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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뒷면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9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2년 4월
평점 :
달의 뒷면,
일본어로, 쯔키노 우라가와...
우리는 달의 앞면만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아니, 우리가 볼 수 있는 면을 앞면이라고 한다면,
보이지 않는 면을 뒷면이라 할 수 있겠다.
삶이란 그렇다.
내가 보고 있는 것, 내가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진실인 것 같지만,
조금만 시선을 달리 하고, 공감각적 느낌을 함께 끌어들이면,
진실은 180도 달라질 수 있다.
이 소설은 미스터리로 시작해서 철학적 사유를 던지며 여운을 남기고 엔딩이 마무리된다.
물의 도시,
물과 연관된 실종과 재생,
그리고 그 비밀의 세계를 바라볼 수 있게 된 사람들.
그런데, 동화되지 않은 몇 명이 물의 기운에 동화되어버린 끈적하고 찝찝한 기운의 그것들을 관찰한다고 착각했던 순간,
인간을 실종되게 하는 미스터리의 비밀을 찾아다니는 자신 역시,
'그것들'의 족속이 아닌 것인지... 미궁의 소용돌이로 사고는 빠져 든다.
인생은 명쾌한 진로를 보여주지 않는다.
인생은 보이지 않는곳에 숱한 비밀을 장치해 두고 있다.
그곳을 달의 뒷면 이라 이름붙일 수도 있고...
내가 볼 수 있는 것만을 '진실, 진리'라고 우기면,
자신이 달의 뒷면을 영원히 볼 수 없는 '제한된 존재', '유한한 존재'임을 부정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는 것이다.
뭐랄까, 세상엔 설명할 수 없는 일, 설명 안 해도 되는 일이 있지 않을까...(71)
그래. 굳이 설명하려 들지 말자는 이야기를 자가는 하고 있다. ㅋ~
미스터리 작가 치곤, 꽤나 직선적이다.
전문가들로 골라 팀을 편성하면 순위와 실력을 대충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여자가 한 사람 끼면 레이스는 예측이 전혀 불가능해진다.
여자란 늘 변수요, 미지수다.(88)
요네하라 마리 여사는 늘 말한다.
여자는 '본질'이고 남자는 '현상'에 불과하다고 ㅋ
달의 세계는 '음'의 세계이다. 여성적인 에너지가 강하게 작용하는데, 거기다가 뒷면이라니...
그 보이지 않는 세계를 느낄 수 있는 음파의 감응은 '본질'에 가까운 여자들에게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어째 무섭다."
"인간의 상상력만큼 무서운 건 없으니까."
다몬은 어릴 적 빗소리가 낙하하는 소리인지, 착지하는 소리인지가 궁금한 나머지 비가 올 때마다 귀 기울여 듣던 것이 생각났다.(93)
다몬...은 多聞일까?
눈으로 보기보다 귀 기울여 듣기에 몰입하는...
세상은 다양하게 바라볼 수도 있지만, 귀 기울여 듣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는 것도 많다.
인간의 공포는 보는 것 외에도, 소리로도 극대화되기도 하니깐...
일본인의 뇌는 벌레 울음소리라든지 빗소리처럼
본디 인간의 뇌가 잡음으로 처리해야 할 걸 정서를 관장하는 부분을 써서 듣는다.
그러니까, 원래 단순한 현상으로 처리해야 할 거세
다른 의미를 부여해서 정보 처리를 하는 바람에
보통은 보일 리가 없는 게 정말로 보이는 경우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거지.(135)
이렇게 듣는 일 역시 단순하지 않다.
보이지 않는 곳, 이면을 듣게 된다면, 상식이나 지식은 한 순간 무너질 터.
방 안에 이렇게 화살표 모빌이 잔뜩 매다려 있다 쳐.
남자는 말이지, 가끔 따로 노는 녀석도 있지만,
대개는 화살표가 같은 방향으로 잔뜩 매달려 있거든.
하지만 여자는 방향이 다른 화살표가 잔뜩 매달려 있는 거야.
그렇기 때문에 남자는 자기 화살표하고 여자 화살표의 방향을 맞추려고 하는데,
여자 화살표는 방향이 전부 같은 게 아니니까
어느새 다른 화살표하고 정면충돌한다든지 입체적으로 교차하고 그래.(146)
남자와 여자의 다른점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태극'처럼,
삶의 모든 국면은 변화하고 있는 것임을 이해하는 것은,
여자의 측면처럼 화살표가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것들을 인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로도 읽힌다.
끝이란 참 조용하게 시작되누나.(259)
끝의 시작이라.
달의 뒷면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존재, 진실을 끝으로 볼 수도 있겠다.
나라는 건 뭘까, 나란 누구였을까?(386)
나를 도둑맞는 이야기와 '나를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숱한 변형을 안고 반복된다
부처의 고민도 그것이었고,
모모의 여행도 거기서 출발했다.
하루가 골뱅이처럼 뱅글뱅글 돌면서 끝난 사람들에게,
빤히 올려다보이는 달의 희뿌윰한 빛 말고,
그 뒷편에 보이진 않지만, 거기 있는
쯔키노 우라가와가 있을 수 있음을...
소줏잔에 비치는 달님은
소줏잔을 아래서 본다면 ㅋ~
그 뒷면을 볼 수도 있잖을까를 농담삼아 안주삼아 기울인다면,
아, 소줏잔을 기울여 입안에 그 액체를 털어 넣는다면,
달의 뒷면까지를 내 안에 품게 되는 일인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