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 만화로 읽는 불멸의 고전 12
호메로스 지음, 이충민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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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에서 만화로 읽는 불멸의 고전 시리즈가 12권 나왔다.

무척 읽고 싶은 책들인데,

 

레 미제라블, 전쟁과 평화, 로빈슨 크루소, 보물섬

정글 북, 파리의 노트르담, 80일간의 세계일주, 크리스마스 캐럴

우주 전쟁, 천일야화, 마담 보봐리, 오디세이

 

이렇게 나와 있다.

이건 학교 도서관에 필수로 몇 세트 사놔야 겠다.

 

고전이란 게 그렇다.

한번 빠지면 쏙 빠져서 내처 읽게 되지만

시작해서 발동이 걸리기까지가 힘든 것을 '고전'이라 부른다.

불멸...이라든지, 불후... 가 붙으려면 기본적인 것이,

당대의 사회 현실을 여실하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 현실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인물로 형상화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긴 이야기를 짧게 스토리만 살리면서,

인물을 아주 잘 그려내기란 쉽지 않은 노릇이다.

이 만화는 그 역할을 제법 잘 하고 있어 보인다.

 

오뒷세이아를 사둔 지 꽤 되었다.

그런데 이 두꺼운 책을 열어볼 염을 내지 못했다.

사는 건 항상 바쁘다.

 

 

이 만화를 통해 이 두꺼운 서사 속으로 들어갈 염을 낼 수 있게 된 일,

그것이 이런 책의 힘이다.

 

기본 줄거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며,

특히 오디세우스라는 인물과 그의 아내 페넬로페,
그리고 호머의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의 관계를 잘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그의 아들 텔레마코스도 알아 둬야 할 인물이다.

이 책엔 등장하지 않지만, 오디세우스가 출장가면서 아들을 부탁한 정신적 지주의 이름이 '멘토'다.

지금은 일반명사가 되어버린 그 고유명사.

 

트로이의 목마부터,

키클롭스와 포세이돈,

나우시카와 칼립소...

 

이런 전설 속의 매력적인 이름들은,

나를 두꺼운 풍부함의 늪으로 끌어들이는 마력을 가진 '세이렌'으로 충분하게 강렬하다.

 

고전을 읽기 힘들어 하는 사람은,

일단 이렇게 다이제스트를 통하여 대강을 파악하고 접해보는 것도 좋겠다.

 

값은... 만원이다.

싸지는 않지만, 가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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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짝하지 마라, 자칫 그에게 속으리니 - 이지누의 폐사지 답사기, 전남 편 이지누의 폐사지 답사기
이지누 지음 / 알마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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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짝하지 마라

무심이면 마음이 절로 편안하리

마음과 짝한다면

자칫 그에게 속으리(281, 혜심)

 

'마음'에 어떤 상을 지어 놓고는, 자기 마음이라고 강하게 믿지 말라는 말일까?

제 마음이 무언지도 모르면서,

제 마음이라고 우기는 것이 중생이다.

 

분별하거나 머뭇거리면 바로 깨달음과는 멀어지고 만다.

이러한 보리의 세계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자신의 높고 낮음을 스스로 이미 깨닫고 있어야 한다.

어떻게 해야할까?

이는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것을 스스로에게 되비쳐봐야 하는 것이니,

그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다.

세상에 혼자 해야할 일, 너무나 많다.(283)

 

속인들은 화려한 것, 멋지고 귀한 것을 추구한다.

그러나 이지누는 폐사지를 찾아 나선다.

그러면서 만나는 아침 동살(새벽에 동이 틀 때 비치는 햇살)을 만나고,

지저귀는 새소리나 흐드러지게 떨어진 붉은 꽃무덤을 만난다.

그 사소한 곳에서 속세의 가치와는 다른 '화엄'의 세계와 '진리'의 소리를 맞는 이야기다.

 

그렇게 아무것으로도 치장하지 않은 채

당당히 갈 수만 있다면 삶이라는 것이 어찌 아름답지 않을 것이며,

비록 산다화가 나무에서는 떨어졌지만

그래도 꽃인 것은 두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겨우내 푸른 잎을 잃지 않는 강인함과

찬바람 쌩쌩 불고 휜눈 펄펄 날리는 속에

붉디붉은 꽃을 피워내는 용기,

살아서 정열의 색을 뿜어내더니 떠날 때도 낱낱의 꽃잎으로 흩어지는 나약함을 보이지 않으며

통째 떠얹고 말지 않던가.

그 때문에 그가 잃어버리지 않은 것은 아름다움이다.

전체로 살고 전체로 죽기 때문이다.(278)

 

영암, 강진에서 만나는 폐사지들은 경상도나 충청도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풍정을 보여준다.

운주사로 대표되는 불사들은

곳곳에서 돌장승으로 나투기도 하고,

전혀 다듬어지지 않은 석수의 솜씨인 듯 투박한 부처님들을 만나는 길로 이끈다.

그리고, 그 치장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더 진한 믿음과 신앙을 돋보이게 하는 것을 말로 보여준다.

 

절터에 석양이 비칠 무렵

홀로 남은 석탑이 찬란하게 빛나는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탑 돌에 남아있는 아무리 얕은 주름이나 작은 구멍일지라도,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을 낱낱이 드러내지 않던가.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과연 일찍 다다른 절터에는

햇살이 가득하고 탑은 은은한 막바지 햇살을 듬뿍 받고 있었다.

돌들은 모든 강렬함을 잃어버린 듯 온화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니

그 아니 아름다웠겠는가. 그래도 기다렸다. 탑이 더욱 부드러워지기를.

20분, 30분, 탑은 거짓말처럼 온화함을 넘어 평화로움까지 보여주었다.

맑은 하늘과 저물어가는 투명한 햇살 때문이었다.

투명한 햇살은 탑을 비추는 것이 아니라,

탑에 조금씩 묻어 있는 것만 같았다.(255)

 

사진 찍는 이들은 해가 중천에 뜬 대낮에는 출사하러 다니지 않는다 한다.

해가 뜨기 시작하는 동틀 무렵부터

해가 아주 낮게 비추어 그림자가 길게 끌리는 아침이나 저물녘이 사진의 빛에는 축복인 시간이라 한다.

그걸 사진으로 찍는 이는 쉬우나 이지누처럼 말로 옮기기는 쉽지 않은 노릇이다.

그의 글을 읽는 일 역시, 하나의 축복이다.

 

봄의 해가 돈오라면 가을 해는 점수에 가깝다.(24)

 

이렇게 해가 확연히 떠오르는 순간을 '돈오'의 순간에 비기고,

차츰차츰 변화를 보이는 모습을 '점수'의 시간에 비기는 수사는 폐사지에서 묻어온 바람 내음이 그윽한 그가 아니고서는

잡아내기 힘든 말들이다.

 

사문이 운문선사에게 묻는다.

나무가 시들고 잎이 떨어지면 어찌 될 것이냐고...

선사는 답한다.

바위가 드러나고 바람이 빛날 것이라고...

수조엽락이면 체로금풍이다...(81)

 

인간은 언젠가 시든다.

시들어 떨어지고 나서 빛나는 골기와 향기를 닦을 노릇이다.

제 마음에 속아서 휘달리지 말고...

 

탑은 큰 골짜기에서 마치 귀양살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적막한 산중에 홀로 위리안치 되었지만 가시나무가 아닌 갖가지 봄꽃으로 둘러싸였은

그런 귀양살이라면 나인들 마다할 까닭이 없을 것 같다.

버거울 만큼 아름다운 정경이어서 내 속의 둔탁한 미감이나 성긴 감성으로는 감당하기 쉽지 않을 정도다.

더구나 봄 햇살마저 소나기처럼 쏟아지고 있으니,

아무리 정신을 곧추세우려 해도 허물어질 뿐 다잡기가 만만찮다.(194)

 

아름다운 것을 보고 아~! 하고 감탄하고 셔터를 누르기는 쉽다.

그것을 이렇게 말로 잡아내는 솜씨는 이지누의 재주다.

 

참선하는 자는 몸을 돌아보지 말고

유성이 흐르듯이, 불꽃이 튀는 듯이 수행해야 한다.(209)

 

무슨 일이든, 주변을 살피고 겁을 먹으면 한 발도 떼기 힘든 노릇이다.

유성이 주저하지 않고 흐르듯, 불꽃이 머뭇거리지 않고 튀듯, 그렇게 살라는 말로도 들린다.

영암의 신령스러우면서도 정겨운 바윗돌들을 보면서 산엘 오르고 싶어졌다.

 

산그림자가 두터워질 무렵,

탑을 등지고 마애불마저 등지고 앉으니

영산강이 붉은 노을빛을 한껏 머금은 채 바다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못본 듯, 홀연히 짐을 챙겨 떠나고 말았다.

이내 찾아올 어둠보다 조금씩 짙어지는 노을이 두려웠던 탓이다.

나는 그 가혹한 장면을 견디지 못하다.

어느덧 십여 년.

월출산에서 마주한 노을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것이...

십여 년이나 지났지만 사십 여년이 지났어도 잊히지 않는 소년의 첫사랑과도 같이,

그 장면은 끈질기게 내 속에 남아 있다.

그러니 서둘러 떠난 까닭은 두려울 만치 아름다운 그와 다시 맞닥뜨리면

넋이라도 그곳에 두고 와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228)

 

이런 성정으로 세상을 편히 살 수 있을까?

세상의 폭력적인 직선과 편견에,

마음과 마음들에 얼마나 생채기를 많이 입고 살았을 것인지...

하긴, 그런 성정을 다스리려니 이렇게 사진기 둘러메고 산야를 누비는 건지도 모른다.

 

 

붉디 붉은 산다화 몇 송이가 홀연히 땅바닥으로 곤두박질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툭, 자유낙하의 쏜살같음.

그 뿐이다.

뒤이어 꽃들이 더러 떨어졌지만, 그들은 아주 떠나버린 것이 아니다.

제 몸을 던제 깨달음을 구하는 방신참법인가.

새벽의 적막을 깨트리는 둔탁한 소리를 내며 꽃들은 제 몸을 던져 또 다른 아름다움을 베풀었다.

그들을 두고 어찌 꽃이 피어쓸 때만 꽃이며 졌을 때느 꽃이 아니라고 하겠는가.

그들은 이미 꽃이었으며 아직 꽃이다.

그러니 꽃 피는 것만 좋아할 일이 아니며 꽃 지는 것 또한 슬퍼할 일이 아니다.

 

공명이란 하나의 깨질 시루이고

사업이란 이루고 나면 덧없는 것

부귀도 그저 그렇고

빈궁 또한 그런 것.(268-9)

 

산문도

시도

사진도

모두 처연하게 아름답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는 현실 세계에서 엇나간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허나, 그것이 그의 글이 가진 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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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란 무엇인가 2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파리 리뷰 인터뷰 2
파리 리뷰 지음, 김진아.권승혁 옮김 / 다른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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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가 '소설가의 일'이란 책을 썼더랬는데,

지금 생각하면, 이 책을 읽은 후유증으로 남기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아니었을까 한다.

 

파리 리뷰에 인터뷰한 세계적 작가들의 이야기들은 흥미진진하다.

여느 소설 못지않은 재미와 호기심을 느끼며 읽게 되었다.

책 한 권에 12명의 인터뷰가 들어 있어, 너무 길지 않고 오히려 아쉬울 즈음에 마무리를 한다.

 

2권에는 '멋진 신세계'의 올더스 헉슬리, 보르헤스, 나보코프, 조이스 캐럴 오츠, 도리스 레싱,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귄터 그라스, 토니 모리슨, 주제 사라마구, 살만 루슈디, 스티븐 킹, 오에 겐자부로...

이름만 들어도 세계적인 그런 유명인들의 인터뷰로 가득하다.

올 한 해는 이들이 인터뷰를 조곤조곤 듣는 일만으로도 행복할 듯 하다.

 

창의력에 대해서는

대다수의 젊은이들이 신체의 동맥경화가 생기기 40년 전에

이미 정신의 동맥경화에 걸리는 것 같습니다.

어째서 어떤 사람은 아주 늙은 나이까지 정신의 개방성과 탄력성을 유지하는 반면,

다른 사람들은 오십이 되기도 전에 머리가 굳어버리고 비생산적이 되는 걸까요.

이건 생화학적인 문제이면서 성인 교육의 문제입니다.(29, 헉슬리)

 

역시 비유를 들어도 멋지게 든다.

창의력의 문제는 문학과도 밀접하면서 삶의 질과 연관있는 것이기도 하다.

생화학적이면서 교육적인 문제. 날카로운 지적이다.

 

소설, 전기, 역사 모두가 중요한 형식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허구이든 실제이든 구체적인 인물과 상황의 관점에서 볼 때 보편적인 추상 개념에 대해서 훨씬 더 많은 것을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47, 헉슬리)

 

문학의 가치를 정확하게 짚어준다.

 

작가에게는 어떤 메시지도 없지요.

글을 쓸 때는 단지 써야 하기 때문에 씁니다.

작가가 자기 작품에 너무 깊숙이 관여하면 안 될 거라 생각합니다.

작품이 스스로 써 나가게 내버려둬야 합니다.

관점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판단은, 작가가 제공하는 즐거움과 독자가 얻는 감동으로 판단해야 합니다.(78, 보르헤스)

 

그래. 어차피 독자는 읽고 싶어하는 작가의 책만을 읽는다.

작가의 힘이란 독자를 설득시키기 힘든 것이다.

작가가 의도하는 바대로 독자가 변화된다면, 성경을 읽은 신도들이 부에 탐닉하지는 않으리라.

작가와 독자의 감동은 '줄탁동시(어미닭과 새끼가 안팎에서 동시에 쪼아야 알이 깨진다는 말)'하여야 한다는 것이 독서의 매력이다.

 

과장이 매우 심하지요.

셰익스피어는 언제나 부분적으로 인용될 때 훨씬 훌륭합니다.(95, 보르헤스)

 

이렇게 비판적으로 읽기, 이것이 훌륭한 독자이자 작가인 것임을 보여준다.

 

작품이 지나치게 많고 적고의 생산성은 상대적인 문제입니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의 작가가 쓴 가장 훌륭한 작품입니다.

어쩌면 오래도록 읽힐 책 몇 권을 위해서 많은 책을 쓰는 거지요.(148, 조이스 캐럴 오츠)

 

독자 역시 작가를 모두 읽을 필요는 없다.

독자에게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가장 훌륭한 작품'을 골라 읽는 것.

이 책의 많은 작가들이 '훌륭한 독자'로써, 고전에 탐닉한다는 것은 그런 점에서 시사적이다.

 

모든 작가들은 예외없이 때때로 엄청난 혹평을 받게 됩니다.

이런 경험은 경이로울 정도로 해방적입니다.

저처럼 많은 책을 펴낸 작가들은 필연적으로 코뿔소처럼 두꺼운 가죽이 생깁니다.

두꺼운 가죽 안쪽에는 연약하고 희망에 찬 나비 같은 영혼이 깃들지만요.(149)

 

제 성격은 질서있고 주의깊고 꼼꼼한 편이고 심하게 내성적입니다.

그래서 어디에서든 은둔적인 삶을 살게 됩니다.(156)

 

작가들은 숱한 비평가들의 험담에 맞닥뜨리게 된다.

은둔적인 삶을 살지만, 희망에 찬 나비 같은 영혼이 깃든 사람들...

인터뷰에서 이런 아름다운 표현을 쓸 수 있다니...

 

저는 이성적으로 냉철하게 어떤 이야기를 쓰기로 결정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어떤 사건이나 사람들, 가끔은 꿈이나 독서가 갑작스럽게 자신을 내세우고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요구합니다.

문학 글쓰기가 가장 비이성적인 요소가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는 이유가 이때문입니다.

이 비이성적인 면이 독자에게로 전달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231,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작가가 이성적으로 도식을 짜면 이야기가 되는 것이 아니라,

비이성적인 흐름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이야기가 나온다는 이야기는 많은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다.

 

제가 좋아하는 것은 글쓰기 자체라기보다는

쓴 글을 고쳐쓰고 편집하고 수정하는 일 등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글쓰기의 가장 창조적인 부분입니다.(234, 요사)

 

김연수가 토할 지경이라는 토고 이야기 역시 모든 작가들의 고충이다.

그것을 힘들다고만 여겨서는 작가가 되기 힘들다. 그 일을 즐길 수 있어야 비로소 작가의 길에 들어설 수 있는 모양이다.

 

헤밍웨이가 책을 마쳤을 때 텅 비고, 슬픈 느낌이면서도, 행복함을 느꼈다고 하듯,

한 권의 책쓰기를 마쳤을 때 저는 텅 빈 기분, 불안함을 느낍니다.

소설의 저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이지요.

인생이 갑작스럽게 단절된 느낌이 들지요.

이 느낌을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즉시 저 자신을 또 다른 작품으로 던져넣는 겁니다.(242, 요사)

 

광신과 불관용이 라틴아메리카의 역사를 심하게 압박하고 있습니다.

라틴아메리카의 역사는 의견 차이의 수용 능력이 없다는 사실로 점철되어 있습니다.(247)

 

작가들의 사회 인식이 얼마나 정확하고 날카로운지도 배운다.

'의견 차이의 수용 능력이 없는 역사'

이것은 바로 우리의 현대사 아닌가?

'광신과 불관용의 압박을 심하게 받은 역사...'

동병상련이랄까...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위로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요사는 글을 쓰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행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불행과 싸우는 한 방법이지요.(254)

 

귄터 그라스의 작품에는 매우 다양한 장르, 역사, 조리법, 서정시...가 섞여 있지요.

... 그림, 시, 대화, 인용, 연설, 편지들까지요.

아시다시피 서사시의 웅대한 개념을 다룰 때에는 이용 가능한 언어의 모든 측면과

의사소통의 가장 다양한 형식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269, 귄터 그라스)

 

양철북의 작가인 그라스는 독일 통일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단다.

 

전 수상인 빌리 브란트는

처음부터 독일 통일을 향한 열차는 정거장을 떠났으며 어느 누구도 그 열차를 막을 수 없다고 선언하였지요.

무반성적인 대중의 열기가 그 선언을 이어받았지요.

그러한 멍청이 은유가 진실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런 상황은 누구도 통일이 경제는 말할것도 없고 문화도 심하게 망칠 것이란 점을 생각하지 않았음을 확증합니다.

이래서는 안 되지요.

저는 조정할 수도 없고 위험 신호에 반응하지도 않는 열차에 타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플랫폼에 서서 기다렸습니다.(280, 그라스)

 

멋진 비유이고, 멋진 의사 표시다.

지성은 때로 차가운 갑 속의 칼처럼 무용지물로 비칠 수도 있으나,

그 지성이 필요한 곳이 또한 이 세상이다.

남들이 되고말고 올라타는 그 열차에 타지 않고 플랫폼에 서서 기다리는 사람...

이런 사람이 필요하다.

 

햇빛이 창밖 참나무의 높은 가지에 달린 무성한 잎들을 투과하면서

그녀의 흰 연구실에 얼룩덜룩한 노란색 빛 웅덩이를 만들었다.

모리슨은 커다란 책상에 앉아서, 그곳이 무질서해서 미안하다고 말했지만

사실 아주 잘 정리되어 있는 듯 했다.(296)

 

인터뷰의 분위기를 설명하는 부분조차도 문학적이다.

 

작품을 쓰는 동안, 출판되기 전까지는 소리내서 읽지 않습니다.

낭송을 믿지 않아요.

글이 성공적이지 못한데,

잘 쓴 걸로 착각하게 될 수도 있거든요.

종이에 쓴 소리없는 작업을, 들을 수 없는 독자에게 잘 전달할 언어를 사용하는 건,

글을 쓰면서 겪는 여러 어려움 중 하나입니다.(303, 토니 모리슨)

 

언어의 음성학적 측면까지 고려한 대화도 의미있다.

 

우리 시대 큰 오류의 하나는 민주적인 담론입니다.

이 세상에서 민주주의는 작동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작동하는 것은 국제금융 권력이지요.

이러한 활동에 관여하는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이 세상을 지배하지요.

정치가들은 대리인에 불과합니다.

소위 정치와 금융 권력 사이에는 일종의 내연 관계가 있습니다.

이들이 바로 진정한 민주주의의 반대 세력입니다.

대안이 있습니까, 라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단지 소설과에 불과하며 본 대로 세상을 그리고 있을 뿐입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건 제 일이 아닙니다.

저는 종종 '뒤로의 발전'이라 불렀던 것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이 말은

여기서 멈추고, 뒤에 남겨진 수십억의 사람들을 향하자'는 말입니다.

물론 이상일 뿐이지만...(370, 주제 사라마구)

 

정치적으로 뛰어난 통찰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상론임도 정확히 알고 있지만,

문학은 그런 문제제기를 충실히 할 수 있는 것이다.

어느날 모두가 '백색질병'이라는 '눈먼자들의 세계'를 상상하면, 두려운 일이다.

 

실명은 인간의 이성이 맹목적임을 표현하기 위한 은유입니다.

이 행성에서 수백만의 사람들이 굶어죽어가는데도,

아무런 갈등없이 저 행성의 바위 형성 과정을 조사하려고 화성으로 우주선을 보냅니다.

우리는 눈이 멀었거나 미친 거지요.(371)

 

문학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현실의 모순을 감지하도록 꿈틀댈 수는 있다.

충격적인 소설을 통하여 세상의 본질을 암시하려는 작품을 통해 작가는 눈을 뜨게 만드는 자다.

 

순수한 창작력은 무언가 일어나는 걸 지켜보는 데 있습니다.

일단 무슨 일이 일어나면 그때는 그것에 더 집중하고

그러면 그 일이 더욱 즐길만 해집니다.(434, 살만 루슈디)

 

이 책을 읽다 보면, 뛰어난 고전들도 읽고 싶고,

작가들의 책도 뒤적거리고 싶어진다.

창작의 고통을 즐기는 그들만큼, 소설에 흠뻑 젖도록 만드는 책이기도 하다.

 

모름지기 책이란

유리창을 뚫고 날아오는 벽돌처럼 느껴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쓰는 책이 개인적인 공격의 일종이기를 바랐습니다.

책은 어떤 누군가가 탁자를 가로질러 돌진해서는 독자를 움켜쥐고 한대 후려갈기는 것과 같아야 한다고요.

독자의 얼굴을 한대 후려쳐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독자를 화나고 불안하게 만들어야 하지요.

누군가로부터 당신 소설때문에 저녁을 먹을수 없게 되었다는 평지를 받는다면,

잘했어, 가 제 반응이라고나 할까요.(450, 스티븐 킹)

 

그렇다. 멋진 작품은 벽돌과 같다.

그것이 허구든 실제든 상관없고, 소설이든 르포든 관계없다.

얼어붙은 바다에 도끼질을 하듯,

독자의 얼어붙은 바다에 '쩡~~~' 소리 울리게 충격을 주는 책이 멋진 책이다.

 

손으로는 빨리 쓸 수 없기때문에 초고가 더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것 같아요.

컴퓨터와 손으로 쓰는 차이는

모터를 단 스쿠터로 달리는 것과 시골길을 실제로 걷는 차이처럼 여겨집니다.(464, 킹)

 

훌륭한 비유다.

작가가 훌륭해서이기도 하지만,

인터뷰를 하는 사람들 역시 정확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끌어갈 줄 안다.

 

진지한 대중소설과 순수문학 사이엔 정말 큰 차이가 있나?

일단 차이를 구분하는 지점이 무너지면

많은 진지한 비평가들은 머리를 흔들면서 '그러면 안 돼'라고 할 거예요.

이 모든 것은 먹고 살기 위해 문학을 분석하는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생각,

- 만일 우리가 어중이떠중이를 모두 받아들인다면,

누구나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겠지?

그러면 이 일이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것을 알게 될 거고, 그러면 우리는 뭘 해야 하지?

-으로 귀결된다고 봅니다.(470, 킹)

 

비평가들에게 이런 멋진 빅엿을 날릴 줄 아는 작가도 드물다.

 

우익의 협박과 테러 위협과 마주하면서도

천황제, 국가주의, 자위대의 파병을 비판하는 등 실천적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주넜다.

1994년 노벨상을 받았으나,

같은 해 일본 정부가 수여하는 문화훈장과 문화공로자상은 거부했다.(494, 오에 겐자부로 소개말 중)

 

오에 겐자부로의 글들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의 관심이 너무도 다양한데, 사는 세상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 언론은 노벨상 후보의 가치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노벨상은 문학 작업에는 거의 의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약력이나 공식적 위상에는 도움이 되고, 훨씬 더 넓은 영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을 얻는 것이나 마찬가집니다.

하지만 작가로서는 변하는 게 없습니다.(523, 오에)

 

이것은 겸손이 아니라 정확한 지적이 아닐까?

 

좋은 직업을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흥미로운 경력이지요.

매일 아침 읽을 책이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달으면서 일어납니다.

그게 제 삶이었지요.(530, 오에)

 

아침마다 읽을 책이 떨어지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달으며 일어나는 흥미로운 삶.

이런 말을 할 줄 아는 작가는 멋지다.

 

문학작품은 역사적 사건을 개인의 경험으로 바꿔서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이 생생한 느낌과 경험이야말로 내가 겪어보지 않은 타인의 상처와 아픔에 대한 공감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입니다.

문학은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굉장한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539, 옮긴이 말)

 

문학을 접하는 사람들에게

작가들의 생각들을 읽는 일은 '굉장한 특권'이다.

두꺼운 책이라 두려워 말고,

좋은 책을 접하기를...

 

책읽기 좋아하는 이라면, 당연히 읽어야 할 좋은 책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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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3 - 교토의 역사 “오늘의 교토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2년 전에 고베-오사카-교토-나라 지방을 3박4일로 후다닥 다녀온 적이 있다.

패키지 여행을 따라 가는 거라서 전혀 공부를 하지 않고 다녀와서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전혀 사전준비없이 다녀왔던 기억이 아쉽다.

 

올해 아이들과 수학여행으로 다시 이 일대를 돌아볼 일이 있는데,

3월이 되면 또 바빠질 거라 미리 책을 찾아 본다.

 

교토는 한국의 경주, 중국의 시안과 같은 고도이다.

그렇지만, 교토를 다녀와서도 기억에 남는 것이 없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일본의 역사에 무지하기 때문인데,

서울대학교에 '일어일문학과'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본이라는 나라는 우리 뇌리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역사를 가졌지,

새겨 지닐만한 가치로 남아이씨 않았던 모양이다.

 

가카께서 '한국근,현대사'라는 교과목을 폐지시키고 새로 '동아시아사'를 편찬하신 바,

중국과 일본의 역사에 관심을 가질 노릇이긴 한데,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무지가 사무치게 느껴진다.

 

속지에 '역사는 유물을 낳고, 유물은 역사를 증언한다'는 저자의 육필이 남아있으나,

마치 박정희 시대의 삐뚜른 현판처럼 글씨가 좀 안쓰러울 뿐이고.. ㅋ

 

책의 서두에 시대별 유적지를 명기한 것은 참 잘 한 일이다.

아스카, 나라(6-8세기), 헤이안(8-12세기), 가마쿠라(12-14세기), 무로마치(14-16세기), 에도(17-19세기) 시대

그 시대 구분은 마치 한국사의 신라시대, 고려시대, 고려말, 조선초기, 조선후기와도 대충 드러맞는데,

그 당시 건너지 못한 현해탄이 두 나라의 역사를 이만큼 갈라 놓았다.

한반도가 대륙의 열풍에 열병을 앓을 때, 그들의 문화는 차곡차곡 쌓여 남을 수 있었던 점은 부럽기도 하다.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칼 야스퍼스가 극찬했다는 목조미륵반가상.

 

이 불상만큼 인간실존의 진실로 평화로운 모습을 구현한 예술품을 본 적이 없습니다.

이 불상은 우리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영원한 평화의 이상을 실로 남김없이 최고도로 표현하고 있습니다.(28)

 

 

 

 

백제의 금동미륵반가사유상과 '발가락까지 꼬았다~'면서 비교하는 작가는 귀엽다.

조선이 그 멋진 '훈민정음'을 만들어 놓고도 한자를 고수했듯이,

일본에 건너간 백제 문화를 굳이 국적을 따지거나 우열을 따지려 드는 일은 참 '의미없다'.

 

 

 

 

후시미 이나리 대사에서 센본토리이(千本鳥居)를 보면서 일본의 상징색, 금적색을 설명한 부분은 멋지다.

 

 

긴아카라 불리는 금적색.

 

일장기의 히노마루의 빛깔이기도 한 금적색은 일본에서 기본적으로 신성함의 빛이다.

빨간 아카몬(赤門)에는 권위 또는 존귀함이 서려있다.

이 금적색 속에는 밝고 화사한 화려함도 있다.

그러나 내가 여기서 느끼는 화려함이란 왠지 축제 분위기의 감성적 희열이나 해방 같은 것이 아니라 비장감 같은 것이다.

왜 그런 느낌이 다가왔을까.

핏빛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것도 선혈이 낭자한 핏빛.

근세 후시미성 전투에서 장수이하 2천명이 할복했고 그때 복도는 핏빛으로 물들었다.

그 나무판은 33간당 옆의 절을 지으면서 천장 목재로 사용했고, 이는 치텐조(피의 천장)이란 명물이 되었다.

우리같으면 당연히 불태워 없애버렸을 핏빛을 비장미로 간직하고 있다는 얘기.

 

그런 것을 지워버리지 않고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정서를 생각하지 않고서는 금적색이 상징하는 바를 도저히 읽어낼 수 없다.(144)

 

 

 

 

 

기요미즈데라(청수사)는 워낙 유명한 명승지여서 설명이 충분히 잘 붙었다.

오토와 폭포의 세 가지 기원 중 두 가지만 선택하라는 교훈도 재미있다.

인생에서 가장 희망 사항인 지혜, 연애, 장수 중 둘만 택하라는 것은

하나만 택하라는 잔인함과, 모두 준다는 두루뭉술함을 넘어서

인생은 모든 것을 누릴 수없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어서 그러하다.

 

뵤도인(평등원)은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이 되어버렸는데,

그 경치 또한 아름답지만, 운중공양보살상이라든지,

후지와라(藤原) 가문의 상징이라는 등꽃 피는 전경 등이 인상적이다.

일본의 10엔 동전의 문양이 된 평등원...

 

그 옆의 우토로마을까지 설명하는 깊이, 이런 것이 유홍준의 장점이다.

 

결국 평등이란 개념이 없던 시절엔 평등원이라는 건축이 생겼고,

평등을 이상으로 생각하는 현대사회엔 오히려 우토로 마을의 불평등이 생겼던 것.

나는 민주나 평등의 개념이 없었던 천년 전에 어떻게 그 이름을 지었을까 신기했는데,

그의미는 다음과 같다고 한다.

"평등이란 서로 개성이 다른 개성이 함께 있음을 말하는 것이죠. 그것이 평등입니다."(296)

 

서양에서 수입한 것이 아니라,

깊은 고찰에서도 이런 것이 나왔다는 것이 문화의 힘이다.

 

육바라밀사의 초상조각 중 압권은 역시 '공야 상인 입상'이다.

깡마른 체구에 남루한 옷을 입고 짚신을 신었으며 한 손엔 사슴뿔 지팡이

다른 한 손엔 몸에 달아맨 바라를 치는 나무채를 쥐고 있다.

반쯤 뜬 눈은 무심한 표정인데 나무아미타불을 반복적으로 염불하는 그의 입에선

작은 화불이 줄지어 나오는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거룩한 모습의 초상조각이 아니라 유행승으로 거리에 나선 스님의 도덕과 실천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309)

 

 

 

언어에서 부처의 모습이 살아 움직이는 승려상이라니.... 굉장한 상상력이다.

 

이 책을 보면서 신라나 고려 불교 미술에 대하여는 감탄하면서,

알지도 못하는 일본의 문화가 마치 없는 것으로 여겼던 스스로를 반성하였다.

오히려 신라나 조선의 불상이 개성 없이 밋밋한 반면,

일본의 조각상들은 어찌 그리도 박진감 넘치는 핍진함을 잘 살려냈던지 새삼 감탄하게 된다.

 

 

이 책의 표지가 된 평등원(뵤도인)이나 운중공양보살상 등을 보면,

어느 나라의 예술이든 상황이 다를 뿐, 그 미적 가치를 훼손할 수는 없음을 느끼게 된다.

물론 중국의 예술적 가치를 한반도에서 잘 살려 재창조 하였고,

그 조각이나 도예를 본받으려 애썼던 것이 일본의 역사이기도 하지만,

근대를 거치면서 일신의 영달을 위하여 문화재를 팔아치운 불쌍한 민족의 역사도 하나의 역사이고,

일본의 문화 유산 역시 소중한 역사의 하나임을 새삼 배운다.

 

<신은 디테일에 있다>는 유명한 말이 등장하지만,

유홍준의 가치는 디테일에 있다.

그만이 보여줄 수 있는 디테일이 그의 힘이다.

 

 

 

몇 가지 오타가 보여... 적어 둔다.

 

75. 봄철이면 은목서향기가 아주 향기롭겠지... 은목서는 가을에 짙은 향을 풍기는 나무로 향기가 천리를 간다 하여 '천리향'이라 부른다.

 

138. 후시미 이나리 신사(大社)... 굉장한 규모로 정식 명칭도 대사라고 하는데... 굳이 한자 대사 앞에 '신사'라고 적은 것은 수정했으면 한다.

 

150-151. 의상대사의 법성계... '법성게'가 맞을 것이다. 한자도 (戒 경계할 계)가 아니라 '(偈 쉴 게)'로 적는 것이 옳다.

 

293. 긴바야시... 간바야시를 그림에서 '긴바야시'라고 오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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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의 인연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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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우리, 저 별똥별 같다."

"기약도 없이 날아갈 수밖에 없고, 어디서 다 타버릴지도 몰라. 하지만..."

“우리 세 사람은 이어져 있어. 언제라도 한 인연의 끈으로 묶여 있다고. 그러니까 무서울 거 하나도 없어.” (81)

 

유성을 관찰하러 다녀온 밤,

삼남매의 부모가 살해당한다.

어린 삼남매는 자신들이 별똥별같은 신세라며 인연의 끈으로 서로를 묶는데...

 

진짜 '인연'은 다른 사람, 다른 장소에 있었다.

 

사기 행각을 벌이며,

돈 많은 남자를 물색하던 중,

<도가미 정>의 후계자를 만나게 되고...

 

"그게 아냐. <도가미 정>의 하야시라이스에는

먹은 다음에 은근히 남는 향기가 있었고, 그게 아버지의 하야시라이스하고 완전히 똑같았어.

그 향기가 큰오빠의 하야시라이스에는 없어.

그래서...... <도가미 정> 쪽이 더 아버지의 하야시라이스야."(188)

 

아버지의 하야시라이스 맛을 기억해 내며

도가미 정의 창업주에게 막내 시즈나는 의심의 눈길을 던지게 되고,

둘째 다이스케의 목격담까지 가세하여 범인을 확신하게 된다.

경찰에게 범인에게 가는 길을 놓아주는 삼남매..

 

히가시노 게이고답지 않게 범인을 노출하고, 그에게 다가가는 결말이 좀 싱겁다 싶었는데,

마지막에서는 역시 또하나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뜻밖의 사건과 뜻밖의 범인.

 

삼남매가 유성을 바라보던 사건의 그 밤에,

또 한 곳에서 유성을 바라보던 기억을 또렷이 품고 있었던 한 사내가 있었으니...

 

여러 겹의 얼개가 서로 엮이면서 탄탄한 구조물을 보여주는

작가의 솜씨가 돋보이는 소설.

 

그런데, 굳이 하드커버로 분책을 한 이유가 있을까?

하긴 각권 12,000원인데, 한 권으로 냈다면 15,000원 안팎이었겠지?

이런 작품들을 읽으면서,

삶의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작품화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두뇌가 참 흥미롭다는 생각이 든다.

58년 개띠 남자인 그가 아직 젊으니, 앞으로도 많은 작품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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