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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어 '우츠로나'는 '헛된, 공허한' 같은 의미의 형용동사다.
십자가라는 말은 이 소설에서 '교차점' 정도의 의미가 아닐까 싶다.
두 운명이 교차된 곳에서 비극이 잉태되었다는 의미일지 모른다.
주인공 나카하라와 그 아내 사요코의 딸은 무참하게 살해당한다.
그 교차점 역시 비극을 낳았다.
사요코가 살해당한 자리에서 또다른 비극이 교차점이 보인다.
사형 폐지론이라는 이름의 폭력...
딸이 죽은 사요코는 이런 논문을 쓰면서 분을 삭인다.
사형으로 나아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렇지만, 유족의 가슴에 사형이 없는 세상은,
아니, 범죄자임이 분명한 인간이 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통탄할 노릇이다.
가끔 지면에서 만나는 윤일병 폭행치사의 기사를 읽으면서,
군 내의 불법적 폭력에 대하여 생각한다.
참으로 잔인하게 이루어진 폭력에 대하여,
그 많은 주변 사람들이 왜 설마 죽기야 하겠냐...는 대응밖에 못했을까...
'사형'은 범죄자를 반성하게 만들지도 못하고,
결국 '무력'할 뿐임을 이 소설은 설명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교도소가 가득 찼다는 이유만으로 이루어지는 무책임한 행위일 뿐...인 '가석방'을 볼 때,(212)
사형 폐지를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사람을 죽인 사람의 반성은
어차피 공허한 십자가라도,
적어도 감옥 안에서 등에 지고 있어야 돼요.(406)
이 소설은 사형 제도의 불합리함에 대하여 이야기하지만,
한 편으로 치우치지 않고 독자를 아프게 한다.
결국, 사형시키느냐 마느냐는 논란의 해답은 없다.
그 공허한 십자가에 접선하지 않도록 조심하며 걸어야 할 뿐인지도...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반전,
그리고 첫 부분에서 등장한 아이들이 연애가
뒷부분의 비극과 연결되는 스토리가 독자를 사로잡는 사회파 소설...