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밥상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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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단테 칸타빌레란 드라마도 있었는데,

느리게, 노래하듯이~라는 말이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지영은 알레그로 아마빌레~ 스타일의 작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빠르고 다정하게(정답게)~ 이런 말이다.

 

성질이 재바른 사람은 불 같은 사람인데, 병화는 아니고 정화 정도 되려나... 싶다.

따스한 불 같은 사람이라서 글도 다숩다.

다만, 성향이 빠른 것을 추구해서, 쉬이 질리는 성질도 있을 게다.

 

그가 <지리산 행복 학교>에서 버들치 시인을 만난 이야기부터,

이번 시인의 밥상까지, 느리고 방향없이 그날을 사는 사람들 이야기를 쓰는 건,

어찌 보면 어울리지 않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그 안단테 칸타빌레~의 종족들은

이렇게 자분자분 기록할 염을 내지 않을지 모르니,

알레그로 아마빌레~인 꽁지가 쓰는 게 맞는지도 모를 일.

 

유명한 신부님 왈,

다리가 떨릴 때 말고

가슴이 떨릴 때 여행을 떠나라.(184)

 

맞다. 돈이 없는 사람은 없다.

쓸데없는 데 돈을 지출해서 그렇다.

 

버들치 시인의 심장 스텐트 시술비를 마련한다는 핑계로 책을 낸다는데,

글맛이 음식맛과 어울려 어떤 핑계든 받아줄 만 하다.

 

그 작은 것이 뿌리를 내리다니

비가 오면 바위는 조금이라도 더 빗물을 받으려

굳은 몸을 안타깝게 이리 저리 틀었지

사랑이었지(294)

 

이런 사람이 버들치 시인인가보다.

아직 그의 시를 만난 일도 없는 듯한데...

괜찮다.

 

버들치 시인이 버들치 먹은 이야기...

 

어느 날은 버들치 매운탕을 주길래

내가 그걸 먹었지.

그리고 집으로 오는데 속이 너무 더부룩한겅.

참자, 참자 했는데

우리 집 연못에 이르러 못 참고 확 토했어.

그러니까 내 입에서 싱싱한 버들치들이

휙휙 튀어나와서는 휘리릭 헤엄쳐 연못으로 뛰어 들어가데.(206)

 

천상 이야기꾼이다.

 

비가 내리고

가을이 이렇게 시작된다.

감자전에 빨간 파란 고추 썰어 넣어 먹고 싶다.

생감자 얼려 감자 셰이크도 시원하게 곁들여서...

 

맛있는 강원도 감자 생긴김에

좋은 레시피 하나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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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짓것 창비청소년시선 9
이정록 지음 / 창비교육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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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엄마 반성문'이란 책이 화제가 되었는데,

초등학교 교사인 엄마의 태도가 아이들을 힘들게 했다는 이야기였다.

 

 

 

부모들은 관심이 없으면서,

무슨 일만 있으면 왜 말하지 않았느냐고 아이탓을 한다.

 

관심을 가지면 다 알게 된다.

아이가 문을 잠그고 들어가는 뒷모습에서 힘든 모습을 읽게 된다.

아이의 재능도, 아이의 고민도

관심이 없으면서 공부만 하라고 학원으로 내모는 부모는

자식을 망친다.

 

아이들은 폭력으로 깨어진 유리창 틈에서 겨우 버티고,

누나가 동생의 진학을 위해 양보하는 부담을 안고 성장하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의무감이 아니라 사랑이다.

사랑이어야 하는데,

그늘진 곳에서는 독버섯처럼 폭력이 난무한다.

 

까짓건, 청춘인데 뭔들~의 자세로 아이들이 힘을 내주면 좋겠다.

그런 데 조금이라도 힘을 주는 책이 되면 좋겠다.

 

어른들의 시는 힘이 없다.

맨날 일제 강점기의 시나 가르치거나,

좀 뜬구름 같은 시를 가르치게 된다.

 

아픈 아이들의 삶을 어루만지는 시집들을 창비에서 계속 내주길 바란다.

청소년 시집이 10권 발간되었고, 이것이 9권째다.

 

어제 새 국어 교과서를 선정한답시고 열 몇 권을 뒤적이는데,

고재종의 '첫사랑'이 몇 권 실렸다.

난 이런 시도 좋지만, 아이들의 슬픈 마음을 알아주는 어른의 시도 좋다.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꽃 한번 피우려고 눈은 얼마나 많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으랴

싸그락 싸그락 두드려 보았겠지 난분분 난분분 춤추었겠지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길 수백번

바람 한 자락 불면 휙 날아갈 사랑을 위하여 햇솜같은 마음을 다 퍼부어 준 다음에야 마침내 피워 낸 저 황혼을 보아라

봄이면 가지는 그 한번 덴 자리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를 터트린다

 

고재종/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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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반성문 - 전교 일등 남매 고교 자퇴 후 코칭 전문가 된 교장 선생님의 고백
이유남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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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엄마가 아니라 교장선생님인 듯... 외국 유학도, 아이가 교육철학을 공부하게된 것도, 자랑할 일이 아니어야 하는데... 아직도 1등해야 시원하신가... 좀더 내려놓아야할듯... 초등 교사들이 많이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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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7-09-25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이 책 호기심으로 주문했는데...괜히 했나? 싶은......ㅎㅎㅎ

dho4418 2017-09-26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딱 같은느낌입니다 책내용자체는 나쁘지않아요 뭐 거의뻔히 다른책에서도 다루고있는 내용들이긴하지망 실천이 어렵죠
 
아픔이 길이 되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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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가 물러갔다...

 

평상시에 법은 별로 효용이 없다.

그렇지만 비상시에는 법이 사람을 지켜야 하는데,

이명박 시대에 임명된 양승태 시절... 노조는 이겼던 재판도 패소하게 되었고,

기업 프렌들리 판사들의 판결로 노조원들은 빚더미에서 목숨을 버리기도 했다.

비상식적인 시대들이었고,

최근에도 심각한 범죄 사안이어서

민주주의를 악질적으로 훼손하는 인간들을 영장심사에서 기각시켜버렸다.

조윤선이도 풀어줬다. 그 부하들은 징역인데...

 

법이 만인(萬人, 모든 사람) 앞에 평등해야 하거늘,

5천만의 국민 중에 만인(萬人, 1만명)에게만 평등하고, 4천999만명에게는 혹독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부끄러웠다.

 

제도가 존재를 부정할 때, 몸은 아프다(189)

 

동성애자들을 더럽게 여기고, 범죄시하는 발언들을 혐오하지 못했던 나를 반성한다.

혹시라도 내가 이성애만을 정상으로 여기는 사람같은 발언을 하지 않았나 돌아본다.

 

한국은 유일하게 군대를 부정하면 감옥에 처넣는 나라다.

군대가 그만큼 힘들고 추악해서 군대를 전역한 사람은 남들이 거길 안간다 하면 욕을 한다.

그렇지만 유능한 의사나 법관이 될 수도 있고, 세상에서 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을 감옥에 처넣어 미래를 없애는 일은 비극이다.

 

지난 9년간, 용산에서, 쌍용자동차에서,

세월호와 온갖 노조들의 아우성에서... 세상은 비정상이었다.

국가라는 제도가 국민이라는 존재를 무시할 때,

민주공화국이 무너졌던 9년간, 많이 아팠다.

마음이 아니라 몸도 아팠다.

아파서, 히가시노 게이고 류의 타임킬링용 책이나 읽고 있었다.

 

충분한 신뢰를 쌓기도 전에 어떤 상처인제 말해야 트라우마가 극복된다며

일방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식이 아니라

네가 필요할 땐 언제나 곁에 있겠다며 기다려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186)

 

세월호 생존학생들 이야기다.

 

피해자 개인에게,

자원과 자본이 없는 사회적 약자에게

인과관계 증명의 부담을 떠안기는

한국 사회의 취약함이 세월호 참사에서 극적으로 드러나고 있다.(185)

 

미국에서는 동성 결혼도 2015.6.26을 기해서 허락이 되었다 한다.

그런데, 미국 좋아하는 개독교에서는 아직도 동성애 문제를 씹어 돌린다.

나쁜 자유당 넘들도 마찬가지다.

왜 무식하고 나쁜 놈들은 그렇게 약자를 괴롭힐까?

그것이 자신들의 입지를 굳히고, 돈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추잡한 세상이었다.

이제 새 대법원장 하에서, 쌓였던 찌꺼기가 하나씩이라도 걷히길 바란다.

세월호 특조위도 구성해야 하고,

쥐박이의 사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를 밝히고, 선거 부정을 명확히 해서 처벌해야 한다.

어제 한 사람 죽었다고 끊길 고리가 아니다.

 

고통이 사회구조적 폭력에서 기인했을 때

공동체는 그 고통의 원인을 해부하고

사회적 고통을 사회적으로 치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합니다.

트라우마에 대한 사회적 인식 공유를 통해,

명예회복 - 보상 - 처벌을 거쳐 사회관계 회복개선으로 나아가는

사회적 치유작업이 함께 되어야 합니다.(177)

 

젊은 의사가 이런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 대견하다.

그가 젊어 다행이다.

앞으로 이런 작업을 오래할 수 있을 것이어서.

 

근무환경에 대한 규제가 없으니

위험한지에 대한 정량적 연구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소방공무원들은 현장에서 발암물질에 노출되지만

측정된 적이 없어서,

폐암을 비롯한 만성병에 걸려도

공무상 요양(공상)으로 치료받기 힘듭니다.(145)

 

소방공무원이야말로 극한의 직업이다.

세금이 쓰여야 할 부분은

쥐박이의 댐 만들기가 아니라,

닭의 스포츠 사업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투입되어야 한다.

 

인턴이나 레지던트의 지옥같은 근무 환경 역시 연구 대상이란다.

 

1997년 13.1/10만명 이던 자살률은

2014년 27.3/10만명으로 늘었다.

무엇이 이 공동체를 그토록 잔인한 사회로 바꾸어 놓았을까?(126)

 

난 안철수가 예능프로에 나와서 첫 마디로,

자살률 1위, 출산률 꼴찌를 문제로 짚어서 마음에 들어했다.

요즘 몽니부리는 꼴 보면, 사람은 말로 믿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한다.

헬 조선은 쥐박이와 닭의 시대를 거치며 공고화된 것이다.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지만, 국가가 그 속도를 늦출 노력을 하지 않고, 오히려 IMF의 협박에 못이겨

불균형의 거리를 넓히는데 속도를 낸 것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때도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이제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사회로 가야 한다.

천천히 가더라도 같이 가야 한다. 그래야 멀리, 오래 갈 수 있다.

 

왜 이런 일을 하나요?

골리앗에 맞서는 것이지요. 법정에서 노동자들은 보통 이길 수 없습니다.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어떤 변호사는 어떤 학자는 그의 편에 서있어야 합니다.(108)

 

한국에도 민변이나 양심적인 학자들이 많이 있어왔다.

지난 9년간 수시로 교수나 지식인들의 성명이 등장했다.

시국 선언이 나오는 시대는 불행하다.

그러나, 곡학아세의 돌팔이 학자들은 그때 돈을 벌었다.

소위 블랙리스트는 억압하고, 자기들 편인 화이트리스트는 우려먹었다.

 

한국 사회는 IMF 이후 모두가 PTSD에 시달린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모든 학부모는 애들을 달달 볶는다.

길거리엔 노란 봉고차가 택시보다 자주 보일 지경이다.

걸프전 참전 군인이 20%대의 유병률을,

심지어 포로의 유병률이 48%인데, 쌍용차 참가자의 유병률은 50.5%였다 한다.

 

2009년의 그 비극적이던 옥상의 토끼몰이를 잊을 수 없다.

국가의 공권력이 마구 두들기던 모습은,

1980년의 광주였다.

 

2017년은 윤이상 탄생 100주년이다. 닭의 애비도 윤이상과 동갑이다.

그런데 독일에서 다카키마사오보다 윤이상을 존경하는 걸 보고

동백림 사건으로 윤이상을 잡아 넣어 고문한다.

닭은 통영에서 윤이상의 이름을 지웠다.

영부인이 독일 갔을 때, 통영의 동백나무 한 그루 윤이상 묘 옆에 심었다.

참 비극적인 나라다.

그래서 윤이상의 '가락'같은 음악을 듣고 있으면,

게르니카의 비극이 스쳐간다.

 

사회적 폭력으로 인해 상처입은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경험을 말하지 못합니다.

그 상처를 이해하는 일은 아프면서 혼란스럽습니다.

그러나 우리 몸은 스스로 말하지 못하는

때로 인지하지 못하는 그 상처까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몸은 정직하기 때문입니다.

물고기 비늘에 바다가 스미는 것처럼

인간의 몸에는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시간이 새겨집니다.(22)

 

아픔이 과거가 아니라

앞날의 길이 되려면...

촛불을 잊지 말아야 한다.

 

흔들리지만 꺼뜨리지 않을 촛불 하나 마음에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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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의 수수께끼 - 흥미진진한 15가지 쟁점으로 현대에 되살아난 중국 역사
김영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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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황하 문명이라는 고대사를 가지고 있다.

한국은 정체불명의 기원전 2333년이라는 주문을 외울 뿐,

풍납토성의 시기까지도 확정하지 않고(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있다.

 

왕조 중심의 역사 서술은 위험하지만,

그래도 기록이 남은 것은 왕조 중심이니 그나마 그것으로라도 옛일을 살필 일이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할 뿐 아니라 절대 백치를 만들어낸다.(대만, 보양, 40)

 

감옥간 503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중국의 과거제도는 공개, 공평, 공정이라는 3공의 정신에 입각한 유례 없는 인재 선발.(65)

 

송나라의 조광윤으로 비롯한 학풍은 부럽다.

 

진시황릉이 아직도 미개발 상태인 것을 보면서

부러워하는 대목도 있다.

 

저우언라이의 현명한 판단이

국보급 유물의 무분별한 발굴을 억제하는 중요한 원칙이 되었다.

우리는 이 일을 해낼 능력이 없으므로

후손들이 완수할 수 있게 남겨두는 게 좋을 것입니다.(171)

 

땅을 파는 것을 정치라고 여기는 후안무치에 비하면,

참으로 고귀한 생각이다.

 

공산주의의 초기에 이런 고귀한 정신들이 있었음을 생각하면

그 사회가 몰락해가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김광석을 둘러싼 수수께끼가 의혹이 커져간다.

이상호 기자의 다큐 영화로부터 불거진 사건은, 그 딸의 사망까지 확인하게 된다.

그래서 오늘 세계 시민상을 수상한 대통령은 3위에 머무르고

서해순과 김광석 딸이 1,2위를 다툰다.

 

수수께끼는 풀어야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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