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날의 파스타 - 이탈리아에서 체험한 진짜 파스타 이야기, 개정판
박찬일 지음 / 나무수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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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이탈리아 레스토랑의 유행을 선도한 스타 셰프 박찬일!

 

우와~

무려 이 책이 띠지에 소개된 저자의 이력이다.

그가 정말 유행을 선도했는지는 내가 모르는 바이나,

 

혀에 착착 감기는 쫀득쫀득한 글솜씨

 

라는 미사여구에는 공감한다.

 

이탈리아 사람들의 입맛은 짜다고 한다.

한국인들의 나트륨 섭취는

국에 팍팍~ 그리고 김치의 재료에 팍팍~ 넣어서 훨씬 높지만, 짜지는 않다나~

 

피자 가게에 전화 주문을 넣고

피클 좀 많이~라는 장면은 번역이 거의 불가능하다.

피자를 배달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그들은 알지 못하며,

왜 피자에 피클을 곁들여 먹는지 설명이 불가능하다.(74)

 

한국의 피자는 결국 미국식과 멕시코식의 결합의 결과인 모양이다.

 

이탈리아 요리의 원형질은

단순하고 빠르며, 맛이 분명하고 간결한 것이 특징이다.(86)

 

그것은 통일이 늦어 져서

중심지와는 다른 서민 음식이 그런 것일 영향이 크다.

박찬일의 글이 참 좋은데,

역사적인 풍미가 적은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이 사람 이탈리아 역사 공부 좀 할 생각 없나. ㅋ

 

이탈리아 햄은 무수히 많은데,

프로슈토는 뒷다리,

그러니까 푸짐한 엉덩이살을 포함하는 거대한 햄이다.

이 프로슈토는 대개 생것,

엄밀히 말해 날것이라기보다는 소금을 쳐서 말린 염장 제품으로 유통된다.(130)

 

천천히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의 멋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파스타 레시피로도 좋은 책이다.

섬세하게 조리법이 설명되어 있다.

 

테르미니란 곧 '끝이자 시작'이라는 뜻이다.(261)

 

영어 '터미널'의 어원도 이것이지 싶은데,

터미널은 누군가가 출발하는 시작점이기도 하면서,

누군가의 도착을 기다리는 종착지이기도 하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문화를 나눈다는 것이다.

그 문화 속에서 사람들은 다 고만고만함을 느끼고 다순 정을 느끼며,

사람들은 다 나같지 않음을 느끼며 배려심을 느낀다.

 

세 살배기 어린 꼬마의 시신 앞에서 호들갑떠는 강대국들은

자신들이 비극의 원인 제공자임을 아무도 모를 것이라 여기는 모양이지만,

조용히 지내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자기 문화를 중심으로 여기는 이들의 파렴치한 행태가

국경선을 넘어 폐해를 끼치는 것이 '세계화'이고 '글로벌'의 악령의 존재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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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9-07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통날의 와인,에 이어 파스타군요. 글맛 있지요. 이분.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 박찬일의 이딸리아 맛보기
박찬일 지음 / 창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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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의 글이 참 찰진 맛이 난다 했더니,

중앙대 문예창작과 소설 전공이란다.

그랬구나...

 

시칠리아에 가서 요리사로 실습을 하던 시절 이야기다.

이탈리아 이야기도,

이탈리아 사람들 이야기도,

파스타와 피자 이야기도 가득하다.

 

환경주의자이며 공산주의자인 주제뻬라는 셰프 아래서 일하는

개성 강한 요리사들의 주방 이야기는

열기로 화끈거리고 파스타 냄새가 풍겨나온다.

 

이름이 있다는 것은 정말 그 동물을 인간처럼 길렀다는 뜻이지.

공장에서 기르는 돼지나 소는 이름이 없어.

집에서 몇마리씩 기르는 녀석들은... 몹쓸 것을 먹일 수 있겠나?(126)

 

어떤 재료를 쓰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치는 셰프.

슬로 푸드 운동에 열중하는 스승.

그렇지만 그들의 터프한 세계는 칼과 불 옆에서 아슬아슬한 재미가 있다.

 

돼지는 보통 여섯 달 정도 되어 체중이 100킬로에 달하면 목이 잘린다.

더 길러봐야 투입되는 사료에 비해 고기의 양이 적기 때문이다.

생명 사육에도 한계효용의 법칙이 적용된다.

(닭도 수명이 십년이 넘지만 불과 8주 안에...)(124)

 

토마토도 산지에 가서 붉게 농익은 놈을 사고,

돼지고기도 푸줏간에 가서 사는 사람.

 

먼바다를 건너서 온 유기농 농산물이 진정한 의미의 유기농일까?

기를 때는 유기농일지 몰라도,

기름을 물쓰듯 쓰면서 물을 건넜는데도?(123)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네가 뭘 먹는지 말해주면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마.(18세기 미식가 싸바랭, 133)

 

이런 물음에 박찬일의 소신은 깔끔하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는 너의 재료로,

가장 전통적인 조리법으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먹는 요리를 만들어라.(280)

 

요즘 텔레비전에 '집밥'의 향수가 진동한다.

그것은 집집마다 있던 가정주부가 모두 알바하러 나가고 없어서이기도 하고,

직장인들이나 학생들이 집에서 밥을 먹지 못해서이기도 하다.

 

잃어버린 집밥을 되찾는 것은 텔레비전을 통해서나 가능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슬프다.

 

마끼아또란 '점을 찍다'란 뜻으로 에스프레소 커피 위에 딱 점만 찍듯이 우유 거품을 올려준다.

그래서 추가요금도 없다.(171)

 

자연스럽게 어원도 알려주는 재밌는 책이다.

 

소금은 재료의 맛을 이끌어내는 마중물 같은 노릇을 한다.

소금간이 모자라면, 재료의 맛이 움찔 고개를 뽑다가 도로 들어가 버린다.(136)

 

무엇을 먹는가.

아무 것이나 먹지 말아야 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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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9-03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치만 집밥을잆게한것이 우리들이아니라고요. 그런것을알아주지않고 없어진것만 개탄하면 영영 그림의떡으로 배를 채우게 될걸요.^^
 
지금 이 순간 - 행복한 꿈 사용설명서
하지원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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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나오는 3분의 결투 신을 위해

몇 달 전부터 온갖 무술을 익히고 합을 외우고

수십 번의 리허설과 촬영을 반복해야 하는

사람이 배우다.

 

단 한 번의 발차기를 위해 무릎이 빠지도록

하루에 천 번씩 온갖 방법으로

발차기를 연마해야 하는

사람이 배우다.

 

카메라가 돌지 않는 곳에서도 눈물 나도록

나와의 싸움을 벌이는 사람

그렇게 쉼없이 배우는

사람이 바로 배우다.

 

 

하지원이라는 배우가 되어 사는 여자, 전해림.

다모가 되고, 길라임이 되고...

영화 속에서 장례 지도사도 되는...

다른 이의 인생에 빙의되어 사는 사람.

 

그의 삶이 잘 쓰여있다.

그가 배우의 꿈을 키우며 가슴설렐 때 쓴 글을 읽으며,

나도 그렇게 설레던 때가 있었음을 생각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매너리즘을 느낄 때,

한번쯤 볼 만한 책.

 

예쁜 배우라기보다는

열심히 하는 배우여서 참 좋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넌 내 수하이기 전에 누이나 다름없다.

날 아프게 하지 마라.(27)

 

이런 멋진 대사를 듣고 얼마나 설레었을라나~ ^^

 

암튼,

어떤 직업이듯,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게,

'배우며' 살아야 한다.

 

비록 설레지는 않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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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유 - 학교 2015 포토 에세이
후아유 학교 2015 제작팀 엮음 / 예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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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2015의 제목은 '후아유'였다.

 

정작 열여덟의 청춘들은 학교에서 피곤에 찌들어 사는데,

이 드라마의 멋진 구절들이 많아서 명대사들을 적어 두기도 했는데...

 

 

드라마 속의 아이들은 왕따 문제로 얽히고설킨 속에서

짝사랑도 하고

고민도 한다.

 

곁에 있는 선생님을 보면서

아이들 곁에서 자라는 것을 보는 것도 보람임을 느낀다.

 

이 드라마의 최고 대사는 아무래도

<괜찮아, 아파도 돼, 넌 열여덟 살이니까> 가 아닐가 싶다.

 

<열여덟 살,

꿈을 이루기엔 너무 이르지만

그 꿈이 시작되기엔 딱 좋은 나이.

넘어지는 것은 아프지만,

백 번이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기엔 딱 좋은 나이>

 

학교란 곳은

많은 문제를 내포한 곳이기도 하지만,

아직 이런 낭만적 드라마가 인기인 것을 보면,

학교 내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마음이 살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드라마의 포토 에세이다.

 

좋은 대사를 명장면과 함께 실어 둔 책.

드라마를 본 사람이라면, 추억에 젖어서 다시 읽을 수 있을 책.

그러나... 드라마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뭥미~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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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과 영혼의 경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송태욱 옮김 / 현대문학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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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책의 제목은 '사명과 혼의 리미트'이다.

여기서 '사명'은 어떤 일에 대한 철두철미한 소명의식을 갖는다는 이야기일 터이고,

그것은 주인공 히무로 유키의 아버지 경찰관의 사명,

 그리고 신경외과 의사 니시조노의 사명,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의혹에 대한 유키의 사명,

또는 여친의 죽음에 대한 조지의 사명,

범인을 잡아야 하는 형사 나나오의 사명,

그리고 온갖 혼선 앞에서도 최선을 다했던 의료 관계자의 사명... 등으로 형상화되어 등장한다.

 

그러나, '타마시이'는 번역처럼 '영혼'이나 혼령의 의미보다는,

여기서는 '양심'에 가까이 쓰였다.

좋아하는 여자의 남편의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의 양심,

여친의 죽음의 책임을 묻는 사나이의 양심,

그리고 대기업  CEO의 양심...

 

그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소설이 주요 내용이다.

 

수련의 신분인 유키는 아직 배우는 중이라 어정쩡한 신분이다.

그렇지만, 최선을 다해야하는 자신의 모습에 감동을 받아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보호자들의 모습에서 '사명감'에 대한 위로를 얻는다.

 

당직실에 드러눕고 나서도 가벼운 흥분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수술 직후에 느끼는 고양된 기분과는 전혀 달랐다.

기쁨과 상쾌함이 가슴속을 채우고 있었다.(356)

 

어떤 목표를 이루거나 사업에 성공했을 때의 쾌감과는 전혀다른 흥분...

이것은 어떤 보수나 결과로 갚아질 수 없는, 그런 '사명'의 완수에서 오는 흥분이다.

 

당신이 특정 인물의 목숨을 노리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 병원에는 그 외에도 많은 환자가 있다.

양심이 있다면 지금 당장 이런 무모한 범행을 중단하라.(449)

 

잔인한 사람이라면, 또는 자살테러범이라면

이런 정도의 멘트에 마음을 바꾸진 않는다.

 

양심이나 '타마시이(혼, 마음)'의 한켠에서 물결지는 소리가 세상을 바꾼다.

 

직업에 대하여 타성에 젖게 되는 이즈음,

월급쟁이로서의 생활 외에도,

누구나 가져야 할 사명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사명과 양심이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그 마찰하는 지점이나 경계에서 사랑도, 추억도 돋아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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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8-31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부가 될지도 모르는 남자와 아버지의 죽음 ㅡ사이에서 그갈등은 신파가 되기 좋은구조임에도 어찌나 감동있게 빠져나가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