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치유, 아직 만나지 못한 나를 만나다
윤인모 지음 / 판미동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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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일반적인 상담 심리로 봤는데 오산이었다.

뭐랄까. 신비주의적이면서 점쟁이, 사주명리학자 등 온갖 방법으로 트라우마를 이해하려는 시도였다.

명상 치유라고 하는데, 생소한 분야라 낯설었다.

 

당신의 삶에서 일으키는 행동과 사고 뒤에

당신을 움직이는 잠재적 충동이나 지배적인 기억들,

상처와 긴장들, 전생과 금생의 카르마와 경험들과

그것들을 떠받치고 있는 생명 에너지의 상태를 밝혀보는 것.(57)

 

내가 읽었던 여느 상담과 치유의 과정은,

그룹을 만들고

그룹 내에서 자신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기도 하면서,

서로 새로운 시도에 용기를 주고

문제가 적어진다는 것을 학습하도록 하는 것들이었다.

 

반면 이 책의 상담은

마치 점술가의 앞에서 전생을 다 읽힌 내담자가

문제의 원인을 이해받는 것처럼 진행된다.

좀 당황스럽다.

 

기본 명제는

인간 생명체의 몸, 마음, 감정은 분리될 수 없는 단일 연속체로서

정보적 존재인 동시에 에너지적 존재라는 것.(80)

 

좀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도 적혀 있어서,

이 책만으로 신뢰할 수 있나 싶은 구석이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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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고독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외롭다 - 김규항 아포리즘
김규항 지음, 변정수 엮음 / 알마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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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항 책은 그의 다양한 글들을 모아서 낸 책들이 많아서,

칼럼들을 읽노라면 시대적으로 이미 오래 전에 시사성이 사라진 글들 많아서

몇 년 지난 시평들에 시들해지곤 했는데,

이 책은 그런 글들에서 가려 모았는지

날카로운 그의 성찰 의식을 보여주는 글들이 많아 좋았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이 글들이 어디서 어떻게 모은 것인지를 편집자의 말 정도로 붙여줬으면 좋겠는데... 그게 없다.

좀 아쉽다.

 

제목부터 역설로 가득하다.

 

우리는 고독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외롭다...

고독 solitude 과 외로움 loneliness 는 구분해야 한다.

고독은 자신과 대화하는 것이고,

외로움은 다른 사람들과 차단된 고통이다.

자신과 대화할 줄 모르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제대로 대화할 수 있을까?

고독을 피한다면 늘 사람에 둘러싸여도 외로움을 피할 수 없다.

용맹하게 고독해야 한다.

 

고독과 외로움은 유의어이지만, 뉘앙스가 다르다.

고독은 주체적인 침잠이고, 외로움은 상황에서 오는 결핍감이다.

대한민국에 사는 일은 기본적으로 '개인'을 침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내 의지에 따라 태어난 것이 아니지만,

가족이나 학연, 직장 등에서 너무 <가족의식>이 강하다. 좀 피곤하다.

 

무엇보다 지난 9년간 나라가 참 엉망이었다.

민중은 억압받았고 지식인은 침묵을 강요받았으며,

예술은 지원받지 못했고, 권력자들은 제멋대로 돈을 챙겼다.

 

예술은 혁명의 도구가 될 수 없다. 예술이 바로 혁명이다.

 

역설을 잘 쓴다.

김기춘이란 병자는 요즘 불쌍 컨셉트를 구사하더구만,

조윤선이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예술가를 지원하지 않는 것은 혁명을 막겠다는 것이다.

블랙리스트는 두고두고 이런일이 없도록 강력 처벌해야 한다.

 

문장에 대한 내 태도는

삶에 대한 내 태도와 같다.

 

이 나라에 태어나 변화에 대한 희망을 가진 자들은 지난 겨울 참 힘든 감격을 얻었다.

그래서 쓰는 이들도 태도가 명확해야 한다.

 

전쟁이 사악한 것은 대규모의 폭력이라서가 아니라

인간이 만든 가장 공공연한 착취극이기 때문이다.

전쟁은 언제나 벌이는 놈과 치르는 놈이 따로 있다.

 

군대와 감옥을 보면 그 나라 수준을 알 수 있다 한다.

부잣집 아들, 국회의원 아들은 군대를 안 간다.

가난한 집 아들들은 그 치욕스런 군대에 가서 상처를 입는다.(치욕은 가서 당해봐야 안다.)

감옥 가서도 닭은 대접을 받고 있다. 민중의 자식들은 성폭행을 당해도 할 말이 없다.

전쟁은 늘 가난한 집의 청소년들이 희생되는 일이었다.

지금도 가난한 집의 청소년들은 군대에서 월급 십여 만원 받고 뺑이치고 있다.

 

역사의식이 없다면 현실도 없다.

 

이걸 가장 잘 아는 것들이 권력자들이다.

그래서 쥐박이는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를 없앴고, 닭년은 '국정'을 밀어붙이면서

역사의식 호도를 위해 '수능에서 한국사 필수'라는 더러운 짓을 벌였다.

수능은 전과목이 선택인데, 한국사를 응시하지 않으면 점수가 안 나온다는 어불성설을 교육의 이름으로 자행했다.

닭년을 엄벌에 처해야, 현실은 이제 시작되는 것이다.

 

역사에 밝고 시사에 어두운 사람은 허화하다.

시사에 밝고 역사에 어두운 사람은 경박하다.

 

조선 시대 과거 봤으면 대구를 잘 쓸 사람이다.

고개가 끄덕여 진다.

종편에 보면 경박한 인간들이 많이 나온다.

 

다만 글이 나온 시대가 시대이다 보니,

그가 민중(인민)에 대해서 믿음이 적어 보이는 구절들이 있었다.

이 나라 민중의 계급의식이 미약한 것은

교육에서 비롯된 것이 크다.

기능론자들에 의해서 갈등 유발하지 말고 찍소리 말고 있어라~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는 교육을 했으니

민중의 주장은 늘 소외당했다.

노조가 강성이어서 나쁘다, 노조가 귀족적이어서 나쁘다고 말하지만,

노조는 국가에 억압받아서 피곤하고 힘든 것이었다.

그 교육의 실패는 나쁜 정치가들이 조장한 것이다. 의도적이로.

 

현명한 사람 중에, 단단하게 살아가는 사람 중에

매사에 남 탓만 하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는가.

 

오늘 인민이 사회적 분노에 공감하지 않는 이유는

사회적 진실을 몰라서가 아니라, 자신이 사회 안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사회 밖에 있다.

 

지식인과 민중을 나눈 것은 1980년대 수준에 머무르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이제 민중은 지식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지난 겨울 인민의 분노를 보고 김규항도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 나라의 인민은 지식인이 필요없다.

아무리 종편이 흔들어도 이제 국민의 힘은 80%의 지지를 철회하지 않아야 한다.

그 힘은 인민의 민주주의가 이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방증이다.

 

역사에서 보듯, 청년들이 극우의 우물을 찾는 건

보수의 영향 때문이 아니라

진보가 희망을 만들어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난 이런 말에는 좀 시비를 걸고 싶다.

한국에서 보수와 진보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오류를 범하게 된다.

이승만과 박정희, 쥐와 닭은 보수가 아니다.

그들은 지독한 이기주의자이며 폭정을 가한 실패한 권력자였다.

친일파를 이용해먹었고, 분단을 이용해 국가를 해체한 개새끼들이었다.

그들을 보수라 여기고 자유당을 보수라 말하면, 이건 논리가 아니다.

 

공포 사회에서 누구나 진보는 두려워하게 마련이다.

진보의 희망보다는 보수의 밥줄이 편하기 때문이다.

세계사에서 아주 오랜 억압을 견딘 이 나라에서,

민주주의 역사 30년만에 대통령을 쫓아낸 이 힘은,

이제 제대로 된 보수를 시작할 기회이기도 하다.

진보가 활개를 펴려면, 상식적인 보수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자본주의 자체를 문제삼지 않는 일체의 합리적 현실적 노력은

                                                     합리적이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는 단정한 생각만이

                                                     합리적이며 현실적인 노력의 출발점이다.

 

뭔가 금강경을 읽고있는 느낌이다.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고,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는...

 

오늘 우리의 문제는 영성을 도외시한 혁명도,

                           혁명을 도외시한 영성도 아닌,

                           혁명과 영성의 자리를

수다와 상업주의적 짜증이 대체해버렸다는 것.

 

이것도 수정하고 싶다.

'알뜰신잡'이나 '썰전' 같은 수다는 짜증을 넘어서는 예능이 될 수 있다.

 

이 나라의 영성은 '전쟁에서 빨갱이로 매도되는 일'의 공포를 벗어나는 일로 쓰이고 말아

구교, 신교, 한국교회라는 범주의 변화를 일으켰다.

이 나라의 혁명은 3.1운동, 4.19의 전통을 이어받았고,

광주와 6월 항쟁, 촛불 항쟁을 거치면서 그 혁명의 정신을 간직해왔다.

 

한국에서의 제대로된 역사 교육은 아주 중요하다.

교사들조차 친일 사관에 묶여있는 경우가 많고,

공포에 짓눌려 있는 사람이 많다.

 

공포는 나쁜 정치가가 의도하는 것이다.

이제 공포는 사라져야 한다.

 

좋은 책이다.

생각이 넓어질 수 있게 하는 책이고,

읽기 쉬워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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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완성하는 학생부 & 자소서 - 학생부 관리, 자소서 작성, 수시 지원 전략까지
임정필.김도윤 지음 / 지공신공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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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말고사가 끝나면,

아이들이 수시 준비를 한다.

 

막연해하는 자기소개서를 위해

또 불안감을 노리는 학원들이 많다.

컨설턴트라는 이름으로 자소설을 쓰게 한다.

 

고삐리가 무슨 '스토리'가 있을 것인가.

그냥 착하게 공부 잘 하고 살면 그게 최고지.

 

스토리를 만들어라.

일관성있게 해라... 주문이 많으나 영영가치는 없다.

일관성은 곧 편식의 다른 말이다.

 

내신이 낮은데 자소설은 필요없다.

 

자소서의 기본은 '배운 점과 느낀 점'에 있다.

활동만 나열하고, 힘들었던 걸 징징대고, 참 재미있었다~ 류가 참 많다. 과락이다.

 

이 책을 주욱 읽어 보니

참 아이들 고생이 많다는 생각 뿐이다.

 

열아홉이면,

그냥 공부만 하기에도 세상이 버거운 나이다.

 

대충 점수 맞춰 대학 가게 하면 좋겠다.

 

잘 쓴 자소서 포맷들이 가득 있다.

아마, 90% 이상의 아이들은 이 글 봐도,

난 쓸게 없다는 생각만 들 것이다.

 

그게 정상임을 알아야 한다.

그래도 충분히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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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무결! 2018 대입 특급전략
동아일보 교육법인 (주)동아이지에듀 지음 / 동아일보 교육법인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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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범죄자는,

적어도 사립학교법 반대투쟁에서 대동단결 촛불을 들었던 사진이 많다.

왜 뭉쳤을까... 사립학교는 돈줄이기 때문이고,

종교 재단과 함께 가장 적은 예산으로 국비를 챙겨먹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사립학교 비율이 80% 넘는 나라가 이 나라이고,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고교 졸업생의 절반 이상이 4년제 대학에 진학하는 나라가 이 나라이기 때문에

입시는 돈이 된다는걸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년놈들은 자사고와 특목고를 왕창 늘리고,

과학고, 영재학교를 뻥튀기 생산했다.

지금 자사고, 특목고 폐지 반대하는 학부모들은 그 피해자이다.

 

안그래도 민감한 대학 입시를 이렇게 엉망으로 만든 죄,

용서할 수 없으나, 내자식은 대학 보내겠다는 단순함이 또 이런 책을 부추긴다.

욕심과 욕망을 팔아 학원을 보내는 현실이니...

 

대학 입시는 넘 복잡하다.

수시 전형도 수시로 고3을 하는 나같은 사람도 헷갈릴 정도로 복잡하고 변화가 심하다.

거기다 올해는 영어까지 절대평가로 되어버려서 오리무중도 그런 산골이 없다.

 

일단 수시모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논술'과 '면접'이다.

내신성적은 이미 결정된 것이고,

생활기록부 역시 좋은 말 아무리 써도 필요없다.

논술을 못치거나 면접을 망치면 종합전형에서 꽝이기 때문이다.

 

가장 편안한 건, 내신을 아주 잘 받는 것인데, 그런 학생은 극소수이고,

이 책에서 요구하는 수도권 중심의 십여 개 상위권 대학에 갈 정도 학생이라면,

수시에서 특목고, 자사고, 일반고의 상위권 학생들의 각축인데,

논술과 면접(면접은 구술 시험인 셈이다.)이 당락을 결정한다.

 

그리고 수능이 최저기준으로 작용하기도 하는데,

아이들이 수능을 많이 망쳐 온다.

워낙 긴장되기도 하고,

그래서 재수생 강세는 당연한 일이다.

 

한창 성장기에 한 살 차이는 뭐 말할 나위 없어서다.

 

대입을 위해 이런 책을 읽는 수험생은 좀 없을 것이다.

학부모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결론은 이거다.

내신은 이미 거의 결정되었다.

다음 주쯤 있을 기말고사에 최선을 다하고,

수시 면담에서 적정 학교를 정하고,

논술과 면접을 잘 준비해야 한다.

 

이런 불안을 틈나서 학원이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고,

재수생이 양산될 수밖에 없다.

재학생은 진도 나가랴, 내신 공부하랴,

밀리는 게 당연지사다.

 

자녀가 대입 준비생이라면,

이미 결정될 건 다 결정되었으니, 너무 조급해하지 않으면 좋겠다.

대학 신입생 수가 고교 졸업생 수보다 많은 건 오래 전이다.

 

다만, 욕심을 줄이지 않아 문제고,

이 사회가 살고싶은 평등한 곳이 아니어서 지극한 갈등과 경쟁이 생기는 문제가 있을 뿐이다.

 

좋은 정치가 입시도 바꿀 것이다.

내가 우려하는 바는

김상곤식 개혁이라는 것이

이해찬식 개혁이라는 <의도는 좋지만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것이어서

반감을 사서는 곤란하단 점이다.

 

사회는 그대로 경쟁 일변도이고,

경쟁에서 지면 저임금으로 고생하는데(아니 최저 시급을 정하면 그거만 주는 나라가 어딨냐고~~!!)

입시 제도를 이리 바꾸나 저리 바꾸나,

장사하는 사립학교들만 건물 짓고 배불리고,

민중의 자녀들은 허덕거리면서 객지생활에 몸만 망칠까 우려되는 것이다.

 

교육은 제도가 아니다.

사회가 조금씩 변화되는 것이 반영되어야

학교가 평화로운 공간으로 변할 것이다.

 

선생님, 평화로운 교실을 만들어 주세요~ 하고 아무리 당부해도

학교폭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모든 것은 연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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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 이탈로 칼비노 전집 1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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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고전을 읽는가'라는 그의 책을 반쯤 읽다 말았다.

이탈리 칼비노는 파시즘의 이태리에서 성장하고,

징집을 피해 공산당 빨치산으로 활동한다.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통일이 늦게된 후발국이어서

각 지방의 언어가 특색있는 모양이다.

그걸 번역해서 읽게 되니,

동화처럼 읽게 되는 점이 아쉽다.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표준어로 읽는 느낌이나 비슷할 것이고,

지리산 빨치산의 비극을 모르고 읽는 겉돎과도 유사할 것이다.

 

주인공 핀의 돌발적 행동이나,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특징적인 점 등은 이 책을 동화처럼 읽게 한다.

 

레지스탕스 문학은 그 역사를 공부해야 하고,

그 지역을 공부해야 하고,

언어를 공부해야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스페인과 이태리를 읽다 보면,

반드시 만나게 되는 프랑코, 무솔리니, 히틀러와 그 시대...

 

문학은 번역이 힘든 것이지만,

글자만으로는 도저히 다가서기 힘든 세계가 있다.

 

줌파 라히리가 이탈리아어에 어떤 매력을 느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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