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만나러 갑니다 - 개정판
이치카와 다쿠지 지음, 양윤옥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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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기억을 잃는다는 건

그 옛 나날들을 두 번 다시 살아볼 수 없다는 거야.

인생 그 자체가 손가락 사이로 줄줄 흘러버리는 것처럼.(22)

 

죽음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죽음은 일상이지만,

8년 전 노 대통령의 죽음,

용산의 죽음과 쌍차의 죽음들...

그리고 세월호...

 

나와 상관없는 죽음들이라 여기려 해도,

인생 그 자체가 손가락 사이로 줄줄 흐르는 느낌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결코 나와 상관없을 수 없었던...

 

너의 옆은 정말 마음이 편했다. 고맙다.(126)

 

이 이야기는

재회의 판타지이고,

조선시대에도 금오신화에 숱하게 등장하던 패턴이지만,

옆에 유지라는 아이가 있어 슬픔보단 경쾌함을 더해준다.

 

다시 비의 계절이 돌아오면 둘이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러 올 거야.(62)

 

확인하러 올 수 없는 죽음.

그렇지만 감추려해도 감출 수 없는 것이 세상의 인심이다.

 

죽은 미오가 살아올 수 없는 것은 상식적으로 당연하지만,

몸이 온전하지 않은 다쿠미(닷쿤)와 유지에게는

미오 없는 세상은 무의미한 세상이므로

미오는 죽었지만 늘 함께 했을 것이다.

 

정말 마음이 편한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

고마워하며 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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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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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드라마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 유명한 이야기.

주인공은 음행의 죄를 판정받지만, 자신은 음행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불복하고...

 

자신의 행위에 의해 상대방이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느냐,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상대의 진심을 이용하지는 않았느냐,

이것이 바로 음행의 정의...(62, 372)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주인공 쓰바키 과장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마지막에서는 가슴을 치며 마음아파하며  듣는다.

 

짙은 슬픔이 야윈 등을 뒤덮고 있었다.(129)

 

야쿠자 출신의 다케다는 다른 사람으로 오인받아 죽게 되는 사람인데,

별개로 나아가던 쓰바키, 다케다, 꼬마는 사건이 전개되면서 서로 이어진다.

 

혼잡한 전철 안에서 그는 아무런 이유없이 남자들에게 겁을 먹었다.

체구가 작고 무력하다는 건 이렇게도 불안한 것이었던가,

왜 세상의 남자들은 연약한 여자들에게 더 친절하게 대해주지 않는 것일까?(206)

 

여자는 자기 표현을 하지 않으면 손해예요.

어른이라고 해서 반드시 자기주장을 펼 필요는 없겠지요.

그러나 자기표현은 하지 않으면 안 돼요.

자기 주장은 권리이지만 자기표현은 의무예요.

그것을 착각하면 윗사람에게 오해받거나

아랫사람에게 무시당하거나 동료들에게 따돌림당하지요.

실력도 노력도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해요.(314)

 

역지사지다.

상대로 살아보지 못하면 그 불안감을 이해하기 힘들다.

여성에게 주어진 유리천장과 불안감,

여성의 몸으로 돌아온 쓰바키 과장이 들려주는 심정은 의미있다.

 

이쪽 세상에 있는 사자들 중에

현세에서 풀어야 할 게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답니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너무 높이 평가하고 있는 거라고요.(281)

 

누구나 스스로의 삶을 다른 사람의 그것보다는 높게 평가할 것이다.

이 책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삶,

사는 동안 잘 살라는 메시지를 아련히 남긴다.

 

우리반 아이들에게 영어 속담, 격언을 조사해 보라 했더니,

 

Hope springs eternal.

Yesterday is history, tomorrow is a mystery, today is a gift, we call it a [present].

같은 문구들을 좋아했다.

희망을 갖고, 현실에 충실하자는 말들이다.

 

백화점은 도시 한가운데 있는 꿈의 상자예요.

행복한 사람도 불행한 사람도 꿈을 사러 오지요.(320)

 

백화점에서 과로사한 주인공에게

백화점은 특별한 공간이다.

 

세상은 그렇게

누군가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어딘가와 특별한 장소란 기억을 맺다 가는 곳임을 생각하게 하는 책.

 

슬픔이 밀려들 때는

별을 보렴.

그러면 자신이 얼마나 작고 시시한 일로 고민하고 있는지 알 수 있으니.(347)

 

꼬마들이라고 세상을 모르지 않는다.

꼬마들과 별을 보면,

또 이런 소설을 읽노라면,

세상은 작고

자신은 시시함을 깨닫고,

즐겁고 발랄해지고 싶어진다.

 

저승길에 피어있다는 사라꽃은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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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3
우타노 쇼고 지음, 현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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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놀이라고 폄하하지만

이 세상은 애초에 놀이로 성립되어 있습니다.(266)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의 서평을 읽어보니

반전은 재미있으나, 이야기들이 좀 지루하다는 느낌이 많다.

 

두번째 소설은 처음부터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좀 흡인력이 있고,

첫번째와 세번째 소설은 반전을 위해 나머지 이야기가 존재하는 듯...

 

읽고나면 좀 시시한 느낌이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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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김탁환 지음 / 돌베개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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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라는 사고가,

대통령 탄핵에 이르기까지 사건으로 번진 데에는,

사고를 은폐하고 조작하며 억압하는 정치에 대한 불신이 기반에 깔렸다.

 

그 3년간, 고통받아왔던 유가족, 형제들, 그리고 아무 관련이 없어보이지만

세월이란 말만 들어도 눈물이 그렁거렸던 국민들의 마음은 무엇으로도 달랠 수 없다.

 

그렇지만,

희생자들의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었고,

그 아픔을 함께 보듬었으며,

잊지 않고, 억압 속의 암흑에서 진실 규명을 위해 싸우겠노라고

광화문을 떠나지 않고 버틴 날들의 편린이 이 책에 가득하다.

 

국회의원으로 나서는 박주민 변호사를

탈바가지 쓴 유가족이 응원하며 춤추기도 하고,

사진 작가를 꿈꾼 아이를 대신하여 작가와 함께 생일잔치를 하기도 한다.

아이들을 구하러 갔다가 숨진 선생님을 기리면서

교사의 길을 걷는 아이도 있고,

작가로서 스스로의 갈등까지 소설로 풀고 있다.

 

세월호가 인양되었고,

고창석 선생님 유골이 발견되었다 하고...

차츰 미수습자 수색도 진전되고 있지만,

아직도 왜 그날 해경은 누구도 적극적으로 구조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방송은 왜 오보와 거짓보도로 일관했는지,

재판 과정이나 조사과정은 왜 그토록 의혹 투성이인지...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던 조사위원회를 없애기만 한 정부에 대하여,

특별 조사를 해야 할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누군가는, 이제 그만하자고 하겠지만,

그만하자고 하는 자는

보기싫은 것은 보지 않으려는 기회주의자에 불과하다.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읽혀야 한다.

비극의 근원을 더 밝히고, 처벌하지 않으면,

불행은 반복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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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17-05-17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탁환님의 새 책이 나왔군요!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글샘 2017-05-18 13:04   좋아요 0 | URL
네. 전에 비해 세월호 이후 김탁환의 시선이 매서워졌습니다. 슬프지만 좋은 변화인 것 같아요.
 
평원
비페이위 지음, 문현선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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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지사로 만난 비페이위.

맹인 마사지사들의 삶에서 느껴지는 애증이

숨소리까지 살아날 듯이 그려진 소설이어서, 그의 평원을 만났다.

 

1976년, 문화대혁명기의 농촌,

식상할 것처럼 보이는 주제일 수도 있지만,

이 소설에서는 시대보다는 사람이 돋보인다.

 

550페이지에 달하는 장편이지만,

정말 재미있고 우스운 이야기들로 가득해서

인물들의 해학적이고도 비극적인 삶이 아련한 추억처럼 남는다.

 

농촌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생동감을 입고 숨쉬는 듯 그려지기도 하고,

싼야와 두안팡의 불타오를듯한 열정,

그리고 허망하게도 죽음에 이르는 스토리들이

멀리서 고리를 물고 이어지는 이야기들을 만나는 일은 즐거웠다.

 

삶은 두부 한 모와 같다.

삶은 시간한테 뺨따귀를 얻어맞고 새하얗게 부서져 날아간다.

도로 맞출 수 없는 그 부스러기야말로

삶의 진정한 형태로,

솥 안에서 흩어진 다음에는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다.

다시 한 그릇에 담기고 나서야

결국 하나의 두부에서 부서진 것임을 인정받지만

원래의 네모반듯한 모습을 떠올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것은 시고 달고 쓰고 맵다. 뜨겁다.

한입 먹으면 뜨거운 눈물이 그렁그렁해진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추억을 남기는 것뿐이다.

그것뿐이다.(475)

 

읽다보면,

그것은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그대로 시가 되는 것 같다.

 

생동하는 인물들의 역동감을 느끼다 보면,

비극적인 시대조차도 싱그러운 땅의 냄새에 묻힐 듯 싶다.

 

삶은 어찌 흘러갈지 모르는 것이다.

지적인 인물로 그려지던 우만링의 결말을 보나,

링거로 사이다를 만들던 의사의 이야기를 보나,

평원에 지천으로 피어있는 들풀들처럼,

삶은 추억을 남기는 시간들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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