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봤어? - 내일을 바꾸기 위해 오늘 꼭 알아야 할 우리 시대의 지식
노회찬.유시민.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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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소고기 파동과 촛불집회로 국가가 떠들썩했다.

대통령은 몇 번이나 고개숙여 사과하는 뒷구멍으로 경찰과 검찰의 무단통치로 정국은 잠재웠다.

용산, 쌍차 등 사고가 잦아들지 않았지만, 국민적 저항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2014년 4월 세월호라는 배가 뒤집어지면서 국가는 총체적으로 무능함을 증명하였으나,

6월 선거에서도 그런대로 정부가 승리했다.

 

도대체 한국 사회는 어떤 구성체인가?

봉건 국가가 제대로 해체된 적이 없었던 노예 의식이

신자유주의 시대를 만나 다시 갑을 상황으로 돌아온 것은 아닐까?

워낙 '식민지, 전쟁, 독재' 삼종 세트의 폭력에 <적응>하다 보니,

적자 생존의 겁쟁이들만 살아남는 진화를 거치고 있는 중이나 아닐까?

 

이명박근혜의 통치를 8년째 겪으면서 국민이란 참 비극적인 자리라는 생각이 든다.

팟캐스트 붐을 일으켰던 가카의 시대가 갔으나,

가카에게 돈을 준 사람은 죄인이 되어 조사를 받고, 가카는 여전하시다.

무엇이라도 해야하겠다는 생각에서 <노유진의 정치카페>를 차렸을 것이다.

 

이 책에서 그들은 유쾌하고 경쾌하게 세상을 들여다 본다.

자신들만의 해학과 풍자를 통한 비판이 아니라, 전문가를 초빙하여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나... 답답하다. 울분만 터진다.

 

마르코스가 말했던 것처럼 말과 글은 우리의 무기이다.(머리말, 7)

 

세월호 난민들을 벌레보듯 하는 청와대의 모멸에 온 국민이 치를 떨 때,

교황이 왔다. 그가 진보든 뭐든 종교가 무슨 힘이 있나... 했는데,

역시 힘은 없지만, 그는 많은 교훈을 남겼던 것 같다.

 

평화는 전쟁이 없는 상태나 비방이 아니고, 정의의 결과다.(43)

 

교황의 언사들은 쉬우면서도 핵심을 콕, 찌르는 말들이 많았다.

교황께 전달한 유민 아빠의 편지를 읽으면서,

조선 말, 교황에게 전달하려는 황사영의 백서 사건이 오버랩되었다.

황사영은 그 사건으로 능지처참에 처해졌다 한다.

 

백성들은 물에 빠져 죽는 고통속에 있는데도 어지신 아버지를 잃어 붙들고 호소할 데가 없으며 진실한 형제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서로 의논하고 일할 사람이 없습니다. 오직 주교님께서 은혜로는 부모를 겸하셨고, 의리로는 사목의 무거운 책임을 지셨으니, 반드시 저희를 불쌍히 여기시고 구원해 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짓은 동양에서 2백년 이래 없었던 일이니 군사를 일으켜 죄를 묻는 것이 무엇이 옳지 아니하겠습니까? 예수의 거룩하신 가르치심에 의거하면 전교를 용납하지 않는 죄는 소돔과 고모라 보다도 무겁다고 하였으니 비록 이 나라를 멸망시킨다 하더라도 성교의 표양에 해로울 것이 없을 것인데 다만 지금의 이 계획은 성세를 크게 벌여서 전교를 받아들이게 함에 불과한 것입니다. (황사영 백서 중)

 

이 사건은 저만의 사건이 아닙니다.

생명보다 이익을 앞세우는 탐욕적인 세상, 부패하고 무능하며 국민보다 권력의 이익을 우선하는 정부라는,

인류 보편의 문제입니다.

우리 정부를 압박해 주십시오.

그래서 힘이 없어 자식을 잃고 한도 풀어주지 못하고 있는 우리를 구해 주십시오.(47, 유민아빠의 편지 중)

 

자국 백성을 돌보지 않고 학살하는 조선 정부나

세월호 사건을 바라보는 한국 정부나

국민을 적대시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를 압박해 주십시오... 이런 말을 다른 권력에 당부해야하는 백성의 눈물을 닦아줄 자 누구인가...

 

오늘날 한국 사회의 <보수>란 이름으로 집합하는

어버이 연합, 기독교 세력, 일베 등의 현상에 대하여 깊이 살피고 있는데,

 

아마 조직적으로 유포가 되는 것 같아요.

그들이 체계적으로 망을 깔아서...(171)

 

뭐, 선거에도 국가 기관이 불법을 저지르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국가이니,

조직적으로 국가 기관이 여론을 조성하는 저질 국가에게 무엇을 바랄 것인가마는...

 

우리 나라 사법체제에 대한 문제를 말하고 싶습니다.

정말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게 해야죠.(172)

 

작금의 '보수'를 참칭하는 단체나 일베 등은 국가 기관에서 조직적으로 비호하는 분위기다.

그걸 판,검사들에게 잘 하라고 하는 말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살살 다루라는 거나 마찬가지다.

 

발렌베리는 지주회사를 공익재단이 소유하게 함으로써 소유를 사회에 내놓고 경영 승계권을 확보한 겁니다.

그런데 삼성은 소유 경영을 세습하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189)

 

노회찬 씨의 X 파일을 보면,

녹음된 내용과 그 사실에 대해 보도자료를 내고 홈페이지에 올렸다고 의원직을 박탈했죠.

돈을 준 사람이나 받은 사람은 아무 일도 없이 다 출세해서 잘나가고 있는데...(198)

 

작금의 현실도 하나도 다르지 않다.

돈을 준 사람은 궁지에 몰려 자살을 하고,

돈을 받았다고는 하지 않지만... 다들 우물쭈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참 한심한 나라다.

 

세월호 참사가 있던 그날

정부는 고리원전 1호기의 재가동을 승인했다.

어쩌면 세월호 참사는 핵발전 사고라는 대재앙의 예고일지도 모른다.(한홍구, 205)

 

고리원전은 우리학교에서 직선거리 4킬로 지점에 있다.

(아, 원자력발전이 아니고 핵발전소란다.)

대재앙... 세월호 참사가 예고편일 따름인...

일본에서 일어난 현실을 보고도, 부정과 비리로 얼룩진 고리원전을 재가동한다.

간도 큰 사람들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어떤 위험도 감수한다는 배포는... 참 무섭다.

 

두려워하지 말라.

검열하는 자들이야말로 나약한 자들이다.(어산지, 294)

 

부정으로 권력을 잡아

여론을 조작하는 이들이야말로 '검열'을 필요로 한다.

그들이 '폭력적 힘'으로서는 강할지 모르지만,

'정당성에서 나오는 힘'의 면에서는 취약한 자들이다.

 

물론, 한국처럼 상처받은 역사를 안고 출발한 국가에서는

국가 기관이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없다.

대법원 이하 사법기관에서 정의란 '권력의 뜻'에 불과하고,

경제 정의란 '부자들의 뜻'과 같다.

언론 정의란 '권력과 부자들의 뜻을 알림'일 터이다.

 

'세상을 바꾸는 약속'이라는 책이 대통령 공약집 이름이었다는데,

'약속을 바꾸는 세상'이라고 노회찬이 비틀었다.

참 세상 험하다.

 

의료 영리화, 연금의 개악 등으로 세상은 점차 살기 힘들게 된다.

계층 갈등이 선거때마다 두드러지는데,

과연 부정 선거가 없었더라면 그 진실은 어떠했을지, 궁금하다.

 

60대가 행복해서 긍정적 답변을 하기보다는

지금 힘들기 때문에 혹은 힘들게 살아왔기 때문에

자신의 존재를 합리화시키는 자긍심의 표출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367)

 

세 사람 중 노회찬의 생각이 가장 분명하다.

영화 국제시장에서도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가 주제고,

명량에서도 '우리들이 이렇게 고생하는 거 후손들이 알기나 알까 몰라'가 등장하는 세상.

 

이 책에서 <생각해 볼까>하는 문제들은

국민이라면 관심을 가져야 할 것들을 잘 짚어주고 있으나,

이런 책의 한계는 언제나, 항상, 슬프게도,

읽을 필요 없는 사람들이 독자의 대부분이라는 것...

 

그러나, 자라나는 세대들도 겁먹은 토끼로 성장하게 하기보다는...

이런 책들로 생각해 볼 문제들을 던져줄 필요도 있기는 하다.

정치에 처음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라면... 토막토막 짧기도 하고

쉽게 읽을 수 있어 좋다.

 

다만, 후년에 있을 대선을 어떻게 맞을 것인가에 대하여...

너무도 막막한 그림이 그려져서 힘든 마음이 별로 위로받지 못하기도 한다.

하늘만큼 마음도 무겁게 내려앉는다.

 

 

352. 삼당 합당을 <자민당>이라고 했다...  자민당은 일본이고, 새누리당 전신은 그이름도 거룩하신 '민주 자유당(민자당)'이시다. 아, 자유당, 이승만의 후예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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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에 기대어 문학의전당 시인선 25
송수권 지음 / 문학의전당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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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야
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정정(淨淨)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 가면
즈믄 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 오던 것을
더러는 물 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살아오던 것을
그리고 산다화(山茶花) 한 가지 꺾어 스스럼 없이
건네이던 것을

누이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낱을 기러기가
강물에 부리고 가는 것을
내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두고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같이
그렇게 만나는 것을

누이야 아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눈썹 두어 낱이
지금 이 못 물 속에 비쳐옴을 (산문(山門)에 기대어)

 

'산문'은 절집어귀에 있는 문이다.

일주문 같은...

시인은 남동생을 잃고 마음이 무척 헛헛했다 한다.

산문은 이승과 저승, 속세와 절집을 가르는 갈림길이겠다.

 

누님의 치맛살 곁에 앉아
누님의 슬픔을 나누지 못하는 심심한 때는
골목을 빠져나와 바닷가에 서자.

비로소 가슴 울렁이고
눈에 눈물 어리어
차라리 저 달빛 받아 반짝이는 밤바다의 진정할 수 없는
괴로운 꽃비늘을 닮아야 하리.
천하에 많은 할 말이, 천상의 많은 별들의 반짝임처럼
바다의 밤물결 되어 찬란해야 하리.
아니 아파야 아파야 하리.

이윽고 누님은 섬이 떠 있듯이
그렇게 잠들리.
그때 나는 섬가에 부딪치는 물결처럼 누님의 치맛살에 얼굴을 묻고
가늘고 먼 울음을 울음을.
울음 울리라. (박재삼, 밤바다에서)

그이 시를 읽노라면,

박재삼의 밤바다...가 중첩된다.

 

박재삼은 1950년대의 가난이고, 송수권은 한 20년 뒤의 가난인데,

참 이나라의 가난의 한은 깊다.

 

여러 산 봉우리에 여러 마리의 뻐꾹새가
울음 울어
떼로 울음 울어
석 석 삼년도 봄을 더 넘겨서야
나는 길뜬 설움에 맛이 들고
그것이 실상은 한 마리의 뻐꾹새임을
알아냈다.

智異山下(지리산하)
한 봉우리에 숨은 실제의 뻐꾹새가
한 울음을 토해 내면
뒷산 봉우리 받아 넘기고
또 뒷산 봉우리 받아 넘기고
그래서 여러 마리의 뻐꾹새로 울음 우는 것을
알았다.

智異山中(지리산중)
連連(연연)한 산봉우리들이 다 울고 나서
오래 남은 추스림 끝에
비로소 한 소리 없는 ()이 열리는 것을 보았다.

섬진강 섬진강
그 힘센 물줄기가

 하동쪽 남해를 흘러들어
南海群島(남해군도)의 여러 작은 섬을 밀어 올리는 것을 보았다.

봄 하룻날 그 눈물 다 슬리어서
智異山下(지리산하)에서 울던 한 마리 뻐꾹새 울음이
이승의 서러운 맨 마지막 빛깔로 남아
細石(세석) 철쭉꽃밭을 다 태우는 것을 보았다. (지리산 뻐꾹새, 전문)

 

지리산 뻐꾹새 역시 절창이다.

그 하염없는 눈물이

세석까지 타오르는 시각으로 눈물겹다.

 

푸른 이내를 적시는

방울소리 뚝 끊어지고

어느 강물에 시치미도 흘려 버리고

그린 듯이 하늘 가에

나의 매는 섰어라.(그리움, 전문)

 

절절한 그리움은

기러기든, 매든 하늘 가를 우러르는 눈매에 잡히는 것은 모두 서럽다.

이녘과 뚝, 끊어지는 인연은

푸른 안개 적셔진 온 세상을 서럽게 운다.

 

아이들이 크는 동안은 다 이렇게 귀여운 것인가

꽃밭 하나를 차지하고 꽃을 가꾸는 아이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그들이 피워낸 꽃이 비록 작은

분꽃이나 나팔꽃일지라도(情, 부분)

 

딸을 가진 기분은 어떨까?

 

무엇이 마음에 차지 않을 때에는

일부러 개 울음소리를 흉내낸다

아빠가 성난 얼굴을 하면

월,월, 월, 혀를 내둘러 놓고는

냅다 뛴다(정, 부분)

 

이런 귀염상 가득한 딸의 애교를 보면, 어떤 사상도 다 놓아지지 않을까?

 

김수영이 생계를 위해 닭을 기른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인상파 회고전'에서 수영을 만난다.

그리고 삶의 비애를 시로 쓴다.

 

일금 삼십 원을 들고 서서

닭의 밑구멍을 빤히 들여다 보고 서 있는

이젠 이 짓도 그만둘 거라며

두 손 짝짝 털고

무덤 쪽으로 가고 있는 수영의

검은 얼굴... (수영의 닭장, 부분)

 

김용직은 평론에서 송수권과 박재삼을 마주 대본다.

 

재삼은 수권이 심각하게 의식해야할 시인이었다.

그는 이미 50년대에 한국적인 정조를 그 씨날로 할 작품들을 양산해냈다.

뿐만 아니라 거기에는 송수권이 시의 발판으로 삼은

지방의 독특한 말씨, 그 감칠맛이 있는 느낌까지가

교묘하게 수용되어 있었다.

그의 기가 펄럭이는 연대에 시단 진출을 한 것이 송수권.(145)

 

이 시집엔 없으나,

난 그의 '여승'이 참 정겨웁다.

 

어느 해 봄날이던가, 밖에서는
살구꽃 그림자에 뿌여니 흙바람이 끼고
나는 하루종일 방 안에 누워서 고뿔을 앓았다.
문을 열면 도진다 하여 손가락에 침을 발라가며
장지문에 구멍을 뚫어
토방 아래 고깔 쓴 女僧이 서서 염불 외는 것을 내려다보았다
그 고랑이 깊은 음색과 설움에 진 눈동자 창백한 얼굴
나는 처음 황홀했던 마음을 무어라 표현할 순 없지만
우리집 처마끝에 걸린 그 수그린 낮달의 포름한 향내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너무 애지고 막막하여져서 사립을 벗어나
먼발치로 바릿대를 든 女僧의 뒤를 따라 돌며
동구 밖까지 나섰다
여승은 네거리 큰 갈림길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뒤돌아보고
우는 듯 웃는 듯 얼굴상을 지었다
(도련님, 小僧에겐 너무 과분한 적선입니다. 이젠
바람이 찹사운데 그만 들어가보셔얍지요.)
나는 무엇을 잘못하여 들킨 사람처럼 마주 서서 합장을 하고
오던 길로 되돌라 뛰어오며 열에 흐들히 젖은 얼굴에
마구 흙바람이 일고 있음을 알았다.
그뒤로 나는 女僧이 우리들 손이 닿지 못하는 먼 절간 속에
산다는 것을 알았으며 이따금 꿈속에선
지금도 머룻잎 이슬을 털며 산길을 내려오는
女僧을 만나곤 한다.
나는 아직도 이 세상 모든 事物 앞에서 내 가슴이 그때처럼
순수하고 깨끗한 사랑으로 넘쳐흐르기를 기도하며
를 쓴다. (여승, 전문)

 

 

비로소 인간으로서 상대를 인식하기 시작한 무렵,

우연히 만난 여승의 추억은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 같이

시의 가슴을 살포시 젖는 물결 같이>

에서 영랑이 찾던 <시의 가슴>을 경쾌하면서도 진하게 느끼게 한다.

 

남도 가락이 유장한

서편제 풍의 송수권의 시는,

그 배경에 깔린 한과 함께

바닷가 비릿한 사람들의 한을 오롯이 담아내는 시를 쓴 사람이다.

 

지리산 뻐꾹새가

섬진강 줄기따라

울음울며 내리다

남해 다다라

섬 하나에 막혀 솟구친

그런 울음으로 가득한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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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향기 2015-04-28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송수권 님의 시는 정말... 아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 너무 감동이네요!

글샘 2015-05-03 20:57   좋아요 0 | URL
네, 송수권 님 시는 울음이 가득한 소년 시절의 막막함... 그런 걸로 가득하지요.
 
그림자에 불타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466
정현종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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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버스 타고

근동 지방을 구불구불 가다가

드넓은 밀밭을 검게 태운

구름 그림자를 보았다

구름 그림자에 타서! 대지는

여기저기 검게 그을려 있었다.

 

2

욕망 - 구름 그림자

마음 - 구름 그림자

- 구름 그림자에

일생은 그을려,

- 구름 그림자

- 구름 그림자

- 구름 그림자에

세계는 검게 그을려-

 

3

그 모든 너울을 걷어낸 뒤의

구름 자체를 나는 좋아하고

그리고

은유로서의 그림자에 불타는 바이오나 - (그림자에 불타다, 전문)

 

구름 그림자 진 검은 밀밭은 불탄 것처럼 보인다.

불태우는 것은 불이나 태양 같은 것이지 그림자라 이름하긴 힘든데,

시인의 눈은 밀밭을 불태운 그림자를 찾아낸다.

그래. 찾기에 따라 불태우는 것들은 반드시 불길만은 아닐 게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섬, 전문)

 

이 짧은 시의 시인, 정현종.

 

사람들 사이에 놓인 심연을,

섬처럼 외로운 개념에 빗대어 두고

실존의 고독을 형상화한 멋진 시다.

 

 

 

그의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은

회복 탄력성을 높이 치는 현대 읊어두어야 하는 시다.

 

구기자차를 잔에 따르고

가라앉은 구기자를 숟가락으로

건져 올리는데

잘츠부르크도 올라오는 게 아닌가!

모차르트를 듣고 있었다고는 하더라도

구기자를 건져 올리는데

아직 못 가본 그곳도 올라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여

꿈이 올라오는 것이었다.

가족의 우울을 감싸면서

꿈이 올라오는 것이었다.

어제와 오늘의 불행을 감싸면서

꿈이 피어오르는 것이었다.(꿈이 올라오는 것이었다, 전문)

 

구기자차 안에 '잘츠부르크'가 들어있을지도 모른다.

 

오, 인간은 꿈꿀 때 신이며, 생각할 때는 거지이다 - 휠덜린-

'책상은 살아있다'는 시의 제사로 걸어둔 휠덜린의 시는 명문이다.

인간은 꿈꿀 때, 신과 같은 존재이다

현실을 생각할 때는, 누더기 같은 현실에 좌절하는 존재...

그래서 그는 부화중인 꿈을 사랑하는 시인.

 

책상이 둥지인 듯

부화 중인 꿈이며

또한 좋지 않으가

때로 정신은 경이에 꽂혀

풍부함에 겨워 날아오르기도 하느니,

경이에 꽂혀 그 풍부함으로 날아오르기도 하느니......(책상은 살아있다, 부분)

 

그이 시를 읽노라면

편안한 마음들도 죄스럽지 않다.

그래서 좋다.

 

모든 인사는 시이다.

그것이

반갑고

정답고

맑은 것이라면.

 

실은

시가

세상 일들과

사물과

마음들에

인사를 건네는 것이라면

모든 시는 인사이다.

 

인사 없이는

마음이 없고

뜻도 정다움도 없듯이

시 없이는

뜻하는 바

아무런 눈짓도 없고

맑은 진행도 없다.

세상 일들

꽃피지 않는다.(인사, 전문)

 

그래. 인사를 나누는 마음이나, 시를 나누는 마음이나...

내가 이 시집에서 제일 맘에 드는 시는 이것이었다.

 

어린 시절

뒷산 기슭에서

소리 없이 솟아나던 샘물은

지금도 기억 속에서,

내 동공 속에서,

솟아나고 있어요.

그때와 똑같이

작은 궁륭 모양으로

솟아나고 있어요.

지상의 모든 숨어 있는 샘들을

계시한

그 신비의 샘은

또한 마음을 샘솟게 하는

신비.

어린 시절 뒷산 기슭에서

소리 없이 솟아나던 샘물.

내 마음에 샘솟는,

오 마음이 샘솟는 원천!(샘을 기리는 노래, 전문)

 

내가 다니던 사범대학 건물 뒤편 공터 구석에

샘물이 고이는 샘터가 있었다.

나는 그곳이 참 좋았다.

아늑한 구석진 곳 한적한 곳이...

 

온몸을 깨워

대지는 구르고

시간은 부화하고

장소들은 생생하여

온몸이 샘솟게 해다오.

연애야.

기도와명상

지적 모험들이 으레

무슨 잠인지를 또한 깨운다 한다마는,

연애야

네 속에서 발효하는 명상

네가 조각하는 기도

네가 숨 쉬는 모험만큼은

생생하지 않느니.(연애, 부분)

 

연애할 때만큼

그 장소가, 공기가

주변을 감싸돌던 음악이 기억나는 일은 없다.

먹었던 음식이, 돈까스의 바삭함까지 오랜 시간 남는다.

기도보다

명상보다

더 몰입하기 때문이다.

 

매일 연애하듯 살 수 있다면...

 

모든 순간들은

깊은 산에 숨어 있는

샘물,

마르지 않는 신비는

그걸 듣고

보고

온몸으로 느끼는 영혼을

한없이 조용히 솟는

힘으로

또 다른

상승의 원천으로 만드는

신비.(아, 시간, 부분)

 

신비를 느끼려

사람들은 산을 걷고,

계곡의 샘물을 탐구한다.

그러나, 가끔 지구는

인간을 털어내고 싶다는 듯, 몸부림을 친다.

 

자기의 최상의 말 앞에서는

스스로를 걸어 잠그고 고독 속으로 들어가야 해요.

말은 신선해져야 하니까요.

그게 세계의 비밀입니다.(릴케이 편지 중, 97)

 

최상의 말은

걸어 잠근 고독 속에서

샘물처럼 고여

그런 신선함이 그득하게 우러난 것.

그 말에 공감한다.

 

보통 문지사의 시집 뒤편에는

평론가의 발문이나

시인의 말 같은 것 중,

멋진 구절들이 담긴다.

 

이 시집의 뒤편은

단촐하다.

 

앞에서 노래했으니 이제 입을 다무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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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손톱
빌 밸린저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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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1955년에 나온 작품이라고 한다.

요즘처럼 기계적인 장치를 활용한 수사가 전혀 개입되지 않던 시기의 추리물의 전형을 보여준다.

 

도저히 성립될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을 만들어 두고,

그 톱니바퀴들이 차근차근 맞아들어가서

드디어 그 큰 구조물이 기기긱~~~ 소리를 내면서 움직이기 시작할 때의 그 전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제목인 <이와 손톱>은 법정에서 다루어지는 주요한 두 가지 살인의 정황을 설명하는 증거물이기도 하지만,

영어로 tooth and nail...은

이로 물어뜯고 손톱으로 할퀴는 등 별짓을 다해서 <맹렬하게, 갖은 수단으로, 필사적으로>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이 소설은 두 가지 이야기가 나란히 달린다.

마치 기찻길이 종착역까지 만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도대체 어떤 점에서 공통점이 있을지 첫부분에선 상상도 못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결국, 소설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시 읽어야 할 노릇이다.

 

심지어는, 가장 결정적인 부분에서 그만 책을 봉해버린다.

그리고 봉한 부분을 읽지 않고 가져오면 책값을 돌려주겠다 하니,

그것은 '니가 이 책을 사서 요 부분을 읽지 않고 배기겠니?'같은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샀더라도, 읽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로 치밀하게 이야기는 전개된다.

 

가난한 두 남녀,

마술사와 무거운 가방을 든 여인의 사랑은 애틋하고,

그 가방이 엄청난 돈이 되는 것이어서, 결국 여인은 살해당하는데...

마술사는 원한을 갚기 위하여 범인을 쫓지만...

이미 전개되어왔던 법정 드라마에 따라...

우리는 마술사가 이미 살해되어 '이와 손톱'만 남기고 소각로에서 불타 없어져 버렸음을 알고 있다.

 

아, 이런 치밀함을 머릿속에서 궁그르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생각을

엇나가는 톱니들을 빼버리고 다시 끼우는 작업을 반복했으려나... 생각하면, 작가가 존경스러워진다.

 

그런가 하면, 부분부분 베껴 적어두고 싶을 정도로 멋진 문장들로 이 책은 그득하다.

 

희곡  porgy포기에 나오는 대사를 살짝 바꿔치자면,

행복은 잠시 머물렀다 지나간다.

행복의 느낌을 - 일정한 시간이 지나고 나면 - 떠올리기 쉽지 않은 이유는

그것이 일시적인데다 손에 잡히지 않으며 거품과 같기 때문일 것이다.

만족감을 행복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만족감이란 행복과 비참함 사이의 타협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수많은 순간들을 훗날 되돌아보면

완전한 행복의 순간을 정확히 집어 내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만족감이 지배하던 긴 기간을 기억해 내기는 꽤나 쉽다.(96)

 

가난함에 찌들린 삶을 하던 떠돌이 같은 그들에게 '행복'을 말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만족감이 지배하던 긴 기간>으로 명명함으로써

그들은 나름 만족하고 행복한 삶을 누린 사람들로 그려진다.

 

마치 톨스토이 같은 작가들의 서술에서 만날 수 있을 법한 구절들이 툭툭 던져진다.

여느 추리물들이 스토리를 쫓아 좌르륵 달려가는 독서를 하게 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곱씹에 읽게 하고, 다시 보고 싶게하는, 그러니까 제법 독자를 손바닥에 두고 놀리는 작가다.

 

두 연주자들이 볼륨 조정을 헛갈리기라도 하면 마이크를 통한 하울링은

마귀할멈이 할복하는 소리 비슷하게 울려 퍼졌다.(99)

 

번역이 멋지게 된 덕도 있을듯 싶다.

 

세상 모든 바다의 해변을 때리는 파도들이 순간 그 자리에 멈추었다.

글더니 뭍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하여 하나씩 하나씩 포개지더니

마침내 하나의 검은 파도가 되어 끈적이는 바다 밑바닥을 드러낸 채 밀려 나갔고

하늘의 태양조차 파도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검은 파도의 한가운데에서 엄청난 울부짖음이 시작되었고,

커지고 점점 더 커지는 그 소리가 다른 모든 소리를 다 삼켜 버렸으며

검은색이 너무나 짙어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133)

 

여자친구 탤리의 죽음 앞에서 루는 절망한다.

그 묘사를 비유한 하늘과 바다, 온 세상의 빛과 소리, 감각적 혼합은

독자 역시 깊은 심연으로 삼켜지게 한다.

 

마술사가 만드는 눈속임과 착각의 세계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마술사가 보여주기 전까지만 보이지 않는 것이다.

 

주인공의 직업이 마술사이지만,

스토리의 숨은 부분,

그러니까 법정에서 다루어지는 '보이는 부분' 사이에 마술사가 숨기고 보여주지 않는 부분을

엇갈리는 스토리로 슬몃슬몃 보여주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생명의 마술은 지속된다...

(탤리는 죽었지만) 발자국 소리에서... 누군가의 옆모습에서... 맑은 웃음소리에서...

누군가의 예쁜 다리에서... 아직도 마술은 계속되는 중이다.

어제는 아직 오늘이 되지 않았다.

오늘은 결코 내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내일은 너무 늦기 때문이다.

희망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겨울이 오기 전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마지막 부드러운 바람결에,

침묵이 오기 전 마지막 음악 한 소절에,

실망감에 마지막 가짜 꽃다발이 시들 때까지,

죽음이 검은 벨벳 커튼을 드리우기 전까지, 희망은 머무른다.

끝나지 않는 밤의 비참함 속에서,

다음 날의 슬픔 속에서,

희망은 사라져 간다.

그때야말로 마술이 완성된다. 왜냐하면 그때가 되어서야 그녀는 영원히 사라지기 때문이다.(152)

 

여자친구의 죽음 앞에서

<당신은 갔지마는 나는 당신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의 패러독스는 이어진다.

마술사에게 그녀의 죽음을 인정하는 날은,

그녀를 보내주는 날은, 마술을 완성하는 날이다.

 

가장 위대한 마술이란

사람들이 보는 것과 보지 않는 것이 똑같이 결합된 것이다.

내가 연출하는 마술은 실제로 벌어진 살인,

거의 흔적이 지워진 살인에 관한 것이어야 했다.(269)

 

도대체 어떻게 '프롤로그'에서 말한 '성취'가 가능하다는 것인가?

 

첫째, 그는 살인범에게 복수했다.

둘째, 그는 살인을 실행했다.

셋째, 그는 그 과정에서 살해당했다.(6, 프롤로그)

 

결국 <역설>이란 <모순처럼 보이지만 모순이 아닌> 어떤 감춰진 비의가 있는 것이다.

겉보기에는 '모순'처럼 여겨지는 <살인했고, 살해당했다>는 상황이,

이 소설을 읽으면서 마술사의 마술에 의해 그 트릭이 드러나는 것이다.

 

기막히게 정밀하고 정교하게 짜여진 스토리는 작가의 뛰어남을 증명한다.

 

그리고,

죽음 앞에서

죽은 사람을 보낼 수 없는 이들의

한이 가득한 울음 소리를 들으면서... 이 소설처럼 현실에서도,

사필귀정, 깔끔하게 죄인은 해치워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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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들에게도 아버지가 필요합니다 - 소년범들의 아버지 천종호 판사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따뜻한 메시지
천종호 지음 / 우리학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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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있어 좋

나를 예뻐해 주어서

냉장고가 있어서 좋다

나에게 먹을 것을 주어서

강아지가 있어서 좋다

나랑 놀아 주어서

런데 아빠는 왜 있지?(초딩의 글)

 

아이가 좋은 대학 가려면,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 필수란다.

 

아이들을 들들 볶아서 대학을 보낸다고

삶이 행복해지진 않는데,

어찌된 일일까?

 

사회가 갈수록 신자유주의 물결로 양극화가 심화되고,

빈자들을 위한 보호막은 벗겨진다.

가난한 가정의 아버지들은 더욱 심각하게 고통받고,

아이들에게 심한 충격을 안겨준다.

 

문제 아이들의 배후에는 반드시 문제 가정, 문제 부모, 특히 문제 아버지가 있다.

 

인간의 숲과 자연의 숲은 비슷한 점도 있지만,

가장 큰 차이는 '간벌' 여부에 있다.

자연의 숲에서는 한 나무를 거목으로 만들기 위해 병단 나무나 거목이 될 만한 재목이 아닌 나무를 희생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의 숲은 간벌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래서도 안 된다.(작가의 글, 36)

 

아이들이 문제를 일으키면 솎아내려 들기 쉽다.

중학교 아이들의 문제는 '퇴학'을 못하는 데 있다는 말을 교사가 쉽게 한다.

진짜 문제는 '의무교육'이 아니라, '의무교육 이후의 시스템 방관'에 있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일을 방기하고, 정치적 놀음만 일삼아 현실이 이렇게 된 것이다.

 

그대는 활, 그리고 그대의 아이들은 마치 살아있는 화살처럼

그대로부터 쏘아져 앞으로 나아간다.

그래서 활쏘는 자인 신은

무한의 길 위에 과녁을 겨누고,

자신의 화살이 보다 빨리 멀리 날아가도록 온 힘을 다해

그대를 당겨 구부리는 것이다.

그대는 활 쏘는 이의 손에 구부러짐을 기뻐하라.

그는 날아가는 화살을 사랑하는 만큼, 흔들리지 않는 활 또한 사랑하기에...(칼릴 지브란, 93)

 

휘어지는 활은 고통스럽다.

활은 부모이자 교사이자 판사이자, 보호자이다.

고통스럽다고 화살을 버려서는 안 된다는 지브란의 이야기는 매섭고 쓰다.

 

좋은 추억,

특히 어린 시절 가족 간의 아름다운 추억만큼 귀하고 강력하며 아이의 앞날에 유익한 것은 업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사람들은 교육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한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간직한 아름답고 신성한 추억만 한 교육은 없을 것이다.

마음 속에 아름다운 추억이 하나라도 남아있는 사람은 악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추억들을 많이 가지고 인생을 살아간다면

그 사람은 삶이 끝나는 날까지 안전할 것이다.(118, 도스토예프스키,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중)

 

어린 시절, 삶의 설계도가 구축되는 시기,

손을 잡고 걸어줄 부모의 존재는 참으로 소중하다.

요즘처럼 많은 수의 아이들이 풍족한 어린 시절을 누리는 현실에서,

지나치게 가난하거나 결핍된 환경, 독이 되는 언어와 폭력 등은 아이들에게 더 큰 상처가 된다.

그들에게 부모가 없는 자리를 조금이라도 대신해줄 수 있는

사회적 '가정'을 위해 천종호 판사는 노력하는 사람이다.

허나, 아직도 입양에는 차갑고,

자기 자식에 올인해야 하는 각개 격파의 한국에서는 사회적 가정을 꾸리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고,

갈수록 복지에 눈 감는 정치적 환경은 청소년에게 더욱 가혹할 따름이다.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

너는 존재한다. - 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 - 그러므로 아름답다.(135, 쉼보르스카)

 

소외된 아이들의 마음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절실하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진정 소년들을 위한다고 할 수 있지 않겠나.

청소년회복센터장과 같이 우리 사회가 짊어져야 할 짐을 대신 지고 있는 분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박수를...(147)

 

소외된 아이들도 온기 속에서 돌아오기도 하고,

비행을 덜 저지르기도 할 것이다.

이론상으로는 옳지만, 내가 먼저 선뜻 손을 내밀기는 쉽지 않다.

 

'경계선 지적 기능'을 가진 소년들처럼,

복지가 필요한 부분도 크다.

돌봐야 할 아이들의 부모 역시 복지적 차원에서 가려야 할 빗물도 많다.

 

오늘 그늘에서 쉴 수 있는 것은

오래 전에 나무를 심어 놓았기 때문.(179)

 

우리 사회가 이렇게 힘든 것은,

힘겨운 현대사를 관통해 오면서 나무를 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심을 나무들이 많다.

결국은 돈 문제지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정치적 문제가 결국 돈을 좌우한다.

정치란 곧 돈을 어디에 쓸 것인지의 우선순위를 매기기 위한 작업이니깐.

 

이 세상이 창조되던 그 아침 나는 아버지와 함께 춤을 추었다.

내가 베들레헴에 태어날 때에도 하늘의 춤을 추었다.

춤춰라 어디서든지, 힘차게 멋있게 춤춰라.

나는 춤의 왕, 너 어디 있든지 나는 춤 속에 너 인도하련다.(201, 찬송가)

 

종교의 공통점은 내가 곧 '주인'이라는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가혹해도, 춤추기 위하여 태어난 삶이니

즐겁게 춤추라는 듯...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분들이 있어 감사하다.

 

폭력과 절도 등의 범행이나

심지어 강간, 성매매, 살해까지 아이들의 비행은 끝이 없다.

세상이 말세여서가 아니라,

그들을 안아줄 아버지의 품이 부족해서라는 것이 호통판사의 판단이다.

 

관심과 반성이 필요함을 가르치는

죽비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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