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마르크스의 자본론 만화로 보는 교양 시리즈
데이비드 스미스 지음, 필 에번스 그림, 권예리 옮김 / 다른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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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르크스의 '자본'은 1980년대 처음 번역되어 나왔고,

그 두툼한 책의 매력에 사로잡혀 서가에 꽂아 두다가 결국 이삿짐 사이에서 버려졌다.

요즘 다시 두툼한 자본이 번역되어 나오지만, 이제 살 엄두는 못 내고, 이런 다이제스트로라도 읽는다.

 

<자본>의 핵심은

'잉여가치'이 발견에 있다.

 

마르크스가 발견한 것은

노동력의 가치가

노동생산물의 가치보다 적을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잉여가치의 비밀입니다.(123)

 

자본주의 세계에 대한 마르크스의 통찰은 1867년 발간된 이래,

신비롭게도 쪽집게 도사가 되고 있어

현실 사회주의 몰락 이후

눈치 볼 것 없는 자본주의의 퇴폐적 행로에 대하여도 그대로 짚고 있는 바,

앞으로도 끝없이 연구 대상이 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자본론'의 핵심 내용과,

출간 당시의 배경, 그리고 자본론의 현대적 조명까지 쉽게 이야기를 풀고 있다.

 

결국 자본주의는

시간이 흐를수록 이윤율이 줄어들어 고통받게 된다는 것.

그리하여 현대의 국가들은

더 싼 임금을 줄 수 있는 곳으로 공장을 옮기고,

세금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는 것.

 

이런 것들은 한국의 저성장의 핵심 테마인데,

여기서도 다시 '금융'의 놀음만이 버블을 키워가는 셈인지...

 

자본세력은 일일 노동시간의 단축을 힘껏 반대한다.

그들은 지금도 조직화되지 않은 노동자들이 더 많은 시간을 일하는 장소를

부지런히 찾아다니며 노동자의 이익을 빼앗으려고 한다.(150)

 

노동계급이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곳에서는 자본은 퇴각한다.

 

노동자들의 받을 자격이 있는 임금은 얼마일까?

공정한 하루 노동의 대가는 얼마일까?

이것은 누가 판단하고, 누가 싸워서 이기느냐의 문제다.(160)

 

노동조합을 불법적 딱지를 붙이는 이 땅에서는,

올해 최저시급을 6,030원으로 정하고,

잘 나가는 맥도날드 같은 기업도 최저시급만 겨우 주는 실정이다.

그야말로 알바당이라도 생겨야 할 노릇이다.

 

<자본론>은 중요한 고전이다.

그러나 그 책을 다 읽는 일은 쉽지 않다.

이 책은 충분히 그 책의 핵심에 다가서도록 안내해주는 좋은 책이다.

당연히, '자본'의 '돈가방'은 이런 책을 읽지 않는 세상을 만들려 하겠지만.

 

마르크스는 '파리코뮌'에 관심이 많았다.

그것은 파리코뮌의 실패와 이후의 전쟁들이

권력층의 이권을 위한 것임과, 자본주의의 본질을 보여주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1870년 프로이센-프랑스 전쟁,

마르크스는파리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지배자와 전쟁에 대항하여 봉기하고,

파리를 해방된 코뮌으로 선언했을 때

그런 전쟁의 진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러자 프로이센과 프랑스 권력층들은 서로에 대한 적대감을 접어두고

코뮌을 진압하기 위해 함께 파리로 진군했다.

 

자본은 평화, 전쟁 시기 모두 우위를 점했다.

평화로운 시기에 노동자들이 임금을 인상하면, 고용주들은 일자리를 국외로 보낸다.

전쟁 시기에는 지배자들이 그동안 심화시킨 경쟁의식을 십분 활용하여

젊은 노동자들을 국외로 보내 외국 빈곤층의 봉기를 진압한다.(165)

 

주식을 할 것인가, 부동산에 투자를 할 것인가...

서민의 몫은 결국 세상을 바로 보는 일밖에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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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 - 세상에서 가장 쉬운 주역 공부 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
김승호 지음 / 다산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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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 주역은 어떤 식으로 공부해야 합니까?

답 : 주역은 제일 먼저 괘상에 왜 그 이름이 붙어있는지 이유를 알아야 한다.(233)

 

맞다.

나도 주역에 관한 책들을 몇 권 들추어 보다가,

내 깜냥으로는 주역의 핵심에 들어갈 실력이 안 되는구나...를 느끼고 말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시작은 이렇게 해야하는 것이구나를 깨닫게 되었다.

 

물론 주역에 대한 일반론을 설파하는 책들도 많다.

그리고 각 괘의 설명과 효의 설명에 집중하는 책들도 있다.

나름의 이해로 주역을 푸는 책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괘상의 이름에 이렇게 몰두하게 하는 책은 드물었다.

각 괘의 상징과 역할에 대하여 이렇게 명쾌하게 설명한 책은 처음이어서 정말 반가웠다.

 

그러나,

책이 주는 한계는 어디에나 있는 법.

8괘를 설명하고, 다시 상괘와 하괘가 엮여 64괘가 되는 과정에서,

상괘와 하괘의 관계와 역할에 대하여 그가 풀이하는 설명은 일목요연하지 못하다.

 

공자가 주역을 크게 좋아했던 이유는

주역이 만물의 유형을 보여주기 때문이었다.(260)

 

그렇다.

주역을 과학이라고 떠받들 필요도, 그것만이 올바른 패러다임이라고 떠들 필요도 없다.

다만, 세상을 만물의 변화를 토대로 설명하려 했던

선조들의 <관조>의 시선에 주역은 하나의 '필터'로 작용했을 것이다.

 

저자가 풀이하는 괘상처럼,

화천대유 인간상을 이루기 위하여

천화동인... 최고 가치를 향해 나아가는 삶을 꿈꾸는 것은 과한 일일까?

공자도 조문도면 석사가의라 하였으니...

 

나이가 들어 불안해하는 나에게

풍산점...을 들어 보인다.

큰 산도 바람이 점차 풍식할 수 있다.

시나브로 큰 산을 옮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공부는 지택림... 그릇을 땅덩이만큼 크게 만들어야 할 노릇이다.

깊이있는 공부.

 

그는 마지막을 화풍정을 들어보인다.

부처가 꽃 한 송이를 들어 보일 때 가섭만이 빙긋이 웃었다고 하듯,

한 송이 꽃과 같은 결실을 상징한다 한다.

꽃은 존재 자체로 목적이 되는 것.

 

인간은 누구나 같은 삶을 살 필요는 없다.

똑같은 삶을 살 수도 없다.

 

각자에게 주어진 삶은 모두 다르다.

그 삶을 바라보는 필터로 활용된 주역을 이렇게 재미있게 푸는 작가가 있어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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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 - 다르거나, 튀거나, 어쨌거나
김홍민 지음 / 어크로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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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것이 '그거'보다 재밌다는 독창적인 광고다.

누군가는 이건 성을 상품화 한다는 비판을 입에 거품 물고 하기도 하지만,

이런 광고만큼 이 책의 저자를 잘 보여주는 그림은 없다.

 

성 상품화에 대한 그이 대응은 이럴 것이다.

그래? 풋~ 그렇게 생각 하시든가~

 

참 독특한 개성인이긴 한데,

출판에 대하여 그의 의견은 공감이 가는 부분이 무지하게 많다.

 

미국의 68운동을 주도한 제리 루빈이라는 지도자 왈,

혁명은 재미있어야 한다.

웃음은 정치적 깃발.

엄숙하고 진부한 진보는 싫다.

같은 말만 자꾸 반복하면서 가르치고 주입하려는 진보도 싫다.

아이디어 풍부하고 재기발랄한 재미있는 진보를 만나고 싶다.(18)

 

그는 야간 개장 서점 이벤트도 생각하는 사람이다.

 

영업시간이 지나서 문이 닫힌 서점에 갇혔다.

이런 트위터 글을 올리며 구조 요청을 한 사람이 있었다는데,

그 트윗은 돌풍을 일으켰고,

사람들은 '서점 안에 갇히다니, 꿈이 이루어진 것 같겠다.'고 반응했다고.

서점은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금요일 밤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서점에서 지내는 이벤트를 열었다 한다.(83)

 

책장사를 하면서 두 가지에 놀랐다 한다.

하나는 내용이 좋다고 판매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과,

또 하나는 출판사가 자사 책을 사들여 베스트 셀러가 되게 한다는 것.

 

다른 사람들이 사는 책은 나도 사고싶다...는 것이 하나의 취향이라는 걸 인정(194)

 

이런 무취향의 출판이야말로 '다같이 죽자'는 것

즉효성이 없더라도 부화뇌동하지 말고 '제대로 된' 책을 만드는 것이 유일한 대안.(195)

 

비트겐 슈타인도 헤밍웨이도, 카뮈도 추리 소설을 읽고 영감을 얻었으며 굳이 그것을 숨기지 않았다.

모두가 추리소설을 읽을 필요는 없지만,

그것을 무익 내지 해악으로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214)

 

그는 미미 여사의 시대물을 열심히 내고 있는데,

슬슬 그쪽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모양이다.

일본의 옛 이야기들은 상당히 독특한 배경의 전설들에 얽힌 것들이 많아서 끈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영국의 펭귄판 이야기는 뼈저리게 들어둘 만 하다.

 

앨런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저렴한 가격의 도서를 만들면 승산이 있겠다 판단하고,

페이퍼백이라는 문고본을 만든다.

책의 본질을 소장하는 것이 아닌 읽는 것으로 파악한 것.

쉽게 편하게 살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할 것.

다양한 독서 취향을 맞추되 언제나 양질의 작품일 것.(266)

 

한국의 출판 시장은 국가의 문화 콘텐츠의 취약함에 비하면 꽤 넓다.

다만, 읽는 시장이 말라 죽을 지경인 것이 문제라면 문제.

 

사람들이 좀 여유롭게 살 수 있으면 읽는 인구도 늘어 나려나.

아니면, 그저 스마트하지 못한 폰에 머리를 박고 살게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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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가공선 창비세계문학 8
고바야시 다키지 지음, 서은혜 옮김 / 창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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蟹工船(카니고오센) - 당 생활자...

 

게공선은 러시아 혁명 직후,

일본의 홋카이도 지역에서 벌어진 '게잡이 배' 안에서 일어난 이야기다.

일본의 공산주의 문학의 수작으로 일컬어져,

1980년대 한국에서도 번역되어 읽히곤 하던 책이다.

 

일본-조선의 식민 지배는 우리가 아는 바 그대로지만,

일본 국내에서도 자본-노동의 관계는 철저하게 착취하는 전형을 보여준다.

특히나 혼슈가 아닌 홋카이도 지역을 어떻게 차별하는지도 읽을 수 있다.

 

일본에서 젊은이들에게 게공선이 다시 읽히고 있다고 한다.

시절이 하수상하니 다시 혁명의 시대가 도래할지 모를 일이다.

 

게공선은 러시아 대게를 잡는 이야기이므로, 게를 가공하는 배라기 보다는 게를 잡는 배에 가깝다.

예전 번역본은 '게공선'인제 '게 가공선'이라는 제목이 좀 어색하지 않나 싶다.

 

그리하여, 그들은, 떨치고 일어났다. - 다시 한 번...

 

이런 유명한 마지막 구절은 다시 읽어도 짜릿하다.

 

바닥 계층의 저질스러운 욕설이나 비루한 말들도 재미나게 번역을 잘 했다.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노동의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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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와 메모광
정민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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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무는 열여덟 살 때 자신의 거처에 '구서재'란 이름을 붙였다.

책과 관련된 아홉 가지 활동이 이루어지는 집이란 뜻.

독서, 간서, 초서, 교서, 평서, 저서, 장서, 차서, 포서...

 

눈으로 읽고 손으로 읽는 독서

눈으로 읽는 간서

중요한 부분을 베끼는 초서

교정해 가며 읽는 교서

인상적인 부분이나 책 전체에 대한 감성과 평을 남기는 평서

제 생각을 펼치는 저서

책을 간수하고 묶는 장서

책을 빌리는 차서

책에 햇볕을 쬐어 말리는 포서...(117)

 

책에 대한 사랑이 가득 담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특히 포서에 이르러서는 책이 귀하던 시절의 애정이 가득하다.

 

봄가을로 햇볕이 짱짱한 날이면

습기를 머금어 눅눅해진 책들을 마당에 일제히 널어놓고 시원한 바람에 먼지를 털고 책을 말렸다.

한지는 질기고 오래가지만 방안이 환기가 잘되지 않아서 습기를 잔뜩 머금으면 곰팡이가 피고 좀벌레가 먹는다.

바람이 선선하게 불고 햇살이 내리쬘 때 마당 가득 흰 종이책을 널어놓으면 햇살에 놀란 책벌레들이 한꺼번에 나와 달아난다.

축축하고 눅눅하던 책이 바짝 말라서 챙챙거리며 되살아나는 느낌도 새롭다.(118)

 

이 책은 저자가 옌칭 도서관에서 이런저런 옛책들을 뒤적인 경험을 주로 적은 글들이다.

홍석주의 책사랑에 대해서는 그가 '수여연필'을 푼 책도 있지만, <정민, 오직 독서뿐>

다시 읽어도 새롭다.

 

책을 많이 읽어 피곤하면

그는 눈을 감고 예전에 읽은 글을 암송했다.

한참 외우다보면 슬며서 잠이 들곤 했는데

입은 그대로 글을 이어 외우고 있었다.

글자도 틀리는 법이 없었다.

눈으로 읽고 입으로 읽고

일과로 읽고 여가에도 읽었다.

긴장하면 풀어주고 풀어지면 조여주었다.

한 권의 책을 다 읽을 만큼 길게 한가한 때를 기다린 뒤에야

책을 편다면 평생 가도 책을 읽을 만한 날은 없다.

비록 아주 바쁜 중에도 한 글자를 읽을 만한 틈이 생기면 한 글자라도 읽는 것이 옳다.(214)

 

이런 것을 <잊어버리고 읽는 독서>라고 한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부지런히 읽어야 <묘계질서>이 순간을 만날 수 있다.

 

묘계는 오묘한 깨달음을 말한다.

사물이 내 안으로 들어와 나와 합치되는 것은 <계합>이라고 한다.

계합은 지금까지 무의미하던 사물이나 대상이 새롭게 나와 만나 스파크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것은 너무나 오묘해서 뭐라 설명한 수 없기에 '묘계'라 한다.

묘계를 붙들어 두려면 섬광 같은 깨달음이 흔적없이 날아가기 전에

잽싸게 적는 메모가 <질서>다.

이 묘계질서의 정신을 평생 학문의 종지로 받든 분이 성호 이익 선생이다.(221)

 

바쁘고 일이 많아서 책을 못 잡는다는 말은 핑계다.

그저 답답한 마음을 엉뚱한 여기로 풀려는 것이 오히려 더 여유를 없게 만드는 것일 게다.

다시 책을 붙잡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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