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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호위
조해진 지음 / 창비 / 2017년 2월
평점 :
조해진의 소설은 작지 않다.
단편 소설은 인간 삶의 단편에서 삶의 애잔한 일반성을 느끼게 하는 것인데,
조해진의 짧은 이야기들의 편린은,
인간 종이 가진 역사의 비애를 강하게 비추고 있다.
그런 면에서 그의 이야기는
어떤 디아스포라의 삶을 반영하는 작은 거울이다.
마치 먼지처럼 느껴지는 현실의 존재일 수 있는 사람들에게
<위대한 삶의 무게>를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
그것은 지하실에서 삶의 희망을 잃었가던 한 바이올리니스트 여성에게,
무명의 작곡가가 가끔 배달하던 악보 한 장은 그야말로 '빛의 호위'를 실감케 하는 경험이었던 것이다.
권은에게 반장이 준 카메라와 같은 스토리이거나,
서 군이 겪은 고난의 삶과 평행하게 달리는 음반집 딸의 이야기이거나,
삶에서는 먼지처럼 또는 기름때처럼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 트라우마들이
그나마 '빛의 호위' 덕에 사람을 살게 하는지도 모른다.
세상은 언제나 추악한 인생들의 집합으로 이뤄져 있어 보인다.
뉴스는 언제나 더러운 인간들의 구역질나는 혐오 뉴스로 가득하다.
그렇지만, 우리가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을 바라보면,
그들에게서 내가 빛을 느낄 수도 있고,
누군가는 내게서 빛을 느낄 수도 있는 일임을
조해진은 보여준다.
그래서 그의 평행 세계는
전혀 관계없을 수 있는 나치 치하의 지하실과,
현대 한국의 컴컴하고 삐걱거리는 어둠을 연결하고,
그 사이에서 '위대한 일'이 일어날 수 있음을 잇닿게 한다.
조해진의 글이 더 빛의 호위를 받아 멀리 빛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