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에 가면 바닥에 뒹구는 일회용 면도기들이 언젠가 두고 보자며 나를 벼르는 것 같습니다.
여기저기 흩어진 칫솔, 비누, 때타올 등 제 목숨껏 살지도 못하고 쓰레기 더미가 된 일회용들이 으드득 이를 갈며 한결같이 큰 재앙이 되어 다시 돌아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면도를 하는 동안에도, 때를 미는 동안에도 계속 틀어 놓은 수도꼭지에서는 보람도 없이 억울하게 버려지는 물들이.
"인간들아, 너희들이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며 씨불씨불 흘러가는 물들이
바닥에 질펀한 죄를 씻어 내리며
언젠가, 언젠가 두고 보자! 그렇게 벼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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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쟤들이 말을 한다면 무서울 겁니다. 물들이, 일회용품들이, 숱한 생명 다하지 못한 것들이 울어댄다면 아마 우린 미칠지도 모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