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위증 2 - 결의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권에서는 미야케 주리가

미워하는 아이들을 모함하려고 투서를 하는 것처럼 썼으나,

2권 말미에서 드디어 입을 열었다.

 

나는 거짓말쟁이가 아니라고 항변할 기회가,

주리에게는 한 번도 주어지지 않았다.(664)

 

장자의 조3모4의 교훈처럼,

자신의 주장을 내세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은,

결과 여부와 상관없이 중요하다.

 

민주주의라는 절차가 중요한 것은 그때문이다.

아무리 나라가 후져도, 절차가 올바르면 국민들이 납득하기 때문이다.

 

2권에서는 아이들이 직접민주주의를 실천하기 위해

교내 재판을 결의한다.

다소 지루하다. 아니, 많이 지루하다.

 

이대로 모른 척하고

그 상처가 저절로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는 건 이제 싫어요.

치유되는 게 아니다. 그저 사라질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177)

 

결의의 이유는 명백하다.

 

나에게 가치있는 것은 지금 내 주변에 없다.

세상 어딘가에,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

아름답고 가치있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지금 나를 둘러싼 것은 쓰레기뿐이다.

언제쯤이면, 어떻게 하면 이 쓰레기 더미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까(324)

 

어떤 이유가 있어야 자살 생각을 할까?

지쳤을 때,

진절머리 날 때

무의미하게 사는 게.

인생은 하나부터 열까지 무의미하다.

당장 웃을 수 있으면 그만이다.

즐거우면 그만이다. 사는 목적따윈 없다.

뭔가에 진지하게 화를 내도 뭘 그렇게까지 화내느냐며 비웃음을 살 뿐이다.

당연하다.

세상 사람 모두가 무의미하니까.

그러니 의미를 찾아내려는 노력은 전부 쓸데없고 허망할 뿐이니까.(427)

 

마치 가시와기의 유언과도 같은 구절이다.

자살한 학생의 연습장을 본 적이 있다.

위와 유사한 글들이 난삽하게 적혀있었다.

역시 그 아버지는 쓰레기 같았다.

 

보도는 무섭다.

거기서 누락되고 눈에 띄지 못한 것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된다.(185)

 

그래서 독재자는 언론을 통제하려 든다.

자신의 그림자를 지우기 위해서.

 

강 건너편을 보고 온 눈빛이었다.(215)

 

이 구절은 이 소설에서 가장 빈발하는 대목이다.

그런 사람이 있다.

세상에 아무 것도 얽매일 것이 없는 상태.

강 건너편을 보고 온 눈빛에는 애증도 결핍도 없다.

공허함만 가득할 뿐.

 

같은 학교 학생이 아닌데도 친구라며 활동하는

간바라 가즈히코의 정체가 궁금하다.

 

그런 식으로 남겨진 그 아이가,

- 자기 목숨을 소중히 여길 수 있을까.

- 살아갈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416)

 

사람마다 의미는 다르다.

하지만, 가장 잔인한 죽음 앞에서 삶의 의미를 잃을 수도 있다.

간바라의 정체는 3권의 핵심이 될 것이고, 반전의 역할을 하게 되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리움은 언제나 광속 - 시 한 수, 그림 한 장
김주대 지음 / 현암사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바람이 불 때

꽃은 너무도 불안하여 그만 예뻐져 버렸다(이유)

 

이 책은 독특하다.

수묵화들이 강렬하다.

재주보다는 생각이 승한데

사고의 전환도 새롭다.

 

달의 지평선에

지구가 뜨면

어느 날

나는 거기 있을 것이다(꿈)

 

그림 공부하는 사람들이

참고로 보면 좋을 아이디어들이 가득하다.

 

입안으로 들어가 허공에 붙은 말을

상처를 감싸며 자란다

시간의 묽은 막이 둥글게 쌓이고

허공이 아물어 무게를 가질 때

크고 아름다운 말은 낮고 은은히 온다(진주)

 

 

어디 먼 곳을 바람만 밟고 다니나

바람 속에는 그대 발자국 소리

저녁마다 한짐이네

높이 목숨 걸고 매일 떠나는 그대

언제나 제자리 우네

소리가 눈물처럼 매달리는 저녁마다

까치발을 하고 귀를 대면

허공의 길을 타고 그대는

달그랑달그랑 오네 오시네(풍경)

 

 풍경으로 가득찬 풍경...

글씨와 세상이 따로가 아니다.

 

 

누구도 귀기울여주지 않을 때

누구나 마지막엔 하늘에 대고

온몸으로 외치지 않겠나

그런 생각을 해본다(하늘에 고함)

 

정치가 올바로 이끌어지지 않을 때,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된다.

 

붓의 선들이 어눌하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를 담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솔로몬의 위증 1 - 사건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9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평선 저 너머의 조그만 먹구름.

료코는 방금 그것을 보았다.

그러나 아직 멀다. 가까이 다가오리라는 보장도 없다-(83)

 

명랑한 중학생들의 사고도 잘 반영되어 있고,

학생의 사망사고 이후, 학교의 생리고 더이상 잘 드러낼 수 없다 싶을 정도로 생생하다.

어떤 기관이든, 사건에 휘말린 이후에는 조직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지만,

학교는 어린 아이들이 머무르는 곳이고,

그래서 더 방어적으로 대응하게 되는 특성이 있다.

 

미숙함은, 젊음은 모두 같은 약점을 가지고 있다.

기다리지 못한다는 것, 어떤 일을 하면 금방 결과를 보고 싶어한다.

인생이란 곧 기다림의 연속이라는 교훈은 평균 수명의 절반 이상을 살아보지 않고는 체감할 수 없다.

그리고 진절머리 나는 일이지만

그 교훈이 진실이라는 걸 깨달으려면 아마도 인생 전부를 바쳐야 할 것이다.(302)

 

아~

그렇다.

평균 수명의 절반 이상을 살아보고 나니, 기다림의 의미를 알 듯 싶다.

그리고, 진절머리도 난다.

그렇지만, 미미여사같은 사람도 있어서,

그것을 말로 해주는 책이 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표정이라는 것은 보통 의식하고 짓지 않는다.

어지간히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거의 반사작용처럼 떠오른다.

호흡과도 비슷하다.(408)

 

사망사고와

사고뭉치들,

그리고 사건을 확산시키는 모기라는 기자와

해결을 향해 나아가는 주인공 료코.

 

흥미진진하고,

아직도 이렇게 두툼한 책이 두 권이나 남아있어 안심이 된다.

 

박진감도 넘치는 1권이었다.

삶에 대한 통찰을 엿볼 수 있는 장르 소설은 흔하지 않다.

그저 사건의 고리를 얽어매기에 급급하기 쉽다.

 

그렇지만,

대가들은 그것을 한다.

이야기의 연결고리마다

삶의 비의를 양념 팍팍 쳐서 버무려 둔다.

그걸 발견하고 못하고는 독자의 몫인 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의 날이라는데

날만 좋고,

경남 산청의 생초조각공원의 꽃잔디 언덕은

인간만큼이나 자잘한 꽃들이 지천으로 심어져

존재만으로도 아름답다고 소리치고 있었다.

 

Q1.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십니까?

  언제? 난 지하철에서 책읽는 게 참 좋은데, 지하철은 거의 타지 않는... 

  책읽는 데 시간과 장소는 필요없다. 시끄러운 곳에서도 좋고,

  혼자 놀 때도 좋다. 



Q2. 독서 습관이 궁금합니다. 종이책을 읽으시나요? 전자책을 읽으시나요?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거나 하시나요?

  전자책도 관심을 가져보았으나... 종이책이 좋다.

  메모는 하지 않고 포스트잇을 붙이며, 도그지어는 결코, 절대, 완전 하지 않는다.

  메모 대신 리뷰를 적어 둔다. 기억력은 망각력에 뒤지므로...

 



Q3. 지금 침대 머리 맡에는 어떤 책이 놓여 있나요?
  침대 머리 맡에는 미미여사의 '솔로몬의 위증'이 두께로 놓여 있다.

  십여 권 쌓아 두었다가, 다 치워버렸다. ^^

  침대에선 잠을 자야 한다는 것이 나이들어 학습한 것이다. 

  침대에서 책을 읽을 순 없다.

 


Q4. 개인 서재의 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열해두시나요? 모든 책을 다 갖고 계시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줄이려고 애쓰는 편인가요?

  꽂을 수 있는 칸에 꽂는 방식. 곧, 아무 방식도 없다.

  책은 이삿짐에 불과한데, 버릴 수는 없다.

  주변에 나눠주기도 하고, 평생 안 읽을 책을 버려야... 새책을 꽂으니... 분리 배출한다. 



Q5.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교과서... 만이 나의 새책이었다. ㅠㅜ

  그리고 집에 있던 두 권의 책... 한 권은 아버지가 예비군훈련가서 받아온 <박정희 전기... ^^ㅣ발~~>, 또 한 권은 아마도 누이가 국민학교 학급문고서 슬쩍해온 <안데르센 동화집>... 전기의 사진도 많이 봤다... 박통이 막걸리 마시고 하는 거랑, 육여사의 단아한 사진 등등... 안데르센은 슬펐지만 수도 없이 읽었다. 


Q6. 당신 책장에 있는 책들 가운데 우리가 보면 놀랄 만한 책은 무엇일까요?
  '우리'라니?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놀랄 만한 책이라...

  음~ 각종 출판사에서 오는 '공짜책 - 기증 도서'들이 수북하다. ㅋ 


Q7. 고인이 되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중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아는 사람도 그닥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데~

  좀 괴팍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커트 보네거트나 이지같은 사람. 한국인이라면 김수영 같은...

  만나면, 술이나 같이 하다가 2차를 가고, 3차를 가겠지...

  나중엔 기억남는 게... 별로 없을 거고...



Q8. 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까?

  그렇게 게으르진 않다.

  그저 눈 앞에 마주치는 책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벅차다. 



Q9. 최근에 끝내지 못하고 내려놓은 책이 있다면요?

  마스터 오브 로마...를 사놓고, 1권을 좀 보다가... 2부가 나오는 걸 보고 내려두었다.

  대작을 느긋하게 읽기엔, 삶이 너무 바삐 돌아갔다. 



Q10.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세 사람을 데려간다면... 참 좋을 텐데...

세 권의 책으로 무얼 하랴~ 싶지만,

'로빈슨 크루소', '마션', '캐스트 어웨이' ㅋㅋ

똑같은 짓을 한 넘들과 동병상련 해야지...

 

 

 

<세계 책의 날>은 스페인의 세르반테스가 사망한 날이란다.

그리고,

스페인에서는 그날 책 한 권과 장미 한 송이를 선물하는 풍습이 있다고...

 

나는 그 기념으로 스페인 음식점에서 스페인 맥주를 3종 마셨을 뿐이다.

빠에야를 시켰는데, 비싼 철판 누룽지였다.

맥주는 좋았고, 빠에야는 나빴다.

 

한국도 삼겹살 데이 같은 것 말고,

책의 날이라도 좀 성대하게 하면 좋겠다.

 

그렇지만, 우리말로 된 책을 무한히 읽을 수 있으니, 걱정 말 일이다. 


 

 

https://youtu.be/R7lnLbxPucg?t=10m42s


댓글(1)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건조기후 2016-04-25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건 마치 프린스를 애도하는 듯한.. 꽃밭이네요. 비가 오는 광경도 참 예쁠 것 같아요.
똑같은 짓을 한 넘들과 동병상련 해야지... ㅎㅎㅎㅎㅎ
 
너무 일찍 나이 들어버린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 2 너무 일찍 나이 들어버린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 2
고든 리빙스턴 지음, 노혜숙 옮김 / 리더스북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스라엘의 한 디스코장에서 폭탄테러가 일어났다.

그 앞에 선 위령비에는... and Never stop dancing...이라고 적혀 있단다.

 

이스라엘은 폭력으로 세운 나라다.

이라크에 가한 미국의 폭력은 아직도 중동을 지옥으로 만들고 있다.

이 책은 미국의 정치가들에 대한 충고도 서슴지 않고 있다.

주된 이야기는 잘~ 늙는 일에 대한 이야기다.

 

웰빙~에 이어 웰~ 다잉이 과제라 한다.

그런데, 죽는 거야 뭐, 한 순간 꼴까닥이니깐, 웰~ 올드가 과제라 보면 되겠다.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이것이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며 의미이다>라는 그 무엇이다.

 

노후를 준비하는 일에 낯선 농사꾼들의 후예들이 공부하여야 할 이유다.

 

전체 퍼즐판을 보지 않고는

퍼즐 조각을 맞출 수 없다.

 

20년 정도만에 평균 수명이 20년 가까이 늘어버렸다.

고 김영삼 대통령이 환갑이 되자 '학살자'의 당으로 들어간 것이 난 이해가 된다.

당신이 죽는다면 이전의 민주화 투쟁이 도루묵이 될 판이라 생각했을 듯.

 

물론 김대중 대통령까지 임기를 무사히 마쳤고,

다행이 민주주의 기틀을 잡으려 노력했지만,

그들의 시절과 지금은 확연히 달라졌다.

 

전체 퍼즐판을 늘 염두에 두고 살아야 추하게 늙지 않는다.

 

누군가에 대해 화가 난다면,

그 분노의 감정이 상실감이나 자포자기 심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지 잘 살펴보고,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 누구에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는지 생각해 보라.

주변 사람들을 바꿀 수 없다면 당신이 먼저 달라지라.(91)

 

멋진 말이다.

불평하고 투덜대봤댔자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나로부터 시작하지 않고서는...

 

만일 우리가 영원히 산다면

용기 같은 것은 필요없을 것이다.(103)

 

미국 원주민들 속담이란다.

맞다. 우리가 용기를 내야하는 이유는, 인생 유한하기 때문이다.

 

1. 질병과 죽음에 대한 불평과 엄살을 중지하라.

   몇 세대 전이었으면 우리는 이미 10년 전에 죽었을 몸이다.

2. 시간가는 줄 모르게 열중할 수 있는 일을 찾아라.

3. 중병에 걸리지 않았으면서도 1년에 10번 이상 병원을 찾는다면,

   병원가는 걸 잊어버릴 만한 새로운 취미를 갖도록 노력하라.

4. 누군가 우리의 젊은 시절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면 이야기해달라고 부탁할 것이다.

   그러니 누군가가 이야기해 달라 부탁하기 전에는 절대 하지마라.

5. 유혹을 피하기 위해 특별히 애쓰지 마라.

   나이가 들면 유혹이 우리를 피할 것이다.

6. 품위 있게 죽는 것에 신경쓰지 말고, 사는 동안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라.

 

아, 멋진 말이다.

이 책에는 저자가 베트남전에 참전했을 때

베트남 인들을 속되게 부르는 'gooks 국스'라는 말이 몇 번 등장한다.

 

한국인들도,

너, 내가 국으로 보이니? 라고 말한다.

그 국은 국물이 아니라, 베트남의 국스인 것이다.

언어는 참 잊지 않고 추하든 아름답든 그 숨결을 유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