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한 마음 대산세계문학총서 116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이유정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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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민’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그중 하나인 나약하고 감상적인 연민은

그저 남의 불행에서 느끼는 충격과 부끄러움으로부터 가능한 한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하는

초조한 마음에 불과할 뿐”이라고 한다.

이것은 “함께 고통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남의 고통으로부터 본능적으로 자신의 영혼을 방어하는 것”이며,

 “자기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사람만이, “비참한 최후까지 함께 갈 수 있는 끈기 있는 사람만이 남을 도울 수 있”다고 한다.(17)

 

 

다리를 못 쓰는 불구 에디트에게 연민을 느낀 주인공.

그 연민은 곧 사랑과 헷갈리기 시작하고...

 

나는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게 하는 것을 견디지 못한답니다.

못 견딘단 말이에요.(100)

 

젊은이들에게 연민과 초조한 마음은

미래에 대한 판단을 상실하게 한다.

 

연민이라는 것은 양날을 가졌답니다.

연민을 잘 다루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거기서 손을 떼고, 특히 마음을 떼야 합니다.

연민은 모르핀과 같습니다.

처음에는 환자에게 도움이 되고 치료도 되지만

 그 양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거나 제때 중단하지 않으면 치명적인 독이 됩니다.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연민은 무관심보다도 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연민이라는 거, 아주 위험한 겁니다!” (235)

 

그렇지만 매사 이성적으로 살게 된다면,

인간 관계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의사 선생처럼

맹인 아내와 평생을 함께할 정도의 끈기가 동반되어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초조한 마음을 통제하지 못한 에디트는

이 얼마 안 되는 시간을 이용해서 자신의 결심을 실행에 옮겼다.(457)

 

초조한 마음이라는 어구는

연민과도 관련되고 인내와도 연관된다.

연민에 민감하지만 끈기와는 거리가 먼 젊은이들에게

<초조한 마음>은 어떻게든 관건인 것.

 

그날 이후

나는 양심이 기억하는 한

그 어떤 죄도 잊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463)

 

슈테판 츠바이크의 섬세한 심리 묘사가 압권이다.

'그날'은 의사 부부를 만난 음악당의 날이다.

너무 세부가 섬세한 부분은 좀 지루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슈테판 츠바이크의 이야기는 초점을 벗어나는 일이 좀처럼 없다.

이 소설 역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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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의 책 열린책들 세계문학 234
하인리히 하이네 지음, 이재영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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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 제목은 'Liedes'라서 노래들의 책이 되겠다.

이 노래들...은 연작이라는 이야기일 듯.

 

천사들은 그걸 천상의 기쁨이라 부르고

악마들은 그걸 지옥의 고통이라 부르고

사람들은 그걸 이렇게 부르지, 사랑!(42)

 

하이네만큼 낭만주의 시대를 구가한 시인도 드물 게다.

인생을 노래한 '혼취'에서

'당신이 내게 오라고 했잖아' 하는 대목은

요즘 유행하는 저승사자의 멘트다.

 

도깨비나 블랙, 신과 함께 같은 작품들에서

저승사자의 매력은

인간의 한계와 붙어 있다.

 

그래, 친구야. 몽상가의 질문을

그렇게 비웃어도 좋아.

내가 가슴속 단단히 품고 있는 것도

너는 착각이라고 말할 거야?(97)

 

시인의 눈이 바라보는 것을

일반인들은 마치 제 눈만이 정답인양 비웃는다.

착각이라고.

그런데, 시인의 눈이 바라보는 통찰이

진리에 가깝다는 것은,

그래서 예술은 길다는 말을 깨닫게도 된다.

 

이건 오래된 이야기지만

세상에서 영원히 반복되지

누구든 똑같은 일을 당하면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질 거야.(144)

 

사랑은 늘 반복된다.

가슴이 찢어질 것을 알면서도

거기 매혹되는 것.

 

낭만주의 시대의 사랑은

그렇게 무르익었고

노래들의 책에 엮여 있다.

 

가곡들로도 불리는 시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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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지 히토나리의 편지
쓰지 히토나리 지음, 김훈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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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지 히토나리의 대필 편지들...

 

중요란 한자, 대단하지 않아?

말하고자 하는 뜻을 짐작하게 하잖아.

무거운 요소.

코오짱은 언제나 내게 무거운 요소였어.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157)

 

다양한 케이스의 편지를 대필한 작가가

그 편지들을 공개한 이야기들이다.

 

잔잔하고 달콤한 편지도 있고,

단호한 자세를 드러낸 편지도 있다.

이미 죽은 손자를 보고싶어하는 할머니에게 가짜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할머니는 하늘에서 만나자고 답장을 하고...

 

편지에 대한 이야기들과

편지 내용이 한 편의 소설이라 해도 될 정도다.

 

편지만큼 거짓말이 행간에 확연히 드러나는 건 없다.(183)

 

편지를 쓰고 받은 적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편지라는 사물이 주는 따스함은

종이와 글씨라는 조합 이상의 가슴뛰는 경험을 준다.

이런 것이 사라져가는 세상이란, 조금은 쓸쓸해서

오히려 더 소중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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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꾸미기 미학과 페미니즘
김주현 지음 / 책세상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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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가꾸기가 점점 과도화되고 있다.

화장을 넘어 서서,

다이어트가 극도로 뻗치더니,

이제 성형 수술, 심지어 양악 수술도 일상이 되었다.

화장과 다이어트가 어린 나이로 점점 약진한다.

 

이 책에서는 서양의 외모 가꾸기와 페미니즘에 대한 논문들을 참고하여

가득 실어 놓았다.

 

페미니즘 자체가 은폐된 것들을 노출시키고 밝혀내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의미는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한국에서의 외모 가꾸기는 서양의 예술이나 문화와는 또다른 분석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파리에도 없다는 온갖 화장품 가게나 명품점이 즐비한 백화점이라든지,

오리엔탈리즘이 반영된 서양식 화장, 다이어트, 성형에 대한 극단적 선택.

한국식 드라마의 가부장적 시선과,

한국 노래 가사 속의 여성의 외모에 대한 시선 등

독자들이 재미있어할 내용들이 충분히 많을 터인데도,

근거는 서양 사람들의 논문으로 가득한 것이 불만이다.

 

가부장제 사회는 여성에게 아름다워야 한다는 미적 압력을 지속적으로 행사.

동시에 아름답지 않은 여성을 향한 경멸은 미적 압력과 한쌍이 되어 일상을 지배.(11)

 

이런 것이 문제 의식인 것은 당연하다.

 

20세기 초반까지도 여성 참정권론자들을 처형하고 정신 병원에 수감한 이론적 근거는?

정신의 부재였다.

여성들의 사유 능력과 판단력을 신뢰할 수 없으며

여성들이 국가의 중요 정책을 결정하도록 맡길 수 없었다.(82)

 

여성들이 고통스러운 학습이나 힘든 숙고에 몰두한다면

그들은 자연스럽게 무르익을 매력과 미덕을 놓치게 될 것.

심오한 철학이나 물리학으로 가득 찬 머리를 가지고 있는 여자는

턱수염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

생각하느라 심각한 표정을 짓게 되면,

그녀의 성적 매력을 파괴한다.(칸트)

 

중국의 부녀들은 문자를 알고 있어

혹 정사에 참여하여 나라를 그르치는 수가 있다.

그러나 우리 동방의 부녀들이 문자를 알지 못하므로

정사 참여는 없을 것이다.

비록 부인이 정사 참여 않더라도

군신의 마음을 어지럽히면 나라를 그르치게 될 것이니 역시 염려할 일이다.(세종)

 

칸트가 인간 이성의 선구자고

세종이 성군이라는 것 역시

남성 본위의 시선에 불과한 것이다.

 

약함, 수동성, 의타적 성향의 여성 이미지는

근대에 이르러 점점더 강화된다.

여성 교훈서는 영리함이나 지식을 보이지 말라고 경고했고,

충격 앞에서 쓰러지는 연약함은 사랑스럽게 보인다.(91)

 

예술에서도 여성의 육체는 아름다움을 빌미로 관음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여성들은 거울을 깨끗이 닦고 거울 속을 노려보아야 한다.

가부장제의 추악함은 그 자체가 오브제로서 여성 정체성에 결합해있지만,

여성들은 빠져나오기 위해 분리가 필요하다.(329)

 

그런데 또 외모 꾸미기를 이상한 쪽으로 갖다 붙인다.

 

여성들은 가부장제의 여성에 머물지 말고

외모 꾸미기를 통해 자신이 되고 싶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329)

 

물론 이 외모 꾸미기는 남성의 시선에서 바라본 것이 아니라는 전제가 있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다.

 

내가 알던 교육부 연구사가 영국 문화원장으로 가서 만난 일이 있다.

영국에서 제일 좋은 것은 화장을 안 해도 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인종 차별도 심한 나라지만,

어느 정도 지위가 있으니 그렇게 느끼기도 했으리라만,

한국 사회의 외모 꾸미기에 대하여

심각하게 논의했으면 했는데,

외국 논문과 책에서 주워모은 논리들이어서 별로 재미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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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흩날리는 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4
기리노 나쓰오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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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를 먼저 볼까 했는데, 이 책이 '미로'의 첫 이야기라 하니 다행이다.


앞부분은 참 지루한데,

그리고 미로가 그닥 주요 인물도 아닌데,

요코의 실종을 둘러싸고 독일까지 공간이 오락가락 해서 정신이 없었는데,

마지막의 반전은 멋졌다.


최근에 읽은 <다마 모에>나 <아웃>에 비하면 역시 초기작이라 재미가 덜하다.


51년 생이니 67세 정도여서 아직 더 좋은 글을 기대해도 좋겠다.


무라노 미로 시리즈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한다.


이 책을 시작으로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 <물의 잠, 재의 꿈>, <로즈 가든>, <다크> 같은 것이 미로 시리즈라 하니 우연히 만나면 읽게 되리라.


인간의 현실계는 참 뜻대로 안 된다.

인간은 그렇게 엉망진창인 부조리의 존재다.

세상의 질서 역시 그렇다.


소설의 상상계는 질서가 잡혀 있어 좋다.

현실계를 반영하지만, 현실계처럼 답답하지 않아 좋다. 그래서 소설을 읽게 된다.


중요한 건

이상하다고 느끼는 감성과 

왜인가를 생각할 줄 아는 상상력(243)


현실계는 이상하다.

그런데 그것은 왜 그런가를 생각하며 상상계로 빠지는 이야기가 소설이라는 걸

아버지의 목소리를 빌려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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