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 단편집 - 스켈레톤 크루 - 상 밀리언셀러 클럽 42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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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 모를 공포를 그린 ‘안개‘는 으스스하다. 공포에 대하여 몰입한 작가의 측면이 여실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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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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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이/가'는 주격조사이지만, '은/는'은 보조사이다.

'은/는'은 한정적이고 대조적인 의미를 부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보조사 하나로,

바깥은 사람들이 덥다고 땀흘리는, 시원한 곳을 찾아 떠나는 활기가 가득한 여름이지만,

이 안쪽에는 옹송거린 추위 속에서 얼어붙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그것을 작가가 그리지 않을 수 없는 세상임을, 강조해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스노볼을 쥔 느낌이었다.

유리볼 안에선 하얀 눈보라가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인.

시끄럽고 왕성한 계절인, 그런.(156)

 

문득 유리 볼 속 겨울을 생각했다.

볼 안에선 하얀 눈이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일 누군가의 시차를 상상했다.(182)

 

지난 세월동안, 한국에서 사는 일은 스노볼 속에서 사는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전쟁 피난민(전재민)으로 사는 일이나, 빨갱이로 몰려 감옥에서 3,40년을 사는 일이나,

국가의 폭력으로 집행당한 사형이나 감옥 생활,

억울한 죽음과 국가가 해야할 일을 하지 않아 생긴 피해들,

교과서에선 4계가 아름다운 대한민국이라 노래하지만,

언제나 꽁꽁 얼어붙은 스노볼 안 사람들에겐 바깥의 여름은 생뚱맞은 것이었다.

 

세월호 유가족을 국가 권력이 억누르고, 용산 참사의 비극을 무시하고,

국가의 재산을 사유화하는데 눈이 시뻘갰던 자들의 세상에서

부익부 빈익빈의 시차는 갈수록 커져왔더랬다.

 

김애란의 '비행운'에서 보여주었던 삶의 신산한 말단이 여기서도 이어진다.

 

물먹은 풀이 내 몸에서 나오는 고름처럼 아래로 후드득 떨어졌다.

한파가 오려면 아직 멀었는데 온몸이 후들후들 떨렸다.

두 팔이 바들바들 떨렸다.(37)

 

입동이란 제목이 서늘하다.

입동이면 아직도 서슬푸른 한겨울이 버티고 있는 시절이다.

이 겨울을 과연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을는지...

 

아이가 죽은 집을 도배하다 만난 아이의 글자.

그것처럼 남편이 제자를 구하다 죽은 상황에서 받게 되는 제자의 누나 편지.

 

사모님, 혼자 계시다고 밥 거르지 말고 꼭 챙겨 드세요.

죄송하고, 감사합니다.(265)

 

스노볼 속의 세상에 이런 훈김을 불어 넣으려는 노력이 그의  소설이다.

소외되어 차가운 마음으로 실의에 빠진 이들의 마음을

그는 몸으로 그려 보인다.

묘사는 그런 힘이 있다.

 

목울대에 따갑고 물컹한 것이 올라왔다 내려갔다.

당신을 보낸 뒤 줄곧 궁금해한 무엇과 만난 기분이었지만 그게 뭔지 알 수 없었다.

편지지 위 글자를 좇다 나도 모르게 눈가가 흐려졌다.

눈 앞에 얼룩진 문장 위로 지용이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소리도 못 지르고 연신 계곡물을 들이켜며 세상을 향해 길게 손 내밀었을 그 아이의 눈이 아른댔다.(265)

 

문장에서 세월호를 만나고, 유가족을 만나고, 최근 몇 년의 내 눈물을 만난다.

 

세상에는 다른 눈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같은 시공간에 살면서 시차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어떤 때는 너무 화딱지가 난다.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

가진 도덕이,

가져본 도덕이 그것밖에 없어서 그래.(199)

 

이런 말들이 위로가 된다.

 

어린이는 원래 힘든 거예요.

각 시기마다 무지 또는 앎 때문에 치러야 할 대가가 큰 걸 보면, 맞는 말인 것 같다.(194)

 

교회 안엔 맍은 빛이 있었다.

여러 빛 덩이가 멍물멍울 어둠 속을 떠다녔다.

이윽고 아이들은 노래했다.

아직 '맛' 경험이 적은, 죽은 동물을 덜 먹어본,

축축하고 맑은 혀로, 어떤 음은 허공에 가느다란 포물선을 그리다 고꾸라지고,

어떤 음은 누군가의 단독 비행을 좇다 기꺼이 함께 낙하하고,

모두가 막 사라진 음의 행방을 신경쓸 찰나

그 소멸을 위로하듯 여러 개의 음이 다시 풍등처럼 날아올랐다.

재이 목소리는 아주 작은 충격에도 산산이 부서질 것 같은 알전구처럼 가늘고 투명했다.

높은음을 낼 때 성대 속 필라멘트가 노란 빛을 내며 파르르 떨리는 듯 했다.(195)

 

절할 때 '가리는 손'이 있고 '가려지는 손'이 있다.

명절날이 다르고 상갓집에서의 예가 다르다.

삶은 늘 다른 것들 속에서 판단하며 진행되는 것들로 가득하다.

가끔은 '틀니나 딱딱대며 사는 늙은이들(틀딱)'의 말에 짜증이 나기도 하는 것이다.

 

가슴을 드러낸 채 눈물을 뚝뚝흘리던 내 모습과

산바라지 하러 온 엄마가 한 달 내내 끓여준 미역국,

집안을 가득 채운 우럭 비린내도

그땐 내 젖에서도 그 냄새가 나는 듯 했다.

젖꼭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희뿌연 액체가 꼭 뼈 국물 같았다.(189)

 

여성들의 이야기에서나 나올 수 있는 문장이다.

노량진에서 '건너편'을 욕망하면서 살아본 사람들이나 이해할 수 있는 문장들도 있다.

 

도화는 잘 개어놓은 수건처럼 반듯하고 단정한 여자였다.

도화는 인내심이 강했고, 인내심이 강했기 때문에 쾌락이 뭔지 알았다.(97)

 

이수와 도화. 배나무와 복숭아꽃...

그 튼실한 남성과 화사한 여성이 시들어가는 곳,

해오라비 갯가에 깃들이는 '노량진'에는 공시생들이 김밥에 목이 메이며 살아간다.

 

도화는 자신이 속한 조직의 문법을 존중했다.

수사도, 과장도, 왜곡도 없는 사실의 문장을 신뢰했다.(90)

 

그녀는 교통방송을 진행하는 교통경찰이다.

우리는 모두 그녀처럼 자신이 속한 사회의 삶의 방식을 존중한다.

하지만, 세상이 지나치게 추운 겨울 왕국일 때,

바깥은 여름이지만, 스노볼 속 시차처럼 훈기가 느껴지지 않는 삭막한 세상일 때,

'非-행운'의 연속인 삶 속에서 지쳐버리기 십상인 게다.

 

김애란의 따스한 눈길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을 것이다.

스노볼 속에서 덜덜 떠는 사람들의 마음에

한뼘만큼이라도 입김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서...

 

이 여름, 폭염속에서 헐떡일 때, 서늘하게 읽을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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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골목 - 진해 걸어본다 11
김탁환 지음 / 난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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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그 많은 이야기를 품고만 살았어요?

하고픈 이야길 다 하고 살아, 그럼?(156)

 

모든 스러지는 것들은 아련하다.

그리고 바스라지는 이야기들을 가득 담고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

 

천 점을 넘게 그린 화가에게도 마지막이 있더군요. 그게 인생이죠.(78)

 

흑백다방.

이름도 간명하다.

 

김탁환이 엄마와 걸었던 진해의 골목들에 대한 이야기다.

 

진해에선 사람이 죽으면 모두 벚나무가 돼.

당연히 벚나무가 더 많지.(87)

 

진해엔 사람보다 벚나무가 더 많다는 아버지의 이야기도 아련하다.

 

언제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세요?

이젠 많이 나지도 적게 나지도 않아.

그럼요?

그냥 안개 같아. 내 몸과 이집에 두루 스며 있는.(181)

 

그저 이야기인데,

아련하게 스러지는 느낌이다.

노년은 안개같은 나이인지도 모르겠다.

 

한번 머문다고 그곳의 분위기나 이야기를 다 알리 없지.

가고 가고 또 가야 겨우 알까 말까 한 게 내가 아끼는 골목이라고.(159)

 

갔던 골목을 또 가는 일은 반복이 아니다.

이야기는 덧칠 속에서 드러나는 새로운 색과 같은 것.

 

엄마의 골목이 좋아요, 어머니의 골목이 좋아요?

엄마의 골목이 더 가까운 느낌이 들어.

어머니는 안방에서 앞마당 정도 거리라면,

엄마는 안방을 벗어나지 않고 한 이불 속에 있는, 그런 기분?(182)

 

김탁환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도

엄마를 닮은 모양이다.

늘 단답형 질문에 주르륵 문장들이 주렁주렁 열린다.

 

아스라해지는 안개같은 나이에는

뭔가 반복해서 배우는 일이 재미있을 게다.

그 어머니가 하모니카를 반복해서 부는 일 역시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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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손 밀리언셀러 클럽 104
모치즈키 료코 지음, 김우진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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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광기를 위해서

탐미주의 극치를 달린 광염 소나타나 광화사 같은 소설도 있었다.

이 소설 역시 신의 손을 빌린 엽기적 사건 이야기다.

 

특이한 작가의 등장과

실종된 작가,

그리고 실종된 아이.

 

작가란 자들은 누구에게도,

어떤 것에도 동경을 품지 않아요.

그저 자신을, 자기라는 존재로서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를,

목숨을 걸어 가며 자기 안에서 발견해 나가는 것뿐.(64)

 

교코의 글 역시 복선이 강하다.

 

언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사실은 그런 건 없어요.

그건 환상, 그건 환각.(64)

 

글을 쓴다는 것은 말이죠.

몸속에 괴물을 한 마리 키우는 것과 같아요.

그건 숙주를 먹이로 삼아 성장하고,

일단 성장을 시작하면 다 먹어치울 때까진 만족할 줄 모르죠.(100)

 

소재로는 멋진 구석이 있는 소설인데,

스토리 전개가 좀 엉성하면서 지루하다.

 

하고 싶은 말을 이야기를 통해 들려주지 못하고,

시의 한 구절처럼 모호한 선언으로 독자를 움직이려 하면,

아무리 제목이 '신의 손'이라 하더라도,

글쎄, 요령부득이기 쉽다.

 

글을 쓰는 것은 마음 속에 한 마리 괴물을 키우는 것.

그 존재를 계속 써내려 가다가, 결국엔 그것에 잡아먹힌다.(260)

 

이런 이야기는 복선이다.

결국 쓰는 일 때문에 살해를 하고,

살해 당하며, 모두가  잡아먹힌다.

 

오히려 그 괴물의 존재에 대해 써나가는 편이

그 존재의 존재와 부재에 대해 관찰하는 편이

이야기를 더 박진감 넘치게 하지 않을까 싶었다.

 

교코는 자살할 리가 없어요.

그녀는 사는 것에 어떤 미련도 없었어요.

삶에 집착하지  않는 인간은 죽음 역시 선택하지 않아요.(326)

 

글을 쓰는 일에 대하여

지나치게 몰입한 작가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언어에 대한 탐구의 일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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動物裁判 節子の繪物語 (初, 單行本)
節子·クロソフスカ·ド·ロ-ラ / 靜山社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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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원에서 나온 일본 동화, 민담, 교과서 등의 학습서를 열심히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은 단어가 아주 어려운 수준은 아니지만,

대화도 많이 나오고 문장이 제법 길면서

스토리가 전개되기 때문에 추측하며 읽기 좋은 장점이 있다.

 

상상의 세계 속에서 어린 아이 센은 동물 재판에 소환되고,

인간의 온갖 해악을 깨닫게 된다.

동물과 자연에게 해를 끼치는 인간의 존재.

 

동물들과 자연의 재판을 통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존재의 가치를 생각하게하는 깊이있는 동화다.

 

중급 정도의 실력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겠다.

물론 잊은 단어도 많아 사전을 뒤적거려야 했지만,

동화를 통해 자연스런 언어를 배우는 것도 언어 학습의 한 단계려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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