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정전
최은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소설의 이야기들은 아프다.

과장과 판타지의 신화적 세계에서 건너오는 중이기도 하고,

현실의 고통을 회피하는 판타지이기도 한데,

거기서 만나는 삶의 모습들은,

통념을 정면으로 들이받는다.

 

아가, 착해진다는 건

입장 바꿔 생각할 줄 알게 된다는 거다.

입장 바꿔 생각할 줄을 알면 말이다.

세상에는 안 되는 일이 없단다.(169)

 

작년 4월 이후,

슬픔을 슬픔이라 이야기하지 못하는,

지옥도가 펼쳐진다.

 

그것을 '헬 조선'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주체사상을 배워서라나 어쨌다나...

아전인수와 견강부회의 달인들이 세상에 낯을 드러낸다.

 

사회의 <지옥>은

입장 바꿔 생각할 줄 모르는 냉혈한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래.

그곳이 지옥이다.

그들이 마귀인 셈이다.

 

인간만이 희망일 수도 있으나,

인간만이 마귀일 수 있다.

 

재미있게 읽히고, 손을 놓기 힘들게 하는 소설이지만,

소설을 다 보고도 마음이 놓아지지 않는다.

 

좋은 소설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텅 빈 냉장고 - 2015 볼로냐 라가치상 Book & Seeds 수상작
가에탕 도레뮈스 글.그림, 박상은 옮김 / 한솔수북 / 201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일단 책의 판형이 예쁘다.

1 : 1.618의 황금 비율이다.

 190 : 310cm

 

누구에게나 가난한 밥상을 맞이해야 하는 날이 있는 법이다.

각기 다른 이유로 어떤 풍족한 식사를 만들 여유도 없다.

그런 식재료들이 모여서 피자가 되는...

꿈을 꾸는 이야기.

 

이 책의 이야기는 별것이 없지만,

이 책을 넘기면서 행복했다.

 

그림들 사이사이에 놓인 소품들을 보면서,

집집마다 벽에 걸린 것들은 모두 다르다.

 

사람들이 제각기 가치있게 여기는 소재들이 다른 것이다.

 

세상은 그런 곳이다.

모두 다르지만,

먹어야 하는 것은 같다.

 

알고보면 초라한 존재인 셈.

그래서 먹거리 앞에서 초라해지지 않으려면,

다스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냉장고처럼 길쑴한 예쁜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라 없는 나라 - 제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이광재 지음 / 다산책방 / 201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년 4월,

이것은 나라도 아니다...

이런 생각에 잠겨 비통했다.

 

그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이 나라의 유구한 권력자들의 전통에서 유래한 것임을, 다시 확인하게 하는 소설이다.

 

구한말,

민씨 일파는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외세와의 야합을 꾀한다.

거기에는 개혁(경장)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개화파도 합세한다.

 

민씨당을 쳐내고 여기 계신 분들이 조정을 장악하는 게

우리가 바라는 일입니다.

일본은 좋은  우방을 얻게 되니 득이요,

조선은 개혁을 단행하게 되니 일거양득이지요.(189)

 

서구적 근대가 반드시 우월하다고 볼 수도 없지만,

그나마 조선이 접한 건 일본에 의해 굴절된 근대의 변종이 아닌가.

따라서 그를 추종하던 세력과 기득권 세력이 친일파가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바로 그들과 그 후손들이 지금 우리의 '갑'이다.

그 '갑'들이 한국사를 국정교과서로 만들겠다고 말하는 세상이다.

역시 그곳이 첫 단추다.(작가의 말, 353)

 

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맥락은 거기서 거기다.

 

이 소설은 재미가 없다.

피끓는 시절의 사람들을 잘 형상화했으면,

읽으면서 피가 끓거나, 사랑 이야기에 아련함도 느낄 수 있는 게 소설인데,

등장 인물은 많으나, 그들이 유기적으로 엮이는 사건도,

또렷이 기억에남는 인물의 형상화도 부족하다.

부분부분 밑줄을 긋는 대목은,

공감은 가지만, 소설에서 읽을 만한 재미는 아니다.

 

꿈을 꾸는 자 앞에서 작은 안락함이란 실로 누더기가 아닌가.(67)

 

아니도, 외롭고 고단하구나.(172)

 

새 세상이 올 것이라고 꿈꾸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새 세상이 오긴 하였으나,

그 세상은 더 넓은 계급사회의 확대이고,

더 험한 전쟁의 심화일 뿐이었다.

꿈을 꾸던자에게 안락함은 누더기로 치부할 수 있는 가치였으나,

그 외롭고 고단한 현실은 보상받을 수 없다.

 

 

백성은 날마다 나라가 망해야 한다고 외친다는데

몽매한 소리가 아니라 그건 곧 좌절과 분노였다.(151)

 

이것은 나라가 아니다! 나라는 없다!

궁을 나가자, 지킬 임금도 없다!

평양으로 가서 왜놈과 싸우자!

왜국을 싸고 돌면 너희도 우리의 적이다!(195)

 

분노하고 돌을 들 때,

가진자들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하여 학살을 꿈꾼다.

 

구제 병기와 신식 무기의 싸움은 전쟁이 아니라 학살입니다.(246)

 

꿈꾼자,

다시 어두운 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받아먹지 못한 환곡을 갚고, 노상 부역에다 군포는 군포대로 내는 세상으로 다시 가겠느냐?

양반의 족보를 만드는 데 베를 바치고

수령들 처첩까지 수발을 들면서 철마다 끌려가 곤장을 맞을 테냐?

이제는 그렇게 못 살지요.

나도 그렇게 못 한다. 우리는 이미 다른 세상을 살았는데 어찌 돌아간단 말이냐.

목숨은 소중하지만 한 번은 죽는 법이다.(301)

 

독재시대로 돌아가려는 발호가 날마다 전쟁중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게 못 산다.

 

 

선생님, 저 재를 넘으면 무엇이 있습니까요?

몰라서 묻는 게냐? 우리는 이미 재를 넘었느니라. 게서 보고 겪은 모든 것이 재 너머에 있던 것들이다.

그럼 이제 끝난 것입니까?

아니다, 재는 또 있다.

 

재를 넘는다고 끝은 아니다.

다시 재가 온다.

삶은 그런 것이다.

그렇지만, 또 재를 넘기 위해 힘을 보태야 할 때가 온다.

 

이 소설은 흥겹게 읽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였으나,

힘들었다.

작가의 목소리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소설로서의 재미는 적었다는 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역사저널 그날 조선 편 4 - 임진왜란 역사저널 그날 조선편 4
역사저널 그날 제작팀 지음, 신병주 감수 / 민음사 / 201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난 임진왜란이 아주 비극적인 전쟁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보니, 정유재란이 더 잔인한 전쟁이었음을 배운다.

물론 임진왜란 속에는 정유재란까지가 들어가는 언술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임진왜란을 제대로 읽은 적이 없다.

그건 한국 전쟁도 마찬가지다.

임진왜란의 과정과 그 의미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기에는 이 책이 최고가 아닐까 싶다.

일단, 이해하기 쉽고, 재미도 있다.

 

이전의 그날 1,2,3권이 태정태세문단세 예성연중인명... 까지의 많은 임금들이 등장하는

비교적 단속적인 역사 서술이어서

어수선한 느낌이었다면,

이 한 권에서는 오롯이 임진왜란이 담겨 있어 의미가 깊다는 생각이 든다.

 

임진왜란을 읽으면,

선조(얘도 이씨다.)의 몽진(도망질)과

초임 대통령(얘도 이씨)의 도망질이 평행을 그리며 겹쳐진다.

 

남 탓하는 것도 아주 똑같고,

자기의 안위에 위협이 되면 죽여버리는 것까지 판박이다.

비루하고 슬펐다.

그런 역사를 가진 것이...

하나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이...

 

권력자가 도망칠 때,

아버지로서 수령으로서, 맡은바 직분을 다하려 목숨바쳐 싸웠던 민초들의 이야기는 눈물겹다.

 

나라로부터 받은 은혜도 없으면서

위기가 닥치면 떨쳐 일어나는 독특한 유전자를 가진 민중들이 화답하여 일어나 싸웠다.(109)

 

이런 것을 자랑이라 해야할지... 한심하다 해야할지...

슬프다.

 

이순신이 백의종군할 때 칠천량 해전의 패배 소식을 듣고서,

일기에 통곡이 터짐을 이길 길이 없다고 씁니다.

그는 제몸처럼 아꼈던 수군이 궤멸한 상태에서

슬픔에만 빠져있지 않고 바로 권율을 찾아가

내가 수군을 재건하겠다고 얘기했어요.

 

한산섬 달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이게 수군을 폐하라는 선조의 교서를 받은 날 밤에 쓴 시라는 얘기가 있어요.(141)

 

임금이라는 자가 헛발질의 연속인 것을 보면, 참 그 헛발질의 역사 또한 유구한 전통인가 싶다.

 

이순신이 죽은 날. 11월 19일.

그 날이 류성룡이 파직당한 날이라 한다.

선조의 헛발질은 참 다채롭다.

 

류성룡은 벼슬도 공신도 초상화도 거부했다.

그리고 외부와의 소통을 완전히 끊고 옥연정사에 들어앉아

후세를 경계하기 위한 '징비록'을 집필한다.(187)

 

난세는 영웅을 낳는다고 했다.

조선의 난세가 낳은 영웅이 이순신과 류성룡이며,

그래서 그들의 난중일기와 징비록이 국보이며 세계 문화유산인 것이다.

지금 열심히 만들려는 '올바른 한국사' 역시 문화유산으로 등록해야 할 판이다.

 

류성룡이 묻는다.

조선의 실패, 반성할 것인가 반복할 것인가.(211)

 

개그맨 이윤석이 징비록에 대하여 남긴 말이다.

한국의 현실이 그러하다.

 

반성하지 못하는 역사는

실패를 반복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9월 19일 새벽,

일본은 전쟁을 하는 국가로 전환하는 헌법을 발효했다.

그런 나라를 상대로,

다음 선거 전략을 어떻게든 뚫어보려는 초라한 정치가의 초상이

참으로 가증스럽다.

 

 

 

고쳐야 할 곳 몇 군데(편집자님 댓글남기시면 지우겠습니다~)--------

 

100. 거북선이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을 만큼 우수한 전함이잖아요... 유례(유사한 사례)가 맞다.

 

105. 김시민이 모쿠소...한자가 나무목에 거듭 증曾을 써야하는데... 모일 회 會를 썼다. 얼핏보면 비슷하다.

 

130. 만인의총... 사진 제목이, 만의인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인 드래곤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4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의 보슈 선생이 동양에 떴다.

마이클 코넬리가 동양인을 너무 우습게 죽여서 좀 짜증났다.

아무리 자기 딸이 유괴, 납치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나중에, 아임 쏘리~ 한 마디 없이,

내 딸이 소중하니까요~

하는 것을 보니,

9.11 이후 테러리스트로 특정할 수 없는 대상을 향해,

이라크에서 있지도 않은 위험 무기를 향해,

폭격을 퍼붓던 그 인자한 아버지들이 떠올라 불쾌했다.

 

마지막을 읽으면서는 정말 화가 났다.

다른 책들은 그나마 범죄자들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수사상의 살인이지만,

이 책에서는...

 

자신에게서 안식처를 찾는 사람은 행복하다.(18)

 

살인사건이 일어난 상점의 성냥에 있었던 문구라 한다.

이 소설을 읽고 난 지금 보니 이 의미가 씁쓸하다.

아프간에 폭격을 퍼붓고,

이라크를 불바다로 만들고,

팔레스타인을 공격하는 장면을 불꽃놀이 구경하듯 언덕에서 맥주마시며 보는 사람들로서는,

자기 자신에게서 안식처를 찾을 수 있겠지...

 

홍콩의 유에란 축제를 묘사한 부분도 뭔가 미개한 세상을 보는 느낌이랄까~

 

LA에서 폭동 이후에 맡았던 것 같은 냄새가 나.

도시 전체가 불타고 있는 것 같은 냄새.

 

음력으로 7월 15일이 유에란이야.

음력 7월 14일이면 모든 지옥문이 열리고 모든 악령들이 튀어나와 세상을 돌아다닌대.

그래서 그런 미신을 믿는 사람들이 자기 조상들의 영혼을 달래고

악령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서 제물을 태운다는 거야.

배고픈 유령들의 축제.(239)

 

유럽에도 시월의 마지막 날을 할로윈이라고 즐기는 주제에,

똑같은 행사의 묘사를 이렇게 하는 것도 별로다.

 

홍콩이라는 곳.

공산주의 최첨단과 만난 자본의 환락가.

마카오와 인근에 있어 휴양지 겸 관광지이면서 그 내부에는 영어가 안 되는 사람들이 가득한 곳.

 

그들이 카우룽을 지나 북쪽으로 달려가는 동안,

주변 환경은 급속히 열악해지고 인구밀도는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었다.

보슈는 그런 문제는 어느 대도시나 마찬가지인가 보다고 생각했다.

돈에서 멀어질수록 환경은 점점 더 누추해지고 삶은 피폐해져 있었다.(294)

 

그래서 딸을 미국으로 다시 송환한 것인가?

그가 사는 LA 내에서도 엔젤스 플라이트가 다니는 동네는 홍콩에 비견하기도 했지만,

아홉 용이 사는 곳, 구룡(카우룽)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 나는 못내 찝찝하다.

 

아이들은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답니다.

근데 부모님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 때가 종종 있어요.

아이들은 스스로를 치유하고 생존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내는 능력을 타고난 것 같아요.(397)

 

그렇다.

위기에 빠진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야기를 들어줄 숨통이다.

해우소가 있다면 아이들은 힘든 속에서도 숨구멍을 찾는 지혜를 발휘한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해.

모두가.

아빠 파트너가 그랬듯이.

실수를 했는데 만회할 수 없을 때도 더러 있어.

실수를 만회할 기회조차 얻지 못할 때도 있지.

하지만 그럴 기회를 얻을 때도 있어.

우린 우리가 한 실수를 만회할 수 있어.

우리 둘 다 그럴 기회를 얻은 거야.

우린 좋은 일을 해서 우리가 잘못한 일을 만회할 수 있어.

모든 걸 만회할 수 있을 거야.

 

어떻게?(470)

 

자신들의 실수를 어떻게 만회할 것인가.

과연 미국은 그런 의지를 가지고 있는가?

매들린의 맥없는 질문만큼이나 나는 힘이 빠졌다.

 

 

 

걔네들...을 게네들이라고 쓰는 곳이 3군데나 나온다. 고쳐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