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팩토리
안지훈 지음 / 학고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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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빈티지...  포도 수확한 정평 있는 양조원에서 만들어, 포도 생산 연도 라벨 명시한 포도주, 오래됨... ~년식

              오래되어 값어치 있는...

 

빈티지...라는 말이 패션계에서 많이 쓰인다.

낡고 오래돼 보이지만, 제법 가치있는 물건을 일컫는 용어같은데...

외국어가 이처럼 들어와 의미가 변질되어 가면서 쓰이는 경우 이해가 금세 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

 

작가가 개인적으로 수집한 것들을 늘어놓는데...

원래 명품이어서 '골동'이 된 것도 있고 - 버버리 코트나 몽블랑 만년필처럼...

싸게 구입했지만, 알고 보면 무척이나 유서 깊은 물건도 있다.

주로 유럽이나 일본 등지의 벼룩시장 같은 데서 구매한 것들이다.

 

품격있어 보이는 물건을 두고 감상에 젖는 취향이야 예전부터 가진이들이 누려왔던 호사지만,

그런 것들을 알아볼 줄 아는 '안목'을 갖추는 것은 개인의 능력보다는,

아버지가 무역업에 종사하였거나, 가족력이 외국을 전전하며 살아왔던 풍요를 기억하는 정도의 삶이라야,

그런 취향을 가질 수 있지 않나 싶어서...

친근감이나 호기심보다는 억하심정(도대체 무슨 심정으로 그러하는지 없음 이르는 .)으로 밸이 꼴리며 읽게 된다.

 

이런 분야는 책보다는 작가의 홈페이지 같은 곳이 더 적합한 공간으로 보인다.

 

작가의 스칸디나비안 빈티지 팩토리 홈피 주소

 

www.scandinavianvintag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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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3-01-07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빈티지가 '오래되어 가치있는' 이란 의미를 갖는다면,
집이 넓지도 않고, 골동품에도 그닥 관심이 앖는 나지만,
사람이라도,
나이들어가면서 더 멋진, 가치가 있는 사람이, 빈티지 인생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마립간 2013-01-09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목이 있다면 아버지, 집안의 배경을 접어줄 수 있지만, 안목이 빠졌다면 사치와 허영만이 남죠. ; 배경이 안목을 주었다면... 저는 우선적으로 받아들입니다.

글샘 2013-01-10 08:13   좋아요 0 | URL
안목에 대해서는 제가 잘 모르겠구요. ^^
좀 눈꼴시단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transient-guest 2013-01-10 0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잘 안 팔리는 시대라고들 하는데요, 이런 책은 용케도 나오네요. 물론, 읽어보지 않고 하는 말이니 공평하지는 않습니다만, 글샘님의 평을 보니, 앞으로도 읽을 일은 없을 것 같아요.

글샘 2013-01-10 08:24   좋아요 0 | URL
빈티지라는 게... 진품명품처럼...
무명의 공장이 만들었더라도 인정받는 수준이어야는데,
외국 물건 죽 늘어놔서... 좀 그렇더군요.
 
시 읽기 좋은 날 - 그날, 그 詩가 내 가슴으로 들어왔다
김경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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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오타가 났는데, 거기서 새로운 의미를 읽으며 웃기도 하는데,

행운이나 행복을 치려고 하다가 영타로 쳐지면 '행'자가 god가 되기도 하고,

오늘처럼 '아름다운'을 치려다가 '아픔다운'을 쳐 놓고...

아름다운 거와 아픔다운 거...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혼자 생각하기도 한다.

 

시.

시를 배울 때 잘못 배운 사람은,

시는 작가의 사상과 감정을 압축된 언어로 표현한 문학...이라고 외운다.

 

시.

시는 뭘까?

이창동이 영화로 만든... 시 poetry... 시라고 하는 것...

하여간 묘한 것이다.

 

암튼, 시는 '자기만의 고백'에 가까운 언어 행위다.

그래서 시를 읽고 '주인공의 처지, 환경, 상황'을 명백하게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것은 소설이 '들려주는 이야기'여서 소설을 읽고 나면, 인물, 사건, 배경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될 수 있음과 다르다 하겠다.

 

그래서 시 감상에 도움을 주는 일로,

이런저런 경험을 했을 때, 이런 시가 감각적으로 '격하게' 다가서지 않겠니?

이렇게 예를 들어가며 설명하기도 한다.

 

이 책의 작가는 국어 교사였으므로... 동일여고란 곳이 워낙 교사를 우습게 잘라내고 했던 재단이라...

아이들에게 시를 다가서게 하는 방법을 나름 고민했고,

그래서 삶에서 절절한 느낌을 짜릿~ 하게 표현한 시들을 가려 뽑으려 노력한 표가 완연하다.

 

내가 아들녀석 고3때 읽히려고 열심히 골랐던 시들과 많은 부분 겹치는 부분도 그래서 반갑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서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합니다'라고 뻗대는 구절이 있다.

삶은 짜여진 구도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어서,

당황스럽고 곤란한 순간부터,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난감하거나 앞이 캄캄해지는 일까지 불행해질 순간들로 점철되기도 하는 것인데,

그때, 알약 한 알로 그 순간을 잊는 것이 행복은 아닌 것이다.

 

시를 읽는 일은, 위로받는 일이다.

아~ 세상에 나만 이렇게 팍팍하게 가슴 쥐어 뜯으며 사는 건 아니구나~

내 이 미치겠는 마음을~ 이렇게 시로 써낸 사람들이 있는 걸 보면,

내가 겪은 이 미치겠는 일이, 유일하게 내게만 일어난 불행은 아닌가부다...

이런 일 말이다.

 

진정한 위로는, 우산을 씌워주는 게 아니라 같이 비를 맞아주는 것이란 표현처럼...

예를 들면,

 

정말 마음 깊이 사랑했던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이랑 함께하는 순간은 모든 순간이 완벽했다.

완벽하게 행복했다.

이제 세상은 완벽하게 행복하고 화사한 빛으로만 넘실댈 것 같았다.

그런데... 그가, 가버렸다.

 

이런 상황이라면... 처음엔 멍~ 해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의 부재를 어떻게 상상해본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죽음은 잊자고 잊자고... 망자를 잊으라고 절차가 있는 법...

그를 무덤에 어찌 묻을까...

그 캄캄한 곳에, 너를 어찌 두고...

거기 너를 혼자 두고... 나는 어찌 내려가라고...

 

그렇지만, 내가 너무 울면... 내가 너무 미쳐버리게 환장해서 정신을 놓아버리면,

거기 혼자 쓸쓸히 누웠을 너는... 너무 불쌍하니까... 너무 안쓰러우니까...

정말 아픈 건, 나보다... 너일테니깐...

그래, 일단, 나보다, 널 보내 줄게...

네가 원하는 건, 그걸 거야.

내가 미치는 걸 원하진 않을 거야.

그래. 알았어. 담담하게... 그렇게 널 보내 줄게...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이 그 꽃을 /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김소월, 진달래꽃)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사랑은 끝났더라도 그 사랑의 기억만큼은 누추하게 만들고 싶지 않은 자존심'으로 푸는 그녀가,

아직은 좀 어려보여서 이야길 하나 꾸며 본다.

 

내가 참으로 좋아하는 시인 이면우...

 

지방 도시의 어느 공장에서 홀로 시 쓰기를 즐기는 보일러공이 있었다.

그에게는 소박한 꿈이 있었다.

늦게 둔 어린 아들에게 '시인'이라는 아버지를 선물하고 싶었다.

그를 눈여겨본 사장은 시를 쓰라고 그에게 휴가를 선물하낟.

휴가 동안 그는 한 권 분량의 시를 쓴다.

사장이 사비 들여 오탈자 많은 붉은 시집을 묶어 준다.

이런 시집의 운명이 어떻겠는가.

창고의 비료포대 자루로 들어간 폐품이 가까스로 눈밝은 이의 눈에 띄고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서 존애에는 문단에 알려진다.

이면우 시인과 그의 시집은 이렇게 태어났다.

말 그대로 발굴이었다.(한겨레, 2009. 3. 7)

 

오솔길 가운데 낯선 거미
아침 이슬 반짝하니 거기 있음을 알겠다
허리 굽혀 갔다, 되짚어 오니 고추잠자리
망에 걸려 파닥이는 걸 보았다
작은 삶 하나, 거미줄로 숲 전체를 흔들고 있었다
함께 흔들리며 거미는 자신의 때를 엿보고 있다
순간 땀 식은 등 아프도록 시리다

  

그래, 내가 열아홉이라면 저 투명한 날개를
망에서 떼어내 바람 속으로 되돌릴 수 있겠지
적어도 스물아홉, 서른아홉이라면 짐짓
몸 전체로 망을 밀고가도 좋을게다
그러나 나는 지금 마흔 아홉
홀로 망을 짜던 거미의 마음을 엿볼 나이
지금 흔들리는 건 가을 거미의 외로움임을 안다
캄캄한 뱃속, 들끊는 열망을 바로 지금, 부신 햇살 속에
저토록 살아 꿈틀대는 걸로 바꿔놓고자
밤을 지새운 거미, 필사의 그물짜기를 나는 안다
이제 곧 겨울이 잇대어 올것이다

이윽고 파닥거림 뜸해지고
그쯤에서 거미는 궁리를 마쳤던가
슬슬 잠자리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했다
나는 허리 굽혀, 거미줄 아래 오솔길 따라
채 해결 안된 사람의 일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이면우, '거미' 전문)

 

이면우의 거미를...

마흔 아홉... 가을 거미의 외로움임을 안다...는 구절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사는 일은 늘 찌질한 순간의 연속이다.

내가 아무리 돈이 많고,

높은 지위에 올라있는 사람이라 해도,

삶의 매 순간은 참 찌질하다.

 

그 찌질함을 당당하게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시'다.

다들 소심하게 찌질함을 감추거나,

허세에 담아 내지르고 살 때,

혼자서 언어의 그물에 자신의 찌질함을 풀어내는 게 시인이다.

 

백석의 '갈매나무'가 그렇고,

육사의 '절정'이 그렇고,

황지우의 '새들'이 그렇다.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비에 대해

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웃겼고, 웃기고, 웃길 몰골에 대해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당신이 직접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강가에서는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강, 황인숙)

 

ㅋㅋ 찌질하다.

찌질한 인간들의 삶을 이렇게 말로 해 놓으니...

서로 찌질해서 눈물날 지경이다.

그래, 그러니, 눈도 마주치지 말잔다.

 

이 책은 1 : 1.6의 황금비율을 가진 사이즈도 그렇고, 멋진 동피랑 마을 사진도 그렇고...

참 이쁘다.

시들도 참 이쁘다.

근데... 사진을 이쁘게 싣자니 그랬겠지만... 아쉽게도 종이가 넘 두껍다.

그리고 작가의 삶이 조금 더 깊었더라면... 이런 부분이 저 '진달래 꽃' 처럼 몇 군데 보여 아쉽다.

다만, 더 깊어지면, 더 좋은 책을 내 주겠지... 하는 기대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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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07 1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07 1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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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의 서재
장석주 지음 / 한빛비즈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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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을 불혹, 이라고 부른다.

어떤 시인은, 그걸 '불혹, 또는 부록' 이러면서 농담을 건다.

이 혹하지 않는다, 또는 미혹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지만,

공자가 2,500년 전 사람이었음을 생각하면,

마흔이면 평균 수명을 다한 나이였을 것이어서,

더이상의 어떤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생각해볼 수도 있고,

육체적 연령을 생각하면 성적 기능이 다한 나이여서 여자를 봐도 혹하지 않을 나이~였을 수도 있다.

 

근데, 암튼... 영양 과다로 인하여 평균 수명은 대책없이 늘어났고,

평균 수명에 비하여 마흔은 반도 안 온 나이다.

그렇지만, 또 육체적 노화는 그대로여서 아무리 동안을 외쳐대도,

중력의 작용에 의한 주름살은 보톡스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책은 시답잖은 구석도 있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얻을 것도 많다.

 

마흔, 당신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가장 좋은 것은 조금 늦게 온다.

마흔은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늦은 나이지만 꿈을 가진 사람에겐 늦지 않았다.(23)

 

뭐, 좀 막연한 응원이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믿고 싶다면, 그럴 수도 있다.

 

딸아이는 미국에 있고, 아들아이는 캐나다에 있다.

내게 남은 것은 3만 여권에 다다른 장서, 열 몇 권의 시집, 정수리께의 허연 머리털,

늙어가는 벗들, 클래식 CD들, 포도주의 깊은 맛을 즐기는 혀... 따위이다.(34)

 

내가 마뜩잖아하는 면이 이런 것이다.

서울 생활을 접고, 시골에 와서 문필 노동자로 살면서 소박하게 산다고 강조에 강조를 하지만...

도시에서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고 살기 쉬운 '마흔들'에게 들려줄 이야기치곤, 좀 관념적이다.

그리고 포도주의 깊은 맛... 운운은 책의 진행 방향과 거꾸로 가는... 오버란 생각도 든다.

 

발터 벤야민은 심심함을 '경험의 알을 품고 있는 새'라고 부른바 있다.

잠이 육체적 이완의 정점이라면 깊은 심심함은 정신적 이완의 정점이다.

단순한 분주함은 어떤 새로운 것도 낳지 못한다.

벤야민은 꿈의 새가 깃드는 이완과 시간의 둥지가 현대에 와서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고 한탄한다.

이제 더 이상 그 누구도 그런 것을 '짜지도 잣지도' 않는다.

심심함이란 '속에 가장 화려한 안감을 댄 따뜻한 잿빛 수건'이다.

그리고 '우리는 꿈꿀 때 이 수건으로 몸을 감싼다.'(한병철, 피로사회 중, 44)

 

이 책에선, '느림, 심심함' 이런 것들의 가치를 역설한다.

노자와 장자도 반복되어 인용되지만, 글에 힘이 가득차 있지 못해 읽는 이의 눈이 자꾸 처진다.

 

순진한 건지... 부족한 건지...

이렇게 책을 낼 거라면, 따뜻한 말로 도배한다고 될 것이 아니거늘...

좀더 조사했어야 할 것들이 빠지고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은 부족을 증명한다.

 

최부자 가문은 해방 뒤에 전 재산을 영남대학 재단에 희사하였다.

빌 게이츠는 죽기 전까지 재산의 95%를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공언하였다. 

나눔의 궁극적은 목표는 상생이다.(285)

 

최부자 가문이 다카키 마사오라 불리는 전직 대통령에게 전 재산을 빨대로 빨린 사정은 역사 전문가 한홍구의 글로 대신한다.

 

<교주 박정희는 1원이라도 내셨는가?> 뇌물바구니 영남대 - 한홍구의 유신과 오늘...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67444.html

 

류짜이푸의 <면벽침사록> 같은 책은 중국의 현대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좋은 책인듯 싶다.

 

평소에는 좋은 학생이자 영리한 어린아이라도,

문화대혁명에 접어들자마자 곧바로 정신 나간 사람처럼 행동하게 되니

모두 뒤따라 흉악한 말을 하고, 허튼 소리를 하고, 큰 소리로 떵떵거렸다.

이빨도 아주 날카롭게 갈아... 참으로 이리나 호랑이 같았지, 사람같지는 않았다.

눈이야말로 치명적인 반성이 기관이다.(235)

 

눈을 뜨고 있다고 세상을 다 올바로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눈을 뜨고 있음으로써 세상을 더 왜곡시켜 바라볼 수도 있는 일이다.

 

어떻게 하면 길을 잘 잃을까 하는 것이 문제다.

길을 한 번도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살아 있는 것이 아니며,

길 잃기를 제어하지 못하는 사람은 불행에 빠진다.

알지 못하는 곳 그 어딘가에는 발견으로 가득한 삶이 놓여 있다.(레베카 솔닛, 걷기의 역사, 157)

 

이 책에서 느림, 여유의 미학을 이야기하노라니 당연히 걷기 예찬이 빠질 수 없다.

이 책의 장점은,

느긋하게 삶을 관조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관조적으로 바라보아야 함을 역설하는 책들을 가득 소개하고 있음에 있다.

그런 것들을 나름의 독서에 반영할 수 있다면 이 책에서도 큰 도움을 얻을 수 있겠다.

 

그러나, 작가가 안타까워하듯, 한국의 삶은 지나치게 먹고 살기 어렵다.

밥그릇이 문제다.

닥치고 정치, 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만, 또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렇지 못한 것이다.

 

대부분의 갈매기들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나는 것이 아니라 먹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갈매기에게 중요한 것은 먹는 것이 아니라 나는 것이었다.

어떤 것보다 조나단 리빙스턴은 나는 것을 사랑했다.(리처드 바크, 갈매기의 꿈, 135)

 

대부분의 갈매기의 삶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은, 현실이 그렇게 팍팍하기 때문이다.

물론, 조나단 같은 갈매기도 필요하다. 그 사회의 수준에 맞는 갈매기라면 말이다.

 

도대체 마흔, 이라면 왜 책을 읽어야 한다고 난리일까?

정말 책 속에 인류의 지혜가 들어 있고, 지적 보물창고가 존재하기나 한 건가?

 

보르헤스에게 현실의 정수는 책 속에 있었다.

책을 읽고, 책을 쓰고,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그 알맹이였다.

그는 수천 년 전에 시작해서 한 번도 끝난 적이 없는 대화를 이어가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인식했다.

(알베르토 망구엘, 보르헤스에게 가는 길, 129)

 

어떤 갈매기에게나 나는 것이 중요하진 않듯,

누구에게나 책 속에 길이 있진 않다.

먹는 것이 문제라고 굳게 믿는 이에겐, 책 따윈 길에 깔려있어도 가치로워보이진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수천 년 전부터 시작된 이야기가 진행되는 대화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본능적으로 책에 관심을 갖게 된다.

어쩌면, 이 '마흔의 서재'는 인간 본능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읽고 싶긴 한데, 어떻게 읽어야 할까?

 

50대가 될 때까지 3천권 정도 집요하게 읽다 보면,

정보가 서로 링크되면서 정보들 사이에 변화가 일어납니다.

양이 질로 바뀌는 거죠.

그리고 좋은 정보와 좋은 책을 구별할 수 있을 때부터 학습에 가속이 붙습니다.(박문호, 뇌 생각의 출현, 104)

 

10년이 넘게 꾸준히 읽어야 하고,

그러면 저절로 '메타 인지'가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좋은 책이 저절로 눈에 들어오고, 읽어야 할 부분을 찾아 읽을 수 있다는 것.

필요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벌써 시작했을 것이므로, 과한 요구는 아닐 수도 있다.

 

요즘 출판계의 트렌드가 '마흔' 과 '위로'인 모양이다.

얼마나 살기 힘들면 그럴까...

그런 사람들에게 책이란 위로가 막혀 들까?

글쎄. 원래 무엇이든 필요한 사람들은 이미 그것을 하고 있고, 가지고 있다.

필요하면서도 도무지 시간을, 여유를 내기 힘든 사람들은 앞으로도 그 필요한 것을 위해 투자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암튼, 마흔, 작가는 3만 권의 서재를 자랑하지만,

나처럼, 이사다니기 귀찮아서 책은 다 남들 줘버리고, 인터넷 서재라도 하나 가지고 살면 팍팍한 나날에 좀 덜 힘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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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면 좋을 곳 두어 개...

 

65. 어머니는 'ㅇ, ㅁ, ㄴ'과 같은 자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소리 'ㅇ'는 빈자리 표시지, 자음이 아니다.

 

252. 여절여여차... 여절여차...로 고침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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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레이스키, 끝없는 방랑 푸른도서관 53
문영숙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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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조선인도 아닌 고려인이란 이 말 속에 피눈물이 담겨있음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소련이 붕괴된 이후였을 것이다.

88올림픽이 열리고, 다음해부터 독일의 통일, 소비에트의 붕괴가 이어진 뒤,

한국인들은 겨우 외국 여행이 가능해졌다.

 

밀폐된 진공같던 남한 사회에는,

재일 교포, 미국 교포, 그 외 나라로 도망가듯 떠나 살던 사람들의 소식이 닫혀 있었다.

이 책은 고려인들이 지난한 여정에 바치는 헌화다.

 

조정래의 '아리랑'에서 그 일단을 비춰주었던 고려인.

1937년, 스탈린의 명령으로 '적성이민족' 판정받은 고려인들은 중앙아시아로 강제 소개된다.

일본인의 앞잡이로 판정받은 것이다.

당시 조선은 일본에 병합되어 그사람들은 일본인들이었으니 억울하단 말한마디 못하고 그대로 잡혀간다.

열차에 타고 가다 죽고, 병들어 죽고, 굶어 죽은 그들을 황무지에 버리고...

그들은 논을 개간하고 집을 지으면서 그 시베리아 벌판에서 살아 남는다.

 

88올림픽을 바라보는 고려인들의 눈에서 빛난 것이 어찌 긍지만이었을까?

러시아에서는 그들에 대한 강제이주가 잘못이었음을 인정하고,

연해주로 귀환할 수 있도록 해주었단다.

그러나... 그들에게 배당된 것은 다 무너진 군대 막사였고, 국적을 취득할 수 없어 더 힘든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까레이스키는 현재 카자흐에 10만 여명, 우즈벡에 20만 여명 등 독립국가 연합 전역에 55만 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한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지만, 그들은 이미 그 땅에 동화되어 살아가고 있다.

 

슬픈 역사를 기록하고 기억하지 않으면 슬픔은 반복된다.

기록되지 않은 것은 기억될 가치가 없는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 팍팍한 세상의 이치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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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3-01-12 0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최근에야 알았는데, 미국 LA에도 아주 작지만 이 고려인들의 공동체 (한인공동체가 아닌)가 있다고 하네요.
 
책에 쓰지 않은 이야기 - 빅토르 프랑클 회상록
빅토르 E. 프랑클 지음, 박현용 옮김 / 책세상 / 2012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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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아무래도 어색했다.

책에 쓰지 않은 이야기...라니?

이야기를 썼은 책이고,

책에 쓰지 않은 이야기라며... 작가 머릿속에나 들어있을 건데... 이건 뭔 시츄에이션?

이러면서 원제목을 해석해본다.

 

 

Wie nicht in meinen Buchern steht.

나의 책들에 나와있지 않은 것(이야기)

 

기존의 그의 저서들에서 언급하지 않은

잡다한 회상록이라고 이해하고 나니,

더부룩하던 속이 확 풀리듯 소화가 되었다.

제목을 좀더 가다듬었음 싶다.

 

어쩜 좀 시시하다.

기존의 그의 책을 내가 읽었는지 아닌지 기억조차 잘 없지만...

나치 수용소를 읽은 기억이 있긴 하니깐, 아마도 그의 책을 읽었던 것 같기도 한데... 잘 모르겠다.

 

어린 시절의 자신에 대해서도 사소한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고,

자신의 심리학적 견지(로고테라피)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소개하고있다.

 

나는 열다섯 혹은 열여섯 살 무렵에 이 모임에서 삶의 의미에 대한 발표를 했다.(78)

 

한국의 고등학생은 너무 다람쥐 쳇바퀴 밖에 관심을 돌릴 수 없게 만든다.

교육제도가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대학을 개혁하고, 사회가 개혁되어 공부가 필요없는 사회가 오기 전에는...

언감생심... 좁은 공부에 열중하는 게 맞다.

 

심리치료 속의 심리주의와 싸우면서,

아픈 것이 절대로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부각하고 싶었다.

로고테라피는 모든 것을 병리학적인 것으로 환원시키는 주장과 맞서 싸울 것을 선포한다.

편집증 환자가 주장했더라도 2*2=4이다.(109)

 

지식채널에 '제정신으로 정신병원 들어가기'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여러 친구가 작정하고 병원에 가서 '귀에서 쿵 소리가 들려요' 란 한마디로,

정신 분열증 판정을 받아 입원에 성공한다.

병원에서 '너, 사실 제정신이지?' 이렇게 알아보는 이는 다 입원 환자들이었단다.

그들은 병원 안에서 아무리 정상적으로 활동해도, 한번 환자는 계속 환자였다는 이야기...

 

감기가 걸렸다고 비정상적인 인간 취급하지 않듯,

신경정신적 증상 역시 비정상적 병리학으로 답을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해 <예>라고 대답하라~!

 

이런 제목의 '한 심리학자의 강제수용소 체험 수기>가 있단다.

정신적 질환, 가벼운 우울에서부터 편집증, 정신 분열에 이르기까지..

삶은 <노>로 점철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전쟁 중의 유태인들을 학살하던 시기, 삶은 <노>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부정당하고 부정당하는 나날의 연속.

 

생텍쥐베리의 말을 인용한 이유가 뭘지... 한참을 생각했다.

 

완전함은 더 이상 덧붙일 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생략할 것이 없는 것이다.(172)

 

인간이란 무엇일지... 생각하는 심리학자로서,

이 정도면 완전한 심리학 이론이야... 할 수 있는 경지는,

이 정도면 충분하지...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더 이상 덧붙일 것이 없는 것...과,

더 이상 생략할 것이 없는 것...의 차이를 생각해 보자.

 

더 이상 덧붙일 것이 없는 것... 속에는 불필요한 것이 겹쳐져 존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완전함...

인간은 완전한 존재다... 라고 말하려면,

인간에게는 더 이상 생략할 것 하나 없는,

인간에게는 불필요한 '인종', '장기', '개인'은 없다는 역설을 하는 것이다.

 

나치즘의 순혈주의는 아직도 살아있다.

여자의 몸을 '관념'에 묶어 두는 '순결주의 운동본부'도 웃기는 집단이고...

담배를 팔질 말든가, 팔면서 '국민건강진흥법' 운운하면서 흡연구역을 좁히는 것 역시 어불성설인 법률이다.

한쪽이 옳다...고 우기는 집단은,

그르다...고 판결내리는 집단을,

불필요해서 빼어버리고 싶은, '생략해버리고 싶은' 존재로 여기는 것이다.

 

철학에서, 이 둘의 차이는 엄청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곰곰 씹어가면서 음미할 구절이다.

 

 

나는 늙는 것에 대해 아무런 거부감이 없다.

그런 까닭에 나이가 드는 만큼 성숙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늙는 것이전혀 대수롭지 않다고 말하곤 한다.(191)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보다 멋있지 않은가?

나이들면 외모가 보기 싫어지고,

나이들면 맨날 여기저기가 아프고, 경제적으로 궁핍해지기 쉽다.

사회 생활이 줄면서 의욕이 줄고 의기소침하기 쉽다.

그러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나이는 사람을 쫄아들게 만든다.

 

그러나, 빅토르의 생각에 긍정하려면,

나이들어도 '자기만의 세계'가 성숙하고 있어야 한다.

그럴 때 대수롭지 않다고... 확언할 수 있는, 멋진 노년을 구성할 수 있을 거다.

 

인생이 허무함은 '덧없음'의 반영이다.

그의 로고테라피는 이렇게 말한다.

 

두 번째 인생을 산다고 생각하라.

첫 번째 인생을 잘못해서 모두 망쳤는데,

두 번째 인생을 살면서도 지난번의 과오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살아라.(193)

 

인간은 완전한 존재다.

인간의 모든 장기는 완전하게 종합적으로 기능한다.

불필요한 장기 하나 없다.

상보적으로 기대어 살아가는 인간 개체와 인류의 역사는 반복된다.

 

그저 인생을 긍정적으로 살라고 할 순 없다.

 

긍정적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를 대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그의 이야기를 참조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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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05 03: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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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05 20: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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