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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쓰지 않은 이야기 - 빅토르 프랑클 회상록
빅토르 E. 프랑클 지음, 박현용 옮김 / 책세상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제목이 아무래도 어색했다.
책에 쓰지 않은 이야기...라니?
이야기를 썼은 책이고,
책에 쓰지 않은 이야기라며... 작가 머릿속에나 들어있을 건데... 이건 뭔 시츄에이션?
이러면서 원제목을 해석해본다.
Wie nicht in meinen Buchern steht.
나의 책들에 나와있지 않은 것(이야기)
기존의 그의 저서들에서 언급하지 않은
잡다한 회상록이라고 이해하고 나니,
더부룩하던 속이 확 풀리듯 소화가 되었다.
제목을 좀더 가다듬었음 싶다.
어쩜 좀 시시하다.
기존의 그의 책을 내가 읽었는지 아닌지 기억조차 잘 없지만...
나치 수용소를 읽은 기억이 있긴 하니깐, 아마도 그의 책을 읽었던 것 같기도 한데... 잘 모르겠다.
어린 시절의 자신에 대해서도 사소한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고,
자신의 심리학적 견지(로고테라피)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소개하고있다.
나는 열다섯 혹은 열여섯 살 무렵에 이 모임에서 삶의 의미에 대한 발표를 했다.(78)
한국의 고등학생은 너무 다람쥐 쳇바퀴 밖에 관심을 돌릴 수 없게 만든다.
교육제도가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대학을 개혁하고, 사회가 개혁되어 공부가 필요없는 사회가 오기 전에는...
언감생심... 좁은 공부에 열중하는 게 맞다.
심리치료 속의 심리주의와 싸우면서,
아픈 것이 절대로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부각하고 싶었다.
로고테라피는 모든 것을 병리학적인 것으로 환원시키는 주장과 맞서 싸울 것을 선포한다.
편집증 환자가 주장했더라도 2*2=4이다.(109)
지식채널에 '제정신으로 정신병원 들어가기'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여러 친구가 작정하고 병원에 가서 '귀에서 쿵 소리가 들려요' 란 한마디로,
정신 분열증 판정을 받아 입원에 성공한다.
병원에서 '너, 사실 제정신이지?' 이렇게 알아보는 이는 다 입원 환자들이었단다.
그들은 병원 안에서 아무리 정상적으로 활동해도, 한번 환자는 계속 환자였다는 이야기...
감기가 걸렸다고 비정상적인 인간 취급하지 않듯,
신경정신적 증상 역시 비정상적 병리학으로 답을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해 <예>라고 대답하라~!
이런 제목의 '한 심리학자의 강제수용소 체험 수기>가 있단다.
정신적 질환, 가벼운 우울에서부터 편집증, 정신 분열에 이르기까지..
삶은 <노>로 점철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전쟁 중의 유태인들을 학살하던 시기, 삶은 <노>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부정당하고 부정당하는 나날의 연속.
생텍쥐베리의 말을 인용한 이유가 뭘지... 한참을 생각했다.
완전함은 더 이상 덧붙일 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생략할 것이 없는 것이다.(172)
인간이란 무엇일지... 생각하는 심리학자로서,
이 정도면 완전한 심리학 이론이야... 할 수 있는 경지는,
이 정도면 충분하지...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더 이상 덧붙일 것이 없는 것...과,
더 이상 생략할 것이 없는 것...의 차이를 생각해 보자.
더 이상 덧붙일 것이 없는 것... 속에는 불필요한 것이 겹쳐져 존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완전함...
인간은 완전한 존재다... 라고 말하려면,
인간에게는 더 이상 생략할 것 하나 없는,
인간에게는 불필요한 '인종', '장기', '개인'은 없다는 역설을 하는 것이다.
나치즘의 순혈주의는 아직도 살아있다.
여자의 몸을 '관념'에 묶어 두는 '순결주의 운동본부'도 웃기는 집단이고...
담배를 팔질 말든가, 팔면서 '국민건강진흥법' 운운하면서 흡연구역을 좁히는 것 역시 어불성설인 법률이다.
한쪽이 옳다...고 우기는 집단은,
그르다...고 판결내리는 집단을,
불필요해서 빼어버리고 싶은, '생략해버리고 싶은' 존재로 여기는 것이다.
철학에서, 이 둘의 차이는 엄청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곰곰 씹어가면서 음미할 구절이다.
나는 늙는 것에 대해 아무런 거부감이 없다.
그런 까닭에 나이가 드는 만큼 성숙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늙는 것이전혀 대수롭지 않다고 말하곤 한다.(191)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보다 멋있지 않은가?
나이들면 외모가 보기 싫어지고,
나이들면 맨날 여기저기가 아프고, 경제적으로 궁핍해지기 쉽다.
사회 생활이 줄면서 의욕이 줄고 의기소침하기 쉽다.
그러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나이는 사람을 쫄아들게 만든다.
그러나, 빅토르의 생각에 긍정하려면,
나이들어도 '자기만의 세계'가 성숙하고 있어야 한다.
그럴 때 대수롭지 않다고... 확언할 수 있는, 멋진 노년을 구성할 수 있을 거다.
인생이 허무함은 '덧없음'의 반영이다.
그의 로고테라피는 이렇게 말한다.
두 번째 인생을 산다고 생각하라.
첫 번째 인생을 잘못해서 모두 망쳤는데,
두 번째 인생을 살면서도 지난번의 과오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살아라.(193)
인간은 완전한 존재다.
인간의 모든 장기는 완전하게 종합적으로 기능한다.
불필요한 장기 하나 없다.
상보적으로 기대어 살아가는 인간 개체와 인류의 역사는 반복된다.
그저 인생을 긍정적으로 살라고 할 순 없다.
긍정적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를 대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그의 이야기를 참조할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