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랜드 대모험 - 2012 제6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69
이진 지음 / 비룡소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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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읽는 기분이 그대로 옮겨져 왔다.

물론 배경은 다르지만, 그리고 시대적 배경을 그려낸 모습이 자못 훌륭하지만,

초콜릿 공장 견학의 기회를 바라는 '쿠폰'에 대한 기대감,

초콜릿 공장 안에서의 초대받은 아이들끼리의 경쟁.

이런 것들을 신선하게 느끼기 힘든 글이었다.

 

1980년대의 지랄탄이 터지던 시대상,

가난과 부가 극단적으로 대비되던 롯데월드의 '강남 스타일'과 서민의 삶.

이런 것들이 반영되어 있기는 하지만,

소설의 주제를 뒷받침하기엔 지나치게 겉도는 느낌이 든다.

 

"뭘 모르는구나? 사는 데는 평범한게 제일이야."(212)

 

평범하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이미 어린 나이에 알아버린 아이들의 이야기는 서글픈 시대상을 잘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러기 위한 장치로,

원더랜드(잠실 롯데월드)를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1980년대엔 허허벌판 진흙밭이었던 잠실 벌판이,

백화점과 실내 놀이공원이란 시설로 변신하기까지,

빈부격차의 차이는 실로 자심하였지만,

1982년생 작가가 그려내기엔 그 시대상이 너무 얕아 뵌다.

그 시대의 문제는 그런 얄팍한 것이 아니었다.

더 깊은 데서 '강남 스타일'의 제조에 공헌한 시대적 배경이 있었을 것인 바,

그것이 드러나지 못한 소설은,

아무리 청소년 소설이래도, 좀 시시하다.

더더군다나, 찰리가 간 초콜릿 공장보다,

상상력 측면에서, 요즘 아이들에게 롯데월드는 전혀 신선하지 못한, 아니, 넘 익숙해서 지겨운 곳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재미있다.

청소년들이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다.

그런데, 원더랜드에 들어가면서부터는 별로 신선하지 않다.

네 명의 아이들의 전형적 모습도 위악적이거나 위선적이다.

이기적인 부잣집 뚱보,

사기꾼 기질 농후한 대령의 아들,

가난한 집안의 생명력 질긴 사내아이,

소외받는 튀기 여자아이.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 힘은 강한 작가인 듯 하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헐리우드 키드'가 되어버린 영화감독의 불행은,

세상이 지나치게 편향적인 곳이어서 그렇게 되어버린 건지도 모른다.

이진 작가가 스토리를 끌어나가는 힘을 더 멋진 곳에서 찾아내어,

건강한 생명력 넘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힘차게 이끌어 내 주기를 기대한다.

 

독자가 작가에게 기대하는 것은, 신선한 새로운 세상의 이야기다.

엊그제 대선 토론회에서 사람들이 똑똑한 이정희에게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그 토론회를 박근혜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을거 같다고 판단하는 것은,

이정희가 보여준 것은 시청자가 기대했던 신선한 세상이 아닌 지겨운 이야기로 받아들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 토론회를 보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건대 그렇단 거다.)

 

스토리를 끌어나가는 힘이 있는 작가라면,

시대상과 현대인의 고민을 좀더 온몸으로 끌어난는다면...

더 좋은 작품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 고칠 것 하나...

225. 천만원의 80%면 이백만원... 이해는 가지만, 실수다. 천만원은 구할 수 없지만, 80%를 지원해 준다면, 이백만원은 구할 수 있다는 마음은 이해가지만, 표현의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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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정말 오랜만에 알라딘 서평단이 되었다.

1~5기까지 활동했고, 이번이 12기인가 되니깐~ 푸~욱 쉰 셈이다. ^^

 

내 독서 편향을 보니, 에세이와 평론집이 많더라~

문학쪽도 당연히 많고...

매달 새로 나오는 에세이를 미리 살펴볼 수 있어 좋다.

 

이번 달에 눈에 띄는 에세이 몇 권.

 

1. 이유석, 맛있는 위로

 

   '심야식당'이란 만화를 재밌게,

   그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짠하게 읽어서,

   압구정이든, 프렌치 레스토랑이든... '심야식당'에 필이 꽂힌다.

 

   난 맛있는 거도 좋아하고,

   위로도 필요한 사람이니까...

 

   맛보고 먹어보고 싶은 책 1번.

 

 

 

 

 

 

2. 와타나베 가즈코, 당신이 선 자리에서 꽃을 피우세요

 

 

   '힐링'이 대세란다.

 

   엠마누엘 수녀님의 '나는 100살, 당신에게 할 말이 있어요(마음산책)'이 재밌던 터라,

   눈길이 간 책이다.

 

 

   무엇보다, 표지 가득 진분홍 꽃무더기가 눈과 마음을 확 이끌어

   봄으로 인도한다.

 

 

 

 

 

3. 권산, 아버지의 집

 

   안동 권씨 가문의 종손이자 8대째 살고 있는 고택 송석헌의 관리자. 효자. 온화한 아버지이자

   남편. 재주가 많은 사람. 학문이 깊은 유학자.

 

   장례식에 모인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더할 나위 없이 ‘착한’ 사람.

   권헌조라는 노인의 삶 속에서 고택 송석헌은 하나로 온전히 통합되어 ‘아버지의 삶’을 이룬다.

   그리고 이 사진집은 그 삶의 기록이다.

 

 

   사진집이고, 고택에 대한 매력을 어찌 떨칠까~

 

 

 

4. 후지와라 신야,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기도

 

 

   나는 틈나면 반야심경을 베낀다.

   스물 한 번의 '없을 무' 자를 쓰는 동안,

   마음이 조금은 비워지기 때문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유명 사진작가이자 여행가, 에세이스트인 후지와라 신야의 죽음과 이별에

   대한 사진 에세이집.

   이 책은 아버지, 어머니, 육친이 타계할 때마다 시코쿠를 순례하는 저자가 처절한 형의 최후에

   맞서 요동치는 마음을 끌어안고 찾아간 시코쿠 여행의 이야기와 사진이 담겨 있다.

   아, 시코쿠 걷는 길... 오셋타이... 시코쿠라니 더 읽고 싶어졌다.

 

 

 

5. 이민우, 사물의 사생활

 

    내가 가진 아흔아홉 가지 사물에서 나를 발견하다

   광고회사 카피라이터가 관찰한 사물 99가지.

 

   '남자의 물건'이란 책도 있었는데~ (그 책은 안 봄 ㅋ~)

   남자의 물건은 '거시기'아닌가? ^^

 

   김선우의 '김선우의 사물들'보다는 관찰력이 덜하겠지만,

   김소연의 '마음 사전'이나 '시옷의 세계'보다는 촘촘함이 딸리겠지만,

   시인의 시선 말고,

   장사꾼의 시선으로 사물을 보는 일도 재미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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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9 1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2-12-06 08:58   좋아요 0 | URL
이거 첨 써봐서 좀 어색하네요. ㅎㅎ
이렇게 책 미리 골라보는 재미도 색다르긴 합니다.

transient-guest 2012-12-07 0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간 모두에 관심이 가서 일단 담았습니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개인적으로 많이 관심이 가는 책들이네요.
 
시옷의 세계 - 조금 다른 시선, 조금 다른 생활
김소연 지음 / 마음산책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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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사랑

소통

순수

순간

속삭임

 

모두 '시옷'으로 시작하는 말들이다.

 

'시옷'은 '커튼'의 형태를 닮았다.

커튼 드리운 사이로 남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싶은 '노조미(엿보기)' 취향을 통해,

자신의 삶을 비추어 본다.

 

또한 '시옷'은 '사람 인 人'을 닮았다.

두 사람이 기대선 것인지, 쓰러지려는 한 사람을 떠받들고 선 것인지...

암튼 사람은 하나가 아니라 둘이다. 시옷도 그렇다.

 

김소연 시인의 자필 서명이 들어있는 책을 받았다.

글씨도 참 단정하고 이쁘다.

글귀도 이쁘다. 소원이 도착하는 계절...

 

 

시인이 소원이 도착하는 계절에... 남긴 시옷에 대한 기억들은 이렇다.

 

사귐 사라짐 사소한신비 산책 살아온날들 상상력 새기다 새하얀사람 생일 서슴거림의기록

선물이되는사람 선물이되는시간 세번째상하이 세월의선의들 소리가보인다 소심+서투름 소풍 손가락으로가리키다

손짓들 송경동 수집하다 순교하는장난 숭배하다 쉬운얼굴 쉽보르스카 스무살에게 스트러글 시야

시인으로산다는것 식물원의문장 신해욱 실루엣 심보선 씨앗을심던날 씩씩하게

 

이 책을 읽으며,

무릎을 치면서, 나랑 똑같네~를 느끼게 한 건,

쉼보르스카를 읽는 마음이었다.

 

몇 편을 읽으면 스르르 잡이 왔다.

지루해서였다. 그녀의 시를 읽으며 나는 결핍감을 느꼈다.

아름다운 이미지와 매혹적인 시어가 부재했기 때문이다.

멋이 있지 않았다.

말맛의 쾌락도 잘 모르는, 고지식하고 답답한 한 시인의 목소리가 잔소리하는 교감 선생처럼 거드름을 피우며 배어있었다.

 

쉼보르스카의 비미 非美의 비밀은,

아름다워서 아름답기만 하여서 무력해 보이는 내 시의 함정을 똑바로 보게 했다.

반갑고 기뻤다.

처음 느꼈던 결핍감은 그 결핍을 아무렇지도 않게 드러내고야 마는 소신으로 다가왔다.(177)

 

쉼보르스카를 1년이 넘도록 끌어안고 읽어내지 못하는 나를 이해하는 '소신' ㅋ~

반갑고 기뻤다.

 

오늘 하루를 잘 살아야 하는 이유를, 브레히트를 통해 상기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 되겠기에.(브레히트, 아침 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이미 '마음 사전'을 통해, 삶을 관조하는 끈질긴 힘을 증명한 김소연은,

자신의 작업을 '상상력'으로 표현한다.

 

사물 하나의 변화를 통해 공간에 대한 체감 능력이 무한히 확장되는 것.

그것이 상상력이다.(42)

 

이 한 문장으로 그의 '마음 사전'과 '시옷의 세계'를, 그 지난한 작업의 고충을 확장한다.

 

독서를 하다 보면 우정이 돌연,

그것이 처음 지녔던 순수함으로 되돌아간다.

이 순순한 우정의 분위기는 말보다 더 순정한 침묵이다.(68)

 

알라딘 서재가 좋은 게 이런 것이다.

독서의 순수함. 순정한 침묵.

그것의 호불호를 떠나, 나는 그런 순정한 침묵을 사랑하므로,

맨날 여기와서 남들은 읽지않는 글을 끼적이는 거다.

 

'선물'이란 말도 이쁜데, '선물이 되는 사람'은 얼마나 더 아름다운가...

김소연이 이런 말 하나를 줍기 위해서, 얼마나 삶의 켜켜를 '비치코머'처럼,

모래밭에 떨어뜨린 반지 하나 찾기위해, 바닷가 모래밭을 빗으로 훑듯 탐색하는 삶의 자세가 글에서 비친다.

 

소유

조금 더 아름답기 위해서 우리는 조금씩 위선을 소유해야 하고,

조금 더 강해지기 위해서 우리는 조금씩 위악을 소유해야 한다.(92)

 

누구나 위선과 위악을 가지고 살아간다.

위선과 위악을 저지르고도 금세 잊고 산다.

그런데, 김소연의 빗살같은 촘촘한 눈살엔 그런 틈이 보인다.

조금씩 소유한 위선과 위악의 가치가...

 

타인에겐 무심과 배포의 소산인 듯 보이겠지만,

무뚝뚝함은 '소심과 서투름'의 결합이다.(107)

 

이런 구절 역시 마찬가지다.

난 소음인이니깐~ 이러고 넘기는 나랑 다르게,

그 밑을 혼자서 묵묵히 캐들어 간다.

거기서 캐낸 뿌리줄기는 '소심+서투름'... 그렇다. 공감!

 

심심함

우리가 잃어버린 세계는 꿈이 아니라 심심함의 세계이다.

심심함을 견디기 위한 기술이 많아질수록 잃어가는 것이 많아진다.

심심함은 물리치거나 견디는 게 아니다.

환대하거나 누려야 하는 것이다.(146)

 

요즘 어느 식당이든,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다들 제 스마트폰을 주무른다.

게임을 하든, 카톡을 하든, 심심함이 견딜 시공간은 사라졌다.

그게 삶의 풍요로움이 아니라,

삶에서 누려야하고 환대할 것을 잃어버린, 결핍이 되는 것을 바라보는 김소연...

 

오래된 친구는 오래 묵은 서로의 결핍을 사랑해주는 사이라고 생각해.

나는 너의 결핍을, 너는 나의 결핍을.

그러니까 나는 지금,

행복이 다녀간 자리에서 살아 간다고 생각해.

너도 그렇지 않을까.

어쩌면 행복이 지금 막 다녀간 자리에서 우리는 매순간 행복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어제 너를 만난 오늘처럼 말야.(258)

 

결핍의 상태에서,

행복을 오래오래 생각해온 그에 따르면,

어제 너를 만나 행복했지만, 오늘은 널 만나지 못해 아쉽듯,

오늘만 생각할 게 아니란 걸...

결핍의 순간만 생각하면 살맛 안날 수도 있는 오늘을,

친구를 통해 유추해 낸다.

 

어제는 히스토리,

내일은 미스터리,

오늘은 프레즌트~란 경구가 있더랬다.

 

오늘, 점심이나 맛있게 먹을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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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9 1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2-12-06 09:02   좋아요 0 | URL
학교 급식 후딱 먹었습니다. ㅋ~
맞아요. 눈과 입술을 바라보면서 마주하는 사람들이 다 어디로 갔다는...

순오기 2012-12-06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소연 마음사전 보면서도 참 좋았는데
'시옷의 세계'도 언젠가는 만나려니 기대하고 있습니다.
요즘 도통 책을 못 읽고 있어서.... 글샘님 리뷰만 읽어도 감탄하고 있어요.
마음산책~~~정말 좋은 책도 이쁜 책도 잘 만들죠!^^

글샘 2012-12-06 09:03   좋아요 0 | URL
저도 읽은 책 리뷰로 도통 못올리는 편인데요... --;
마음산책, 책이 참 괜찮네요. ^^
 
[전자책] 물의 연인들
김선우 지음 / 민음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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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그의 시집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의 사랑 이야기가,

이명처럼 들려오는 귀를 쩡쩡 울리는 '강 살리기'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강 죽이기'에 대한 사고들과

얼키고 설켜 하나의 구조물이 되어 나타난 이야기다.

 

소설을 '허구'라고 한다.

영어의 'fiction'이 지어낸 이야기~란 뜻이라는데,

한자어 '허구'에 담긴 의미가 더 그럴 듯하다.

암튼, 소설은 하나의 '구조물, 구성품'인 것인데, 그 구조물이 얼기설기 엮인 재료는 언어인 것은 같지만,

그 언어들이 지어내는 형상은 작가의 생각에 따라 다르다.

 

김선우의 글들 중 가장 빼어난 것은 시이며, 다음은 수필이다.

그의 소설은... 아쉬움을 가득 안고 있다.

강물 이야기가 너무 작위적으로 구조물에서 두드러져 보이고,

또, 이야기를 얽어매는 데 엉성하다.

'개연성'이 없다고 할 수 있겠다.

 

소설 속 인물들이 정말 내 곁에서 살아 숨쉬는 것처럼 보여야 '형상화'에 성공하고 있는 작품인데,

김선우의 인물들은 어린 시절 만화 속에서 읽으며 느끼던,

내 상상 속의 구조물 속의 인물들처럼 느껴져 다소 실감이 떨어진다.

 

그러나, 이 소설은 나에게 어떤 점에서 아주 의미있는 책이었다.

 

버려진 기억이 있는 사람들은 사랑이 어려워요.

사랑해도 사랑한다 말 못하기 일쑤죠.

버려졌던 사람들은, 뭐 전부 그런 건 아니겠지만,

아무튼 저는, 그래서 더욱더, 동정받는 게 싫어요.

그냥 대등하게 이해해 주는 거, 그거면 충분해요.(223)

 

해울이 한 이 말은 내 소중한 친구가 했던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리고 해울에게 수린이 던진 이 말은 내가 그 친구에게 건넨 이야기이기도 했다.

 

다섯 살짜리였던 수린이,

눈물이 가득 고인 채로, 내게 다가와서, 내 얼굴에 손을 내밀어 내 뺨을 만졌어요.

"아파?"라고 묻더군요.

처음 보는 나를, 안타까워하면서 "아파?"라고 묻는 수린의 마음엔 동정같은 게 없었어요.

아프냐고, 진심으로. 그냥 묻는 거였어요.

아프지 말라고, 진심으로. 단지 그 마음만으로, 절실하고, 따뜻하게...(223)

 

이 페이지를 읽는 것 만으로도, 그 친구와 내가 충분히 공감했던 이야기가 떠올라,

마음이 저리기도 하고 따뜻해지기도 한 부분이었다.

 

 

 

                                   <여주강 이포의 일출>

 

작품에 등장하는 Y강과 은륵사는 '여주강'과 '신륵사'를 떠오르게 하는 지명들이었다.

와이강, 은륵사로 바꾼 것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토막나고 파헤쳐지고 적출되는 와이강이 유경의 머릿속에서 유린, 구타, 강간, 폭행, 모멸, 증오, 살인 같은 단어들을 마구 끄집어 내고 있다.(129)

 

이런 부분은 소설로 보기엔 지나치게 생경하다. 많이 아쉽다.

 

셀 수도 없이 많은 무언가를 죽이고 다니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살았다.(106)

 

생명을 노래하는 시인 김선우기에 이런 구절이 등장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아무래도 시에서 뜬금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구절들이 소설에서 긴밀하지 못하게 널브러져 있는 걸 보는 일은 아쉽다.

 

모친과 부친의 결혼과 가정폭력, 도피와 살인, 자살... 로 이어지는 유경의 가족력은

물의 연인들이 추구하는 '달콤한 사랑'과 '쓰라린 작별'의 이야기와 덜그럭거리면서 겉도는 느낌이다.

이야기의 매력적인 소재들이 필연성을 갖지 못할 때, 독자는 집중하기 힘들어진다.

 

사랑한다고 여겨 관계를 맺은 어떤 남자에게서도 결코 느끼지 못한 감정이 유경을 뒤흔들었다.

그와 함께 있으면 몸 전체가 성감대가 되는 것 같았다.

'꽃이 성기'라는 닳고 닳은 말을 빌리자면 온 몸이 꽃이 되고 있는 느낌.

자신의 온몸이 꽃이 되어 그를 향해 페로몬을 풍기고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 전혀 수치스럽지 않았다.(33)

 

이렇게 시작되는 사랑 이야기를 제대로 이끌고 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사랑은 그런 것이다.

자기를 버리고 상대방에게 투항하는 마음.

그래서 수치스러움이나 부끄러움 따위 서로 갖춰 챙길 필요 없는 마음 말이다.

 

거긴 더러운데.

세상에! 무슨 소리야, 여기가 왜 더러워?(138)

 

사랑하면, 더러운 것 하나 없다.

그게 사랑이다.

 

사랑에 대하여...

어떤 앎은 그런 식으로도 오는 것이다.

 

 

 

 

이해가 안 갔던 부분~~~

 

242. 조난당하며 깨진 쇄골이 심장을 찌르고 들어간 것... 글쎄, 의학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늑골의 착오지 싶다. 목 부분의 쇄골이 심장을 찌르려면... ㅠㅜ 상상력이 부족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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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12-03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주강과 신륵사를 찾아봐야겠어요. 일줄이 장관이네요. 물의연인들,은 패스하기로 마음 굳힙니다. 글샘님의 리뷰로요. ^^ 이해 안 갔던 부분은 저도 그러네요. 쇄골이 부러지면서 심장을 ᆢ그런 예가 실제 있었을까요?

글샘 2012-12-04 11:46   좋아요 0 | URL
여주엔 세종의 '영릉'이 있구요. 신륵사 주변의 강물에서 오리배 타는 맛이 좋았는데요.
사진 찾아보니 참 엉망으로 파헤치고 있더군요.
이 벌은 누가 받을 건지... 큰일입니다. ㅠㅜ

꼬꼬마 2012-12-04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우작가님 '물의연인들'로 한해 감사하고싶은 분들 성탄절 선물하려고 알라딘 들어왔다가 글샘님 리뷰 보고 몇자 적습니다. 정말이지 문학작품은 독자 나름마다 취향이 다 다른듯~^^ 저는 세번이나 울면서 본 소설이거든요. 근래에 소설 읽으면서 울어본 적이 없어서 당황하고 신기하고 그랬죠. 흡인력 짱짱하고 무엇보다 선우님 시의 느낌이 파닥파닥 살아있으면서 서사 스케일이 넓고 세밀하고 아프고... 저는 유경에게 어찌나 동화되었는지, 유선생이라는 인물이 너무 미워질 정도로...^^ (유선생은 이 소설에서 유일하게 덜그럭거리는 인물이었어요. 이 인물은 분명 미스였다는 생각이 지금도...;;) 시와 수필이야 말할것도 없지만, 개인적으로 선우님의 소설 중에선 첫소설 '나는 춤이다'를 좋아하는데, 이번 작품은 두말할 것 없이 그 이상이었어요. 유경과 연우, 유경과 한지숙, 수린과 해울, 당골네와 무위암까지 인물구도도 정말 좋았구요. 개인적으로는 근래 나온 한국소설들 중 최고 소장 목록에 킵합니다. 알라딘에서 놀땐 글샘님 문학수업을 가끔 눈팅하는데, 저와 너무 다른 감상이라 몇자 적어봅니다~^^

글샘 2012-12-04 21:59   좋아요 0 | URL
저도 김선우 시인의 팬입니다. ^^
뭐, 소설을 보는 감상 관점이야 다를 수도 있는 거구요. ㅋ~
암튼 김선우의 시집이 빨리 나놨음 좋겠네요.
 
최소한의 사랑
전경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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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최소한의 사랑'?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소설이 시작하기 전 첫 페이지에서 이 문장을 만났다.

 

최소한을 지키기가 이렇게도 어려운데

왜 우리는 최대한의 욕망에 휘둘려 혼란에 빠지는 것일까.

 

소설을 읽으면서, 점입가경~

여자들의 마음 속 세상을 헤쳐나가는 소설은,

줄거리보다는 '그 여자들의 마음 속' 풍경 구경에 몰두하게 했다.

계속 사랑의 '양'에 집중하면서 말이다.

 

이 소설의 배경은 '파주(坡州)'이다. '坡'라는 글자는 '고개, 제방, 비탈' 등을 가리키는 말이다.

파주에는 임진강, 예성강, 한강물이 몰려드는 '접경'이란 의미와 함께, 제방이 발달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내 머릿속 파주는 '깨어질 파 破'의 파주처럼 자꾸 그려진다.

전쟁중인 국가에서 사는 콤플렉스인 모양이다.

 

파주는 그렇게 소외당한 사람들이 부평초 같은 삶을 사는 지역이고,

이 소설 속 인물들 역시, 뿌리라곤 없는 사람들이다.

문신하는 여자, 단추다는 여자, 죽은 새엄니의 부탁으로 이복 동생을 찾는 여자,

그리고 만나는 여자, 여자, 여자들의 공통점이라면, 부평초 같은 삶에 적응해버린 사람들이란 것.

 

멀쩡한 가정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주인공 여자를 남편은 '아주머니'라고 부른다.

거기, 최소한의 사랑조차 없다.

 

권태기라고 진단했다가 우울증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좀 지나자 원래부터 그런 여자로 여기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나자 그냥 아주머니가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주머니, 남편은 밤늦게 들어와 문득 그렇게 불렀다.(85)

 

그러면서 남편은 아내에게 불만이다.

 

당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잖아.

가면 가나보다, 떨어지면 떨어지나보다. 하고 무엇이든 쉽게 놓아버리지,

아무것도 붙들지 않잖아.(88)

 

애초에 어디서 어긋난 것일까?

가족의 '최소한의 사랑'의 '양'은 얼마만큼일까?

이런 남편은 나중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마치 집밥해 놓고 기다리는 아내에게, '회식있어~' 하면서 외식 한 번 하고 온 것처럼,

가정의 원상 회복을 기대한다. 꿈도 뚱뚱하다.

 

애초에 여자가 쓴 이 소설은, 여자들의 주파수에 알맞게 적은 글인지도 모르겠다.

 

욕망을 하면 쇼크가 오는 여자, 고독과 잠을 처방받은 여자,

의도적으로 스스로를 무력한 상태로 유지해야 하는 여자,

세속적인 삶을 방어해야 하는 여자,

열두 살 이후로 무엇을 가지려 한 적 없고,

무엇을 가지려고 하면 죄책감에 휩싸이며 몸이 아프고 성모상에 가위 눌리는 여자.

죄책감에서 놓여나기 위해 손을 벌린 채로 살아왔고,

벌어진 손아귀 사이로 모든 것이 모래처럼 숭숭 빠져나간,

아무 것도 잡을 수 없는,

그런 여자...(169)

 

이런 여자들이 이 소설을 읽는다면,

가슴 절절한 공감과 '그래, 그래, 나도 그랬다~' 이런 감탄을 연발하며 읽을지도 모르겠다.

소위 강남 스타일의 시크한 스탈과는 금을 그을 시대가 왔는지도 모를...

 

낮에는 따사로운 인간적인 여자
커피 한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 있는 여자
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여자
그런 반전 있는 여자
정숙해 보이지만 놀 땐 노는 여자
이때다 싶으면 묶었던 머리 푸는 여자
가렸지만 웬만한 노출보다 야한 여자
그런 감각적인 여자

아름다워 사랑스러워
그래 너 hey 그래 바로 너 hey

'나는 나'라고 외칠 줄 아는 여자도, 아름답고 사랑스러울 수 있음을,

그래 너,

그래 바로 너,

네가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그런 여자임을 들려주는 노래를 어찌 미워할 수 있으랴.

그 아저씨가 배 불룩 나온 저질코믹 춤을 추는 '사나에'라 하더라도 말이다.

 

창자마저 오그라든 듯 한데도 심장은 타는 듯 뜨거웠다.(174)

 

이렇게 살아온 여자들에게 든 병이 '화병'이다.

'화병'은 한국의 여자들에게만 있는 독특한 심리적 병명이다.

이 세상이 그런 세상이었던 것이다.

'최소한의 사랑'마저도 허여되지 않던, 여자들에겐 캄캄한 지옥, 변방, 파주 같은 동네...

 

나는 왜 친구가 될 수 있는 남자를 선택하지 않았을까.(211)

 

한국에선 남녀의 이성 친구를 '불륜'으로 낙인찍는다. ㅋ~

그 '윤리'가 '아님'의 '금'을 그어 놓고, 거길 넘어가는 너희는 참 더러운 인간이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금은 '여자'에게는 무지 굵고 두꺼운 금이어서 넘어선 안되는 금기 구역이고,

남성에게는 돈만 있으면 '갈 때까지 가 볼까~'의 '싸나에'가 지나가는 지워져 보이지도 않는 금이다.

나이 들어서야, 친구가 될 수 있는 남자 친구의 존재에 대하여 아쉬워한다.

그렇지만, 그 역시 그 금을 넘지 못하고 움츠러든다.

아직도 여성의 삶은 '파주'의 변경 그대로다.

 

사람도 일도 생명도 매사가 인연이고, 인연이란 물질이 물질을 당기는 힘 자체였다.

인연의 순리에 비하면 이성도 주관도 객관도,

지식도 경험도 미망 속의 미망에 지나지 않는다.

믿을 것이라고는 인연을 느끼며 다가오는 삶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성실과 겸허함뿐이다.(225)

 

국토철망 사장이란 남자의 입으로 외치는 인연, 내지 운명론은 이렇다.

여성들을 순리에 적응하라고 '철망'으로 둘러싸는 인습의 힘은 강고하기만 하다.

 

다 지어낸 이야기인 거야.

불교의 핵심이 그거잖아.

인생도 그래. 다 지어내는 거지.

사랑도 다 지어내는 거야. 하지만 산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은 지어낸 것을 사실로 만들어 가는 일이지.(245)

 

일그러진 철망 속에 갇혀 파닥거리는 여자의 삶에 숨통을 틔워주는 구절도 만날 수 있다.

자기가 선택한 것을 '최선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것은 인간의 힘이 필요한 것임을 보여주는 부분은 반갑다.

불교에서 부질없다, 부질없다... 고 하는 말은 힘든 이들에게 힘이 되지 못한다.

그들에게 산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를

이렇게 추상적으로라도, '지어낸 것을 사실로 만들어 가는 일'이라고,

그래야, 내 삶에 달콤한 향내 짙은 기억이 진하게 남을 것이라고 귓속말로 알려주는 것이 이 소설의 매력이기도 하다.

 

교감신경 과민증,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 과다분비증이 있어요.

스트레스에 저항하는 호르몬인데,

지속적으로 노출되다 보니 작은 자극에도 몸이 극렬하게 반응하게 되어 스스로를 해치는 거죠.

심지어 사랑도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병이래요.(284)

 

화병을 화학적 과정으로 분석한다면 이렇게 설명할지도 모르겠다.

사랑에 늘 결핍되던 유란의 자구책은 사랑이었다.

그 사랑은 역시 다른 결핍을 유발할 수밖에 없었지만...

 

유란은 늘 사랑을 하려고 해요.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면서도요.

몸과 마음을 다치면서요.

사실 가족이 없으니까, 더 그렇겠지요.

원래 사랑을 좀 무섭게 해요.

그 애의 사랑은 이상하게 출구가 없어요.

길을 잃어버리는 사랑이지요.

사랑하다가 그 속에서 죽으려는 사람 같았어요.

결국 사랑을 하면 쇼크가 일어나는 희귀병에 걸리기까지 했지만요.(288)

 

유란만 그럴까?

현대 한국에서 살면서, 애정결핍에 시달리지 않은 원초적 영혼의 상처에 예속되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이 얼마나 될 것인가...

 

사랑은 '양'이 아니라, '질'의 문제가 아닌가 싶고...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이런 시도 있다지만,

원래 이 말은 불경에서 나온 것이라지만,

사랑에 얽매이지 말고, 죽도록 자유자재한 상태에서 사랑하라는 의미인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사랑은 늘 아프고 고픈 것만은 아닌

달콤하고 자유자재한 것일 수도 있음을 배울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면 얼마나 좋으랴~

이런 소망을 아련하게 갖도록 만드는 소설이다.

 

고칠 곳 하나...

 

87. 돈을 결재하자... '결제'가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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