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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은 서둘러 찾아오고 용기는 더디게 힘을 낸다 - 더 행복한 삶을 만드는 용기에 관한 진실 31
고든 리빙스턴 지음, 노혜숙 옮김 / 리더스북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요즘 일요일 저녁 예능 프로그램 중 단연 1위가 '진짜 사나이'란다.
강호동과 나영석의 1박2일의 아성은 무너지지 않을 줄 알았는데,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는 법.

오늘 그 크기가 가장 크게 보인다고, '슈퍼문'이라 불린 저 달도,
오늘부터 당장 크기가 작아 질 것이고, 이지러져 갈 것임은 당연지사.
나이 먹은 중년들의 재입대 이야기가 재미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일 저녁, 군대를 다녀왔던 사람들에게는 '저거 내가 해봤더니 무지 힘들었어, 죽을 맛이야.'하며 무용담을 늘어놓을 기회를, 군대를 다녀오지 못했던 사람들은 연예병사들의 고통에서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기분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인기를 끄는 것은 호주에서 날아온 사나이, 샘 해밀튼.
샘은 남자들의 우정 같은 것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고,
군대의 무조건적 복종에 대해서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가 참을 수 있는 것은 이 장면이 지나가면 돌아올 보상에 대한 것이었겠다.
나머지 연예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군대 다녀온 남자들이 노인이 되어서도 가장 끔찍한 꿈이라는 '재입대'를 방송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아무튼, 돈이 부리는 아이러니다.
삶은 그렇게 한 번 다녀온 사람이 되풀이 해보는 '연예 프로그램'이 아니다.
입대를 앞둔 청소년들에게는 (국제 청소년 연령은 만 24세까지다. 한국의 성년의 날도 재고의 여지가 있다.)
빡세기 그지없다는 군대에 대한 '부자유'의 억업에 대한 두려움,
여자 친구들은 술술 학년이 올라가는데, 자신들은 군대 다녀와서 막막한 대학 생활,
이런 데 대한 두려움이 가득할 것인데...
그래선지 아내가 깔깔대고 쳐다보는 그 프로그램을 입대를 1달 앞둔 아들 녀석은 잘 보지 않는다.
삶에 대한 두려움은 1회성에 있다.
여러 번 살아본 사람이라면, 또는 이미 죽음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너무 두려워할 것 없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지만,
청소년들은 자기 앞에 놓여진 삶에 대하여 무한한 불안감, 두려움을 갖는 것이 정상이다.
이 책의 한계 역시 거기 있다.
모든 '자기 계발서'의 한계가 그것이다.
이미 살아본 자들이, 살아보지 못한 이들에게 던지는 막막한 지침이란 것.
11미터의 막타워(mock-tower)에서 하강해본 경험을 가진 사람은,
그 공포가 뛰어내린 이후엔 그다기 크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이들에게 그 공포의 11미터는 지옥일 것이다.
물론 나도 내 돈내고 번지 점프를 하라면 사양할 것이지만,
해야하는 훈련이라면 재밌게 할 수 있다.
입양아 출신, 베트남전 참전, 아들 둘의 사망... 작가의 삶의 과정은 21개월 정도의 군대에 비교할 수 없는 고난이었다.
군대는 훈련소와 자대의 적응 과정이 힘들지, 차근차근 익숙해지면, 월급만 나오면 가장 편한 곳이 말년 병장의 군대라고 할 정도로 후임들도 많고, 승진의 실감이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다.
작가 고든의 삶은 참으로 고단한 것이어서,
이 책의 이야기들은 실감난다.
좋은 말들도 참 많다.
그렇지만, 미래를 두려워하며 장래를 설계할 사람들에게,
'자신의 인생만을 경험해본' 사람들의 후일담은 크게 도움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병영 생활에서 가장 큰 도움이 되는 '힘'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동병상련에서 느껴지는 '전우애'라는 '동지 의식'이 삶에는 더 큰 위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전우' 중에는 비열한 최말년같은 병장도 있고, 깐깐한 이호창 상병도 있다. 얄미운 이용주 이병같은 후임도 있다.
그렇지만 어차피 똑같은 21개월을 견뎌야할 사람들이 옆에 있다는 것은 삶에 힘이 된다.
예전에 살았던 사람들도 견디기 힘든 것이 삶이었음을 상기하는 것도 두려움을 떨치고 용기를 내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책이 주는 도움이 딱 그만큼일 것이다.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이다.(36)
삶은 겪어 나가면, '다 지나가리라'는 것을 모두 깨닫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오지 않은 시간은 두렵다. 그 사실은 가장 큰 두려움임이 옳다.
9.11 테러 후, 미국 시민은,
테러리스트들과 생김새가 비슷하고 같은 종교를 믿는 거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붙잡아들여,
그들을 고문하고 정당한 법 절차 없이 감옥에 집어넣었지요.
그것은 두려움의 대가였습니다.(53)
요즘엔 많이 사라졌다고 하는 군대의 폭력, 학교 교사의 폭력 역시
두려움의 결과물이었던 것 같다.
학생들이, 군인들이 지도자의 말을, 그 지도가 이유도 없는 억압이라면, 그 말에 저항하는 것을 억누르는 유일한 기제였던 폭력. 요즘에도 학교에서 그 폭력을 아쉬워하는 경우가 많다. 다 두려움의 결과물이다.
때로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도 용기다.(73)
그래.
세상이 캄캄해 보여서, 촛불을 놓아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조용히 혼자서 촛불을 켜놓는 것도 용기일 수 있다.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삶의 큰 용기를 내는 것일 수 있는 것.
이 책의 작가 고든이 용기있는 사람임을 알 수 있는 부분들은,
그가 말하기 쉽지 않은 것들을 발언하는 사람인 부분들이다.
워싱턴의 베트남 참전 용사비의 58,000명의 이름이 새겨진 검은 화강암 벽을 바라보며,
"대체 이들은 무엇을 위해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베트남에서 죽은 200만 명의 사람들의 이름을 모두 새기려면 얼마나 큰 벽이 필요할까요.(215)
그러면서, 분단 국가의 남단에서 살아 아픔이 남는 점...
베트남에서 10년 가까운 전투에서 죽은 200만 명은 기억하지만,
한반도의 북단에서 고작 3년의 전투에 몰살당한 200만 명의 이야기는 매스컴에조차 오르내리지 않는다는 슬픈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