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 글씨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19
너대니얼 호손 지음, 김욱동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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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시절 국어교과서에 수록된 '청교도적 작품'으로 '큰 바위 얼굴'이 있었다.

세상의 모든 '부귀영화', '출세', '명성' 등보다 가치로운 것이 '고결한 청교도적 전도사의 삶'이라는 것이 주제다.

'큰 바위 얼굴'처럼 고결한 삶을 살고자 추구하며 사노라면,

삶의 종착점에서는 그 꿈이 이루어진다는 소설.

 

그런데 '주홍 글씨'는 시대적 배경이 같을 뿐, 주제가 전혀 다른 방향이다.

개척지 미국으로 이주한 청교도들은 지나친 종교적 정결을 강조하였던 모양이다.

하긴, 유럽을 피로 물들인 신,구교의 전쟁이 뉴잉글랜드의 배경이 되었던 모양이니...

 

그 와중에 아비 없는 자식을 임신한 헤스터 프린.

종교적으로는 정결한 청교도의 목사이지만 실질적 아비인 목사 딤즈데일.

프린의 남편으로서 잔인하게 등장하는 칠링 워스(으스스한 낱말들 이란 의미).

 

개성적인 인물들의 등장으로 재미도 있지만,

이 소설들을 읽기 위해서는 개략적 세계사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Adultery 간통죄... 의 의미로 가슴에 달게 한 A가

그 삶의 궤적에 따라 able, angel...처럼 느껴지게 하는 표식으로 변화하게 될 수도 있음을,

그래서 한 가지 측면만을 바라보고 한 인간을 판결하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지를 보여주려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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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방정식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6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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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식은 '변수에 따라 참 또는 거짓이 판별되는 식'을 일컫는다.

'방정식을 푼다'는 말은 그 식을 '참'으로 만드는 '답'을 구한다는 말이 되고,

결국, 한여름의 방정식은 한여름에 일어난 사건에서 아귀가 꼭 맞는 설명을 찾는 노력을 뜻하는 것이렷다.

 

추리소설이니 당연히 사람이 죽는다.

자살로 추정되던 사건이 피살자가 퇴역 형사였음이 밝혀지면서 부검과 함께 살인사건으로 변한다.

 

흔히 살인자 또는 살인마는

태생이 못돼먹은 인간 말종인 녀석들이고,

지레 저놈은 살인을 하고도 남을 녀석이라고 주변에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 삶에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다.

이런 추리소설들에서 보면,

쉽게 '답'을 구하는 방정식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답'은 추리자의 모든 궁금증, 왜???를 해소해주지 못한다.

그 방정식을 푸는 것은 오묘한 재미와 함께,

삶의 짙은 페이소스를 함께 비극적 슬픔으로 끼얹어준다.

 

현대 과학의 한계라는 것이 존재하는 걸까?

있다면 무엇이 그런 한계를 만들어 내는 걸까?

그건 바로 인간 자신이야.(547)

 

과학 또는 방정식은 정해진 루트를 통하여 정해진 답안을 찾아낸다.

정해진 답안 외의 수치가 대입되면 식이 성립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이란 변수는 과학 앞에서 변화무쌍한 존재인 셈.

 

나루미 양의 임무는 인생을 소중히 살아내는 거야.

지금 이상으로.(542)

 

개입하고 싶지 않았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뒤틀리게 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만은 기필코 막아야겠다고 생각했어.(536)

 

사람이 살해된 것은 '사실'이고,

살인범으로 지목된 사람이 감옥생활을 하고 나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진실'은 은폐되어 있고,

그 진실을 알고있는 사람들은 '인생이 뒤틀리게' 될 수도, '인생을 소홀이 살게' 될 수도 있었다.

 

이 소설은 그런 점에서 따뜻한 온기를 지닌 성찰을 보여준다.

 

공식에 숫자를 대입하는 건 그저 계산문제일 뿐이야.

우리들이 도전하고 있는 건 도형문제라는 걸 잊지 마.(296)

 

방정식이란 평면적 해설로는 도무지 인생을 설명할 수 없다.

인생이란 것은 2차원이나 3차원을 넘어선 복잡한 공간도형의 변수로 이어지는 과정이니 말이다.

 

자네는 환경보호 전문가일지는 몰라도

과학에 관해서는 아마추어잖아.

해양자원 개발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지?

양립시키고 싶다면 양쪽에 대해 동등한 수준의 지식과 경험을 갖춰야 해.

한쪽을 중시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건 오만한 태도지.

상대의 일과 사고방식을 존중할 때에 비로소 양립의 길도 열리는 거야.(241)

 

이 책은 미스터리 소설로도 재미있지만,

이런 수학적 과학적 테마들에 대한 단상들을 느낄 수 있는 점도 매력이다.

그런 점에서 '방정식'이란 제목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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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칼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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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사회 소설로 아주 흡인력이 있는 작품이다.

사건의 발단부터 전개의 탄탄한 스토리와

개성있는 인물들의 플롯 구성까지,

그리고 뜻밖의 반전까지 끔찍한 주제 속에서 애잔한 감상을 느낄 수 있는 추리작품의 수작이다.

 

청소년이지만,

인간 말종인 인간도 있다.

물론 그 아이들은 불우한 가정, 친구관계의 파탄, 약물 등으로 불안정한 생활을 해가게 된다.

삶의 낙이라고는 말초적인 쾌락의 추구와

불쾌의 표출뿐이다.

 

그러나 그들이 저지른 죄에 비하면 '법'은 그들을 '선도'하고 '계도'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어,

피해자가 보기에는 말도 되지 않는 처벌을 받게 되는 일도 흔할 경우,

그들의 참혹한 죄질에 상응하는 처벌을 하는 것은 '자력 구제'쪽으로 심리적으로 쏠리게 된다.

 

물론 법에서는 '자력 구제'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소설은 그 경계선의 파열을 아주 치열하게 파헤치고 있다.

 

이 소설이 과연 어떤 결말을 맺게 될 것인지,

과연 이 결말이 최선인지를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학교에서도 '의무교육'이라는 이유만으로 학생들을 처벌할 수도 없으면서 붙들어 두는 일이,

다른 많은 학생들을 괴롭게 만드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중2 병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심각한 혼란의 속내도 알고 보면 '법'과 '범법'의 파열과 불일치가 만든 문제이기도 하다.

 

인간의 하는 일이란

무엇 하나 완벽할 수 없다.

웃음의 뒷면에 잔인한 살의가 담겨있을 수도 있는 것이고,

순진의 뒷면에 징그러운 잔혹이 숨어있기도 한 것이다.

 

범죄와 추리만을 좇으면 흥미로운 소설이지만,

미성년자와 법의 경계선을 생각하자면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작품이다.

 

아들이 군대간 게 벌써 1년 가까이 되었다.

이제 절반 지난 셈이다.

군대에서는 워낙 모든 것이 '승진'과 연관되어 비밀로 취급되기 때문에

자살 사건 같은 것들이 모두 쉬쉬 넘어가기 쉽다.

 

멀쩡하던 자녀가 담장안을 넘겨다볼 수 없는 곳에서 사망했을 때,

부모의 심정은 어떠할까.

그럴 때, 진실을 알게된다면, 그 부모 역시 칼날을 겨누는 마음의 방황이 시작되지 않겠는가...

생각이 이리저리 널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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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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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터넷으로 '동구리 자매'라는 홈피를 운영하면서,

나름대로 상담을 힘껏 해주는 이야기책을 읽은 적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섭렵한 책인데,

도토리 자매와 유사한 시작이다.

다만, 이 소설이 더 '씨실과 날실'의 겹칩이 묘한 재미를 준다.

 

이 궁리 저 궁리 해가며 편지를 써보낼 때는

얼마나 힘으 들었겠냐.

그런 수고를 하고서도 답장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어.

그래서 내가 답장을 써주려는 거야.

물론 착실히 답을 내려줘야지.

인간의 마음 속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어떤 것이든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돼.(159)

 

우연히 낡은 잡화점에 침입한 세 도둑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잡화점의 서신 상담은 이어진다.

그 상담을 통하여,

삶이 팍팍하고 힘든 사람들에 대한 다사로운 시선을 느끼게 하고,

가슴이 훈훈해지는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대부분의 겨우, 상담자는 이미 답을 알아.

다만 상담을 통해 그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거야.(167)

 

소설을 읽으면서,

앞으로의 줄거리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응원의 마음으로 읽게 된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믿어야 합니다.(328)

 

소설이 도둑들로 시작해서 도둑들로 마무리 지어질 무렵이면,

그 도둑들에 대한 응원의 감정마저도 가지게 하는 것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힘이다.

 

잔인한 살인 사건과 인간 본성의 부정적 측면이 파헤쳐지는 추리소설보다

이런 따스한 류의 소설에 사람들이 반하기 쉬운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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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대
줌파 라히리 지음, 서창렬 옮김 / 마음산책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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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파 라히리의 저지대는 70년의 흐름 속에 그려진 이야기다.

그 속에는 미국에서 생활하는 '이방인'으로서의 인도인도 있고,

인도에서 해방운동을 펼칠 때, '이방인'으로 죽음을 맞게 된 인도인도 있고,

인도에서 속박을 버리고 미국으로 다시 시집을 왔지만, 결국 자기 인생에서 '이방인'이 되어버린 여자도 있다.

 

소설을 여러 사람의 시점으로 서술하고 있지만,

내 마음에 가장 밟히는 캐릭터는 '가우리'이다.

한 남자와 사랑하여 결혼하고, 아기를 가지지만 그 남자는 죽고 만다.

그의 형이 가우리를 데리고 미국으로 건너가고,

가우리는 형 수바시와 교집합을 이루지 못한 채 겉돌며 살아가다가

느닷없는 독립을 한다.

 

오랜 뒤에 만난 딸 벨라는

"그 어떤 것도 변명이 될 수 없어요.

당신은 내 엄마가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내 말 들려요?

당신은 나에게는 죽은 거나 다름없어요.

아빠와 차이는 당신은 스스로 선택해서 나를 떠났다는 사실이에요.(498)

 

가우리의 삶은 무엇이었을까?

이것이 인생이다... 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난 늘 그런 생각을 한다.

저것도 인생일까? 하는...

 

가우리의 삶 역시 '인간 만세'나 '이것이 인생' 류의 다큐에 등장할 만한 그런 것이다.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역사로 점철되어 있다.

그렇지만, 나는 가우리가 독립한 것을, 가우리의 고뇌보다는

가우리가 철학 책 무더기 속에서 스스로의 존재감을 느끼고 뛰쳐나간 캐릭터를 사랑한다.

그가 우유부단하게 자식에 얽매여 살고 말았다면, 이 소설은 삼류 신파가 되었을지 모른다.

 

인간은 제각기 자신의 삶이 있다.

물론 자식의 삶을 위한 희생도 가치있는 것이지만,

이것이 인생일까? 하는 깊은 사고 속에서 자신의 삶이 독립적이어야함을 결론으로 만난 사람이라면,

가우리를 사랑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눈이 두 개잖아. 그런데 왜 아빠가 하나밖에 안 보여?

그는 뇌가 그 두 개의 영상을 하나로 결합한다고 말했다.

같은 것을 서로 맞추고 다른 것을 보태서 그 둘을 가장 좋게 만든다고...(424)

 

인생은 참으로 복잡다단한 사건들을 만나며 살아간다.

다만, 우리의 뇌가 그것들을 맞추고 보태서, 나름의 의미를 '연합'해내고 있는 것이다.

인도의 삶과 미국의 삶,

남자의 삶과 여자의 삶,

젊어서 죽은 동생의 삶과 학자로 살아간 형의 삶,

버린 엄마의 삶과 남은 딸의 삶,

기른 아버지의 삶과 애비없는 자식을 낳은 딸의 삶...

 

이 많은 삶을 줌파 라히리의 뇌가 결합한 소설은 그래서 많은 이야기가 등장하지만 하나로 인식된다.

 

그녀는 시간을 공부했다.

이제는 시간을 이해하고자했다.

자신의 질문과 생각들로 공책을 채웠다.

시간은 물리적 세계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가 아니면 마음의 이해력 안에 존재하는가?

시간은 오직 인간만이 인식하는가?

어떤 짧은 순간이 몇 시간이나 되는 것처럼 부풀려지고,

1년에 해당하는 긴 시간이 단 며칠로 줄어드는 건 무엇 때문일까?

짝을 잃거나 먹잇감을 죽일 때 동물도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는가?(241)

 

낯선 이국땅에서 아이를 기르는 틈틈이 가우리는 철학 강좌를 듣고 공부한다.

그에게 문제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을 자기가 누릴 것인가, 아니면 주어진 틀 속에서 주어진 시간의 자기장을 견디며 살 것인가를 고민한다.

난 그런 가우리를 사랑한다.

주어진 삶의 자기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갔다면 안쓰럽긴 해도 그를 사랑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의 고민이 그의 존재를 하나의 가치로 빛나게 한다.

물론, 그 가치만이 행복한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 가치는 그에게 '선택'이었으므로...

 

라디오 끄는 걸 잊어버렸어요?

일부러 켜 두었어요. 돌아올 때 집이 조용한 게 싫어서.(116)

 

수바시가 잠시 사귀던 홀리와의 대화인데,

외로운 마음을 이렇게 표현할 줄 아는 작가의 눈이 부럽다.

 

그녀는 우다얀이 없을 때 또다시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에 잠겼다.

책과 함께할 때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대학 도서관의 천장이 높고 시원한 열람실에서

공책을 채워가며 오후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은 사람이었다.(101)

 

오빠에게는 뭐가 중요한데요?

이 곤혹스러운 우리의 도시(94)

 

곤혹스러운 곳이 중요할 때가 있다.

마음같아서는 확 놓아버리고 싶지만,

그럴수록이 그 곤혹스러움의 중요함은 중심의 무거움으로 다가서는 법이다.

우다얀은 결국 곤혹스러운 그들의 도시에서, 그 저지대에서 처참한 죽음을 피하지 못한다.

 

대학원 공부가 끝났을 때 형제는 같은 세대의 다른 수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과분한 자격을 가진 실업자 신세였다.(55)

 

식민지에서 갓 벗어난 나라들의 공통점일 것이다.

저지대에서 살아가야했던 사람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더 발전된 나라로 터전을 옮겨 살아간다.

때로는 자신의 출신지였던 저지대에서의 기억을 지우개로 싹싹 지우고 싶을 때도 잦았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는 흘러가버리는 것이 아니라 저지대에 고여있다.

그 저지대에는 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어느 여름날의 손차양을 기억하게 하는,

어떤 추억과 유전자가 엉켜 있고,

결국 과거의 그 시간들이 현재와 미래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왜 난 이런 인생인지... 푸념하는 여성들이라면,

많은 생각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거미는 자기의 실로써 공간의 자유에 이른다.

 

거미가 생산하는 실은 두 종류다.

방사상으로 펼쳐져 거미줄을 두르는 기초가 되며, 이동 통로가 되는 미끈한 실과,

끈끈이 역할을 하는 골뱅이 무늬의 실을 만든다.

 

인간 삶은 텅 빈 캔버스에 점을 찍는 일이나 매한가지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실이 거미줄처럼 그 캔버스를 가득 메우고 있다.

그리하여 그 인간은 어떤 시점과 지점을 점유하는 것처럼 인식될 수도 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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