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들이 꾼 꿈 중에서
가장 예쁜
꿈
하도 예뻐
잠에서 깨어나면서도
놓치지 않고
손에 꼭 쥐고 나온
마악
잠에서 깬 들이
눈 비비며 다시 보고,
행여 달아나 버릴까
냇물도 함께
졸졸졸 가슴 죄는
보랏빛 고운
꿈.
아하! 그랬었구나
나더러 그냥 이만치 떨어져서
얼굴만 바라보라고,
그러다가 행여 마음이 끌리면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와
향내나 맡으라고
짐짓 사나운 척, 네가
날카로운 가시를
찌를 듯 세우고 있는 것은
하지만 내가 어찌 참을 수 있었겠니?
떨리는 손 끝으로
조심조심 쓰다듬어 보니
그 뾰족한 가시마저
이렇게 보드라운 걸!
언제부터
너 거기에 있었니?
친구와 헤어져 혼자 가는 길
가까이 다가가 보니
낯설지 않은 얼굴
너 거기 그렇게
정말 오래오래 서 있었구나?
나와 친해지고 싶어서
아무 말 없이
내 어깨만큼 자란 키
내가 웃음을 보이지 않아도
반가워 먼저
소리 없이 웃음 짓는
네게서, 참 좋은 향내가 난다
참 좋은 향내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