최고의 강의란 무엇인가?

단순히 듣고 기분 좋은 강의가 아니다.

최고의 강의란 사람들에게 듣고 남는 것이 있으며,

강한 동기 부여가 되어 집에 돌아가서도 책상머리에 다시 앉게 만드는 강의다.(29)

 

가르치는 직업을 가진 이라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직업 윤리 의식이다.

 

그렇지만, 세상 사는 것을 모두 '나의 힘'으로 가능할 것처럼 단언하는 부분은 못마땅하다.

마치 '너는 루저야~, 그 이유는 네가 루저가 될 짓만 하기 때문이지.' 이렇게 평하는 듯 싶어서 그기 밉다. ^^

 

내가 중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 배신을 당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다.(39)

스펙이나 노력 없이도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보장해 달라는 뻔뻔스러움은 용납되지 않는다.(61)

나는 경쟁이 나쁜 것이라 비난하며 마치 자연으로 돌아가 무위도식의 경지(무위자연이겠지? ㅋ)에라도 오를 것 같은 태도로 인생을 논하는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는다.(62)

 

- 이해되지 않으면 가만 있으면 좋겠다. 경쟁이 나쁜 게 아니다. 모든 사람을 경쟁의 구도로 몰아 넣으면서, 사회의 책임은 방기하고, '니가 바보라서 차별받는 거야, 멍충아~' 이렇게 만드는 사회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회다. 그래서 한국엔 최저 출산율, 최고 자살률을 자랑하는 거란다.

 

무슨 일이든지 집적거리지 마라.

적당히 좋아하고 적당히 잘하는 것으로는 전문가가 될 수는 없다. 그런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은 해야겠고 그에 따르는 포기나 희생은 싫다? 어린아이 떼쓰는 건가?(72)

 

 

왜 세상사람들이 전문가여야 하는가?

세상의 대부분의 직업은 전문적 special 지식이나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일반적 general 사고와 인간 관계로도 충분히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정치'의 힘이다.

하긴, 이 나라엔 정조임금 사후로 정치라는 '조율'이 부재한 사회였으니,

이런 독한 여자의 책이 팔리기도 하는 것이리라.

 

공부를 학자처럼 하지 말고, 차라리 영업사원처럼 해라.(100)

 

아무리 천박한 사회라 해도, 이건 심했다.

물론, 전투적으로 공부해서 스펙 쌓고, 돈 벌 수 있으면 좋다.

그건 여건이 되는 사람 말이다.

학자가 어때서? 학자도 영업해야 하는 사회가 한국 사회다.

대학 교수들이 왜 명박한 4대강 사업에 반대하지 못하는지 아는가? 교수들의 연구비가 역시 그 돈이기 때문이지.

영업을 학자처럼 하라는 말이 명언이지, 아무래도 이런 말은...

 

그래. 유수연, 이지성, 김난도 셋이 만나서 커피 한잔 하면서 이야기하면...

아주 우아하고 꿈이 이루어질 것 같은 아름다운 청춘 콘서트가 이뤄질 수 있겠다.

 

이 : <생생하게 꿈꾸면 이뤄지는데> 이 등신들은 왜 꿈을 안 꾸는 겨?

유 : <독하게> 안 혀서 그려유~

김 : 넘 뭐라허지덜 말어~ <아프니깐 청춘인규~>

 

싸잡아서 맘에 안 든다.

 

Success and rest don't sleep together.

성공과 휴식은 같이 안 잔다. 즉 쉴 것 다 쉬어가면서 성공할 수는 없다.(103)

게으르면 실패하는 것은 물론이요, 그 벌로 다른 사람들이 성공하는 것까지 지켜봐야 한다.(111)

 

왜, 성공과 휴식을 이렇게 모순관계로 파악하는 예만 드는 건데?

그리고 밥그릇 수는 정해졌고, 먹으려는 사람이 많은 사회가 문제지,

어차피 누군가는 의자에 못 앉고 퇴장당하게 생긴 사회에서 이렇게 잔인하게 말함 안 되쥬~ 넘 심해유~

 

괴테같은 문호는 이렇게 말했는데,

 

Without rest, without haste...

너무 퍼질러 놀지도 말고, 그렇다고 넘 서두르지도 말고...

 

비슷한 말 같지만, 괴테는 퍼질러 놀지만 말고 설렁설렁 하더라도,

때가 되면 다 이뤄질 때가 있는 규~ 넘 조급하게 빡시게만 하덜 말드라구유~

뜸이 들어야 밥이지, 그냥 찐다고 밥이 되남유? 다 때가 있는 규~

이런 쪽도 괜찮지 않은가 말이다.

 

그치만 이런 말에는 나도 공감이다.

 

남다른 특별한 결과는 특별한 기억을 요구한다.(134)

 

고등학교 공부... 참 부질없는 상식과 눈치가 많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고등학교 시절의 처절한 노력이 남긴 특별한 기억은 평생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한다.

'고등학교 동창회'가 끈질기게 살아남는 것은, 특별한 기억의 공유도 큰 이유의 하나일 것이다.

'군대' 이야기, '축구' 이야기, '군대가서 축구'한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다. ㅋ~

 

그가 독설을 내뿜는 이유도 일리가 있다.

 

나는 사람들이 굳이 나에게서 겸손을 배우려는 게 아니라

나의 전투력에서 힘을 얻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143)

 

그래. 그런 사람들을 상대로 특강을 하고, 열강을 하는 일은 유의미하다.

그렇지만, 한국 사회의 '멘토'들은 '멘붕'들을 상대로 '멘탈이 토나올때까지' 말해선 안 된다.

그런 말을 반복하는 것은 '가짜 멘토'들의 공통점이다.

 

안철수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위로'받는 지점이 그것이다.

안철수란 '멘토'의 이야기를 들으면, '멘붕'들의 삶에 머큐로크롬이라도 발라주는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출발을 같게, 달릴 때는 부정행위 없게' 이런 사회를 만들자는 위로가 '멘붕'들에게 삶의 의욕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유능한 사람의 단점은 인간적인 매력이지만,

무능한 사람의 단점은 유죄이다.(151)

 

참 인간미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네 가지 없는 발언이다.

씨니컬한 발언이라 독설 같지만,

이 말의 함정은... 유능한 사람과 무능한 사람을 동격으로 놓은 데서부터 유래한다.

말장난이다. 유능한 사람은 단점이 적고, 무능한 사람은 단점이 많다.

그래서 전자는 이쁘고, 후자는 밉다. 근데, 그걸 같은 것처럼 등가로 치환하는 일은 땡, 틀린 수학이다.

 

마치, 1/2삶 = 1/2 죽음... 과 같은 거다.

반 살았음 반 죽은 건가? 메롱이다. ㅎㅎ

내가 살아온 삶은 삶이고, 그럼 나한테 이제 남은 건 죽음만 40여년을 죽어야 하나?

잘못된 함수에 빠지면,

고통 속에서도 '내 탓이다, 내 탓이다, 모두가 내 탓이다.' 하게 된다.

메아쿨파 메아쿨마 울트라 쿨파 메아~~~

 

    공부 = 안 고통

안 공부 = 고통

더하면 공부(1+안) = 고통(1+안)

양변을 (1+안)으로 나누면... 공부 = 고통... 이런 엉터리 수학이나 마찬가지다.

누가 공부하면 안 고통스럽대? 말도 안 되는 장난이지.

 

인생의 초반에는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 가는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 퍼즐 조각을 열심히 준비하느냐로 승부가 시작된다.(171)

 

정말로?

이런 말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기 위해서는,

사회의 양극화가 극도로 심화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

옳은 말, 좋은 말도... 때때로 독이 될 수 있다. 소크라테스가 그래서 죽은 거다.

니들이 무식한 걸 인정해라~

싫어유~!

 

꿈과 뻥은 지금 준비하고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다.(177)

 

사회가 건전한 것도 중요하지만, 그걸 바라보는 시선 역시 건전해야 한다.

어제오늘, 박그네는 무지 이쁜 각도의 사진으로 봉하마을, 이희호 여사, 땡삼이까지 방문하는 뉴스로 도배를 하고,

안철수는 거짓말, 룸싸롱으로 도배를 한다.

이렇게 '양 눈의 색안경'으로 바라볼 때, 박그네는 '꿈'처럼, 안철수는 '뻥'처럼 보인다.

실제론 전혀 다를 수 있는 것이 진실인데도...

지금 준비한다고 다 꿈이 아니다. 마음에 품고만 있대도 다 뻥이 아니다.

그걸 뒷받침해주는 사회가, 부모가, 시대가 있어야 한다.

 

인생에는 무수한 선택지가 있다.

그러나 옳은 선택지는 어디에도 없다.

다만 선택한 뒤, 그것을 옳은 선택으로 만들 뿐이다.(181)

 

애니메이션 <쿠레나이>에 나오는 말이란다.

이 아래, 이상한 궤변이 붙어있다.

 

선택은 포기의 다른 이름이다.

 

그럴까? 결혼을 선택하면 자유를 포기하는 것일까?

결혼이란 선택지를 골랐다면, 그것이 옳은 선택으로 되도록 노력하고,

비혼이란 선택지를 골랐다면, 역시 그것을 옳게 꾸미는 게 위의 말인 반면,

결혼을 선택하는 순간, <포기>가 뒤따른다~는 지극히 염세주의적인 결혼관 아닐까?

물론 잘나가는 전문직 여성의 경우, 고통이 따를 수 있으나,

결혼하여 아이를 기르는 힘든 과정 속에서도 육아의 기쁨도 누리는 삶을 사는 여성도 얼마든지 많은데...

물론... 사회적으로 뒷받침이 무지 부족한 나라란 건 나도 알지만, 그의 생각은 지나치다.

 

하나 주워들은 상식...

 

TGIF... twitter/ google/ i phone/ facebook... 내가 하는 건... 구글 검색 뿐... ㅠㅜ 아~ 루저구나. ㅋ~

 

이 책을 가볍게 읽는 것은 괜찮지만,

밑줄 그어가며 읽노라면... <가장 나답게 뜨겁게 화려하게>란 부제에 너무 현혹되어 <나를 잃고 허무와 좌절의 늪>에 빠질는지도 모를 일이다. 사는 건, 너무 독하게만 살려고 들면... 숨막혀 돌아가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괴테...도 권장한다. 넘 놀지만 말고, 또 넘 깝치지도 말고... 니 페이스대로 가는겨~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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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3 0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23 0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23 1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23 0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주미힌 2012-08-23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첨삭지도 잘 봤습니다.. ㅋㅋㅋ
유수연이 누군지 몰랐는데, 모양새는 좀 보이는거 같네요.
잘난 사람 잘난대로 살고, 못난 사람 못난대로 사아아안다아~~~...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이런 노래가 절로 나오네요 ㅋㅋㅋㅋㅋㅋㅋ

글샘 2012-08-23 09:52   좋아요 0 | URL
첨삭지도... --;
하도 멘토가 많아서... 멘토들도 좀 갈라야 할 거 같아서,
그룹을 지어 봤는데, 자기들끼리 잘 놀는지는 모르겠네요. ㅎㅎ

ㅎㅎ 딸바보~ 맨날 노래가 나오죠? ^^

하이드 2012-08-23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리뷰들이 참 재미나네요.

모두가 전문가일 필요가 없다면, 평범하게 잘 사는( 이거 지금은 뭔지 알겠는데, 그러니깐, 평범하게 잘 사는것도 디게 힘들잖아요ㅡㅜ) 삶을 위한 멘토도 있을까요?

잘 읽고 갑니다. ^^

글샘 2012-08-23 15:26   좋아요 0 | URL
ㅋㅋ 제가 평범하게 잘 사는 삶을 위한 멘토를 하이드 님 서재에 보내 드릴게요. ㅎㅎ

세실 2012-08-23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왜 읽으신거예요? 글샘님 스타일 아니야~~~~
까칠한 골드 미스라죠?
살아보니, 인생은 넘 치열하게 사는것 보다는, 즐기며 사는게 젤 좋던데 ㅋ

글샘 2012-08-23 18:59   좋아요 0 | URL
그러니 이런 리뷰나 쓰고 있죠. ㅋ~
치열한 날도 있어야 즐기는 날 더 행복하지 않을까요? 적당함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지만~ ^^

transient-guest 2012-08-24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류의 책이라도 도움이 될때는 분명히 있습니다만, 독설이나 뭐 하면된다 류는 좀 거부감이 있어요. 차라리 꿈을 꾸라고 하는게 낫지. 이미 성공한 위치에서 후학들에게 나처럼 하면된다는 좀 아니거든요. 이지성작가에 대한 부분 또한 공감합니다. 책이 그리 나쁘지 않은 것도 있었고, 나름대로 도움이 되는 내용도 있었다고 생각되지만, 점점 거부감이 늘어가는건 왜일까요? 그의 종교편향적인 글과 이놈저놈 가리지 않고, 가끔은 정확하지도 않은 성공사례를 늘어놓은 것만이 이유는 아닌 것 같은데, 글샘님의 글을보고나니 조금 정리가 됩니다, 그에 대한 거부감의 원인이.

글샘 2012-08-24 09:39   좋아요 0 | URL
그러니 제발 값싼 '위로 코드' 따위는 접어 주시라.
청춘들을 향한 것이라면 더더욱.
한때 '출판계'에 몸담았고, 지금도 한쪽 발 정도는 담그고 있는 입장에서,
고작 이것이 불황을 타개하려는 2012년 대한민국 출판계의 마케팅 전략이라고 생각하면
쪽팔려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에라, 오늘도 술이나 마셔야겠다.(126)

서서비행...이란 책에서 작가가 이렇게 썼더군요.
불황에 대응하는 출판계의 마케팅 전략이라... 참 쪽팔리죠. 어른으로서... 말입니다.

transient-guest 2012-08-24 13:15   좋아요 0 | URL
저는 하나의 사회적인 현상으로 봐요. 한창 주가가 오르고 좋은때 (외국기준에선) secret처럼 세상엔 부가 무한정으로 가득하다는 내용의 책이 홍수를 이루다가, 조금 완화되어 꿈만 꾸는 것으론 어렵다, 그리고 이제는 '긍정의 배반' 같이 그런게 아니다 라는 책들이 나오잖아요.

그래도 거의 대부분 이런 책을 쓴 분들은 나름대로 고민을 하고 무엇인가 전해주려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코드나 방법을 떠나서, 또 개인적인 성향이나 이에 따른 거부감을 떠나서. 마케팅 전략이라...그건 모르겠네요.

글샘 2012-08-24 16:13   좋아요 0 | URL
사회적 현상이죠. 마케팅 전략 역시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아닐까요?
출판 시장에도 예측과 판촉이 맞물려 들어가야 하는 상품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포스트모던의 시대에는 '돈'을 가진 구매자가 가장 중요한 소통의 핵으로 떠올랐으니,
책도 작가의 훌륭한 사상보다는 '돈'을 따라 움직이는 게 한편 씁쓸합니다.
 
사람아 아, 사람아!
다이허우잉 지음, 신영복 옮김 / 다섯수레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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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중국의 문화 대혁명... 조반...이란 말을 알아야 한다.

造反...이란, 마오쩌둥이 홍위병들을 부추기며 쓴 말이라고 한다.

모든 '반대(저항)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는 변증법적 테제의 하나로,

기존의 부조리하다고 여겨지는 것(지식, 지주)들에 무조건적 린치를 가하는데 쓰인 폭력의 이론적 사상이 되었다.

 

그 결과, 지식인들은 '봉건적 잔재'로 '하방' 처분을 받아 시골로 가서 험한 노동에 직면한다.

두뇌 노동의 가치를 일거에 불식시킨 역사적 대 사건이다.

중국의 문화 혁명이 성공했다면... 인류 역사의 가장 획기적 실험이 성공한 것일 수 있었으나,

역시, 한방에 큰 걸 노리면 자충수가 되고 마는 법. 문화혁명 자체가 '반동'이었음을 반성하는 시기도 오게 마련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1991년판이다. 그 이전에 구입한 책들은 이사다니는 통에 거의 사라지고 없게 마련인데,

이 책은 마음 속으로 무척 아꼈던 모양이다. 21년을 견딘 책은 몇 권 안 되는데 말이다.

 

파란 여우 님의 서평집을 읽다가, 예전 뜨거웠던 마음으로 읽었던(오로지 그 심장의 촉감만 남아있는) 기억이 되살아나,

책 마구리가 싯누렇게 된 황금빛 책을 들고 다니며 읽게 되었다.

보는 사람들마다, 도대체 그 골동품은 무슨 책이냐며 궁금해 하기도 했다. ㅋ~

 

<사회주의 리얼리즘>이라는 예술 창작법이 있었다.

사회를 충실하게 그리다 보면,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제대로 드러나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용어로 <세계에 대한 리얼리즘의 승리>란 말을 쓰기도 했다.

이런 정황을 455쪽에서 <예술이 추구하는 최고의 진실은 생활의 박진적인 묘사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그보다도 생활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태도 및 그 인식과 태도의 적확하고도 생생한 표현이어야만 하는 것>이라고 풀고 있다.

 

이 책 역시 그러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

다만, 문화 혁명기의 '조반파'의 부조리한 '독단적 정의'가 짓밟았던 '휴머니즘'에 대하여,

재고의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과정이 뜨겁다.

물론, 그 과정의 가치를 살려내는 것들은 '인물들의 마찰열'이다.

인간의 심장과 심장이 비벼질 때 생기는 마찰열보다 뜨거운 것은 없다.

제 아무리 뜨겁게 흐르던 역사의 강물도, 주인공 호젠후와 손유에의 뜨거운 심장이 자아내는 열정에 비하면 미지근할 정도다.

이 소설의 주제는 '사람, 즉 휴머니즘-의 가치에 대한 인식'과 '사랑의 질기고 뜨거운 힘' 정도일 게다.

그 힘은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육체에 와 닿는 고통을 통과한 자들만이 깨닫는 힘이다.

 

"날마다 영혼에 와 닿는 문화대혁명이라고 외쳤었는데 닿은 것은 육체뿐이었어.

그러던 것이 지금 정말 한 사람 한 사람의 영혼에 닿는 것 같애."(435)

 

1991년판에서는 '중공'이란 말을 쓰고 있다.

1992년 8월 24일이 한중수교를 맺은 날이니... 이제 중국과 불과 20년 교역한 셈이다.

그 이전까진 중공은 적대국이었다.

'무찌르고 말테야 중공의 오랑캐'의 대상이었던 셈인데, (이 노래하며 고무줄놀이하던 여자 아이들이 생각난다. 어휴~)

세월은 무상히도 흘러 이제 바야흐로 교역 제1국으로 자리매김되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대국이 되었다.

 

하방의 고통에서 벗어나 겨우 돌아온 호젠후,

20년이 넘는 사랑을 간직하지만, 손유에에게 사랑한다는 뜨거운 말을 하지 못하고,

그녀의 집 마당까지만 왔다 돌아선다. 그를 바라보는 손유에의 뜨거운 눈물...

이 소설을 읽는 이의 가슴은 계속 눈물샘의 누선에 닿아 젖어 있다.

 

왜 그냥 돌아가는 거야? 젠후!

만일 내가 별이 될 수 있다면 이 창에서 튀어나가 당신의 가슴으로 뛰어들 텐데.

가 버렸다. 멀리. 이미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저 그림자는 정말로 당신이었을까?(353)

 

그들의 사랑을 가로막았던 역사 역시 사람이 만든 것이었고,

다시 만난 그들을 훼방놓는 것 역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들을 축복해주는 이들 역시 사람이었던 것.

고통을 겪으면서 손유에의 가슴에는 시류에 영합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나는 열정이 불타고 난 뒤의 숯불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나를 따뜻이 데워 주고 내가 나아갈 길을 비춰 주기에 충분하다.(351)

 

무한 긍정의 힘.

물론 세상은 무한 긍정하기 힘들게 사람을 들볶는다. 하지만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인간상은 이렇게 긍정적이다.

 

내가 이 소설을 읽던 1991년.

1987년 6월 항쟁으로 얻은 미완의 승리는 죽쒀서 개주고 말았다.

김영삼과 김대중의 계파 정치가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여 3파전을 이뤄서 노태우에게 어부지리를 부여했고,

노태우는 아무리 물태우란 소리를 들었어도, 세상은 엄연히 군사독재 시절의 연장이었고(이름이 바뀌었다. 범죄와의 전쟁으로)

현실 사회주의 붕괴와 올림픽 이후 세태의 변화로 학생 운동은 토끼몰이를 당하는 형국이었다.

그 답답한 현실에 좌절한 이들이 생떼같은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렸던 연도가,

1991년이었다.

박정희 정권에서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김지하가, '죽음의 굿판을 집어치워라~'하고 좃선 소식을 던진 것이 그때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마음이 복잡했던 것 같다.

단순히 호젠후와 손유에의 러브라인이 완성되는 쪽으로만 달려가는 소설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이상에는 과학적 근거가 있는 거야."

"이상의 본래 의미는 현실을 끊임없이 개선하고 고양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해."(263)

 

이런 데 밑줄을 그어둔 것으로 미루어 보아,

하늘의 별이 떨어진 자리를 바라보던 시절의 흔들리는 내 눈동자가 밑줄 속에 어리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누구나 다 변해 가지.

변하지 않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저마다 인간의 소재에서부터 진정한 인간으로 변해가는 거야.

다른 인생길이 다른 인간을 만들어 내고, 다른 인간이 또다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하지.

어떤 길에나 인간이 있고 어떤 인간 뒤에도 길이 있어.

길에는 우여 곡절이 있고 인간에게는 부침이 있어.

길은 서로 교차되고 인간은 서로 부딪히지, 그것이 인생이야. (222)

 

호젠후는 이렇게 번드르르한 말로 손유에에게 어필한다.

자신의 살아온 길을 철학적 멘트로 완성한다.

그런 그의 사고는 무척이나 긍정적인 것 같지만, 기저엔 멘붕의 경험의 트라우마가 아련하게 깔려있다.

그의 속마음, 속마음~ ㅋ~ 똑같애, 똑같애~ 어느 시절에나...

 

그녀 앞에서는 초라한 모습을 눈곱만큼도 드러내고 싶지 않다.

그녀로부터 받고 싶은 것은 애정뿐이다. 연민은 사양하겠다. (216)

 

손유에가 호젠후에게 끌린 것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였다.

그 마음이 전달되는 것은 수십 년 뒤였지만 말이다.

진심이 있다면, 그 진심이 진실로 진심이라면... 변하지 않는 부분으로 남아, 오랜 뒤에라도 전해지게 마련이다.

안데르센의 '주석 병정'의 심장이 아가씨 인형의 심장과 하나가 되는 결말처럼 말이다.

 

호젠후는 자연스럽고 조용히, 그리고 조금씩 나를 그와 연결시켜 갔다.

자료실에서 그는 "이것을 읽어 봐. 아주 좋아!"하면서 책을 건네 주었다.

과연 나는 그 책에 이끌렸다.

그리고 감동한 나머지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그 사람의 시선은 내게 쏟아지고 있었다.

그는 내 눈물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가 읽은 책은 나도 모두 읽었다.

내가 읽은 것은 그도 남김없이 다 읽었다. 아무런 약속도 없이,

모든 것은 말없는 가운데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진행되었다.

나는 두 사람이 이미 친구라는 사실조차 인정하고 있지 않았다.(151)

 

사랑스런 주인공은 이렇다. ㅎㅎ

독자들은 다 알고 있는데... 이렇게 사랑스런 마음이라면, 결말에서 이어지기 십상인 걸...

사랑스런 주인공은 그걸 모르고 바르르 떤다.

안달하고 애달아 하며, 가슴에 아슴거리는 심장의 펄뜨덕거림에 혼자 입을 틀어막고 운다.

사회주의 인간상의 수립 같은 긍정적 레퍼토리만 아니라면, 훌륭한 연애 소설임에 틀림없다.

호젠후의 아린 가슴도 객관적 거리감으로 형상화된다.

 

아무리 걸어도 도저히 내 숙소에 닿을 것 같지가 않았다.

걸으면 걸을수록 멀어지는 것 같았다.

나와 손유에 사이의 거리처럼.(132)

 

이렇게 애절하게 빗나가는 사랑이지만,

시왕처럼 젊은이의 건강한 사고는 해피엔딩에의 예감을 던져주곤 한다.

 

"마르크스주의는 휴머니즘을 포용할 뿐만 아니라 가장 철저하고 가장 혁명적인 휴머니즘이라는 것이죠."(108)

"아버지는 조문을 외웠을 뿐, 인간은 염두에 없습니다.

정책이라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인간을 상대로 하는 것입니다."

 

이 소설의 주제를 담은 문장이라고도 하겠다.

문화 혁명은 휴머니즘을 구시대의 잔재로 생각하여 조반의 대상으로 삼았으나,

마르크시즘 속에서 휴머니즘을 발견하는 것을 통하여, 휴머니즘의 재조명을 꾀할 수 있는 긍정의 발견이 이 소설의 핵심이니까.

 

그 주제에 복무하기 위하여 등장한 사랑이,

호젠후와 손유에의 인생이므로...

 

이 소설에는 다양한 등장 인물의 시각으로 전개되는 독특한 시점을 반영하고 있다.

그래서 마치 3D영상을 관람하듯, 다양한 방향에서 투사되는 영상들이 입체적인 세상을 그려내고 있다.

그것은, 한 사람의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절대 아니며,

비판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사람이라도, 속내를 살펴보면 그 인간의 처지를 이해할 수도 있게 된다는 관점을 피력하려는 작가의 의도도 읽을 수 있다.

 

입체파 큐비즘의 시선처럼,

다이아몬드나 큐빅의 '컷'된 측면에서 비추이는 빛깔들이 각각 개성적인 굴절각을 만들어 내듯,

다양한 군상의 속마음을 통하여,

중국 문화혁명기를 견뎌온 사람들의 삶과 갈등들에 가장 부드럽게 접근할 수 있는 접근로를

다이호우잉이란 대단한 작가를 통해 우리는 맛볼 수 있게 된다.

 

지식인을 하방시키고, 노동자도 지도자의 위치에서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중국의 혁명이

좀 긴 안목을 가지고 접근했더라면, 훨씬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개인적 아쉬움은 여전하다.

 

떼놈은 더럽고, 왜놈은 못 됐다~

이렇게만 알아서는 큰 코 다친다.

 

국놈들 믿지말고

련놈에 지말자

선사람 심해라

본놈들 어난다.

 

이 노래가 불리던 100년 전, 이 노래에 중국이 없는 이유는...

그 시절엔 중국과 러시아가 '종이 호랑이' 취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중국은 당당한 호랑이가 되어 돌아왔다.

노래에 덧붙여야 할 대목이다.

 

국놈들 흥한다~ 이러고 말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으나,

적을 모르고 싸우면... 무지 위태롭다. 조선 사람... 정말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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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과 도 - 울자, 때로는 너와 우리를 위해
윤미화 지음 / 북노마드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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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님은 알라딘에서 초절정 인기 서재인이었다.

생활 속 골딱지를 후비는 상사를 들입다 욕하는 공무원이었던 시절부터~

팔인가 다리인가가 아프다고 골골거리던 시절~

그리고 남들의 로망인 공뭔을 때려 치더니, 시골에서 염소와 고양이와 신접살림을 차렸더랬다.

아마도 미술대학 출신이었던 그이는 사진도 제법인데, 글도 찰기가 차르르 흐르게 잘 썼더랬다.

여성스러운 생활 속 이야기도 잘 녹여내고, 세상을 비판하는 시니컬함도 고루 갖춘 이였는데,

가~끔은 포도주를 앞에 두고 찍은 사진으로 삶의 낭만에 메롱~을 날리기도 했던 이였는데,

몇해 전 '깐깐한 독서 본능'이란 서평집을 냈다. 그 서평집은 좀 산만했다.

그 서평집이 오로지 '독기 毒氣' 어린 그이의 노력으로 갈고닦은 책이라면,

이번 서평집은 <환경과 세상 살리기>라는 주제를 타고 앉은 탁월한 책이다.

이제 <환경> 관련 대학들에서 이 책을 필독서로 읽어야 할 노릇이다.

이 책 안에는 최재천 류의 <생물 다양성>과 소통하면서도 <환경>에 대하여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꼭지들로 안내하는

'도 道' 즉, 길의 역할을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파란여우 님은 알라딘 서재를 떠나서 어디론가 갔다.

뭐, 어디 주소가 있더라만, 난 알라딘에서만 논다. (알라딘을 애정해서가 아니라, 게을러서다. ㅠㅜ)

이 리뷰도 그이가 와서 읽으려면 읽으란 배포로 쓰는 거다. ㅋ~

그 시절에 없던 트위터 주소가 '촌여우'로 바뀌었다. ㅎㅎ

'파란여우'의 '낭만성'이 품었던 <독기>가 드디어 '촌여우'의 ''으로 인하여 <>로 승화되는 느낌의 연결이 기분 좋다.

(뭐, 님이야 그런 의도가 없었을지 몰라도~ 나는 원래 혼자 뭔가 찾아내면 기분 좋아하는 특이한 성향의 소유자다.)

 

이 책을 어젯밤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그이의 <환경>에 대한 깊은 천착에 공감을 하면서 읽었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내 눈길을 사로잡은 한 구절이 있었으니,

그걸 먼저 써야겠다.

 

어쨌든 나에게 어느 날 로봇이 찾아온다면 교정로봇은 어떨까.

매번 장거리 달리기와 같은 글을 쓰는 나에겐 교정로봇이 필요하다.

꼼꼼한 교정로봇이라면 그에게 기꺼이 뽀뽀를 날리겠다.(요건 좀 사양)

물론, 교정로봇과 작업을 하려면 거금이 들고 게다가 그의 심리까지 미리 파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를 것이다.

하지만 침침한 눈과 지끈거리는 골칫거리를 해결해주는 매력적인 교정자라면 기꺼이 대환영이다.(331)

 

파란여우 님의 이 책을 읽으면서, 안 그래도 교정로봇이 필요하단 생각을 하고 있더랬는데,

이런 고충을 고백하신 바,

나라도 시간이 허락하는대로 교정로봇 역할을 해 볼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을 따름이지만,

글의 내용이 충실한 데 비하여, 몇 가지 교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서 책의 신뢰를 낮추는 일이 아쉬워서 든 생각이다.

 

제1부에서는 <우리는 이대로 괜찮은가요>란 제목 하에, 한국 사회의 골치아픈 현안들을 논평한다.

 

'차별과 기회주의'는 재일 조선인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키워드로 작동하기 때문이다.(16)

 

재일 조선인은 일본에서 무지막지한 이지메를 당해 왔다.

그 최전선에서 기민(국민 포기)정책을 펼친 것이 이승만과 박정희다.

그리고 차별과 기회주의는 남한의 정책 노선이기도 하다.

안철수가 인기있는 이유가 그것이다. '차별과 기회주의'로 팽배한 사회의 불평등을 해소하려 노력하겠다. 이런 부분.

 

한국 사회의 교육, 경제, 정치... 등등에 대한 분노와 비판의 목소리가 다양한 책들과 함께 소개된다.

 

제2부가 그의 본령이다. <존재한다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란 말이 다소 모호하긴 하다. ^^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 '존재' 하나에 비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존재한다는 것에는 언제나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상반된 모순이 담겨있게 마련이다~ 뭐, 이런 의도로 썼을 것이다.

 

제2부에서 '종'의 다양성에 대한 문제 제기, 바이러스의 세계 정복,

먹는 것으로 장난치는 세상의 부자들 문제,

육식의 문제, 식량의 문제,

이렇게 생물 세계의 존재들이 서로 그물코처럼 얽히고설켜 있는데 그것들의 실마리를 잡기에 적격인 책들을 가득 소개한다.

 

그가 소개한 아룬다티 로이(인도 환경생태 운동가)의 글을 읽으면서 가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낀다.

 

전쟁 비용 속에는 죽은 새나 새까맣게 타버린 짐승들, 살해된 물고기들, 불에 탄 곤충들, 오염된 수자원,

파괴된 식물 등은 계산되지 않는다.

이 행성을 공유하고 있는 인간 이외의 살아있는 존재들에 대한 인간의 오만함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은 시장과 이데올로기를 위한 싸움에서 잊혀지고 있다.

이 오만함으로 인해 아마도 인간이라는 종이 궁극적으로 사라질 것이다.(9월이여, 오라)

 

최수연의 '소, 땅과 사람을 이어주던 생명'의 '생구'라는 말도 멋진 발견이다. '식구'와 또다른 말, 생구...

 

살아 있는 입, 우리 조상들은 소를 이렇게 불렀다.

생구(生口)는 원래 한집에서 같이 밥을 먹고 사는 하인이나 종을 말하는 것인데,

가축 가운데 유일하게 소를 생구라고 불렀다.

사람과 똑같이 하나의 소중한 생명으로 여겼다.

사람은 소를 한솥밥 먹는 생구라 여기고,

소는 집안의 궂은 일을 도맡아 했다.

말을 못할 뿐이지 사람이나 다를 바가 없다. (178)

 

다른 사람의 '서평집'을 읽는 재미는 이런 것이다.

굳이 다른 사람의 책읽은 흔적을 좇아서 읽어야 잘 읽는 것은 아니겠지만,

세상엔 이렇게 훌륭한 스승들이 많아서 '서평집'으로 독서의 갈 길을 안내해 주고 있으니,

그 역시 하나의 '道'가 되는 일 아닌가 싶다. 제목 참 잘 지었다. ^^

거기다 이렇게 아름다운 문학적 감성도 자주 등장해 주신다. ^^

 

그가 남긴 논 역사책을 읽으면서 거대한 해일 앞에 사라져가는 풍요의 파편을 봤다.(180)

 

멋지다. 거대한 해일 앞에 사라져가는 풍요의 파편이라니... 풍요의 불야성이 소돔과 고모라처럼 온갖 죄악으로 얼룩지고 있는 현실을 바라볼 때, 이런 문장이 상상하게 하는 바는 크다.

 

펜션에 가서 휴가를 잘 즐기고 온 사람들에게 뜨끔할 구절들이 많다.

펜션에서 쉬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그 사람들도 먹고 살아야 한다.

민박집이라고 친환경적이었던 건 아니니까... 그치만, 펜션이 되면서 훨씬 환경 파괴는 대규모적으로 가속화되는 게 현실이다.

작년 7월 호우로 인하여 생떼같은 대학생 봉사단을 잃고도... 소잃고 외양간만 계속 짓고 있다.

안타까운 마음 큰데 이 책을 읽음으로써 그런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어린 새싹들이 회색과 암갈색 풍경 위로 에메랄드빛 음표처럼 고개를 내밀었다.

야생 벚나무와 사과나무들이 계곡과 산비탈에서 다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하얀 은방울 꽃도 어둡고 깊은 숲속에서 봉오리를 터뜨렸다.

크리스털처럼 맑은 숲의 공기가 땅이 내뿜는 온갖 개화의 향기로 가득 찼다.(221)

 

니콜라이 바이코프의 '위대한 왕'에 등장하는 한 구절이다.

아, 참 아름답고 장엄한 자연이 그대로 글 속에서 살아오르는 듯하다.

새싹을 '에메랄드빛 음표'에 비유하다니... '크리스털처럼 맑은 숲의 공기'가 향기로 가득하다니...

책을 읽다가 눈을 감을 수밖에 없는 책들을 촌여우는 가득 소개한다.

이 책을 읽다가 보관함에 책이 가득 쌓이는 행복을 맛볼 수 있다.

 

제3부는 문학, 예술 등에 대한 비평을 쓰는 부분이다.

<아픈 마음은 지향하는 마음이다>란 제목이 조금 어색하다.

쑤퉁의 '눈물'에 대한 감상일 터인데... 번역투여서 어색함이 남는 듯 하다.

아픈 마음은 타인을 지향한다... 처럼 서술어로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러울지도 모르겠다.

 

그이의 글 중, 특히 최종규의 책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인데... 그 인상이 그닥 좋은 품평이 아니다.

 

최종규는 사진을 통한 '삶 읽기'에서 사랑을 잊지 않는다.

예민하고 꼼꼼한 최종규에게 사는 방식은 대단히 중요하다.

최종규는 글에서 느리고 적게 사는 삶을 꾸준히 반복 강조한다.

'까다로운 골목길 철학자'인 최종규로부터 독자가 애꿎은 훈계를 들어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주장은 사진이란 결국 사진을 찍음으로써 사랑을 찍는다는 전달력이 있다.(239)

 

애증이 교차하는 서평인데... ^^ 꼼꼼한 작가의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꾸준히 반복 강조'하는 '까다로운 철학자'의 '애꿎은 훈계'라고까지 표현한 뒤에 다시 앞뒤를 급히 봉합하는 듯, 사랑으로 마물려 놓은 행색이 과히 좋아보이진 않는다.

이런 서평이 인터넷 공간에 있는 것과 인쇄되는 것은 다를 것인데... 다른 작가의 책을 평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르네 마그리트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에 대하여,

김현이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라는 말은, 파이프라는 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라고 읽힐 수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하여 '모호'하다고 썼는데, 그것은 여우 님의 이해가 불충분한 부분이 있어 보인다.

마르셀 뒤샹의 '샘'과는 좀 다르다.

샘은 로쟈의 해석대로, '변소에 있으면 변기, 전시장에 있으면 철학적 사유를 하게 하는 작품'으로 볼 수 있단 특징이 있다.

자리옮김이 새로운 명명 행위가 되는 방식.

르네 마그리트는... '언어'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파이프 '그림'을 그려 놓고, 거기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란 말은,

그것을 '파이프'라는 '말'과 일대일 대응시킬 수 없다...는 표현이다.

다른 말로 '곰방대'라고도 부를 수 있단 말이다. 그렇게 보면, 한 가지 방식으로 사유하는 건 위험하단 뜻도 있겠다.

뭐, 이런 방향으로 사유를 풀면 김현 선생이 이해될까?(내가 여우 님을 이해시킬 수 있음 무지 설명을 잘 한건데... ㅎㅎ)

파이프가 장소, 상황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그걸로 훈장 선생님이 제자에게 꿀밤 대용물을 먹인다면 말이다.

 

그의 글 중에서 온몸에 소름을 돋게 하는 글이 있었으니, '설국'의 고마코 양에게 보내는 편지다.

나를 전율하게 만들었으므로... 더이상 말할 수 없다.

그 편지는 정말 섹시한 글이었다. (내가 매력적이란 말의 최상급으로 쓴 말의 수준이 이렇다. ㅠㅜ)

 

이 책을 통하여 꼭 읽고 싶은 책을 한 권 주웠으니, 프랑수아 쳉의 <티아니 이야기>다.

이참에 다이호우잉의 <사람아 아 사람아!>도 다시 읽어야 겠다.

벌써 21년 전에 읽은 책이라 기억에 남는 게 없는데... 절절한 사랑이야기였단 정도만 남는다.

또 며칠 밤 절절하게 생겼다. ^^

남들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 읽는 맛은, 100볼트 전기에 감전되는 순간처럼 찌릿~~~하다. ㅋ~

 

그이의 사랑 중에 '이언진'을 내놓을 수 없겠다.

이언진은 이용휴의 제자로, 이단아 이탁오와 뗄 수 없는 관계다.

 

과거의 부처는 나 앞의 나

미래의 부처는 나 뒤의 나

부처 하나 바로 지금 여기 있으니

호동 이 씨가 바로 그(309)

 

이언진은 위 시에서 자신을 부처에 비유한다... 고 쓰고 있다.

비유로 들자면 비유일 수도 있으나...

비유는 '유사'한 것에 빗댄 것인 바,

자신을 부처와 유사한 사람이라는 게 아니라, 호동 이언진이라는 '내 존재'가 바로 부처라는 깨달음을 나타낸 것이다.

그래서 '비유'란 말보다,

유교적 사고 방식에서 늘 수직적 질서에 편입된 '관계'만을 강조하는 성리학 사회에서,

자신의 존재가 누구에게도 편입될 수 없는 독립된 개체임을 강조한 '깨달음'이라고 보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몇 자 덧붙인다.

 

소위 유명한 사람들이 모여서 '내 인생을 바꾼 책 몇 권' 이런 종류의 책을 나는 아주 마뜩잖아 한다.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가 그렇고... 잡다한 작가들이 몇 권의 책들을 소개한 '책의 유혹'이 그랬다.

더더군다나 내가 알지도 못하는 책들로 가득한 외국 작가들의 서평집은 별로인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윤미화 님의 이 서평집은

특히 2부, 환경과 사회의 문제에 대한 천착에 집중하여 무한한 가치를 가진 책으로 읽힐 가능성이 훌륭한 책이라고 칭송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최재천 류의 환경, 생물 다양성 들과 더불어 읽는다면,

다양한 류의 책을 읽어 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지런히 글을 쓰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 책을 엮어내는 편집 역시 중요하다.

작가의 건필을 빌면서, 더 멋진 책들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

내가 이 책을 구입한 것은 나오자 마자인데,

이러구러 바쁘단 핑계로 이제서야 읽게 되어,

이미 여러 쇄를 거듭하여 고쳐진 부분이 많을 것이다.

 

혹시 촌여우 님으로 둔갑하신 파란여우 님이 이 글을 보신다면, 아래 몇 개를 고려해 주시면 좋겠다.

교정 로봇이 필요하다고 엉너리를 치시긴 했으나, 이렇게 빨간펜으로 첨삭하는 걸 보고 삐치실는지도 모른다. ㅋ~

(여우 님, 혹시 보시면 보셨다고 댓글 남겨주시면 요건 지울게요~ ^^

우정과 애정을 담아 남긴 글임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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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9 0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19 2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19 09: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19 2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int236 2012-08-19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이 새로운 책을 쓰셨군요. 저도 게을러서 오로지 알라딘에서만 노는 관계로 소식에 어둡네요

글샘 2012-08-19 21:49   좋아요 0 | URL
이 책을 읽다 보면, 더 읽고 싶은 책이 가득해요~ ㅎㅎ

세실 2012-08-19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을 홀연히 떠나신 여우님.
다른 곳에서 활발히 활동 하시겠지요^^
꾸준히 책을 쓰시네요.

글샘 2012-08-19 21:5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글도 전편에 비해서 훨씬 좋아진 느낌이더라구요. ^^
한번 읽어 보세요~

2012-08-21 16: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12-08-20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네요^^ 파란여우님.. 경향신문의 블로그에 계속 글을 올리시던데...
뭐든 열심히 해내시는 여우님이 오늘, 몹시 그립네요~

글샘 2012-08-21 17:01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저는 여기서 떠나곤 못 뵈어서요...

transient-guest 2012-08-21 0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분의 raw함이 좋아요. 귀농하면 공기좋은데서 농사짓고 책읽고 뭐 이런거 말고 좀더 현실적인데 많이 외면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잖아요. 염소 키우다가 팔아버리는 이야기, 오리농법이 오리를 해친다는 이야기...이런건 다른데서는 못봤거든요. 보관함게 담아둡니다.

글샘 2012-08-21 17:02   좋아요 0 | URL
raw~~ 날것의, 가공하지 않은... 영어 사전을 찾아 봤다는... ^^
그런 면이 있기도 하죠. ^^

transient-guest 2012-08-21 23:35   좋아요 0 | URL
아이고 죄송합니다.ㅋ 제가 뭔가 표현하려 할때, 자주 한국어 단어로 정확하께 그 느낌을 살리기 힘들때가 많아요. 책도 많이 읽고, 한국 TV도 많이 보는데, 그냥 덜 쓰면, 같은 말을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 있지 않고, 그러면서 조금씩 잊어버리는 것 같네요.

글샘 2012-08-22 07:52   좋아요 0 | URL
덕분에 단어 하나 외운 걸요~ ㅎㅎ
그럴 때가 있죠. 외국어 공부할 때도, 우리말보다 적확한 외국어가 튀어나올 때가 있는데요 뭘~ ^^

transient-guest 2012-08-23 01:21   좋아요 0 | URL
책에 최종규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을 이제서야 봤네요. 이분도 참 특이한 분이지요. 잠시 cyworld에서 이분 카페에도 가입하여 대화한 적 있고, 아벨서점에서 2007년인가에 본 적도 있어요 (뵙진 못했지만). 카메라에 자전거, 그리고 그 추운 겨울에 짧은 반바지를 입고 있었던 것이 기억나네요. 최종규님의 주제들은 조금은 무겁지만, 한 자리에서 묵묵히 자기만의 방법으로 세상에 이야기를 던지는 분의 감동을 느낄때가 있습니다.

글샘 2012-08-23 01:54   좋아요 0 | URL
저는 그분을 잘은 모르지만, 알라딘에서도 '된장'이란 닉넴으로 활동하시구요~
파란여우 님의 책에서 오류가 많다고 쓴 페이퍼도 있더라구요. ^^
고집스런 삶을 영위하시는 분 같던데, 나름의 방법으로 세상에 이야기를 던지는 부분... 공감이 갈 때가 많더군요. ^^

transient-guest 2012-08-24 03:02   좋아요 0 | URL
'된장'이라는 분의 서재를 찾아봐야겠습니다.ㅋ

2012-08-21 1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21 1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2-08-21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높은 추천 수를 보고, 이 책의 홍보에 도움을 주시는 글샘 님의 우정에 대해서 살짝 질투를 느끼다. ㅋㅋ
<깐깐한 독서 본능>은 읽었는데... 글샘 님 덕분에 이 책에도 관심을 가지다.ㅋㅋ

글샘 2012-08-21 17:04   좋아요 0 | URL
질투를... ^^ 추천 수는 왜 높을까요?

2012-08-22 2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22 2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행복의 추구 1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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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추구하는 자의 것이 아니라 느끼는 자의 것이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행복의 추구'는 '애정물, 사회물, 추리물'의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다.

사랑하지만 사랑해선 안 될 사람과의 뼈저린 사랑 이야기를 시작하는 방식은,

그 사랑의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도록 짜여져 있다.

 

한국에서 유신 시대를 거치며 '빨갱이'라는 이름만 붙이면 무조건 이길 수 있던 시대가 있었다.

그것은 박정희의 위업이 아니다.

이미 미국에서 '매카시즘'이란 광풍이 불었던 시대가 있었고,

못된 것은 금세 배운다고...

미운 놈은 무조건 빨갱이로 이름붙여 처단하고, 그도 저도 안 되면,

김대중처럼 납치하거나, 장준하처럼 멍청하게 추락사하도록 만들었다.

 

이 소설을 끌어가는 축은 배신이다.

하룻밤 풋사랑에 아기가 생겨 사랑하는 여자에게로 달려갈 수 없었던 잭(운명의 배신),

역사의 광풍에 휩쓸려 비극적인 최후를 맞아야 했던 에릭(역사의 배신),

사랑하는 연인의 배신에 인생이 무너져 내리는 비극을 겪어야 했던 새러(사랑의 배신) 등...

 

하지만 작가가 보여주는 삶의 본질은 배신을 감싸안는 사랑에 있다.

새러는 잭에게 배신당하지만, 그의 아이들을 끌어안고,

잭의 딸 케이트는 엄마를 배신한 아버지와 새러를 못마땅해 하면서도 그들의 사랑을 인정한다.

우리는 바로 그 지점에서 흔들리지 않는 희망을 본다.

 

행복은 흔히 생각하는 대로 달콤하고 설렘만 있는 감정은 아닐 것이다.

작가는 아픔, 배신, 희생이 뒤범벅된 혼돈 상태를 겪어낸 후에 환한 빛줄기처럼 다가오는 너그러움과 따뜻한 마음,

아픔을 미움이 아닌 사랑으로 오롯이 이겨낸 후에 느끼는 흔들림 없는 희망을 행복이라 이야기하고 있다.....(407)

 

옮긴이가 리뷰에서 써야할 말을 다 써버렸다.

이런 시시한 리뷰가 있나? ㅋ~

 

그렇지만, 소설을 읽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한 마디 철학자의 명제로 인생은 설명될 수 없는 것이므로...

개개인의 각기 다른 실존이 인간의 삶을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설명하는 것이 '인생'이란 사용설명서 없는 진행이므로...

 

아이는 언제쯤 깨닫게 될까?

사실은 어른이 되어도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이 더 많다는 것을...

모든 일이 의도와 상관없이 엉망진창으로 꼬일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의 삶에서 그 어떤 것도 마음먹은 대로 잘 해낼 수 없다는 것을...(하, 405)

 

작가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이런 것이다.

독자 역시 그런 위로를 통해 삶의 비밀 한 끄트머리를 만져라도 보는 듯한 행복을 느끼는 것이 독서의 결과다.

 

메그 고모 : 난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새삼 깨달았어. 삶이란 그 자체가 근본적으로 재앙이란 사실을...

     인생이라는 이야기에는 사실 해피엔딩도 비극적인 결말도 없어.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간직한 사연이 있지만 해결을 보지 못하고 그냥 끝나 버리게 돼.

      대개는 혼란의 와중에 갑자기 끝나버리지. 우리의 생이 종착점이 있는 아수라장이라는 사실만 안다면...

케이트 : 네, 알 만 해요. 아수라장 속에서나마 행복해지려고 노력해라?

고모 : 누구에게나 끔찍한 일이 일어나. 삶이란 게 기본적으로 그렇게 정해져 있으니까.

     그렇지만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지금 내가 행복해 보이니?

     나 역시 그다지 행복하지는 않아. 하지만 특별히 불행하지도 않아. (362)

 

삶이란 결국 '혼돈' 그 자체다.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이란 없다.

혼란스러운 일은 갑자기 뜻하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고, 갑자기 원하지 않는 결말을 낳게 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선지, 미래를 위해 산다며 달려가는 것이다. 어리석게도...

 

뉴욕은 여전히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모두들 어디론가 급히 달려가고 있었고,

뭐 그리 바쁜지 다들 주변 사람들에게 무관심해 보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쫓겨나고 심각한 위협을 당했고, 더러는 목숨을 빼앗겼지만,

사람들은 그런 현상에 무관심했다.(285)

 

뉴욕만, 그 시대만 그런 것은 아니다. 어느 시대든, 세상은 그렇다.

무관심하고 냉혹한 것이다.

행복이 어디 있기나 한지? 의문부호 투성이 인곳이 세상이란 곳이다.

 

이히 하베 니히츠 다폰 게부쓰트.(이렇게 될 줄 난 몰랐다.)

 

이렇게 변명하려 해봤댔자... 삶의 부메랑은 나를 건너뛰지 않고 돌아오게 되어 있다.

 

이 나라는 독창성을 두려워합니다.

철저한 개인주의 운운하며 존웨인 식의 헛소리들을 늘어놓지만,

본질적으로 이 나라는 속물들의 국가입니다.

말하자면 체제에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은 밖으로 밀어내지요.(174)

 

이런 비판은 비단 전후 미국 사회에만 한정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오빠 에릭의 죽음에 인용된 영국 시인 스윈번의 시가 묘한 힘을 얻게 된다.

 

삶이 그대에게 씁쓸하거든 용서하라.

달콤하거든 감사하라.

그대는 더 살지 않는다.

감사한다는 건 좋은 일일지니.

용서와 더불어.(176)

 

새벽녘 거리에서는 암 것도 분명해 보이지 않았다.

모든 게 가능해 보이기도 했다.

그때 거짓말처럼 어둠이 물러갔다.

비로소 맨해튼은 힘껏 소리를 지르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현실이 덥석 내 살점을 깨물었다.

강렬한 빛이 거리를 비추며 모든 가능성을 일시에 거두어가 버렸다.(상, 48)

 

느릿느릿 해변을 거닐며 머릿속을 비웠다.

근래 들어 처음으로 맛보는 평온한 느낌이었다.

파도가 메트로놈처럼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가 내 마음을 평화로운 상태로 이끌었다.

"이 해변이 내 안전밸브가 돼 줄거야. 사람들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고 살아가게 할 위안처."(상 287)

 

도시의 삶을 이렇게 밝히는 표현도 멋지다. 소설을 읽는 즐거움의 하나다.

해변에서 오랜만에 마음의 안정을 맛보는 새러의 마음도 잘 그려지고 있다.

 

잭과 새러가 다시 만났을 때,

"내가 당신에게 보낸 편지가 몇 통 이었을까?"

"서른 두 통의 편지와 마흔 네 장의 엽서."

이런 대화를 나눈다.

 

아, 대화를 통해, 지나간 시간까지를 아프게 반추할 수 있는 장치로서 성공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기들만의 언어 코드가 있게 마련이므로,

그 코드에 꼭맞는 열쇠를 들이댔을 때만 열리는 마음의 한 켠이 있는 법이어서 말이다.

 

로맨스와 반전, 감동을 느끼는 소설을 찾는 사람이라면 권해줄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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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표현 하나. (상 316페이지) 작렬하는 태양... 작렬은 폭탄 같은 것이 터진다는 뜻이다. 타오르는 태양은 '작열'로 쓴다. 센스 있음~ 이럴 때 쓰는 말은 센스 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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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열단상 - 잉여라 쓰고 '나'라고 읽는 인생들에게
문단열 지음 / 살림Biz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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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교육방송에서 재미있는 표정으로 영어를 가르치던,

아주 쉽게 가르친다는 생각을 하게 했던 문단열의 짧은 글들을 묶었다.

글들은 짧은데, 생각은 깊다.

 

김제동이나 강호동이 텔레비전에서 재미있으면서 교훈적인 심오한 말을 가끔 남긴다.

그들의 말을 '어록'이라고 떠받들기도 하는데,

암튼, 이 책에는 그런 '단열 어록'이 가득하다.

 

영어 강사로 상한가를 치던 그가 암환자란다.

그러면서 삶에 대한 겸손도 저절로 체득되었던 듯...

영어 강사로서도 훌륭한 사고를 가지고 있다.

 

저 자신을 '어학 선생'으로 호칭하는 것은

진정한 교육은 '지식 전달'이 아니라 '태도 전이'라고 미디 때문입니다.

최고의 지식을 줄 수는 없을지 몰라도,

제가 영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온몸으로 보여 왔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지식이란 굳이 사람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전달 매체가 있으니까요.(머리말에서)

 

교육이 지식 전달이고, 문화 복제던 시절이 있었다.

인류 역사에서 이런 시기는 무척 길었고, 그래서 지식과 교육은 그런 틀에서 벗어난 논의를 하기 힘들다.

그렇지만, 빌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는 일거에 교육이란 '태도'를 가르쳐야 하는 것.

필요성을 가르치는 것... 으로 관점을 돌리도록 세상을 바꿨다.

그렇지만, 많은 교육자들은 관점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눈뜬 맹인들이 따로 없다.

 

못하면 다 죽어가는 얼굴로 도움을 청하고

해도 다 죽어가는 얼굴로 피곤하다 말하는

취직은 무엇인가요?

 

못하면 지하철에 뛰어들고

하면 방황 속으로 예외없이 접어드는

합격은 무엇인가요?

 

없으면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고 하고

많으면 '잉여라서 죽고 싶다'고 하는

시간은 무엇인가요?

 

없으면 '외롭다'고 하고

있으면 '귀찮다'고 하는

관심은 무엇인가요?

 

우리가 바라는 모든 것

누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축복이 되긴 글렀습니다.(40)

 

사람 참 얄팍하다.

물에 빠졌을 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 되었다가,

그 사람 건져 주면, 잃어버린 보따리 찾는 게 인간 욕심이다.

바닥에 떨어졌을 때, 겸손할 줄 알아야 하고,

뭔가 가졌을 때, 고마운 줄 알아야 한다.

 

누릴 준비가 되어 있으라고... 매일 '밤'이 오는 것인데... 인간은 밤조차 낮처럼 환히 밝히고 쌩난리를 떤다.

현대로 갈수록 인간은 누릴 준비를 하지 않고, 매일을 낭비하듯 꿀꺽 삼키는 형국이다.

 

사람이 변화하는 것은 두 가지 경우뿐

내가 변화하기로 맘먹었거나

타인으로 인해 변화하고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거나.

 

남을 변화시키기를 원한다면

상대가 스스로 원할 때까지

절대로 그 사실을 입 밖에 내지 말 것.

 

그리고

묵묵히, 아주아주 오래

일방적으로

사랑해줄 것.(52)

 

사람을 가르치려 들면, 금세 부딪친다.

인격과 인격의 교집합이 풍부한 사람은 훌륭한 사람이다.

훌륭한 사람과의 대화는 그래서 물흐르듯 자연스럽다.

부족한 삶은 교집합이 없어, 매사 덜그럭거리고 껄끄럽게 만난다.

그런 사람일수록, 남을 가르치려 든다.

그것도, '입 밖에 내서 말로만' 한다.

그 마음 속에 사랑이 들었다고 믿을 수 없게 만든다. 나도 그렇다. ㅠㅜ

 

'가지기'에 몰두하면 저만치 멀어지고

'즐거워하기'에 집중하면 성큼 다가옵니다.

 

인생의 모든 즐거움들,

그저 사용할 뿐이고 언제나 떠날 수 있는 마음,

그 마음이 행복입니다.

 

행복 시스템은

'소유'가 아니라 '렌탈' 기반입니다.(행복에 대하여)

 

삶은 즐거워하려고 맘먹은 사람 앞에 고난을 드리울 수 없다.

고난조차도 소유할 하지 않는 사람에게 어찌 고난을 드리우랴.

행복 시스템은... 소유를 버리는 '렌탈' 시스템임을 자각한 사람에게...

비로소 행복은 다가서는 일이란다.

 

이런 글을 만날 수 있는 일...

이런 모국어를 가진 일, 이런 모국어를 빌려 쓰는 오늘, 아름답지 않은가?

 

여러분 딴짓하세요. 공부만 하지 말고 딴짓하세요. 시킨 일만 하지 말고 딴짓하세요. 창조는 어차피 두세 가지를 섞는 것. 섞어 새로 만들려면 평소 딴짓을 생활화해야 해요. 착실하게 시킨 일만 하는 사람은 평생 남 시킨 일만 하다 끝나요. 여러분, 방과후엔 딴짓하세요. 퇴근 후엔 딴짓하세요. 때때로 상식에 어긋난 짓을 하세요. 그 짓으로 여러분은 10년 후에 먹고 살게 될 거예요.(202)

 

고지식한 사회에 이런 딴지도 필요하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대로만 살면... 어떻게 사업가가 탄생하며,

선생님이 가르친 것만 이해하려 들면... 어떻게 기계 기술이 진보하겠는가?

딴짓, 그것이 창조의 원동력이다.

 

학교에서 충실히 가르치고,

제발 딴짓을 하라고 아이들에게 권장할 일이다.

 

아들 녀석, 작년까지 학교를 지옥처럼 여기고 공부를 안 하더니,

대학 가서, 지금 응원단 훈련한다고 방학도 없이 뛰어 가서 땀이 범벅이 되어 돌아온다.

유치원때 재롱잔치에서도 쑥스러워하던 인간이,

대학생이 되어 오늘 모임에 늦었다고 택시비를 얻어서 달려간다.

 

인간은 딴짓 속에서 의욕이 부풀어가는 특이한 동물인지도 모르겠다.

 

아~

사람들아~

정해진 틀대로만 살려고 들지 말고, 제발, 좀 넓고 깊게 바라보는 것도 인정하자.

아니, 자기만 착하다고, 자기 생각만 옳다고... 그렇게 여기고 아이들을 과외와 학원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지 말고,

아이들은 놀아야 창의적일 수 있음을... 좀 창의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은 환갑이 넘어서도 호기심 천국일 수 있는 곳임을 알게 될 것이다.

 

숨통이 콱 막히는 오늘,

맥주 한 캔과 치킨으로 스트레스를 날리려고 한숨을 쉬는 당신,

치맥 값으로 문단열을 만나는 일도, 행복한 하룻밤 꿈은 될 거다.

가슴이 꿈같이 설레어서...

 

청춘일 때는 몰랐어요.

중년들도 하루하루 힙겹게 사는지는.

 

하지만 이건 정말 꿈에도 몰랐어요.

여기까지 왔어도 새로운 꿈에 설렐지는(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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