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왜 다섯 살 난 동생을 죽였을까? - 평범한 사람들의 기이한 심리 상담집
타냐 바이런 지음, 황금진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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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the skeleton cupboard이다. 해골 찬장은 '집안의 치부 혹은 비밀'이란 의미란다.

작가는 프로이트 신봉자일까?

 

이모젠을 읽은 이유는...

최근 인천에서 8세 아동을 살해하고 유기한 열일곱, 열아홉 여자아이들이 떠올라서였다.

 

학대는 반드시 잔혹한 인간을 낳게 되어있을까?

인간의 행위가 반드시 원인이 있어 어떤 결과를 낳게 된 것일까?

 

심리학이 과연 인간이라는 연구대상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갈 수 있는 것일까?

 

난 회의적인 편이다.

그래서 소설처럼 이야기가 전개되는 이 책에도 회의적이다.

 

스토리는 극적으로 전개되지만,

현실은 극적이지 않다.

정신질환에 걸리는 사람에게 무슨 이유인가를 찾는다면,

인류는 모두 예비 질환자인 셈이고,

이유를 찾는다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기계적인 심리적 접근은 인간을 도구로 취급하는 약점도 가진다고 생각한다.

 

살인과 시신 유기, 완전 범죄는 추리소설의 단골 메뉴다.

상상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인간을 오싹하게 하는 재미가 있다.

그러나, 현실과 상상을 구별하지 못하는 인간은 세상을 오싹하게 만든다.

다른 이들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인간들은, 격리와 처벌이 따를 수밖에 없다.

 

억울하게 당한 아이와 아이의 부모,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었는지, 가해자들이 깨달을 수 없다면, 처벌도 의미가 없다.

 

사회적 범죄자들,

권력형 범죄자들 역시 그렇지 않을까?

범죄 사실을 낱낱이 파헤쳐 재산을 몰수하고, 정신 치료라도 해줘야 한다.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인간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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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자리 - 나무로 자라는 방법 아침달무늬 1
유희경 지음 / 아침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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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곳에서도 반짝이는 것이라니 파도가 덮어 흔들리는 빛이라

니 지금을 숨기는 어두운 속내라니 내게는 그보다 더한 것이 생

기지 않는다 지워지기보다 사라지는 당신, 나무는 가벼이 침몰하

지 않는다는 것을 긴 침묵을 위해 물결로 이끼로 전설로 덮여간

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기꺼이 내가 가라앉는 까닭, 거기에 혹

은 그러기에 남아 조금씩 자리를 움직이는 (보물)

 

읽다가,

혹시 서울예전 ? 이런 느낌이 들어서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그런 느낌이 어떤 느낌인지도 모르면서,

표지를 보면서 뭔가 있는건가? 하는 생각을 한다.

 

시는 언어인데,

무슨 의미인가를 읽지 못하겠는 언어가

나에게 와닿지 않을 때...

 

당신의 자리 - 라는 제목의 시들이

어느 자리에 있는지 알지 못할 때,

 

시란... 참 무엇인가 싶다.

 

길게 묶은 편집의 시집에서

시를 90도 돌려 편집한 것은

색달랐다.

 

왜 그렇게 했는지를 이해할 수는 없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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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의 글쓰기 - 글쓰기의 시작 이오덕의 글쓰기 교육 1
이오덕 지음 / 양철북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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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 선생님의 글쓰기 책이 세 권 양철북에서 나왔다.

앞으로도 여섯 권이 더 출간 예정이라 한다.

 

내가 교사가 되기 위해 대학을 다니던 80년대 말,

그리고 전교조의 태동기였던 시기까지

이오덕 선생님의 글쓰기 지도법과 우리말에 대한 연구는

국어 교사에게도 큰 지침이 되었다.

 

지금 돌아보면 아이들의 삶이 이렇게 팍팍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던 시기였는데도

그 당시 아이들의 삶이 지옥같다고 여겼던 시절이었는데도,

다시 읽어본 선생님 글은 새롭다.

 

선생님의 우리말 바로 쓰기 같은 책을 보면서 나도 일본어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선생님의 쓰기에 대한 철학을 담고

아이들에게 생활글 쓰기를 시키기도 했다.

 

삶이 팍팍해지면 글도 팍팍해진다.

옳다.

아이들은 꾸며서 가식적인 글을 좋은 글이라고 은연중에 배운다.

맞다.

 

어른들의 글쓰기도 얼마나 추악한다.

오죽하면 기자나 언론인을 쓰레기라 부르며 기레기라 비아냥거릴까.

 

삶은 천천히 나아진다.

그리고 글도 찬천히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글들이어서 마음이 다숩다.

 

선생님의 예전 일기를 읽다 보면,

유신 시대에 교사로서 유신 홍보를 하던 노릇을 얼마나 부끄러워하는지 보게 된다.

 

지금은 비겁하게 아이들에게 거짓을 알릴 필요는 없는 시대가 되었지만,

아이들의 삶은 그닥 풍요롭지만은 않다.

 

글쓰기를 통해

아이들이 성장하고

공감과 교학상장의 기회를 가지게 되는 데

이오덕 선생님의 책은 늘 지침이 된다.

 

다만 그 시대와 달라진 환경인데도

아직도 한자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일에만 매달리거나,

외국어 어법을 우리말투로 바꾸는 일에만 매달리는 작업이 지나칠 경우를 본다.

과유불급이란 느낌이 든다.

연구는 연구이지만, 좋은 글로 나쁜 글을 정화하는 노력은

계몽이나 강화된 교육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오랜 기간 시나브로 이뤄지게 된다.

 

태극 전사, 일본 열도를 침몰시키다...같은 전투 용어로 도배된 문장으로

멋진 비유들로 가득한 선진국의 신문 언어를 결코 따라갈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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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 - 사람의 뇌가 반응하는 12가지 스토리 법칙
리사 크론 지음, 문지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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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특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재미있는 이야기에는 개성 만점 주인공이 있고,

시대적 배경에 어울리는 반동 인물이 있으며,

그 배경은 시대를 반영하면서 창조적으로 환상을 꾸며낼 수도 있다.

주인공이 승리하면 희극으로, 주인공이 운명에 패배하면 비극으로 감동을 준다.

 

자 그런데, 재미있는 이야기를 어떻게 쓸까?

중요한 것은 우선 <쓰는 것>이라고 누구나 말한다.

이런 책을 아무리 읽어도 쓰지 않으면 '진주 서 말'인 셈이다.

꿰어야 목걸이가 되고, 써야 스토리가 된다는 건 자명한 일.

 

'인간의 뇌'와 '이야기의 비밀'을 열두 가지 파트에서 대조한 것은 멋진 시도다.

물론 중간중간 이야기가 지루하기는 하지만,

이 비유는 상당히 쓰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다.

그리고 쓰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의욕을 불어 넣어 줄 것이다.

 

인간은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이야기의 형태로 사고한다.(뇌의 비밀)

바로 첫 문장부터 독자는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이야기의 비밀)

 

모든 의미를 결정하는 것은 감정이다.(뇌의 비밀)

모든 이야기는 감정에서 비롯된다. 느끼지 못하면 읽는 것이 아니다.(이야기의 비밀)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믿고 싶은 대로 본다.(뇌의 비밀)

주인공의 세계관이 언제 그리고 왜 어긋나게 되었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이야기의 비밀)

 

우리는 추상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구체적인 이미지로 생각한다.(뇌의 비밀)

개념적이고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모든 것은 반드시 주인공의 구체적인 고군분투를 통해 형상화되어야 한다.(이야기의 비밀)

 

끌리는 이야기를 쓰기 위해 작가는 얼마나 고뇌할지 생각해 볼 만 하다.

그러나 또 뛰어난 작가는 고뇌보다 즐겁게 작업을 한다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 하면 곧 일어날 갈등을 지속적인 서스펜스로 바꿀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답해볼 것이다.(201)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는 비유적 표현이다.

존이 슬프다고 말하지 말고, 그가 왜 슬픈지를 보여주라.(238)

 

과도한 묘사에 매몰되거나

황당무계한 전개에만 몰두하면 스토리가 흥미없게 된다.

보여주라는 말을 묘사하라는 말로 알아듣는 어리석음은

독자를 지루한 묘사의 늪에 빠지게 한다.

 

최명희의 혼불보다 박경리의 토지나

조정래의 태백산맥 속의 인물들이

왜 그렇게 역동적인지를 이런 말을 보면 알 수 있다.

 

당신이 쓴 글을 꼼꼼히 읽어라.

그리고 특별히 맘에 든다고 생각되는 구절을 만날 때마다 그걸 빼버려라.(257)

 

고쳐쓰지 않은 글은 쓰지 않은 글이다.

 

좋은 판단은 경험에서 온다.

그리고 경험은 나쁜 판단에서 온다.(261)

 

퇴고는 어렵다.

그렇지만 잘못된 글들을 계속 수정하면서,

경험을 쌓게 되고,

명작을 낳는다는 말은 멋지다.

 

천재일 필요는 없다.

필요한 건 인내심이다.

한 사람을 작가로 만드는 것은 오직 글을 쓰는 행위다.

빈둥거리면서 영감이 찾아오길 기다리지 마라.

대신 몽둥이를 들고 그 뒤를 쫓아라.(366)

 

찾아가야 할 곳이 없는 사람에게 지도는 무용지물이다.

그러나 반드시 가고픈 목적지가 있는 이들에게 지도는 꼭 필요한 존재다.(372)

 

이 책은 인내심을 가지고

글을 쓰도록 유인한다.

그리고 목표를 가진 이들이 지쳐서 쉬고 싶어할 때

지도처럼, 나침반처럼,

방향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멋진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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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시선 408
안미옥 지음 / 창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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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좋은 시란 건 없겠지만,

나에게 좋은 시는 언어가 구체성을 띠고 마음에 감겨드는 것들이다.

한용운의 시들이 그렇고, 신경림의 시편들이 그렇다.

윤동주의 많은 시들이 그렇고, 장석남의 몇몇 시가 그렇다.

 

안미옥의 '온'은 제목에서부터 뭔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온전하다의 '온'인지,

따스한 온기의 '온'인지,

하나도 빠지지 않은 통째로의 '온새미로'의 '온'인지,

아니면, 이미 와버린 '온'인지를 알 수 없는데,

시를 읽어도 그 형상은 구체화되지 않는다.

 

나는 재미없는 것만 기억한다

끝나는 것을 끝까지 본다(나의 문)

 

너는 무서워하면서 끝까지 걸어가는 사람.

친구가 했던 말이 기억났다.(생일 편지)

 

시인이 좀더 구체를 획득하면 좋겠다.

'찢긴 것' '썩은 나무토막', '검은 연기', '비틀리고 뒤집히고' 같은 시어들은

시어이기보다는 형용사다.

시어는 그림을 통해 마음을 전달하는 게 좋아 보인다.

 

끔찍하구나

이게 전부 마음의 일이라니(시집)

 

그 마음의 일을 묘사하고

생생하게 독자에게 꽂는 자가 시인이다.

끔찍하다고 말하기보다는

그 끔찍할 수밖에 없던 세상을

광화문에서 울부짖던 노란 점퍼들과

아스팔트에서 노숙하던 국회의원을 그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시집이 당신에게도 조금의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모든 곳으로 오는 시를 생각한다.

모든 곳에, 백가지의 모습으로.(시인의 말)

 

지난 겨울 모두들 용기를 내서

추위를 이겨냈다.

아직도 멀었으나, 이제 빛이 비친다.

시도 좀더 빛을 비추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

 

사람들에겐 기도하는 습관이 생겼다

 

무수히 많은

노란 리듬 때문(램프)

 

노란 리본을 떠올리기는 쉽다.

 

물에 번지는 이름

살아 있자고 했다(아이에게)

 

시 제목도, 시도 아직이란 생각이 든다.

그건 세월호라는 호명이 아직도 진행중이기 때문일 것이고,

무수히 많은 노란 리본들은 아직도

왜 기레기들이 구조에 열을 올린다고 거짓말을 일삼았는지,

왜 십여 명 희생에 머물 것을 삼백 명을 수장했는지,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의 시들에게 읽히는 노란 리듬의 편린들은

그래서 막막하게 터지는 한숨이기보다는,

얼룽얼룽대는 아지랭이같은 느낌을 준다.

 

나는 그렇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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