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창비시선 313
이정록 지음 / 창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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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의 제목은 '정말'이다.

내 시집 읽기의 특성상, 표제시를 우선 찾아 본다.

그런데, 정작 '정말'은 없다.

 

뭐여? 이러고 있는 사이...

시를 읽는 내내... 머릿속에 '정말'이 지배하는 공간이 부유한다.

'증말' 뭐여? 하는 동안,

그의 시집은 입을 스윽 닦으며 내 시선을 빠져나간다.

 

금강산 기행, 어머니와의 대화, 체험의 기록 들인데, 시선이 날카롭고 재미진 말들로 그득하다.

한 편, 또는 한 권을 읽었을 때의 감상과,

그이의 책을 쪼르륵 읽었을 때의 감상이 다르다.

아쉽게도 앞쪽의 감상이 낫다.

쪼르륵 읽고 나면, 아쉬움이 남는다.

너무 울궈먹는구나 싶은...

 

꽃에는 정작 방년(꽃다운 나이)이란 말이 없다네

그래, 천년만년 꽃다운 얼굴 보여주겠다고

누군가 칼과 붓으로 나를 피워놓았네만

그 붓끝 떨림이며 칼자국, 바람에 다 삭혀내야

꽃잎에 나이테 서려 무는 방년 아니겠다?

꽃이란 게, 향과 꿀을 퍼내는 출문이자 열매로 가는 입문이라...

그렇다네, 이 문짝에 염화 없다면

어찌 어둔 법당에 미소 있겠는가?(꽃살문, 부분)

 

이런 시선은 예리하면서도 풍요롭다.

조각칼로 도려내는가 하면, 그 도려낸 부분이 어울려 꽃살문 이루는 이치를 모아낸다.

그의 시는 그런 원리로 짜맞춰지는 구조물과 같다.

 

그이의 어머니 목소리 화법은 제법 구성지다.

 

신랑이라고 거드는 게 아녀

읍내 양지다방에서 맞선보던 날 나는 사카린도 안 넣었는데

그 뜨건 커피를 단숨에 털어넣더라니까(음... 강남 스타일이었구만. ㅋ~)

오토바이에 시동부터 걸더라고

어서 타라는 거여

망설이고 있으니까 번쩍 안아서 태우더라고

정말 빠르더라고

비명 한번에 끝장이 났다니까

꽃무늬 치마를 입은 게 다행이었지

하늘이 밀밭처럼 노랗더라니까

내 매무새가 꼭 누룩에 빠지 흰 쌀밥 같았지

얼마나 빨랐던지 그때까지도 오토바이 뒷바퀴가 하늘을 향해 뜨그르르 돌아가고 있더라니까

죽을 때까지 그 버릇 못 고치고 갔어

덕분에 그 양반 바람 한 번 안 피웠어

가정용도 안 되는 걸 어디 가서 상업용으로 써먹겠어

정말 날랜 양반이었지(참 빨랐지 그 양반, 부분)

 

충남 사투리에는 전북 사투리와 어금버금 섞인 말들이 많다.

충청도도 대전, 청주쪽이 '그리유~~'류의 느즈막한 말투인가 하면,

홍성, 청양쪽은 오히려 '하지야~~'하는 전북 말투가 섞여들기도 한다.

지역 사투리가 구성진 시들은 문학적으로도 보존 가치가 높다.

그의 시들이 좀더 지역의 말투를 제대로 담아낼 수 있다면 좋겠다.

참고로, 최근판의 '어머니 학교'에서는 '삐딱구두'를 모셔온 택시 이야기도 나오던데,

하기야, 뭐, 시란 것이 '전기'는 아닌셈이니...

 

느낌표가 전부여 한 세상 접을 땐, 느낌표만 남는 거여(느낌표)

 

이런 느낌표 역시 시의 재미다.

 

눈사람

눈사람은 살 빠지면 죽는다

햇살 다이어트가 가장 위험하다

 

이렇게 써붙인 쪽지를 병따개가 가리고 나니

 

사람

사람은 살 빠지면 죽는다

살 다이어트가 가장 위험하다

 

다이어트가 '다이'를 품고 있다. ㅋ~

 

그의 시가 움직여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재미있다.

충청도의 느릿하면서 능글맞은 사투리가 담은 세상 속에,

단도직입하는 맛도 느낄 수 있어,

지방색을 담은 시의 대표자로 그가 우뚝 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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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8 22: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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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9 1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19 11: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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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9 14: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 파란 세이버 1 - 날고 싶은 소년의 자전거 성장 드라마
박흥용 글.그림 / 바다출판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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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를 겪는 곤충들만 애벌레에서 성충이 되기까지 번데기를 겪는 건 아니다.

인간도 온갖 보호를 겪는 어린아이에서 성인이 되기까지 많은 도전과 난관을 나름 통과하게 되어있다.

그런 통과 의식을 통하여, 사회에 적응하기도 하고,

때로는 저항하기도 하며, 좌절하기도 하고, 순응하게도 되는 것이다.

 

윤오영의 '양잠설'에는 누에가 구각을 탈피하고 자라가는 과정을 잘 묘사하고 있다.

윤오영은 글쓰기의 성장을 양잠에 비유하려 든 이야기지만,

이 멋진 만화를 읽으면서 내내, 내 머릿속에선 양잠설의 그 '비오는 소리'가 그치지 않고 들렸다.

 

 <윤오영, 양잠설 첫 부분>

 

어느 촌 농가에서 하루 저녁 잔 적이 있었다. 달은 훤히 밝은데, 어디서 비오는 소리가 들린다.

주인더러 물었더니 옆 방에서 누에가 풀 먹는 소리였었다.

여러 누에가 어석어석 다투어서 풀잎 먹는 소리가 마치 비오는 소리 같았다.

식욕이 왕성한 까닭이었다. 이때 뽕을 충분히 공급해 주어야 한다.

 

며칠을 먹고 나면 누에 체내에 지방질이 충만해서 피부가 긴장되고 윤택하며 엿빛을 띠게 된다. 그때부터 식욕이 감퇴된다.

이것을 최안기(催眼期)라고 한다.

그러다가 아주 단식을 해버린다. 그러고는 실을 토해서 제 몸을 고정시키고 고개만 들고 잔다.

이것을 누에가 한잠 잔다고 한다.

얼마 후에 탈피를 하고 고개를 든다. 이것을 기잠(起蠶)[1]이라고 한다.

이때에 누에의 체질은 극도로 쇠약해서 보호에 특별히 주의를 해야 한다.

다시 뽕을 먹기 시작한다. 초잠 때와 같다. 똑같은 과정을 되풀이해서 최안, 탈피, 기잠이 된다.

이것을 일령 이령(一齡二齡) 혹은 한잠 두잠 잤다고 한다.

오령이 되면 집을 짓고 집 속에 들어 앉는다.

성가(成家)된 것을 고치라고 한다.

이것이 공판장(共販場)에 가서 특등, 일등, 이등, 삼등, 등외품으로 평가된다.

[1] 기잠(起蠶) : 외피를 갓 벗은 누에 새끼.

 

"그 사람 재주는 비상한데, 밑천이 없어서."
뽕을 덜 먹었다는 말이다. 독서의 부족을 말함이다.

"그 사람 아는 것은 많은데, 재주가 모자라."
잠을 덜 잤다는 말이다. 사색의 부족과 비판 정리가 안 된 것을 말한다.

"그 사람 읽기는 많이 읽었는데, 어딘가 부족해."
뽕을 한 번만 먹었다는 말이다. 독서기가 일회에 그쳤다는 이야기다.

"학식과 재질이 다 충분한데 그릇이 작아."
사령(四齡)까지 가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그 사람 아직 글 때를 못 벗은 것 같애."
오령기(五齡期)를 못 채웠다는 말이다. 자기를 세우지 못한 것이다.

"그 사람 참 꾸준한 노력이야, 대 원로지. 그런데 별 수 없을 것 같아."
병든 누에다. 집 못 짓는 쭈구렁 방송이다.

"그 사람이야 대가(大家)지, 훌륭한 문장인데, 경지가 높지 못해."
고치를 못 지었다는 말이다. 일가(一家)를 완성하지 못한 것이다.

나는 양잠가에게서 문장론을 배웠다.

 

성장 과정에서 어느 시기엔가 빈 칸 내지 성긴 칸이 있으면, 반드시 그 결과가 엉성하게 드러난다.

그런 것을 탐구한 자가 프로이트이며, 융 같은 사람들이다. 개인적 문제인지, 공동체의 문제인지를 차별두고는...

 

그렇지만, 또 생각해 보면,

아프지 않고 성장하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

 

더군다나 꿈을 가진 어린 시절, 성장하면서 그 꿈이 자기에게서 멀어져만 가는 경험을 하게되는 쌕쌕이의 이야기는,

자전거의 페달을 밟는 정직한 육체 운동의 '힘'과,

끌어주고 지지해주는 선배와 친구의 '힘'과,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 같은 거리감을 이겨내는 의지의 '힘'과,

때론 자기가 선 자리에서 나름의 지혜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혜의 '힘'이 성장기에 어떻게 땀방울로 열매맺는지를 들려준다.

 

자전거라는 흔치 않는 소재를 탐구하는 일도 재미있고,

인류가 만들어온 '오래된 미래'로서 인간의 에너지를 원동력으로 씽씽 바람을 가르며 달릴 수 있는 자전거의 매력을

가슴이 아슴아슴한 사랑 이야기와 함께 그려내는

성장 만화의 백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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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2-11-16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참 재미있게 봤는데요. 쌕쌕이...ㅎㅎ

글샘 2012-11-18 21:06   좋아요 0 | URL
재밌죠. 그림도 이쁘구요. ㅋ~

페크pek0501 2012-11-18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사람 참 꾸준한 노력이야, 대 원로지. 그런데 별 수 없을 것 같아."
병든 누에다. 집 못 짓는 쭈구렁 방송이다.

- 하하하 웃습니다. ^^ 영양가 있는 리뷰를 잘 보고 갑니다.

글샘 2012-11-18 21:07   좋아요 0 | URL
리뷰가 영양가 있는 게 아니라, 윤오영 선생님 수필이 영양 만점이죠. ㅎㅎ
 
어머니학교 - 이정록 시집
이정록 지음 / 열림원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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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걸차다 : 아주 풍채가 좋고 기상이 당당한 데가 있다

걸판지다의 사전적 풀이 : 거방지다(몸집이 크고 행동이 점잖고 무게가 있다)  

걸판지다의 일반적 용례 : 즐겁고, 흥겹고, 걸게 차려 푸진 자리에 쓴다.

 

접힌 부분 펼치기 ▼ '걸판지다/거방지다'에 대한 시빗거리~

 

안녕하세요.

오늘도 사전 이야기를 좀 해 볼게요.

어제저녁에는 일터에 돌아온 기념으로 동료와 저녁을 함께했습니다.
횟집 하나 잡아 걸게 차려 놓고 돌아왔다는 신고를 했습니다.

걸판지다는 말 아시죠?
즐겁고, 흥겹고, 걸게 차려 푸진 자리를 뜻할 겁니다.
근데, 사전에서 '걸판지다'를 찾아보면 '거방지다'를 보라고 나옵니다.
거방지다의 뜻을 보면
「1」몸집이 크다.
「2」하는 짓이 점잖고 무게가 있다.
「3」매우 푸지다.
고 나옵니다.

저는 '거방지다'보다는 '걸판지다'를 더 많이 듣고 썼으며, 그게 귀에 익어 있습니다.
그러나 사전에는 거방지다만 있고 걸판지다는 없습니다.
혹시 여러분이 시험을 보신다면 꼭 거방지다를 고르셔야 합니다. ^^*
실제 사람들이 어떻게 쓰건 상관없이 '거방지다'를 표준어로 고르셔야 합니다.

여러분은 거방지다와 걸판지다 가운데 어떤 것을 쓰세요?
거방지다만 표준어고 걸판지다는 비표준어라는 게 이해가 되세요?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http://www.daejeon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3130
펼친 부분 접기 ▲

 

 

 

이정록의 시들의 모티프는 '어머니'가 '팔할'이다.

그렇다고 이 시의 모티프들을 정말 '어머니'라고 믿는다면 순진한 노릇.

 

이런 거짓부렁을 소설이라고 하는 겨.('소설' 중)

 

그렇지만, 한 세월 살아와 이제 저승문 두드릴 날이 머잖은 분의 지혜가 돋보이는 구절도 많은 건 사실.

 

쇠맛 좋지.

놋슨 못을 혀에 대보면 이게 이별맛이다 싶어.('이별맛' 중)

 

땅바닥에 절하고 댕기느라/ 허리가 끊어지겄다.

꼿꼿하게 힘을 줘도 금세 활처럼 휘어야.

힘 남았을 때, 한번/ 오지게 당겨보려고 그런다.

미친 놈, 단박에/ 저승 문짝에 명중시키려고 그런다.('저승 문짝' 중)

 

어머니의 눈다운 것들 중 절창은 '사랑은 편애'다.

 

편애가 진짜 사랑이여.

논바닥에 비료 뿌릴 때에도

검지와 장지를 풀었다 조였다

못난 벼 포기에다 거름을 더 주지.

담뿍 사랑을 쏟아부을 때

손가락 까닥거리는 건 절대 들키면 안 되여.

풀 한 포기도 존심 하나로 벼랑을 버티는 거여.

젖은 눈으로 빤히 지릅떠보며

혀를 차는 게 그중 나쁜 짓이여.('사랑' 중)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속담이 있지만,

아프긴 다 아프다만, 더 아프고, 계속 신경 쓰이는 손가락이 있음을 이 속담의 배면에 감춘 말이다.

 

요즘 사는 사람들,

로또 한 방 원하거나,

부모 재산 타고 났길 소망하거나,

왕재산 물려받은 남편 얻길 바라지만,

다 허튼 생각.

손가락에 얄팍한 한돈 반지 끼워주고 시작했더라도,

힘든 세월 한 세상 함께 나눈 후라야, 살았다 할 수 있는 거지.

 

새는 눈이 없어서 낮은 곳에 둥지를 틀겄냐?

진짜 전망은 둥지에서 내다보는 게 아니고

있는 힘 다해, 날개 쳐 올라가서 보는 거여.('전망' 중)

 

부부하고 부목하고 다 부씨 아니냐?

연애할 때는 불불이었는데, 받침을 활활

불쏘시개로 태우고 부부가 된 거여.('부부' 중)

 

언어를 뚫어지게 관조한 연후에 얻게 되는 지혜가 곳곳에 숨어있다.

 

된장 고추장 빼고는 숫제 간도 보지 마라.

가장 힘들어서 가장인 거여.('가장' 중)

 

달빛 내릴 때 보면 삼삼하니 아버지 생각이 사무쳐야.

맥주 한잔에 내가 왜 이리 수선 떠나 모르겄다.

하여튼 무너진 데 수선은 수선화가 최고여.

탱자처럼 시고 떫은 인생을 남겨준 것도 아버지니께

산소에 갈 때 몇 뿌리 옮겨 놓든지.(수선화)

 

가장 힘들어 가장,

수선엔 수선화가 최고,

이런 말들 속에 삶이 눅진하게 녹아 있다.

그래서 그의 말 놀림이 밉지 않다.

 

질펀한 농지꺼리도 그의 시에 들어서면 삶의 지혜가 된다.

허긴, 꼿꼿한 생각을 지나치게 외치면, '초식남'이 되잖은가 말이다.

 

생선하고 여자는

자고로 물이 좋아야 하는데 어떠냐?

 

- 아직은 무논 참배미예요.('인물' 중)

 

세상이 학교라면,

어머니는 어쩔수 없이 '先生'이다.

자식이 먼저 날 수는 없으니 말이다.

 

하늘 넓은 거, 그게 다 먹구름 쌓였던 자리다.

어미 가슴 우물이야, 말해 뭣 하겄어.

대숲처럼 바람 소리만 스산해야.('가슴 우물' 중)

 

삶의 뒷자리, 다 그런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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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6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16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2-11-18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이 학교라면,
어머니는 어쩔수 없이 '先生'이다.
- 이 말이 제게 팍 꽂힙니다.^^

글샘 2012-11-18 21:07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그럼 이 책은 더 꽂히실 터인디~ ㅋ~
 
그림, 눈물을 닦다 - 위로하는 그림 읽기, 치유하는 삶 읽기
조이한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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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름이 재밌다.

조이한, 조이한... ㅋ~ joy-한... 요렇게 들려서 이쁘다.

 

그대에게 가고 싶다

                              안 도 현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 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되어 우리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 올 때까지는 저 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어줄 따뜻한 이불이라는 것도

나는 잊지 않으리

 

사랑이란

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고

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

지치고 상처입고 구멍난 삶을 데리고

그대에게 가고 싶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신천지

우리가 더불어 세워야 할 나라

사시사철 푸른 풀밭으로 불러다오

나도 한 마리 튼튼하고 착한 양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안도현의 시를 인용하면서 제시한 그림 한 장.

 

 

이 그림을 보고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

저 사다리를 타고 오르고 싶은 꿈을 생각할 수 있고, 풍크툼~

누군가는 자기만 오르고 사다리를 차버리는 생각을 할 수도 있고, 풍크툼~

누군가에게 한없이 뻗어있는 마음을 떠올리며 빙긋이 웃을 수도 있다. 풍크툼~

이렇게 제각기 다른 생각을 갖게 되는 경험을 풍크툼~이라고 한단다.

 

이 작품도 재미있다.

 

 

둘이 닮은 게 아니라, 같아도 너~무 같애서...

너와 나가 구별되기 힘든 인연을 만난다면 느낌이 어떨까?

째깍째깍 심장이 움직이는 소리까지 꼭 같아서

행복감에 젖어있는 듯한 이 두 시계의 이름은... '완벽한 연인'이다.

그러나 완벽한 연인, 역시 언젠가는 조금 엇나갈 것이고, 누군가는 먼저 멎을 운명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완벽을 행복으로 여기며 사는 삶이 행복으로 가는 유일한 길일 게다.

오지 않은 미래를 미리 당겨 걱정하는 병,

이런 걸 인간의 '지식'이라 부른다.

 

 

의자, 너마저...

의자가 의자를 딛고 올라가, 밧줄에 목을 매고, 의자를 걷어찼다.

자살에 대하여 이렇게 강한 상징을 보여준 작품도 드물다.

<사물들의 자살>이란 제목의 이 작품은...

한국 사회의 자살 풍경의 살풍경을 대변하고 있다.

사람의 모습보다, 더 눈물겹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은 작품은 로댕의 '신의 손'이다.

신의 손에서 빚어지고 있는 인간들의 모습은 거친 석고가 빚어내는 매끈한 면들의 생성중인 모습은,

평면과 입체의 중간과정을 보고있는 것 같다.

 

삶이란 이름으로 존재가 세상에 '내던져짐'으로써, 인간은 필연적으로 불안과 아픔, 슬픔, 두려움을 갖게 된다.

인간은 아무리 격렬하게 살았대도, 미미한 흔적만 남을 뿐임에,

<사랑>하는 이에게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은 오히려 처절하다.

 

<사랑하는 이>는 자기 모습을 아름답게 비춰주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 책의 저자 'joy-한'은 심리학 전공자이다.

그래서 그의 관심은 오롯이 예술에 가 닿기 보다는,

예술에 투영된 인간의 '심리'에 더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 심리적 투영이 빚어내는 모습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고,

그것을 바르트의 용어로 '풍크툼'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에곤 실레의 '해바라기'에서 가장 깊은 심리적 본질과 조우했다는 조이한의 이야기에도 고개가 끄덕여 진다.

 

이 책의 주제는 '인생' 정도일 거다.

그 인생의 '눈물'을 닦아주는,

눈물이 마구 솟구쳐 어쩔줄 모르는 상황에서 낯모르는 이가 건네준 손수건의 친절과 위로 만큼이나,

그의 그림 이야기는 웅숭깊다.

 

그림 한 장으로 어찌 치유를 논하겠는가마는,

그림은 '그리움'을 화폭에 옮긴 것이라지마는,

그의 그림 이야기를 따라 읽다 보면,

필연코 삶의 어느 지점에서 부딪쳤던 '사랑'의 반짝이던 눈물의 기억과 조우하게 된다.

모든 삶의 아련한 추억은 '사랑' 그 속에 담겨있는 것이니...

 

사랑으로 잠 못드는 이들이라면, 그 깊은 마음 속을 들여다보기 힘들어 허전해 한다면,

일단 조이한의 설명을 길잡이 삼아 미술관을 돌아볼 일이다.

 

모든 사랑은 '오해'이자 '상상력'의 발현인 바에야...

모든 사랑은 '첫사랑'이고,

모든 사랑은 '순수한 사랑'이니까,

그 사랑으로 인하여 흘렸던 눈물 한 방울쯤, 조이한이 건네주는 친절한 위로의 손수건으로 훔쳐볼 수도 있을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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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5 0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2-11-15 11:34   좋아요 0 | URL
아~ 감사합니다~ ^^
 

앞으로, 택배 상자에 과자류는 일체 금지~~~!

 

한자로 一切 로 쓰고 '일체', 또는 '일절'로 읽는다.

두 가지로 소리나니 헷갈릴 일은 당연지사.

 

잘못 쓰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틀린 말을 쓰게 되는 것이 우리네 언어 습관이다.

'다른'을 써야하는 자리에 '틀린'을 쓰는 일처럼...

 

'너랑은 생각이 많이 틀려.'

 

틀린 것은 잘못된 것, 나쁜 것이다.

다른 것은 당연히 옳을 수 있는 개연성을 내포한 것이고...

 

금지, 안 됨, 하면 안 된다~ 처럼 부정으로 쓰일 때는 '일절' 이라고 해야 한다.

<부인, 금지>로 쓰일 때는 '일절'이라고 외워두면 좋겠다.

 

시험 도중 화장실 가는 일은 '일절' 금지입니다.

여기서 흡연은 '일절' 허용되지 않습니다.

그 정치가는 부정한 돈을 '일절' 받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렇게 쓰는 말.

 

그럼, '일체'는? '모든, 전부, 다'를 뜻할 때 쓴다.

당연히 긍정적인 말들과 어울린다. (문법에서 호응한다고 한다.)

 

이번 체육대회에는 주류와 안주 '일체'를 공급합니다.(주류, 안주 일절은 틀림, 주류, 안주 반입은 일절 금지는 맞음 ㅋ~)

대통령 각하께서는 재산 '일체'를 재단에 기부하셨습니다.

 

이렇게 쉬운 걸 왜 자꾸 틀릴까요?

헤헤~

언어는 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허용되던 말들이, 표준어, 한글 맞춤법의 변화에 따라 틀린 말이 되는 것들이 많으니,

공부를 게을리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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