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12기 신간서평단 두번째 달이다.

서평단 도서라는 것이, 내가 추천한 것이 선정되는 건 아니어서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다.

암튼, 이번 달에도 읽고 싶은 책을 다섯 가지 골라 본다

 

1. 무조건 하루키 ㅋ~ 다섯 권이나 된다.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세트 - 전 5권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세일러복을 입은 연필>

     <해 뜨는 나라의 공장>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총 다섯 권으로 출간되는 이번 시리즈에서는 기존 번역본에서 생략되었던 에세이와 삽화를 원서 그대로 되살려내 보다 충실해진 내용을 만나볼 수 있다.

 

 

     하루키의 글은 가벼워서 좋고,

     그가 좋아하는 달리기를 하듯,

     읽고 나면 몸의 노폐물이 빠진 듯 느낄 수 있어 좋다.

 

     무엇보다, 이 책은 뽀대나지 않는가?

 

 

2. 인생학교 시리즈... 섹스, 돈, 일, 정신, 세상, 시간...

 

     알랭 드 보통...이 섹스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랑의 기초'에서도 보여준 날카로운 지성을 기대한다.

 

     섹스를 사고 파는 일은 금지하고 있는 법이 있으면서도,

     그 법이 지켜진다고 누구도 믿지 않는 나라에서,

     열린 담론을 기대한다.

 

 

 

 

 

 

3. 김선우의 사물들... 최고의 에세이인데, 그림을 넣어 재출간...

 

 

 

 

 

 

 

 

 

 

 

 

 

4. 이철수, 나뭇잎 편지 세트~ 이번에 7권이 나왔음 <사는 동안 꽃처럼>

 

 

 

 

 

 

 

 

 

 

 

 

 

 

 

 

 

5. 베르나르 지르도, 여행자의 사랑

 

     배우, 작가, 영화감독 등 늘 여행자의 삶을 살았던 베르나르 지로도의 마지막 에세이.

     소설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T 부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독특한 여행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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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다정한 사람
은희경 외 지음 / 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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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목도 상큼,

은희경이란 작가도 눈길을 끈다.

이렇게 인연이 닿았던 책을 만나면 폭 빠져들고 마는데...

이 책을 읽고난 소감은...

맛있는 케익인 줄 알고 베어문 것이,

톱밥이라도 된 양, 낯선 이물감으로 가득한 재료였을 때...

그렇다고 뱉을 순 없는...

간간이 건포도나 파인애플같은 상큼한 식재료만 입맛다시게 할 뿐...

그런 아쉬움...

이 책을 위해 쓰러진 나무에 대한 미안감...

 

열 명의 예술가를 열 개의 도시로 파견하기로 한 기획은 깔끔하다.

그렇지만, 그들이 정식 작가가 아닐 때,

글의 품질을 보장받지 못할 것이고,

여행의 방향자체가 지나치게 갈라져버릴 것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은 바는 아니었을 것이나,

우려대로 책이 엇나갔을 것이다.

아쉽다. 글을 좀더 정제하도록 대담 형식으로 적었어도 괜찮았을 듯 싶고,

이야기 나눈 것을 바탕으로 두어 사람이 가필했어도 멋있었을 듯 싶은데...

작가 열 명의 프로필을 봐도... 너무 따로 논다.

서울대 사회학과 출신... 이런 게 이 책과 어울리지 않으면 빼도 좋지 않을까?

그것도 두 명이나...

 

이 책을 넘기면서 참 부러웠던 것...

 

 

 

 

 

 

 

 

 

이런 모래밭에 엎드려, 뭔가를 열심히 읽고 있는 이 사람들...

그들에게 뭔가를 읽는 일은 일상이었을 텐데... 반갑다.

 

낯선 것은 매혹적이다. 그러나 낯섦을 느끼는 건 익숙함에 의해서이다.

그래서 낯선 것 가운데에 들어가면 간혹 내가 더 또렷이 보인다.

내 삶의 틀 속에서는 자연스러웠던 것들의 더러움과 하찮음도 보게 되고,

무심했던 것들에 대한 아름다움도 깨친다.

아득히 잊고 있었던 오래전 일이 기억나기도 한다.

나라고 알고 있는 사람과 다른 나를 만나는 순간도 있다.

낯선 것을 받아들이는 나의 방식 안에서, 내 속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던 뜻밖의 나와 맞닥뜨리는 것이다.(42)

 

은희경의 이런 여행담은 익숙하지만 새롭다.

 

퍼즐이란 무엇인가?

다 제자리에 들어가야 비로소 하나의 장면, 하나의 이미지가 된다.(59)

롱샷으로 보는 세상은 희극이고, 클로즈업으로 보는 세상은 비극.(66)

 

역시 영화감독답게 이명세 감독은 이미지로 이야기를 끌어낸다.

 

이병률에게 여행은

바람, '지금'이라는 애인을 두고 슬쩍 바람피우기.(91)

 

여행을 업으로 삼듯 떠돌아다니는 이병률의 이야기답다.

바람, 은 금세 스쳐지나가는 것이다. 가볍다.

여행은, 지나간다. 가볍게...

그래서 다들... 여행하면서 많은 사진을 찍고, 많은 생각을 하지만,

가볍게 찍고 가볍게 들었던 생각들을 책으로 내는 일은... 만만치 않다.

이 책의 가장 큰 아킬레스 건이었던 셈.

 

뉴칼레도니아에 간 박칼린.

 

나중에 이런 곳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203)

그리고 돌아왔다.

참으로 다행이다. 내가 그 아름다운 곳으로부터 멀리 있다는 게.(222)

 

이런 것이 여행의 매력이다.

누추한 여기서 구질구질하게 살지만,

꿈처럼 환상적인 곳을 구경하고 와서, 그 먼 곳을 상상하며, 반추하며 살게 되는 힘을 얻는 일,

그게 여행이니 말이다.

 

 

거의 매일밤 어딘가에 가서 공연을 봤다.(265)

 

런던으로 튄 장기하,

날마다 '에일'이라고 하는 외계인 비슷한 이름의 맥주를 마시러,

혼자 낮술 5차도 자행하며 다니지만, 밤이면 공연을 보고 음악을 들으러 갔단다.

내가 정말 좋은 기회에 유럽 여행을 다녀온 일이 있는데,

지금도 두고두고 후회하는 것이 런던에서 뮤지컬을 보지 못하고 온 것이다.

물론, 뮤지컬을 보고 올 정도로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함께 간 이들이 노땅들이어서 의기투합 할 수 없었던 아쉬움도 남지만...

이왕 튄 김에 더 튀었어야 하는데 말이다.

 

이 책에 대한 평점이 낮은 것은,

이 책을 서평단 도서로 받아 읽었기 때문에 별 하나는 더 깎았다.

나는 어쩌면 별을 잘 주는 사기꾼 비슷한 서평꾼이었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나한테 속아서 책 한 권 더 사면... 세상이 조금이라도 아름다워질지 모른다고 생각했으므로...

그래서, 서평단 도서는 별 하나는 깎아야 공정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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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3-01-12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구나... 무언가 깔끔하지 않은 글이 보이는군요.
이병률이 손을 봤더라도 좋았을텐데요.
그럼에도 이 책이 마구마구 땡겨요. ㅋ
맞다. 신간평가단 신청해야지^^

글샘 2013-01-16 10:35   좋아요 0 | URL
이제 시간 좀 나시겠네요. ^^
이 책은 도서관에 신청해 보시지... ㅋ~
 
마음이 아플까봐 꿈공작소 5
올리버 제퍼스 글.그림, 이승숙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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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사는 소녀.

부족한 걸 모르는 소녀에게 세상은 호기심 천국이었다.

어느날, 할아버지의 빈 의자를 보고

소녀는 심장을 빈 병에 넣어 둔다.

 

병에 담긴 심장. 소녀는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

불편하지만, 안전... 했다.

어느 날, 바닷가에서 꼬마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살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바닷가에서 호기심 천국을 누비는 꼬마를 만난 여자는

심장을 유리병에서 꺼내고 싶었다.

하지만...

심장은 꺼내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다시 그 꼬마를 만났다.

꼬마는 심장을 유리병에서 꺼내는 방법을 알았다.

그리고... 꼬마는 꺼냈다.

마음이 돌아오고... 병은 비었다.

 

 

참 이쁜 그림책이다.

부모의 부재도 느끼지 못할 만큼, 할아버지의 사랑은 깊었다.

그런 소녀에게 할아버지의 빈 의자는...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 고통을 잊기 위해, 소녀는 심장을 유리병에 넣는 극단의 방법을 쓴다.

편했다. 그렇지만... 그 심장이 펄떡거리고 다시 뛰길 원했을 때,

아픔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미칠 것 같았다.

그 꼬마가 쓴 '마법'은 아마도 '사랑' 이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마음이 아플까봐... 심장을 꺼내 따로 보관한다는 신선한 창의력이

재미있게 느껴졌을 것이고,

마법처럼 병은 비었다... 고 이야기하는 그 '결락된 이야기'를 부분을 상상력으로 채우게 하는 동화가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어른들이라면,

심장을 병 속에 넣어 둔 것처럼 살고 있는 자신을 돌아보면서,

뜨거운 제 심장을 한번 되짚어 보게 될는지도 모른다.

이제 성인이 된 소녀에게 따스한 편지를 한 통 쓰고 싶다...

 

 

소녀, 보렴.

 

많이 아팠구나?

그리고... 많이 무서웠구나? 마음이 아플까봐...

그래서, 심장을 유리병 속에 넣어 두었는데...

그래서, 한 동안, 불편하지만 편안한 마음이었는데...

그 심장이 간직하고 있던 선천적인 뜨거움을 느끼고 싶었지?

 

그래. 소녀야.

심장의 온기를 기억하고 있어서, 그래서 참 다행이야.

그런데... 그 심장을 꺼내는 방법을 머릿속으로 참 많이도 궁리했잖아?

여간해선 심장이 꺼내지지 않고 말야.

 

비밀을 알려줄게.

그 심장을 꺼낼 수 있는 비밀을...

바로 마법이야.

모든 자물쇠에는 그 자물쇠에만 꼭 들어맞는 하나의 열쇠가 있는 법이야.

그 열쇠.

마법처럼 철커덩! 소리를 내며 풀리게 하는 마법의 열쇠를 찾는 일... 그게 비밀이란다.

 

그 열쇠는 어디 있냐면 말야~

세상 어디에나 있고, 또 세상 어디에도 없는 거란다.

 

그 열쇠를 가지고 있는 꼬마를 만나렴.

꼬마는 마법처럼, 그 심장을 쉽게 꺼낼 수 있단다.

그리고, 마침내 빈 병만 남게 될 수 있는 거야.

 

그 꼬마가 어디 있냐구?

바닷가에 있어. ^^

네가 진심으로 네 마음을 꺼내고 싶다면,

바닷가에 가서 그 꼬마를 만나 봐.

꼬마를 어떻게 알아보냐구?

그게 바로 마법이야. 알았지?

 

있잖아.

마법의 열쇠를 찾는 법.

심장을 꺼내는 법.

어쩜, 할아버지 없이 의자에 앉아 묵묵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법은...

누가 가르쳐 줄 수 없는 건지도 모른단다.

 

자기가 놓여있는 자리에서,

마음이 아플까봐,

유리병에 심장을 넣어두는 사람은... 늘 반만 행복하고, 반은 불편해.

근데 말야.

할아버지 없이도 의자에 앉아 묵묵히 책을 읽으면서,

심장의 팔뜨닥거리는 소릴 듣고 있는 일은,

그렇게 마음을 내는 일은...

또 살만하기도 하다구.

 

네가 호기심 천국으로 돌아와서 난 참 기뻐.

세상은 반쯤 불편하고 반쯤 재밌는 덴지도 몰라.

네 심장의 다사로운 온기를 되찾아준 건...

꼬마가 아니야.

원래 네 심장이 그렇게 다사로웠던 거라구.

목도리를 두르고 있음 따스하잖아?

근데, 목도리가 따사로운 게 아닌 것처럼 말야.

 

네 심장의 따스함이 나도 참 좋아.

다행이야.

이렇게 할아버지 의자로 돌아올 수 있어서...

 

이제 알겠지?

마음이 아플까봐... 심장을 어디 넣어 두진 말자구.

네 심장은 말야...

거기 그렇게 있을 때... 젤 이쁘니깐.

 

안녕~

 

                              바닷가에서 만났던 꼬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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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3-01-04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리뷰 보니 이 책을 읽어보고 싶습니다.
새해에도 좋은 리뷰와 맞춤법 교실 부탁 드려요. 자주 들르겠습니다.

글샘 2013-01-04 20:23   좋아요 0 | URL
좋은 리뷰~ 라고 하시니.. ㅋ~
잘 읽어 주시니 감사합니다. ^^
 
혼자인 내가 혼자인 너에게 - 밑줄 긋는 여자의 토닥토닥 에세이
성수선 지음 / 알투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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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인 내가 혼자인 너에게... 밑줄 긋는 여자의 토닥토닥 에세이

 

부제의 '토닥토닥'에 윗점을 찍어, 힐링의 용도를 강조했다.

한동안 알라딘에서 글을 쓰곤 해서 '조금' 친했더랬는데~

트위터가 나오면서 부턴지, 얼굴을 대하기 힘들었는데, 이번에 새로운 책으로 만나보게 되어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요즘 대세는... 아무래도 힐링인가부다. 워낙 사는 게 힘드니...

 

힐링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분명히 그 '대상'을 명시할 때, 증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대상에 따라 처방이 조금씩 달라져서 정확히 처방될 때, 힐링의 효과는 극대화된다.

모든 약과 마찬가지로, 힐링에도 '사이드 이펙트 - 부작용'이 있음도 알아둬야 한다.

 

이 책을 읽어야 할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라면,

비혼 여성이라면 완전 딱,이다.

거기다 직장에서 온갖 힘든 일을 다 하면서, 외로이 쓸쓸히 집구석으로 퇴근하는 비혼 여성이라면, 이 책의 복용 대상이 된다.

다만, 부작용 몇 가질 명시하자만,

이 처방전은 '어려서부터 부족함 없는 가정에서 자랐고, 명문대를 졸업하였으며, 대기업을 때려쳤다 다시 들어갈 정도 실력자'임을,

그래서 여성이지만, 삼성정밀이란 회사에서 차장의 자리에까지 오른 커리어 우먼의 이야기임을,

사진은 첨부하지 않았지만, 얼굴도 예쁘고 귀엽게 생겼으며 유머, 독서, 글쓰기 등에서 탁월한 재주를 가진 사람의 이야기임을,

미리 알고 읽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찌질한 나에게 어떤 위안을 주려나~ 하고 들여다 보다간, 이런 왕재수가 있나~! 이러면서 집어던지게 될는지도 모른단 말씀.

 

아무리 직장에서 잘 나간다 해도, 인간으로서 혼자 사는 외로움 같은 것을 감출 순 없다.

작가는 그런 것을 숨김없이 잘 드러내고 있다.

그런 감정은 '은교'의 이적요에게도 감정을 풀어놓을 수 있는 넉넉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당신은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어린 연인과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식사 한번 하고 싶어도 당신은 갈 수 있는 데가 없습니다.

늙은 당신이 물을 흐리기 때문입니다.(251)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비혼인 그녀가, 안자일렌 상대를 간절히 기다리는 그녀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결혼한 사람들의 속마음인 것 같단 생각도 든다.

결혼한 사람들이 왜 한없이 밖으로 눈을 돌리는지를...

그들 역시 얼마나 이해받지 못하는 세상에서 답답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지를... 은교의 이적요를 바라보듯 좀더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아 주길 바라기엔, 더 시간이 필요하리라.

 

사랑하는 사람의 비밀이 되나는 것은, 누구에게도 보일 수 없는 투명인간 같은 존재가  된다는 것은, 비참한 일이니까.

지금 일상에 권태를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재미없는 연애나 결혼생활에 지쳐가는 사람이 있다면,

도무지 스펙터클한 일이 없어서 심심해 죽을 것 같은 사람이 있다면,

일상을 함께 나누는 기쁨이 얼마나 절절하게 소중한 것인지...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를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87)

 

일상을 함께 나누는 기쁨이 절절하게 소중한 것인줄 몰라 일요일에 잠만자는 아빠가 되진 않는다.

내가 이런 시비를 거는 건

남자들보다 더 남자처럼 일터에 봉사하는 '삼성맨'인 그녀가 바라볼 수 없는 인생의 측면이 세상에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에스키모들에게는 '훌륭한'이라는 단어가 필요없어.

훌륭한 선인장이 없듯, 훌륭한 인간도 없어.

모든 존재의 목표는 그냥 존재하는 것이지.(19)

 

이 책을 관통하는 자부심 같은 것을 읽노라면,

클라인 수선 님이 좀더 '존재'의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살 수 있도록...

멋진 남자가 나타나 주었음 좋겠다.

훌륭한 글 따위, 다 집어 치우고,

오피스텔에서 텔레비전도 다 끈 상태로, 노트북에 뭔가를 부지런히 입력하는,

쉬는 날, 휴가를 내어 '작업'하는 '훌륭함'의 경지를 잊고,

그저 한 남자랑 뭘 걸치든 말든,

햇살 가득한 방 침대 위에서 시시덕거리고, 장난도 치고,

살도 맞대고 아~무 훌륭함 없는 상태로 모든 세상을 잊고,

Love~ is feeling~ feeling love~ 라도 노트북에 켜 놓고,

'쉼'의 존재로서,

상대라는 존재, 오로지 그 존재 하나만이 중요함을 느끼는 순간순간을 누릴 수 있음 좋겠다.

 

행복을 느낄 줄 아는 것도

그 느낌을 오래오래 지속시킬 수 있는 것도 능력이다.

인생을 관통하는 아주 핵심적이고 중요한 능력~!(27)

 

중요한 능력임엔 틀림없지만, 그것은 어떻게 획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후천적으로 학습하기보다는,

유전자에 내재된 것처럼,

짐승처럼... 두 사람이 마주보고 웃을 수 있으면, 그 능력은 이미 내재된 것으로 충분하다.

그런 능력조차 갖추려고 애쓰는 일은, 어쩜 무의미한 일 아닐까?

 

마법의 질문을 아는 그에게는... 마법의 질문에 대한 답은 준비되어 있어 보인다.

다만, 자신의 전 존재를 '직장'에, '일'에, '책'에 내걸기 보다는,

'아이'와 '가족과 함께하는 순간들'에 놓인 사람들에게는 마법의 질문이 간혹 배부른 소리일 수 있음도 알아줌 좋겠다.

 

마법이 질문이 있어요.

그게 뭐냐 하면 우리가,

나 연극을 좀 해볼까 봐. 뭔 구청에서 하는 연극학교가 있는데 가볼까봐.

라든가 이탈리아 가곡을 배울까봐. 그러면,

어 그래? 연극? 그거 해서 뭐하려고 그래?

이게 마법의 질문이에요.

해서 뭐하려고 그래?

그런데 예술이라는 것은 뭘 해서 뭘 하려는 게 아니죠. 예술은 최종의 궁극적인 목적입니다.

그것은 우리 영혼을 구원하고 우리가 즐겁게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거예요.

술과 약물의 도움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자기 표현을 하도록 도와주는 거죠.(123)

 

그래. 수선 님의 이 책도, 읽는 우리를 즐겁게 해주니까 훌륭한 예술 작품이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작업의 노동 강도에 짓눌려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또 한편, 자기 표현을 하도록 승화된 예술 표현에 의하여 카타르시스를 '조금' 느끼기도 했을 것이다.

 

점점 나이를 들어가는 그는 점점 겁쟁이가 되어가고 있다.

 

금방 새살이 돋아나는 어린 남자와 달리,

이제 난 한 번 다치면 재싱이 불가능하게 큰 상처를 입을지도 모르므로...(190)

 

그래도 말이다.

이 책에 가득 담긴 만큼의 기백이라면,

홍콩의 바다는 깊다~는 것을 알 정도의 지혜라면,

상처가 두려워 '소중한 발견'에 눈을 감지는 않으리라 기대한다.

 

그가 <위대한 개츠비>에서 인용한 문장 역시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경구일 것이다.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는 언제나 이 점을 명심하여라.

이 세상 사람들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는 않다는 걸 말이다.(238)

 

이 점을 명심하고 조심하는 일은 중요하다.

언어의 칼날에 한번 베고 나면, 잘 낫지 않는 법이니까...

그렇지만, 그는 잘 알고 있다.

 

누구가를 사랑한다는 건 어쩌면 그 누군가의 고독과 고통, 절망과 자괴감을 이해하고 손을 내미는 일인 것 같다.

떨리는 손을 꼭 잡아주는 것.

소리없이 터져나오는 비명을 듣고 보듬어 주는 것.

이 사막 같은 세상의 모래알처럼 혼자 부유할 때 가만가만 옆에 있어주는 것.

지금와서 생각하면, 정말 미안하다.

나의 연인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때의 나는, 내가 고독한 만큼 그도 고독하다는 걸 몰랐던 걸까, 모르는 척했던 걸까?(260)

 

사랑과 연민은 분명 다르다.

그렇지만, 연민과 사랑의 경계선은 분명하지 않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에서 시작하는 것이 사랑이기도 하므로...

그 사랑이 정말 진할 때, 인간은 또한 무한 아름다워질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므로...

 

 

 

오타 한 곳...

172. 단발마의 고통... 단말마...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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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터의 고뇌 창비세계문학 1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임홍배 옮김 / 창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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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익숙한 제목에 대한 낯섦은 뭐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란 뮤지컬을 1주 전에 봤고,

그 전부터 이 책을 읽고 있었다.

나도 젊은 시절에(대학교 1학년) 그 책을 읽어 줄거리는 기억을 하지만,

아무래도 3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으니 세부는 기억나지 않았다.

 

뮤지컬을 보고, 원작과 얼마나 비슷한지 비교해가면서,

얼마나 주제를 잘 살렸는지를 생각하며 읽으려 했는데,

중반부를 넘어서면서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도덕'이라는 이성의 승리가 인간을 얼마나 파멸로 이끄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은 괴테가 25세 무렵 썼다는 소설이다.

젊은 베르터(독일어 원음엔 이것이 가깝다고 한다. 일본어식 발음 베르테르...)는 프랑크푸르트 궁정의 생활을 벗어나,

한가로운 시골 만하임으로 온다.

거기서 운명처럼 로테 아가씨를 만나지만, 그녀는 이미 약혼자가 있는 터.

그들의 마주침은 '약혼'이라는 도덕률 앞에서 비극을 잉태한다.

 

이 소설의 한 에피소드로,

목동과 주인 아낙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다.

그러나, 시대적 배경이 역시, 신분을 초월한 사랑을 용서하지 않고,

그 사건과 연관지어,

베르터는 목동을 변호하지만, 로테의 남편이 된 알베르트는 도덕률에 따라 그 목동을 꾸짖는다.

 

18세기 낭만주의 시대의 작품인 만큼,

감정의 격정적 토로가 일품이다.

 

하늘에 계신 신이여!

미처 지각이 생기기 이저이나 다시 지각을 잃은 이후에만 행복할 수 있도록 인간의 운명을 점지하셨습니까?

불쌍한 사람이로다!

하지만 나는 그대의 슬픔과 그대를 괴롭히는 정신착란이 차라리 부럽다.(155)

 

인간의 운명이란 어차피 분수에 맞게 견디며 살아가고 자기한테 주어진 잔을 다 비우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하늘에 계신 하느님이 보시기에도 그 술잔이 인간의 입맛에는 너무 쓰다고 하셨거늘

어째서 나라고 해서 잘난 체하며 그 잔이 달콤한 체 해야 한단 말인가.

나의 삶이 송두리째 존재와 무 사이에서 전율하는 이 끔찍한 순간에 내가 창피해야 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

지나간 시절이 미래의 캄캄한 심연을 번갯불처럼 비추고,

내 주위의 모든 것이 가라앉고,

나와 더불어 이 세계도 무너져내리는 이 끔찍한 순간에,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나이까.'

이것은 자신의 내면으로만 내몰려서 자기 자신을 잃고 끝없이 추락하는 인간이

헛되이 위를 향해 솟구치려 사력을 다해도 내면의 깊은 밑바닥에 떨어져 이를 갈며 울주짖는 소리가 아닌가.(149)

 

종교의 시대에서 인본의 시대로,

르네상스라는 '인간의 재 탄생'을 문학적으로 꽃피운 것은 괴테에서부터라 할 만 하다.

 

나는 이렇게 가진 게 많지만 그녀에 대한 생각이 모든 것을 집어 삼킨다.

나는 이렇게 가진 게 많지만, 그녀가 없으면 모든 것이 무로 돌아가 버린다.(144)

 

이런 것이 사랑이다.

눈먼 사랑이라 폄하할 순 없다.

눈 번히 뜨고 사랑한다고 말해도, 그 사랑 역시 시간이 흐르면 변하기 때문에...

이런 뜨거운 열정을 표출할 수 있던 시대를 만난 괴테 역시 행운아고,

괴테를 만난 17세기 역시 행운의 시대였으리라.

 

전해지는 말로는 형광석은 햇빛을 받으면 빛을 흡수했다가 밤이 되면 한동안 빛을 발한다고 한다.

로테한테 보냈던 하인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하인의 얼굴과 뺨, 저고리 단추와 외투의 옷깃에 그녀의 눈길이 닿았다고 생각하니

그 모든 것이 너무나 신성하고 소중해 보인다.

그 순간 나는 누가 1000 탈러를 준다 해도 이 하인을 내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와 함께 있으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65)

 

아, 사랑이란 이런 것임을,

인간의 마음이란 이렇게 한 쪽으로 질풍 노도처럼 달려가는 것임을

겪어본 사람은 잘 알리라.

그 빛이 얼마나 신성하고 소중한 것인지를...

그/그녀가 보내준 것임으로 인하여, 아무리 사소한 것 하나라도 내겐 큰 의미가 있는 것임을...

그 사랑이 가치는 '교환 가치'로 따질 수 있는 것이 아님에랴.

'사용 가치'라면, 그 사랑을 사용할 수 있는 마음을 낸 것이 바로 '나' 이기 때문이다.

 

사랑을 온몸으로 통과해온 이만이 사용할 수 있는,

자기에게만 덜커덕 열려버리는 자물쇠처럼,

자기에게만 소용되는 사용가치로 사랑은 빛나는 광채를 번득이는 것이다.

 

창비에서 나온 이 책은 책이 가볍고, 들고 다니기 좋을 정도로 맞춤하게 이쁘다.

이야기 전체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슬픔'이라기 보다는 '고뇌'가 더 어울린다.

슬픔으로 자살한다는 것은 좀 오버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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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 하나...

창비는 독특하게 외래어에도 쌍자음을 사용하는 나름의 씨스템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댓가'라는 말이 두어 번 등장하는데, '대가'가 옳은 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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