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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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너무나 많은 폭력 속에 살고 있고,

그 폭력에 의지하여 살기까지 한다.

긴급한 이유도 없이 강의 물줄기를 바꿔 시멘트를 처바르고,

수수만년 세월이 만든 바닷가의 아름다운 바위를 한 시절의 이득을위해 깨부수는..

모든 아이들을 성적순으로 줄세우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너는 앞자리에 서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폭력,

의심스러운 것을 믿으라 말하는 것도 폭력,

세상에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살아가는 것도 따지고 보면 폭력..(115)

 

아~ 이런 감수성으로 삶을 살아 내기에 세상은 얼마나 걍팍한가.

이 책은 2013년에 나온 책이다.

아마 14년 이후에 나왔다면, 저런 제목을 붙이지도 못했으리라.

 

그는 문학을 '잘 표현된 불행'이라 이름붙일 정도로 감성이 날이 서있는 사람이다.

아직 그 책은 두께에 눌려 사두기만 하였다.

 

어떤 사람에겐 눈앞의 보자기만한 시간이 현재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조선 노비들이 당했던 고통도 현재다.

미학적이건 정치학적이건 한 사람의 감수성의 질은

그 사람의 현재가 얼마나 두터우냐에 따라 가름된다.(12)

 

용산 이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죽음도 시신도 슬픔도 전혀 없었던 것처럼

완벽하게 청소되어,

다른 비슷한 사연을 지닌 동네와 거리들이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세련된 빌딩과 고층 아파트들의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그 번들거리고 말쑥한 표정으로 치장(진은영, 33)

 

된 시대를 사는 우리는,

눈물도 메마른 현실을 날마다 산다.

거기 '정치적인 것(폴리틱)'은 아무것도 없다는,

'치안(폴리스)'의 세계를 사는 것이다.

 

이세돌과 김대중 대통령과 같은 신안군 작은 섬에서 났다고 말하는

순박한 할아버지 같은 이에게

슬픔의 잘 표현된 글...들이나 써야 하는 시대는,

밤은 과연 선생일까?

 

하긴,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선생을 만나면 선생을 죽여야 하듯,

그 밤 역시 극복해야 할 모순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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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부터 시작하는 글쓰기 수업
이권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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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부를 읽지 말았어야 했다.

2부만 읽었더라면, 별점 5개를 채웠을 것이다.

그 이유는... 읽어 보면 안다.

 

논술 시간에 아이들에게 강조하는 내용은,

'똥만 든 머리에선 글이 안 나온다.'는 것이다.

글이란 것은 형식에 맞춰 내용이 풍부해야 한다.

 

그런데 그 풍부한 내용을 채우는 방법 중 하나로 독서가 있다.

그런데... 그 독서 역시 개인적인 독서로는 문제가 있다.

주어진 글에 답을 찾아가는 교육으로는 독서가 힘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독서를 지도할 수 있을 것인가?

숱한 작가들이 '독서'의 필요성을 언급하지만,

정작 그 대문호들 역시 책이 좋아 읽다가 글을 쓴 것이지,

잘 배워서 대문호가 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의 의도는 참 좋지만,

글쓰기는 독서와 무지 관련이 있지만,

글쓰기를 하려는 이들에게는 '독서'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이권우 역시 '특수한 시대 덕'에 독서꾼이 된 사람이니 말이다.

 

1980년대라는 특수한 시대 덕이었습니다.

압도적인 지배질서에 저항하는 일군의 선배들과 함께

당대의 현실을 극복할 대안을 찾았습니다.

그때 읽었던 철학책과 사회과학책들은,

오늘에 보면 태반 지적 수준이 부족한 면이 있긴 해도,

새로운 세계를 열어 보여주었습니다.

읽어야 비로소 보인다는 것을 알았으니,

어찌 안 읽을 수 있겠습니까.

읽지 말라 하면 더 악착같이 읽으며 대학생활을 보냈습니다.(249)

 

전두환으로 대표되는 시대가 지금의 기성세대를 만들었지만,

지금의 기성세대는 후세에게 무엇을 주고 있는지...

 

쓰기 편으로 넘어가서는 좋은 글들을 소개하면서,

나도 그렇게 쓰고 싶다~

그런 생각을 들게 하는 꼭지들이 많다.

 

뭘 앞세울까~

종교를 빙자한 세력 다툼.

그 와중에 나타난 인간 욕망의 파노라마.

이를 압축해 보여주는 구절.

신이 그것을 바라신다.

전쟁을 제창한 교황의 말.

이게 좋겠다.

이걸 던져 놓고 '그것'의 검은 속셈을 뒤져내면 책의 의의는 충분히 전하겠다.(김성희, 223)

 

쓴다는 것은 그렇다.

서평도 그렇고, 논설도 그렇다.

곰곰 생각하면서,

뭘, 앞세울까~를 정하고,

얼개를 잡으면 글은 채워진다.

얼개가 있는데 글이 채워지지 않는다면 더 읽고 연습해야 하리라.

 

두드려라, 쓰일 것이다.

뮤즈는 분명 존재하지만,

가만히 있는데도 집필실에 날아들어

컴퓨터에 마법의 가루를 뿌려주지는 않지요.

유즈는 지하실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곳으로 내려가야 합니다.

소설이란 땅속의 소설처럼 발굴되는 것이라는 것이죠.

낑낑거리며 힘겹게 노력하지 않으면

뮤즈는 절대 도돠주지 않습니다.

뮤즈는 무시할 수 없고, 영감을 주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는 창작의 지평을 열어주는 마술이 가득한 자루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할 일이란,

뮤즈가 올 때까지 넋놓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쓰다 보면 뮤즈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스티븐 킹, 161)

 

이렇게 뮤즈를 기다릴 때,

독서는 필요하다.

쓰려는 자, 반드시 목마를 것이다.

시야가 트이는, 그 <문리가 트이는 순간>을 위해 찾게 마련.

 

우리는 책이라는 거인의 무등을 타고 있는 난쟁이일 뿐.(38)

 

좋은 글은,

좋은 질문과 좋은 답이다.

 

고전에는 질문과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은 바로 이것들이다.

어떻게 질문하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그 과정을 익히는 것.

답이 아니라 과정을 중시하는 것이 고전 읽기의 참된 모습.(67)

 

'리드'하려고 고전을 읽는 것이 아니다.

간절히 꿈꾸면 이뤄지지도 않는다.

 

고전은 고난의 현실을 견디는 법을 가르치는 책이자,

이 고난은 어디에서 온 것인지,

간절히 질문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들이다.

 

'돈'좀 벌고자 고전을 읽는다면,

그건 착오이리라.

 

좋은 책이지만, 재미가 없다.

 

이 책 역시 '프레시안'의 강의록이라 하는데,

순서로는 역시 1부가 독서이고, 2부가 쓰기여야 하겠지만,

2부가 알짜다.

1부가 강해야 2부도 읽히는데... 그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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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폭한 독서 - 서평가를 살린 위대한 이야기들
금정연 지음 / 마음산책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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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연의 프레시안에 연재한 글들이었다 하는데,

쉬이 읽을 염도 내기 힘든 고전들에 손을 댄 용기가 가상하다.

 

가르강튀아나 팡타그뤼엘 같은 이름을 듣고 손대기 쉽지 않고,

돈 키호테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의 글을 읽노라면,

난폭해서 자상하지도 않은 서평인데, ㅋ

궁금해지고 더 그 책을 읽고 싶어진다.

 

금정연만큼만 읽는다면 ㅋ 하고 용기를 낼 수 있게 된다.

 

나는 기어코 그 사회와 점점 더 격리된 상태에서밖에

살지 못하게 운명 지어져 있었단 말인가.(레비스트로스, 107)

 

김수영이 '나는 왜 이렇게 작으냐'고 한탄했던 것처럼,

인간의 본질을 파헤치는 일은 무망한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생각을 한다.

인간은 이해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인과적으로 필연적으로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인간이 등장한다고 하는 것은

문학이 다루는 내용이 아니다.

 

고전이라는 문학들이 탐구하는 하나의 과제는

'인간이란 무엇인가'이고,

그 결과 드러나는 인간의 면모는,

추하고 비논리적이고 폭력적이고 악의적인 의도로 가득한 존재이며,

드디어 도달한 카프카의 '성'과 '심문'에서처럼,

도대체 설명할 길 없는 날마다를 부조리하게 살아가야 하는 존재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고전이란 것들은

다들 아는 이야기지만, 다들 읽지 않은 이야기라 한다.

 

금정연처럼 용기를 가지고,

그 '다들 읽지 않은 이야기'에 도전해 보는 돈 키호테가 있어,

비록 불타고 불타는 속에서도 '로망'은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독서가들의 로망이라면,

역시 무한한 시간을 누리면서

고전을 쌓아 두고 읽어내고 싶은 욕심이 있을 것인데,

금정연의 이 재기발랄한 난폭함은,

그 욕심에 용기를 넣어주기에 좋은 책이다.

 

금정연,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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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평전
안도현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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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전은,

한 인물의 삶을 평가하며 쓰는 전기이다.

그런데 그 말미에서 안도현은 '삶은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라고 썼다.

결국, 평가가 불가하다는 말이다.

 

아이러니하지만,

이 땅에서는,

가장 사랑받지만 그의 말년은 북녘에서 힘겹게 산 듯 싶고,

90년대 이후 그의 시가 널리 애송되고 있지만,

그와의 사랑을 이야기한 자야 여사의 길상사 이야기만큼이나 고뇌투성이였음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그의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는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의 해리포터 같은 화자가 환상 속에서 펼치는 사랑 노래다.

그리하여 그는 '흰 바람벽이 있어' 거기에 마치 환등기로 재생하듯,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 하늘이 이 세상을 냉리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259)

 

모닥불 타는 속에 '몽둥발이가 된 역사'를 뒤척이던 시인 백석.

그가 네 번이나 결혼했던 사실 만큼이나

시원시원한 '모던뽀이'의 외모는 순탄치 못한 사랑을 몸으로 기록하였으며,

분단과 이념의 깃발 아래서 갈등하는 삶을 읽고난 뒤끝은 입맛이 쓰다.

 

육신을 껴안고 살아가야 하는 인간에게는

삶은 모두 살아내야 하는 과제인 것이지,

어찌하여 살아지는 명령이기만 하지는 않은 것이다.

 

새삼 백석이 더 애처롭게 느껴지고,

그의 시편들이 더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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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노래
김중혁 지음 / 마음산책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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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고 한다면 오산이다.

그는 '악기들의 도서관'이란 책을 냈던 적이 있는 소설가이므로.

 

하긴,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재즈가 좋아서 카페도 했다지 않는가.

 

번짐,

음악은 번져 그림이 되고

삶은 번져 죽음이 된다(장석남, 수묵 정원 중, 번짐)

 

음악은 그림과 다름이 아니거늘...

 

이 책에서 재미있는 구절은, 음악에서 '스킵'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인상적이었으나, 이 책은 스킵으로 읽었다. ^^

 

빨리빨리 듣고, 필요없는 건 걸러내고,

그렇게 음악을 듣는 게 효율적인 것인 줄 알았다.

세상에, 음악이란 단어와 효율이란 단어는 얼마나 먼가.

13분짜리 곡을 듣다가 12분쯤에 온몸에 찌릿한 전기를 느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스킵이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 알 것이다.(32)

 

요즘 복면가왕에 등장한 '음악대장'을 들어도 그렇다.

나가수에 나올때는 소리만 지르는 줄 알았는데,

얼굴을 가려 놓으니, 소리가 들린다.

 

음악이란 것은 편견이나 선입견을 갖고 들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또 외국에 나가면 이어폰을 끼지 않는다는데, 그것도 그럴 법 하다.

 

외국의 도시를 다닐 때에는

눈과 귀, 코를 모두 열어두어야 하기 때문에

낯선 도시의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아야 하기때문에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을 시간이 없다.(144)

 

그렇지만 또 자전거를 타면서 음악을 듣기도 한단다. 헐~이다.

 

자전거를 타며서 음악을 들으면 위험하다.

사고를 당할 뻔한 적도 있다.

그러나 한편 자전거 타면서 들었던 음악들이 얼마나 짜릿했던가도 생각난다.

자전거의 속도와 음악의 속도가 합해져

나를 하늘로 붕 띄워 올리던,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고

오로지 속도와 나와 음악만 남아있던 그 순간...(27)

 

김중혁의 글맛이란...

글쎄, 그닥 당기지 않는

그러나 가끔 목마를 때 마시면 좋은 탄산음료같다고나 할까...

 

'안다미로'는 '담은 것이 그릇에 넘치도록 많이'라는 순우리말.(170)

 

안다미로라는 가수가 있단다.

'온새미로'라는 부사어도 있다. 토막내지 않고 통째로~라는 뜻이다.

'더이상 안 담아질 정도로 가득' 있으면 안담이로...고,

'통새미로' 자르지 않은 것을 '온새미로'라고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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