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에 별이 뜨다 - 소설가 방현석과 함께 떠나는 베트남 여행
방현석 지음 / 해냄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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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음악가 예후딘은 20세기를 요약했다.

"인류가 품어온 희망 중 가장 큰 희망을 낳고는, 모든 환상과 이상을 파괴해 버렸다."(17)

 

20세기는 전쟁의 세기였다.

동방의 가난한 나라 한국은 그 전쟁에 휘말리기도 하고,

베트남에 가서 가증스런 짓을 하기도 했다.

 

자유와 독립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37)

 

마오쩌둥의 동상 앞에 세웠다는 베트남의 자존심.

 

미국 국방장관 맥나마라가 호치민에 왔을 때

폭탄을 설치했다가 사형을 선고받은 전기공의 사진.

사형집행 직전 눈가리개를 벗어던지고 '호치민 만세', '베트남 만세'를 외치고

스물 네살의 나이에 총살당한 노동자, 우옌반쪼이.(95)

 

 

오래 전 사람의 소식이 궁금하다면

어느 집 좁은 처마 아래서 비를 그어 보라, 파문

부재와 부재 사이에서 당신 발목 아래 피어나는

작은 동그라미를 바라보라

당신이 걸어온 동그란 행복 안에서

당신은 늘 오른쪽 아니면 왼쪽이 젖었을 것인데

그 사람은 당신과 늘 반대편 세상이 젖었을 것인데

이제 빗살이 당신과 그 사람 사이에

어떤 간격을 만들어 놓았는지 궁금하다면

어느 집 처마 아래 서 보라

동그라미와 동그라미 사이에 촘촘히 꽂히는

저 부재에 주파수를 맞춰 보라

그러면 당신은 오래된 라디오처럼 잡음이 많은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파문(파문 /권혁웅)

 

주파수가 다른 두 나라.

그렇지만 비루하지 않게 살려는 자존심들은 대단하다.

 

살려고 한 명씩 꽁무니를 빼면 모두 죽지만

모두가 죽기로 싸우면 일부는 살아 남죠.

전투는 곧 결속력이에요.

한국군은 스스로 온 군인들이었나요?

우린 모드 스스로 산에 올라간 사람들이었어요.(227)

 

 

오랜만에 다시 읽어도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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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바꾸는 영어
해리 고 글 / 삼인행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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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좀 떨떠름 하다마는,

제대로 영어교육하는 법이 나와있는 책으로 보인다.

 

한국인이 영어를 그렇게 오래 배우고,

그리 돈을 많이 투자하면서도 잘 하지 못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못하는 수준인 이유를 잘 알고 있어서,

영어가 운명을 바꿀지는 모르지만,

영어 공부법을 바꾸는 계기는 될 수 있다.

 

국어 시험을 잘치르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한국어를 말하지 못하는 이는 없듯,

영어도 시험을 못치지만 말을 잘하는 사람들이 원어민들이다.

그런데 우리는 말을 배우지 않고 글을 배우니 영어가 안 되는 것은 당연지사.

그렇다고 자국어가 있고, 자국의 글자가 있는데,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일도 난감하다.

 

공적 영역에서 영어 교육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수준은 아니고,

개인이 영어를 잘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읽으면 도움이 되겠다.

 

그런데 내용은 좀 실망스럽기도 하다.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에서 뭐 얼마나 발전한 것도 아니고,

이야기가 그닥 잼나지도 않다.

 

 

영어 9등급 통역사 된 이야기랑도 비슷하다.

 

우리와 다른 언어, <강세 언어>라는 특성을 이야기한 것은 좋다.

<음절 언어>를 쓰는 우리 언어가 가지는 약점을 짚은 사람은 드물다.

 

영어의 강세와 인토네이션을 잘 공부하는 일은 중요할 듯 싶다.

장문을 암기하라고 시키는데,

그런 부분의 설명은 <외워봤니?>가 낫다.

 

전 세계의 공용어는 정통 영어보다는 '브로큰 잉글리시'라는 점도 맘에 든다.

결국,

시간을 투자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모든 어학 공부의 공통점이다.

다만, 학교에서 헛된 시간을 보내고 나면,

영어가 멀어지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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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당은 마음속에 있다 만화 최창조의 풍수강의 1
최창조 지음, 김진태 만화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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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라는 것이 있다.

장풍득수라고도 하는데,

바람을 잘 가두고 물을 얻는 것이 농사의 기본이라는 삶에서 나온 말이리라.

 

풍수는 무덤을 쓰는 것과 살 집에 관한 것도 있는데,

조상의 무덤을 잘 쓰면 후손과 감응한다는 이론이라 한다.

 

구미에 있는 박정희 선영은 명당의 여러 조건을 갖추었다는 평을...

증조모 묘 하단에 커다란 암석 덩어리가 후손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평가도...(57)

박근혜 아버지 박정희 묘는

국립묘지가 보기에는 좋으나

한강 물길이 터를 감싸주지 못하고 휘어져 돌아간 것이

풍수적으로 흉하다는 이유...(60)

 

이 책은 2015년에 출판되었으니 2014년쯤 쓰였을 것이니,

박근혜의 당선만 그렸지, 탄핵과 구속에 이르기까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후손들이 다 약쟁이거나 또라이거나 멍충이에 가깝다면 안 좋은 영향을 미친 듯도 싶다.

 

어떻든 풍수는 전통적 내용이지

도시에 사는 현대인들과는 좀 거리가 있다.

 

그렇지만 기분 좋은 집이 있고, 좀 찜찜한 집이 있다.

 

명당은 찾아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만들어 가야 할 대상(156)

 

명당은 없다고 할 수도 없고, 절대적으로 있다고 할 수도 없다.

현대인의 명당이라면

교통이 편해야 할 것이고,

그렇다고 너무 대로변이어서 시끄럽거나 먼지가 많으면 좋지 않을 것이고,

어린 아이가 있다면 학교가 가까워야 좋고,

중장년에게는 산책로나 뒷산이 있는 곳이 명당이 아닌가 싶다.

 

이런 곳이라면 집값도 오를 것이고,

살기도 편할 것이니 명당이라 볼 수 있겠다.

 

전국민의 상당수가 찍어낸듯 유사한 구조의 아파트에 사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명당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생활 패턴과

스스로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는 삶의 지혜가 필요한 시절이 아닌가도 싶다.

 

 

고칠 곳...

1권 63쪽. 무덤이 파내져 능지처참을... 능지처참은 소위 말하는 찢어죽이는 거열형과도 다르다. 칼로 살을 저며 천천히 죽음에 이르게 하는 잔인한 형벌이다. 죽은 뒤 무덤을 파내 유골을 흩어버리는 것은 '부관참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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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 회화 핵심패턴 233
마야 허 지음 / 길벗이지톡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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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 기초를 공부하고 있다.

단순과거, 불완료 과거 등 동사에 들어가니 좀 지겹다.

그래서 폰에 앱으로 <켜자마자스페인어>라는 앱도 깔아서 단어를 외우고 있는데,

이 패턴 책이 눈에 띄어 사서 보고 있다.

 

회화는 문법과 다른데,

회화를 배우면서 문법을 보강하는 방법도 좋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당분간은 문법보다는 회화를 익히면서 단어를 공부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233강의 패턴이니 1년이면 볼 수 있을 듯 싶다.

 

원래 공부는 직선으로 하면 안 된다.

나선형으로 돌아돌아 반복하면서 위계가 높아지는 것이다.

 

이 책의 장점은

패턴에 따라 익히게 되어있어 구문을 외우는 데 익숙해주게 한다.

그리고 기본 패턴 외에도 회화가 있어 단어와 문장을 외우는데 도움이 된다.

홈페이지 가면 파일도 다운받을 수있는데,

스페인어의 특징인 성의 구별을 고려하여

남자 성우와 여자 성우가 2번을 읽어준다.

남자 성우는 남성으로, 여자 성우는 여성으로 변화시켜 읽어준다.

부록으로 들어있는 소책자에는  핵심 구문을 수록해서 보게 한다.

 

예전에 일본어 공부할 때는

인터넷도 없었고, 일본 노래도 없어서

오로지 테이프로 공부를 했는데,

요즘엔 어학 공부하기도 참 좋은 세상이다.

 

길벗이지톡이란 출판사는 어학 학습서를 많이 다룬다.

이런 출판사를 알게 된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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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입김 - 작고 작은 것들을 찾아가는 탁동철과 아이들의 노래 자꾸자꾸 빛나는 4
탁동철 지음 / 양철북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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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자기중심적이다.

아이들은 집중하는 시간이 짧다.

이런 말들은 아이들을 통제하려는 어른들이 늘 하는 소리다.

 

엊그제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퇴직교원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하염없이 수다를 떠는데

나이든 교사가 1학년 담임을 하는데 교장실 옆인데 아이들이 조용해서 칭찬을 한다면서

대단하다고 떠든다.

 

초등학교 1학년을 어떻게 하면 떠들지 않게 할 수 있으려나.

아이들은 시끄럽고 뛰어 다녀야 그게 아이들이다.

 

탁쌤의 아이들은 늘 시끄럽다.

탁샘의 눈에 가시철조망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은 무슨 말이고 다 한다.

그리고 직접 일도 해 본다.

자기들끼리 의논해서 다 한다.

민주주의란 말도 필요없다.

예전 두레를 짜듯, 서로 이야기해서 맞춰가면 되는 것이다.

 

대학 입시를 두고 말들이 많았다.

박근혜 아버지 탄신 백주년을 기념한 국정교과서를 위하여

수능에 한국사를 강제로 넣은 일도 한심한 일인데,

한국사 문제를 보면 더 하품나는 일이다.

한국사 수능이 한국사 수업을 망쳐 놓는다.

 

젠체하는 교육부, 교육청이 하는 짓은

늘 아이들을 옥죄는 일이다.

잘난 넘들은 아이들이 줄을 딱 맞춰 서서 가만 있는 걸 그리도 좋아한다.

 

하느님의 입김이라는 제목처럼,

아이들의 때묻지 않은 생활이 글로 잘 남아있다.

이렇게 글을 쓰려면 아이들을 날마다 잘 관찰해야 한다.

 

비꼬는 말, 상처주는 말, 이런 것들이 교사들의 특기란 말이 있다.

하긴, 하느님은 그런 것으로 상처받지 않을 터이지만,

지속적으로 구속하는 학교에서 살다 보면

아이들이 점점 쪼그라들는지도 모른다.

 

다음 주면 수시모집 원서 접수기간이다.

이번 수요일은 평가뭔 모의고사다.

고3 아이들 마음은 쑥대밭이다.

 

사립대학 돈벌어주려 수시 기회를 6회로 만들어주고,

학생부 종합이니 뭐니 쓰레기같은 제도가 많아졌다.

 

어차피 양반 상놈 의식이 아직 남아있는 판국에,

상놈의 자식이라도 대학보내 변신을 시켜보려는 마당에,

입시 평준화는 말도 안 되는 소리일 터이고,

경쟁이라 해도 예전 학력고사처럼 그저 교과서 내에서 내든,

수능처럼 시험 점수로 대학 가게 하면 좋겠다.

 

수시 모집은 전문대 같은 곳에나 열어 두면 되지 싶다.

그나마 이런 글쓰기를 하는 선생님들이 있어서

이런 글들을 읽는 교사들은 조금이라도 착해져서

높은 소리 덜 지르고, 아이들 혼 덜 내키는 하루가 교실에 퍼지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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