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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교육을 벤치마킹하라
하준우 외 지음 / 동아일보사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교실 밖은 변했는데, 교실 안은 그대로인 것이 한국의 학교 교육
1. 문제 제기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단 하나의 진리를 찾는다면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것을 단 하나의 단어로 찾으라 했더니 '지나가리라'라고 했다던가.
학습 환경도 변하고, 국제 관계도 변하고, 사고 방식도 변하고, 학생과 학부모도 변했다.
심지어 교사들의 사고방식도 변했지만, 변하지 않은 것은 한국의 <획일화>된 학교 교육 제도.
벤치 마킹은 남들의 좋은 것을 보고 배우자는 의도지만, 한국의 교육으로 들어오면 귤이 탱자가 되고 만다.
더 이상 벤치마킹을 외칠 필요 없다. 탱자를 식탁에 올릴 순 없는 일이니 말이다.
2. 어디서 시작해야 할까?
첫째, 교육주체들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학부모, 학생, 교사들이 모여서 의논하고 '선택'할 수 있어야 '권리'와 '의무'가 의미있게 된다.
둘째, 자율적 학교 경영이 가능해 져야 한다. 획일적 교장 임용제도, 획일적 입시제도, 획일적 학사 업무... 도무지 자율이 살아날 틈이 없다.
셋째, 투자 등 재정 문제가 해결의 관건이다. 교사를 더 쓰고 싶어도 모든 학교에는 꼭같은 수의 교사만 있다. 특정 분야에 특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자 해도 예산은 똑같다. 인풋 없는 아웃풋 없다.
3. 벤치 마킹 : 제도를 본딸 것이 아니라, 자율적 운영을 본따야...
이 책에서 제시한 영재 교육, 대안 교육, 장애인, 소수민족 교육, 교사의 자질 문제, 학교 평가, 학생회, 학운위, 진로 교육 등은 한두 해만에 이루어진 성과가 아니다. 교육자치가 실현된 국가들의 공교육이 수백 년 동안 좌충우돌하며 단련해온 제도들이다. 그걸 부럽다고 가져오면, 또는 모든 학교에 뿌리내리라고 하면, 탱자가 아니라 쇠구슬이 되어 학교를 상하게 할 것이다.
벤치 마킹 하여야 할 것은, 하나하나의 제도들이 아니라, 그 제도들이 지향하는 의미들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제도들의 장점을 개별 학교에서 각자 자율적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주는 것이 교육부나 교육청이어야 한다. 단시일 내에 리드하려들면, 교육지원청으로 이름 바꾸었대도, 관료적 교육위원회 시절과 다를 바 하나 없을 것이다.
4. 이름만 자율화, 또다른 획일화...
학교에 이미 자율화 정책이란 것이 2009 개정 교육과정이란 이름으로 획일적으로 하달되었다. 그것은 자율화란 이름의 획일적 정책이었다.
학교마다 환경이 다르고, 학생들이 다르고, 교사들이 다르고, 학부모의 요구들이 다를 수 있다.
학교마다 독특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교장을 임용할 수 있는 제도가 가장 시급하다.
<보통 학생들을 받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게 하는 학교가 최고>란 소신을 밀어붙일 교원들이 필요하다.
OECD 국가들의 교사 수준보다 한국의 교사 수준은 최상층이다.(전문성에서가 아니라, 성적 상위 분포도로)
그리고 한국의 담임교사들은 학생들을 계약된 아동으로 보기보다 자식처럼 동생처럼 여기는 장점도 살릴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굳이 건너온 귤만 좋아라 할 것이 아니라, 이 땅에 원래 있었던 돌배라도 척박한 토양에서 잘 자랐던 것도 살리고, 학교 나름대로 귤도 기르고 바나나도 기를 수 있다면, 자율화의 토양이 천천히 확산될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논의의 핵심은, 정치가 교육을 좌지우지해온 지난 짧은 한국의 역사를 볼 때, 정치적 안정이 한국 교육의 난맥상을 쾌도난마, 단칼에 자를 수 있는 시초가 될 것임을 생각하면, 마음은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