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 사용법 - Ver. 2.0
정철 지음, 염예슬 그림 / 허밍버드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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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사고는 말랑말랑 해야 한다.

그런데, 남들의 그것을 내것인양 여기다 보면 경직된다.

정철을 만나면 뇌가 원래 연두부마냥 말랑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지름길

 

A지점에서 B지점을 거치지 않고 C지점으로 곧바로 가는 길

B지점에서만 만날 수 있는 Bird(자유로운 새), Beach(탁트인 해변), Bread(맛있는빵), Beauty(아름다운 여인)

모두 다 포기해야 한느 길.

즉, 빠르다는 것은 놓치는 게 있음을 알려주는 길.

 

문제를 미리 가르쳐주는 시험

 

죽어서 하늘나라에 가면 하느님이 뭐라고 묻는지 아십니까.

후회 없이 살았는가?

문제를 알았다면 지금부터라도 모범답안을 만들어 보십시오.

 

고개를 끄덕거리고 빙그레 웃으면서 260페이지쯤 넘겼을 때,

끝. 을 만난다.

뭥미? 이러고 보면, 다시 맨 뒤부터 읽으란다.

 

아, 인생이란 이렇게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끝날 수도 있구나. 싶으니, 가슴이 두근댄다.

뒤편은 인생 사전이다. 이것도 재미있다.

 

책 : 외로운 사람들의 외로움 치료제. 책이 외로움을 이겨내는 방법을 가르쳐줘서가 아니라 책이라도 들지 않으면 두 손이 너무 허전하니까.

 

일기예보 : 인생예보라는 것이 얼마나 쓸데없는 것인가를 가르쳐주는 학교 밖의 선생님.

 

예보라는 것이 참 쓸 데 없다.

 

결혼 :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게 아니라 가장 오래 사랑할 사람과 하는 것. 즉, 결혼은 사랑의 완성이 아니라 시작.

 

요즘 이혼하고 구설수에 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쉽게 여기면 남들의 이혼에 뭐 배놔라 감놔라 하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아이들까지 텔레비전에 나와서 단란한 가정을 연기하고 바람난 사람을 보노라면,

참 배신감이 클 거란 생각이 든다.

결혼은 끝없는 시작에 불과한 것이다.

과정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 '불'처럼 잘 안고 가야하는 것.

 

끌림 : N극과 S극의 만남. 즉, Nothing과 Something의 만남.

 

대화 : 눈빛으로, 표정으로, 손짓으로, 두 손을 따뜻하게 잡는 것으로, 가슴을 뜨겁게 껴안는 것으로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 일. 입을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난, 이 대화의 마지막 부분이 참 마음에 들었다.

대화는 입으로 하는 경우보다, 생각을 나누는 일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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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니스 모어 댄 나잇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7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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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케일렙과 보슈가 같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맞지만,

문제는 보슈가 타겟이라는 것이다.

문제가 두 개인 셈이다.

보슈가 좇는 문제와 매케일렙이 좇는 문제.

그 두 문제의 핵심을 찾아가는 것이 소설의 포인트다.

 

매케일렙은 서류 더미의 네 귀퉁이를 정확히 맞추는 걸 좋아했다.(47)

 

사람의 성격을 이렇게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참 멋지다.

 

2주가 지나도 해결되지 않은 사건은 아무도 찾으러 오지 않아 영안실에 남아 있는 시체와 같았다.

차갑고 어두운 곳에 아주 아주 오랫동안 처박혀 있게 될 테니까.(51)

 

오랫동안 처박혀 있던 문제와 얽힌 상징, 올빼미.

그리고 히에로니머스 보슈라는 화가의 그림들...

진실은 나중에야 밝혀지는 것이다.

 

상징은 변해요.

똑같은 상징의 의미가 때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 있어요.(62)

 

올빼미는 지혜와 진실의 상징이고 지식을 의미해요.

세부 사항과는 반대되는 의미의 큰 그림을 바라보는 걸 뜻하죠.

올빼미는 밤에 잘 볼 수 있어요.

다시 말해, 어둠을 꿰뚫어 본다는 건 곧 진실을 꿰뚫어 본다는 뜻이에요.(107)

 

역사 역시 시간이 지나야 한다.

진실을 꿰뚫어 보는 눈은 시간에 매였다.

 

보슈는 온갖 종류의 악마들을 알고 있었습니다.

밤보다 짙은 어둠이죠.(121)

 

올빼미는 형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빼미와 형사는 모두 밤의 생물이고

지켜보다 사냥하는 자였다.

인간과 동물이 서로에게 가하는 고통과 사악함을 가장 먼저 지켜보는 자이기도 했다.(158)

 

사악함을 지켜보는 자들이므로,

밤보다 짙은 어둠에 침윤되기 쉽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보슈 시리즈를 관통하는 모티프들이 다수 등장한다.

보슈를 거진 다 찾아 읽은 사람이나 여러 번 읽어본 사람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도 있겠다.

 

아기는 바운싱체어 옆에 끈으로 묶여서 공중에 떠있는 파랗고 하얀 풍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기는 작은 손으로 풍선을 잡으려고 했지만 팔이 닿지 않았다.

아이가 점점 갑갑해하는 것이 보였다.

매케일렙은 그 심정을 이해했다.(341)

 

닿고자 하는 진실에 아슬아슬 간질간질 닿지 못하는 매케일렙의 심사를 객관적으로 이렇게 표현했다.

멋지다.

 

제목은 레이먼드 챈들러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거리가 어두운 것은 밤보다 더한 어떤 것이 있기 때문.(509)

 

밤보다 더한 어둠...

베트남에서 땅굴쥐로 참전한 경험이 있는 보슈에게

'로스트라이트'에서 보듯,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진실을 찾아 나아가는 일...

 

뭐, 형사만 그러랴...

 

사는 일이 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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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저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1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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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영화나 소설의 제목을 번역하기는 힘들 게다.

한 단어가 상징하는 바가 언어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제목인 '클로저'역시 그렇다.

'종결자', '끝내는 사람'으로 번역하더라도, 의미를 정확히 전달할 순 없다.

 

마이클 코넬리의 경찰 소설은 '보슈'의 짙은 감성으로 대표된다.

사람의 개성이라는 것이 이렇구나... 하는 감정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보슈의 감성은 로스앤젤레스라는 도시의 특성에 어울리는

거칠거칠하고 서걱거리는 모래 사막과 같으면서,

그 거친 삶을 관통하는 입양과 참전, 이혼의 트라우마가 뒤섞인 생이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현실과 함께 어우러져 회색이면서 부드럽게 거친 느낌이 든다.

 

그의 서걱거리는 부스럭거림을 윤기있게 매만져 주는 것이 파트너인 라이더 덕일까...

 

<잊힌 목소리들의 합창>

 

미해결 사건 전담반으로 보슈는 돌아온다.

기술의 발달로 DNA 분석을 통해 범인을 특정하는 일이 가능해 지면서(미해결 사건을 '콜드 케이스'라고 하고, 일치하는 일을 '콜드 히트'라고 한다. 이 책에는 해설이 없다.)

십여 년 전의 사건이 보슈에게 떨어진다.

 

DNA야말로 최종 종결자거든.(184)

 

이 '최종 종결자'가 클로저의 의미다.

그런데, 나는 이 소설에서 클로저는 DNA 보다는 보슈로 보인다.

최종 마무리 투수처럼 사건을 끝내는 사람.

 

우리는 마무리 투수들입니다.

사건을 빨리 마무리합시다.(315)

 

이 소설의 재미는,

88년과 알파벳 여덟번 째 글자, H를 연결짓는 '하일 히틀러'

그리고 인종 문제와 연관지은 '하이 징고'(경찰 고위층이 관련된 사건)

그 인종 문제를 대충 덮은 결과 일어난 1991년의 폭동... 이런 것들이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는 연관성에 있다.

 

로드니 킹은 휘발유가 아니었어.

성냥일 뿐이었지.

그 전에 벌써 상황이 악화되고 있었고,

당국은 공공 선을 위해서는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판단을 해야했던 것 같아.(254)

 

다수를 위한 다수의 선택.

과연 이것이 옳은 것일까?

다수가 소수를 억압해온 것이 역사일진대,

현실의 부조리함은, 과연 역사가 지나면 해결될 일인가?

 

이런 문제 제기를 들려주는 소설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절대 선은 없다'는 입장에서 '소수도 보호'하는 것이 정의라는 사고가 널리 퍼져가는 반면,

인종문제, 문명의 충돌, 절대반지의 귀환보다 심한 절대보수의 몽니...

세계는 한 밥통으로 엮인 글로벌 사회가 되었는데,

그 안에서 일어나는 '부정의'한 사태들은 갈수록 심화된다.

 

천장에 걸려있는 풍선을 올려다 보았다.

거기 걸려 옴짝달싹 못하는 니모가 어떤 기분일지 알 것 같았다.(266)

 

보슈의 막막한 심정을 천장에 걸린 '니모 풍선'에 빗댄다. 재미있고 멋지다.

 

사막을 건너는 일처럼

삶이 팍팍할 때,

그 팍팍함을 견디며 살아가는 한 남자를 떠올리고 싶다면,

네바다 사막 서편에서 오늘도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범죄를 응시하고 있을

보슈를 만나는 일도 좋다.

 

 

틀린 맞춤법 두어 개...

 

321. 그건 꽤 오래 간다대...  전해들은 말을 옮길 때는 '간다데'가 옳다. '간다더라'의 의미.

335. 안 되도 상관 없어... 안 돼도...

 

 

406. 좀 있다 봐요... 시간상으로 나중에를 뜻하는 말은 '이따'가 맞다. '있다'는 그 자리에 있다가 오라고 할 때 쓰는 말이다. '너 여기 있다가 이따 전화하면 들어와'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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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선정 문학고전 08 : 양철북 서울대 선정 문학고전 8
곽은우 글, 팽현준 그림, 손영운 기획, 귄터 그라스 원작 / 채우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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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가 와 성장을 멈추고 난쟁이가 되어버렸십니까?

아, 그거야... 잔인한 나치 세상에 대한 저항 정신 아니겠나.

자라서 어른이 돼봐야 학살자나 동조자로 변할 테고...

그라머 양철북은 와 자꾸 두드립니꺼?

그런 세상에 침묵하고 방관하는 자들의 의식을 두드리는 영혼의 북소리 아니겠나.

니가 집에 도착할 때쯤이면 그북이 데미안의 알 같은 존재라는 것도 스스로 깨닫게 될 기다.

그라고 오스카처럼 눈알에 힘으 한번 팍 주면 교실 유리창도 와장창 박살날기다.

앞으로 넌 펜으로 힘껏 북을 쳐라. 양철북.(228)

 

며칠 전 읽은 양철북 출판사의 '양철북'에 나오는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 이야기다.

 

양철북을 영화로 보았을 때는,

난쟁이, 성적인 코드, 나치즘... 등의 상징을 읽어내기 힘들었다.

 

이 책은 만화로 되어있는데,

줄거리도 줄거리지만,

중간중간 해설을 겸한 상징 설명이 잘 되어 있다.

문학 작품을 깊이 음미하는 데는 방해가 된다고 할 수도 있으나,

양철북처럼 어려운 책은,

이런 도우미가 있는 것도 좋다.

 

이 책을 한번 읽고 작품에 도전한다면

흰색과 붉은 색의 폴란드 깃발 같은 것이 눈앞에 형상화되면서,

세계대전의 비극을 더 생생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고전을 무작정 들이밀기보다는

이런 다이제스트와 해설서를 먼저 보는 것도 좋은 독서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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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최면술사 형사 뤄페이 시리즈
저우하오후이 지음, 허유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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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광고에 최면이 걸려 구입했다.

그치만... ㅋ 히가시노 게이고는 쫌 아닌 듯.

 

살인 사건과 뤄페이 경감의 추리,

그리고 최면술이라는 대립 구도가

구성을 탄탄하게 한다.

마지막에 범죄자로 지목되는 이가 뜻밖의 인물인 것은 추리소설의 기본이랄까?

 

절망 속에서 사느니 희망 속에서 죽는 게 낫습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515)

 

이런 말들이 엮이면서,

범죄에 대한 생각도 깊게 할 수 있게 하는 소설이다.

 

범죄자는 교도할 수 있는 것일까?

세상의 절망에 희망의 싹을 심을 수 있는 것일까?

 

쓰레기를 매립하는 것은 기본적인 처리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폭파시킬 수도 없는 것이 인간의 문제인 것이다.

 

심리적 취약점에 심교를 놓아 치유하려는 최면술과,

폭파 요법으로 심혈을 제거하려는 최면 요법의 대립으로 보이는 한켠으로,

인간의 무의식적 세계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뤄페이라는 재미있는 형사는 '사람은 존재와 경험의 결합체'라고 여긴다.

그래서 존재의 경향은 경험을 잘 분석하면 이해할 수 있다는 경험론자인 셈.

그러나, 세상에 상처 없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상처투성이인 인간이 인간을 분석하거나, 최면에 나서는 일은 늘 위험을 동반하기 쉬운 것이다.

이런 말이 그런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손에 상처가 있는 사람은 독약을 만지지 말라.(328)

 

추리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제 중국의 소설도 맞이할 준비를 해야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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