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 따뜻한 신념으로 일군 작은 기적, 천종호 판사의 소년재판 이야기
천종호 지음 / 우리학교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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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법 부장판사 천종호.

그는 소년범죄 전문 판사로 유명하단다.

 

학교 내의 학생들이 일으키는 문제는 세 단계로 처리해야 한다고 이론적으로 가르친다.

사소한 분야는 상담으로 개선되게 만들고,

더 심각한 분야는 치료의 수준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문제가 되는 분야는 법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문제는, 문제아들의 경우,

대부분 가정이 심각하게 결핍되어 자양분이 하나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문제아들의 뒤에는 문제 가정과 문제 부모가 있는 셈이다.

 

2003년엔가, 영화 '집으로'가 인기를 끈 적이 있다.

그때 시골 할머니 집에 맡겨진 유승호,

할머니와 전혀 소통이 되지 않은 꼬마가 만약 깡촌이 아니라 어느 정도 사람이 모여사는 곳이었다면,

꼬마들에게서 삥을 뜯고, 절도를 일삼는 비행 청소년으로 자라지 말란 보장은 없다.

그 영화에서는 마지막에 엄마가 아이를 찾아 가지만,

사실 사회에서는 조손가정이란 형태의 가정 파괴가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다.

 

중2가 문제다... 는 말이 있다.

중학교에서는 퇴학처분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이 심각한 문제를 저질러도, 학교에서 어떻게 처벌을 할 수가 없다.

사랑으로 감싸안아서 될 수준이 아니라, 정말 문제아 하나를 위해서 지구가 필요할 지경이다.

 

장면 1.

(수업 시간에도 무단조퇴를 일삼던 고1 학생, 담임이 심하게 잔소리를 하자, 교무실 문을 쾅, 닫고 나간다.)

나(학생부장) : (급히 따라나가며) 야, 너 이리와봐.

학생 : 왜요?

나 : 야, 인마, 여긴 교무실이잖아. 너, 집에서 엄마 아빠 앞에서도 이렇게 문 꽝, 닫냐?

학생 : 네.

나 : (어이가 없어) 그래? 알았다. 일단, 교실에 가서 가만히 앉아 있어. 나중에 부를 테니

학생 : 지금 집에 갈 건데요?

 

나중에 상담해 본 결과,

그 학생의 어머니는 이미 집 나간지 오래고, 아버지는 알콜리즘 환자고,

거동을 거의 못하시는 할머니가 겨우 밥이나 해먹이는 지경이라,

자퇴를 할 때에도, 고모가 와서 도장을 찍고 갔다.

 

장면 2.

(수업뿐 아니라 시험 기간에도 무단 조퇴를 한 학생)

나 : 야, 인마, 여긴 인문계 고등학교야.  시험 치다가 그냥 피시방 가는 정신 나간 넘은 필요 없어. 당장 전학가~!

     요 옆에 전교 꼴찌들 모이는 $$ 정보고등학교 있으니깐, 그냥 전학가.

학생 : 못 가는데요.

나 : 왜 못가 인마~

학생 : 거기 떨어져서 여기 온 건데요.

 

이 학생은 결국 중학교 내신 99%인데 전문계고(실업계) 떨어지고 일반계고(인문계)로 배정된 학생으로 결국 적응하지 못하고 자퇴했다.

 

학교 안에서 도저히 떠맡지 못할 아이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가정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한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문제아들의 경우, 부모의 휴대전화로 연락하려 해 봐도,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심한 경우, 공무원 자녀인데, (공무원은 중고생의 경우 수업료가 국고에서 지원된다.) 수업료를 내지 않은 학생도 있다.

부모에게 전화를 걸면, 돈이 없어 못 내겠단다. 이건 뭐... 부모도 아니다.

 

이런 사회에서 상처입는 아이들은 갈수록 흉포한 범죄와 학교 폭력을 저지를 소지가 커진다.

피해학생들 가정 역시 다사로운 정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예전엔 빈집에 가서 같이 놀고, 담배 피우는 정도의 비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았으나,

요즘엔 왕따, 지속적 괴롭힘 등이 갈수록 심각하다.

매점에서 빵을 사오는 빵셔틀 같은 데서부터, 급식 셔틀, 숙제 셔틀, 폰 셔틀, 가방 셔틀, 이런 말들을 만들 정도로, 아이들이 범죄 지능만 높아진다.

 

이런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다사로운 정이 있는 가정인데,

결국 문제의 주범은 가정 해체인 셈이다.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낼 길은 요원하고,

결국 아이들은 소년범이 되어 법원에서 1호~10호 판결을 받고 보호 관찰 내지 소년원 입소 같은 처분을 받게 된다.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모은 책이다.

문제 부모들에게 읽히고 싶은 책이다.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에게도 읽히면 좋은 책이다.

우선, 문제아를 미워하는 마음을 가진 교사들도 이런 책을 접해야 한다.

아이들의 문제를 '아이의 자유 의지로 벌인 문제'로 파악하고 아이를 미워하는 어른 역시 문제 어른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노라면,

아이들의 범죄는 아이들의 '자유 의지'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상황에 의한 우발적 범행에 동참하게 되고, 그것이 습관적으로 익숙해져버리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범죄는 이렇게 발생하는 것이다.

 

학교 폭력에 대처하는 교사들의 자세도 문제다.

일단 일어난 일을 조용히 덮고 넘어가려고 하기 전에,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를 유심히 관찰하고, 다른 아이들이 어떤 피해를 입는지 꾸준히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문제가 일어나면, 지속적으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처리에 신중해야 한다.

학교 폭력의 문제는 <지속적 관계 유지>가 가장 큰 어려움이기 때문이다.

 

마음 아프게 읽은 책이다.

부분부분 눈물이 주르르 흐르게 만드는 대목도 많다.

사회가 아프면, 모두 아파야 하는데...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이성복, 그날)

 

이런 무관심이 결국 아이들을 범죄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어버리고 만다.

사회의 양극화를 갈수록 심화시키는 당을 국민이 선택했으니,

결국 아이들의 눈물은 더 깊어질 것 같아 마음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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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03-04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소극적인 생각 같지만 가정을 잘 지켜나가는 것이, 돈을 잘 버는 것 보다, 나의 다른 경력을 쌓아나가는 것 보다, 그 어떤 것 보다 가치있는 일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합니다.
청소년 범죄는 우리 사회의 일종의 지표이겠지요. 무관심은 아닌데, 관심만 가져서 될까 싶고...사회가 아플때 그 병을 고스란히 떠맡아 앓고 있는 층이 바로 청소년층 같아요.

글샘 2013-03-05 02:43   좋아요 0 | URL
개인적으로 가정을 잘 지키는 문제와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IMF 구제금융기 이후, 사회는 급속도로 가정해체라는 문제에 직면했거든요.
지금 문제가 되는 이 아이들이, 그 시기에 태어난 아이들이라는 거죠.
아픔이 느껴질 땐, 이미 늦었는데, 누구도 해결책엔 관심이 없으니... 안타깝습니다.
 
자유 의지는 없다 -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하는 자유 의지의 허구성
샘 해리스 지음, 배현 옮김 / 시공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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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960년대, 식민지를 거처 전쟁을 치른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났고,

가난한 초등학교를 거쳐,

경쟁을 지고의 가치로 아는 중고등학교를 나와, 대학에 진학했다.

80년대 뜨거운 시대를 거쳐 교사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고,

27세에 25세였던 아내와 결혼하여 다음 해 아이를 낳아 지금까지 살고 있다.

 

이것은 나의 역사인데,

여기에는 어떤 자유 의지도 개입할 수 없었다.

내가 이 땅에 태어난 것도 순전히 우연이고,

학교를 다닌 것도 별다른 길이 없어 다닌 것일 뿐이다.

직업을 선택할 때도, 고시공부처럼 후원이 필요한 학과엘 지망하지 못했고, 재수도 허용되지 않는 상황이었으며,

결혼 역시 그 시절에는 그 나이에 다들 하는 것이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것도, 다른 사람들도 죽지않고 살아 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의지'의 동물이라고 일컫는다.

인간은 자유 의지가 있어, 훌륭하게도 되고, 범죄자도 된다.

그래서 범죄자는 네 의지로 그렇게 한 것이나 사형이야~! 이렇게 처벌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과연 인간에게 '자유의지'는 얼마나 허용되는가...

인간이 정말 제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나 있는가를 다양하게 분석한다.

그 결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상당히 비관적이고 회의적이다.

 

그래. 주류 경제학에서는 열심히 일하면 잘 산다. 경제적으로 판단하면 된다고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몇몇 나라의 몇몇 기업에 해당하는 이야기일 따름이다.

자유 의지 역시, 성공 가도를 달리는 몇몇 사람은 <하면 된다>는 의지의 중요성을 역설할지 모르지만,

세상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유 의지대로 살기보다는 어쩌다 보니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서양의 개방된 사회에 비하여 한국의 여성들은 가정에서 힘들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슬람 사회 몇몇 근본주의자들이 지배한 세상에서 여성은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기도 하는 바,

자유 의지라는 것 역시, 만병통치로 두루뭉술 쓸 개념이 아닌 것이다.

시대와 공간에 따라 그 효용과 개념 자체가 달라지는 개념이다.

 

세상의 그 어떤 읻 자신이 물려받은 유전자나 양육된 방식에 책임이 없다.

실제로 도덕성 자체에 운이 얼마나 크게 개입하는지 인정하지 않는 것은 비도덕적인 것 같다.(68)

 

이 책이 밝히려는 바는 명백하다.

인간을 '자유 의지'를 가진 존재로 규정하고,

그래서 인간을 법적으로 처벌하는 근거가 되도록 하는 일은 부조리하다는 것이다.

그래.

한 아이가 공부를 못하고 사고를 저지르는 청소년이 되어있기 까지는,

수많은 불운들이 개입하고 누적되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것이 그 아이에게 도덕적으로 접근하는 길일 것 같다.

 

보복에 대한 욕망은 모든 이가 자기 사고와 행동의 자유로운 주체라는 관념으로부터 발생하여,

인지적이며 감정적인 환상에 의지하며,

급기야 도덕적인 환상을 영구화한다.(73)

 

그렇지만, 우리는 뭔가 부정적인 결과를 낳은 사람에게 '처벌'을 당연시한다.

자기 행동의 자유로운 주체는 자신이므로, 잘못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말자는 의견이 과격할 수 있어 보이지만,

이런 의견이 존중받는 세상은 그래도 좋은 세상이다.

미국이란 나라는 전쟁으로 버틸 수 있는 전쟁산업국가이지만,

또 이렇게 자유롭게 의견 개진이 가능한 나라여서 그 나라의 저력이 두려운 나라다.

 

주류 경제학, 주류 사회학에서 굳이 애써 외면하려 하는 가난, 불안, 질병... 이런 현상들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새삼 안목을 키워주는 얇은 책이다.

사회 현상에 관심이 많은 이라면 한번 읽어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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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외면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207
복효근 지음 / 실천문학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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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가 하나 곰살맞게 나한테 와서는,

찰싹 달라붙어서,

헤헤거리면서 팔짱을 끼고 애교를 부리는 녀석이 있으면,

그 시집 전체가 친숙하지만,

어떨 때는 데면데면해서 낯설어보이기도 한다.

 

시라는 것이 그렇다.

아니, 시집을 읽는 일은 그렇다.

시집 전체가 눈에 쏘옥 들어오긴 힘들고,

어떤 시라도 하나 맘에 쏙 들어오면, 그 시집 전체가 맘에 들곤 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이 시집에서 내 맘에 쏙 들어온 시는 이 시다.

 

사랑한 적 없다

 

다시 같은 자리에 돋는 새잎이란 없다

이미 새잎이 아니지

낯선 자리 비켜서

옛 흉터를 바라보며 지우며 새잎은 핀다

 

이전의 사라은 상처이거나 흉터다

이후의 사랑도 그러할 것이므로

사랑을 두려워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조금 비켜서

덤덤히 바라볼 수 있는 눈빛으로

나무의 새순은 조금 더 높은 곳에서 싹튼다

 

제 형체와 빛깔과 향기를

지우고, 지고 부정하고 배반하고

새잎은 비로소 새잎이다

 

내 너를 사랑한 것은 사랑이 아니었다

사랑한 적 없다

오늘은 내 어느 부위에 상처를 남겨두랴

 

엄살 피우지 말자

남은 날 가운데 가장 새것이어서

우리 세포는 너무 성하다

흉터 따위를 기억하는 것은 사랑도 아니다

 

지금 네가 마지막 첫사랑이다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고,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라는 불교의 가르침처럼,

깃발을 흔드는 것은 바람도 아니고, 깃발도 아니고, 네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라는 이야기처럼,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이 시에 쓰인 '사랑'은 다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다.

다만, 시인이 강조하는 것은 새싹과도 같은 파릇파릇한 삶의 에너지로 넘쳐나는 희망을 가진 존재처럼,

첫사랑으로서 너를 사랑한다는 이야기의 역설이 짜릿하다.

사랑해... 사랑해...를 백만번 겹쳐쓰는 것보다도,

엄살 피우지 말자,

사랑한다.

이런 사랑 고백은 참 후련하다.

 

이 시는 여러 겹으로 겹쳐 읽을 수 있다.

사람마다 떠오르는 삶의 추억이 다를 수 있다.

흉터, 떨어진 잎사귀에 얽매여 '새싹'을 놓치지말자는 이야기로 읽을 수도 있겠고,

사랑에 너무 얽매이면 진짜 사랑을 놓치고 만다는 이야기로 볼 수도 있겠다.

이런 모호한 시가 나는 좋다.

 

살아있는 날까지는

피어라, 꽃,

피지 않아도 좋을 꽃은 없다 ('시인의 말' 중에서)

 

참 좋은 말이다.

피어라, 꽃!

 

그의 이 시도 좋다.

 

 

소쩍새 시 창작 강의

 

달빛 백지장으로 펼쳐놓고

시 창작법 가르치고 있다

 

말은 안 하고

춤으로 춤을 가르치는 춤 선생처럼

시는 안 가르치고

온통 울음만 울어댄다

 

애 주먹만 한 가슴을 공명통 삼아

잘못 산 것을,

잘못 살 것까지를 뉘우쳐 통성기도하듯

 

운다

 

그 울음의 깊이로 말하면

바닥까지 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은

달빛의 칠흑 우물거울이다

 

2음보 혹은 3음보

수사가 화려하지 않다

울음은 모름지기 그런 것이다

 

이윽고 몇 소절에는 핏자욱이 묻어나기도 해서

다는 아니더라도 사랑이 더러는

죽고 싶을 만큼

죽어도 좋을 만큼 아팠음을

그렇잖으면 시도 울음도 아니라는 듯 운다

 

유일한 진실이 있다면 그 핏빛

울음뿐이라고

무슨 시 창작 강의가 불은 달빛으로 흥건하다

 

 

나머지 시들은 어떠냐고?

글쎄, 한번 읽어 보랄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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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날들]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완벽한 날들
메리 올리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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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좋아했으면, 싶은 사람...

당신 앞에도 이 기쁨이 놓여 있다

 

사람들이 내게 “어떤 시인을 좋아하세요?”라고 물으면 나는 짐짓 그런 건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듯이, “쉼보르스카나 네루다, 혹은 파울 첼란”이라고 대답하곤 했다. 거기까지 듣고도 “그리고요?”라고 또 묻는 사람이 있으면 마지못해 “메리 올리버도 좋아해요…”라고 털어놓았다. 나만 좋아했으면, 싶은 사람이어서. 이럴 땐 누군가를 혼자 소유하고 싶은 이 마음이 너무나 인간적이어서 내가 마음에 든다. 그렇지만 그녀의 시는 많은 사람들에게 힘을 주니 나만 읽어서는 안 되겠다. 나는 그녀의 시를 번역하고 소설에 인용하고 남들 앞에서 낭독했다. 사람들이 그 시를 좋아하는 걸 보니 마음이 흐뭇하면서도 어딘가 쓸쓸했다.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남몰래 읽은 게 그녀의 산문들이었는데, 이건 오로지 나만의 은밀한 기쁨이었는데, 이제 당신 앞에도 이 기쁨이 놓여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런 마음이 든다. 그냥 안 읽고 지나가기를. 나만 읽기를. 너무나 인간적인 그 마음으로.(뒤표지, 김연수의 추천사)

 

참 매혹적인 말이다. 나만 좋아했으면, 싶은 사람...이 있다니...

그래. 그런 사람은, 다른 사람이 그냥, 안 읽고 지나가기를... 나만 읽을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야 말로,

너무나 인간적인, 좀 유치찬란하지만, 그야말로 인간적인 마음으로 느껴진다.

 

메리 올리버는 낯선 이름이다.

한국에 그의 작품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이 책이 첫 번역본인 모양이다.

녹색을 좋아했던 전임 대통령 시절이라면 모르되,

국민을 좋아하는 현임 대통령 시절엔, 과연 메리 올리버가 물꼬를 튼 듯 쏟아져 나올는지...

 

이 책은, 뉴에지 풍의 음악을 듣는 기분이다.

음악의 배경으로 봄을 한창 즐기는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

물이 흘러가면서 바위에 부딪는 꾸르륵, 철철 시원스런 소리,

시원한 산 정상에서 이마에 부딪는 서늘한 바람이 느껴지는 듯한 소리,

그런 느낌을 얻을 수 있는 글들이 가득하다.

 

산문은 용감하게, 그리고 대개 차분히 흐르며 서서히 감정을 드러낸다.모든 인물, 모든 생각이 우리의 관심을 자극하여 결국 복잡성이 자산이 되고 우리는 그 저변과 이면의 전체저인 문화를 느끼기 시작한다.

시는 그보다 덜 조심스럽고, 시의 목소리는 홀로 남는다. 그것은 살과 뼈릴 지닌 목소리로 스르르 미끄러져 둑을 뛰어넘어 아무 강으로나 들어가 예리한 날로 작디작은 얼음 조각에 착지한다.

산문 작업과 시 작업은 심장박동 속도가 다르다. 둘 중 하나가 나머지 것보다 느낌이 더 좋다. 어떤 걸까?

나는 장시간 산문을 쓰면 작업의 무게를 느낀다. 하지만 시 작업은 그 말 자체가 오류다.

다른 노동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시는 성공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창조된 느낌만큼 전달된 느낌도 강하다.(서문에서)

 

그의 이런 문예론도 재미있다.

그의 시론이 나온다면 꼭 사보고 싶다.

이렇게 문예론을 풍부하게 재미있는 비유를 넣어 쓰는 일은 예민하면서도 체계적인 풍부한 사고의 소유자라야 가능할 것이다.

기대된다.

그의 글 중에 시에 대한 비유가 또 나오는데 참 예쁘다

 

시는 바늘처럼 단순하든, 물레고둥 껍데기처럼 화려하든, 백합 얼굴 같든, 상관없어.

시는 말들의 의식, 하나의 이야기, 기도, 초대, 아무런 현실감 없이 독자에게 흘러가서 마음을 흔드는,

진짜 반응을 일으키는 말들의 흐름.(126)

 

아, 이런 표현을 읽는 일만으로도 나는 황홀하다

 

세상은 아침마다 우리에게 거창한 질문을 던진다.

"너는 여기에 이렇게 살아있다.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이 책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14)

 

참 별것 아닌 말인데도, 그럴듯 하다. 그것은 세계와 자시니 연결되어있음을 선언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어른이 되면 자신이 두 개의 반쪽으로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된다.

여가와 일.

그리고 이 둘을 고려하여 세상을 본다.

여가를 즐길 때는 찬란한 빛을 기억하고, 일할 때는 결실을 추구한다.(47)

 

어린 시절엔 그렇게 살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려 한 말이다.

그의 글은 원어로 읽어도 재밌겠다. 이렇게 대구를 이루는 말들은,

유러피언 어족의 언어에서는 라임이 잘 살아있는 글이기 쉽기 때문이다.

 

나는 세상을 사랑하기 위해 세상을 걷는다.

그러다 한 가지 의문에 섬뜩해진다.

몇 해 동안 이 옛 소각장을 산책하면서 나와 같으니 이유로 나온 사람을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한 건 무슨 까닭일까?(71)

 

조용한 자연을 곁에 둔 작가는 세상을 걷는다.

사람들은 누구도 그와 같은 목적으로 걷지 않는다. 참 섬뜩한 일, 맞다.

 

소로는 독립적이고 확신에 차 있었고,

에머슨은 탁월하고 불가사의했다.

호손은 침울했다. 그는 따뜻한 우정이 넘치는 콩코드의 문인들 사이에서도 늘 겉도는 듯 했다.(105)

 

이렇게 작가들을 평할 때도, 간결하게 대조하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글 읽기가 편하다.

 

신들은 행위하고, 우리는그 행위의 목적은 알지 못하지만 이것만은 안다.

세상은 우리의 깊은 관심과 소중히 여김의 소용돌이와 회오리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것.(124)

 

자연을 호흡하는 작가가 세상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명백하게 표현되었다.

 

삶이 끝날 때

나는 말하고 싶다

평생 나는 경이와 결혼한 신부였노라고,

평생 나는 세상을 품에 안은 신랑이었노라고.(죽음이 찾아오면, 올리버)

 

그녀의 눈에 비친 세상은 경이였고 감사였다.

뗄래야 뗄 수 없는 배우자였고, 정신적 합일체였다.

자연을 걸으면... 경이를 만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봄,

좀 걷자...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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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통신 2013-1호                                                                      부산 0  0 고 2학년 1

 

학교와 가정의 소통이 학생 성장, 성숙의 밑거름

 

안녕하십니까.

여러 보호자분들의 자녀의 올해 담임을 맡은 0 0 0 입니다.

저는 올해로 교직 25년차인 국어과 교사이고, 올해 우리학교에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기숙사에서 생활시키면서 마음으로만 노심초사하고 계실 보호자님께 몇 가지 당부의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1. 아이들이 떨어져 지내더라도, 가정은 탯줄로 연결된 자궁과도 같습니다. 주말에 아이들이 집에서 생활할 때, 부족한 점이 보이더라도, 더 따뜻하게, 더 이쁘게 안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하느라 충분히 힘든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격려와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아이들은 모두 부족하니까 아이들입니다. 그래도 보호자님이 사랑하는 만큼 아이는 성장과 성숙을 경험하리라는 것이 제 소신입니다.

2. 학교에서 진행되는 교육과정 운영에 대하여 전적으로 신뢰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학생이 자율적으로 성장하여 대학 진학하는 것이 미래의 생활력을 갖추는 데 더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개인 과외나 학원에 의존하는 습관을 2학년 1학기 전에는 정리하도록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여름방학 이후에는 자습만으로 충분히 공부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훈련시키려 합니다. 우리 아이들 옆에는 선생님보다 훌륭한 친구들이 있는 좋은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3. 아이들을 만나지 못하시는 관계로, 궁금하고 의문나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입니다. 언제든지 담임에게 문의하시고 필요하시면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가능한 한 아이들을 제 자식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겠습니다. (전화번호 010-0000-0000, e-mail : shy3042@hanmail.net) 학교 문턱이 높다는 생각을 하시면 아이에게 손해입니다. 담임이 아이들을 더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요즘엔 대학 진학에 필수적이므로 어려워하지 마시고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자식을 맡기고 찾아뵙지도 못하고… 이런 말씀 마시고, 학생의 성장과 성숙을 위하여 가정과 학교가 긴밀하게 연결된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20132학년 1반 담임 교사 0 0 0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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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3-03-02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용히 짝짝짝, 그동안 스쳐간 우리 아들 담임 선생님을 다시 만난 기분입니다. 울컥, 감동이 오네요.
근데 '자식을 맡기고 찾아뵙지도 못하고...' 저 말 진짜 어쩌다 뵙는 선생님께 습관처럼 하곤 했는데,
가만 생각하니 그런 말 듣는 거, 선생님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으실 듯. ㅋ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다양한 형태의 가정을 위해 <보호자분들>이라고 배려해주신 것도 큰 감동입니다.^^*

글샘 2013-03-02 21:44   좋아요 0 | URL
요즘 학부모... 없는 가정의 아이들도 많거든요. ㅠㅜ
'부족한 자식을 맡기고 한번 찾아 봅지도 못하고...' 어휴~ 이거 완전 상투적인 말이에요. ㅋ~
근데, 사실 아직도 보호자 상담이 한국에선 거의 안 이뤄지거든요.
감동이라기보담은... 매년 하는 일이라서... ㅋ~

순오기 2013-03-02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딸이 실습나가서 썼던 '보호자분께'라는 페이퍼가 생각나네요~
이번에 학교를 옮기셨군요~
2학년 1반 학생들과 보호자들 모두 행복한 한해가 되겠네요!

글샘 2013-03-02 21:45   좋아요 0 | URL
네. 기숙사 생활하는 애들이라 신경이 더 쓰이네요.
요즘 보호자가... 조손가정도 많은데... 제가 옮기는 학교가 농어촌지역 학교라 그런 애들이 만답니다.
행복하긴 제가 행복해야죠. 그래야 애들한테 잘 해주는데, ㅎㅎㅎ

수퍼남매맘 2013-03-02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고등학교에도 이런 학부모통신 즉 담임 편지가 나가는군요. 학교를 옮기셨나 봅니다.
저도 학부모입장에서 첫 날 이런 담임편지를 받아오면 담임선생님에 대한 신뢰가 더 커지더라고요.
저도 오늘과 내일 얼른 담임편지 준비해야겠어요.
낱말 선택 하나하나에도 굉장히 심혈을 기울이신 듯해요. "학부모" 가 아니라 " 보호자 " 라....

글샘 2013-03-02 21:47   좋아요 0 | URL
고등학교 샘들은 잘 안 합니다.
네. 신뢰의 문제때문에.. 초두효과라고, 처음에 긍정적으로 보면... 나중에도 그렇잖아요. ㅋ~
새 학교가 시골에 있어서... 특히 보호자...가 많습니다.

2013-03-02 1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3-02 2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3-02 2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3-02 2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