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위한 다섯 가지 선물
에란 카츠 지음, 김현정 옮김 / 민음인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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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간 존재란 무엇일까?

인간 존재는 불교에서 '공'함이라고 한다. 이때의 공 개념은 내 이해로는 0에 수렴하는 어떤 존재 같다.

인간은 존재한다. 그러나 하염없이 나약하고 불안해하며 미래를 두려워한다.

도대체 인간은 뭘까?

 

인간 존재의 이유를 요즘엔 '뇌'에서 찾는 모양이다. 뇌 과학의 러시.

척추나 소뇌의 인간 생명 활동에 관한 것이야 동물과 비슷한 것이고,

변연계의 본능적 지령도 동물과 큰 차이가 없는 것일지 모르지만,

대뇌 피질이 발달하여 온갖 <매트릭스>를 만들어 낸 것이 인간의 문명이 아닐는지...

 

동물도 짝짓기를 하고, 이성을 꾀려 온갖 수단을 부리듯, 인간의 관심사도 본능의 측면에선 마찬가지다.

인간이 상상하는 '교환 가치의 세계'나 '상상 속 종교의 세계'는 하나의 매트릭스다.

상상하지 못한다면, 고구마 하나보다 500유로 지폐(1500원으로 계산해도 75만원)가 가치로울 순 없다.

그저 종이 조각일 뿐인데...

 

자본주의, 종교, 이런 것들은 인간의 마인드(지성, 지력, 지능)를 무가치하게 저하시킨다.

이 마인드를 강화하는 책이다.

그런데 자기계발 노력을 위해 펴든 사람들에게는 이야기가 흘러나와 당황스럽다.

더군다나 제목이 '뇌'를 위한~ 이어서, 뇌과학, 뇌발달을 염두에 둔 사람은, 속았다~ 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소설 형식으로 이뤄져 있어서,

이스라엘 작가가 한국 문화, 동양 문화에 해박한 지식과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걸 무지 자랑하는데,

솔직히 인간의 마인드를 계발하는 지혜를 알려주는 페이지는 몇 페이지 안 된다.

몇 가지 지혜의 이야기를 읽고 싶은 사람은 몇 편의 리뷰를 참고하면 되겠다.

소설 형식의 이야기는 산만하고 지루하다.

아이큐가 높고, 기억력이 뛰어나다고 창의적 구성 능력마저 훌륭하지는 않다는 증례다.

 

그는 <망각의 선물>에서 잊고 싶은 것은 잊으려 애쓰고, 좋은 기억을 반복하면 마인드에 좋단다.

<안전의 선물>에서는 꽤 다양한 것들을 늘어놓는데, 동양의 불교와 마인드 콘트롤 같은 데서 인용하는 것들이다.

<욕망 관리>는 뭐 욕망을 자제하고 절제하라는 건데... 이런 게 선물이나 비법이라기엔 좀 그렇다.

서양인들에겐 낯선 걸지 몰라도, 우리에겐 별로 신선하지 못하다.

<설득과 미>의 선물은 중국, 일본, 이스라엘 유태인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뇌'와 '기억력'에 관심있는 사람은 그의 <슈퍼 기억력의 비밀>을 읽는 일이 낫다.

이 책은 소설도 아니고, 자기계발서도 아닌 자기 자랑의 현학으로 가득해 많이 아쉽다.

 

제목도 '뇌'보다는 <지력, 기억력> 등을 위한 으로 바꾸는 게 내용을 잘 담고 있다.

 

그리고, 이스라엘 사람이 북한의 수용소 어쩌고 하는 데 대해서는 불쾌하다.

미국 영화 마지막 세계대전(월드 워 Z)에서 북한이 지옥처럼 묘사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이나 이스라엘은 전쟁 당사자지 객관적 관찰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95쪽. 2천년 동안이나 수도였던 서울... 작가는 그렇다 치고, 번역자나 편집자는 뭐했나 모르겠다. 서울은 조선이 수도로 정한 1392년부터 수도였으니, 이제 겨우 600년 남짓 수도인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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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다 이상했다
김해자 지음 / 아비요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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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현장에 투신하여 미싱사로 '노동 운동의 대모'로 살아온 김해자.

그이 시들을 좋아했는데,

이 책은 제목이 눈에 확 띄어 골라 잡았다.

한창훈의 '꽃의 나라'에 나오던 말이다.

사람은 모두 다 조금씩 이상하다는 말.

 

그 소설에서는 어른들이 정말 이상하다.

아이들을 때리고, 욕하고, 간혹은 자상하게 챙기는 아버지조차도 이상하다.

 

김지하, 박노해처럼, 노동 해방과 인간 해방을 부르짖다가,

어느 날 '도사'가 되어버리는 인간들은 재수없다.

물론 '도사'가 되는 일이 나쁘진 않지만, 중립을 자처하는 도사들은 갑자기 독재자들과 친하게 지낸다.

황석영 역시 마찬가지다.

차라리 원래 이외수처럼 도사연하는 사람은 상관없다. 그는 원래 그자리에 있었을 뿐이다.

 

김해자를 읽으면서, 어, 이 사람은 이럴 사람이 아닌데?

풀꽃 도사가 되어버린 김해자를 이해하기엔 이 책을 한참 읽어야 했다.

 

뇌출혈로 큰 수술을 받고, 그리고 삶을 감사히 받아들이기 시작한 사람의 글이란 걸 알고 나서는,

나의 고정관념을 반성한다.

나는 김해자의 발톱에 낀 때만큼의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주제에,

그가 어떻게 사는지에 배놔라 감놔라 하는 수준이어서는 안되는 주제니 말이다.

 

천상 여자로, 미싱으로, 손바느질로 온갖 이쁜 작품을 다 만든다.

그리고 초보 농꾼으로 농사일도 바지런하게 해낸다.

대안학교 같은 데서 미술 치료도 하고, 독서 이야기도 한다.

시골 사람들과 하나로 어울려서 재미지게 산다.

 

가진자들이 보기엔 김해자야말로 '이상한 사람'에 들 것이다.

도대체 왜 저런 삶을 사는지 말이다.

 

단순한 게 반드시 위대하지 않지만,

최고인 것은 반드시 단순하다.

그 단순함의 비의를 알기까지

그 단순함의 신비를 사랑으로 채울 때까지 날마다 땀흘려야겠다.(36)

 

죽음 앞에까지 '데드 슬로우'로 다녀온 이라면,

어떤 이야길해도 수긍해야 한다.

더군다나 그가 땀흘리고자 한다면...

 

단순함.

이것은 인간의 '잘난체 함'에 대한 반성이란 말일 게다.

인간은 '사회적'이든, '생각하는 갈대'든 암튼, '동물'의 하나다.

동물의 미덕은 단순함에 있으니...

 

생을 풀어야 할 수학문제나 숙제로 살지 않고,

무궁무진한 신비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75)

 

대안학교에서 아이들과 이런 이야기를 한다.

그래. 삶은 꿈을 위한 과정이나, 마시멜로우를 얻기 위한 인내의 도중이어선 안 된다.

순간순간 만나는 이들과의 신비로운 조우로 받아들이는 자세. 배울만 하다.

 

니체의 책을 자주 읽은 모양이다.

 

너는 너 자신을 멸망시킬 태풍을 네 안에 가지고 있는가.(207)

 

스스로를 좌지우지할 태풍.

니체 역시 평생을 앓으며 살았던 사람이다.

죽음을 생각하라...는 경구처럼, 스스로 언제 멸망할지 모르는 태도로 치열하게 살 일이다.

 

아- 병들어 보지 않았으면

나는 인간이기조차 어려웠을 것이다.(코우스 스스무, 240)

 

김해자가 몸의 이상을 느껴

스스로를 정리하면서 두 시간을 보낸 후 병원으로 간다.

그 동안, 그는 아주 길고 깨어있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죽음을 기억하라... 잊지말라. 인간은 유한한 존재임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수필집이다.

 

김해자의 다음 시집을 또 만나고 싶다.

그 찬찬하고도 탐스런 생각들이 가득한 말의 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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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로 사랑했다 - 카피라이터 윤수정의 카피 노트
윤수정 지음 / 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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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꿈꾸라고 말해줘~(여기보다 어딘가에)

 

그가 웃었다. 세상이 환해진다. (내 마음의 풍금)

 

윤수정의 카피 제작 이야기를 읽다 보면,

처음엔 동어 반복 같아서 시들해 뵈다가도,

정말 열심히 만든 영화를 빛내는 한 마디,

그 촌철살인을 줍기 위해 머리를 얼마나 숫돌에 갈았을지 생각하면서,

다사로운 애정이 묻어남을 느꼈다.

 

한 마디로,

주제를 드러내야 하고,

거기다가 관객의 감정을 일렁여야 하고,

호기심을 품게 해야하고,

급기야 영화관에 발을 들여 놓아야 하는,

감정의 연금술사여야 그 한 마디를 발견할 수 있는 것임을 알겠다.

 

영화에 대한 애정과,

언어 감각까지... 영화 카피의 세계가 얼마나 절절한 '직지인심'의 세계인지를 잘 보여준다.

 

특히 그가 애착을 가지는 작품들은

블록버스터처럼 컴퓨터 그래픽이나 대형 스타에 기댄 것들보다는,

작은 작품들, 저예산 작품들에 대한 애정들이어서,

그 애정이 참 곱다.

 

그의 건투를 빈다.

한국 영화계의 건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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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01-06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런 촌철살인의 한줄은 우리 일상에서도 필요하죠.
기안할때, 대화할때~~~~최대한 간결했으면 합니다! ㅎ
방학이라 좀 한가하신가요?
 
모든 것은 빛난다 - 허무와 무기력의 시대, 서양고전에서 삶의 의미 되찾기
휴버트 드레이퍼스 외 지음, 김동규 옮김 / 사월의책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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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제는 all things shining이다.

에필로그에서처럼 '빛나는 모든 것들'이 옳다.

모든 것은 빛난다는 말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세상은 너무 구질구질하고 더럽기 짝이 없어졌다는 데 있었다.

이 책의 부제는 <허무와 무기력의 시대, 서양 고전에서 삶의 의미 되찾기>라고 되어 있다.

허무와 무기력의 시대라는데, 모든 것이 빛날 수 있겠는가?

아무리 허무하고 무기력한 시대라 해도, 빛나는 것들은 있게 마련이다.

이 책은 폐허처럼 우중충한 지구별에서 <아직 남아있는> 그런... '빛나는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스승님 : 제자들아. 이제 너희는 세상에 나가라.

    세상의 모든 것들이 빛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면, 너희들의 인생은 복될 것이다.

  ........... (오랜 후)..........

제자 1 : 나는 세상에 있는 많은 빛나는 것들을 보는 법을 배웠지. 하지만 여전히 불행하네.

     슬프고 실망스러운 것들 역시 많이 보았기에.

    솔직히 모든 것들이 빛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없었으니 말이야.

제자 2 : 모든 것들이 빛나는 건 아니라네. 하지만 더없이 빛나는 것들은 존재하지.(에필로그)

 

이 책은 서양 고전의 몇 구절을 통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펼치려는 의도를 가진 책이다.

다시 말해, <서양 고전에서 삶의 의미>를 되찾고자 씌어진 책은 아니다.

부제인 'Reading the western classics to find Meaning in a Secular age'란 말은,

'세컬러'한 시대의 의미 찾기~인데, 세컬러의 의미는, 레귤러의 반의어로 <세속적인, 종교적이지 않은>이란 뜻이란다.

정해진 시각에 수도원 안에서 <레귤러>하게 규칙에 따라 의식을 행했던 반대쪽인,

세속의 <세컬러>는 종교적이지 않은~ 시대란 의미가 담겨 있음을 알아야 이 책의 뜻이 통한다.

 

서양 고전을 읽고 싶어하는 독자들이 이 책을 집어든다면, 뭥미? 하고 당황할 수 있겠다.

그건 순전히 책팔이들의 농간에 놀아난 결과이니 당황하지 않아도 된다.

이 책은 재미있는 부분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서양 고전을 읽고 싶어 하도록 만들어 주는 책이라고 착각하면 안 되지만,

그런 책이라면, 이미 '로쟈의 인문학 서재'나 강유원의 '인문 고전 강의'를 우리 문화는 가지고 있으므로,

이 책은 이 답답한 시대를 살아가는 해법의 하나로 고전 몇 권 읽기를 권할 따름이다.

 

특히 모비 딕을 열심히 읽게 하는데,

모비 딕을 떠올리면서 <스타 벅스>를 상상하게 된다.

우리가 멋도 모르게 입에 익혀버린 커피맛처럼,

세상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새로운 문화'에 접하게 된다.

 

서사시의 시대에는 인간이 신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모자란 존재~일 뿐이었고,

그리스 비극의 시대에는 인간의 모든 삶은 신들의 행위에 의한 결과~일 뿐이었다.

 

그 고대의 작품들에서 작가는 <퓌시스>라는 '반짝이는 생동감 넘치는 세계'를 본다.

그 세계는 <포이에시스>라는 '예술적 세계'로 반영되는데, 현대에서는 다양한 테크놀로지 등의 융합으로 이 세계가 단조롭게 한다.

그를 위해 작가는 <메타 포이에시스>의 삶을 제안한다.

<메타>란 것은 <기반>이 되는 구조나 <틀>을 읽어내는 시각인데, 그런 것들을 읽어내기 위해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의미이리라.

 

이 책에는 장자의 <모든 고전은 찌꺼기>라는 이야기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무늬만 목재인 것들을 절대로 쓰지 않는 구식 일꾼들을 안다.

그들은 숙련된 일꾼은 결심 판사와도 같다는 것을 안다.

왜냐하면 나무는 대패나 도끼 아래서 이제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성질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나 자신의 손으로 느꼈기에 나의 눈으로 아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들 문외한에게 가르칠 수는 없다.

하지만 실제 작업을 해본 사람들만이 그것을 안다.(356)

 

장자의 이야기에서는, 목수가 일의 진실된 고갱이는 말로 전해줄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마님이 읽는 책은 모두 <옛날에 죽은 사람들이 지껄인 찌꺼기>라고 했다는 것이다.

작가 역시 실제로 참여해 본 사람만이 몸으로 느낄 줄 아는 세계를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것은 삶의 진실에 다가가기 보다는, <장인적 기술>, <창작의 오묘함>을 드러내는 데 머무르는 인용이다.

장자보다 한참 격이 떨어지는 해석이다.

그리고 고전에 대한 인용에서 일관성 없이 프로 야구나 커피 등으로 널뛰는 이야기를 읽는 일은 싱겁기도 했다.

 

올해 최고의 책으로 꼽을 만한, 뜨겁고 아름다운 책.

이 책에서 강력하게 던진 질문은 우리가 어떻게 하면 허무주의와 싸우며 찬란하게 빛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바로 그것이다.(뒤표지, '삶을 바꾸는 책 읽기' 저자)

 

이런 사람들이 싫다.

과연 이 책을 읽고나 이런 말을 썼던 걸까?

이 책이 정말 뜨겁고 아름다웠을까?

하긴, 저 사람은 이 책이 '빛나고' 뜨겁고 아름다웠을지 모르겠다.

그냥, 제목과 부제를 읽고 상상력을 발휘했을지도 모르겠다. 출판사의 서평 참고 자료를 읽고...

그거나 다 읽었을래나?

나는 그런 거 받으면 바로 버리는데... ㅋㅋ

 

이 책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은 6장의 모비 딕이다.

<서양 문학 속의 철학적 이슈 읽기>라는 팟 캐스트를 운영하고 있다 하니,

이 책은 그 강의를 어찌어찌 얽어매어 책으로 만든 느낌이다.

 

부제 그대로.... <레귤러>한 시대, 고대의 작품이나 중세의 작품과 비교하여,

<세컬러>한 시대, 현대의 작품을 읽어 보면서,

인간은 어떻게 파편화되어 왔는지를 철학적으로 읽어주는 내용이라,

철학적 기반이나 서양 고전에 대한 기본적 이해 없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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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쓴 후성유전학 - 21세기를 바꿀 새로운 유전학을 만나다
리처드 C.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시공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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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 유전자라 하면 흔히 '염색체 내의 유전적 요인이 후세에 물려짐'을 뜻하는 말이었다.

그렇게 알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많은 경우, 유전적 형질이 일정하게 나타나지 않는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모건 등의 초파리 연구가 DNA 복제를 통해 '일정하게 발현되는 유전적 현상'에 이론적 지도를 들이 밀었다면,

후성 유전학은 '유전'보다는 '후성'에 더 방점을 찍는 학문이라고 한다.

 

과학이란 무언가를 관찰하는 학문이므로,

하나의 정답은 있을 수 없다.

귀납적으로, 여러 번의 경험, 실험을 통하여 결론을 얻을 따름이다.

 

모건 등의 '유전학'이 내린 '유전'에 대한 결론이 상당한 이론적 근거를 가진다면,

또 많은 경우 '후성적' <환경>에 의한 변형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시각에 따르면,

단백질 합성의 매 단계를 안내하는 역할은 세포 차원에 있다.

특히 단백질 합성의 어떤 시점에 어떤 유전자가 관여하는가 하는 결정을

유전자가 아닌 <세포>가 내린다는 점이 중요하다.

달리 말해, 유전자 조절은 세포 전체가 수행하는 활동이다.

평범한 유전자 조절이든, 후성유전적 조절이든 마찬가지다.

후성 유전학은 <세포가 유전자 활동을 제어하는 한 방법>을 연구한다.(43)

 

방치는 방치를 낳고, 학대는 학대를 낳는다.(114)

 

어떻게 보면, 유전적 연구의 가치를 뛰어넘는 사회학적 연구 주제처럼 보이지만,

이런 것을 유전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이 학문이다.

 

워딩턴은 세포 환경이 유전자에게 반응하는 만큼

유전자도 세포 환경에 반응한다고 생각했다.(206)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PTSD)나, 비만 등,

전쟁 등으로 심각한 결핍이 야기된 경우, 후천적으로 얻어진 요소들이 대를 이어 형질 변형에 기여한다는 것을 유심히 관찰한 결과들로 이 책은 가득하다.

 

유전자만이 인간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은,

과학의 진보 내지는 시야를 넓히는 관점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기존 과학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라 볼 수도 있겠다.

 

유전자에겐 야누스적 얼굴이 있다.

전통적 설명들은  밖을 향한 얼굴, 원인이 되는 측면만을 이야기했다면,

이제 안을 향한 얼굴, 반응하는 측면이 있다.(235)

 

후성 유전학은 아직 초기 단계이다.

이 책에서는 설명 가능한 사례들을 들고 있으나, 그 사례들이 일관성이 있거나

모든 개체에 들어맞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게놈 차원의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관점을 이렇게 세포 차원에서 바라본다는 것은,

커다란 패러다임의 변화로 보인다.

 

후성 유전학의 앞날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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