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닫힌 교문을 열며 - 전교조 27년, 그리고 그 후를 위하여
윤지형 지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기획 / 양철북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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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28년이 된 전교조.

이명박 시절부터 박해를 당하고,

명단 공개 등으로 억압을 받다가,

박근혜 시절 드디어 법외노조의 길을 걷는다.

 

노조원이 해고되면, 싸워주는 것이 노조이거늘,

해고 노조원을 노조에 남긴다고 시비를 거는 것은 참 한심하다.

그렇게 법외노조가 되어 여럿 해직되고 싸우고 있다.

 

이제 5월 대선이 끝나면 어떻게든 다시 합법 노조의 지위를 되찾겠지만,

이 책에 담긴 그간의 역사를 읽노라니

슬프고 눈물나다가도,

억울하고 한숨짓게 되고,

분노와 함께 의지를 다지게 된다.

 

전교조 분회원 한명 한명이 다 훌륭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모든 교사들이 수업 실력이 좋지도 않고

학생들과 사이가 좋지도 않다.

전교조 조합원이면서 정치성향이 모호한 사람도 많고,

직장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왕따도 있을 수 있다.

 

문제는 노조 자체를 압살하려는 이 땅의 독재 세력이

오랜 세월 민주주의를 짓밟는 동안

시나브로 사람들 머릿속에서 진보의 이상이나,

아니 당연한 권리조차 겁먹고 움츠러들어 버린 것이다.

 

노조 가입률이 아주 저조하고(이건 독재자가 의도하는 바다.)

노조원도 정치성이 아주 약하다.

 

그나마 교육감들이 우리편이 많아서

혁신 학교 등의 숨통을 통해

그리고 자율적 교사 학습 기관 등을 운영하면서

희망적인 학교로 나아갈 맹아를 틔우고 있는 것이 희망이다.

 

절망의 교실에서 희망을 보아야 하는데,

세상은 아직도 어둡고 캄캄하다.

 

학교를 행정 중심에서 교육 중심으로,

통제 중심에서 소통 중심의 자치 공동체로

경쟁과 차별에서 발달과 협력의 교육과정으로

학생의 삶이 중심인 공동체로...(323)

 

민주 정부 시절,

NEIS 거부 투쟁 등을 통해 과도한 에너지를 낭비하면서

민주주의를 앞당기지 못했다.

 

이제 9시 등교 같은 것들이 서서히 정착되고 있으나

아직 우리학교는 8시 등교다.

 

소통을 통해 교육이 살아나는 세상을 보면 좋겠다.

이제 10여년 후면 나도 정년 퇴직이다.

 

닫힌 교문 밖으로 교사를 쫓아내던 1989년 여름의

그 눈물을 생각하면서

이제 다시 좋은 교실을 위해 애써야 할 때다.

 

심기일전하도록 만들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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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에 그려진 세계사 - 콩이와 함께하는 35개국 역사 여행
김유석 지음, 김혜련 그림 / 틈새책방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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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쉽고 재미있는 세계사 책이다.

초,중학생 정도라도 충분히 읽을 수 있으며,

세계사의 다양한 관점과 어휘들을 습득할 수 있는 좋은 사회학습서로 보인다.

 

국기는 그 나라 역사의 상징이자 집약이라 할 수 있다.

기독교나 이슬람교 계열의 종교적 국기를 공부할 때는 종교의 역사에 대해 공부할 수 있고,

비슷한 국기들을 통해서 유사한 문화적 전통에 대해 공부할 수도 있다.

 

이렇게 재미있는 세계사를

재미 없는 선생님과

재미 없는 교과서로 배운 시대는 불행하다.

 

이제 미래 세계는 여행뿐만 아니라

글로벌 세계를 누빌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이 능력인 시대가 될 것이다.

 

어려서부터 언어에 너무 투자할 것이 아니라,

바다를 동경할 수 있도록 세계 지리, 세계사 책을 많이 읽힐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복잡한 유럽 지도를 일부러 찾아보기도 했다.

크로아티아가 어디있고, 그 옆에 슬로베니아, 보스니아, 세르비아 등이 있음도 새삼 찾아 본다.

찾아보기 이전에,

유럽 지도나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의 지도는 좀 첨부해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혜련의 콩이도 이야기 읽기에 큰 도움이 된다.

김유석의 이야기가 충분히 쉽고 재미있어 흡인력이 크지만,

아이들이 만화처럼 이해할 수 있도록 김혜련의 그림이 리드해 주는 방법도 좋은 독서 경험이 된다.

 

사우디 국기처럼 아랍어로 꾸란이 적힌 국기도 처음 접했고,

꾸란을 거꾸로 보일 수 없어 양면으로 제작한다는 이야기도 처음이다.

 

지리와 문화사를 아우른 세계사 이야기를 통해

통사가 아니라, 지역의 역사에도 관심을 갖게 해주는 유익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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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 산다는 것 - 삶의 끝에서 헤닝 만켈이 던진 마지막 질문
헤닝 만켈 지음, 이수연 옮김 / 뮤진트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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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라고 하면,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에

머릿속은 온통 코끼리 뿐이라 한다.

 

안철수가 스스로 '엠비 아바타, 아닙니다.', '박지원 상왕, 아닙니다.', '갑철수, 아닙니다.' 했다는데 ㅋ

코끼리는 계속 생각나고, 1+1도 생각나는 게 인지상정이다.

 

헤닝만켈이 암에 걸려 1년 10개월 투병하다 사망했다.

20개월 남짓되는 동안, 머릿속에는 얼마나 코끼리가 가득했을까.

그렇지만, 그는 쓰고 읽는 노력을 통해 코끼리를 몰아내기도 했다.

멋진 사람이다.

 

암에 걸려 산다는 것은

아무런 보장없이 산다는 걸 의미한다.

밤에 캄캄한 거리를 돌아다니는 고양이들의 목적지를 알 수 없듯이,

암세포 역시 조명이 어두운 길을 돌아다닌다.

우리는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믿지만,

세상에 대해 우리가 안다고 믿었던 것들을 우리는 끊임없이 수정해야만 한다.(401)

 

나는 본능적으로 '덧없음'이란 낱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뭔가 불분명한, 죽음을 죽음이란 이름으로 부르지 않을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이었다.(423)

 

하염없이 떠올랐을 암이라는 이름의 코끼리를 상상하기 힘들지만,

아픈 사람을 곁에 둔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황망함에 공감하는 일이 불가능은 아닐 것이다.

 

그의 회상은 일상과, 사회 역사 모두를 넘나든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뒤를 돌아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과거에 있었던 사건들과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여러 방식으로 경험한다.

이미 여러 번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것과 마찬가지.

우리는 항상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

암에걸린 이후, 뭔가 예상치 않았던 것을

점점 더 자주 발견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271)

 

힘들겠지만 꼿꼿하게 자기 상념의 줄기를 기록하는 그의 의기에 존경심을 보낸다.

 

우리는 항상 희망을 절망보다 강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희망이 없으면 사실 생존도 없다.

암환자에게나 다른 사람에게나 마찬가지.(119)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그가 원고 투고를 하고 출판 승낙 엽서를 받았던 순간의 느낌은 정말 생생하다.

 

옷도 안 입은 채 편지투입구 앞에 서 있었고

맨발 아래 바닥이 차갑게 느껴졌었던 게 기억난다.

따뜻한 물줄기처럼 내 몸을 적시던 큰 안도감이 기억난다.(255)

 

인정받았을 때의 기쁨,

이것이 감각으로 형상화되니 참 생생하다.

 

암이 걸린 지금은 방향을 잃었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이해가 된다.

나는 입구도 출구도 없는 미로 속에 있다.

중병에 걸렸다는 것은, 자기 몸에서 더이상 스스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음과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뭔가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265)

 

어린 시절 지름길을 찾다 길을 잃은 느낌을 이야기하다

암에 거린 지금으로 시간이 펄쩍 뛴다.

 

영원과 영원의 순환은 어디에나 있다.(109)

 

화장터의 연기 분자들이 뒤섞일 것을 상상하면, 글쎄, 마음이 쎄하다.

 

몇 년 후에는 나도 완전히 잊힌 사람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가끔은 신경이 쓰인다.(122)

하지만 핵폐기물 영구처분장으로 예정된 원시 암반 안에서는

아무것도 녹슬거나 풍화하지 않을 것이다.(124)

 

죽음에 대한 상념 사이에서,

핵폐기물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문제를 제기한다.

 

식민주의의 알려지지 않은 무기는 거짓말이었다.

19세기, 아프리카 대륙에 대해 진행된 모든 침략과정에서만큼 많이,

그리고 체계적으로 거짓말을 한 경우고 과연 또 있을까.(365)

 

그의 소설들에서 전개되는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잔인한 흉계는 이런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의 궁극적인 가족은 무한하다.

설사 눈 깜짝할 정도로 짧은 순간에

우리를 스쳐간 사람들이 누구인지 우리가 더이상 알지 못한다 해도.(453)

 

암에 대해 취할 태도를 찾는 것은

여러 구간의 전선에서 한꺼번에 진행되는 전투와 같다.

너무 많은 힘을 거기에 낭비해버리지 않는 것.

의미없는 환상들과 치고받으며 힘을 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내 안에 침입해 들어온 적에 대한 저항력을 강화시키는 데 나의 모든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림자의 모습을 한 풍차에 대항하여 싸우는 데 온 에너지를 쏟을 수는 없다.(173)

 

삶에서 가장 격렬한 전투를 치른 그가

돈 키호테를 떠올린다.

 

그러면서 책도 읽히지 않는다는 고뇌를 털어 놓으며,

그만의 비법을 알려준다.

 

여지껏 살아오면서 그 어느때보다도 더 책이 필요한 이때 나를 버렸단 말인가?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미 여러 번 읽은 책을 펼치자 단어들의 문이 다시 열렸다.

내가 들어갈 수 없었던 것은 새로운 것, 미지의 것이었다.(188)

 

암과 싸우면서도 정신을 올곧게 간직하려 노력한 사람으로서,

사람으로 산다는 일에 대하여 이렇게 간절하게 필사한 책도 드물 것 같다.

글자를 읽기보다는

유언을 만나러 매주 그를 만나러 가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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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새 책 - 절판된 책에 바치는 헌사
박균호 지음 / 바이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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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정도 되면,

애서가를 넘어서서

책을 소장하지 않고선 배기지 못하는 장서가도 넘어,

책에 탐닉해버린 탐서가 수준이 아닌가 싶다.

 

나는 책이라는 사물과 함께하는 시간이 좋을 뿐이지,

책을 쌓아두고 두고두고 애정해하는 축이 아닌 데다가

책에 남의 침이 묻었건 코딱지가 묻었건,

도서관 책이라도 냉큼 잘도 빌려다 읽는 걸 보면,

그저 애독자 수준이 아닌가 한다.

 

그나마 이렇게 리뷰를 남기는 것은

하나는 내가 읽고도 읽은줄 모를 책이 있기 때문이고,

또 다른 이유는 책에서 좋은 구절들을 기록해둘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2003년 당시 베스트셀러의 보증수표였던 느낌표에서

'우리들의 하느님'을 선정하려고 했을 때,

아이들이 자라나는 과정에 가장 행복한 시간이

도서관이나 책방에 가서 혼자 책을 고르는 순간이다.

그걸 왜 방송에서 막느냐며

프로그램 사상 처음 거부한 권정생 선생.(111)

 

난 이런 이야기에 귀가 솔깃할 뿐이지,

유명한 책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그의 꼬드김에 낚여서

고종석의 기자들과 이윤기의 하늘의 문을 빌려다 보았다.

이윤기는 단권인데, 천페이지가 넘는다.

이번주에 보려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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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릿 베어의 기적 카르페디엠 37
벤 마이켈슨 지음, 이승숙 옮김 / 양철북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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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래스카의 외딴 섬에 있었을 때, 전 거의 죽을 뻔했어요.

하지만 스피릿베어라고 하는 곰이 꿈처럼 제게 다가와 제가 원래 어떤 사람이었는지 가르쳐 주었어요.

스피릿베어는 저의 내적 힘이었어요.

한 영혼이 죽으면 그 삶은 살 가치가 없다는 걸 배웠어요.” (162)

 

스피릿베어의 속편이다.

1편은 갈등을 겪고 심리의 안정을 얻게 된 주인공의 해피엔딩이었다면,

2편은 개인적 안정은 사회에서 무너지게 된다는 교훈을 주는 이야기다.

 

콜이 돌아온 학교는

폭력과 마약, 혼란이 가득한 공간이었다.

 

결국 자살하는 학생까지 생기고...

운동장에 모인 학생들의 원형 평결 심사를 활용하여

불독 대신 스피릿베어를 심볼로 삼으려는 용기를 내게 된다.

 

학군에서 기각되고 다시 청문회를 열게된 장면에서는

교장까지도 적극적으로 지역사회를 움직인다.

 

1편에서 콜을 변화시키는 호수나 조상의 돌은 없었지만,

냉장고와 볼링공을 통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정도로도 충분히 개과천선한 모습이 보인다.

도식적이긴 하지만, 청소년들은 이렇게 변화 가능한 존재들이다.

 

기존 사회가 바뀌지 않으면서

청소년의 문제를 비평만 하고 있는 세상에 대한 통쾌한 한방이다.

청소년들이 읽으면 배울 점이 많을 책.

 

그런데 이번 책의 후반부는 1편에 비해 번역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보인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윤문을 거친 다음 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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