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의 작가 수업 - 키웨스트와 아바나에서의 일 년
아널드 새뮤얼슨 지음, 백정국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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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헤밍웨이.

어느 책에서는 그를 <패배하지 않았지만 스스로를 파괴한 사나이>라고 적었다.

그는 강한 남자의 대표자인 듯 기억된다.

 

아널드 새뮤얼슨이란 한 사내가 무작정 헤밍웨이를 찾는다.

그 마을에서 잘 곳이 없어 유치장에서 잘 정도로 이 남자 막무가내다.

그런 그를 대하는 헤밍웨이를 보면, 다정다감한 면모도 진하다.

선이 굵은 사나이끼리 통한 것이 있을까?

글을 쓴다는 아널드와 1년을 같이 하면서 주로 새치, 고래, 상어 등을 잡으러 다닌 이야기 속에서,

깊은 바닷속에서 간혹 뛰어오르는 청새치의 싱싱한 등처럼,

간혹 작가에게 들려주는 말들이 바람결에 들려온다.

 

조용히 서재에서 들려주는 <작가란 무엇인가>의 목소리와는 사뭇 다르다.

금방이라도 스페인어로 욕지거리를 지껄일듯한

걸쭉하고 큼직한 목소리로

거센 바람 사이를 가르는 로프들 사이로 들리는 이야기들은 꽤나 매력적이다.

 

글쓰기에서 내가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은 절대로 한 번에 너무 많이 쓰지 말라는 걸세.

절대 샘이 마를 때까지 자기를 펌프질해서는 안 돼.

멈춰야 하는 시점을 아는 게 핵심이야.

쓸 말이 바닥날 때까지 버티지 않도록 하게.

그러고는 원고를 그냥 놔두고 생각을 끄게나.

나머지는 자네의 잠재의식한테 맡겨둬.

다음날 아침 잠을 자서 기분이 상쾌해지거든

그 전날 쓰던 것을 다시 쓰도록 하게.

이야기는 그런 식으로 한 덩어리가 되는 거라네.

검토할 때 잘라버릴 만한 건 모조리 잘라버리게.

무얼 내팽개쳐야 할지 아는 게 핵심이야.

잘하고 있는지 여부는 뭘 버리느냐에 달려 있다네.(31)

 

섬세하지 않고 거친 말투가 그대로 느껴지지만,

소설을 쓰는 사람이라면 귀가 쫑긋~! 할 법한 이야기다.

 

또 하나.

절대로 살아있는 작가들과 경쟁하지 말게.

그들이 훌륭한 작가인제 아닌지 알 길이 없으니까.

좋은 작품이란 작품은 몽땅 읽어둬야 해.(33)

 

그러면서 손수 읽어야 할 작품들을 적어주기도 한다.

 

이야기는 정확히 자기가 마땅히 그렇게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쓰는 거지

출판사 편집자가 원하는 대로 쓰는 게 아니야.(83)

 

원고가 채택되지 않는다고 해서

꼭 글쓴이가 형편없다는 뜻은 아니라네.

내 글을 잡지사란 잡지사에 다 보낸 적 있었는데 하나같이 되돌아온 적이 있었지.

그러던 자들이 이제 와서는 그 원고들을 보내달라고 안달아리네.

그러니 기죽을 거 없어.

나중에 더 좋은 걸 건질 수 있을 걸세.

제대로 된 쓸거리는 나타나지도 않았어.(216)

 

세상에는 평론가나 편집자라는 이름으로

작가의 글을 품평하는 인사들이 있다.

그들은 하나의 권력을 형성하는 인맥을 가지고 있어 무시하기 힘들다.

작가의 독자적 정신세계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면에서는 그를 마초라 해도 수긍할 만 하다.

 

작가로서 자네는 누구에 대해 쓰기 전에

그 사람을 철저하게 있는 그대로 보고 그 사람의 관점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자네의 사사로운 반응을 섞지 않고 그 사람을 정확하게 드러내는 요령을 터득해야 해.(120)

 

무얼 쓰려거든 사전에 그것에 대해 알아둬야 해.

이야기를 쓰려면 배경과 등장인물이 있어야 하지.

그것들을 완전히 꿰고 그것들이 벌일 만한 일을 생각해둬야 해.

우선 흥미로운 상황을 설정하고 그런 다음 액션을 만들어내.(156)

 

무엇을 본다는 것과 그것에 대해 쓴다는 건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네.

누군들 못 보겠나.

그러나 있는 그대로 보고 벌어진 그대로 쓸 수 있어야 모름지기 작가라고 할 수 있지.

치밀해지는 법을 배우고,

문장을 다루는 요령도 배우게 될 걸세.(175)

 

 

작가의 필수품,

관찰의 안목에 대해서도 반복 강조한다.

사람이면 사람, 지리적 요소나 세계의 이해 역시 마찬가지.

정확하게 세상과 사람을 이해하고 드러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은,

결국 세상을 자기가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사람들의 삶의 <결정적 단면>을 여실하게 드러내는 신의 손으로서 작가가 숨쉬는 것임을 말하는 것이다.

 

예전처럼

책을 내기가 힘든 시대가 아니다.

누구나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에 글을 써서 자신을 표현하는 시대다.

 

자네한테 지금 필요한 건

문장에 매달려 문장을 문단으로 쌓아 올리는 요령을 터득하는 거야~

 

문장의 모범을 보고

문장을 다듬으며,

그것에 생각을 담아 문단을 쌓아 올리는 요령.

 

백종원의 레시피가 어느 부엌에나 흔히 있는 아줌마식 재료에서 비롯된 것이듯,

좋은 글의 문장들도 특별한 요소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란 것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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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같은 선물이야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48
황선미 지음, 이고은 그림 / 시공주니어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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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의 황선미가 오로라에 빠져서 쓴 동화다.

 

고백할게요.

난 오로라도 별 중의 하나인 줄 알았답니다.

대단히 특별해서 어딘가로 찾아가야만 볼 수 있는 별인 줄 알았는데...(맺음말)

 

알래스카로 오로라를 보러가는 여행 중에 겪은 일들을

동화로 만들어 들려준다.

 

이누이트족 원주민들이 부랑아처럼 살고 있는 모습이라거나,

눈썰매를 끄는 개들이 달리면서 방분하는 현실, 또 발이 다쳐 피가 나더라도 달려야 하는 모습을 그린 부분은 짠하다.

 

신비로운 자연을 만나러 가는 길은

아름답고 신비롭지만은 않았다.

작가만이 가질 수 있는 날카로운 관찰력이다.

 

다행이다.

아름답다고 부풀리기만 하는 작가가 아닌 이가 오로라에 대해 이야기해 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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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붓 사계절 그림책
권사우 글.그림, 홍쉰타오 원작 / 사계절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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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유명한 동화라고 한다.

원작의 제목은 홍쉰타오의 <신필마량>

 

마량은 가난한 아이인데,

화공이 멋진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고

꿈속에서 붓 하나를 얻는다.

 

그 신필은 닭을 그리면 닭이 나오고, 밥을 그리면 밥이 나오는 신필이다.

마량은 길을 가다 배고픈 이들에게 밥을,

농사일에 힘들어하는 노인에게 소를 그려준다.

 

그러나 원님은 그 소식을 듣고,

재물을 그려보라 하지만, 금덩이 대신 똥덩이가, 돈나무 대신 뱀나무가 생긴다.

 

욕심을 내면 벌받는다는 흔한 동화지만,

신필 하나로 재미와 교훈을 다 잡았다.

마지막엔 당연히 욕심에 넘친 원님이 고난을 겪게 된다는 이야기.

 

권사우가 그린 그림도 예쁘고,

아이들에게 들려주면 재미있어 할 법한 이야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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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5월 18일 보림 창작 그림책
서진선 글.그림 / 보림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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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누나가 나무젓가락으로 만들어준 총을 들고 노는 주인공.

멋진 장남감 총이 부럽다.

 

그런 도시에 진짜 총을 든 군인들이 진주해 오고,

아이 눈에 비친 광주의 죽음들이 아련하게 투사되어 온다.

 

그 모든 총들은 가지고 노는 것이 아니다.

권력에 대한 복종을 뜻하는 것이고,

인간에 대한 말살을 위한 것이다.

 

더이상 전쟁놀이를 하게 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에게 전쟁과 무기에 대하여 생각하게 해주는,

동화 속 세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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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 - 법정과 최인호의 산방 대담
법정.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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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이 든 최인호가 법정 스님과의 대화를 정리한 책이다.

조용조용하니 이야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책을 읽고 있는 방에서 은은한 차향기가 퍼지는 듯 싶다.

서권기 문자향...

책에서 기운이 서려있고 문자에서 향이 퍼진다.

 

박물관의 도자기나 그림...

그것들이 내 소유였다면 잘 보관하고 도둑맞지 않게 간수하느라 바라볼 여유가 없을 거예요.

거기 그렇게 있기 때문에

나는 필요할 때 눈만 가지고 가서 보고 즐기면 되는 것.(49)

 

스님의 무소유는 참으로 울림이 크다.

 

우리는 몇 생 만에 이렇게 만났는데

금생에 잘해야 내생에 또 좋은 낯으로 만나지~(66)

 

이러면 싸울 일이 없겠다. ㅎㅎ

 

주님 제가 늙어가고 있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제발 말 많은 늙은이가 되지는 않게 해 주십시오.

특히 아무 때나 무엇에나 한마디 해야 한다고 나서는

치명적인 버릇에 걸리지 않게 하소서.(91)

 

천주교 신자인 최인호가 수녀님의 기도를 옮긴 부분이다.

나이들면서 추해지는 것은 고집부리는 것이고, 말 많은 것이다.

 

모든 글이 그렇지만

소설의 경우도 두 번 읽을 가치가 없는 소설은 좋은 소설이 아니다.(95)

 

세상이 바빠서 소설을 두 번 읽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법정 스님이 좋아하던 어린 왕자처럼, 읽을 때마다 새로운 소설이 흔치 않다.

 

저는 정면승부하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다시 태어나도 지금 이생에서도 끝까지 창작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고요.

문학상의 심사위원도,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강의하는 사람도 아닌,

글 쓰는 사람으로 사는 일, 저는 창작이 제 남은 삶을 채우길 바랍니다.(109)

 

심사위원~ 그 참 편한 자리인가 보다.

 

우리 민족의 좋은 화두가 있습니다.

심봉사가 공양미 3백석을 바치고도 눈을 못뜨다가,

왕비가 된 심청이가 벌인 맹인 잔치에 가서 눈을 번쩍 뜨지 않습니까?

사람은 모두 공양미가 있어야만 눈을 뜬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게 바보의 벽이겠지요.

공양미 없어도 뜰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본다면

우리이 삶은 기적의 연속이지요.(133)

 

어두운 방 안에 촛불을 켜면,

한 순간 방 안이 환하게 변하듯,

공양미 따위, 어떤 조건 따위 필요없다는 말이다.

 

참된 지식이란 사랑을 동반한 지혜겠지요.

반면 죽은 지식이란 메마른 이론이며 공허한 사변이고요.(135)

 

스님도 외롭냐는 질문에...

 

그럼요.

사람은 때로 외로울 수 있어야 합니다.

외로움을 모르면 삶이 무디어져요.

하지만 외로움에 갇혀 있으면 침체되지요.

외로움은 옆구리로 스쳐 지나가는 마른 바람같은 것.

그런 바람을 쏘이면 사람이 맑아집니다.(142)

 

참 맑은 말이고, 생각이다.

요즘 <느리게 살기>가 관심을 받는다.

 

빠삐용에 그런 말이 나오거든요. <너는 시간을 허비한 놈이다>라는 꿈을 꾸는...

느림이란 <여유있게, 침착하게>이되 시간은 허비하지 않는 것.

그러니까 시간을 허비하지 않을 때눈 분주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꿀벌처럼, 분주하면서도

사고와 의식은 모든 것을 관찰하는 느리게..

그러니까 <느리게>란 <충분하게>란 뜻이겠지요.(148)

 

우리의 근대에서 얻은 <빨리빨리>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걷어찬다.

느림은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이 아니다.

분주한 삶 속에서도 여유있고 충분히 침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통찰.

 

죽음은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대신 내가 지금 이 순간순간을 얼마나 나답게 살고 있는지가 과제지요.(177)

 

얇은데 12,000원이나 한다.

비싸보이지만,

맑은 바람 쏘이는 데 그 값이면,

결코 비싸지 않다.

 

책값 역시 그렇게 상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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