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플라스의 마녀 라플라스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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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30주년 기념작,

지금까지의 소설을 깨부수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호객을 했으나... 글쎄다. 읽어보니 평범하다.

히가시노게이고는 사람의 심리를 기가 막히게 그리기도 하고,

범죄 심리를 날카롭게 파헤치기도 해서 한번 읽기 시작하면 몰입하게 되는 작가인데,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처럼... 그의 전작들에서 이런저런 부분들이 짜깁기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주제를 강조하려는 말도 작위적이다.

 

이 세상은 몇몇 천재들이나 당신 같은 미친 인간들로만 움직여지는 게 아니야.

얼핏 보기에 아무 재능도 없고 가치도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야말로 중요한 구성 요소야.

인간은 원자야. 하나하나는 범용하고 무자각적으로 살아갈 뿐이라 해도 그것이 집합체가 되었을 때,

극적인 물리법칙을 실현해내는 거라고.

이 세상에 존재 의의가 없는 개체 따위는 없어, 단 한 개도.(497쪽)

 

물리학적 원리를 이용하여 미래를 추측하는 것은 <탐정 갈릴레이>와 비슷하기도 하다.

그가 드디어 뇌과학까지 파고 들었으니,

앞으로 더 흥미로운 소설들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이번 소설을 읽으면서 이성부의 시가 생각났다.

산길을 걸으면서,

힘들어도 한 걸음씩 걷는 일의 소중함을 생각하던 시.

이 길을 만든 이들이 누구인지를 나는 안다
이렇게 길을 따라 나를 걷게 하는 그이들이
지금 조릿대밭 눕히며 소리치는 바람이거나
이름 모를 풀꽃들 문득 나를 쳐다보는 수줍음으로 와서
내 가슴 벅차게 하는 까닭을 나는 안다
그러기에 짐승처럼 그이들 옛내음이라도 맡고 싶어
나는 자꾸 집을 떠나고
그때마다 서울을 버리는 일에 신명나지 않았더냐
무엇에 쫓기듯 살아가는 이들도
힘이 다하여 비칠거리는 발걸음들도
무엇 하나씩 저마다 다져놓고 사라진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나는 배웠다.
그것이 부질없는 되풀이라 하더라도
그 부질없음 쌓이고 쌓여져서 마침내 길을 만들고
길 따라 그이들 따라 오르는 일
이리 힘들도 어려워도
왜 내가 지금 주저앉아서는 안되는지를 나는 안다  (이성부, 산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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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이 큰 수능기출通 국어영역 통큰수능기출 (2016년)
통큰기출 100인의 저자단 엮음 / 진학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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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다. 기출문제집이어서, 고1이나 고2 중급 정도가 풀어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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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부대 - 2015년 제3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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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이 1984를 썼을 때,

그 부정적 미래를 두려워 했던 것이 현실이 되었듯,

영화 '내부자들'이라는 픽션은 한국 사회의 단편적인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이 소설은 '사실'은 아니다.

어떤 사실에도 근거하지 않았으나,

조지 오웰의 1984 이상의 실체가 세상에는 있다.

 

한국의 정치판이 치사하게 변했다.

먹고 살자고 발버둥치는 사람들(KTX, 쌍차 등)이거나,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용산, 전직 대통령, 세월호 등)의 신원을 하소연하는 장소 옆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그러나 그 비용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알 만한) ~~ 부대가 등장한다.

 

어버이 연합이나 엄마 부대, 댓글 부대들이 그들이다.

장강명의 '댓글 부대'는 세밀하다.

정치하게 미묘한 인터넷 세상의 구도를 그려낸다.

거기서 '진실'을 읽을 수 있다.

 

먹고 살기 힘든 세상에,

그래서 <니가 스펙이 없고, 못나서> 그 결과 <삼포, 오포>가 되었다는 인과관계를 끊고자,

아들러 심리학의 <미움 받을 용기>가 베스트 셀러가 되는 세상에,

돈 없는 딸내미는 술집으로 가고,

돈 없는 아들내미는 댓글 부대로 가는 현실을 그리고 있다.

 

찻탓캇은 자신이 호랑이 인형을 쓰고 춤을 추며 돈을 벌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지윤이 식당일이나 마트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179)

 

씁쓸하고 슬프다.

그리고, 장강명의 힘이 든든하다.

 

그래. 문학이란,

시시껍질한 삶의 비듬을 주워섬길 게 아니라,

자못, <어버이 연합>이나 <엄마 부대>를 파헤쳐야 한다.

 

<세월호>야말로 소설의 허구가 파고들 구석이 가장 많은 현대의 비극 아닌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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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 2016-01-07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강명은 <한국이 싫어서>로 처음 알게 됐는데요
우리의 불편한 현실이 적나라하게 그렸더구요
이책도 봐야겠습니다
 
EBS 수능열기 국어영역 국어 (2017년용) EBS 수능열기 (2017년)
EBS(한국교육방송공사) 편집부 엮음 / 한국교육방송공사(중고등)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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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 보충 교재. 수업하기엔 편리하지만 독학하기엔 빈약. 부족한 사람은 블랙라벨 문학, 독서편을 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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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라벨 국어 문학 (2017년용) 고등 블랙라벨 (2016년)
노진한 외 지음 / 진학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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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 특강 교재로 쓰는데,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정말 좋은 교재일 듯. 문학의 기반이 부족한 학생이나, 상위권이지만 더 공부하고 싶은 학생에게 해설지와 함께 권해주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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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6-01-06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고딩 2학년 올라가는 아이 봐도 좋을까요?
방학때 보면 좋을 참고서 추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샘 2016-01-07 08:09   좋아요 0 | URL
네 세실 님~ 오랜만이네요. ^^
아이가 벌써 고2 올라가는군요.
고2는 기출문제집을 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이 책은 조금 어렵습니다.
아이가 문과라면 권해줄 만 합니다.

세실 2016-01-07 08:22   좋아요 0 | URL
문과예용~~~~~~
감사합니다^^
문.이과 통합이면 난이도가 똑같아지는거죠?

글샘 2016-01-07 09:51   좋아요 0 | URL
네, 올해 수능부터는 국어가 구분없이 치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