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귀환 - 희망을 부르면, 희망은 내게 온다
차동엽 지음 / 위즈앤비즈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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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이 희망이 없다고들 하는데,

뭐 그런 예전엔 희망이 있었는지,

박민규가 한국의 청춘은 없다고 했는데,

뭐 그럼 선진국 잘 사는 나라의 청춘들은 얼마나 찬란한지...

삶에 정답은 없다.

 

아이들에게 희망이 없는 것은,

아이들의 배가 고프지 않다는 것이다.

또 아이들의 현재가 편안함에 가깝다는 것이다.

결핍될수록 간절히 바라게 되는 법이므로... 바랄 희, 바랄 망...

희망이란 결핍으로 인하여 간절히 바라는 건지도 모른다.

 

바라보지만 마세요. 관찰하세요.

삼키지만 마세요. 맛보세요.

잠들지만 마세요. 꿈꾸세요.

생각만하지 마세요. 느껴보세요.

존재하지만 마세요. 살아가세요.(18)

 

세상은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먹고 자고 살기엔 좀 재밌는 곳이다.

느끼고 맛보고 관찰하면서 느끼며 살기.

좋은 말이다.

 

인생에서 실패한 사람들은

대부분 그들이 실패하는 순간, 자기가 성공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왔는지 깨닫지 못한다.(78)

 

이런 말들을 체화하는 순간, 삶의 희망은 용솟음치기도 할 것이다.

힘들 때일수록, 믿음이 필요하다.

 

억지로 희망하는 것. 그것이 진짜 희망이다.

희망은 우기는 거야.

우길 것이 없는 미래기대는 전망이나 예상이라 부르지. 희망이라 부르진 않잖아.(64)

 

사람들로 하여금 배를 만들게 하려면,

그들에게 바다를 보여 주라.(130)

 

앞일이 막막한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읽어주고 싶은 구절들이 많다.

 

꿈이란 지금 당장 어떤 모습이 아니라도 좋으니 말이다.

 

꿈을...

아침부터 저녁때까지 줄곧 품고 있되,

확실하게 큰 방향을 잡은 다음,

그냥 시간의 강 속에서 표류하라.

그러면서 이루어질 때까지 버텨라.(245)

 

삶은 힘들다고 여기면 무척이나 힘들다.

지겹다고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참 지겹다.

그렇지만,

날마다 저 위로 돌을 나르는 시지프스처럼 고통스럽지만은 않지 않은가?

 

여정은 목적지로 향하는 과정이지만,

그 자체로 보상이다.(스티브 잡스, 261)

 

평생 후회하지 않도록,

놓지 말아야 할 것은 꼭 잡고 있어야 한다.

그 외의 것들은,

놓아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면,

뭐, 많이 놓아버릴수록 홀가분할 것이다.

 

어차피 삶은 정답이 없고,

나름의 해답만이 존재할 뿐이니까.

 

나더러 틀렸다고 손가락질하는 그 사람조차도,

정답이 아닐 것이므로...

이 책을 읽는 일은 그만큼의 지점에서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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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연인
김현경 지음 / 책읽는오두막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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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은 소감은, 한 마디로 실망이다.

제목을 그럴듯하게 붙였지만,

이 책에선 애틋하고 짜릿한 연인의 이야기는 그닥 많지 않다.

 

그렇다면, 김수영의 생활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읽자고 이 책을 엮었는가 하면,

그 또한 아쉬움이 많다.

김수영의 시 정신의 높이에 비하면,

그를 그린 <김수영 평전>이 실망이고,

다른 측면에서 그릴 수 있는 아내의 글 역시 실망이다.

역시, 강신주의 예찬론인 <김수영을 위하여>가 걸작인데,

무엇보다, <김수영 전집>을 읽어야 할까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곰곰, 꼼꼼 읽지도 않았거늘,

툭툭 걸리는 틀린 한자들이 나무한테 미안한 감을 더 많이 들게 한다.

 

특히 197. 나의 연애시...를 變愛詩라고 적은 데는 아연할 따름...

 

시작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심장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몸으로 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온몸으로 동시에 밀고 나가는 것이다.

 

이런 김수영의 정신을 오롯이 드러내기엔, 이 책은 사족이 너무 많다. 많이 아쉽다.

 

 

 

42. 양제... 옷을 만드는 일은 양재가 맞다.

180. 마리서사(書肆, 늘어놓을 사)는 舍로 잘못 적혀 있다.

75. 통각을 痛으로 쓰지 않고, 統으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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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3-07-04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값 아까워 혼났어요.
이 책 살 바엔 김수영 산문집을 살 걸 - 아직 그 유명한 산문집을 못 샀거든요.

그나저나 글샘님은 어찌 저리 콕 찝어 잘못된 부분이 보일까요?
교정 몇 번 봐도 안 보이는 곳은 안 보이는 게 저 같은 사람 ㅠ

글샘 2013-07-06 23:3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도 김수영 전집을 사야겠단 생각을 했답니다.
 
이오덕 일기 세트 - 전5권 이오덕 일기
이오덕 지음 / 양철북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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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 다니던 시절은,

하루가 빤한 틈 없이 교문에서 본관에 이르는 긴 길에 최루탄이 터졌고,

급기야 대학 3학년때는 서울 시내를 구석구석 누비며 독재타도를 외게 만들었고,

또 시절은 내가 졸업하고 교사가 되고 나서는 전교조가 생겨 탄압의 그늘을 드리우곤 했다.

 

그 시절,

교육운동의 한켠에서 늘 꿋꿋한 힘을 보태셨던 분이 이오덕 선생님이시다.

내가 방위근무를 하는 동안 퇴근해서 밤 늦게까지 교육 공부를 하도록 만든 책들이

참교육으로 가는 길, 이오덕 교육 일기1,2, 어린이 문학 등등의 책들이었다.

 

이번에 선생님의 일기를 양철북에서 5권으로 묶어 내었다.

내가 예전에 읽었던 교육 일기 1,2는 워낙 오래전 책이라 그런지 검색이 되지 않는다.

이번엔 그이의 마지막 일기장을 들쳐보고 싶어서 5권을 읽었다.

짠하다.

 

우리말 지킴이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시고,

아이들의 생활글을 널리 알리게 하는 아동문학 교육에도 큰 역할을 하신 선생님의 마지막 날들은 애잔하다.

 

사람이 어떻게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할 것인지를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생각했다.

무엇보다, 건강해야한다.

아프고 나면, 그 아픈 것의 노예가 되어 꼼짝 못하는 '자유를 잃은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그분의 일기 속에 등장하는 '소로우, 권정생, 전우익, 리영희' 같은 분들은

한 시대를 돌아보게 만든다.

이미 쨍쨍하던 정신의 시대가 저물어 버렸는가.

 

오전에 '소로우의 노래'를 읽다가 그만두고 의자에 기대어 눕듯이 해서

남쪽 창 너머 하늘의 구름을 쳐다보며 시간을 보냈다.

구름이 온갖 모양으로 바뀌고 흘러가고 하는 것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아무리 쳐다보아도 또 보고 싶었다.

아, 내 남은 목숨은 저 하늘의 구름과 함께 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58)

 

선생은 우리말 우리글 바로 쓰기 일꾼으로서도 훌륭한 분이셨다.

이 책에선 '너무, 너무나' 같은 말들이 자주 보인다.

선생도 감탄의 자리에선 너무~ 같은 말들이 튀어나오신 모양이다.

그렇지만, ~것, ~적 같은 표현들을 쓰지 않고도 아름다운 우리글을 이루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나이 드신 분의 표현이 참 조촐하게 정겹고 친근하면서도 우아하다.

 

정치적인 면에서는 상당히 진보적이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한자능력시험 같은 것들이 강조되던 면을 강하게 비판한다.

김종필이가 좀 설쳤던 모양이다.

투표장에서 얻어먹고 찍어주는 무지렁이 민중들을 보고 부아도 치민다.

 

이놈의 백성들이 피눈물 흘리면서 굶주리는 꼴이 되어야 마땅하구나 싶었다.

도무지 이 백성들은 민주주의를 할 자격이 없다.

종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선거고 뭐고 해서 무얼 하나.

천날 만날을 가도 이 꼴일텐데.

이 꼴에서 한 걸음도 더 앞으로는 나가지 못할 것인데 뭘 하겠나.

이 망할 놈의 나라.(123)

 

그런 것을 잘 알기에, 정권을 잡은 놈들은 교육을 건드린다.

아무 것도 아닌 데 반기를 들면 교사를 쳐낸다.

굴종의 교육이 이 나라 민주주의를 말라죽게 하는 일번지임에랴.

프랑스 어떤 정치가가 '교육의 목적은 저항할 줄 알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는 데,

노무현 이후로 10명은 더 괜찮은 대통령이 나왔어야 조금이라도 될락말락 한 일인데,

다시 교육은 스스로 굴종하는 교육으로 '망할 놈의 경쟁'에만 목을 매는 교육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마지막권은 그이의 말년의 건강 문제가 아주 상세하게 적혀있다.

'아픔을 느끼고 아파주는 것'

이것은 저항할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다.

 

아플 때,

밤중에 깨어났다가 다시 자려고 누워 있으몀 몸이 지긋지긋한 것을 한순간 느낀다.

그때가 중요하다.

그 아픔을 발견하고 그 아픔을 함께 느껴야 한다.

내 마음이 내 몸을 끌어안고 함께 아파주는 것이다.(165)

 

나이들면, 아플 수도 있다.

오히려 아파야 정상이다. 그 아픔을 대하는 마음의 자세,

이런 것이 인문학적 통찰이 뛰어난 사람의 마음이다.

선생의 일기를 보면서,

그런 통찰을 배워야 한다.

 

참 오늘이 내 생일이다.

내 생일이라고 정우한테 말하지도 않았다.

정우도 저녁에 와서 아무 말이 없이, 오늘 회관 벽에 돌붙인 일과 단감 이야기만 하다가 가서 마음이 놓였다.

이렇게 모두 나를 잊어버리는 것이 참 마음이 편하고 좋다.(221)

 

나를 알아주지 않으면 서운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렇게 늙어가는 것을 마음 편하게 여기는 여유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될 수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마음은 없으면서 지나치게 자주 모여서 시끌벅적 먹는 일에 애쓰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가.

선생은 정말 애써 일하면서, 남들이 알아주기를 바라지 않았다.

오로지 그 일이 중요하고 꼭 필요한 것이어서 지나치게 머리를 써가며 일한 것일 뿐.

 

미국에 살면 고층 빌딩 폭파 테러를 맞아 봉변당할 수 있듯이,

미국 아닌 나라의 도시에 갇혀 살아도

이런 용변 못 보게 되는 테러를 스스로 불러오게 할 수도 있다는 이치를 알아야 할 것이다.(273)

 

미국의 교포 자녀들이 선생을 방문했을 때,

어떤 아이가 화장실이 더러워 못 가서 그만 옷에 실수를 했단다.

그런 것도 다 도시 생활의 폐해인 셈.

 

선생의 열린 마음은 광복절을 '해방 기념일'이라고 부른다.

'광복'은 '빛을 되찾음'의 의미로,

어디로 되돌아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용어다.

이씨 조선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승만 옹의 희망일는지도 ㅋ~

 

해방 기념일이 옳다.

하긴, 그 이씨 조선의 한 후예는 '건국절'을 무지 좋아하기도 했다.

 

이렇게 낱말 하나를 쓰는 일도,

자신의 자존을 지키고

사고의 폭을 넓히는

인문학적 토양에서 우러나오는 것임을 선생의 글을 보면서 배운다.

 

무작정 한자말을 쓰지 말자고 하는 것도 웃기고,

남들이 다 쓰는 말을 혼자서만 '순화'한답시고 사회성 떨어지게 쓰는 사람도 민폐다.

선생이 '일본어'의 폐해가 얼마나 많은지를 이야기하신 거 보고,

나도 일본어 공부를 십여 년이나 했을 정도로

나도 선생의 은혜를 많이 입은 사람이다.

 

늘 인문학적 정신으로 깨어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

자기의 존엄을 자기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살아가야 한다는 것,

이런 것들을 선생의 일기를 읽으며 되돌아보게 된다.

 

실수 한 군데.................

60. 값은 일본 돈 3천엔인데, 10.3배로 해서 3만9천원을 주어야 했다.

      13배가 되든지, 3만 9백원이 되어야 계산이 맞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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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한 2013-07-12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 이오덕 일기 담당 편집자입니다~^^; 어쩌다 보니 깜냥에 맞지 않게 한 사람의 평생을 들여다볼 수 있는 행운을 얻은 편집자입니다. 오랜 기간 이오덕 선생님과 함께하면서 참 행복했습니다. 다 마치고 난 지금 새롭게 제 삶의 스승 한 분을 모시게 된 느낌입니다.

의미 있게 읽어 주셔서 참 고맙습니다. '애잔하고 짠하다'는 말씀 참 와 닿았습니다. 이 책으로 잠시나마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해 볼 수 있어 참 다행이었습니다. 나머지 권들도 즐겁게 보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적해 주신 부분은 원본 일기를 확인했더니, 이오덕 선생님이 잘못 쓴 부분을 펜으로 쭉쭉 긋고 새로 쓰는 과정에서 잘못 고친 부분인 것 같아요. 3만 9천 원을 정확하게 쓴 걸로 보아 10.3배는 13배의 잘못 쓴 표기가 맞습니다. 편집 과정에서 미리 발견하고 고쳐야 했는데, '원문 일기를 최대한 안 고치는 방향으로 한다'는 핑계로 덜 살폈습니다. 다음 번 인쇄할 때 고쳐 넣겠습니다.


글샘 2013-07-06 23:29   좋아요 0 | URL
어이쿠, 편집자님께서 이렇게 왕림해 주시고... ㅋ~
책 만드신다고 고생하셨습니다.
제가 교직에 들어온 지 25년 됐는데,
이오덕 선생님께 배운 게 많아요.
요즘엔 양철북에서 계속 글쓰기 회원들 책(일용이, 맨손으로 학교~) 같은 책들도 나오고 그러잖아요.
좋은 씨앗이 척박한 땅에서도 좋은 결실을 맺는 거죠.

나머지 권들도 차근차근 읽으려구요. 두고두고...
선생님 생각을 천천히 음미하며 읽고 싶어서요.
좋은 책 세상에 나오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여행 - 정호승 시집 창비시선 362
정호승 지음 / 창비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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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의 이번 시집은 표지에 등대가 둘 들어있다.

양켠 방파제에서 서로 마주보는 등대.

그들은 한 쌍인 것 같지만,

서로 반대편 방파제에서 불빛을 비춰주므로 영원히 만날 일이 없는 노릇이다.

그렇지만, 등대가 이렇게 둘이 아니라면,

이 방파제에 배가 드나들기는 밤중이나 안개낀 날이면 불가능할 일.

서로 만나지 않고 마주보고 선 등대들은,

앞이 보이지 않는 여행길에 선 배들에게는,

삶의 여정에 길을 터주는 불빛을 반짝여 주는 것들이다.

 

이번 시집은 메말라가는 나이의 시인을 느끼게 해준다.

어쩌면,

박범신의 '은교'의 '이적요' 시인이

나이들어가면서 삶의 습도가 바짝 메말라가는,

그 마음을 적어가고 있는 글처럼도 느껴졌다.

 

늙어간다고 사랑을 잃겠느냐

늙어간다고 사랑도 늙겠느냐 (산수유에게, 부분)

 

아마도 시인이 이적요를 만났다면,

둘이서 밤새 술이라도 마시며 죽이 짝 들어맞았을는지도 모른다.

 

아침마다 내가 살아있음에,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는 행사인 성체조배를 제목으로 한 시는 절창이다.

 

꽃이 물을 만나

물의 꽃이 되듯

물이 꽃을 만나

꽃의 물이 되듯

 

밤하늘이 별을 만나

별의 밤하늘이 되듯

별이 밤하늘을 만나

밤하늘의 별이 되듯

 

내가 당신을 만나

당신의 내가 되듯

당신이 나를 만나

나의 당신이 되듯 (성체조배, 전문)

 

삶의 여행길은

그리하여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람의 마음의 설산뿐(여행, 부분)

 

이라고 하였거니...

서로 만나서 하나되는 일은 경험할 수 없지만,

저 등대들처럼 마주 비추이면서,

존재의 이유를 탐구하는

그런 여행의 동반자를 '발견'하는 일이,

결국 인생이란 여정의 의미라면 의미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도 그런 것을 느낀 것인가 싶다.

 

서로 마주선 방파제에서 낮에는 붉은색 흰색의 등대 외벽으로,

밤이면 자신만의 고유한 불빛의 파장으로,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등대처럼 사는 것도 아름답지 않겠는가.

 

나는 당신의 해우소

따사로운 햇살 가득 안고

텅 비어 있는 가을의 집

산사에 오시거든 언제든지

나의 집에 똥을 누고 편히 가시라

모든 망상과 번뇌의 똥까지 시원히 누고 가시라

가시다가 굳이 돌아보지는 마시고

발걸음도 사뿐히 떠나가시라

나는 남아 낙엽과 함께 향기롭게 썩어가리니

나는 당신의 해우소

낙엽의 집(해우소, 전문)

 

근심을 푸는 집, 해우소...

뱃속의 근심만 풀 것이 아니라,

마음 속 근심 풀 곳도 세상엔 필요한 것.

여행길에서 해우소 만나 근심을 풀고,

낙엽과 함께 향기롭게 썩어간다면,

마음 속 책갈피마다

문자향 서권기로 반짝이는 삶을 누리며 늙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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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2 2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03 0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05 0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눈먼 종교를 위한 인문학
김경집 지음 / 시공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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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집,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다 싶었더니, '책탐'을 쓴 작가다.

 

이 지구상의 숱하게 많은 사회 중,

한국 사회만큼 예수님의 재림이 필요한 곳이 또 있을까?

물론 헐벗고 굶주리며 전쟁의 포화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부지기수겠지만,

한국 사회처럼 멀쩡하게 보이는 미친 사회도 드물 것이다.

 

그래선지 산에 올라 도시를 내려다보면,

도시 전체에 예수님을 떠받드는 십자가들의 네온 사인으로 불야성을 이룬다.

아, 네온...의 원자번호가 十번이다. ㅠㅜ 젠장...

 

성경은 읽지만, 교회는 가지 않는다.

 

이거 나다.

군대에서 교화를 위해 구치소에 가득 비치된 성경과 불경을 나는 자주 읽었다.

신약만 읽은 것도 대여섯 번 이상은 될 것이다. 구약도 2번 가량 읽었고.

왜 한국 교회는 가면 소름이 끼칠까?

 

내장은 샤머니즘

가슴은 불교

머리는 유교

손과 발은 그리스도교(366)

 

이래설까?

한국 교회는 진보의 앞길을 가로막는 '수구꼴통'의 역할을 자임하며,

친일파와 가진자들의 앞에서 키키득거린다.

권력자들은 반공을 내세우고, 교회도 반공을 내세운다.

 

예수님이 불쌍하게 여길 소외된 자들은 '빈익빈'의 형상으로, '비정규직'의 형상으로 세상에 가득하다.

그들에게 한 것처럼 예수님을 섬기겠다는 마음은 한국 교회에 없어 보인다.

왜 한국 교회는 '전도'를 통항 세력 불리기만을 최대 목표로 삼고 있는가?

왜 한국 교회는 부자들의, 부자를 위한, 부자에 의한 교회로 전락하고 있는가?

 

이 책은 인문학자 김경집이 성경을 읽으면서 '생각'의 틀을 넓힌다.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낳으려던 여인숙에서 방을 차지하고 비켜주지 않던 이기주의자들,

그들을 성경에서 읽어준다.

그 이기주의자들은 곧, 우리들의 현신 아닌가? 하고...

 

명예살인의 빌미를 가진 마리아를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이해하는 요셉을 읽어주는 부분도 재밌다.

 

예수의 기적, 예수의 제자들이 가난한 이유 등에 대한 이야기도 오묘하다.

 

물이 주인을 만나니 발그레 낯을 붉혔네.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바이런이 쓴 시.

사랑은 이렇게 발그레 낯 붉히는 물과 같은 것.

그것이 기적임에랴.

성경을 '전도'와 '헌금'의 수단으로 아전인수식 해석하는 자들을 경계하는 구절들로 이 책은 가득하다.

 

한국 사회를 휩싸도는 광기의 자본주의.

그 냉혈한 앞에서 한국 교회는 침묵하고 있다.

비정규직, 인턴... 젊은이들은 불필요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그러나 돌아가는 파이는 갈수록 작아진다.

전체 파이는 갈수록 어마어마한 규모로 커지고 있구만... ㅠㅜ

 

성경 속의 포도밭 주인 이야기는 따뜻하다.

일찍 와서 종일 일한 사람도, 마지막에 와서 조금 일한 사람도...

모두 같은 보수를 받은 일은...

약자에게 돌아가는 '최저임금제'의 의미도 모르는 부자들에게 던지는 따뜻한 이야기다.

 

교회의 '기독교환자'들은 '헌금'의 액수가 믿음의 척도라고 외친다.

한 사람이라도 더 지옥에서 건지기 위해 '전도'에 기를 올린다.

불쌍하다.

 

주님의 뜻을 읽노라면, 따스해진다.

 

포도밭 주인에게서 우리가 배워야 할 가르침은 바로 측은지심이다.

그것은 바로 사랑이다.

사랑은 나누면 나눌수록 더 행복해진다.(161)

 

쌍용자동차 현장에서,

용산 참사의 현장과 제주도 강정의 싸움터에서...

왜 신부님들이 그렇게 약한 몸으로 앞장서는지를 이해하게 하는 대목도 참 많다.

 

제대로 된 성직자라면,

가장 아픈 자리에 서 있어야 한다.

헌금통 옆에서 눈을 부라리고 더 큰 성전을 짓고, 더 보수가 많은 교회로 전직을 꿈꾸는 자는,

성경 속 '세리'보다도 더 지독한 자들 아닌가.

 

어느 작은 성당에 붙어 있다는 주기도문의 반어적 표현을 읽으며,

종교와 세상은 따로 놀아선 안된다는 생각을 한다.

 

하늘에 계신... 하지 말아라. 세상일에만 빠져 있으면서.

우리... 하지 말아라. 너 혼자만 생각하며 살아가면서.

아버지... 하지 말아라. 아들로서, 딸로서 살지 않으면서.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하지 말아라. 자기 이름을 빛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하지 말아라. 물질 만능의 나라를 원하면서.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하지 말아라. 내 뜻대로 되기를 기도하면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하지 말아라. 가난한 이들을 본체만체 하면서.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죄를 용서하시고... 하지 말아라. 누구에겐가. 아직도 앙심을 품고 있으면서.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하지 말아라. 죄지을 기회를 찾아 다니면서.

악에서 구하소서... 하지 말아라.악을 보고도 아무런 양심의 소리를 듣지 않으면서.

아멘... 하지 말아라. 주님의 기도를 진정 나의 기도로 바치지 않으면서...(277)

 

기독교인도,

비기독교인도,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이 책의 출판사 사장이란 자도... ㅋ~ 읽어 볼 일이다.

 

 

 

115. 고물(뱃머리)... 뱃머리(선수)는 '이물'이라고 한다. '고물'은 배의 뒷부분(선미)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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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3-06-26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이 시공사에서 나왔다니 정말 알궂은 일이네요 (ironical하다는 표현의 해석이 이렇게 나오는데 좀 이상합니다). 그리고 한국 교회는 자본주의에 침묵하는 것이 아니고, 이를 더욱 조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샘 2013-07-01 12:08   좋아요 0 | URL
한국 교회의 문제에 대해 더 공부해 봐야겠어요.
자본주의가 아니라, 독재 정권과 결탁한 종교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