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아래 봄에 죽기를 가나리야 마스터 시리즈
기타모리 고 지음, 박정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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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네가와쿠와

하나노 모토니테

하루 시나무...

 

바라건대

꽃 아래 봄에 죽기를...

 

카나리야라는 맥주집에서 도란도란 일어나는 이야기들...

조용하면서도

문학의 풍미기 가득하다.

 

아니, 맥주의 풍미와 겨자냄새 묻은 가지랄까...

맛깔난 안주가 한밤중 맥주를 부르는 소설이다.

 

어쩌면 심야 식당의 추리물이라 부를 만하다.

 

구도 데츠야로 불리는 마스터의 추리와

툭툭 던지는 이야기들이 재미있다.

 

구도는 마시던 잔을 개수대에 넣고

냉동고에서 하얗게 서리가 낀 잔을 꺼내 비어서버에 갖다 대었다.(215)

 

아~

이런 구절을 만나면

맥주를 가지고 오지 않을 수 없다.

 

좀 슴슴한 맛의 추리물인데,

잔혹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긴박하지도 않다.

 

하이쿠라는 시의 형식과 내용이 그러하듯,

간결한 형식미 속에서 삶의 냄새가 뭉클 피어오른다.

그런 소설이다.

 

제목이 아주 멋져서 기억에 남았던 소설인데,

그의 '벚꽃 흩날리는 밤'도 유명하다 하니 한번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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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 - 이외수 사색상자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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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들에게는

자신의 몸이 각질로 화해서 고립되는

번데기의 과정이 가장 고통스럽지요.

그러나 번데기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 무시형 곤충들은

날개를 가질 수가 없습니다.

벼룩이나 빈대...

그들은 다른 동물들이 힘들게 마련한 먹이를 훔치거나

약한 동물을 집단 공격하거나

기생해서 살아가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67)

 

내일 드디어 선거일이다.

구세대를 밀어낼 수 있을지,

또다시 구세대의 부패에 당할지는 내일 개표함을 열고도 계속 싸워야 결과를 볼 수 있다.

 

훔치고, 공격하고, 기생하는 자들이 집권하는 한,

이 나라는 날아오를 수 없다.

그 날아오름이 제국주의에 편승해서

개도국을 짓밟은 것이 아닌 문화 민족으로서의 비상임을 이미 김구선생이 말한 바 있다.

 

수많은 종파에 대해 하나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두어라.

각기 자신의 모습대로 나를 향해 오고 있느니라.(202)

 

종교에 대한 생각도 해볼 만 하다.

 

진실로 예술이 기대하는 바는 동정이 아니라 감동이다.

진정성이 내포되어 있다면 노동도, 예술도 아름답다.(193)

 

예술이 노동으로 전락됨을 우려하는 비판에 대한 항의다.

세상엔 참 노동을 우습게 여기는 자들이 많다.

 

노동자를 근로자라 부르는 어불성설...

아이들도 안다.

노동자는 주체적이고, 근로자는 말 잘 듣는 대상에 불과한 것을...

 

이외수 글은 간혹 읽으면서

머리를 식힐 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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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박물관 - 국립중앙박물관 역사관
박찬희 지음, 장경혜 그림 / 빨간소금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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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은 나이가 들수록 재미없는 공간이 된다.

어린 시절 처음 역사라는 것을 배울 때, 박물관엘 갔더라면 눈을 총총 빛내며 돌아본 순간도 있을지 모른다.

 

결국 박물관 이야기의 핵심은,

애정을 가지고 오래오래 봐야 한다는 것이다.

두고두고 보지 않으면 금세 알게 될 수 없다는 것.

 

이 책은 국립중앙박물관의 <역사관> 편에 해당한다.

다음편으로 <미술관> 편과 <민속박물관>과 <박물관 속 한국사>도 예정되어있다 한다.

 

상감청사 운학문 매병 같은 것이 간송박물관에 있다는 것도 놀랍고,

천대받던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의 실측에 가까움도 놀랍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맞다.

박물관처럼 수십만년 전부터 이야기를 그저 전시해놓은 불친절한 공간이야말로

알고 가는 만큼 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부조리로 일관한 근대를 통과해오면서 갖게된 박물관이야말로,

그 부조리가 그대로 새겨진 것임에랴.

 

박물관을 즐거운 역사 놀이터로 만들기 위해서는

박물관에 자주 가서 놀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만들어서 운영하는 일도 중요하다.

 

고려의 왕궁 만월대와 뒤의 송악산, 그리고 서쪽의 만수산 드렁칡과 동편의 선죽교를 본 것도 인상적이다.

 

초등학생 고학년 정도부터는 역사를 처음 배운다.

역사를 시대물로 가르칠 것이 아니라,

이렇게 유물을 통해서,

또는 작품을 통해서, 경제학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다양한 체계의 존재를 아는 일은 신선한 경험이다.

 

어린이 대상의 이런 책들이 엉성한 내용으로 짜맞춰지기 쉬운데

전문적인 식견과 애정으로 쓰여진 책이어서 알찬 내용이 읽기 좋다.

초,중학생에게 권해줄 만한 인문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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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레종 데트르 - 쿨한 남자 김갑수의 종횡무진 독서 오디세이
김갑수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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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종 데트르...  라는 불어로 제목을 붙인 이유는... 잘난 체?

 

나의 레종 데트르는

한 좋아함에서 출발하여

더 이상 좋아할 수 없음으로 귀착되는 사이사이에 잠깐씩 마련되는 휴식같은 데 있다.

그러나 존재의 이유를 잃어버리는 일,

그러니까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그 감정을 상실하는 일을 멈출 수도 포기할 수도 없다.(15)

 

십여 년 전에 비로소 한국이라는 나라의 비루함에 대하여 이야기하기 시작했을 때,

'거짓말'이나 마광수 같은 이야기가 시작되었을 때,

책읽는 일 역시, 아나로그 시절이었을 때, 그가 읽은 책들에 대한 목록이다.

 

일관성도 없고, 푸지게 많이 읽은 느낌이어서 좀 식상하기도 하지만,

한 시절을 읽은 그이 책들을 구경하는 정도에서 만족했다.

 

일단 기형도 시의 특징을 들자면

고전적인 이미지 통일성이 남다르게 뛰어난 점,

작품 안에 서사가 존재하고 있으며

영상으로 치환될 수 있는 시각적 이미지 구현이...

아울러 사후에 깨닫게 된 사실이지만

작품 전편에 무겁게 흐르고 있는 타나토스적 충동의 치열성과

아울러 존재의 생기를 완전히 무화시키는

어둡고 막막한 이미지들이 독자 가슴에 내밀하게 와 닿은...(63)

 

기형도를 만나는 일은 아득하다.

그의 시가 아득하기도 하지만,

1989년 전교조로 해직을 고민한 시기에 읽은 시이기도 했고,

결국 입대 영장을 받아들고 만난 시이기도 했기에, 이런저런 말보다

그의 시는 이미지로 가슴을 짓치고 들어와 살았던 시여서다.

 

한 시대와 역사를 '거울'로서 반영하고 '램프'로서 전망하는 선지적 기능을...(126)

 

문학의 기능에 대하여 리얼리즘의 입장에서

반영하고 전망하는 승리의 전망을 토론하던 시기에 읽은 책의 제목이다. 거울과 램프...

 

이호철 세대를 부정하면 철모른다 할 것이고

김영하 유를 부정하면 고루하다 할 것이다.

나이를 떠나 그 가운데 서서 양쪽의 세계를 다 품고 싶다는건 과욕일까?

한데 요즘은 누구나 무작정 젊고 싶어만 한다.

젊다는 게 대체 뭐람.(131)

 

젊다는 게 무엇이 좋은지

더 늙어서 병상에 드러누워야 아는 것이 인간이다.

그렇지만, 젊음의 몸매와 외모만 추구하는 세태는

늙어 병상에 드러누워 지내는 시간이 더 길어질 미래에는... 글쎄 좌절만 남지 않으려나...

 

다들 망거질 때 망거지지 않은 놈은 망거진 놈뿐야.(138)

 

황동규의 말이라 한다.

1990년대 다들 망거져갈 때... 망거지지 않은 체 잔치를 하던 것들도 있었다.

 

조성기의 <종희의 아름다운 시절> 그걸 두번 읽었다.

아름다운 시절 - 서러운 시절 - 참혹한 시절로 이어지는

3부작에 흠뻑 빠졌다.

아름다워서, 서러워서, 또한 참혹해서.(143)

 

조성기를 찾아읽고 싶다.

 

의미없고 요령없는 박학의 작업장에서

너와 네 애인이 따먹을 만한 열매가 익는단 말이냐.(194)

 

마르크스의 아버지가 법학을 하지 않는 자식에게 들려준 욕이란다.

 

책읽는 일은 언제나 그렇다.

조선 시대부터 시험 공부만을 <의미와 요령>이라 일컬었던 나라여서

아직도 독서는 의미없고 요령없는 작업장 취급을 받는다.

 

마지막부분에 한국 까발리기와 민족주의 이야기도 등장하지만,

오랜 시간 자유로운 사고의 시기가 지나가야 하리라...

 

그의 자유로운 글들에 담긴 영혼이

꽃피는 날이 오기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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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 - 용산 걸어본다 1
이광호 지음 / 난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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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바뀌면, 조사해야 할 것의 하나가 용산참사다.

검찰에서 조사한 내용을 차마 밝히지 못하고,

가해자는 승진을 거듭하지만 피해자는 5년 형을 피눈물을 흘리며 살아간 날들...

 

그 2009년의 남일당 옥상을 잊을 수 없다.

1.20일이면 이제 용산 참사가 떠오르는 날이 되었다.

(개새끼들이 세월호를 여객선 침몰 사건으로 명명하듯,

용산사태를 용산 4구역 철거현장 사건으로 부른다. 치가 떨린다.)

비극의 날짜가 참 많은 현대사지만,

4.16과 함께 비극의 날짜들은 늘어만 간다.

5.23 비극도 특검을 하든 국정조사를 하든 반드시 거쳐야 한다.

 

멀리서 보면 장소는 무심하고 자명하며,

가까이서 보면 비밀스럽고 남루하다.

 

용산은 완행열차가 출발하는 곳이어서 농활가는 대학생들이 모였고,

군대의 이동하는 병사들이 드나들었고,

숙명여대가 있는 동네고,

일제 강점기 이전부터 일본 병사들을 모으던 동네였다 한다.

그래서 부작용으로 몸파는 아가씨가 청년들의 팔목을 잡고 늘어지던 동네이기도 했다.

 

'저속한 작품'이라는 뜻. 일반적으로 모방된 감각, 사이비 예술을 뜻한다. 미술평론가 클레멘트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는 1939년 '아방가르드와 키치'라는 논문에서 "키치는 간접 경험이며 모방된 감각이다. 키치는 양식에 따라 변화하지만 본질은 똑같다. 키치는 이 시대의 삶에 나타난 모든 가짜의 요약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키치를 광범위하게 규정하여 재즈와 할리우드 영화, 광고도 키치로 보았으나 현재 이런 것들은 키치라기보다는 대중문화로 간주된다.

 

짝퉁이고, 이미테이션인 키치.

근대가 몰려든 주변부 용산은 일제와 미군의 그림자로,

영화 '괴물'의 배경이 된 괴물같은 도시.

 

폐허는 공간 너머의 시간이 있다는 것,

공간이 될 수 없는 시간이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88)

 

그라운드 제로가 되어버린 곳,

그러나 아직 묵념의 추모공간조차 마련되지 못한 곳, 용산...

 

이태원의 잡스러움과 기이한 활력은 어디서 시작되는 것을까?(93)

 

잡스러움과 기이함.

이것이 키치다.

 

1894년 동학농민운동을 빌미로 일본군이 효창원의 솔밭에 주둔하면서 시작된...(29)

 

그날을 생각하면 참 열받는다.

고종과 민비라는 수구세력은 왜놈들을 불러들여 3만의 민중을 학살한다.

그런 민비를 애국자로 자리매김하는 것들은 가증스럽다.

 

애도는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기다림이다.

나는 너라는 부재속에 대기한다.(149)

 

애도... 기다림... 부재...

 

한국 현대사는 이런 일들의 반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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