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 줄로 요약하는 연습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요약은 지난 시간에 배웠던 메모와 인용의 중간 정도 특성을 띱니다.
메모할 때는 원문과 상관없이 자기 생각을 적으면 되고,
인용은 자기 생각과 상관없이 원문에 충실하게 옮겨야 한다고 햇습니다.
요약은 그 중간입니다. 원문에 충실하되 자기 마음대로 하면 됩니다.

글을 잘 쓰려면 하고자 하는 말을 짧게 표현하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합니다.
왜 그런 말 많이 하잖아요. “그래서 뭔 얘기인데?”, “한 마디로 뭔데?”
다른 사람의 말이나 글을 짧게 줄여보면 글쓰기 실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오늘은 긴 문장을 한 마디, 즉 한 문장으로 짧게 줄이는 연습을 해 보겠습니다.

우리가 첫 시간에 했던 ‘한 줄로 정의하기’와 비슷하지요?
맞습니다. 이 책의 내용을 한 줄로 정의하면 이거다... 그게 바로 요약입니다.

한 줄로 요약하는 손쉬운 방법이 있어요.
덜 중요한 걸 모두 없애버리면 됩니다.
그러면 가장 중요한 한 문장만 남죠.
쓸데없이 두세 문장으로 쓴 것은 한 문장으로 합쳐도 됩니다.

영화 <스타워즈>에 전투 장면 많이 나오죠?
이거 다 쓰잘데기 없는 부분이에요.
영화사에서 초딩 관객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집어넣은 거죠.

스타워즈를 꼼꼼히 읽어보면 이 작품은 인간사의 선과 악의 문제, 음모, 배신, 자기동일성... 이런 것들을 두루 다루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스타워즈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뭐냐?
아나킨이 자기동일성, 즉 자기정체성을 되찾는 드라마죠.

위대한 재패니메이션 <추억은 방울방울>...
이건... 좋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죠.

우리는 학술 논문을 쓰는 게 아닙니다.
학술 논문을 쓰는 대학원생이라면 텍스트 내용을 자기 마음대로 요약하면 안 되지만,
우리는 논문을 쓸 필요가 없으므로 마음대로 요약하면 됩니다.
자유롭게 요약하는 연습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요약 기술을 터득할 수 있어요.
그러면 무엇이 더 중요하고 어떤 게 쓰잘데기 없는지 구별할 수 있지요.
책으로 예를 들어 볼까요?

예전에 <<블루오션전략>>이라는 책이 히트를 친 적 있죠.
이 책 내용이 뭐냐? 한 마디로, “경쟁이 없는 독점 시장을 찾아내라.” 이거죠.
딴 내용 없어요.

서점에 깔린 신간서적, 특히 자기계발 서적 중 80퍼센트 이상은 이렇게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어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단순하죠.

그럼 요약하기 실습을 해 볼까요? 

여러분이 본 영화나 TV프로그램이나 책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 보십시오. 
평소에 영화 보고 나서 그냥 지나치지 말고 한 문장으로 표현해 보는 연습을 하면 글쓰기 실력 키우는 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길고 자세하게 요약한 것 하나와 짧고 간결하게 요약한 것 하나를 들려 드릴게요.

먼저 길게 요약한 겁니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

오즈의 마법사는 뇌없는 허수아비와, 심장없는 양철인간과, 용기없는 사자가, 철없는 도로시를 만나 에머랄드성으로 가는 힘겨운 여정 속에, 있는 줄만 알았던 마법사가 없음을 아는 순간, 없는 줄만 알았던 각자의 것을 발견하고, 왔던 곳으로 되돌아간다는 이야기다.

좀 어렵죠?
그럼 짧은 거 하나 소개할게요.

EBS 다큐멘터리 “동과 서”는 개체의 관계를 중시하는 동양과 개체의 속성을 중시하는 서양의 차이를 다룬다.

팬더, 원숭이, 바나나... 이 세 개 중에 관련있는 것 두 개를 묶어 보세요.
저는 원숭이와 바나나를 묶었는데요, 동양인들이 대부분 그렇다는군요.
서양인들은 개체의 속성이 비슷한 팬더와 원숭이를 묶었고요.

하나 더?

<해변의 여인>은 남자의 껄떡거림과 귀여움에 관한 보고서다.   

또 다른 요약 비법이 있어요. 
키워드처럼 보이는 단어 두세 개를 고른 다음 문장을 만들어 보는 겁니다.
중요한 대사를 적절히 인용해도 죻은 요약문이 됩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명작 <블레이드 러너>에 자주 나오는 단어가 기계, 사이보그, 인간입니다. 그러면 이 세 가지를 갖고 이렇게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죠.

블레이드 러너는 기계보다 더 기계 같은 인간과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기계들의 이야기다.

드라마 <대장금>하면 전 이 말이 떠오릅니다. 

장금이, 홍시!
전 <대장금>을 이렇게 요약했어요.

대장금은 홍시맛이 나면 끝까지 홍시라고 뻐팅길 수 있는 정직과 신념이 일구어낸 인간승리 드라마다. 

비전향장기수를 다룬 영화 <선택>에 이런 대사가 나오죠.

"인간은 커다란 사상은 버릴 수 있어도, 작은 양심은 버릴 수 없는 거요."

이 대사 하나가 영화 내용 전체를 요약합니다.

<선택>은 버릴 수 없는 작은 양심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인간의 영혼에 관한 영화다.

그럼 잠시 지난 주 내용을 복습해 보죠.
인용 방법에는 간접인용과 직접인용이 있는데 우리는 직접인용에 관해 배웠지요?

예. 인용을 할 때는 출처를 정확히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메모는 자기 편하라고 하는 거고, 인용은 남들 보기 편하라고 하는 겁니다. 잊지 마세요.
물은 셀프라고 했잖아요. 인용을 할 때는 투철한 서비스 정신이 필요해요.
번거롭고 귀찮더라도 출처를 자세하고 정확하게 찾아서 명기해 줘야 합니다.

인용 형식에는 지나치게 구애받지 마세요. 인용문을 보고 독자들이 원래 책이나 영상물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서비스 정신을 발휘하여 출처를 적어두는 게 인용의 관건입니다.

지난 주 청취자들이 올려주셨던 게시물을 몇 개를 살펴 보겠습니다.

이미선 : "비법이란 없었어. 특별하다고 생각하면 특별해지는 것." (영화 <쿵푸팬더> 중 포)  

잘 하셨습니다. 형식을 잘 갖추었습니다. 이제 포가 어떤 맥락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 추가하면 됩니다.

서동기 :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교수) "카르페디엠, 현재를 즐겨라" 

유명한 대사죠. 학생들에게 어떤 상황에서 이 말을 했는지 적어주면 더 좋죠.
키팅 선생이 첫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관습에 구애받지 말 것을 주문하며... 이런 맥락을 표시해주면 더 근사한 인용문이 됩니다.

조남숙 : (유쾌하게 사는 법, 막시무스가) "당신이 공짜로 얻은 것은 너무 많은 것을 지불한 것이다."라고 했다. 

출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요. 전 막시무스라고 해서 영화 <글래디에이터>인줄 알았어요.
그런데 알아보니 책이더군요. 물컵을 잘 헹구긴 하셨는데 건조가 약간... 덜 됐죠? 그래도 직접 시도해 보셨다는 게 중요해요. 자꾸 해 봐야 늘거든요.

다음 시간에는 한 줄로 비유하기 연습을 하겠습니다.
비유를 잘 해야 어디 가서 글 좀 쓴다고 명함이라도 디밀 수 있어요.
멋있게 비유하기 위해 먼저 쌩기초 비유 기술을 익히겠습니다.  
비유는 자기가 처한 현실과 관련을 맺고 있어야 힘이 실립니다. 다음 시간에 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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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9-02-08 0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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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한 줄로 인용하는 연습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한 줄로 인용한다는 게 뭐냐?

먼저 인용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말이나 글의 일부를 그대로 옮겨오는 것을 인용이라고 합니다. 원문 주요 구절을 정확히 옮기기 위해 우리는 먼저, 가장 중요한 구절만 따서 한 문장으로 옮겨보는 연습을 해 보겠습니다.

지난 시간에 배웠던 메모하기와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지요?
차이가 있어요.

메모는 보거나 들었던 내용, 또는 떠올랐던 생각을 자기가 보기 편하라고 하는 겁니다.
다른 사람 말이라고 해서 꼭 똑같이 옮길 필요가 없어요.
나 혼자 쓰는 컵이니까 대강 씻어도 돼요. 대충 헹궈서 마시면 돼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도 마셔야 할 컵이라면?
깨끗이 씻어 놔야 하죠. 물은 셀프니까요.
누가 마실지 몰라요. 누가 읽을지 몰라요.

인용은 남들 마시라고 마련해 둔 물컵이예요.
인용은 남들을 위해, 즉 독자를 위해 하는 것입니다. 명심하세요. 

자신이 인용한 글은 박지성이 읽든, 이천수가 읽든 보편적이며 객관적이어야 합니다. 다 똑같이 읽어야 해요. 출처를 정확히 밝히고 그대로 옮겨 적으면 보편성과 객관성은 저절로 갖춰집니다.

인용은 메모보다 한 단계 상위 기술입니다.
메모를 잘 한다고 다 인용을 잘 하는 건 아니지만,
인용을 잘하는 사람은 당연히 메모도 잘 합니다.
인용이 더 어렵거든요.
말하는 것보다 어려운 게 글쓰기입니다.
말을 할 때는 뻥을 약간 섞어서 해도 별로 티가 안 나지만 글은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인용도 그래요.

그리스 신화에 프로크루스테스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손님들을 자기 집에 묵게 하면서 신장이 자기 침대보다 길면 도끼로 잘라내고, 침대보다 짧으면 다리를 억지로 길게 늘여서 죽입니다.
심하게 말하면 메모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같아요.
자기 편한 대로 줄였다 늘였다 하는 거죠.
메모할 때는 앞뒤 조금 자르고 이해하기 편하게, 필요한 것만 적으면 되지만
인용은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메모를 인용처럼 포장하고 가장하는 글이 가장 나쁜 글이에요.
식자재 판매하면서 원산지 표기 무시하는 넘들이 있죠?
이넘들이 바로 메모와 인용을 혼동하는 작자들입니다.

인용을 하려면 독자를 향한 투철한 서비스 정신이 있어야 합니다.
어떤 게 최고 서비스입니까?
원 뿌러스 원이 최고 서비스인가요? 아니죠.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원산지 표기, 내용물 표기 정직하게 하는 게 진짜 서비스죠.

인용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남의 말을 그대로 옮기는 게 직접인용이고,
남의 말을 자신의 말투로 옮기는 게 간접인용이죠.
둘 다 필요해요. 그렇지만 둘을 섞어 쓰면 안 됩니다.
뭐뭐...했다 라는...
이 표현부터 고쳐야 합니다.

SBS 뉴스 - 아직은 환율이나 실적이나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 아니라는

한겨레 - 두 차례 결승에 올랐지만 우승은 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진정한 세계 최고는 아니다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 아니라는

조선일보 - 근본적으로 촛불집회를 막는 것이 위기탈출책이 아니다라는 인식을 정부가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아니라는

한국경제 - '믿음'을 쌓을 수 있는 노력을 제대로 안 한다면 결코 이 분야에서 성공할 수 없다라는 것이 내 신조
=> 없다는

직접인용을 하든지, 간접인용을 하든지 둘 중에 하나만 하세요.
직접인용보다는 간접인용이 한 단계 상위 기술이지만,
오늘은 직접인용 연습만 해보겠습니다.
직접인용을 완벽하게 할 수 있어야, 그 다음 단계 기술인 간접인용을 잘 할 수 있어요.
모든 일에는 순서란 게 있잖아요.
전문용어로 '지소선후 즉근도의'라고 합니다. <<대학>>의 한 구절이죠. 무엇이 먼저이고 무엇이 나중인지 알면 도에 가까울 것이다.

인용 사례를 종류 별로 몇 개 들어 볼게요.  

SBS 공개홀, 요리 방송 오디션을 앞둔 어느 조리사. "퓨전 요리가 왜 생겼는지 아세요? 유명한 요리사 밑에 들어가서 기술 배우려면 보통 7년이에요. 하도 지겨우니까 독립하는 거죠. 자기가 아예 새로운 요리법을 만들어서..."

김수행, <<자본론의 현대적 해석>>, "[부록] 시험문제 모음" 에서. "자본은 흡혈귀와 같다. 해설하라." "자본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든 털구멍에서 피와 오물을 흘리면서 이 세상에 나온다. 예를 들어 설명하라."

신용하 이화여대 석좌교수, SBS 스페셜, 2008년 6월 15일, <윤봉길은 이렇게 총살됐다>, "윤봉길 의사의 특공작전은 비무장 민간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10만 명의 대병력으로 1932년 중국 상해를 점령해서 완전무장한 일본 군대의 3중의 경계망을 뚫고 수행한 특공작전이기 때문에 절대로 이건 테러가 아니라 이건 특공작전입니다."

오늘 과제는 영화 속 명대사를 한 문장으로 인용해 보는 겁니다.
한 문장으로 작성하되 그 앞에 괄호를 치고 괄호 안에 영화 제목과 영화 속 등장인물 이름을 적으세요.  

(영화 <범죄의 재구성>, 김선생이 서사장에게), “내가 청진기 대면 딱 나와. 나, 김선생이야.”

여기서 제가 백윤식 대신 김선생, 임하룡 대신 서사장이라고 썼습니다.
이거 아주 중요합니다.
영화 내용 인용할 때 등장인물 이름을 정확히 표기하는 게 좋아요.
배우 이름으로 인용한 글은 메모지, 인용이 아닙니다.  
극중 이름을 적고 그 대사가 이루어진 앞뒤 상황까지 함께 적으면 더 좋죠.  

예를 하나 더 들게요.

(영화 <여인의 향기>, 뉴욕행 비행기 안에서 슬레이드 중령이 찰리에게)
“작은 것을 종합하면 큰 것을 알 수 있단다.”

영화 내용을 인용할 때는 극중 이름과 대사의 맥락까지 적어라! 잊지 마세요.
이런 걸 잘 해야 나중에 단행본, 정기간행물, 논문 같은 거 인용할 때도 잘 할 수 있어요.

슈퍼마켓이나 마트에 가서 계란 한 판 사죠.  
집에 와서 냉장고에 차곡차곡 넣어둡니다. 하루이틀은 상관없어요.
나중에 시간이 한참 지나서 계란 후라이를 해 먹으려고 하는데 좀 꺼림칙합니다.
이게 언제 산 거지? 상한 거 아닐까?
그래서 베테랑 주부들은 계란을 샀을 때 싸인펜으로 구입날짜를 적어둡니다.

인용 비법도 이와 같아요.
인용할 때 출처를 적어둬야 나중에 번거롭지 않아요.
나중에 날짜 알아보려고 마트 영수증 찾아서 계란 항목 찾아본다고 생각해 보세요. 짜증나거든요. 그냥 계란 버리고 말지...

계란을 사면 날짜를 적어 두어라! 쉽게 이해할 수 있죠?
그럼 날짜만 정확히 적어두면 되냐... 그렇습니다. 날짜 대신 회차를 적어두어도 좋습니다.

MBC, 황금어장, “무릎팍도사”, 2008년 6월 11일 방영분.
MBC, 황금어장, “무릎팍도사” 97회, “이외수”편.

TV 프로그램 같은 경우를 보죠.  
우리가 평소 가장 많이 접하는 게 TV입니다. 책도 아니고 영화도 아니죠.
저는 TV에서 글쓰기 소재, 즉 글감을 가장 많이 얻습니다.
작가라고 해서 맨날 셰익스피어 읽고 플라톤 읽는 거 아니거든요.

인용출처를 정확히 기록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써먹지 못하고 버리게 되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전문용어로 아까비... 죠.

예전에 “무릎팍도사”에 출연했던 이외수 씨는 뭐라고 뭐라고 하더라...
“무릎팍도사 97회에 출연한 소설가 이외수 씨는 이렇게 말했다.”

두 문장 중에 어떤 게 힘이 더 셀까요?

그럼 잠시 지난 주 내용을 복습해 보죠. 정확하게 쓰는 습관을 들이고, 개념규정하고, 또 재규정하여, 한 줄 메모로 남겨라...

지난 주 청취자들이 올려주셨던 메모 중 몇 개를 뽑아왔어요.  

변상진 : 두 번째 주 수요일 19시18분에 삼성역7번출구 앞 선녀호프에서 맥주 각1000씩합시다.

잘 하셨습니다. 가르쳐드린 대로 그대로 하셨죠?
변상진 씨는 ‘정확히 표현하는 방법’을 평생 잊지 않으실 겁니다.
EBS 반디게시판에 직접 써 보셨기 때문입니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몸이 이해하는 것은 질적으로 다릅니다.

장윤호 : 메모하는 습관을 가져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살아가겠다.  
 
그렇습니다. 적으신 것처럼 그게 바로 메모의 목적입니다. 어제 쓴 글보다 더 낫게 쓰고자 하는 욕심이 있어야 글이 발전합니다.

인용할 때 주의할 점이 있어요.

원문 문구를 임의로 바꾸지 마세요.
전문용어로는 이걸 '전의(傳疑)'라고 합니다. 의심나면 의심나는 대로 옮기라는 말이죠.
일단 옮겨놓고 나서 인용문 밑에 자기 의견을 덧붙이세요.

어떤 책에서 '획정'이라는 단어를 봤다고 칩시다. 그런데 이거 '확정'의 오타 같거든요. 그러면 고쳐도 될까요? 안 됩니다.

획정 : 劃定 <명사> 구획을 정함.
확정 : 確定 <명사> 확실하게 정함.

인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원문 그대로 옮기는 겁니다.
설사 맞춤법 틀린 게 명백해도 그냥 옮기세요. 그러면 독자들도 다 알아요.
편집하지 마세요. NG  장면 그대로 놔두세요.
  
다음 시간에는 지금까지 배운 글쓰기 쌩기초 기술을 바탕으로, 긴 글을 한 줄로 요약해 보는 연습을 하겠습니다. 긴 글을 요약하는 거, 어렵죠.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어렵지도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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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9-02-08 0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readmefile.net/blog/trackback/69 펌글임다.
 

오늘은 한 줄로 메모하는 연습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한 줄로 메모한다는 게 뭐냐? 한 문장으로 메모하라는 겁니다. 단어 한두 개만 적어두지 마시고 완결된 한 문장으로 메모하십시오. 회의 시간을 떠올려 보세요. 다 똑같이 생긴 회사 다이어리 들고 선수들 입장합니다.

1번 선수 메모 시작합니다. “마케팅 전략” ... 좀 이따가 옆에 영어로 적어 봅니다. 마게링 스트레... 아, 철자가 헷갈려 도중에 지워버립니다. 슬슬 회의가 지겨워집니다. 마케팅 앞에 당구장 표시합니다. 전략에는 동그라미 두 번 칩니다. 드디어 회의 끝납니다. 이런 메모 평생 다시 볼 일 없습니다. 나중에 봐도 자기가 왜 그런 메모를 했는지 기억도 못합니다. 이 뭥미...

메모를 왜 합니까? 나중에 써먹으려고 하는 거예요. 써먹으려면 문장으로 하세요.

예를 하나 들어 보죠.

지난 주 방송에서 서상훈 씨가 성공학습법 강의하시면서 여러 감각을 활용하자는 의도에서, 눈 감고 밥을 먹어보는 것도 좋다고 했죠? 제가 두 가지 방식으로 메모를 해 보겠습니다.

1번 : 눈 감고 밥 먹기
2번 : 눈 감고 밥을 먹어보면 잠자던 감각들을 깨울 수 있다.

어떤 차이가 생기는지 아시겠죠?

오늘 해 볼 과제는 방송에서 보거나 들었던 내용을 한 문장으로 메모해 보는 겁니다. 오늘 들었던 거도 좋고, 이전에 들었던 내용도 괜찮습니다. 원래 그 사람이 했던 말과 똑같이 할 필요는 없어요. 핵심 내용만 정확히 표현하면 됩니다. 잊지 마세요. 메모는 자기를 위해 하는 겁니다. 자신이 써먹으려고 하는 거예요. 남들 눈치 볼 필요도 없고 원문장과 일치하지 않아도 됩니다.

2008년 6월 18일, 정확히 말하면 오늘 0시 30분경일 겁니다.
안철수 씨가 중앙대에서 열린 EBS CEO특강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지식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그러나 삶의 태도는 사라지지 않는다."
조사라든지 어휘는 원래 말과 좀 다를지 몰라도. 상관없습니다. 메모니까요.
나중에 글을 쓸 때 써먹으려면 이 메모를 인용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해요.
그건 다음 시간에 하겠습니다.

제게 메모 비법 같은 게 있냐고 묻는 분들이 있는데 비법까진 아니고 가장 쉽고 단순한 메모 기술이 있습니다. 메모장을 가까이 두는 겁니다. 

전 화장실 메모를 좋아합니다. 사람들은 인생중대사를 해결하고자 할 때 생각이 많아지고 깊어지는 법이거든요. 큰 일 볼 때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바로바로 메모합니다. 당연히 화장실에 메모장과 펜을 비치해 두죠. 밖에 돌아다닐 때는 휴대폰 메모장 기능을 활용하세요. 메모장과 펜 들고다니려면 번거로우니까요. 단, 한 문장으로 메모해야 합니다. 

또 하나 비법이 있어요.
뭘 보면서 메모하려고 하지 말고 메모하기 위해서 뭘 보세요.
무릎팍 도사든 EBS 다큐프라임이든, 뭐든지요.
그러면 더 열심히 보게 됩니다. 당연히 얻는 것도 많아집니다.

그럼 잠시 지난 주 내용을 복습해 보죠. 정확하게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아나운서나 국어학자들이 아름다운 우리말이니, 아름다운 우리 한글이니...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표현 많이 합니다. 왜 말이 안 되느냐. 우리말이라고 해서 아름다운 게 아니라 정확하고 상황에 적절하게 써야 아름다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절묘하고 정확하게 쓰면 우리말이든 남의 말이든 다 아름답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말짱 황이죠...

글을 잘 쓰려면 우선 정확하게 쓰는 게 중요합니다.
미래형보다는 과거형, 현재완료형을 사랑해야 합니다.

한 줄로 정의하는 연습도 해 보았습니다. A는 B가 아니라 C다. 이런 형식으로 연습해 보라고 했습니다. 

존 에프 케네디의 말을 다시 떠올려 봅시다. "진실의 가장 큰 적은 거짓이 아니라 신화다."
여러 번 곱씹어 읽어보면 의미가 와 닿을 겁니다.
겪어보지 않으면 이런 말 못합니다.
우리도 몇 년 전에 한 번 크게 뎠죠? 황 모 박사...
말짱 황이었죠?
왜?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았으니까요. 뻥치셨으니까요.

며칠 전 유에스 오픈에서 연장 승부 끝에 우승한 타이거 우즈는, 예전에 한 해 목표를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답했어요.
"내일이 있어 좋은 건 오늘보다 나아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골프황제는 이렇게 겸손했기에 진짜 황제가 됐을 거예요... 대. 인. 배.
이금희 아나운서 좌우명 기억하시죠? “어제보다 손톱만큼만 낫게 살자.” 

삶의 목표에 관해 지난 주 청취자들이 게시판에 올려주셨던 글 중 몇 개를 뽑아 왔습니다.

양영애 씨가 이렇게 썼습니다.
“내 삶의 목표는 학교를 설립하고 재능이 있는 아이들을 발굴하여 인재로 키우는 것입니다.”
잘 쓰셨어요. “내 삶의 목표는 교육자다.” 이렇게 쓰는 것보다 좀 더 명확하게 표현했죠?
고쳐야 할 부분이 있다면 어떤 학교인지 어떤 재능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쓰시면 좋죠.
나중에 그 아이들이 커서 양영애 씨처럼 또 다른 학교를 세웠으면 좋겠습니다.

삶의 목표를 글로 쓸 때 무엇이 되겠다고 쓰기보다 무엇을 하고 싶다고 쓰는 게 좋다고 했는데  양영애 씨는 이 원칙을 잘 지키셨습니다.

711466이라는 아이디를 쓰시는 분은 이렇게 적었습니다.
“매일매일 새로운 간식을 아이들에게 만들어 주고 싶다.”
얼핏 보면 뻔한 이야기 같지만 전 뻔하게 읽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간식이라는 말에는 많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요.
자기가 쓴 글을 재규정해 보십시오. 간식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
학교나 학원에서 배울 수 없는 가정교육입니다.  
직접 만들어주는 좋은 음식이 될 수도 있고, 엄마아빠와 함께 하는 대화도 될 수 있고, 매일 같이 읽는 시 한 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 내용을 두 번째 문장에 쓰면 됩니다. 그러면 문장 전개가 아주 자연스럽게 됩니다.

개념재규정, 기억 나시죠? 
개념재규정을 잘 해야 글이 발전합니다.
고치고 또 고치라는 말이죠.

소설가 이태준의 <<문장강화>>라는 글쓰기 교본이 있습니다. 거기에 그런 말이 있죠.
“있어도 괜찮을 말을 두는 관대보다, 없어도 좋을 말을 기어이 찾아내어 없애는 신경질이 문장에 있어선 미덕이 된다.”

고치고 고쳐서 좀 더 정확하게 쓰라는 말입니다.

이강재 씨(저랑 이름이 비슷하군요)가 이렇게 올려 주셨어요.
“매일 매일 모르는 것이 한 가지씩 생기는 삶을 살아가겠다.”
공자님이 그러셨죠?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진짜 아는 것이다.

맞춤법이나 어법에 맞는지 고민하다가 아예 글쓰는 걸 포기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럴 필요 없어요. 그냥 쓰세요. 쪽팔림을 무릅쓰지 않으면 글을 잘 쓸 수 없어요.
쪽을 많이 파세요. 대신 한 번 쪽팔릴 때마다 하나씩 고치세요.
아리까리할 때 사전을 찾아보세요.
단 한꺼번에 많이 하려고 하지 말고 한 번에 하나씩만 찾아보세요.

그럼 오늘부터 하나씩 고쳐 보죠.
좋은 하루 되세요. 이렇게 쓰지 마세요.
상대방더러 좋은 하루가 되라는 거니까요.
‘즐거운 연휴 되세요.’도 틀린 표현이죠?
주어와 술어도 맞게 쓰지 못하면서 어떻게 글을 잘 씁니까?

글쓰기 선생님들이 책을 많이 읽어라, 이왕이면 고전을 많이 읽어라... 그런 얘기 하는데 사실 힘들게 일하고 여가 시간에 집중해서 책 읽는 거 별로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그렇죠?

고전 읽지 마세요.
고전 읽는 건 고상하고 텔레비전을 보는 건 찌질한 건가요? 그건 아니죠.
텔레비전을 보더라도 열심히 보면 됩니다.
메모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보는 것도 괜찮은 글쓰기 연습 방법입니다.
영화나 오락 프로그램을 제대로 읽고 메모할 줄 알아야 개념재규정 습관이 몸에 뱁니다.
무릎팍 도사를 잘 읽지 못하면 셰익스피어, 소포클레스 희곡 못읽어요. 

제가 작년에 글쓰기 책을 하나 썼는데요. 참조 자료 목록을 뒤에 덧붙였어요. 책도 몇 권 참조하긴 했지만 그보다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만나는 것들을 글쓰기 소재로 주로 활용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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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쓰면서 참조한 주요 지형지물

EBS : <맞수 : 맛의 달인, 호텔 조리장을 꿈꾸다>, <시네마천국 : 600회특집 세상을 보는 다섯 가지 시선>
KBS : <단박인터뷰 : 김연아 선수편>, <파워인터뷰 : 이영표 선수편>, <한국한국인 : 김형곤편>
MBC : 2006 독일월드컵 조별리그 한국:스위스 경기 중계.
MBC ESPN : 요미우리자이언츠 이승엽 출전 경기 중계,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중계.
SBS : <뉴스와 생활경제> 2006년 5월 2일 방송분, <생활의 달인 : ‘포장의 달인’편>
SBS스포츠 : 요미우리자이언츠 이승엽 출전 경기 중계.

영화 : <달콤한 인생>, <데블스애드버킷>, <러브 액추얼리>, <범죄의 재구성>,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살인의 추억>, <스타워즈> 에피소드3/5, <여인의 향기>, <오즈의 마법사>, <왕의 남자>, <천국의 책방>, <카게무샤>, <트루먼쇼>, <8월의 크리스마스>, <해변의 여인>

농구 선수 마이클 조던 다큐멘터리
사이클 선수 암스트롱 다큐멘터리

<더 시티>, 2007년 5월 3일자.
<씨네21>, “로버트 드 니로 특집 기사”
<한겨레21>, “신윤동욱의 스포츠일러스트”

강유원, <<고전강의 공산당선언>>, 뿌리와이파리, 2006.
김창완, <<이제야 보이네>>, 황소자리, 2005.
두산동아 편, <<동아메이트국어사전>>, 1998.
안정효, <<글쓰기 만보>>, 메멘토, 2006.
㈜프레인,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프로들의 홍보노트>>, 청년정신, 2005.

http://armarius.net
http://fifa.com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정2동 쌍용자동차 매장
교보문고 서울 광화문점 12구역 404번 서가


- 이강룡(지음), <<글쓰기 멘토링>>, 뿌리와이파리, 2007. 184-185쪽.

뭔가 새롭고 쌈빡한 소스를 찾으려 개고생하지 말고, 우선 여러분 일상에서 소재를 찾으세요. 그리고 한 문장으로 메모하세요.

다음 시간에는 오늘 배운 메모 기술을 기초로, 한 줄로 인용하는 연습을 해 보겠습니다. 메모는 자기 맘대로 해도 되지만 인용은 원문에 충실하게 정확히 옮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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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9-02-08 0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readmefile.net/blog/67 펌글입니다.
 

글쓰기 멘토링 두 번째 시간입니다.

제가 매주 목요일, 쌩얼 미인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깨끗하게 맑게 자신있게~ 글을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린다고 했는데요, 제가 방송국 갔다가 학원 가서 강의하고 집에 오면 밤 열시쯤 되거든요. 자칫 자정을 넘겨 글을 올려도 양해해 주시고요. 암튼 목요일 밤이든 금욜 새벽이든 올리긴 올릴테니까 여러분도 열심히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닷.

지난 주 내용을 복습해 보죠.
좋은 글이란, 쉽고 재미있는 글이 아니라 정확히 쓴 글이라고 했죠.

정확하게 쓰면 남들이 내 글에 감히 찌질한 댓글 못달아요.
직접 겪어본 놈이 장땡이에요.
정확하게 쓰지 않으면 당연히 악플에 시달립니다.
니가 봤어? 니가 겪어 봤니?... 뭐 이런 거요.
정확하게 썼다는 확신이 들면 찌질한 댓글은 쌩까세요.
이런 저런 의견에 흔들리지 마세요.

그러면 댓글 수가 줄어드는 대신 댓글 수준은 훨씬 높아질 겁니다.
모든 사람들과 의사소통하려고 하지 말고 소수정예하고만 하세요.
 
오늘 해 볼 과제는 삶의 목표를 한 줄로 정의해 보는 겁니다.
보통 CEO가 되고 싶다, 의사가 되고 싶다... 이런 식으로 쓰기 마련인데, 그렇게 적지 마세요.
그보다 중요한 건 무엇이 되고난 이후예요. 어떻게 하겠다... 이렇게 쓰는 게 더 낫죠. 
대통령 되고 싶다.... 그래서 대통령 됐어요. 그럼 어쩔 건가요?
어떻게 하겠다... 이게 더 중요한 게 아닐까요?

김연아 선수를 닮아야죠. “스케이트 열심히 타서 세상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싶어요.” 몇 번 다시 들어도 간지 줄줄 아닙니까? (태연의 ‘만약에’도 참 잘 부르더군요.)

지난 시간에 A는 B가 아니라 C다... 이렇게 규정해 보라고 했었죠?  

"진실의 가장 큰 적은 거짓이 아니라 신화다."

존 에푸 케네디의 말입니다. 맞는 말이죠. ㄷㄷ.

우리 주변 사례를 찾아볼깝쇼? 가수 김장훈 씨가 M본부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나와서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기부는 수능이 아니라 검정고시다. 수능은 남들을 이겨야 하는 상대평가지만 검정고시는 남들이 붙든 떨어지든 나만 잘하면 된다."

멋있죠? 쩔죠...
이게 왜 좋은 문장일까요? 자기가 겪은 거 그대로 정확하게 적었기 때문입니다.
생색내느라 라면 몇 상자 놓고 사진만 찍는 정치인이 이렇게 말했다면 별로 설득력이 없을 겁니다. 그죠?

정확하게 쓰라고 제가 말씀드렸던 건 바로 이거예요.
자신의 현실을 그대로 옮겨 적으세요.
정확하게 써서 오랜 세월을 버텨낸 책이 고전이라고 했죠?
고전 몇 구절을 살펴 보겠습니다.

<<길가메시 서사시>>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습니다.
"그는 긴 여행을 마치고 지친 몸으로 돌아와 돌 위에 이 모든 이야기를 새겼도다."

후덜덜 아닙니까?

<<오이디푸스왕>>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습니다.
"인생이라는 침상을 넘어가기 전까지 누구도 행복했다 말하지 마라."

이거도 그렇죠?

그럼 고전 읽는 건 고상하고 텔레비전을 보는 건 찌질한 건가요?
그건 아니죠. 텔레비전을 보더라도 열심히 보면 됩니다.
열심히 보면서 개념 재규정해 보고, 열심히 메모하며 보면 됩니다.
어떤 걸 하더라도 더 낫게 하세요. 더 낫게 티비를 보고 더 낫게 영화를 보고 더 낫게 연애를 하세요. 그래서 더 나아졌다면 그걸 글로 남기세요.

정확하게 쓰려면 먼저 말하는 습관부터 바꿔야 합니다.
우리는 친구한테, 또는 지인들한테 습관처럼 이렇게 말합니다. “다음에 언제 한 잔 합시다.”
저 또한 예외는 아니지만, 글로 쓸 때는 이렇게 하면 안 됩니다.
글은 상대방 양해만 얻으면 되는 일대일 대화와는 다르니까요.
대신 이렇게 하세요.
“자, 우리 6월 3주차 목요일 19시 20분에 우면동 성공시대 막창집에서 만나 쏘주 각 1병 할까요?”

이런 표현은 어떨까요.

“오늘 석양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멋있는 말 같지만 전혀 멋있지 않습니다. 진짜 멋있게 쓰려면 직접 겪으세요. 그리고 겪은 걸 쓰세요. 이렇게요. “오늘 일산 호수공원의 일몰은 참 아름다웠다. 삶의 좌표를 올바로 설정하고 난 다음 본 석양은 이전과는 전혀 달라 보였다.”

미래형보다는 과거형, 현재완료형을 사랑하세요.

좋은 글을 쓰려면 좋게 살아야 해요, 열심히 살아야 돼요.
그래서 제가 지난 시간에 글을 잘 쓰면 성공한다고 말씀드렸던 거예요.
뺑이치세요. 뺑이친다고 해서 다 원하는 결과를 얻는 건 아니죠.
삑사리 날 수 있어요. 그걸 적으세요. 그대로.
나 *뺑이쳤다. 그런데 삑사리 났다. 내가 왜 그랬을까. 아마도 이래서 그런가 보다.
실패에서 배우세요. 공자님이 그러셨죠. 과즉물탄개. 허물이 있으면 고치는 것을 꺼리지 마라.
뺑이치고 삑사리 나면 다음부터 삑사리 안 내면 됩니다.
그런 과정을 적은 게 좋은 글입니다. 아주 힘센 글입니다.

배우 이하나 씨가 팬들을 위해 노래를 불렀죠. 삑사리가 몇 번 있지만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지난 주 청취자들이 올려주신 글 좀 살펴보죠.
잘 쓴 문장 몇 개를 골라왔습니다.
읽어 보면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이철수 : “직장인성공시대는 배가 아니라 등대다.” -> 맞아요. 목적지까지 편하게 데려다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니까.
박시연 : “직장인성공시대는 이정표가 아니라 나침반이다.” -> 이것도 비슷하죠? 남들이 적어둔 길안내가 아니라 스스로 길을 개척하는 데 필요한 나침반이죠.
서은희 : “직장인성공시대는 GPS다.” -> 신선합니다. 왜 GPS냐?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니까. 이렇게 고치면 더 낫겠죠. “직장인성공시대는 종이지도가 아니라 GPS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목적지는 정확하고 단단한 문장을 쓰는 거예요. 글쓰기멘토링은 청취자 여러분께 해답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대신 여러분 스스로 길을 개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등대요, 나침반이요, 쥐피에쓰 같은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사실 이건, 글쓰는 선생들의 영원한 스승 소 선생님... 소크라테스 샘의 글쓰기 지도 방식이에요. 전문용어로 대화술, 산파술이라고 합니다. 소 선생님은 학생에게 답을 바로 알려주지 않습니다. 학생이 스스로 아이(참된 지식, 깨달음)를 출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산파 역할을 할 뿐입니다. 어떻게? 대화를 통해서요.

"쌤~ 이게 모죠?"
학생이 물으면 "우웅... 그건 이거야."
바로 답해주는 건 의미가 없고요, 대신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렇게 되물어야 합니다. 학생은 스스로 답을 찾아보려고 하고, 선생은 학생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지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면 됩니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예요.
훌륭한 선생이 되기에 앞서 먼저 좋은 학생이 되십시오.
잘 묻는 사람이 글도 잘 쓰거든요. 잘 물으세요. 앙~

다음 시간에는 한 줄로 메모하기 연습을 하겠습니다.
대개 이렇게 메모할 겁니다.
회의 시간을 떠올려 보세요. 다이어리 들고 들어가서 공란에 이것저것 낙서하다가 몇 단어 끄적이면서 당구장 표시 한 두 개 하죠? 시간이 길어지면 동그라미 치죠?
나중에 다시 살펴본 적 있어요? 설사 본다고 해도 내가 뭐땜시 당구장 표시했는지 기억나던가요?

메모는 한 단어 대신 한 문장으로 하세요.
그래야 나중에 내가 왜 그렇게 메모했는지 알 수 있거든요.
다음주에 같이 해 BoA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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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9-02-03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은 이강룡의 글쓰기 멘토링을 퍼온 것입니다.(ebs 라디오에서 한 거라네요.)
많은 분들이 읽고 공감하실 것 같아서 널리 알릴 목적으로 퍼다 붙였습니다.
시간 나시면 한번씩 들러서 읽어 보시길...
저도 시간 되면... 이 내용을 좍 퍼오고 싶군요. ^^

http://readmefile.net/blog/63

 

이 글은 이강룡의 글쓰기 멘토링을 퍼온 것입니다.(ebs 라디오에서 한 거라네요.)
많은 분들이 읽고 공감하실 것 같아서 널리 알릴 목적으로 퍼다 붙였습니다.
시간 나시면 한번씩 들러서 읽어 보시길...
저도 시간 되면... 이 내용을 좍 퍼오고 싶군요. ^^ 

http://readmefile.net/blog/63 

 

오늘부터 매주 한 번씩 글쓰기의 쌩기초를 다지는 방법을 일러 드릴게요.
글쓰기, 하면 겁부터 먹는 분들을 위해 제가 광고 문구 하나 만들어 봤습니다.
 
“아무나 소설가가 될 순 없지만 누구나 훌륭한 글을 쓸 수 있다.”

우리는 소설가나 시인이 될 필요는 없어요.
하고자 하는 말을 효과적으로 잘 표현하기만 하면 되죠.

Q : 글쓰기가 왜 필요한가?
 
대답하기 아주 어렵습니다.

글쓰기가 왜 필요한가?... 김연아처럼 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 광고도 있죠...김연아처럼...김연아처럼....

좀 거창하게 이야기하자면 잘 살기 위해서 글쓰기가 필요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글을 잘 쓰면 성공합니다.

물론 성공의 기준은 각자 다르죠.  
높은 지위나 명예를 얻는 것, 아니면 떼돈 버는 거, 아니면 가족의 행복, 무병장수... 다 다르겠지만, 저는 성공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어제보다 더 나은 삶을 사는 것.
이금희 아나운서의 좌우명이 이거라고 하더군요. “어제보다 손톱만큼만 더 낫게 살자.”
이금희 아나운서 글도 잘 쓰시죠? 당연히 잘 쓰실 겁니다.

직장인에게, 가령 대리들에게 성공이 뭐냐 물으면 이런 답변을 많이 합니다.... CEO가 되는 것. 이건 어떨까요, 어제보다 일 더 잘하는 대리, 어제 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대리, 어제 만났던 고객에게 오늘 더 나은 인상을 주는 대리 ... 저는 그게 성공의 열쇠이고, 또 글쓰기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대리가 훌륭한 과장이 되고 좋은 부장이 되고 존경받는 CEO가 되죠.

예를 하나 들죠.
몇 년 전,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 선수들한테 스포츠채널 리포터가 물어봤어요. 장래 희망이 뭐죠? 대부분 이렇게 대답합니다. 동계 올림픽 나가서 금메달 따고 싶어요. 그런데 어떤 어린 선수가 이렇게 말합니다. “스케이트 열심히 타서 세상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싶어요.”

김연아 선수는 이미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었죠.
우리는 김연아 선수의 말에서 글쓰기 자세를 배워야 됩니다.
뭐냐, 어제보다 낫게 살아서 그 경험을 글로 정확히 기록한다.
이게 중요합니다. 여기서 정.확.히 라는 말에 방점을 찍으십시오.  
정확히 쓰는 거, 뻔한 얘기 같지만 절대 뻔하지 않습니다.

Q :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먼저 어떤 글이 잘 쓴 글인지 알아야 합니다.
어떤 글이 잘 쓴 글일까요? 대개 이렇게 답합니다. 쉽고 재미있게 쓴 글.
그런데 아니죠. 쉽다, 재미있다...이건 상대적 개념이에요. 글쓰기의 목표나 기준이 될 수 없죠. 가령 플라톤의 <<국가>>, 제목만 들어도 머리 아프죠. 하지만 어떤 사람은 재미있게 읽을 수도 있어요. 이건 어떨까요. 네이버 게시판의 찌질한 댓글, 쉽고 재밌잖아요. 그런데 좋은 글인가요? 아니죠. 경박하고 천박하죠.

그럼 어떤 글이 좋은 글이냐. 정확하게 쓴 글이 좋은 글입니다.
정확하게 쓰면 남들이 자신의 글에 감히 토를 못달아요.
겪은 거 적나라하게 쓰는데 누가 트집을 잡습니까?
정확히 쓴 문장은 힘이 아주 셉니다.  
글쓰기 선생들이 그런 말 많이 하죠. 고전을 많이 읽어라.
고전이 뭐냐. 아주 오랜 세월동안 찌질한 댓글들을 모두 이겨낸 책이에요. 그게 고전입니다. 정확하게 할 말만 딱 했기 때문에 세월의 모진 풍파를 이겨낼 수 있었던 겁니다.

정확하게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일어나지 않은 것에 관해 쓰지 말고 겪은 것을 그대로 써야 합니다.
앞으로 잘해야겠다... 이렇게 쓰는 건 좋은 글이 아니에요.

어느 언론매체에서 어린이날 무렵에 특집 설문조사를 실었어요.
설문내용이 뭐냐 하면, 어린이들이 엄마,아빠한테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은?
1등을 차지한 말이 뭐냐 하면, “나중에 놀아줄게.”
2등 “엄마, 아빠 다시는 안 싸울게.”

김연아 선수한테 글쓰기 기본 자세를 배웠죠,
자 엄마아빠들한테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타산지석.  

먼저 열심히 살아야 돼요. 열심히 살지 않으면 별로 쓸 얘기가 없어요.
맨날 미니홈피에 오늘 뭐 먹었는지 보고하실 건가요? 아니죠?
직장생활 열심히 하세요. 그리고 나 이렇게 열심히 살았다... 전문용어로 뺑이쳤다. 열심히 해보니까 세상에 공짜가 없더라. 이런 게 인생이더라. 이렇게 써야 합니다.

미니홈피에 스파게티 사진은 그만 올리시고, 이제 여러분의 일상, 직장생활에서 겪은 것을 글로 차분히 기록하십시오.  

Q : 글쓰기 멘토링은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는가?

현재 자신의 모습을 정확하게 기록하고 표현하기 위해 당분간 워밍업을 할 겁니다.
먼저 한 줄 쓰기 연습을 할 겁니다.
한 줄 쓰기가 뭐냐 하면 주어와 술어를 갖춘 완결된 한 문장으로 글을 작성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한 문장으로 잘 표현하지 못한다면 그 이상 글쓰기는 아무 의미가 없어요.  

저 선술집에서 어르신들이 대포 한 잔 하시면 하는 말씀이 있어요.
“내 인생... 소설로 쓰면 몇 권을 써도 모자라....”
이 분들은 글을 절대 못씁니다.
왜? 자기 인생을 한 문장으로 표현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렇죠.

물론 글 잘 쓰는 어르신도 있어요.
저는 일산에서 논술을 가르치는데 어느 날 출근하면서 택시를 탔어요.
나이 지긋한 택시 기사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제가 메모했던 내용을 소개할게요.

“내 인생은 택시 같다. 한 번도 내 마음대로 살아본 적이 없다. 그저 손님들이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 드렸을 뿐이다. 그렇지만 때로 길이 막히면 손님들이 모르는 길로 안내하기도 했다. 버스나 기차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 누리지 못하는 그러한 자유를 경험하기도 했다. 버스나 기차 같은 삶을 살았다면 난 숨이 막혔을 것이다. 택시가 바로 내 삶이다.”

자기 삶을 정확하게 표현했죠? 나중에 놀아줄게... 뭐. 이런 표현 없죠?

글쓰기 멘토링 커리큘럼은 대략 이렇습니다.
처음엔 한 줄로 정의하는 연습을 할 거구요.
그리고 매주
한 줄로 메모하기 (이강룡 씨는 이제 싸이에 스파게티 사진 좀 그만 올리라고 하더라.)
한 줄로 인용하기 (직접인용보다 간접인용이 좋습니다. 마이클조던은 자신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증명하려고 고향에 돌아오는 것이라 말한 바 있다.)
한 줄로 요약하기
한 줄로 광고 카피 쓰기 (약은 약사에게, 시집은 의사에게)
한 줄로 비유하기 (비유를 잘하는 게 글을 잘 쓰는 것, 왜냐? 원래 개념을 잘 이해했다는 것입니다. 정확히 이해한 사람만 비유를 들 수 있어요.)
한 줄로 자기 소개하기 (자기소개서 첫 줄 쓰기 연습입니다. 저는 교육자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나 어쩌구저쩌구.... 이렇게 쓰지 마세요. 대신 이렇게 쓰세요. 저는 영업의 달인입니다.)
한 줄로 서평쓰기 (블루오션전략 : 경쟁이 없는 새로운 독점 시장을 찾아서 개척하라.)

이런 순서로 진행할 겁니다.
충분하게 연습한 다음에 첫 문장 잘 쓰는 방법에 관해 자세히 다룰 겁니다.

Q : 오늘 해 볼 글쓰기 연습은 무엇인가?  

한 줄로 정의하기입니다. 전문용어로 하면 개념 규정 연습.
개념. 왜 그런 말 많이 하죠. “니 개념은 안드로메다에 갖다 놨니?” 그때 그 개념 맞습니다.
우리가 해볼 게 바로 개념 탑재 연습입니다.

스타워즈에 요다 스승님이 출연하시죠. 마스터 요다.
일산 CGV에 가면 입구에 마스터 요다 전신상이 있어요. 수백 만원 짜리... (이건 헛소리고요.)

아무튼, 마스터 요다가 제자인 루크 스카이워커(스카이워커는 학부생이죠? 마스터 요다는 박사님)에게 이렇게 가르칩니다. Do or do not, there is no try. (두 오어 두 낫, 델스 노 추라이)
번역하면, 해라 아니면 하지 마라. 시도란 건 없다.
어떤 맥락에서 이런 얘기를 했느냐.
루크가 늪에 빠진 전투비행선을 꺼내려고 해요. 포스를 이용해서. 그런데 실패했죠. 왜냐? 자신의 정확한 능력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래요. 그냥 하면 되는데 ‘한 번 해보려고’ 했기 때문에 실패했어요.

‘그냥 한 번 해 볼까? 아니면 말구....’

자, 우리는 이렇게 학부생처럼 하지 말고 마스터 요다처럼 정의를 내려야 합니다.
A는 B라고 하더라... 또는 A는 B인 것 같다.... 이런 건 정의가 아니에요.
정의가 뭐냐. A는 B다. 이렇게 단정하는 겁니다.
단정하려면 정확해야 합니다.

좀 더 낫게 정의하려면 이렇게 하면 되죠. A는 B가 아니라 C다.

대한민국은 주식회사가 아니라 민주공화국이다. 이렇게요.

좀 더 근사하게 표현하려면 이렇게 하면 돼요. A는 B가 아니라 C이므로 D다.

아까 택시 기사 얘기 듣고 감동을 크게 받아서, (빅감동)
그날 논술시간에 중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한 번 시켜 봤어요.
인생이 무엇인지 정의해 봐라.
다른 학생들껀 기억이 잘 안나고요, 한 학생이 이렇게 썼습니다. “인생은 피자다.”
왜 그렇게 생각하니 했더니 이렇게 설명하더군요.
“피자 토핑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도 있고 싫어하는 재료도 있다. 그렇지만 싫어하는 것을 골라내고 먹으면 피자맛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 진짜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한꺼번에 먹어야 한다.”

또 한 번 급감동이 쓰나미급으로 밀려 옵니다.
이렇게 칭찬해 줬어요. “야, 너 그만 하산해도 되겠다. 내가 더 가르칠 게 없다...”
더 가르쳐주고 싶은 게 많았는데,
오비완케노비가 돼서 이 스카이워커를 제대로 된 제다이로 키우고 싶었는데, 그 다음주부터 진짜 안나오더군요... 아나킨처럼 될까봐 좀 걱정스럽긴 합니다.

자, 여러분, 미니홈피에 스파게티 사진 대신 자신의 일상생활을 하나씩 규정하고 정의하면서 그것을 홈피에 기록하세요.

오늘 TGI에서 먹은 스파게티 넘넘 맛있었어염... 이런 거 올리지 마시고 대신 여러분의 삶을 정리하고 정의해서 그걸 올리세요.

Q : 또 어떤 내용을 다루는가?  

명언 뒤집기, 기사 비틀기 이런 걸 글쓰기 연습 삼아 해 봅니다.
이것도 개념 규정 연습의 일종이에요. 전문용어로 개념 재규정.
이걸 잘 해야 글이 발전합니다.

‘아는 것이 힘이다.’ 프랜시스 베이컨이 한 말이죠. 원래는 이렇게 말했어요. ‘참된 지식(귀납법)만이 인간의 힘이다.’ 이거 한 번 뒤집어 보죠. ‘아는 것은 힘이지만 모르는 것은 지혜다.’
왜 그렇게 뒤집었는지 두 번째 문장에 쓰면 돼요.
글이란 그렇게 전개하는 겁니다. 자연스럽게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기사 비틀기 한 번 해 볼까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가 끝나고 영국 어느 언론매체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 선수를 이렇게 평가했어요.

“재능은 부족했지만 엄청난 노력으로 그 부족한 재능을 채웠다.”

맞는 말인 것 같긴 한데요, ‘유신’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분이 블로그에 이렇게 적었어요.

대한민국 출신의 세계적인 축구선수 박지성에 대해 어떤 영국 언론이 "부족한 재능을 엄청난 노력으로 메웠다"고 평했다. 이 말은 매우 잘못되었다. 엄청난 노력을 할 수 있는 열정은 모든 재능 가운데 가장 위대한 재능이기 때문이다.

멋있죠? 이런 글을 보고 배워야 됩니다.
여러분도 누구나 이렇게 쓸 수 있어요.
이렇게 멋있게 쓸 수 있으면 소설가 안 부럽죠.

쉽고, 재미있고 화려하게 글을 쓸 수 있는 비법 같은 건 없어요. 그런 건 설사 있어도 알려드리지 않을 겁니다. 대신 깔끔하고 단단한, 힘이 센 글을 쓰는 방법은 있어요.

우리가 함께 할 글쓰기멘토링은 비유하자면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가기 위한 메이크업 강좌가 아니라 쌩얼미인 만들기 프로젝트입니다. 먼저 덕지덕지 앉아있는 화장기부터 지워야 합니다.
글쓰기멘토링은 힘센 글을 쓰고 싶은 이들을 위한 클렌징크림이에요. 자, 이 클렌징크림을 매주 목요일 같이 처발러 보죠.

다음 시간은 한 줄로 정의하기 복습을 하고 한 줄로 메모하는 연습도 좀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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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9-02-03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다음 글이 기다려지네요.

바람돌이 2009-02-04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고개가 끄떡끄떡... 근데도 노력을 안하는 저는 뭐래요? ^^;;

글샘 2009-02-08 0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처음엔 소개만 하려 했는데... 몇 편씩 시간날 때 읽고 퍼나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