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모메 식당 디 아더스 The Others 7
무레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푸른숲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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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는 일본어로 갈매기란 뜻이다.

한 일본의 자그마한 여성 사치에가 훌쩍 핀란드로 떠난다.

떠나기 위해 복권을 사고 1등에 당첨이 된다.

그의 아버지는 합기도를 하는 무인인데 '인생 모든 것이 수행이다'를 모토로 삼는 사람이다.

 

화려하게 담지 않아도 좋아.

소박해도 좋으니 제대로 된 한 끼를 먹을 만한 가게를 만들고 싶어.(20)

 

이런 꿈을 가지고 훌쩍 핀란드로 간 서른 여덟의 사치에.

 

그 가게에 오는 손님은 토미 힐트넨이란 소년과

마흔이 넘은 키다리 미도리.

 

어려서부터 무예를 닦은 사치에는 늘 등을 꼿꼿하게 펴고 산다.

그리고 남의 말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심지를 가졌다.

멋진 사람이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어서 이래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126)

 

50이 넘은 여행객 마사코도 방황하는 여성이다.

 

자연에 둘러싸여 있다고 모두 행복하다고는 할 수 없지 않을까요.

어디에 살든 어디에 있든 그 사람 하기 나름이니까요.

그 사람이 어떻게 하는가가 문제죠.

반듯한 사람은 어디서도 반듯하고,

엉망인 사람은 어딜 가도 엉망이에요.(148)

 

일본인 역시 한국인 못지 않은 틀에 갇혀 사는 갑갑함을 느낄 것이다.

일본과 한국은 모두 섬나라니까.

생각이 갇혀 사는 것이다.

 

이 소설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핀란드라는 배경이 아니다.

갑갑하고 갇혀 사는 인간 관계를 훌쩍 떠나,

자립하고자 하는 마음을 훨훨 펼친 속시원함이 이 소설의 매력이다.

 

다만, 자립하려면,

복권과 무술 유단자라야 하는 것일지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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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 누군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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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목 : 아노 고로노 다레카...

 

그무렵의 누군가...

이 소설집에는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사고 운동이랄까,

 

단편이지만,

하나씩의 이야기 씨앗을 간직하고 있다.

잘만 기르면 장편이 될 수 있는 이야기의 씨앗들을...

 

그 무렵의 누군가가...

어떤 작은 파동을 일으키는 일을 했을 것이다.

그런 작은 파동은 나비의 날갯짓이 되어 뜻밖의 결과를 낳기도 하는 법이다.

 

일상적인 사고를 조금은 뒤집어 해보는 습관이 그에게는 들어있는 듯 싶다.

가볍게 읽을 미스터리물을 찾는 사람이라면 행복해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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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9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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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을 두려워해서는 안됩니다.

우리가 바르고 착한 일을 한다면

우리의 삶은 아름다워질 겁니다.(1347)

 

고전을 읽는 일은,

한 시대의 사회상을 읽는 일이고,

지금-여기의 나를 '시-공간적 이동'을 통하여,

'그때-거기'로 보내주는 타임머신의 역할을 하는 일이기도 하다.

 

내가 경험하고 느끼는 일은 '지금-여기'에서 살아온 몇십 년과,

내가 읽었던 세계에 연관된 것들이지만,

이런 고전을 통하여,

지금으로부터 150년 전에,

러시아 사람들은 어떤 생각들로 뒤섞여 살았는지,

그 사람들의 생각들과 변화하는 사회상은 어떤 것들이었는지를 느끼게 된다.

 

범죄 소설, 치정 소설, 그리고 바람직한 인간상의 제시에 공을 들인 도스또옙스키의 작품들은

한결같이 음울하고 지루하기도 하지만,

그 인간상들은 모두 그 시대의 반영물들인 셈이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

탐욕에 찌든 아버지, 표도르 까라마조프

그는 첫 아내에게도 냉혹한 남편이었고,

세 아들은 모두 다른 집에서 성장해서 모이게 된다.

그 아들들은 드미뜨리처럼 군사학교, 군인의 삶, 열정적이고 욕심으로 가득한 삶과,

이반처럼 철학적이고 이성적이며 반 교회적 지식을 가진 삶과,

신앙심이 깊고 겸손한 조시마 장로의 후계인 알료샤로 집약된다.

부록처럼 따라붙은 스메르쟈꼬프는 범죄 소설을 더욱 치밀하게 만드는 존재로,

표도르의 사생아이다.

 

결국 욕심 끝에는 비극이 따라오게 마련이고,

그 법정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근대로 이행하는 러시아의 모순을 보여주고 있다.

 

소설 속의 이야기는 늘 죄는 벌로 갚아지게 된다.

다만, 현실은 소설과 다른 구렁텅이로 미끄러져 들어감을 억제할 수 없지만...

 

근대 과학에 대한 신비감과 찬미가 곳곳에서 보이기도 하고,

이반 같은 사람은 불어, 라틴어로 명제들을 말하는 등

시대의 요소들을 읽을 수 있다.

 

뇌신경들이 뇌수 속에 들어있으니...

뇌신경에는 이런 꼬리들이 달려 있는데,

내가 무언가를 바라보기만 하면 그 꼬리들이 요동을 치기 시작하는데...(1021)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을 30년 전에 읽었다.

그때는 줄거리를 파악하기도 힘들 정도로 복잡한 상황들과

난삽하고 지루한 주제에 대한 토론들이 지겨웠던 기억이 난다.

열린 책들의 이 책은,

두께에 비하여 지질이 가볍고,

등장인물에 대한 해설 같은 배려들이 책을 즐겁게 읽게 한다.

 

아무튼 이런 천 페이지 이상의 대작을 읽기 시작할 때는,

큰 숨을 한 번 들이 쉰 다음,

긴 호흡으로 읽어가야 한다.

 

드미뜨리를 미쨔, 미쩬까, 미찌까, 미뜨리 등으로 부르는 애칭도 자꾸 읽노라면 정감있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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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몽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2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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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 추리 노트' 같은 책이다.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그의 장편 소설들이 가지고 있는 탄탄한 구성과

인간사의 복잡한 단면들이 얽히고설키는 이야기로 흡인력이 있는데 비하면,

여기 등장하는 소설들은

삶의 한 토막들에서 씁쓸하게 느껴지는 비애가 가득 묻어 나온다.

 

범죄 옆에는 복잡 다단한 애증이 서린다.

그래서 간혹은 범죄의 진상을 추측하면서도 굳이 밝히지 않으려는 형사들도 있다.

범인은 악랄한 죄인일 수도 있지만,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나쁠 때도 있다.

 

"나는 보험금이 지불되기를 바라.

일 년 이내의 자살이건 아니건

야지마 가문이 집안의 기둥을 잃은 건 사실이니까."

"그렇지만 이건 범죄야."

"롤 위반인지는 몰라.

그렇지만 일 년이라는 수치에 무슨 의미가 있어?"(232)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에서는 빤히 보이는 범인과 범죄라도,

인생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끝도 없이 복잡한 것이 삶이 모세혈관임을 보여주는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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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구혜영 옮김 / 창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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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모든 것은 이 책에서 시작되었다.

 

아들 녀석이 군대에서 읽겠다면서,

히가시노 게이고를 좀 사서 보내라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몇 권을 사서는,

보내가 전에 주욱~ 읽는 중인데,

내가 읽은 그의 책들 중에, 이 책이 수작이란 생각이 든다.

 

스토리도 탄탄하고, 트릭과 반전이 끝없이 이어지는 것 역시 굉장하다.

대단한 작가임을 보여준다.

삶의 비밀을 알고 있는 작가는 이렇게,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보지 않는다.

 

여고 수학교사 마에시마.

그는 따뜻하고 인정이 있으면서도 책임감을 느끼는 교사로 등장한다.

여고생의 학교 생활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면도 재미있고,

등장인물들이 하나하나 생생하게 살아있는 느낌도 좋다.

 

나는 유미코가 원하는 걸 준 적이 없었다.

아니, 주기는커녕 빼앗기만 했다.

자유, 즐거움, 그리고 아이까지.

아무리 꼽아도 끝이 없을 정도...(427)

 

소녀들이 용서할 수 없는 선생님과의 관계를,

다시 아내와의 관계로 대입하여 본다.

 

인생은 끝없는 도전과 응전의 과정이다.

그 속에서 정답은 없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며 사는 것이 방법이라면, 유일한 방법일 뿐.

 

아무래도 기나긴 방과 후가 될 것 같다.

 

방과 후...

학교가 마치면 모든 게 끝이 아니다.

새로운 개인의 삶이 시작된다.

 

어쩌면, 방과 후가 생에서 더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멋진 추리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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