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내경, 인간의 몸을 읽다 - 중국 최고 석학 장치청 교수의 건강 고전 명강의 장치청의 중국 고전 강해
장치청 지음, 오수현 옮김, 정창현 감수 / 판미동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중국 최초의 의학 이론서, 황제내경.

 

요즘에야 노인들이 '너무 오래 살아서 걱정이야.' 이런 말들을 하는 세상이 되었지만,

수천 년 전에야, 아무리 잘 사는 권력자라고 해도,

하찮은 독감이나 이질에도 쓰러졌을 것이다.

 

차이나(China)의 어원이 되었을 정도로 강력한 통일국가 친(Chin)의 시황제 역시

영원불멸을 기원하기보다는 병들어 죽지 않을 약을 구하려 동쪽으로 사신을 보냈을 것이다.

궁궐을 쌓으면 질병이 넘나들지 못하도록 해자를 파서 물로 막으려 한들,

질병은 인간의 건강을 금세 짓밟았으리라.

 

그리하여, 양생의 비법을 개발하고, 기록하여 남기는 일은 중요한 일이었겠다.

 

이 책은 전통 양생문화의 재건과 대중화를 꾀하는 '중화인민공화국'에서 나온 책이니만큼,

황제내경이란 책의 본류를 본격적으로 공부하는 책은 아니다.

 

어찌 보면, 텔레비전의 건강 비타민~ 류의 지식 정도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중국의 전통 의학은 양의에 비하여 그 세력이 뒤지지 않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이 책이 중국에서 가지는 위력은 상당할 수도 있겠다.

중국의 공원에는 곳곳에서 태극권을 수련하는 사람들로 그득하니 말이다.

 

불치이병 치미병이라 하여,

이미 병든 것을 고치는 게 아니라, 아직 병들지 않은 것을 치유한다는 말,

곧 예방의학이 이 책의 핵심이다.

 

소문 81장에서는 인간의 체질과 인체의 본질에 대하여,

영추 81장에서는 생명의 중추 라는 '정기신'의 핵심인 경락과 침구에 대하여 다룬단다.

그런데 이 책은 '생명, 건강, 장수의 비결'을 외과적 처방보다는 사람의 내면에서 찾는다는 특징을 갖는다.

양생을 '내구'라고 하는 말인데, 곧 인체 내부에 '정,기,신'을 다룰 수 있는 기제가 내재되어 있다는 것.

 

법어음양 화어술수

자연계의 변화 법칙에 순응하여 살고,

정확한 술수(양생보건의 법칙)에 따라 건강을 유지하는 <조화>와 <상호 감응>의 관계를 살피는 책이다.

 

동의보감 같은 책을 이미 읽은 이라면,

쉽게 느낄 수 있는 지식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텔레비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건강 상식들이어서 읽기에 힘들지 않다.

 

다만, 모든 건강 상식 학습의 공통점.

지식보다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

 

이 책을 읽으며 출퇴근 하면서 '알리'의 '365일'을 들었는데,

새로운 경험을 했다.

보통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숨을 내보낼 때(호 呼) 조음기관을 울려서 나는 소리'를 듣는다고 여기는데,

호흡을 생각하다가 음악을 들으니,

가수가 숨을 들이쉬는(吸 흡) 소리까지 색색거리며 들리는 것이었다.

시디를 다시 돌려서 들어보니,

이제까지 듣던 소리와는 전혀 다른, 들이쉬며 내는 호흡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플루트를 불면, 복식호흡으로 폐에 숨을 모아놓는 일이 무척이나 중요하다.

적절한 곳에서 숨을 들이쉬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특히나 가늘고 길게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대목의 앞에서는

충분한 숨을 비축해 두어야 한다.

그래야 적절한 공기를 내보내서 아름다운 소리를 울려낼 수 있는 것인데,

가수의 호,흡 역시 '호'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흡'도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보통 3초에 한 번 호흡한다는데 6초에 한 번으로 늘리라는 제언도 좋다.

호흡을 천천히 하려면, 일단 마음에 여유를 가져야 하는 것.

 

음식 양생의 5원칙, 잡소담온기...도 들어둘 법 하다.

골고루(잡곡) 먹고, 소식하며 자주 먹고, 담백하게 먹고, 따뜻하게 먹고, 기피해야할 것은 먹지 않는다.

 

양생은 생활태도이자 생활방식이며 생활 습관이다.(292)

 

이 책은 황제내경에서 시작하지만, 그리고 경락도 설명하고는 있지만,

정말 콕, 찍어서 가르친다.

 

커다란 조화의 물결을 따라 기뻐하지도 두려워하지도 말게나.

끝내야 할 곳에서는 끝내 버리고 다시는 홀로 고민하지 마시게.(277)

 

건강과 양생의 가장 기본 바탕은 '스트레스 받지 않는 삶'이다.

그러나, 세상의 물결이 어찌 스트레스를 주지 않을 것인가.

조금만 물결져도 그늘이 생기는 것이 물의 원리거늘...

끝내야 할 곳에서는 끝내 버리라는 말이 신선하다.

강을 건너지 못해 주저하는 아가씨를 업고 건네준 큰스님께,

어찌 아가씨를 업을 수 있냐고 따지는 동자승에게 큰스님은

나는 아까 아가씨를 내려 놓았는데, 너는 아직도 못 내려 놓았느냐~?

하고 되물었듯,

우리는 끝내야 할 곳에서 끝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버리지 못해 마침내 스트레스를 받는다.

 

인간의 몸을 다스리는 책이 봇물처럼 쏟아진다.

병원을 가지 마라는둥, 약을 먹지 마라는둥,

아픈 사람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휩쓸리기 십상이다.

허나, 이 책의 저자는 설명과 함께 잊지 않는 가르침을 준다.

 

무엇보다 심계항진, 가슴답답함, 심장혈관, 뇌혈관 질환증세가 나타날 때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274)

 

동양 의학에서 가장 본질적인 목표는 '양과 음의 조화를 이루어 중화'의 상태에 이르는 것이다.

음양화평지인이 되기 위해 이런 책은

일반인들에게도 손쉽게 읽도록 더 많이 나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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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드롭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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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주인공 밥은 외롭다.

한 덩치 하는 그지만, 사촌 마브의 펍에서 바텐더를 하고 있다.

영화로 만들어진 뒤 쓰여진 소설이라 그런지, 소설로서 응집력이 다소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영상으로 보여지기 전,

독자의 머릿속 화면에 상상하도록 묘사해야할 책임이 있는 작가의 마음가짐과,

영상으로 보여주는 영화를 염두에 둔 시놉시스와 콘티를 짜는 작가의 마음가짐은 전혀 다를 터이다.

 

고독한 괴짜 바텐더 밥.

썩 괜찮은 사내 밥.

거리 눈을 치우거나 술을 사는 것만 봐도 그 정도는 알 수 있으나,

지나치게 내성적인 탓에 대개는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사람들도 결국 대화를 포기하고 공손히 고개를 끄덕인 뒤 다른 사람을 찾았다.

밥도 사람들이 어떻게 말하는지 알지만 그렇다고 원망은 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자신을 객관화하고 사람들이 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는 능력이 있다.(21)

 

그런 그에게 '나디아'라는 여성 친구와 버려진 개 한마리가 남겨진다.

 

누구나 상대한테 애기하고 싶어해요.

뭐든 자기 얘기를 하고 또 하고, 하고 또 하는 거죠.

하지만 정작 자신의 정체를 보여줄 때가 되면, 찔끔 움츠리고 말아요.

실제로는 아무것도 없거든요. 그러니까 더 많이 떠들어 위장하는 겁니다.

해명이 불가능한 일을 해명하려는 거예요.

그 다음엔 다른 사람에 대해 심하게 떠들어 대죠. (139)

 

고독한 밥이지만, 나디아 앞에서는 말문이 트여, 오히려 다변이 된다.

그래. 사람은 누구나 고독한 법이다.

그렇지만 자신의 본모습을 알아주는 사람 앞에서라야 마음이 활짝 열리는 것이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떠들어대는 것은 허세에 불과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친구를 찾고, 소셜네트워크에 접속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어쩌면 더 냉랭한 현실 인식뿐일지도 모른다.

 

버려진 개 '로코'라는 이름이 개들의 수호성인이자, 약사, 미혼남, 누명을 쓴 사람들도 지켜준단다.

로코라는 이름으로도 다양한 함의를 느낄 수 있는 장치를 해 둔 셈.

 

버려진 존재만큼이나 미혼남과 누명을 쓴 사람도 외로울 것이다.

약사는?

그들 역시 고독하게 손님을 기다리는 직업일지도 모르겠다.

 

그가 웃었다. 진짜 웃음. 이렇게 웃어본 지가 얼마였던가.

침묵도 아름다웠다.(168)

 

진짜 친구는 떠들썩할 필요가 없는 사이다.

고독한 사람도 웃을 수 있다면, 그런 친구는 참 좋은 친구다.

 

이 소설은 밥의 술집에 얽힌 폭력 조직의 충돌과 자금줄의 연관성이 핵심 줄거리지만,

나는 그 줄거리보다는 밥의 성격과 나디아, 개 로코에 눈길이 갔다.

나도 밥하고 비슷하다고 여겨져서일까?

 

암울했던 시절,

신념과 희망을 잃고, 밤이면 침대에서 절망과 춤을 추고 씨름을 했다.

그때는 소행성을 스치고 지날 때의 우주선 열차단막처럼 마음이 산산조각 나 있었다.

영혼의 조각들이 공중제비를 돌며 우주 저 멀리 날아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아니, 돌아왔다.

정신도 대부분 옛날로 돌아왔다.(202)

 

성당은 나가지만 영성체를 하지 않는 행위를 통하여,

신조차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던 주인공에게,

세상에 대한 불신을 심어준 것도 인간이지만,

우주 저 멀리로 날아가 버린 영혼의 조각들,

산산조각 난 마음을 되찾아 온 것은 역시 인간이었다.

 

당신이 보는 건, 당신과 비슷한 일부뿐이야.

내 최고의 매력이 아니라. 미안.

하지만 그 사람? 그 사람은 달라.

나를 볼 때면 늘 최고의 나를 찾아내거든.

그게 뭐겠어? 바로 사랑이야.(219)

 

리사 롬지 형사의 이 말도 맥락은 같다.

자기 스스로도 자신의 매력을 제대로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여느 사람들은 '최고의 매력'을 발견해 칭찬해주지 못한다.

사랑만이,

자신이 가진 '최고의 매력'을 발견할 줄 안단다.

 

스펙터클도 스릴러도 뭔가 몰입하기 힘들었지만,

인간을 탐구하는 구절들에서 뭔가 끈끈한 유대를 느끼며 읽은 책.

 

 

 

 

 

64. 두 손 두 발을 다 꿇었다...는 번역이 틀렸다.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정도로 고쳐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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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5-02-09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재미있게 봤는데, 책도 읽고 싶네요 ㅎㅎ 영화 속 밥 은근 멋있더라구요^^

글샘 2015-02-10 22:12   좋아요 0 | URL
그쵸~ 근데 아무래도 상상속의 밥이 더 멋있을 듯 싶네요. ^^
 
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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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새벽,

용산에서 망루가 불타는 영상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불쑥 중얼거렸던 것을 기억한다.

저건 광주잖아.

(에필로그, 207)

 

광주, 사태의 시작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구속으로 시작되었고,

작금의 국가 파탄 사태의 시작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망으로 시작되었다.

 

한때, '광주 민주화 항쟁' 같은 명명이 된 적도 있으나, 용산이나  광주는 아직도 '사태'다.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지 말하지 못하고, 알리지 않는다.

 

이 책은 한창훈의 '꽃의 나라'에 비하면 형상화에 그닥 성공하고 있지 못하다.

그리고 길고긴 에필로그가 보여주듯,

한강이란 작가가 매달린 '광주의 뒷모습'에 대한 천착의 결과인 <증언 문학>임을 감안해야 한다.

 

패배할 것을 알면서 왜 남았느냐는 질문에

살아남은 증언자들은 모두 비슷하게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들이 희생자라고 생각했던 것은 내 오해였다.

그들은 희생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 남았다.(213)

 

이런 말이 이 소설의 창작 배경을 보여준다.

 

박정희의 딸이 '정치 없는 통치'를 한 지 2년이 넘었다.

그동안 '공약'은 모두 폐기되었고, 20%를 '지지도'라고 떠들며(아니, 60% 이상이 반대하면 탄핵해야지, 그게 지지인가?)

친일파나 공안파들이 정관계의 요직에 스물스물 벌레처럼 득시글거린다.

 

이 소설은 소설이라기보다 '르포'다.

르포 사이사이에 등장인물의 이야기를 빗대어 '증언'이 나오니까...

 

오월이면 봄이어야 하는데

거리는 십일월 어느날처럼 춥고 황량했다.

무섭도록 고요했다.(204)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오랜만에 외출.

서울 거리느 며칠 전의 꿈속처럼 황량하고 차가웠다.

예식장의 샹들리에는 화려했다.

사람들은 화사하고 태연하고 낯설어 보였다.

믿을 수 없었다.

사람이 얼마나 많이 죽었는데.

평론을 쓰는 한 선배는 나에게 왜 소설집을 보내주지 않느냐며 웃으면서 항의했다.

믿을 수 없었다.

사람이 얼마나 많이 죽었는데.(205)

 

광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용산,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천안함, 도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세월호, 의 눈물은 아직도 줄줄 흐른다.

 

믿을 수 없다.

사람이 얼마나 많이 죽었는데...

 

이성복이 시 '그날'에서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는 세상이 이런 세상이다.

 

소년은 영혼이 되었다.

그리고 세상을 내려다 본다.

켜켜이 쌓인 자신의 시신을,

군인의 병장기에 도륙된 소녀의 시신을...

 

그리고, 세상은 다시 병들었다.

양심의 금속성이, 쟁그랑 소리를 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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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하게 살기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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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타니 겐지로가 40대에 쓴 글들을 모은 것.

1970년대라면 아직 컴퓨터가 보급되진 않았을 터이니, 손으로 원고를 쓰던 시절이었을 터이다.

시골로 가서 육신을 움직여 일하며 살때여서 재미있는 글들이 많다.

 

맷돌에는 소박하지만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조형미가 있다.

옛사람들의 미의식이 존경스러울 따름(39)

 

생활 속에서 묻어나오는 글이다.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올 때면 꽤 긴장이 된다.

율모기나 구렁이가 아무 예고도 없이 남의 집 현관 앞에 달구경을 나와 있기 때문이다.

재빨리 판단해서 독사가 아니면 놀라게 하거나 위협하지 않는다.(42)

 

참 상냥하다. ^^

자연을 바라보는 상냥한 시선.

하이타니 선생님이 특히 좋은 것은, 어린이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그런 관점은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다. 고생과 통찰의 소산이다.

 

나는 청춘 시절을 밑바닥 노동자로 살았던 경험이 있어서 육체노동은 참고 견디는 일임을 잘 알고 있다.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듯 할 때까지 자신의 육체를 괴롭힌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오감이 깨어난다.

인생을 되돌아보면, 내가 나라는 인간에 대해 가장 깊이 생각했던 것은 그시절이었다.(69)

 

농사를 지어 보면 세상이 달리 보인다.

 

아무 것도 모르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아는 것이 낫다.

농산물 값이 너무 싸다는 것. 농민들은 바라지 않는데도 농업 자체가 너무나 투기적이라는 사실...(57)

일본은 국토가 좁아도 잘만 궁리하면 충분히 자급자족할 수 있지만,

농지를 갈아 엎고 공해물질을 내뿜는 공업을 발달시켜 외국에서 사들인 원료를 가공하여 수출한다.

그리고 거기서 벌어들인 돈으로 모자라는 식량을 외국에서 비싼 값에 사들인다.

그래야만 부자는 돈을 벌 수 있고 정치가는 뇌물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72)

 

현상을 바라보지 않고 본질을 꿰뚫는 통찰이 날카롭다.

한국에서 '잘 살아 보세'의 보이지 않는 주어는 바로 <부자들>이었던 셈이다.

가난한 백성들은 주어도 모르고 자기들이 잘 살게 될 줄 알고 허리 부러지도록 일한 것일 뿐.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참 부드럽고 다사롭다.

 

가정에서 인간적인 교류가 일어나면 어린이의 안테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즉각 반응한다.

 

아빠가/ 늦게 와서/ 엄마가 화가 나서/ 집에 있는 문을/ 모두 잠가버렸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보니까/ 아빠는 자고 있었습니다.(107)

 

초등학교 1학년의 눈은 이렇다.

 

그 시대를 읽게 되면서, 어제 읽은 '한강'의 '소년이 온다'가 등장했다. 가슴이 먹먹하다.

 

레이건과 전두환 사이에 오고간, 인권보다 안보가 원이라는 성명을 읽는 것으 무척 고통스러운 일이다.

한 나라에서 어린 학생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수천 명이 자기 나라 군인들한테 희생되어 피를 흘려가며 쓰러져 죽어가는데

나만, 우리 식구만 무사하면 된다는 말입니까.

라고 광주사태에 항의하고 분신자살을 한 젊은 노동자 김종태 씨의 숭고한 민족애는...(113)

 

그가 어느 료칸에 머물면서 느낀 감정은 황홀하다.

 

사람은햇살이 다사로이 비치는 양지에 있으면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거나 슬픔이나 고민을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게 된다.(124)

 

료칸에서 행복했던 시간을 회상하며 남긴 글이다.

 

고작 교사와 제자 사이에 지나치게 친한 척하는 사람이 나는 감당이 안 된다.

둘 사이에 인생을 엄격하게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맺어진 우정이 없다면 그 인간관계는 메마른 관계라고 생각한다.(160)

 

<인생을 엄격하게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맺어진 우정>이라...

그래. '일베'하는 녀석을 제자라고 친한 척하는 일은 고통스러 일이리라.

우정이 없다면 아무 것도 아닌 관계다.

 

아이들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깊이 있는 삶을 살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일,

생명이 살아가는 일이 가혹하다는 것을,

인간의 고통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을,

그래서 인간에게는 상냥함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배우고 있다...

절망과 맞부딪쳐 이겨내기 않고서는 진정한 상냥함을 지닐 수 없다.(201)

 

진정한 상냥함은, 고통에서 배우는 것이고,

상냥함과 배려는 인간의 본성에 가까운 것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선생님 신부 예뻐요?/ 상냥해요?/ 뚱뚱해요?/ 점점 무서워질 거예요./ 신부가 무서워져도/ 선생님은 상냥해야 돼요.

(초등 3, 결혼, 209)

 

열 살짜리 생각치고는 통찰력이 대단.

 

아이들이 이해하느냐 못 하느냐가 문제가 아니다.

아이들을 진심으로 대하느냐 아니냐가 문제다.(215)

 

진심은 통한다. 세상이 각박해지는 만큼, 소통의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하겠지만,

상냥한 진심으로 소통하기 위해 애쓴다면, 시대를 탓할 필요 없는 관계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보이지 않던 아이가 보인다는 것은 분명 하나의 세계를 발견했다는 뜻이며,

그 세계를 바라보는 나의 가치관이 달라졌다는 뜻.(250)

 

인간은 양지에서만 성장하지 않는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더욱 아름다운 인간이고자 하는 정신을 지닌 인간이 용기를 준다.(264)

 

그는 문학의 힘을 이렇게 말한다.

 

상상력이 사실을 뛰어넘을 때가 있다.

그것은 인간의 상상력이 영혼 그 자체이기 때문이리라.(326)

 

허구적인 문학이 필요한 것은,

현실에 기반하여 영혼을 통찰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잡다한 잡문집이지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주는 책이다.

교육에 대하여, 어린아이들에 대하여...

초등학교 선생님이나, 학부모라면 재미를 떠나 곰곰 배우는 자세로 읽을 필요가 있는 책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어른, 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아이들은 배우지 않는다.

가르치려는 의도 없이 진심으로 다가가면, 아이들은 상처받지 않으면서 성장한다.

'유리 가면'의 마야가 가진 가능성을 짓밟지 않는 어른이 되기를 소망했던,

다시 2월이다.

 

새학년도에는 다시 새로운 아이들을 만날 터인데,

아이들과의 만남을 '피곤한 일터'로만 여기고 있지나 않은지,

자라나는 아이들을 '골치아픈 말썽쟁이들'로만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상냥하게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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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투스의 심장 - 완전범죄 살인릴레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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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투스는 로봇 이름이다.

어려서부터 불행한 가정에서 자란 주인공 다쿠야는

로봇 전문가가 된다.

그러나 그 심장까지도 기계적 인간이 되어버리고,

높은 곳으로 오르기 위한 일념에 모든 부수적인 것은 무시한다.

 

인간은 평등하지 않아.

태어날 때부터 계층이 나뉘어져 있고,

자신은 가장 밑바닥에 있었다.

그런 인간이 가장 높은 곳에 오르려 하고 있었다.

그를 위해선 사람도 죽일 수 있다.

 

알리바이를 조작하기 위하여 릴레이 살인을 계획하지만,

뜻밖의 사체는 공범 중 하나.

여기부터 이야기는 미궁으로 흘러들어가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아주 인간적인 심장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

 

스릴러를 다 읽고 났는데,

불평등이 심화되는 사회에 살고 있는 일원으로서,

미래가 두렵다.

 

외국의 경제 전문가가 경고할 정도로 불평등이 남녀, 노소, 다문화 사이에 벌어지는 현실에서,

사람도 죽일 수 있다...는 사람이 증가할까 두렵다.

 

 

립튼 IMF 수석부총재 한국, 소득 불평등 심화재분배 정책 펼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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