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이름을 지킨 개 이야기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엄지영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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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마우는 <충직함>이란 뜻이다.

주인을 향한 맹목적 충직함이 아니다.

 

이 책은 지구에 살아가는 생명체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삶에 대한 성찰의 이야기이고,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문명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며,

이름붙여지지 않은 많은 존재들과

인간이 느낄 수 없는 냄새들과 움직임들의 실존을 음미하게 하는 책이다.

 

생태계라는 어려운 말을 쓰지 않고도,

상생의 삶을 추구하며 영위하고 있는 존재들과

경쟁과 죽음의 문화를 좇는 불나방 같은 존재들의 삶의 양태가 드러난다.

 

그 작은 양털 실오라기에서 마른 장작, 곡물 가루, 우유, 꿀, 그리고

내가 잃어버린 모든 것의 냄새가 난다.

나는 자리에 앉은 채 있는 힘을 다해 울부짖는다.

내가 근처에 있고 마ㄴ나러 갈 거라는 사실을

아우카만에게 알리기 위해 울부짖는다.

다른 건 몰라도 고통에 찬 목소리는 결코 잊혀지지 않는 법이기에.

미친 듯이 울부짖는다.(76)

 

공생을 원하는 우정의 이야기로 읽을 수도 있고,

자연의 향기를 읊는 서사시로 읊을 수도 있는

얇지만 장엄하고

슬프지만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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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관람차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7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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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 우뚝 솟은 관람차를 상상만 해도 가슴이 설렜다.

이 지역 사람들은 산은 상류층, 바다는 하류층이라고 주장하지만,

관람차를 타고 둘 다 한 번에 굽어볼 수 있다면 어떨까.(163)

 

히바리가오카라는 부유한 동네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과

부모에게 달려드는 아이의 문제,

마을의 명성을 해치는 데만 신경쓰는 이웃의 문제 들이 얽혀있다.

 

두 가족이 핵심으로 등장하고,

이웃집 별가방이 양념으로 등장한다.

인물이 많지만 스토리가 워낙 긴박하게 흘러가는 문체여서

그리고 작가의 생각을 집어넣는 그런 것들보다는

사건과 인물을 통해서 독자를 고민하게 만드는 이야기여서 가독성은 아주 좋다.

 

아야카처럼 멋대로인 아이를 기르는 마유미의 마음은 얼마나 아플까.

그리고 아버지 게이스케처럼 가정에서 달아나고 싶어하는 어른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살인사건의 핵심 요소인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와

소통 부족에 기인한 억압적 기제 뿐만 아니라,

가족이라는 분위기보다는

각자의 일이라는 기능에 충실하면 그만이라는 사회 문제를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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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르소, 살인 사건 - 카뮈의 <이방인>, 살아남은 자의 이야기
카멜 다우드 지음, 조현실 옮김 / 문예출판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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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세기 전부터 식민자들은 자기들이 길들인 것들에는 이름을 주고,

자기들을 괴롭히는 것들에게선 이름을 빼앗으면서 재산을 늘려왔다네.(26쪽)

 

3년만에 세월호가 올라오고 있다.

2014년 4월 16일로부터 1073일만에...

이렇게 쉽게 인양할 것을 권력자가 내리 누르고 있었음을 증명하듯 쉽게 올라왔다.

 

이방인을 다시 쓰기한 책이다.

이방인이 프랑스인의 시점에서 본 부조리의 역설이라면,

이 책은 죽어간 아랍인의 시점에서 본 부조리의 본질에 대한 일갈이다.

아랍어를 쓰듯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써내려간,

데칼코마니같은 이방인의 또 한 편.

 

그는 엘 루미, 즉 이방인이었거든.(54)

 

죽어간 아랍인의 동생 시점에서 본 뫼르소는,

자기들이 관점에서 이방인이었던 것이다.

 

무싸의 시신은 미스터리로 남아있게 될 거야.

책에서도 그에 관해서는 한마디도 안 하고 있잖아.

그건 충격적인 폭력을 부정하려는 것 아니었을까?

살인자는 총알이 발사되자마자 미스터리 쪽으로 방향을 틀지.

그가 눈부심이냐, 희생자냐, 둘 사이에서 어쩔 줄 모르는 채로 계속 가는 동안,

내 형 주드는 슬그머니 그 장면에서 빠져 어딘지 모를 곳에 숨겨지고 말았네.

누구의 눈에도 안 띈 채.(71)

 

그러나, 진실은 수장되지 않았다.

이방인들의 사고방식으로는 배 한 척, 몇백 명의 죽음 쯤이야

교통사고 같은 것일지 몰라도, 진실은 이방인들의 목줄을 옥죄는 방향으로 흐를 것이다.

 

한 영혼을 죽이는 것은 인류 전체를 죽이는 것과 같은 것이다.(132)

 

코란에 나오는 말이라 한다.

약자들의 죽음에 눈감는 자는 진실을 보지 못한다.

아니, 진실을 호도하려 든다.

호도는 풀칠해서 덮어버리는 것이니까.

그렇지만 인류는 죽지 않는다.

끈질기게 이어진다.

 

'뫼르소를 어떻게 발음하는지 아나?

아랍어로 엘 메르술.

사자' 또는 '전령' 이라는 뜻이야.

그럴듯하지? 안 그래?(198)

 

까뮈의 <전락>처럼

술집에서 상대에게 넋두리하는 방식으로 소설은 진행된다.

 

까뮈의 방식으로 까뮈가 밝히려는 부조리의 부조리함을 쓴 작가.

까뮈의 언어로 까뮈가 풍자하려던 세계의 한계를 드러낸 작가.

멋지다.

 

진실은 여러 측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거짓으로는 결코 진실을 가릴 수 없다.

 

이제 세월호의 다른 측면이 박근혜와 그 일당들의 목숨줄을 죄어들어가는

사필귀정의 나날들이 드러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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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
미나토 카나에 지음, 김미령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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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의 소설이 있었다.

이언 매큐언의 소설.

 

속죄라는 것이 가능할까?

다시 고민하게 만드는 소설이랄까.

 

1073

 

다시 하나의 숫자가 가슴에 박인다.

그렇게 불가능한 것처럼 이야기하던 세월호 인양을,

박근혜 구속에 관심이 쏠린 이 때 가능해진 것은,

아무래도 정치권의 놀음으로 비친다.

 

속죄하지 않는 인간들이라면,

살 가치가 없다.

살려둘 가치가 없다.

 

'고백'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소설.

각자의 삶이 너무 가슴아픈 소설.

잘 짜여진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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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돌아가는 히나 고전부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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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 왕과 서커스를 읽었는데,

학원문 고전부 시리즈는 좀 별로였다.

 

야경은 경찰이란 직업을 통해 느끼게 되는 삶의 아릿한 비명을 듣게 되었고,

왕과 서커스에서는 기자 정신의 함정과 반성을 들었다면,

청춘 고딩들이 등장하는 고전부에서는

호타루와 사토시, 지탄다와 이바라 4명의 경쾌한 이야기들이 단편으로 소개된다.

 

시체가 뒹굴고 피가 튀기는 현장이 아니라,

소소한 생활에서 두뇌의 체조를 하는 듯한 가벼움이 느껴진다.

 

고딩의 시점에서 보이는 아릿함도 있고,

추리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스토리도 있다.

 

빙과 등의 스토리를 먼저 읽었으면 좀 더 재밌었을라나 싶은 소설.

 

미야베미유키의 에도 시리즈가 눈에 잘 들지 않듯이,

호노부의 고전부 학원물도 그닥...

 

추억의 짧은 다섯 생각이라는 추상오단장... 정도라면 만나게 될는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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