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일용이 - 30년 동안 글쓰기회 선생님들이 만난 아이들 이야기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엮음 / 양철북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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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갈수록 학교는 힘이 든다.

보람은 줄고 버거운 일이 많이 생긴다.

올해 드디어 명예퇴직 희망자가 넘쳐나서 희망했지만 퇴직하지 못한 선생님들이 있다 한다.

 

교육의 문제가 산적해있던 80년대에 비하면,

지금은 학교 풍토도 많이 개선되었다.

무엇보다 교장이 말아먹을 수 있는 금품수수 관행이 거의 사라졌고,

교사들에게도 일방적 지시를 일삼던 시기는 지났다.(물론, 일부 사립학교는 아직도 치외법권 지대인 모양이지만.)

 

그러나, 아이들을 옥죄는 교육의 공기는 더 산소가 희박해져가고 있고,

제 자식 잘되기만을 바라는 가족 이기주의는 팽배해져, 결국 한국 사회에서 공교육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이 모든 것의 저변에는 세계화와 발맞춰가는 사회, 정치적 액션이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

문제는 회오리바람처럼 커지는데, 해결책은 늘 찻잔 속의 회오리다.

 

도무지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 세대가 탄생했다.

교사에게 대놓고 욕설을 퍼붓고, 폭력을 자행한다.

이건 IMF 이후, 가정의 해체와도 무관하지 않다.

영화 '집으로'의 연장선에 선 아이들이, 세상과 소통하지 못해 답답해 내지르는 소리이고, 몸짓인 것인데,

학교는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고등학교는 '퇴학'이란 조치로 둘레밖으로 내쫓을 뿐이지만,

초,중학교에서는 어쩔 수 없이 보듬고 있어야하는데, 대책이 전무한 실정이다.

 

이 책에서는, 아픈 아이들을 바라보는 선생님들의 아픈 마음이 잘 적혀 있다.

물론, 글은 사람의 마음을 그대로 비춰주기보다는, 아전인수 격으로 미화하기도 할 것이다.

그렇지만, 학교 현장의 무기력에서 누구도 책임질 수 없다고 발뺌만 할 때,

이런 책을 읽는 일은, 유용하진 않을지 몰라도, 유효하다.

 

무기력해서 명퇴 카드를 조몰락거리고 있는 땀밴 손바닥으로

이 책의 책장을 넘기다 보면,

나의 잘못도 있었음을, 나의 잘못이 아이들을 더 아프게 했을 수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아이들 곁에서 지켜봐 주는 것.

사실 그거 말고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거 같습니다.

여기 선생님들은 그래서 스스로 무기력하다고 말하지요.

하지만 누군가 따뜻한 눈길로 지켜봐 주는 마음,

아이들은 그걸 몸으로 느껴요.

때로는 나를 지켜봐 주는 선생님 앞에서 어깃장을 놓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그것은 지금 내가 힘드니까 도와 달라는 신호라고 생각해요.(머리글, 7)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이성복, '그날' 중)

 

세상이 참 그렇다.

모두 병들었다.

부모들은 부모들대로 소외되어 어쩔 줄 몰라하고,

사회의 구성원들은 누구 하나 없이 고통을 호소한다.

그렇지만, 다들 겉으로는 멀끔하게 돌아다닌다.

 

특히나 아이들은 약하다.

약해서 보호받아야 하지만, 그 보호장벽은 무너지고 아이들에게 상처가 바로 닿는다.

아이들이 모두 아파하는데, 어른들은 아무도 아파하지 않는 듯 하다.

아이들이 아파할 때, 적어도 눈 돌리지 않는 어른이 되어야겠단 생각을 들게 하는 책.

 

참 그럴 듯한 말이다. 화합.

좋은 이야기이다.

그러나 문제는 누구하고 어떻게 화합하느냐이다.

교장, 교감 또는 부장교사들 뜻에 맞으면 그게 화합이고,

그렇지 않으면 학교가 큰일 나는 줄 아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이 있다.

나야말로 아이들 일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 사람과는 전교조, 교총을 떠나 같이 얘기하고 싶고 술도 한잔 나누고 싶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사람 대부분이 교장 뜻하고 한 치도 어긋남이 없는 사람들인데

어떻게 그 사람들과 화합하겠는가.(43)

 

참 그렇다.

학교에서 화합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전교조 교사들이 화합을 방해하는 저해요인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문제를 제기하고, '벌떡 교사'가 되어 회의 시간에 벌떡, 일어서서, 이런 걸 이야기해 봅시다~

하는 건전한 문제 제기를 화합을 깨뜨리는 사안으로 본다.

어떤 회의에도... 아이들 일로 고민하는 사람들은... 참 보기 힘들다.

 

사람은 하나하나 소중하다고 하는데

겉으로 보면 다 똑같아 보인다.

별로 소중한 것 같지도 않다.

때로는 말도 안 듣고 멍청한 짓을 해서 화가 나기도 한다.

그런데 조디처럼 이렇게 생각을 글로 그러내면 소중해 보인다.

그래서 나는 자꾸 글을 쓰자고 하는 것이다.(92)

 

그렇다.

글을 쓰게 하면, 말하기를 시키면,

아이들은 자기를 조금씩 열기 시작한다.

이 책을 잘 읽어보면, 특히 초등학교 아이들일수록,

자기를 열도록 시키는 글쓰기가 도움이 될 것임을 알 수 있다.

사춘기가 지나면, 감추고 싶은 것도 있게 마련인 게다.

신체적 성장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성숙'의 시기가 청소년기이므로...

 

공부시간에 왜 이런 문제도 모르느냐고 나는 딱딱한 얼굴로, 사랑없이 말했고 아이는 한숨을 쉬었다.

책가방 메며 내 곁에 와서 작은 소리로 "선생님, 이제 수학 잘 할게요." 겨우 그 말을 하고 꾸벅 인사하고

밖으로 나가는 여자아이. 아니야, 그게 아니야. 미안해.(111)

 

교사들도 당연히 잘못한다.

그런데, 그걸 잘못했다고 인식하지 못하는 게 문제다.

자기 몫의 문제는 생각지도 않고, 잘못의 전부를 아이에게 전가한다.

미안해~

잘못했을 땐, 이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

 

상수를 보지 않고 얘기만 들었을 때부터

나는 마음속으로 몇 가지 원칙을 정해 두었다.

내가 뭘 변화시킬 수 있다고 욕심내지 말기.

상수를 있는 그대로 보고 사랑해 주기.(180)

 

편애하는 교사들을 아이들은 미워한다.

편애...는 아이들이 판단한다. 선생님은 나만 미워해~ 하고...

그렇지만 편애의 선배는 '선입견'이다.

학년이 바뀔 때, 마치 전가의 보도인 양, 전 학년 담임이 새 학년 담임에게,

이 녀석은 꼴통이고, 이 녀석은 문제아라고 짚어준다.

골동품은 오래 전해질수록 가치있지만,

꼴통도 오래 품으면 내편이 되기 쉽단 이치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꼴통을 골동품 제자로 만들려면,

마음을 비워야 한다. 욕심내지 말고...

 

이렇게 예쁜 녀석을 왜 몰라 봤을까.

시력좋은 눈을 달고 있다고 해서 다 제대로 볼 수 있는 건 아닌가 보다.(220)

 

이제 새 학년도가 얼마 안 남았다.

새 학교로 옮겨서 새 아이들과 만날 텐데,

올해로 발령 25년차가 되는 나도 늘 아이들이 두렵다.

다만, 아이들의 반짝이는 재능을 투명하게 있는 그대로 볼 줄 아는 밝은 눈이 트이기를 바랄 따름이다.

 

검은 민달팽이 한 마리가 길 위에 나와있다.

문득 달팽이가 느리다거나 내가 빠르다는 건 진실과 거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엔 자기만의 속도가 있기 때문이다.

달팽아, 너는 네 속도로, 나는 내 속도로 가자.

그럼 우린 잘 가는 거다.(순진한 걸음, 48)

 

달팽이에겐 달팽이의 걸음을 허하는... 그런 사회였음 좋겠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근대화를 달성한 국가~!의 이면엔,

가장 피폐한 제도의 그늘이 그만큼 짙다.

 

아이들의 마음에 드리운 그늘에 빛을 주는 교사가 되기엔 난 턱도 없이 모자란 줄 잘 안다.

그렇지만, 이런 책을 읽는 일은,

적어도 아이들이 내는 빛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이기도 하다.

 

딱, 이즈음에...

새학기를 한달 앞둔 지금.

이 책을 만난 건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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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시원한 아이스 밀크쉐이크 '설레임' 많이 드시죠?

 

'설레임'이란 노래도 있답니다. ^^

 

언제나 가득찬 너의 사랑이고 싶었어
가슴에 묻어둔 사랑 얘기를 알거야
온종일 너만 생각하다 괜시리 웃는 나의 모습
아직은 수줍고 설레는바램일거야

이 노래 가사에서 한글 맞춤법에 어긋난 단어를 찾아 볼까요? ^^

 

사전을 찾아 보면,

'설레다', '설레이다'를 다 찾아봐야겠죠?

설레다가 표준어이고,

설레이다가 비표준어입니다.

 

그렇다면, 왜 '설레다'를 표준어로 정했을까요?

 

발음이 비슷한 형태 여럿이 아무런 의미 차이가 없이 함께 쓰일 때에는 그중 널리 쓰이는 한 가지 형태만을 표준어로 삼도록 한 규정에 따른 것입니다....

 

한글 맞춤법에 맞게 쓴 단어는 그러므로,

<설레임>이 아니라 <설렘>이 되겠습니다.

 

설레이다 - 설레임, 은 안타깝게도 표준어가 아니네요.

 

'헤매다', '걷어채다', '패다'로 써야 할 것을

'헤매이다', '걷어채이다', '패이다' 로 쓰는 것도 잘못 쓴 것이랍니다.

 

헤매이는 마음...

걷어채이는  돌부리...

깊이 패인 옷...

 

모두 틀린 표현이군요.

 

헤매는 마음,

걷어채는 돌부리,

깊이 팬 옷...

 

'헤매이다, 걷어채이다, 패이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헤매다, 걷어채다, 패다'의 잘못...이라고 나와 있답니다.

 

어휴~ 어렵죠? 쉽지 않죠?

 

위의 노래에선 '설레이는'이라고 하지 않고, '설레는'이라고 바로 쓰고 있네요.

근데 제목은... 아쉽게도, 습관적으로 '설레임'이 되고 말았구요.

 

저 노래에서 '괜시리'란 표현이 있습니다.

사전에 찾아보면, '괜스레'의 잘못...을 적혀있답니다.

 

괜스레...가 바른 표현인 거죠.

 

바램...은 잘 아시죠?

기본형은 '바라다'이고,

어간 '바라-'에 어미 '-ㅁ'이 붙으면, '바람'이 되어야죠.

 

유명한 노사연의 '만남'~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

 

땡~! 되시겠죠?

 

바람~ 이었어. 가 맞네요.

 

 

'바래다'는 '빛깔이 변하다', '바래다 주다', '바래고 섰다... 이럴 때 쓰는 말입니다.

 

햇빛에 오래 노출된 간판의 빛이 바래서... 글자가 거의 안 보인다.

친구를 집앞까지 바래다 주고,

엄마가 오시기를 바래고 섰던 아이... 이런 거예요.

 

이 강의의 마무리~!

 

설레임, 설렘?  네, 설렘

 

바라다~의 명사형은? 네, 바람.

 

 

유사하게 잘 틀리는 말 하나 연습할까요?

 

비 개인 언덕~

 

뭐가 잘못된 표현일까요?

ㅋ 비, 언덕은 잘못될 게 없죠?

 

개인~을 '개이다'라고 찾아보면, '개다'의 잘못 이라고 나옵니다.

그럼 '갠'이라고 써야 옳겠죠?

 

비 갠 오후~

비가 갠 오후~

 

개인~은 틀린 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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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참 많이 읽는 편이라 스스로 생각하는 나이고,

한글 맞춤법에 관심을 갖고 있어, 어지간한 건 구분할 줄 안다는 나인데도,

도무지 요령부득(말의 중심의미를 잡을 수 없을 때)인 말들이 있다.

아이들에게 가르칠 때 공부해서 가르쳐도, 또다시 헷갈리고 만다.

 

국어 선생님께 드리는 편지라 맞춤법에 어긋날까 걱정되지만,

틀려도 너그럽게 봐주세염~

 

아이들에게 받는 감사 편지에 늘 들어있는 문구다.

무식해서 틀리는 게 아니라, 한글 맞춤법이 쉽지 않다.

규정이 복잡하고, 일관성이 없는 경우가 참 많다.

 

생각하건대,

원하건대,

 

이런 말들이 줄어들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생각컨대,

원컨대,

이렇게 되어야 한다.

 

하지만...

한글 맞춤법의 '준말' 규정에는 이렇게 나온다.

 

안울림소리(ㄴ, ㄹ, ㅁ, ㅇ을 제외한 자음) 뒤에서는 '하'가 통째로 탈락하고,

울림소리(모음과 ㄴ, ㄹ, ㅁ, ㅇ) 뒤에서는 하의 'ㅏ'만 탈락한다.

 

우리말은 유성음과 무성음의 구분에 예민한 언어는 아니다.

오히려 우리말은 받침이 발달하여,

받침이 있는지, 없는지에 민감하고,

예삿소리, 거센소리, 된소리를 민감하게 구별할 줄 아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굳이 이런 어려운 규정을 만든 까닭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서울 사람들은 정말 그렇게 발음할 수 있단 걸까?

충청도 5년, 서울 10년, 부산 30년 이상을 산 내 귀는,

부산 사투리도 들을 수 있지만,

서울말을 정확히 구사하는 일은 어렵다.

 

원칙에 맞게 쓰자면 이렇단 거다.

 

'생각 + 하건대'는 무성음(안울림소리) 다음이므로 '하'를 빼고 <생각건대>로 써야 옳고,

'원 + 하건대'는 유성음(울림소리) 다음이므로 'ㅏ'만 빼고 <원컨대>로 써야 옳다.

 

엑서사이즈~~~

연습을 더  해 보자구요~ ^^

 

'청 + 하건대'는 어떻게 될까요? 청컨대, 청건대... 청컨대가 맞겠죠?

 

다음 맞춤법 규정 개정 때엔 이런 규정을 일원화하면 좋겠다.

 

익숙하지

넉넉하지

무심하지

연구하도록

 

이말들을 줄여 써 보면 이렇다.

무성음인 위의 둘은... '하'를 뺀다.

 

익숙지

넉넉지

 

유성음인 아래 둘은 'ㅏ'만 뺀다.

 

무심치

연구토록

 

이걸 알아 듣는 사람은 천재다.

그리고 경우에 맞게 쓸 수 있는 사람은 진짜 천재다.

 

그럼, 평범한 우리는?

헷갈릴 때마다 찾아봐야 한다.

그래서, 적어둔다.

 

<참고>  생각건데... 처럼 어미를 잘못쓰는 사람도 많다. 생각건대...라고 외워두시길...

 

내가 애들 가르칠 땐, 요렇게...

 

가만 냅둬도 '된소리로 소리날 땐 ㅎ을 빼도 되겠지?'

 

익숙 + 지

넉넉 + 지

생각 + 건대

 

이렇게 ㄱ, ㄷ, ㅂ 받침 뒤에선 된소리로 자연스럽게 나니깐, ㅎ을 빼자구.

 

근데, ㅎ을 빼면... 소리가 영 희한할 땐, ㅎ을 적어 준단다.

 

원 + 건대

청 + 건대

 

요렇게 쓰면, [원건대, 청건대]... ㅋㅋ 도무지 원컨대, 청컨대로 소리나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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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3-01-25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배우고 갑니다. 우리 나라 사람은 이미 ㅐ와 ㅔ 발음의 구분이 없어졌다는 글을 읽었습니다. 발음 구분 안 되는 상태에서 글쓰기의 맞춤법, 정말 어렵네요.

글샘 2013-01-29 15:01   좋아요 0 | URL
그래서 서울 사람들도 '네가'를 '니가'로 말하잖아요. ㅋ~
가방을 '메고' 같은 거 잘못 쓰는 사람 참 많더라구요.

테레사 2013-01-31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 너무 어려워요ㅠㅠㅠ

글샘 2013-02-05 10:40   좋아요 0 | URL
어려우니깐 자꾸 연습해야죠. ㅋ~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두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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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본의 패션잡지 '앙앙'의 인기 연재 '무라카미 라디오'의 일 년 치 글을 묶은 것이다.

 

이런 잡문에서 하루키의 매력을 단적으로 읽을 수 있다.

 

간단한 일상의 잡다한 생각을 그야말로 자유롭게 펼친다.

그런데, 하루키의 관심사가 정말 넓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많은 곳을 돌아다니면서,

많은 것을 보게 되지만, 사람은 자기 중심으로 살기 쉽다.

 

기껏 해외여행을 가서는, 고추장에 비빈 밥을 김에 싸먹고 오는 사람들이 세상엔 무지 많다.

그러나 하루키의 모든 감각은 세상을 향해 활짝 열려 있다.

물론, 그 진행 방향 역시 어디로 갈지 알 수 없는 럭비공이다.

 

커다란 순무~이야기를 읽으면서 깜짝 놀랐다.

일본의 동화 커다란 순무~는 순무가 너무나 커서 아저씨가 아주머니를 불러도, 강아지를, 쥐를, 불러도 뽑기 힘들다가,

어느 순간 쑤욱 뽑혀서 나눠먹는 뭐 그런 이야긴데,

그의 상상력은 순무를 통한 성욕의 해소로 발전한다.

 

하루키의 에세이 스타일은

<타인의 험담은 구체적으로 쓰지 않기> <변명이나 자랑을 되도록 하지 않기> <시사적은 화제는 가능한 한 피하기>란다.

 

그래서 가볍게 읽을 수 있고,

어떤 면에서는,

이런 잡다한 생각을 도대체 왜 쓰고 읽는 거야?

이러 정도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마음을 조금만 돌려 보면,

세상에 중요한 선택은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보다, 오늘 저녁으로 어떤 식단을 차릴지가 더 중요할지도 모르는 일.

 

올림픽을 보게 되면 누구나 자국 선수를 열렬히 응원하는 사람이 된다.

그러나 하루키는 좀 다르다.

 

이해가 얽히지 않은 만큼 순수하게 즐기고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고, 강하든 약하든 누구나 열심히 땀을 흘리며 애쓰는구나 하는 걸 실감하게 된다.

메달의 수는 국가나 국민의 수준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59)

 

사소한 데서 큰 의미를 얻어내는 시선.

또는 그 의미가 아무리 사소한 것이래도, 관찰의 결과란 것을 하루키를 통해 배울 수 있다.

수처작주... 어떤 곳에 놓이든 주인이 되라는 말 역시 이런 감각을 가리키는 것 같기도 하다.

 

수집을 할 때의 문제는 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얼마나 그걸 이해하고 사랑하는가,

그런 기억이 당신 안에 얼마나 선명히 머물러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것이 커뮤니케이션의 진짜 의미일 것이다.(123)

 

어떤 분야에 마니아가 되는 일은 재미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수'보다 '깊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감과 소통의 '감각'을 활짝 펼쳐 두어야 한다.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아이슬란드에서 섹스 채널을 발견한 그는 열심히 본다.

하지만 30분이 지나자 질린다.

 

대사도 줄거리도 없이 알몸의 남녀가 진지한 표정으로 섹스만 하는 것 뿐이니까.

이상한 예지만 마치 환경 비디오를 보는 느낌이었다.

'바다의 생물들' 같은.

일본에서도 이런 채널이 있으면 오히려 성범죄가 감소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타인의 섹스를 보는 동안 점점,

'이런 일에 일일이 반응하는 인생이라니, 생각해보니 허무하네' 하는 기분이 들 것이다.(134)

 

텔레비전의 '안녕하세요'란 프로그램을 보면,

세상엔 참 많은 사람들이 있다.

무지 소심한 사람과, 무지 터프한 사람,

집착이 강한 사람과, 집착을 너무 안 하는 사람...

다른 사람을 관찰하는 일은, 내 삶을 돌아보게 하는 일이 되기도 한다.

 

그의 '관찰'을 잘 '관찰'하면

삶에서 지혜를 얻는 법, 을 발견하게 될는지도 모른다.

 

까마귀떼를 쫓는 고양이를 보면서 하는 그의 생각.

내게 까마귀 떼란 한마디로 '시스템'이었다.

여러 가지 권위를 주임에 둔 틀, 사회적인 틀, 문학적인 틀,

당시 그것은 우뚝 솟아오른 돌벽처럼 보였다.

개개인의 힘을는 어림도 없는 탄탄한 존재로 그것은 그곳에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여기저기 돌이 무너지고 벽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다하지 못하게 된 것 같다.

다만 솔직히, 시스템이 탄탄했을 때가 싸움이 쉬웠다.

지금은 무엇이 도전해야 할 상대인지 무엇에 화를 내야 좋은지 도통 파악하기가 힘들다.

뭐, 눈을 부릅뜨고 보는 수밖에 없지만.(207)

 

삶은 누구에게나 버겁다.

힘든 삶을 통과해내는 이에게,

관조의 눈이 있다면,

무거운 짐도 사뿐, 내려놓을 수 있는 지혜를 얻게될지도 모른다.

 

오늘도 하루가 너무 무거웠던 이라면, 하루키를 한번 만나보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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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3-01-24 0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는 다양한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재주도 좋지만, 저는 특히 그의 자유로움이 좋아요. 무엇인가에 사로잡히지 않는 듯한 관점이랄까요? 재즈, 위스키, 맥주를 좋아하는, 그러면서도 자기관리에 꾸준한 점도 보기 좋구요.

글샘 2013-01-24 12:58   좋아요 0 | URL
그렇죠. 한국 작가들에게서 만나기 어려운... 자유로움...
잡스런 이야기라서 '뭐, 이런 걸 읽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속에서 건질 수 있는
유쾌함... 그런 거죠.
다들 잡스럽게 사니까요.
 
한 접시의 시 - 나희덕의 현대시 강의
나희덕 지음 / 창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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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시는 화자의 '독백'이다.

철저하게 자기의 내면에서 울리는 두레박 출렁이는 소리를 그대로 옮긴 것이어서,

인물, 사건, 배경이 보이질 않는다.

 

그래서 시가 어렵다고도 한다.

누구든 자기 맘 속의 고인 물을,

철버덩 두레박 드리워서 떠올리면,

그게 시가 된다.

 

그렇게 '아무도 모르라고' 쓴 글을,

또 훔쳐 읽는 재미가 쏠쏠나다.

그래서 그걸 다들 훔쳐 읽고,

흥얼흥얼 외우고 다니는 것인데,

어떤 이들은 또 그걸 분석하고 설명한다.

 

그래서 '시론'이란 게 나왔는데, 이게 영 생뚱맞다.

이 책도 그렇다.

나희덕의 시론은 '한 접시의 시'라고 해서,

뭐 무지 맛있어 보이는 음식처럼 달콤한 옷을 입혀 두긴 했다.

근데, 먹어 보면...

재료는 신선하고 좋은데,

요리 방식은 뭐, 구태의연하다.

 

이 책에서 그가 시론을 펼치기 위해 고른 시들을 읽는 것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그 외의 시에 대한 설명은... 뭐, 나도 모른다.

 

내 버킷리스트에는 '멋진 시 선생님 되기' 같은 게 있다.

나도 멋진 '시 해설사' 같은 사람이 되고 싶긴 하다.

그치만, 거기 시론이 얽혀드는 건 별로다.

 

사랑이 여명이라면, 연민은 일몰...

 

이런 구절들을 만날 수 있어서 이 책은 좋았다.

자기가 가르치면서 만났던 느낌들...

근데, 내 생각은 다르다.

사랑이 희망으로 가득한 새벽의 여명이고, 연민은 이제 갈앉는 해를 바라보는 일몰같은 거라고 보기엔

연민이 너무 가벼워 보인다.

내 맘 속의 연민은 여명에 가깝고, 사랑은 한낮의 태양에 가깝다.

 

발레리는 시와 산문의 차이를 춤과 보행에 비유했다.

산문이 어떤 대상이나 의미를 명료하게 전달하고 언어의 유용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보행에 가깝다면,

시는 대상의 심미적 특성이나 행위 자체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춤에 가깝다.(87)

 

이런 문장을 만날 수 있어 좋다.

 

좋은 비유는 만물에 대한 열린 마음과 감각이 깊이 체화될 때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다른 대상들을 원관념과 보조 관념으로 연결한다는 것 자체가

그것을 넘나드는 상상력이 없이는 불가능하니까요.

비유와 묘사가 단순히 수사적 새로움을 위해서만 필요한게 아니다...(153)

 

5장은 '비유와 상징', '은유와 상징'으로 혼동하며 쓰고 있다.

'비유'와 '은유'는 조금 다른데... 155, 157에서 뒤섞인다. 수정이 필요한 부분~

 

문학에 대한 사랑은 불가능한 사랑이면서 동시에 불가능에 대한 사랑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디 문학에 대한 사랑만이 불가능한 사랑이며,

또한 단지 사랑만이 불가능일까요.

모든 존재, 모든 사태는 불가능이며 그것들을 드러내는 언어 곁에는 필히 불가능이 따라붙습니다.

어쩌면 언어는 불가능을 숨기기 위해서만 존재와 사태를 보여 주는지도 모르겠습니다.(170)

 

이성복의 수상 소감에 나온다는 이 말이 참 반갑다.

사랑은 불가능하다.

몸을 섞는 일이 불가능한 판국에,

마음을 섞는 사랑이 어찌 가능하랴.

다만, 그 불가능 곁에서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간절히 드러낸 것이 '시'라는 뜻이렷다.

 

심보선에게 시를 쓰는 일은,

 

타인과 맺는 비밀의 나눔

 

이라고 본다.

 

나는 시 쓰기가 사랑의 행위와 유사하다고, 아니 동일하다고 본다.(222)

 

이런 것이 내가 시를 좋아하는 이유고,

시를 읽는 이유다.

 

시의 존재 의미를 밝히는 시론 역시,

이런 비유적 언술로만 가능하다.

은유니 환유니 하는 어휘의 호명은 시의 본질에 다가가는 독자의 마음에

찬물을 끼얹는 일일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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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3-01-23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를 읽어본적이 있는지 조차 기억이 나질 않네요.
아마도 고등학교때 원X연인가 하는 사람의 시집이라는 것이 마지막이 아니였나 싶은데...
시는 제겐 참...진짜로....정말... 너무 어렵습니다. 시도해볼 엄두가 안나요.

글샘 2013-01-23 20:42   좋아요 0 | URL
시가 어렵다구요?
사는 게 더 어렵지 않나 싶은데요. ㅎㅎ
시는 좋아서 읽으면 되는 거라 생각합니다. 그저 좋아서...

2013-01-23 17: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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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3 20: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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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4 10: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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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4 12: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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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4 14: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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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4 20: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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