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에 너의 일상을 더해 - 일하며, 깨달으며 적어 내려간 삶의 지혜
성수선 지음 / 알투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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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뼉치는 일은 쉽지만, 기립박수를 보내기는 쉽지 않다.

다른 사람들에게 진심의 사랑을 보내는 일... 참 어렵다.

 

전작들은 성수선의 리뷰집이라면,

이번 책은 그가 삶에서 캐낸 소중한 순간들을 잡아낸 문장들이다.

 

반짝, 빛나는 문장들에서

짜르르 흐르는 전류같은 공감을 느끼게도 되고,

환한 웃음살을 퍼뜨리게도 된다.

한편 이런 순간들을 채집하려 공을 들였을 그의 땀방울에는

마음 한켠에서 안쓰러운 맘도 든다.

 

그냥 즐기고 살지, 뭘 이렇게 애쓰며 사나... 싶어서.

 

좋은 충고는,

그걸 듣고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있다는 확신이 들게 한다.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나도 모르게 노력하게 한다.

유사 상표에 속지 맙시다.(인생을 망치는 충고에 속지 말 것)

 

삶의 모든 순간에 의욕이 넘칠 수는 없다.

다사로운 위로가 필요한 순간도 많고,

엎어졌을 때, 그 자세 그대로 잠시 쉬고 싶을 때도 많다.

다른 사람들을 쳐다보면, 마트의 줄서기처럼 내가 느려 보이게 마련인 게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드, 에서 박민규가 쓴 말, 공감한다.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가 부끄러워하길, 부러워하길 바라왔고,

또 여전히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는 인간이 되기를 강요할 것입니다.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는 절대다수야말로,

미 미친 스펙의 사회를 유지하는 동력이었기 때문입니다.

와와 하지 마시고 예예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제 서로의 빛을, 서로를 위해 쓰시기 바랍니다.(198)

 

부끄러움과 부러워함.

전혀 달라보이는 의미 속에서

유사한 감성을 찾아낸다.

쉽게 남들의 통념에 따르는 현실에 일침을 가하고,

자신의 빛을 드러내길 권한다.

 

사람마다 고통과 모멸을 견디는 방법은 다르다.

어깨를 흔들며 자지러지게 웃고 있다고 해서

그게 다, 신이 나서 그러는 것만은 아니다.

많은 경우 사람들은

자신보다 고통이 경미해 보이는 타인을

'감정 없는 사람'으로 취급한다.

흑인들은

쇠고랑을 찬 채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

고통을 견디기 위해서.(217)

 

그의 글은 사람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힘이 있다.

많이 진화했다.

 

전편의 책들에서 힘들다고 징징대던 소녀가 지워졌다.

원숙해 졌다고나 할까?

원숙해진 만큼, 징징대던 그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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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년 199
09년 257
10년 308

11년 268

12년 323

13년 198

14년 208

15년 254권

계 3,473권

 

권수로는 250권을 겨우 넘겼지만,

대부분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추리소설들이 많다.

 

수시로 시집을 사서 읽기는 하지만, 시집이 점점 드문드문이다.

 

올해 건진 좋은 책이라면, 이성복의 책이 좋았다.

 

  <이성복의 시론집 세트>

 

 

 

 

 

 

 

 

 

갈수록 책을 들여다보기가 힘들어진다.

 

눈도 쉬이 지치고, 세상도 갈수록 삭막해서다.

 

올해는 다시 고전을 들여다 보고 싶은데, 글쎄다.

 

해마다 '다사다난'한 일들의 연속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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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축복 2016-03-13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기가 힘들어지면 책을 놓고 산책을 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

책 중에 젤 좋은 책이 산책이라고 어떤 분이 말씀하시던데... 산책을 하다 보면 생각이 정리가 되고 마음이 안정된다고 합니다^^

글샘 2016-03-17 15:39   좋아요 0 | URL
네 그래서 마음산책이란 출판사도 있죠. ㅋ

새겨두겠습니다. 산책이 젤 좋은 책이구나...
 
사월의 미, 칠월의 솔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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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조와 장조의 세계는 다르다.

단조의 정서는 이별과 슬픔, 죽음이 지배하는 것이라면,

장조의 정서에는 어떤 상황에서도 밝음을 발견하려는 눈동자가 반짝인다.

 

마치 나치 수용소 속에서도

'인생은 아름다워' 하면서 게임을 하는 어린이와 같은 마음이 장조의 세계다.

 

김연수는 장조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장조 속에는 1월의 각오도, 11월의 비장미나 12월의 쓸쓸함도 없다.

4월의 경쾌한 발랄함과 7월의 무모할만큼 뜨거운 삶이 가득하다.

그가 내는 음은, 1도 화음의 발랄함을 놓치지 않는다.

 

충무로 다방에서 만난 정감독님이 갑자기 내 손을 잡고는

그렇게 따라나섰다가 그만 서귀포까지 가게 됐거든.

맞아. 사랑의 줄행랑.

그렇게 3개월 남짓 살았어.

함석지붕집이었는데,

빗소리가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우리가 살림을 차린 사월에는 미 정도였는데,

점점 높아지더니 칠월이 되니까 솔 정도까지 올라가더라.

그 사람 부인이 애 데리고 찾아오지만 않았어도 시 정도까진 올라가지 않았을까?

그 석 달 동안 밤이면 감독님 품안에서 빗소리를 들으면서 누워있었지.(81)

 

자칫 서글픈 3류 신파같은 이야기지만,

예쁘다.

경쾌하다.

 

모든 게 끝났다는 걸 안다, 사랑은 떠나갔으니까.

한번만 둘이서 사랑할 수 없을까...(155)

 

주쌩뚜디피니를 듣던 터널의 밤...이란 소설에서 나온 구절이다.

단조풍의 소설이라면,

사랑 없음의 비극을 장중하게 읊조리겠지만,

그의 주쌩뚜디피니는, 즐겁고 명랑하다.

 

치과에서 24번 어금니를 뽑으면서 내가 알게된 것은 고통이란 단수라는 것이었다.

여러 개의 고통을 동시에 느끼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166)

 

그리하여 삶에서 동병상련인 체 하는 것만큼 위선은 없는 걸지도 모른다.

김연수의 삶 속에도 당연히 아픔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 아픔에서 동질감과 연대 의식을 찾는 일은 불필요하다.

그저, 아픔이 있었다. 그걸로 되었다.

 

소리의 비밀을 알기 위해서는 표면을 맛봐야만 한다는 것,

바로 그 사실을 그는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것이다.

본질은 표면에 있었다.(289)

 

 

그의 소설은 삶의 본질로 치닫지 않는다.

표면을 핥는 행위만으로도,

사랑의 비의를 이해할 수 있음을 맛보게 하려는 소설을 쓴다.

 

아무리 잘 쓴 문장도 실제의 경험에 비하면,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작가의 고통이란 이 양자 사이의 괴리에서 비롯했다.(173)

 

장조의 작곡가라고 하더라도,

작곡의 과정이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삶을 멜로디와 화음으로 구성해 내는 기법은 오롯이 그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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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의 발견 - 상수와 의리가 무너진 주역의 본질
문용직 지음 / 부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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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싶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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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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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참 신랄하다.

한국이 싫어서...

그래서 이민을 간다는 스토리다.

 

일제 강점기 만해 스님이 3년의 칩거속에 쓴 시들에서는

'님'을 간절히 부른다.

그렇지만 그 님이 정말 간절히 그리웠다거나

사무치게 보고싶은 것은 아니다.

 

그 님은 <국민의 입장에서 없으니 너무도 불편한 것>일 따름이지,

조선은 결코 백성을 돌보는 '공화국'도 아니었고, '민주적 절차'도 무시된 그런 나라였다.

 

지금도 그렇다.

국가는 백성의 고혈을 짜는 데 혈안이 되어있다.

세금을 올리고, 또 세금을 올리고, 또 세금을 올린다.

 

만해는 시에서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이라고 썼다.

당신은 나를 흙발로 짓밟습니다.

강을 건너면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그려...

 

조선은 그런 나라였다.

백성을 흙발로 짓밟던, 그리고 돌아보지도 않고 가버리던 나쁜 남자같은 나라.

그러나, 그 조국을 통째로 일본에게 바치고 나자, 조국 없음이 뼈저리게 사무친다.

 

당신이 가신 뒤로 나는 당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까닭은 당신을 위하느니보다 나를 위함이 많습니다.(당신을 보았습니다. 중)

 

만해가 그리워하고,

'님은 갔지마는 다시 돌아올 것을 믿쑵니다.'고 했던 시대는 갔다.

장강명은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한테 혼난다고 부모님이 고마워지디?(170)

 

일본놈들 지랄 같다고, 상대적으로 조선이 고마워지는 것은 아니란 것.

 

식민지 시대가 가고, 전쟁이 휩쓸고 간 나라에서 살아남은 민초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는 적응력 하나로 버티고 있다.

그런데, 다시 '가렴주구'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가혹하게 염출하고 베어서라도 구하는' 시대.

 

아직도 봉건시대의 '시어머니'와 '시 월드'가 가득한 세상에서,

여자들은 결혼을 거부하고 자식 낳기를 거부한다.

남자들은 결혼을 포기하고 자식 낳기를 포기한다.

 

그 한국이 싫어서,

인간이 인간을 대접하지 않는 나라가 싫어서 떠나는 사람의 이야기다.

 

이 소설은 그저 이야기다.

애국을 이야기하는 자들도 읽어볼 만 하고,

국가를 비판하는 자들도 읽어볼 만 하다.

 

핵심은, 모두 같이 잘 살자는 <공화>의 이념도 없고,

더이상 <민주적 절차>도 없는 껍데기뿐인 민주공화국에서 사는 것이,

이민가는 것보다 나을 것이 없어보인다는 것이다.

요즘 보면 '위안부 협상'이나 '세월호 사태'나 민주적 절차는 염두에도 없어 뵌다.

 

내가 사실 어디서 뭘 배우고 일을 해서 남들한테 인정을 받은 게 처음이야.

남자들이라는 게 단순해.

회사에서 인정받으면 얼굴 펴지고 어깨 으쓱으쓱하고 그러는 게 남자들이야.(136)

 

그래.

이 나라에서 인정받기는 참 힘들다.

휴가를 가면 인정받지 못한다.

아니, 휴가 자체도 전국이 동일이다. 8월 1,2,3.

직장인의 휴가가 군인보다 적다.

그리고 군인의 식비는 감옥 죄수의 식비보다 단가가 싸다.

이곳이 한국이다.

 

사람은 가진 게 없어도 행복할 수 있어.

하지만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행복해질 순 없어.

나는 두려워하면서 살고 싶지 않아.(160)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는데,

그는 이렇게 방향을 잡는다.

 

걔들은 완전히 방향을 잘못 잡고 있어.

자기 회사를 아무리 미워하고 시어머니를 욕해봤자

자산성 행복도 현금흐름성 행복도 높아지지 않아.

자기 행복을 아끼다 못해 어디 깊은 곳에 꽁꽁 싸 놓지.

그리고 자기 행복이 아닌 남의 불행을 원동력 삼아 하루하루 버티는 거야.

어떤 사람들은 일부러라도 남을 불행하게 만들려고 해.

아주 사람 취급을 안 해 주잖아.

젊은 애들이 호주로 오는 게 바로 사람대접 받으려고 그러는 거야.

접시를 닦으며 살아도, 사람 대접을 받으니까.

근성 고치려면 자산성 행복을 좀 버리고

현금흐름성 행복을 창출해야 해.(187)

 

장강명은 사회의 핵심을 뚫어보는 능력을 가진 작가 중 하나다.

친구에게 수다떠는 문체의 이 책은,

징징대는 눈물 없이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사람이 단단해야 행복도 지킬 수 있다.

징징대고 칭얼대는 아이처럼 구는 어른은

이용당하고 버림받기 십상이다.

 

장강명, 앞으로 오래 두고 읽을 수 있을 작가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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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5-12-31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단단해아 행복도 지킬 수 있다`는 말씀 마음에 남기고 갑니다.

새해도 건강하시고, 언제나 처럼 좋은 글들 기대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글샘 2016-01-09 22:32   좋아요 0 | URL
네, 아무개 님도 건강한 새해 보내고 계시죠?
올해는 불행한 일들이 좀 적게 일어나길 바라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