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마지막 장미
온다 리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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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멋지고, 표지도 멋지고,

히가시노게이고를 읽던 끝에 온다 리쿠가 보여서 빌려온 책인데...

 

주제의 무한한 변주가 이어진다.

변주란 것이 원래, 주제를 좋아하고 익숙해지면 흥얼거리고 따라읽기 편하기도 하지만,

그 주제에 쉽사리 익숙해지지 못하면 그 반복에 지루해하기 쉽다.

 

별장에 모인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미스터리의 변주에 현실과 상상이 뒤섞인다.

 

우리 모두가 기억을 날조하고,

자신에게 있었던 일, 과거에 있었던 일을

날마다 자기 안에서 만들어 나가고 있어요.(372)

 

기억이란 것은 진실을 모두 함축하고 있지 않을 뿐더러,

변조되고 날조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전업작가가 된 지금도 연간 2백 권이나 읽는다면서요?

아니죠. 2백 권밖에 못 읽고 있어요.

 

이런 인터뷰를 보면 즐겁다.

그런 사람이 또 있구나 싶어서...

일본 사람들의 상상력은 한국인들과 상당히 다른 면이 있는데,

히가시노게이고에 비해서 온다리쿠 쪽이 더 일본인들의 정서에는 잘 맞을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히가시노게이고의 소설이 내겐 더 직선적이어서 좋았다는 이야기다.

 

온다 리쿠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특히 여성들이라면 그의 문체를 매력적이라 느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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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세 번째 가족 오늘의 청소년 문학 11
홀리 골드버그 슬로운 지음, 김영욱 옮김 / 다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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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이라는 숫자를 사랑하는 아이.

외국어 익히는 걸 좋아하고,

의대 교재로 공부하는 초등학생 꼬마 윌로우 챈스.

 

부모가 사고로 죽고, 그를 돌봐주던 부부 또한...

시험에 만점을 받자 부정행위로 간주한 담임교사,

학교에서는 교육청의 상담 교사에게로 그를 보내지만,
상담 교사 듀크는 아이 발전이나 상담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상담실에서 만난 마이와 오빠 쿠앙하, 쿠앙하는 겉보기에는 적응이 안 되는 어리보기다.

 

마이와 쿠앙하, 그 엄마인 패티 아줌마와 듀크 선생님,

그리고 택시운전기사 자이로 아저씨라는 친구들이 있어 고아인 윌로우 챈스는 홀로가 아니게 된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상황은 슬프지만, 문체가 워낙 낙관적이어서 웃음짓게 되는 구절이 많다.

 

아줌마는 꼭 나 같다. 침묵하는 사람.

나는 그런 자질을 가진 사람을 존중한다.

입 다물 줄 아는 능력은 일반적으로 그 사람이 지성을 갖추고 있다는 표시이기도 하다.

자기 성찰은 홀로 생각하고 분석한다.

종알대면서 성찰하기는 쉽지 않다.(135)

 

뭔 초딩이 이런 생각을 한담. ㅋ

암튼 속에 능구렁이 할머니가 들어앉은 모양이다.

어린 시절, 상처 속에서 자란 아이들은 생각이 깊다.

생각이 깊은 어린 아이... 글쎄, 꼭 행복하다고 보긴 힘들다.

어린 아이는 아이답게 멍청한 게 나을 수도 있다.

 

난 여기 빌레 메모리얼 도서관에서 살고 싶다.

책 = 포근함.

그리고 포근함은 과거의 어떤 것이다.(153)

 

책을 좋아하는 아이.

그것도 꼭 좋아보이지 않는다. ^^

 

침착한 성격은 아줌마의 최고 장점이다.

지금도 그런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아마 온갖 일을 다 겪어 본 뒤에나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성격적으로 뾰족한 날이 다 닳아 바닷가 돌멩이처럼 되어야 가능하다.

어느 쪽이든, 그렇지 않으면 산산이 부서지고 만다.(188)

 

전혀 천진난만하지 않은 애늙은이다.

바닷가 돌멩이처럼 날이 다 닳은 성격을 장점으로 치다니.

 

나도 패티 아줌마의 태도를 흉내내고 있었다.

날선 감정들이 사라졌다.

난 바닷가에 놓인 투명한 돌멩이다. 그러니 만일 누군가 날 열심히 쳐다본다면,

내 속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191)

 

결국 패티 아줌마를 닮아 간다.

후견인이 없어 곤란한 아이를 패티 아줌마가 감싸안으려 연극이 벌어지는데...

 

우리가 기대한 대로 되는 일은 별로 없단다.

바라지도 않은 일들이 일어나 버리는 게 세상이지.(217)

 

모든 것은 임시적이다. 패티 아줌마가 잘 쓰는 단어다.(226)

 

춘추전국시대,

장자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주었듯,

힘겨운 일이 잦게 일어나는 현대인들에게 확신이란 위험하다.

 

날이 선 사금파리가 되어

가슴에 스~윽, 금을 그을지 모른다.

 

세상은 임시적이고,

바라지도 않은 일들이 일어나 버림을 인정하는 것이,

슬프게도 처세법인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을 둘러싼 성장소설이지만,

다분히 철학적이고,

다분히 사고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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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의 문장 한국어 글쓰기 강좌 1
고종석 지음 / 알마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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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필, 이라는 말은...

글을 쓰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예전처럼 신문지면이나 책으로 나와야 글이 되던 시대에는 말이 되지만,

지금은 누구나 페이스북에, 트위터에 글을 쓰는 시대인데 절필이라는 말이 좀 우습다.

게다가, 이렇게 책으로 버젓이 '강연집'을 내는 것을,

그렇다면 절필과 다른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책의 부제는 '아름답고 정확한' 글쓰기란 무엇일까... 이다.

고종석의 책이 가지는 맛은 '아름답고'에는 가까울는지 몰라도, '정확한'에는 좀 거리가 있지 않나 싶은데...

고종석이 달콤한 언어로 연애편지를 쓴다면,

또는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 대하여 수다를 떠는 일에 대한 글을 쓴다면, 그런 글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래서, 그가 '문장론'을 들고나왔을 때는 좀 미덥지 못한 감이 있었다.

 

이 책은 강연의 결과라고는 하지만,

문장론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책인 만큼,

이 책의 문장론을 읽으면 한국어의 문장을 쓰는 '구두점, 어휘 선택, 조사의 쓰임이나 활용, 문장의 구성이나 스토리의 조직' 같은 구성을 가지고 있으려나,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자기가 쓴 책 중 하나인 '자유의 무늬'에서 발췌한 문장들을 이렇게 저렇게 고치는 게 낫다는 설명으로 일관한다.

물론, 글쓰기에 단계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이오덕 선생님의 '우리글 바로쓰기' 같은 책을 보면,

정말 오랜 기간 '신문'이나 '잡지', '단행본' 등의 자료에서 잘못된 문장들을 스크랩해 두었던 노력이

오롯이 느껴지게 된다.

 

먼젓번 책,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에서 느꼈던 것처럼,

그의 능력을 충분히 뒷받침할 '시간과 자료'가 없어 많이 아쉽다.

 

이 책의 앞부분 80페이지를 읽는 동안은 참 행복했다.

참으로 다양한 교양의 향연을 맛보는 풍요로움에 남은 페이지들의 두툼한 300페이지가 든든했고,

2권까지 있다는 기대감에 흐뭇했는데, 2부부터 좀 실망이 컸다... --;

 

글쓰기 능력이라는 건 타고남의 부분이 굉장히 적은 것이다.

압도적으로 노력과 훈련의 결과다.(43)

 

굉장하다 : 아주 크고 훌륭하다... 글쓰기 책에서는 이런 오류를 보이면... 곤란하다.(굉장히...는 크다..와 어울리는 말)

 

수학이나 음악에 비하여,

인생의 궤적이 오롯이 담기는 글쓰기는 관록이 붙을수록 잘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그런 것을 이처럼 명쾌하게 잡아내서 용기를 주는 책도 드물다.

 

'중'보다는 '가운데'가 낫다든지,

지하철을 타다...보다는 지하철에 타다...가 나아 보인다든지, 하는 의견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그런 것은 뉘앙스의 차이이지 오류라고 보기는 힘들지 않나 싶다.

 

글쓰기를 위하여 교양을 쌓아야 하는데,

그는 너무 막연하다.

물론 글쓰기를 잘하려는 사람들은 책을 읽게 마련이지만,

 

좋은 책을 읽어야...

좋은 책을 고를 수 있는 힘은... 독서를 통해 키울 수밖에 없다.(374)

 

지나치게 평범한 제언이다.

 

글에서든 말에서든 정치적 올바름을 적당한 정도로 실천하는 미덕(362)

 

을 말하는 책이라면,

독서의 안내에 대해서도 좀더 친절할 수 있었을 것인데 아쉽다.

 

그의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것도 상대적인 것이다.

서울로 올라간다...라는 말이 시대적으로 적절하지 않더라도,

그가 과학적이라고 여기는 위도개념(363) 역시 상대적이다.

북쪽이 꼭 올라가는 것인지는 지구의 축이 기울어져 있음을 생각해 본다면, 꼭 올바른 것만도 아니다.

 

언어는 생명력이 강하다.

'일출'이나 '일몰'같은 어휘는 천동설 시대의 과학 상식으로 만든 말이지만,

'지구가 자전하여 해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임'이라고 말을 바꿀 수 없듯이 말이다.

 

그가 강의하면서 두 사람의 글을 손봐주는 부분도 나온다.

은각사나 청수사 같은 일본 절들은 '긴가쿠지'나 '기요미즈데라'라고 표기하는 경향이 있다.

같은 글의 '가디간'(417) 같은 단어는 '카디건'으로 고쳐주었어야 한다.

 

결정적으로,

한국어에서 경어를 제대로 써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그는 한국어 경어 체계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있지 않다.

 

합쇼체, 하오체, 하게체, 해라체...는 격식적 경어 체계이고,

해, 해요...는 비격식적 경어 체계인데,

그는 426쪽에서 '해요'를 '하오체'라고 설명하고 있다.

 

자기 글에서는 '정액이 분출되는' 것을 비유라고 써 놓고는,

비속어를 쓰는 일을 공식적인 글에서 삼가야 한다고 충고하는 일이라니...

책으로 펼쳐내는 일이 공식적인지, 개인적인 수필을 쓰는 일이 공식적인지... 너무 주관적이다.

 

이 책은 우리말로 글을 쓰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재미삼아 읽어볼 수 있는 책이다.

특히나 1부는 고종석 특유의 위트로 가득한 강연이어서 풍요로움을 느끼게 하는 좋은 책이다.

다만, 글쓰기 지도 부분은 재미삼아 읽는 게 좋겠다.

정말 '정확한 글쓰기'에 관심이 있다면,

이런 책 말고, 꼼꼼한 자료로 무장한 글쓰기 책을 내 주면 좋겠다.

 

정치가가 은퇴 후 복귀하고,

연예인이 은퇴 후 복귀하는 일은 흠도 아니다.

절필 후 다시 글을 쓰는 일은 그 글의 '질'이 문제이지, 자존심이나 신의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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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교위의 네모난 상자속에서..
처음 나와 만난 노란 병아리 얄리는
처음처럼 다시 조그만 상자속으로 들어가..
우리집 앞뜰에 묻혔다.
나는 어린 내눈에 처음 죽음을 보았던..
1974년의 봄을 아직 기억한다.

내가 아주 작을 때
나보다 더 작던 내 친구
내두손 위에서 노래를 부르면
작은 방을 가득 채웠지
품에 안으면 따뜻한 그 느낌
작은 심장이 두근두근 느껴졌었어

우리 함께 한 날은
그리 길게가지 못했지
어느날 얄리는 많이 아파
힘없이 누워만 있었지
슬픈 눈으로 날개짓 하더니
새벽무렵엔 차디차게 식어있었네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고 있을까
굿~바이 얄리 너의 조그만 무덤가엔
올해도 꽃은 피는지

눈물이 마를 무렵
희미하게 알수 있었지
나역시 세상에 머무르는 건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할 말을 알순 없었지만
어린 나에게 죽음을 가르쳐 주었네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 고 있을까
굿~바이 얄리 너의 조그만 무덤가엔
올해도 꽃은 피는지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 고 있을까
굿~바이 얄리 언젠가 다음 세상에도
내 친구로 태어나줘

 

 

http://youtu.be/PkPn-CkB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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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를 연주하는 소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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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게이고의 소설들을 읽노라면,

제일 첫페이지에서 잔인하고 무섭게 살인이 일어난다.

그래서 독자는 그 살인의 배후에서 벌어지는

모자이크같은 사건들에 몰입하기가 쉽다.

이런 것이 그의 소설이 가진 힘들 중 하나다.

 

여느 장르소설들이 인물들의 이름을 다 알기도 전까지

한 백여 페이지는 지루하게 흘러가기 십상인데,

히가시노게이고는 독자가 딴전을 부리지 못하게 만드는 마력을 가진 사나이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좀 다른 방향을 보여준다.

어쩜 베르나르베르베르처럼 자신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벋어나가는지를 실험하기라도 하는 듯...

 

게이고를 일컬어 수많은 서랍을 가진 작가라고 부른 사람도 있었듯이,

그의 관심 분야는 참으로 다양하다.

과학적인 분야에서도 '갈릴레오' 탐정을 기용할 정도로

물리학 교수를 영입하고 있으며,

스키같은 스포츠 분야에서도 발군의 관심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전작들과는 다른 방향의 재미있는 분야를 개척한다.

그의 소설이 현실 세계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개연성을 바탕으로한 것들이었다면,

이 소설은 환상 여행을 하게 한다.

 

어느 날, 초등학교 옥상에서 빛나는 무지갯빛 환상에 휩싸인 사람들은,

그 빛으로부터 마음의 위안을 받고 집중력을 높이며, 점점 중독성을 띠게 된다.

그러나 그 중독성은 꼭 부정적인 것만도 아니었는데...

그 광악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둘러싸고,

돈을 벌려는 자들과, 그들을 파괴하려는 자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광악을 통한 젊은 세대의 '아우라'는 어떠한 부정도 소쇄하게(기운이 맑고 깨끗하게) 정화할 수 있는 세력으로 등장한다.

이 소설의 마무리는 열린 구성이다.

악의 무리를 무찌르지도 않고,

주인공 편이 환상적 성공을 거두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희망으로 가득찬 아우라를 보여주며 소설은 맺는다.

 

박지원의 소설 '허생전'의 마무리가 허생이 사라지는 것으로 열려 있듯,

독자들이 <비현실적인 결말>을 상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기도 하고,

어쩌면 소설 자체가 <비현실 적임>을 인정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잔인한 살인사건과 그 해결,

이런 장르소설도 재미있지만,

마치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상상력을 따라 여행을 하는 듯,

새로운 이야기 속으로 빨려드는 재미를 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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