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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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읽으면서,

우와, 요나스 요나손... 이 작가 완전 '웃음 폭탄'의 탄생인걸~!

이러면서 기대 만발...의 심정으로 읽어갔다.

이 사람, 뭔가 소설에 대해서 아는걸~ 이런 느낌...

 

무엇보다, 독자를 쉬지 않고 흡입하고 만드는 진공 청소기로서의 말빨이 끝내준다.

100세 노인이 시설에서 생일 파티를 앞두고 창문으로 탈출한다니...

그런 노인이 겨우 걸어서 도착한 터미널에서 덩치로부터 트렁크를 탈취하고,

친구를 만들고, 위기에 빠지지만, 아주 우스운 경위로 위기에서 벗어난다.

 

이런 이야기라면 정말 배꼽을 주워담으며 읽을 준비가 되었을 무렵,

좀 황당한 세계사로 독자를 몰아 간다.

백 세 노인인 만큼, 그가 살아왔던 지난 100년은 그야마로 인류 역사의 <혁명기> 였던 셈.

전쟁에서 천만이 넘게 죽고,

세계를 비행기로 날아다니고, 그게 부족해 우주선을 만들고, 핵무기를 쏘아댄 현대.

인류가 살아온 백만년에 비하면, 지난 백 년의 의미는 굉장하다.

 

굉장히 멋지게 변화한 듯 싶기도 하지만,

굉장한 두려움 또한 내포한 폭력적인 시대였던 것.

 

이 영감님이 폭약을 만지는 것 역시 <폭력적 시대>에 대한 비유인 듯도 싶지만,

유쾌한 이야기 사이사이 세계사 이야기는 유쾌함을 반감시키고, 절감시키고, 삭감시키다 못해,

백세 노인의 과거를 듣다가 독자도 백 세 노인이 되는 거 아닌가 몰러~ 할 정도로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굉장한 극찬을 받았다는데,

난 글쎄~다.

아마도, 세계사의 백년에 버금가는 오십 년을 살아온 이력때문이 아닐까?

 

그래.

산다는 일은... 아픈 무릎을 끌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그것이다.

그리고... 이 노인에게서 배울 점은,

가만 앉아서 죽음을 맞아들일게 아니라, 창문 넘어 도망치듯

유쾌한 오늘의 삶을 위해 분투할 일이다.

과거의 어떤 영화도 되돌아봤댔자...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일 뿐이니...

 

세상만사는 그 자체일 뿐이고,

앞으로도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자체일 뿐이다.(47)

 

작가의 인생관이다.

미래를 위한 투자나 회고에는 의미를 크게 두지 않는다.

일어날 일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갈 뿐.

 

이제는 인생이 지겨워졌다.

왜냐하면 인생이 그를 지겨워하고 있는 것 같았으므로.

그리고 그는 남이 싫다는데 굳이 자신을 강요하는 타입은 아니었다.(494)

 

이것이 백 세 생일을 맞는 노인의 자세였다.

인생이 자신을 지겨워하기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일을 맞을 준비가 된 백 세 노인...

나도 지난 오십 년과 상관없이 남은 오십 년은 지겹지 않게 살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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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5-02-16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은 오십년을 저도 지겹지않게 살 준비 할래요. 정년 연장 안되길 바랄뿐입니다^^

글샘 2015-02-20 00:26   좋아요 0 | URL
백세 영감이 된다면... 50년 남았단 이야기죠. 백세까지 살고 싶진 않구요. ㅋ
병치레나 하지 않으면서 살다 갔으면... 싶네요.
 
나의 한국현대사 - 1959-2014, 55년의 기록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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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게 인생인 거지

매일매일 똑같이 흘러가는 날들을

매일매일 의미 있게 만들어 가는 것.(가족끼리 왜 이래, 대사 중)

 

연속극의 한 구절인데,

유시민의 '현대사'를 읽으면서 든 느낌도 그런 것이었다.

 

요즘 한창 이슈 몰이중인 '불량 완구'에 얽힌 문제 역시,

부정 축재, 부동산 투기와 군대 기피, 권력에 편승...하는 사람들의 매일매일에 속한 삶들이었으므로,

총리가 되고 아니고를 떠나, 그 사람의 인생에 그만큼 부정적 요소가 작용해서 지금을 만든 것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표지에 스스로를 '프티 부르주아 리버럴'이라고 칭하며, 내용은 '위험한 현대사'라고 하였다.

그래. 유시민 정도 되면 중산층이라 일컬을 만도 하고, 자유주의자라는 말도 수긍이 간다.

그렇지만, 위험한 현대사라는 것은 가치 중립적이지 않아서 동의하기 어렵다.

 

하긴, 한국의 현대사는 <위험>하다.

그래서 이명박이 대통령기간에 <한국 근,현대사>라는 과목을 없애기 위해 애를 썼던 것이다.

 

유시민이 태어난 1959년부터 오늘날까지,

역사에서 기록할 만한 일들의 '의미'를 짚어보는 책이 이 책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시간 순서대로 기록된 '통사'라기보다는

현대사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비교사'의 입장이 더 강하다.

 

전쟁 이후 정말 못입고 못먹던 1950년대와 배부른 소리로 일관하는 현대의 비교.

1970년대 산업 역군으로서 가난하면서도 '너희는 산업 역군이야, 잘 살아 보세' 하던 허위의식의 시대와

2000년대 막강한 경제력을 자랑하는 나라이면서도 또한 청소년 불행지수 최상위인 시대의 비교.

세월호의 원혼이 잠들기도 전에 '어묵' 비하 같은 인종과 같이 살아야 하는 현실이 되어버린 이유 등에 대한 고찰.

이런 것들이 비교적 객관적인 시선으로 기록되고 있다.

 

서중석의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는 많은 글자보다 정확한 사료를 제공하는 좋은 책이다.

그와 비하면, 유시민의 이 책은 그 사료들을 나름대로 소화하여 들려주는 이야기에 가깝다.

그리고 한때 정치의 일선에서 의료와 복지 계통관련 공부도 했던 사람이라, 국가의 미래에 대한 제언 역시 의미 있다.

 

역사가 중요하다고 떠드는 넘들은 한결같이 수구꼴통들이다.

그러면서 그넘들은 역사를 중립적이거나 진보적으로 기술하기보다는

객관적이라는 미명하에 날조하고 획책하려 든다.

자기들의 입장에 유리하도록 해놓고 열심히 주입하려는 넘들이다.

 

그러기에 이런 역사 인식에 대한 책들은 역사 객관에 대한 책들보다 유의미하다.

한국에서 객관적 역사책도 얼마 되지 않을 뿐더러,

사료들을 읽는다 해도 의미를 찾기 힘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익을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 행동을

경제학 전문용어로 도덕적 해이라 한다.(157)

 

한국 경제의 딜레마인 재벌 조직의 문제점을 잘 짚고 있다.

쉽게 읽을 수 있는 교양서이면서 전문용어도 배울 수 있는 점은 이 책의 장점이다.

 

지구촌 문명국가들 가운데 우리와 같은 주민등록제도를 가진 나라는 거의 없다.

주민등록번호는 대한민국의 진화과정에 병영국가 시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화석이라 할 수 있다.(320)

 

이런 날카로운 지적들이 지식인이 할 일이다.

이제 오십이 훨씬 넘은 그가 돌아본 인생,

한국의 현대사는 그야말로 '질곡(수갑과 족쇄)'의 종합선물세트였다.

그가 돌아보며

"그래, 그게 인생인 거지..."

한 마디 한 것이 이 책이다.

그가 더 행복한 기분으로 이런 책을 십 년 뒤에 내 줄 수 있다면 좋겠다.

아니면, <뒤돌아 보며>나 <강철 군화>처럼 상상 소설을 써주는 일도 좋겠다.

 

 

이런 유의미한 책이지만 몇 가지 불만이 있어 토를 달고자 한다.

 

우선, 경제 지표를 설명하는 자료에서 '1인당국민소득'과 '국민총생산'이라는 개념이 뒤섞여 쓰인다.

'1인당국민소득'을 GDP라고 쓰기도 하고(46쪽), 명목소득, 국민총생산 등과 기준없이 쓰는 경향이 있다.

소득의 증가 비율을 설명하려는 의도는 이해가 가지만, 명색이 경제학 전공이라는 사람이 그러면 안 된다.

 

둘째, '욕망'과 '욕구'를 뒤섞어 쓰는 것도 잘못이다.

매슬로의 이론은 '욕구 이론'이다.

굳이 라깡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매슬로의 '욕구 위계설'을 '욕망'으로 치환하는 것은 곤란하다.

 

라캉은 욕구, 요구, 욕망을 설명하면서,

욕구(need)생물학적 욕구

요구(demand)사랑의 요구,

욕망(desire)타자의 욕망으로 규정한다. 

 

그가 객관적 서술을 하고 싶어하는 욕망을 품고 있다는 것은 책 전반에서 읽을 수 있으나,

다음 구절에는 동의할 수 없다.

 

한국전쟁 이후 대한민국은

권위와 힘을 가진 지배층이 존재하지 않는 '그라운드 제로' 사회였다.(60)

 

이 말은 한편 옳고 상당히 그르다.

한편 옳다는 것은 이전의 '왕조'와 '양반'의 봉건 사회가 회복되지는 않았다는 면에서 그렇다.

상당히 그른 것은, 이전의 양반과 친일 부역자들의 힘이 그대로,

하나도 삭감되지 않고(이것을 제로라고 한다면 그러하다.) 유지된 것이 대한민국이란 나라다.

그라운드 제로였다면 가난한 사람들은 게을러서 그렇다는 것이고,

잘 사는 사람들은 부지런했고 창의성이 있었다는 긍정적 표현이다.

이것은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여기는 뉴라이트의 주장에 근접하다.

 

헌법 전문에 분명히 밝힌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하는 '그라운드 제로' 운운은

해방 이전과 분단 이전의 분투에 대하여 부정하는 입장인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승만을 지칭할 때 '박사'라는 호칭을 뒤섞어 쓴다. 이것은 지독한 편파다.

이명박이야말로 이름과 걸맞는 지독한 '명(예) 박(사)' 아니던가?

그냥 이승만이거나, 대통령이라고 불러야 한다. 박사는 개나 물어가야 할 호칭이다.

 

 

이 책을 쓰는 동안

담배도 많이 피웠을 것이고,

눈물도 많이 흘렸을 것이다.

마음이 저려 잠 못이룬 밤도 많을 것이고,

책을 쓴다는 일에 회의를 느껴 흐느낀 밤도 숱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책은 소중하다.

한국 현대사에 소중한 작업 하나를 더 얹어주어 고맙다.

그는 이렇게 대중 작가, 인기 작가로 더 어울린다.

또 세상이 흐르면 정치판에 흘러들는지도 모르지만,

차근차근 공력을 쌓아 더 좋은 책을 보여주길 바란다.

아직까지 그의 최고의 책은 <거꾸로 읽는 세계사>가 아닐까?

 

한홍구 같은 이에게 <거꾸로 읽는 한국사>는 맡겨두고,

<한국 현대사 산책> 시리즈 같은 작업일랑은 강준만에게 맡겨두고,

그는 그야말로 <역사 노변 정담> 같은 이야기들을 엮어 들려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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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라이트 마일 밀리언셀러 클럽 85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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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인 문라이트 마일은 '롤링스톤즈'의 노래 가사에 나오는 말이라고 한다.

 

I am just living to be lying by your side

But I'm just about a moonlight mile on down the road...

난 오직 네 곁에 있기 위해 살지,

하지만 난 그냥 달빛 거리를 방황하네...

 

삶은 목적이 없다.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사노라면... 뭔가를 위해서 살게 된다.

재미있는 일을 하며 산다는 것은,

보람을 느끼며 자기 일을 천직으로 여긴다는 것은,

일을 하는 동안 가끔 느낄 수도 있는 감정일 듯.

 

네 곁에 누워있고만 싶은데, 그렇게 한순간 한순간 의미있는 삶을 살고 싶은데...

이런 감정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미생'으로서 회포를 발할 때가 있는 법.

 

내가 받은 축복이 불행보다 크다는 깨달음.(390)

 

그래, 어쩌면, 절대적으로 한쪽만을 절대선으로 여기는 착각에서 오는 회의인지도 모르겠다.

상대적으로 불행이 조금 더 크다고 여겨질 때, 나는 불행하다..고 칭얼대는 건지도.

 

아이들과 상담을 하노라면,

간혹 나보다 훨씬 짙은 감정의 골짜기를 통과하고 있는 아이를 만날 때가 있다.

어른들이 경험한 세상을 일반화할 수 없는 것인데,

아이들은 대체로 순수하거나 어리석거나 무지할 것이라고 여기고 충고를 늘어놓는 상담이 되기 쉽다.

 

아저씨가 무슨 자격으로 내 집이 어디인지 결정하죠?

납치당했을 때 내가 무얼 기억하는지 알아요?

그 7개월동안 난 초조하지도 불안하지도 않았어요.

이유가 뭔지 알아요?

엄마라는 여자가 한 번도 청소를 하지 않아 사방에 바퀴벌레와 박테리아가 꿈틀거리고

씽크대에 곰팡이가 슬어가던 집을 떠나 마음이 편했기 때문이죠.

저녁을 먹고 나면, 내게 잠옷을 입히고, 난롯가에 앉히고 정각 일곱시부터 책도 읽어 주셨어요.(330)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만든다.

월가가 흔들거리는 미국 역시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빠지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을 반영하듯,

주인공은 정규직에 대한 욕구가 커진다.

그때 또 일거리가 들어오는데, 하필이면... 그 어린아이...

 

가치를 부여하는 건 역사야.

아니면 누군가가 그냥 가치있다고 결정해 버리거나. 황금처럼.(327)

 

보통 부모와 자식간의 가치는 절대적인 듯 하지만,

그 가치 역사에 의해 부여되거나, 그냥 결정해버리는 것이기 쉽다.

이 소설을 읽노라면, 어른으로서 점점 꼰대가 되어가는

가치의 잣대를 내안에 품고 애들을 재고 있는 나를 반성하게 한다.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한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다.

다만 어느 날 깨어보면

도로 이정표가 모두 사라지고 내비게이션 시스템도 오작동을 일으키는 것이다.

자동차엔 연료가 떨어지고

거실엔 가구가 없으며 우리 옆 침대의 흔적도 깨끗하게 지워지고 만다.(258)

 

어른들은 이런 일이 있으면 술을 마시거나 약물에 중독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어떨까?

세상은 논리적으로 이해되는 것이 아니다.

그럴 때, 이해하려고 애쓰는 자세 자체가 무의미할 수도 있다.

 

말이 없고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사는 아이를 보면,

여느 아이처럼 시험에 초조해하고 불안하게 살지 않고

뭔 생각인지 말이 없는 아이를 보면,

어른들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고 답답해 한다.

나도 그렇다.

그렇지만, 인간이 무얼 이해할 수 있을까?

다들 지금 왜 여기서 살고 있는지 모르는 존재들이면서...

 

의사가 사람 구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결국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매상 문제입니다.

재화와 용역을 예로 들어 최저가에 얼마나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겠습니까.

환자들을 처방하고 내쫓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더 비싼 치료로 유혹하고...(184)

 

하느님께서 내가 주신 일을 '소명(召命)'이라고 한다.

프로테스탄트 윤리를 확립하던 근대 자본주의 시대에

하느님께서 주신 내 일을 열심히 하면 복받는다고 가르쳤단다.

 

그렇게 순진하게 기도하면 되던 시대는 지났다.

소명은 언제나 방황의 길 곁에 놓여 있다.

 

아이가 납치를 당하고,

사설 탐정은 사건을 해결하는 단순한 추리물이 아니다.

데니스 루헤인이 멋진 것은,

픽션 속에 인간이 겪게 되는 정념의 고독을 싸~하게 느낄 수 있는 플롯을 짤 줄 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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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사소한 구원 - 70대 노교수와 30대 청춘이 주고받은 서른두 통의 편지
라종일.김현진 지음 / 알마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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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기형적인 근대를 통과하면서 현재의 모습이 된 것인데,

그 중에서 '교수'라는 직업은 좀 과대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부제가 '70대 노교수와 30대 청춘이 주고받은 32통의 편지'라고 붙어 있는데,

다 읽어본 소감으로는... 글쎄, 이걸 책으로 묶을 만한 것인지... 이다.

 

김현진의 편지가 많이 부족한 것은,

그의 고민이 날것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독자를 염두에 두었다면 그러면 안 되는 것이다.

김현진이 고민을 하고, 라종일이 답변을 해주는 형식인데,

김현진의 고민이 어설프다.

 

나는 그가 글을 좀 쓰는 줄 알았는데,

이 책에서는 둘 사이에 오고간 맥락이 쏙 빠지고 멜만 턱하니 나오니 그의 글이 힘이 쏘옥~ 빠진다.

진지한 고민이라기보다는 징징대는 소리로 들린다.

나는 '나를 안아줘잉~~ '하는 어리광 섞인 징징댐을 싫어한다.

그러니 한탄의 배경이 되는 고민을 좀 탄탄하게 맥락을 잡았더라면 더 좋았지 않았나 싶다.

 

내가 겪었던 구체적인 사건들이 무엇인지는 여기에 자세히 적지 않겠다.

당신은 당신의 고통을 대입하기만 하면 어찌 되었든 옳은 방정식이 될 것이다.(8)

 

이런 것이 힘빠진 책이 되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고민과 상담이 책으로 나오려면 좀더 철저했어야 한다.

그리고, 모든 변수가 대입되어 성립되는 식은 <방정식>이 아니다.

<방정식>은 특수한 변수일 때만 성립되는 식이다.

그러니, 이 책은 '김현진'이라는 변수가 해결책을 모색한 '방정식'인데,

'모든 변수' 엑스에 대하여 해결하는 <항등식>으로 오해한 것이 또 하나의 실수 내지 오류다.

이 책은 결코, 항등식으로 기능할 수 없다.

 

김현진은 얼굴도 이쁘고, 글도 잘 쓰고,

한예종(예술계의 서울대 아닌가?) 출신이다.

그런데 외모나 성형에 대해서도 징징댄다.

고민이 많은 듯 하면서 알콜중독에 대해서도 징징댄다.

자살까지 운운한다.

그가 고민이 없었다기보다는, 그 고민이 책에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으니 책이 힘이 없다는 것이다.

 

라종일은 서울대 출신에 영국 정치학 박사, 70년대 경희대 교수, 김대중 대통령 시대에 인수위, 국정원, 비서실, 주영 주일대사, 우석대 총장, 한양대 석좌교수... 라는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 책에는 한국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와 종교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라종일은 그의 삶이 겪어온 길이 보여주듯, 권력자의 편에 가까운 철학을 가지게 되어 있다.

언제나 밑바닥에서 짓밟히고 인간으로서의 본질을 훼손당하며 살아온 '기층 민중'의 아픔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 언술들로는,

전혀 위로가 되지 못한다.

 

한국은 조선의 '봉건 사회(양반, 쌍놈의 계급 사회)'가 그대로 유지된 채 식민지가 되고, 전쟁을 겪었다.

서류상으로는 '만인의 평등'이 헌법에 기록되어 있지만, 그냥 기록일 뿐이다.

땅콩 회항이나 정몽준아들의 '미개' 저변에는 아직도 <봉건 의식>이 그대로 있다.

그 상태에서 가장 잔인한 독재 사회를 거치면서 <그들만의 자본주의>가 이식되었다.

그 결과 유례를 살필 수 없는 <재벌 jaebul>이 여기는 아직도 <왕족>의 권위를 누린다.

 

이런 자본주의 사회가 가지는 <도덕적 한계>는 '공정성'과 '가치훼손'이 문제될 수밖에 없다.

'공정성'이란 가난하기 때문에 출발선부터 공정하지 못한 한계이고,

'가치훼손'이란 공정하지 못한 데서 나오는 '인간적 가치'에 대한 부정의 한계이다.

(좆으로 밤송이를) 까라면 까는... 곳이 어찌 공정하고 인격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겠는가.

 

라종일의 이야기들이 핵심에 닿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그의 삶이 가진 한계가 드러나는 것 같다.

<잔인한 자본주의> 한국에서는 '노동, 토지, 화폐'의 상품화가 극도로 전개되어 버렸다.

'노동 조합'을 국가가 법적으로 권력으로 탄압할 수 있는 아주 쉬운 '친기업' 자본주의를 국가가 실행하고,

당연히 못가진자는 '공정'한 대우를 못 받고, '가치를 훼손' 당하게 된다.

'토지'는 영원히 가질 수 없는 것이어서 아파트에 층층이 살 수밖에 없다.

'화폐'는 화폐를 낳고 또 낳아서 재벌은 '페이퍼 컴퍼니'로 돈이 돈을 부르는 현실이다.

 

여자를 가장 사기 쉬운 곳이 이 땅이 아닐까?

아이들이 가장 불행하게 사는 곳이 여기 아닐까?

그런 불행한 <잔인하고 폭력적 자본주의> 국가여서 아이를 안 낳는 것 아닐까?

 

그런데 맨날 조사로는 OECD 20개 국가중에 꼴찌라고 보도한다.

나는 저런 눈가림이 싫다. 저런 것을 통계의 사기라고 한다. 속임수...

세계 200개 국가가 있다면, 한국 학생의 불행은 100위권 밖일 것이다.

자살률은 아마 200개 국의 1위일 것이다.

그런데 오이씨디 국가 스물 중에서 꼴찌라니... 덜 불행해보이지 않나?

 

김현진이 '병맛 로맨스'라는 소설을 쓰고 있단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숱한 좋은 말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로맨스가 병맛이다.

 

어떤 문제이건 그것이 발생한 차원에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58)

 

민주주의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폭력에 대한 끝없는 저항이 조금씩 걸어온 길을 민주주의라 한다.

라종일의 이야기는 늘 평면적 차원에서 맴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한차원 바꿀 필요가 있다.

70년대 지성의 스승, 리영희 선생은 뫼비우스의 띠를 몸소 만드신 분이다.

그런 선생을 라종일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제입으로 말하고 있잖나. '불가능하다' 고... 이해가 불가능할 것이다.

 

그들 역시 편안하게 살아오지만은 않았다.

영화 '국제시장'이 보여주듯, '진짜 힘들게 살았슴데이~' 할 만한 삶을 살았다.

그래서, 그들은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내가 겪어 봤는데~'의 오류를 그들은 진리로 받아들인다.

요즘 '국정원장 구속'의 어물쩡 무드에 편승하는 '조폭형 어용 노인단체'가 당당하게 저팔계의 위용을 뽐내는 것도,

슬픈 역사의 연장선상에 있다.

 

 

 

부정 선거를 '애국'과 병치시키는 병맛인 나라다.

 

소이부답 심자한이라...(78)

 

이 나라의 통탄할 만한 현실에는 범접도 못할 어구다.

이태백의 소이부답 심자한...을 뇌까리려면...

처절하게 현실을 부정해본 다음, 더이상 해결책은 없다... 이런 경지여야지...

<잔인한 자본>에 휘둘리는 청년들에게... 심자한...이라니... 병맛이다.

 

그는 대학 총장을 했으면서도 한국 대학의 문제에 전혀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 문제를 바라보는 눈이 맹인이다.

 

 

결국 우리 스스로에게서

 

말하자면 넓은 층의 국민들에게서 해결책이 나와야 하는데,

우리 스스로가 바로 문제의 일부분,

 

아니 가장 큰 원인이라는 점.(135)

 

 

ㅋㅋ

헛웃음만 난다.

한국 교육의 문제는,( '우리'라고 말하지 말라. 총장 씩이나 한 사람이...)

조선의 '과거'와도 맞닿아 있다.

개혁이 불가능한 가장 큰 이유는, 쥐와 닥의 '촛불집회'가 보여주었다.(사진은 혐,짤이어서... 생략)

한국 대학의 85% 이상이 사립대(곧 족벌 경영)라는 데 문제가 있다.

가난한 국민이 제자식 서울대 보내려 혈안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가난한 국민이 제자식 서울대 보내려 사교육 시키지 말자는 말은... 지나가던 견공이 피식~ 할 소리다.

 

한국 사회의 불행이 가져온 결과로 <출산율 최저>의 문제에 <자식 기르는 기쁨>으로 답을 한다.

역시 문제에서 한참 비껴가는 소리일 뿐.

 

 

 

우리가 염려하는 일은

 

우리가 돌볼 수 있는 능력에 비해 인구가 너무 빨리 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213)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낳지는 않지, 굉장한 의료와 영양의 결과 평균수명이 획기적으로 늘었지,

당연히 가난한 노인이 와장창 기하급수적으로... 탄젠트 그래프로 늘어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그래서 복지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이거늘...

 

리영희 선생의 문제제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지식인들에게 중요한 것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이 아니라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추상적인 개념이기 때문입니다.(220)

 

 

<잔인한 자본주의>의 썩어버린 과거를 청산하고

건강한 국가를 재건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비판하는 사람들을 '공상적 사회주의자'로 치부하는 것은 '가진자의 오랜 버릇'에 불과하다.

아주 교양있게 교수님께서 말하는 것의 본질은,

'니들은 왜 그렇게 폭력적이니? 천한 것들~' 이런 생각이다.

그들은 자기들이 영원한 '갑'일 것이라고 착각하는 듯하다.

 

 

남북한에 모두 여성 지도자가 등장하면 한반도에 마침내 평화가 도래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238)

 

 

가장 무서운 성차별주의자가 '여성은 온유하다'는 인간들이다.

남성은 강하고 여성은 부드럽다... 그것은 망상이다.

과연 '평화'에 0.1밀리라도 다가갔는지, 닥을 보면... 알게 된다.

 

Le vent se lève! il faut tenter de vivre!

르 방     쎄  레브! 일 포  땅떼   드  비브르!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의 구절이다.

 

일본 소설 '바람이 분다'의 한 구절을 실감합니다.(246)

 

김현진도 병맛이다.

'바람이 분다'는 일본의 '제로센'이라는 '카미카제' 비행기를 만든 사람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한,

군국주의의 바람을 불러일으킨 재수없는 만화 영화의 제목이고,

전혀 맥락에 닿지도 않는 이야기다.

 

아마도 나를 보면, 교수님은 미친 망상 환자로 여길지 모른다.

그래. 그렇게 그들과 민중은 다르다.

그러니, 이런 책은 나오지 않았으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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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5-02-11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콕 집어서 쓸 수 없었던 그 부분까지...명확하게 집어내 주시는군요. 속이 시원합니다, 감사~(__)

글샘 2015-02-15 21:31   좋아요 0 | URL
양철 님은 읽어 보셨으니 아시겠지만,
답답한 현실에 비하여 글이 너무 답답하죠. ^^

아무개 2015-02-11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현진의 새책이라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이렇군요....

글샘 2015-02-15 21:31   좋아요 0 | URL
제가 눈을 흘겨뜨고 봐서 그런지 모르겠네요.
다른 사람들은 멋지다고 그렇게 평을 했던데요...

다락방 2015-02-11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별 하나 리뷰라니.
김현진이라 저도 살짝 궁금했는데(아주 살짝) 기대를 고민 없이 접습니다.

글샘 2015-02-15 21:32   좋아요 0 | URL
다른 사람들은 별 다섯도 많더군요
저는 다만... 제가 못마땅한 이야기들에 별을 확 깎은 거구요...
 
젖은 눈
장석남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장석남의 시를 읽는 일은 '앓는 일'이다.

왠지 그의 화자는 시름겨워 보이고,

금세 맘이 젖어들어 같이 앓는 심사가 된다.

 

바다 소리 새까만

돌멩이 너덧 알을 주워다

책상 위에 풀어 놓고

읽던 책 갈피에도 끼워두고 세간

기울어진 자리도 괴곤 했다

잠 아니 오는 밤에는 나머지 것들

물끄러미 치어다도 보다가 맨 처음

이 돌멩이들 있던 자리까지를

궁금해하노라면,

 

구름 지나는 그림자에

귀 먹먹해지는 어느 겨울날 오후

혼자 매인

늦둥이 송아지 눈매에 얹힌

낮달처럼

저나 나나

살아간다는 것이,

이렇듯 외따로 있다는 것이.(돌멩이들)

 

인간보다 수십 만년 더 닳아져 온 동그란 돌멩이들.

돌멩이들의 연원을 곰곰 되새기는 화자는

몇몇의 돌멩이들을 보면서 조금 서럽다.

저나 나나

외따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에...

허나 '인간'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라는 말도 있듯,

그 '사이'의 의미를 되살리는 것이 삶의 숙제지,

'사이'를 아쉬워하거나 없애려드는 것은 무지의 소치다.

그저 '외따로' 있음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됐다.

 

국화꽃 그늘을 빌려

살가 갔구나 가을은

젖은 눈으로 며칠을 살다가

갔구나

 

국화꽃 무늬로 언

첫 살얼음

 

또한 그러한 삶들

있거늘

 

눈썹달이거나 혹은

그 뒤에 숨긴 내

어여쁜 애인들이거나

 

모든

너나 나나의

마음 그늘을 빌려서

 

살다가 가는 것들

있거늘(국화꽃 그늘을 빌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눈썹달만 봐도 가슴에 살얼음 애리는 추억도 있고,

그 뒤에 숨긴 어여쁜 애인도 젖은 눈으로 우러르는 심사도 있다.

그런게 살다가 가는 것들의 의미다.

 

진정 그 머리카락의 주인이 누구인지,

누구인지, 그 이치를

먼 훗날 깨우치는 날이 오면은

나도 그때에는

아버지가 되어도 좋았을 건세

마음에 눌러둔 여인네의, 하느님의, 온갖 부처의

애인이 되어도 좋았을 건데(팔뚝의 머리카락 자국 그대로 - 아이, 부분)

 

아이에게 팔베개를 해주고 난 팔뚝엔

머리카락 자국이 남았다.

고요한 마음에 내내 맺혔다 스러지는 한 사람...

마음에 눌러둔 그 때를 돌아보는 그의 마음결이

서걱일 듯 싶다.

 

그의 시는 그의 언어가 지은 집이다.

 

최종적으로는 막연해져서

그냥 인간의 가슴과 꼭 같은 집을 짓고 싶다는 결론을 내리고 만다.

그것도 사랑의 소굴로서의 가슴과 같은 집,

더더욱 내 가슴과 꼭 닮은 집.

그것은 아주 작아서 숨기 좋은 집이다. 그러나 밝은 집.(112)

 

누구에게나 가슴에는 사랑의 소굴 하나쯤 키우고 산다.

그곳은 아주 작아 숨기 좋은 집이고, 환하고 밝은 집이다.

 

이이의 시는 그런 작은 집을 옮긴 것이다.

그러니 하염없이 젖은 눈으로 망연할 따름이다.

거기는 손도 무엇도 닿기 어려운

가슴 속의 소굴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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