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낭구 엄마
이기인 지음, 최민지 그림 / 동쪽나라(=한민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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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혼자인 나'

주인공 아이의 이름은 '단유'다.

홑 단 單에 있을 有 일까?

단유는 버려진 아이다.

단유를 누가 용문사에 내려 두었는지를 본 것은 용문사 은행나무 뿐이다.

 

열매를 맺어 열매를 지키기 위해 똥냄새를 풍기는 '똥낭구'

그 똥낭구는 다시 작은 묘목들로 자라나는 법.

 

세상은 '혼자인 나'들이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곳이다.

단유를 길러 주신 맷돌 할머니는 말씀 대신 눈을 찡긋 *~^ 하시는 분이시다.

그런 '혼자인 나'들이 인연 따라 모이기도 하고, 갈등도 겪는 곳에 세상이다.

 

혼자임을 외로워하며 아파하면 한없이 외롭지만,

라면 하나 나눌 수 있는 친구 한결이를 가진 단유는 외롭지만은 않다.

 

하늘은 화선지에 잘못 떨어뜨린 먹물처럼 천천히 검게 번지고 있었어요.

아니 친구와 싸워서 멍든 눈두덩처럼 검푸른 빛들이 파르르 파르르 풀리는 모습이었어요.(58)

 

이런 표현은 주인공의 마음과 잘 맞아떨어지는 멋진 표현들이어서 적어 두고 싶다.

순 우리말도 예쁘게 쓰고 있어 말맛이 자냥스럽게 들리기도 한다.(자냥스럽다 : 재잘거리는 소리가 듣기에 똑똑하다)

 

이 동화는 외로움을 느끼는 아이들에게 세상을 탓만 하며 살 것은 아님을 들려주고 싶을 때,

세상은 모두 연관되어 흘러가는 강물같은 것임을,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강물들도 두물머리에서 만나 인연을 맺으면 '한 강'이 되기도 함을 보여주고 싶을 때,

권해줄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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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268

12년 323

계 2,813권

 

독후감을 대충이라도 남기기 시작했던 것이 10년 정도 된 것 같다.

올해 읽고 기록하지 못한 책도 있지만, 기록된 것만 치면 323권을 읽은 셈이된다.

 

올해 읽은 책들 중 특징적인 것 몇 종류를 정리해 본다면...

 

1. 정치의 연도... 실패한 연도지만... 격동의 한 해였다.

  그 격동의 중심에 섰던 인물은 아무래도 안철수였는데, 민주당의 몽니로 시시하게 퇴장해 아쉽다.

 

 

 

 

 

 

 

 

 

 

 

 

2. 노벨문학상... 중국이 타다...

  모옌...의 책을 사고, 읽었다. 중국을 더 알고 싶어, 위화도 읽었다.

 

 

 

 

 

 

 

 

 

 

 

 

 

 

  

 

 

 

 

 

 

 

 

 

 

 

 

   

 

 

 

 

 

 

 

 

 

 

 

 

 

 

3. 에밀 아자르... 로맹 가리를 더 읽다

   마음산책에서 '솔로몬 왕의 고뇌'를 보내주어 읽은 김에, 더 찾아 읽었다.

   역시, '솔로몬 왕의 고뇌'가 최고였던 것 같다.

 

 

 

 

 

 

 

 

 

 

 

 

 

 

 

 

 

 

 

 

 

 

 

 

 

 

 

 

 

4. 그리고 재밌는 책, 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권해도 욕먹지 않을 책 몇 권

 

 

 

 

 

 

 

 

 

 

 

 

 

 

  

 

 

 

 

 

 

 

 

 

 

 

 

 

 

5. 책에 대한 이야기 책들...

 

 

 

 

 

 

 

 

 

 

 

 

 

 

 

 

6. 내게 특별한 의미가 담긴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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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3-01-01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애도예찬 생각보다 넘 책이 괜찮은 거예요.
왕은철 교수님이 알레드 호세이니 소설 번역한 분이라 개인적으로 연락할 일이 있었는데
그 친절함에 반해 무조건 팬 되겠다 결심하고 이 책 사서 읽었는데 넘 좋더라구요.
글샘님이 인정하시니 왠지 뿌듯뿌듯~ 전 아직 한 자도 헌사를 못 남겼지만 언젠가는 기회가 크~
김수영을 위하여도 넘흐 좋아 주변인들께 강추하고 있어요.

글샘님 가르침 대로 새해에는 복을 많이 짓도록 노력할게요~~

글샘 2013-01-01 22:24   좋아요 0 | URL
ㅋ 맞아요. 생각보다 넘 괜찮은 책을 가끔 만나면 황홀하죠.
애도예찬도, 김수영~도 참 멋진 책입니다.
팜므 님도 새해 복 많이 짓고 받으세요~ ^^

transient-guest 2013-01-02 0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가오는 5년을 더 열심히 읽고 내용을 정리하여 기록하면 글샘님같은 내공이 생길런지요? 일단은 맞춤법이 엉망이기에, 계속 배우고 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좋은 책과 한글이야기, 많이 소개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글샘 2013-01-02 14:27   좋아요 0 | URL
왜 5년일까요? ^^
제가 내공이 생겼다고 봐 주시니 감사합니다. ^^
맞춤법은 늘 관심을 가지고 헷갈리면 저한테 물어 보세요. ^^
새해 복 많이 짓고 받으시길...

transient-guest 2013-01-12 03:45   좋아요 0 | URL
제가 2007년부터 숫자를 기록했는데, 지금까지 6년 동안 1400권정도를 읽었더라구요. 앞으로도 한 5년을 이렇게 열심히 읽고 남기면, 글샘님처럼 맞춤법도, 글도, 더 나아지려나 싶어서 한 뜬금없는 소리였습니다.ㅎㅎ

수퍼남매맘 2013-01-03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대단하세요. 통계 보고 진짜 놀랐습니다. 로쟈님과 글샘님 보면 언제 그 많은 책을 다 읽고 쓰실까 굉장히 궁금했거든요.
10 년 되셨다니 존경스럽습니다.

글샘 2013-01-03 09:38   좋아요 0 | URL
가르치는 게 직업이라, 녹슬지 않기 위해서 부지런히 읽는 건데요 뭘~ ^^
존경은 감사합니다만, ㅋ~
새해 복이나 많이 짓고 받으세요~ ^^
 
삶을 바꾼 만남 - 스승 정약용과 제자 황상 문학동네 우리 시대의 명강의 1
정민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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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원(梔園)은 치자를 좋아한 황상을 위해 다산이 지어준 호다.

치자 향기가 짙고 달콤해도 스승께서 내게 치원이란 호를 주신 뜻은 그 때문이 아닐게다.

내 못난 됨됨이를 아셔서 치자를 본받게 하려 하신 것이다.

치자는 서리에도 잎이 시들지 않는다.

눈속에도 푸름을 지켜 낸다.

재목감은 못 되어 나무꾼이 거들떠보지 않으니 제 삶을 지켜갈 만하다.

무엇보다 꽃 하나에서 하나씩의 열매를 맺는다.

행함이 있으면 반드시 결실을 맺으라는 가르침을 주신 것이다.

꽃은 희어 고결하고 씨의 알맹이는 노란 빛으로 꽉 차 있다.

선생님께서 내 자를 子中으로 지어주신 것도 내 성씨가 黃이니 이 치자 씨앗의 '자중황'을 잊지 않게 하시려는 뜻이 아니겠는가."

 

지금은 바야흐로 e-편한 세상이 되었다.

세계 어디에서나 스마트폰으로 '토크'가 가능하고,

페이스 북에 접속하여 사진을 올리고, 수다를 떠는 일도 가능하다.

트위터에서는 온갖 주제에 대하여 열띤 논쟁을 벌일 수도 있다.

 

그렇건만,

그 전자 세상 속에서 '삶을 바꾼 만남'을 만나고,

관계를 지속하는 일,

그래서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그 이야기들이 남아있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다.

 

조선 시대, 강진에서 서울까지는 부지런히 걸어도 20일이 걸리는 거리였다.

편지가 오가기도 힘든 거리였고,

직접 소통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다산 정약용이 강진에 유배갔을 때 만난 제자 황상과의 인연이

다산사후에도 다산의 아들 정학연, 학유 형제들과 이어지며,

다산과 이어진 초의 선사, 추사의 만남도 황상이 자식 세대까지 연을 맺는다.

 

다산의 강진 유배지는 '사의재 - 마땅히 해야할 네 가지'라고 불렀다.

담백한 생각, 장중한 외모, 과묵한 언동, 무거운 동작... 그렇지 못하면 바삐 고쳐야 한다고...

 

제자 황상에게 내린 편지들은 재밌기도 하고 갸우뚱하게도 하는 구절들이 많다.

 

진실로 능히 마음을 일으켜 세우고 뜻으 고쳐, 내외가 따로 거처하도록 해라.(138)

 

헐~ 아무리 과거 공부, 시문 공부가 중하다지만.. 남의 내외 잠자리까지 통제하는 스승이라니 ㅎㅎ

 

대저 살아서 돌아올 뜻이 없어야 한다. 다 말하지 않는다.(156)

 

두려운 스승이다. 차 달이는 제자에겐 삐쳐서 '과거의 사람이... ' 이렇게도 썼다.

연애 편지 말미에, 삐쳤다고 과거의 사람이~ 이렇게 쓴다면, 받는 사람이 얼마나 아뜩하랴.

 

다산은 무슨 공부를 하든, 반드시 기록으로 남기게 했다.

공부는 기록을 통해서만 누적되어 이전될 수 있다고 믿었다.(185)

 

블로그가 좋은 것이 이런 것이다. 오랜 시간 누적된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장점.

다산은 300년을 앞서 살아간 사람이다.

 

생에서 귀한 것은 서로 마음을 알아주는 것일세.

어찌 꼭 얼굴을 맞대면해야만 하겠는가.

옛 어진 이 같은 경우도 어찌 반드시 얼굴을 본 뒤라야 이를 아끼겠는가.(242)

 

마음을 알아주는 벗을 '지음'이라 하였다.

백아의 거문고 소리를 알아주었던 나무꾼 종자기가 죽자,

백아는 그만 '절현' 하고 말았다는 고사도 있다.

 

지음은 평생 몇 번의 인연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다만,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늘 관심을 가지고 그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

그래서 지음이 다가왔을 때 그를 놓치지 않는 일... 그것이 삶을 바꾼 만남을 만나는 길일 것이다.

 

백아가 나무꾼에 불과한 종자기와도 음률을 나누면서 마음을 공유했듯,

지음은 직업, 연령, 성별, 국적에 상관없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존재일 수 있음은 당근이다.

 

강진에서 유배당해있던 시절이 제자들은, 다산이 해배되어 마재로 올라오자 희망을 품고 다산을 따른다.

그렇지만, 그들의 출세길에 다산은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들은 실망한다. 그렇게 놓치는 사람은 소중한 걸 이해관계에 얽매여 놓치고 만다. 세상 만사 다 그렇다.

 

조선 최고의 학술 집단으로 드림팀의 위용을 자랑하던 다산 학단은 이렇게와해되고 말았다.

다산을 위해서도 제자들을 위해서도 슬픈 일이었다.

한편 어쩌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스승의 상경 이후 사제간 학문의 고리는 이미 끊어졌고,

경제적 수수 관계만 남은 채 오랜 시간이 흐른 결과였다.(398)

 

현대인은 매일 참으로 달콤한 사람들과 많이, 자주 만나게 된다.

그 속에서 더더욱 외롭다고 쓸쓸하다고 눈물짜는 일도 잦다.

그것은, 사람을 만났을 때 이해관계로 바라보아 제 인연을 제가 놓아버리기도 하기 때문이고,

또는 이러저러한 경계선을 스스로 그음으로써, 애써 자기에게 주어진 '일기일회'의 인연을 걷어차 버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본어로 '이치고 이치에' 一期一會 란 예쁜 단어가 있다.

평생에 한 번 올까말까한 인연이란 뜻이다.

이 말은 법정스님 법어집에서도 쓰인 단어인데,

그 인연을 눈 밝게 알아보고, 귀하게 여겨 소중히 떠받들고 사는 이는 행복할 것이요.

귀한 인연인줄 모르고 뻥~ 걷어차 버리는 이는 외로울싸~ 한숨짓는 삶을 살 것이란 이야기다.

 

새해 복 많이 받으란 말을 나는 쓰지 않는다.

복은 주어지는대로 받기만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짓는다고 술술 닥치진 않아도, 화를 지으면 복이 멀어지기도 할 노릇이다.

 

다가오는 새해엔,

복을 지으며 살 일이다.

그래서 내게 다가오는 복된 인연이라면 귀하게 여겨 소중히 떠받들고 살려는 자세로 살아야

행복한 날이 환하게 밝혀져 올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새해엔... 복을 많이 지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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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쪽의 향낭각시...를 바퀴벌레로 옮긴 것은 못마땅하다. 향낭각시는 노래기를 일컫는 말로 노래기는 장마철에 많이 볼 수 있는 발이 많은 냄새를 풍기는 절지동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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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3-01-01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책 넘 흥미롭고 재미날 것같네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건강하세요

글샘 2013-01-01 22:22   좋아요 0 | URL
네~ 하늘바람 님께도 올해 좋은 일만 가득가득 하시길...

2013-03-09 1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3-03-09 22:35   좋아요 0 | URL
저는 올해 장안고등학교로 옮겼습니다.
담임도 하고 해서 독서연구회 할 시간이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만 ㅋ~
제가 조언을 할 주제는 못 되구요.
함께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학교가 넘 외진데 있어서...
 
화담집 - 종달새의 날갯짓에서 이끌어낸 기의 철학 청소년 철학창고 29
김교빈 지음, 서경덕 원작 / 풀빛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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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라는 것은 능히 그칠 곳을 알아서 그치는 것이니,

그 그칠 곳이 아닌 데에 그치면,

그 그침은 그칠 곳에 그친 것이 아니다.(이규보, 지지헌기 止止軒記)

 

이 '지지'라는 말은 주역에 나온다고 한다.

서경덕은 보통 '황진이'의 대역으로 섹시 코드를 잠재운 코믹 유학자 내지

'마음이 어리석으니 하는 일이 다 어리석다 /깊은 산 속에 어느 님 오랴마는 / 지는잎 부는 바람에 행여 긴가 하노라' 하는

임 기다리는 시조 지은 이로만 알고 있었다.

 

개성의 송도 3절로, 박연폭포와 황진이, 그리고 그를 치는 이유를 난 몰랐다.

화폐에도 이황, 이이는 있지만, 그는 없어서... 그의 위상을 알 바 없었다.

이 책은 청소년용 철학서지만, 간결하고 유용하다.

어른들도 읽어볼 만 하다.

 

조선이란 나라는 국가 질서를 위하여 '성리학'을 도입한다.

성리학적 질서를 위하여 '문자'를 만들 정도로 조선은 이노베이션에 능한 나라였다.

15세기에 주민등록증(호패)을 만들어 백성을 관리한 왕조는 전무후무하다.

다만, 너무 '왕조 유지'에 몰입하다보니, 금속활자 같은 좋은 조건도 '삼강행실'을 가르치는 데나 써먹었단 한계가 있고,

질서 유지를 위해 '삼강행실'을 '도록'으로 만들어 가르칠 정도로 전염성 강한 철학 국가였다.

 

철학서에서 '니체'를 위험인물로 치는 자들이 있듯,

조선의 이기론에서 '기 철학'자인 서경덕을 치지도외 하는 것은 어쩜 당연할지 모른다.

 

주역이라는 책은 '점치는 책'이지만,

그 점의 원리라는 8괘와 64괘는 그 풀이가 모두 자연의 이치를 본따고 있다.

하늘과 땅, 물과 불.... 이렇게 자연을 궁구하여, 그 이치를 본받아 삶의 이치에 빗다는 것이 주역인 바,

서경덕이 주역을 받들어 모시는 것도 '기 철학'의 본류와 통한다.

 

주역에서 이르기를 '머물 만한 때면 머물고 갈 만한 때면 간다.'고 했으니...

그렇다면 어떻게 공부를 해야 생각도 없고 잘못도 없는 경지에 멈출 수 있겠습니까

경건함을 지키고 이치로 물끄러미 보는 것이 방법입니다.

그래서 일이나 물건이 지나가 버리면 곧 마음을 거두어 들여서 맑은 거울의 텅 빔처럼 맑게 될 수가 있어야 합니다.(103)

 

동지를 가리키는 주역의 괘는 '복' 復 괘이다.

가장 어둡고 가장 추울 때가 가장 희망찰 때란 뜻이다.

새벽이 오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뜻도 품은 뜻이다.

 

이렇게 자연을 통해 삶을 바라보려는 학자들의 마음을 새로이 읽어봐야 할 시절이 돌아오니,

마음은 어둡지만 불빛을 찾아 '복 괘'를 뒤적거림도 유의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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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참나무 숲에서 서정시학 시인선 63
이건청 지음 / 서정시학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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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나무가 있었네

이제는 무너져 흩어져 버렸지만

등치마저 타 버려 재가 돼 버렸지만

금관악기 소리로 퍼지던 노을

스쳐가는 늦기러기 몇 마리 있으리

귀 기울이고 다가서 보네

까마득한 하류에 나무가 있었네

거기 나무가 있었네(이건청, 하류, 부분)

 

내가 이건청을 읽은 것은 '하류'란 시에서다.

삶의 하류... 노년기쯤일까?

그 나무가 기억하는 금관악기 소리로 퍼지던 노을의 시절...

이런 공감각을 부추기는 아름다움이 남아있다.

 

 

젓갈 가게에 싸인

드럼통들을 찾아와

드럼통 속 새우와 참게들에게

풍랑의 바다 소식을 전하면서

곰삭은 황혼도 조금씩,

밀어 넣어 주고 있구나,

아주 잊지는 않았다고

젓갈로 익더라도 서로 익지는 말자고

밤새 속삭여 주고 있구나

 

곰소 염전 곁 객사의 사람도

내소사 전나무 숲 위에 뜬

초롱초롱한 별도 몇 개

꿈속에 따 넣으며

쓰린 잠을 자는데,

소금을 끌어안고 잠자며

젓갈로 삭아가고 있는데......(곰소항에서, 부분)

 

젓갈을 보면서,

우리네 삶도 소금을 끌어안고 잠자며 젓갈로 삭아가듯 시난고난한 것인데,

그래도 그 잠 위로는 초롱초롱한 별도 몇 개 꿈속에 따 넣는 것임을

읽어주는 다사로운 맘씨가 고맙다.

 

밤 깊고

안개 짙은 날엔

내가 등대가 되마.

 

넘어져 피나면

안 되지.

안개 속에 키 세우고

암초 위에 서마.

 

네가 올 때까지

밤새

무적을 울리는

등대가 되마.(네가 올 때까지, 전문)

 

삶은 탄탄대로인 적이 거의 없다.

진정 삶은, 밤 깊고 안개 짙은 날, 항해하는 사람의 심사와도 같다.

그럴 때, 나를 기다리며,

밤새 안갯속에서 '기적'을 울려주며 나를 기다려주는 등대를 자처하는 그대가 있다면,

삶은 그런 무람하게 치댈 수 있는 '비빌 언덕'의 위로가 있어만 준다면,

어떤 폭풍우 속이라도, 힘차게 넘겨낼 자신감이 생길 수도 있을 일이다.

 

길 하나가 /휘어진 곳/사과밭이 눈발을 부르는

저 비탈 어딘가에 /절간이 있고,

 

사나 해나를 위해 /천년동안 암반을 들쳐 메고 서 있는

여자가 있다고/ 한다.

 

저무는 산/ 하나나 둘/ 아니, 아니/ 사내 하나를 위해

저 산맥의 연봉 모두를/ 펼쳐 들고/ 풍설 속에

 

화엄의 날을 부르고 있는/ 여자가 있다고 한다.(선묘, 전문)

 

그런 여자가 있다면,

어떤 고난도 이겨내고 뜻을 이뤄낼 수 있는 '의상 대사'의 결기보다 더한,

단단한 자신감으로 항상 웃으며 살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인생의 '하류'에서는 삶이 날마다 휘청거릴지라도,

굴참나무 숲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시인 역시,

등대처럼 기댈 무언가를 찾으며 오늘도 밤을 하얗게 새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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