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누구를 사랑하는가 - 세계인의 영적 스승 바이런 케이티의 혁명적 가르침
바이런 케이티 지음, 유영일 옮김 / 쌤앤파커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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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런 케이티의 메시지는 지구인을 위한 위대한 축복이다.

그의 가르침은 우리의 모든 환상을 베어버리는 예리한 칼날과 같다. (에크하르트 톨레, 지금 이순간을 살아라 저자)

 

그의 메시지는 아름답다.

그런데 새로운 것은 별로 없다.

수천 년 전부터 온갖 종교가 모두 관심을 가지고 있던 것들이다.

이런 것을 새로운 언어로 옷을 입혀 몇 백만부씩 파는 행위를 <뉴 에이지>라고도 한다.

 

핵심을 이야기하자면 이렇다.

인간은 숱한 고통에 직면한다.

과거에 후회하고 현재에 고통받고 미래를 두려워한다.

그런데 그것을 만드는 것은 <마음>이라는 그림자다.

그 마음의 <이야기>를 질문을 통해 현실에서 소거하는 것을 <The work>라고 한다.

이 <작업>의 과정을 거치고 나면

문제가 사라지고, 문제를 만드는 생각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뉴 에이지>풍의 이야기들은

미국의 중산층에게는 새로운 신선한 사상으로 인기를 누릴 수도 있다.

오프라 윈프리 쇼에 소개되어 인기를 얻었다...는 이야기들이 그러하다.

 

그러나, 사회가 갈수록 양극화되는 현실에서,

2:8의 파레토 법칙은 무의미해지고,

1:99의 승자독식 사회가 된다면,

마음으로 다스릴 수 있는 범위가 극히 제한적일 수 있겠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적자생존'하게 마련이다.

생존하기 위해 적응하게 된다.

그러나, 그 적응의 기술만을 강조하고 생존 환경이 피폐해지는 것을 간과한다면,

나치의 절멸수용소에 들어간 유대인들에게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희망을 가지라고 외치는,

<노동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Arbeit macht Frei...>던 구호나 다를바 없지 않을까 싶다.

 

한국의 중산층이라면,

이런 책을 읽고 내 마음의 부질없는 이야기들을 조금 건져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막장 드라마의 인기 모티브들처럼

중년 남녀의 불륜 이야기라든가,

3포(연애, 결혼, 출산)를 넘어 5포(인간관계, 내집마련), 7포(꿈과 희망)로 내닫는 청년 실업의 어두운 전망 내지는,

3모녀 자살, 경비원 자살 등으로 대표되는 강퍅한 현실 앞에서,

니 마음을 잘 다스리면 현실의 문제들은 물거품처럼 스러지고 평안을 얻을 것이다...

하는 말은

마치 광주에서 피흘리는 시민들 앞에 굳게 잠긴 교회 문처럼...

누군가에게는 다사롭고 누군가에게는 날카로운 현실법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타인에게 인정받으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나는 늘 내 자신과 하늘로부터 인정받는 존재가 된다.(39)

 

전혀 틀린 구석이 없다.

그러나... 인문계... 인문대... 치킨집, 자연계... 공대... 치킨집... 이런 농담 앞에서,

100번의 탈락 끝에 자살을 택했다는 이십대 꺾인 꽃송이 앞에서,

타인의 인정을 구하지 말라는 말은... 참 초라하다.

 

연인이 내게 관심이 없어졌다고 가두려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의 태도가 아닙니다.

그가 할 일을 하고,

그의 존재 자체를 사랑합니다.

그것이 내가 바라는 방향입니다.(72)

 

이런 아름다운 구절을 읽으면서

나는 신경림의 가난한 사랑노래를 떠올린다.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신경림, 가난한 사랑노래, 부분)

 

나처럼 가난한 노동자의 아내로 살게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현실 앞에 선 젊은이에게

그의 존재 자체를 사랑하라는 말처럼 무심한 말이 어딨을까...

 

좋은 소설을 읽을 때

어떤 결말이 올까 궁금해하며 책장을 넘기듯,

죽음은 삶을 늘 설레게 만들어줍니다.(121)

 

모든 죽음은 사회적 죽음이라고 했다.

우리가  90세까지 살 것으로 기대하는 것 역시 사회가 변화한 영향이 크다.

그래서 연금 걱정을 하는 것이겠다.

연금 걱정하는 사람들 앞에서, 설레는 죽음... 이야기가 글쎄, 먹힐는지...

 

사랑한다, 얘들아, 훨훨 날아가거라.(126)

 

엄마새가 새끼새들에게 주는 사랑의 모습이란다.

새들이 날아가서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건강한 사회를 만들었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한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자식의 결혼 이후까지 돌봐주는 부모들의 나라다.

그것은, 건강하지 못한 사회에 사는 이들의 생존 전략이다.

그렇게 적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직장을 만들어 달래. 아 정말 마음 아프네.

직장을 만들 수 있으면 백날 밤을 새우더라도 만들어 주겠다.

미안해 내가, 직장 소리를 해서. 정규직 비정규직, 그런 거 저 잘 몰라요. 알고 싶지도 않고.

이런 사회 자체를 우리 어른들이 만들어놨다고 생각을 하고  

여러분들, 힘들지만 긍정적으로 생각 한번 해보면 어떨까요.

제가 종종 '참 쉽죠'란 말을 하는데,

여러분들한테 쉽다, 쉽다 하는 것도 뭐든지 긍정적으로 보라고 하는 얘기예요.

여러분 파이팅입니다. 어른 입장에서 죄송합니다. 정말 미안해요."

 

뭐든지 만드는 뚝딱이 김영만 아저씨에게

채팅창으로 <직장을 만들어 주세요>하는 대화가 올라왔다.

그만 아저씨는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쏟고 만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눈물에 공감하기 쉽지 않을까?

정말 마음 아프네... 미안해... 미안해요...

 

 

 

 

 

빈곤은 내면의 문제입니다.

뭔가를 안다고 생각할 때마다, 당신은 빈곤을 겪고 있는 중입니다.

무미건조한 돈에게 우리는 수많은 이야기를 지어냅니다.

그렇게 스스로 천국도 만들고 지옥도 만듭니다.(182)

 

 

5580원의 시급을 6030원으로 올리는 것도 극렬반대하는 인종들 앞에서,

니들의 마음이 문제다...5580으로도 만족할 줄 알아야... 그게 훌륭한 사람이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침을 뱉는 모욕보다 심한 말이 아닐까?

 

 

'작업'을 하면

우리의 생각이나 지어낸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우리를 괴롭히는지 알게 됩니다.(208)

 

 

한편 옳다.

우리는 쓸데 없는 걱정을 너무 많이 한다.

이미 지난 일은 되돌릴 수 없고,

앞으로 닥칠 일은 걱정해도 소용없다.

 

그러나...

그것은 건강한 사회의 질서가 건전하게 운영될 때 이야기다.

세계에서 가장 단기간에 복잡한 역사를 집약한 이 땅의 민중들에게,

주관적 유심론으로 '잊어라' 하는 주문은 먹히기 힘들다.

 

사회 시스템은 건설되지 않은 상태에서 점차 붕괴의 나락으로 치닫고 있고,

불안을 자본의 힘으로 상품화하여 보험으로 내세운다.

 

적어도, 친일파 놈들 100명은 목을 쳤어야 했다.

광주 학살의 주범 10명은 목을 매달았어야 했다.

세월호의 진실을 호도하려는 핵심 세력을 발본색원해 처벌했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눈물이 흘러도 고인을 보낼 수 있는 사회가 될는지 모른다.

새로운 눈물이

새로이 돋는 세상에서,

주관적 유심론으로, 믿어라, 잊어라... 니 맘이 문제다... 하는 것은,

객관적 중립을 가장하여 회피를 조장하는 권력자의 편에 서기 쉬운 논리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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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가 아직도 이미지로 보이니? - 우리가 몰랐던 이미지의 모든 비밀
주형일 지음 / 우리학교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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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두 자막은 1980년대 나라를 빛낸 빛나리 시절 화면 캡처고,

아래 단비 자막은 2013년 그시절 화면이다.

 

1960년대를 지나온 사람이라면,

서민적인 풍모의 독재자가 밀짚모자를 쓰고 막걸리를 마시는 '이미지'에 익숙할 것이다.

그분은 반드시 약속을 지키셨다.

'민간에 정권을 이양' 하겠다는 약속을 전역한 민간인인 자신이 이양받는 것으로 지켰고,

'이번에 찍어주시면 다시는 찍어달라는 부탁을 안드리겠다'던 약속을 지키셨다.

선거를 없애는 통큰 방식으로다가...

 

이미지는 내용을 호도(풀칠해 덮어 버리는)하거나 전복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요즘 스무살 딸을 가진 아줌들이 뱃살을 빼서 스무살로 보이고 싶어하는 거다.

'D'자형 아빠 뱃살을 넣고 초콜릿 복근을 갖고 싶어하는 남성의 욕망도 같다.

 

시뮬라크르... 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컴퓨터 속의 아바타는 본질을 대신하려 한다.

키보드 워리어는 화면에 떠있는 격한 말로 자신의 비겁을 무마한다.

 

시대마다 사회마다

세상을 그림으로 보고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

당시의 지배적인 표현 양식에 적합하게 그린 그림만이 잘 그린 그림이란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곰브리치는 세상을 보는 순수한 눈이란 없다고 말한다.

우리가 세상을 보는 눈은 사실 사회적, 문화적으로 형성된 특정한 방식에 의해 왜곡된 것.(124)

 

이제 이미지는 더이상 수동적인 이미지가 아니다.

이미지가 인간을 압도하는 <아바타>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미지의 욕망에 먹히지 않기 위해

<화사한 햇빛을 안고 귀국하신 그분>이란 언설에 속아넘어가선 안 되겠다.

 

하긴, '화사한 햇빛'은 대머리 아저씨에겐 그닥 듣기 좋은 소린 아니었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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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 저성장 시대, 기적의 생존 전략
김현철 지음 / 다산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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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경제성장률을 구가하던 저성장기의 일본 경제와 일본 기업들의 대응 방식에 주목하고 우리나라의 저성장기 타개책을 제시한다. .... 곤두박질 칠 일이 눈앞에 보이는데, 살아남고 싶다는 투지가 보이지 않는 정부를 가진 국민으로서... 암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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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 생각은 반드시 답을 찾는다 인플루엔셜 대가의 지혜 시리즈
조훈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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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박경철, 강신주 등으로 출발한 멘토링은

힐링의 경지를 넘어서 '흐름'으로까지 흘러왔다.

 

조훈현의 이 책 역시 젊은이들에게 주는 멘토이 조언일 수 있으나,

그의 경험은 또한 바둑판 19*19의 칸 안에서 제한되는 것이다.

바둑 고수는 말한다.

모든 생은 미생이지만, 골똘한 생각은 답을 찾는다...고.

 

역사를 보면 세상을 바꾼 사람들은 믿고 수용한 자들이 아니라

의심하며 질문한 자들이다.(30)

 

좋은 답보다 좋은 질문이 교육의 핵심이다.

좋은 멘토는 답을 가르쳐 주는 것보다,

좋은 질문을 하는 사람인 셈.

 

승부의 세계에서 감정을 다스릴 줄 모르면 오래갈 수 없다.(66)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법도 공부다.

감정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나는 사람은 승부에서 지게 된다.

 

나 역시 스포츠 선수다.

그렇기에 나는 매 대국에 최선을 다한다.

비록 나이가 들어 실수가 잦아지긴 했지만,

절대로 대충 싸우는 법은 없다. 그건 싸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102)

 

인생에 대한 예의 역시 그러하지 않을까?

매 순간 삶에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살지 않고서는 행복한 인생이 될 수 없다.

그건 인생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일본 바둑은 도와 예를 중시하고,

한국 바둑은 싸움판이다.

그저 다를 뿐, 어느 한쪽도 틀린 건 아니다.(116)

 

세상은 흐르고 변한다. 일본 바둑의 진지함은 아름다울 수 있으나,

그래서 지루하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쇠퇴한다는 것.

싸움판의 바둑이 중국에서도 일어나 성해가고 있다는 것.

바둑의 필터로 읽는 세상도 흥미진진하다.

 

바둑에서 '위기십결'이라는 것이 있다.

소탐대실하지 말고 사소취대하라... 이런 명언도 여기서 나온단다.

이창호의 책인 '부득탐승'역시 여기 나오는 말이라 한다. 승리를 탐하면 얻지 못한다.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면 결과가 좋지 못하리라는 말이리라.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습관을 만들어 주고,

패배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준비를 만들어 준다.(174)

 

지금 삶의 기울기가 양이든 음이든,

현재를 열심히 사는 것이 이기는 준비가 되고 습관이 된다.

열렬히 살 일이다.

 

바둑은 승부를 내는 동시에 개성을 표현하는 엄연한 예술이야.

오직 이기기 위한 승부에 앞서서 자기표현에 충실한 바둑을 생각해야 해.

자네는 넘버원이니까 이제 그러한 임무가 있다고 생각해.(231)

 

만화 '미생'에도 나오듯,

이 책의 핵심어는 <자기 바둑을 두고 자기 인생을 살아라>이다.

누가나 자기만의 바둑이 있어야 한다.

남의 '정석'에 휩쓸려 살면 안 된다.

 

슈코 선생님은 56세의 나이로 기성전 5연패를 이룬 후 말하셨다.

"나의 두뇌는 50이 넘어 더 명민해졌다.

판을 짜는 안목은 바다처럼 넓어졌고,

수를 읽는 능력은 계산기처럼 정교해졌다.

내 지적 능력은 앞으로도 황야를 달리는 들소처럼 거침없이 발전할 것이다."(248)

 

나의 신체나이 50이다.

두뇌는 더 명민하고 정교하고 넓어질 수 있는 나이라는 데 공감한다.

괜히 동안 열풍이니 뭐니 해서 뱃살 넣으려고 애쓸 게 아니라,

나이먹을수록 더 넓고 깊은 정신 연령을 키우고 싶다.

 

 

 

 

137. 사소취대...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하라는 뜻.. 한자가 틀렸다. 나아갈 就취가 아니라 취할 取취로 적었어야 한다.

 

202. 차민수는 단판을 지었다... '담판'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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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의 편지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수필비평선집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안문영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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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을 가기로 해서 지하철을 한참 타야 하는데

무거운 책은 나중에 짐이 될 거고... 가벼운 이 책을 넣고 갔다.

지하철에서 참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지금 세상을 사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실감한다.

 

이 책에서는 릴케가 <젊은 시인>과 <젊은 여성>에게 보내는 편지가 실려있는데,

생전에 릴케가 얼마나 자신의 이야기에 공감을 얻고 싶어했던가를 느낄 수 있었다.

 

아마 요즘 릴케가 블로그를 열었다면,

정말 많은 젊은 시인들과 여성들이 열화와 같은 공감을 보냈을 것이다.

아니다.

요즘처럼 공감의 기회가 흔한 세상에서는

오히려 그런 천부적 재능이 시기의 대상이 되어버릴지도 모르겠다.

 

당신의 발전 과정을 조용하고 진지하게 성숙시켜 나가라는 것입니다.

바깥으로 시선을 향하고 바깥에서 의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만큼이나

당신의 발전을 심하게 해치는 것도 없습니다.(12)

 

다른 사람들에 대한 당신의 입장을 해명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지 마십시오.(40)

 

고독한 시인에게

세상의 관심을 얻기 전까지의 시간은 고독을 더 깊게하는 시간일 것이다.

 

자신을 너무 많이 관찰하지 마십시오.

당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부터 너무 성급한 결론을 끌어내지 마십시오.

무슨일이 일어나든 가만히 내버려 두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자신의 과거를 바라보고 질책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63)

 

타인의 시선뿐 아니라 자신의 욕심과 질책 역시 독이 될 수 있다는 충고다.

후배 시인에게 보내는 릴케의 편지를 읽는 지하철은,

복닥거리는 시정잡배들의 공간이라기보다는,

쓸쓸하고 한적한 공원의 벤치라 느껴질 만큼 그의 글을 읽는 시간들이 좋았다.

 

마음을 울리는 부인의 아름다운 편지.

그 편지는 나에게 큰 기쁨을 주었는데도 부인께서는 너무나 겸손하게 뒤로 물러나셨지요.

부인은 그 편지 끝에 내가 그 편지를 '친절하게' 받아 주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하셨습니다.

그러나 진실에 더 가까우려면,

부인께서는 '기쁘게'라고 쓰셨어야 합니다.

그 '기쁘게'라는 단어도 대문자로 쓰셨어야지요.

부인이 전하는 소식이 얼마나 기쁜 것인지를,

부인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알고 계십니까?

부인께서는 순수하고 강한 사실의 종을 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부인이 그토록 정직하고 확고하게 그 사실의 종을 울리시면

이곳에 있는 나도 음향, 그 종소리를 듣고,

그 소리가 공간 속에서 어떤 본질을 자유롭고 드넓게 차지하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101)

 

연애편지도 아닌데,

이렇게 진심을 담은 달콤한 기쁨을 표현한 글을 읽는 일은 복되다.

It's my pleasure!!! 를 넘어서 It's my golry...라는 마음이 철철 넘친다.

편지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야 하던 시대의 공감 결핍이 오히려 감정의 과잉을 불렀을지도 모른다.

 

부인의 표현은 그것을 다시 받아들일 때마다 늘 새로웠습니다.

나는 그 표현이 마치 심장박동처럼 살아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손을 그 위에 얹어 보면,

그것은 유일하면서도 일반적이고,

그토록 가까우면서도 닿을 수 없고,

풀어볼 수 있는가 하면 동시에 부를 이름조차 없습니다.(116)

 

실제 작가들은 어눌한 경우도 많다.

이토록 뜨거운 표현이 가능했던 것은,

뜨거운 심장의 맥동을 펄뜨덕거리는 펜으로 옮길 수 있었던 대뇌의 힘일 게다.

상대방의 뜨거운 열정적 시선앞에서는 그저 땀에 흥건히 젖은 손수건을 만지작거리면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뭐라고 하는지 스스로도 모를 말이나 중얼거릴지도 모른다.

 

릴케가 말하고자 하는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두 고독한 인간이 각자 내면 확장의 계기를 맞이하게 되는 관계다.

고독과 성숙과 사랑.

이 세 가지 의미의 긴밀한 연관 관계야 말로 릴케의 중심 주제다.(해설, 133)

 

 

시를 노래하는 마음은,

고독에서 비롯하기 쉽다.

고독에서 비롯된 성숙,

그 시선떨림은 사랑 앞에서 비로소 심장박동처럼 살아 숨쉬는 언어가 되어

은빛 비늘을 뽐내는 가을 강물 위로 튀어오르는 은어처럼 아름다이 빛날 것이다.

 

가벼워서

마음이 한없이 가벼워지는,

그렇지만 기쁨으로 가득 충만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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